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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행성 1~2 - 전2권 ㅣ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평점 :
[ 이 글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경험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한참동안 개미관찰에 나를 빠지게 만들었던 그가 이번에는 고양이로 나를 이끈다. 그만큼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이야기에는 늘 바라보던 풍경, 늘 그자리에 있던 것들을 새롭게 느껴지게 만든다.
소설 '신' 이후로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이 없었는데 '제3인류'에서는 또한번 그에게 반하게 만들었었다.
생각해보면 이 넓디넓고 광활한 우주에 어떻게 인류만이 최고의 그리고 최적의 생물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고양이'에서는 고양이가 1인칭 시점으로 등장해 멸종에 빠진 인류와 고양이를 이야기한다. 지구에 생존하고 있는 것은 비단 인간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소설은 고양이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라고 한다. 문명은 못 읽어봤다. 뭐 아무튼 -
난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다는 믿음만 가지면 세계 역사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해.
물론 지금 내 얘길 읽고 있는 너희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하면 돼.
나태함을 버려.
두려움도 버려.
그리고 외부의 영향에서, 심이저 내 영향에서도 벗어나 자유롭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 -1권 p.61
고양이에서도 등장했던 바스테트를 다시 등장한다.
지금은 극악무도한 쥐들의 왕이된 (한때 실험용 쥐였던) 티무르도 제3의 눈을 갖고 있어 인간들의 지식에 접근했다. 그는 바스테트 목걸이에 달린 USB를 노리고 있었는데 이 안에는 ESRAE라는 이름으로 저장해 놓은 인간의 모든 지식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확장판'이 들어있다.
티무르의 추격을 피해 바스테트 일행은 바다로 향한다. 마지막 희망호라는 대형 범선을 타고 대성양을 건너 아메리카까지 오게 된 것이다.
미국 인간들이 초강력 쥐약을 개발 했다는 소식을 듣고 먼 길을 왔것만 부풀었던 기대와 달리 뉴욕은 미국 쥐가 이끄는 알카포네 쥐 군단이 장악한 상태로 폐허가 되어있었다.
프랑스 쥐보다 더 크고 강한 미국 쥐들의 공격에 바스테트 일행도 희생되는데 쥐들을 피해 고층 빌딩에 숨어 사는 인간의 도움을 받아 피하긴 하지만 고층 빌딩이 다시 쥐들의 공격을 당하게 되고 인간들은 이제 멸망을 피하기 위한 중대한 계획을 세우게 된다.
바스테트도 나서서 그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하지만 인간들은 고양이를 대표로 둘 수 없다한다.
고양이 부족의 대표인 바스테트의 제안은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는다면 종간소통을 강화하자는 거예요.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음 각종의 대표에게 제3의 눈을 이식해 주자는겁니다. 이것을 통해 조류, 양서류, 곤충류까지 아우르는 거대 동물 연합군을 결성하자는 거예요. - 2권 p.179
그런 질문은 아무리 해봐야 소용없어. 냉정을 잃지않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처리해 나가면 되는 거야. - 2권 p.211
그저 작가가 고양이를 너무 사랑해 만들어낸 허구의 소설이라고 하기엔 내용이 너무 날카롭다.
우리 인간은 얼마나 오만하기에 다른 종들을 말살하며 살고 있는건지.
낙타에 의해 발병한다는 메르스, 박쥐가 요인이라는 코로나19, 최근에 원숭이 두창까지.
지금 우리가 닥친 문제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이야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얼굴을 여러번 붉게 만든다.
인간이 우월하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종들의 터전을 한정짓고 숫자를 제한하는 것을 지금은 도리어 당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동물을 사랑한다고 말하기엔 애완동물의 '애완' 이라는 말 자체가 모순이 아닐까. 우리는 같은 시대를 공존하고 있는 것이지 누가 누구 위에 있다는게 말이 되는것인지.
결국 인간들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됐어. 과정이 달라지지 않으면 결과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말이야. 인간들은 내 공약을 귀담아듣지 않았어. 내 겉모습, 내가 속한 종만 보고 나를 판단했기 때문이야. -2권 p.293
아무튼 이런저런 시련끝에 쥐와의 전쟁에서 승리했고, 그들은 새로운 총회 의장을 선출하려 한다.
이때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를 내세우며 출마하고 바스테트도 출마하지만 인간은 결국 다른 종과의 공존이 아닌 다시 인간들의 안전과 보호에만 힘쓰며 되돌이 표를 찍는다.
소설 행성에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든 모습이 풍자되어 나와있다.
그것이 이민자든 인종이든 성별이든 종이든 차이가 있을 뿐이지 다름이 아니라는 것을 꾸준히 강조한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우리 모두가, 그리고 다음 세ㅐ가 염원하는 세상을 꿈꾸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진다.
인간뿐 아니라 고양이의 행복이 가득한 세상.
우리는 그 답을 이미 알고 있는데 왜 실천하지 못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