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시작하는 부분에서는 그동안 죽은 줄로만 알았던 ‘이리미아시‘라는 인물이 어느 날 갑자기 술집에 나타나 거기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얘기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처음 밑줄친 문장도 그 얘기 중에 나왔던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과연 이리미아시의 말대로 정말 우연의 작품인지 아니면 혹시 우연을 가장한 다른 어떤 의도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두 가지 생각이 순간 교차했다. 물론 뒷 부분을 더 읽다보면 이 말의 의도에 대해 더 명확히 알 수 있겠으나 이 작품의 분위기 상 서로를 속고 속이는 장면들이 적지 않다보니 이런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한 추가로 좀 더 보태자면 이 작품과는 별개로 실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서도 서로가 서로를 속인다거나 겉과 속이 다른 행보를 하는 사람들이 결코 적지 않기에 이런 정도의 가벼운(?) 의심은 생존 본능적으로 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순수하고 착한 사람들만 있는 세상이라면 이런 류의 의심은 전혀 할 필요가 없겠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는 소위 말하는 ‘사‘짜들이 부지기수이기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상대방의 의도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의심이 너무 지나친 경우도 문제가 될 수 있겠으나 단지 사람이 좋다는 이유로 이 세상을 너무 순수하게만 바라보는 것도 험난한 세상살이에서 마냥 능사는 아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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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읽다보니 등장인물 중 이리미아시와 페트리너 간에 신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해 논쟁하는 장면이 나온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리미아시는 무신론자이고 페트리너는 유신론자인데, 이 둘 간의 논쟁이 시작된 건 호르고시의 어린 딸인 에슈티케의 사망 후 얼마지나지 않아 그 아이의 환영幻靈같은 것을 본 것이 계기가 되었다. 여기에는 에슈티케의 친오빠인 서니도 함께 있었는데, 이 세 사람 간의 관계가 계속 이어질지 그렇지 못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다만 이런저런 것들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다보니 끝까지 좋은 관계로 남아있지는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어쨌든 저희가 여러분을 만나게 된 것은, 보다시피, 우연의 작품이라는 겁니다. - P242

그들은 불안한 예감에 시달리며, 말의 뜻보다 위협적이고 카랑카랑하게 울리는 이리미아시의 음성에 사로잡혀갔다. 연설을 듣는 처음 몇 분 동안은 책임이니 희생이니 고발 같은, 자기들과 별로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말들을 흘려들었지만, 연설이 계속되는 사이 그들 마음속에 죄의식이 자라났다. - P248

사람은 어떤 일을 이해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걸 소리 내서 말해야 합니다! - P249

점잔 빼고 소심하게 굴며 전전긍긍하는 것은 모든 것을 더 나쁘게 만들 뿐입니다. 분명 그렇습니다! - P250

잘 생각해보면, 모든 죄악은 결국 우리 자신을 해치는 일입니다! - P251

우리는 이제 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는 사실에서 힘을 얻어야 합니다! 솔직한 고백은 고해와 같은 것이랍니다. 영혼은 정화되고, 의지는 사슬에서 풀려나지요. 그러면 우리는 고개를 들고 살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 점을 생각해야합니다. 여러분! - P253

이곳 주인장께서 이제 곧 관을 시市로 가져갈겁니다. 하지만 우린 여기 남아 있어야지요. 비극을 가슴에 묻고 애도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무력하고 비겁하게 입을 다물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죄를 고백하고, 고개를 숙이더라도 정직하게 죄인을 향한 심판의 빛 속으로 걸어 들어갈것이기 때문이지요.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에슈티케의 죽음은 우리를 향한 벌이자 경고였으며, 그 아이는 우리를 위한 희생자였으니까요. 현재보다 합당한 여러분의 미래를 위한 희생자였으니까요! - P253

친구들이여, 우리는 서로를 잘 압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펼쳐진 책과 같습니다. - P254

제가 해야 할 일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입니다. - P255

삶이란 참으로 잔인한 것 - P262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구나.‘ - P267

"그런 거죠.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다고요. 그러니 태연해야 한다고 내가 언제나 말하잖아요." - P268

"가고 싶은 대로 가는게 나아요. 걱정거리가 주는 셈이지." - P268

시내를 등지고 알마시로 통하는 길로 들어섰을 때, 크라네르는 환성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마침내 출발한 첫 순간이 그에게는 10년 넘게 겪어온, 반 시간 전에 그로 하여금 애먼 가구들에 분풀이를 하도록 만든 고통의 끝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른 일행이 불안에 사로잡혀 있는 모습을 보았기에 마음의 고삐를 움켜쥐고 있어야 했다. - P277

