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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당신이 아닙니다 - 나르시시스트에게서 나를 지키는 심리 수업
백선영 지음 / 문예춘추사 / 2025년 9월
평점 :
"왜 항상 나는 이런 관계에 휘말리는 걸까?"
이 질문, 혹시 당신도 마음속으로 되뇌어 본 적 있나요?
열정 넘치는 신입사원 시절, 저는 칭찬에 목마른 사람이었습니다.
"와, 팀장님! 정말 대단하세요!"
"선배님 덕분에 제가 이렇게 성장했어요!"를 입에 달고 살았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주변에는 저의 칭찬과 도움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저의 에너지는 점점 바닥나고,
저는 늘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거절 한 번 못하는 제 자신이 너무 싫었죠.
"내가 너무 부족해서 그런가?"
"내가 더 노력해야 하는 건가?"
이런 생각들로 가득 차 있을 때, 우연히
이 책, 백선영 작가의 『문제는 당신이 아닙니다』를 만났습니다.
헉, 제목을 보는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어요.
"문제는 내가 아니라고? 그럼 도대체 뭐가 문제지?"
이 책은 마치 제게 "괜찮아,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따뜻하게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관계의 덫, '나르시시스트'라는 그림자
이 책의 핵심은 바로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나르시시스트를 특별하고 멀리 떨어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은 그들이 사실 우리의 일상 속,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고 알려줍니다.
가족, 직장 상사, 동료, 심지어 친구나 연인에게서도 이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죠.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무릎을 탁 쳤습니다.
"아, 맞아. 그때 그 사람!" 과거 제가 만났던 사람들의 행동들이 퍼즐 조각처럼 맞춰지기 시작했어요.
책은 나르시시스트가 쓰는 교묘한 심리 기술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끊임없이 당신을 깎아내리고(비난), 당신의 잘못인 것처럼 몰아가는 가스라이팅,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하는 척하면서 결국 자신의 이득만 챙기는 '감정적 롤러코스터'.
이 모든 것들이 관계를 지치게 만들고, 결국 우리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거죠.
제가 겪었던 불안과 죄책감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나르시시스트 부모', '직장 리더'에 대한 챕터였어요.
무조건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부모,
끊임없이 경쟁을 부추기며 성과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리더 밑에서 자라거나 일했던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깊은 공감을 느끼실 겁니다.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 "내가 문제라서 그런 게 아니었구나"라는 안도감과 함께,
상처받았던 내면을 들여다볼 용기를 얻게 되죠.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나르시시스트'를 진단하고 비난하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나를 지키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이에요.
나르시시스트와의 관계에서 상처받은 나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그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합니다.
'바운더리(경계)'를 설정하는 법: 나를 보호하고, 타인의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의 벽을 세우는 방법.
'거절'하는 용기: 무조건적인 도움 대신, 나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먼저 살피고, 현명하게 '아니오'라고 말하는 기술.
'상처 입은 나'를 돌보는 법: 나의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괜찮아,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연습.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저는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저는 주변 사람들의 감정과 욕구에만 맞춰 살았다는 것을요.
저 자신을 돌보는 것에는 너무나 서툴렀죠.
이 책은 저에게 "당신이 문제라서 그런 게 아니다.
당신은 그저 그 관계의 희생양이었을 뿐이다"라고 말해주는 동시에,
"이제는 당신 자신을 사랑할 시간이다"라고 속삭여주었습니다.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이제는 나를 사랑할 시간
이 책은 단순히 심리학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 아닙니다.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건강한 관계를 맺는 데 필요한 용기와 지혜를 주는 따뜻한 멘토와 같습니다.
자신이 나르시시스트의 관계에 휘둘리고 있다고 느끼는 분,
이유 없이 자존감이 낮아지고 무기력해지는 분,
'나는 왜 항상 이런 관계에만 휘말릴까?'라고 고민하는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책의 핵심 내용을 꼭 프린트해서 자주 꺼내 보세요.
그리고 기억하세요. 문제는 당신이 아닙니다.
이제 그만 자신을 탓하고, 오직 나를 위한 회복의 길로 나아갈 용기를 얻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