"개 같던 세월아, 악마한테나 가라지! 해냈다! 이보시오들, 이웃님들! 이제 된 거요!" - P277

"난 처음부터 믿었어! 이미 알고 있었다고! 난 언제나 한 번은 우리 시간이 올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 난 굳게 믿으며 희망했지. 자, 그리고 보라고. 이렇게 되고 만 것을!" - P306

"너무 힘들면 헛것이 보일 때도 있어. 내가 전선戰線에 있었을 땐 밤에 마녀들이 빗자루를 타고 쫓아왔다니까. 정말이야!" - P319

"자넨 그럴지 몰라도 난 아닐세. 지옥의 끓는 물을 생각하면 난 숨이 막혀온다고!" - P321

"좀 전에 이상한 광경을 봤다고 그럴 필요는 없어. 천국? 지옥? 피안彼岸? 다 헛소리야. 난 그런 지어낸 얘기는 다 정신을 흘려놓기 위한 거라고 믿네. 그렇게 환상에 마음을 빼앗기면 진실은 영영 알 수 없는 법이야." - P321

"처진 귀, 신은 문자로는 나타나지 않아. 신은 무엇에도 나타나지 않지. 신은 자신을 보여주지 않아.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 P321

"이봐, 난 신을 믿는 사람이야!" 페트리너가 성을 냈다. "적어도 내 앞에선 조심해주게, 이 무신론자야!" - P321

"난 예전엔 잘못 생각했어. 얼마 전에야 깨달았다네. 나와 벌레, 벌레와 강물, 강물과 강을 넘어가는 고함 소리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도 없다는 것을. 모든 건 공허하고 의미가 없는 거야. 뿌리칠 수 없는 구속과 시간을 뛰어넘은 대담한 도약 사이에서, 영원히 실패하는 감각이 아닌 오로지 환상만이 우리로 하여금 비참한 구덩이에서 헤어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끔 유혹하지. 하지만 도망칠 길은 없어, 귀 늘어진 양반!" - P322

"그래서 난 우리가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다고 한 거야. 왜냐하면 모든 게 너무 완벽하게 그럴듯하거든.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거고, 그다음엔 눈을 믿지 않는 거지. 페트리너, 그건 우리가 언제나 빠지고 마는 덫이야.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믿지.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이란 게 결국은 자물쇠를 바꿔 다는 일일 뿐이거든. 그렇게 덫은 완벽하다네." - P322

"차라리 목을 매다는 게 현명하다는 거야, 늘어진 귀 양반아!" 이리미아시가 슬프게 말했다. "그러면 적어도 빨리 끝나기는 하거든. 아, 뭐. 굳이 목매달지 않아도 상관없어!" - P322

"그럭저럭. 살아지는 대로 사는 거죠." - P324

"아하, 우리는 방금 부활을 보고 왔지요." - P325

"무시무시한 종말을 보게 될 거예요. 옷 너무 따뜻하게 입지 말아요. 지옥불 앞에선 더울 테니까!" - P326

"난 내 편이지." - P327

그들은 너무 성급하게 행동했다. 그들이 농장을 떠난 것은 냉정한 계산에 의해서가 아니라 몹쓸 충동 때문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건너온 다리를 부숴버림으로써 돌아갈 기회마저 영영 잃었다. 돌아가는 것이 아무리 합리적으로 보인다 한들 이제는 길이 없었다. - P336

자신의 순수한 열정을 외면하고 모욕한 것만큼은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 P337

더 이상 기다려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 P338

비록 몇 시간 늦게 도착하긴 했어도 약속을 지키고 장차 그들은 구해줄 사람, 누가 뭐래도 그들이 고마워해야 할 사람을 의심했으니, 조급함이야말로 그들이 저지른 용서받지 못할 잘못이었다. - P346

그저 상상만 하는 것과 실제 경험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게 마련이니까. - P351

하지만 크라네르는 이리미아시의 도착과 함께 그들의 머리 위에 끼어 있던 위험한 구름이 죄다 걷혀 버렸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이리미아시가 문에 나타난 순간 상황이 급변한 것은 맞지만, 이렇게 허둥대며 텅 빈 국도를 급하게 달려가는 것이 꼭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일로 여겨지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마치 무작정 도망치는 것처럼, 자기들을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어디에 도달할지조차 모르는 채, 목표도 없고 목적도 없이 끝없는 푸르름 속으로 질주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어째서 저택을 그렇게 급히 떠나야 했는지, 이리미아시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모른다는 사실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 P354

순간, 그가 지난 몇 년간 떨쳐내지 못했던 불길한 영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는 누더기 외투를 걸치고 지팡이를 짚은 채 굶주리고 비참한 심정으로 외진 길을 따라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었다. 그가 등진 마을은 어스름 속으로 사라지고 그의 앞에는 지평선이 아물거렸다. - P354

요란한 엔진 소리를 들으며 그는 자신의 예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인정해야 했다. 그는 지금 굶주리고 얻어맞은 몸이 되어, 느닷없이 나타나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트럭에 앉아 있었다. 갈림길이 나와도 어디로 갈지 결정하는 것은 그가 아니었고, 덜컹거리며 달리는 낡은 트럭이 자신의 생을 결정짓는 것을 그는 다만 무력하게 받아들여야 했다. ‘헤어날 길이 없다.‘ 무감각하게 그는 생각했다. - P355

그는 저택의 문가에 이리미아시가 서 있는 걸 본 순간부터 이미 그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음을 깨닫고 놀란 심정이 되었다. 그가 돌아오지 않았다면 오히려 희망은 남아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이미 저택에서부터 그는 이리미아시의 말 뒤에 숨겨진 괴로움을 감지했다. 짐을 실으며 이리미아시를 쳐다보았을 때, 고개를 숙이고 트럭 곁에 서 있는 그의 모습에서 무언가 영 글렀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 P355

그는 불현듯 깨달았다. 이리미아시는 아무런 힘도 없었다. 어떤 충동이, 즉 이전의 불꽃이 다 타버려 사라진 것이다. 그가 무슨 시늉을 하건 그것은 이제까지 해오던 무언가의 관성에 불과한 것이었다. 이제 와 생각하니, 이리미아시가 술집에서 아직까지도 자신에게 매달리며 신뢰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연설을 했을 때도, 그는 자기 또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무력하다는 사실을 숨기려 했었다. 그는 자신을 압박하듯 껴안아오는 사람들에게 어떤 삶의 출구를 열어줄 능력이 없었다. 그럴 가망조차 없었다. - P356

내 갈 길은 내가 알아서 가요. - P360

‘너무 어리석었지! 어제만 해도 얼마나 믿음으로,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던가. 그런데 오늘은 모든 게 달라 보이는구나. 어리석음의 대가인 양 얻어맞아 부은 코, 부러진 이, 터진 입술, 피에 더럽혀진 몰골을 하고서 나는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배회할 뿐이다. 이건 정의가 아니야. 정의는 없다고.‘ - P362

"아직 낳지도 않은 달걀에는 신경 쓰는 게 아니야! 내일 일은 내일가서 생각하자고!" - P362

"잘 알아둬라. 인생의 비밀은 농담에 있다는 걸." - P363

"일은 어렵게 시작해서 나쁘게 끝난단다. 중간에 일어나는 일은 다 좋은 법이야. 네가 걱정할 건 마지막 순간이란다." - P363

"나는 제정신을 잃고 미쳐버렸거나 아니면 신의 은혜를 받아, 이제 마법의 힘을 갖게 되었다. 나는 말의 힘만으로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지 못한다. 나는 미쳐버렸거나..." - P388

"정말로 내가 정신을 어느 정도 집중하기만 하면 마을에서 일어날 일을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내가 쓰기만 하면 그 일이 일어난다니. 사건이 일어나는 방향을 어떻게 정할지는 전혀 알 수 없다. 왜냐하면..." - P389

종소리가 멈춘 순간 그의 마음도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듯 텅 비어버렸다. 그는 멀리서 들려오는 기이한 음향이 마치 오래전에 상실하고 만 희망의 선율처럼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내용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용기를 북돋아주고, 전혀 이해할 수 없음에도 결정적인 메시지로 다가오는 그 소리가 ‘무언가 좋은 뜻을 담고 있고 나의 확실치 않은 능력에 어떤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임을 그는 감지했다. - P389

그에게는 종소리가, 지금까지 겪은 모든 고통과 끊임없이 사태에 언어를 부여하는 고통스럽고 끈질긴 노력에 대한 보상처럼 느껴졌다. 만일 그가 종소리의 메시지를 정확히 이해한다면ㅡ특별한 힘을 가진 그가ㅡ인간의 삶에 지금껏 알지 못했던 추진력을 부여할 수 있게 될 것이었다. - P391

"용서할 수 없는 실수다. 나는 죽음의 종소리를 우렁찬 천국의 종소리와 혼동했다. 비천한 떠돌이! 어디선가 도망 온 미친 늙은이! 그리고 나는 바보였다!" - P394

‘결단을 내려야 해. 여기서는 더 살 수가 없어.‘ - P397

악몽에 갇혀 몰락하는 인물의 노력이 좌절되고 희망이 없다는 점에서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초기 소설은 카프카적이다. 그러나 카프카가 단독자單獨者를 그린다면, 크러스너호르커이는 군상群像을 등장시킨다. - 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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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신장재편판 17 - 북산vs.산왕공고 2
이노우에 타케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 전국대회 우승팀인 산왕을 맞아 전반전을 근소한 리드로 마쳤던 북산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산왕의 타이트한 수비를 뚫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결과 점수가 급격하게 벌어지고 북산 선수들은 서서히 멘탈이 나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북산 감독인 안 선생님은 포기하는 그 순간 시합은 종료된다는 말과 함께 이 벼랑 끝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을 고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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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권의 마지막 부분에서 산왕의 핵심 선수 중 한 명인 신현철의 동생인 신현필이라는 선수가 새롭게 등장했었다. 그는 키가 210cm이고 몸무게도 어마무시하게 나가는 거구중의 거구였다.

오늘 시작하는 17권에선 이 신현필과 그를 마크하는 189.2cm의 강백호가 맞대결을 벌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강백호도 객관적으로는 결코 작은 키가 아니지만, 신현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키에 몸무게에서도 차이가 많이 났다. 산왕은 이런 피지컬 차이를 이용하여 신현필에게 볼을 투입하는데, 신현필이 몸으로 강백호를 밀어붙이자 힘이나 운동능력으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웠던 강백호 조차도 금방 튕겨져 나가떨어졌다. 강백호는 심판에게 파울아니냐고 어필해보지만 농구라는 종목의 특성상 이정도의 몸싸움은 얼마든지 허용된다는 게 심판의 설명이었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도 이런 점을 보충적으로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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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호가 신현필의 피지컬에 일방적으로 밀리다보니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북산의 주장 채치수는 한 가지 요령을 알려주는데, 그것은 바로 자세를 낮추라는 것이었다. 자세를 낮추고 버티는 게 저항하는 힘을 더 키울 수 있다는 논리였다. 강백호도 원래 힘이 없는 선수가 아니었기에 이 약간의 요령은 신현필을 막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여기에 더해 강백호는 신현필이 골대 바로 밑에서만 슛을 한다는 점을 간파하고 그를 골대 바로 밑으로만 오지 못하게 막는다면 더이상 실점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강백호의 예상은 적중하여 기어코 신현필을 무력화시키는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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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전반전을 근소한 리드로 앞섰던 북산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산왕의 올코트 프레스(압박) 작전에 휘말린 것이다. 그들은 북산의 가드인 송태섭을 두 명이서 압박함과 동시에 다른 선수들에게 패스가 가는 족족 그 공을 가로채는데 성공한다. 이로 인해 후반 시작 후 3분만에 무려 16점을 몰아 넣는데 성공한다. 이후에도 점수를 추가하여 어느덧 20점이 넘는 점수 차를 만든다. 북산 선수들은 멘탈이 나가기 일보직전이었고, 관중들도 산왕이 사실상 경기를 끝냈다고 평가했다. 다만, 북산 감독인 안 선생님만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강백호에게 리바운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어떻게든 전세를 역전시키려는 의지를 보인다.

농구는 원칙적으로 신체적 접촉을 금지하는 스포츠로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100여 년이 지난 현재에 이르러서는… 서로 밀고 당기면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승패에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센터와 파워포워드는 몸싸움에서 상대를 제압해야만 한다. - P14

백호 군도 이젠 북산의 무기 중 하나예요. - P34

*포스트업: 골대 가까이에서 패스를 받기 쉽게 포지션을 따내는 것. - P38

힘으로 공격해오는 상대에게 힘으로 대항해서 어쩔 셈이냐. - P38

이건 국지전이에요. 즉 , 아무리 실력 차가 있어도 이 부분만큼은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하는 포인트로 승부하는 겁니다.... - P43

※국지전 : 지역적으로 한정된 범위에서 이루어지는 전쟁. - P43

남은 20분 동안... 여러분의 기술... 여러분의 정신.... 여러분의 체력... 갖고 있는 모든 것들을 이 코트에서 보여 주세요. - P93

승리를 잡을 기회가 오면, 전력을 쏟아 거기서 승부를 낸다. 기회를 간파하지 못하고 다음을 기다리는 건, 2류나 하는 짓이지. - P149

넌 상대를 멋지게 골탕 먹일 때가 가장 멋져, 송태섭! - P158

공격패턴을 다양하게 익혀야 해. 전국의 강자와 싸울 거니까 말야. - P197

※보디 블로(Body blow) : 권투에서 가슴, 복부를 계속해서 때리는 공격법. - P216

모든 포지션을 경험한 것이 신현철을 독특한 센터로 만들어 놓았고, 또한 그것이 국내 고교최강 센터로 군림하게 만들어 준 것이다. 가드, 포워드 급의 기술을 최대한으로 살릴 수 있는 것도, 센터 본래의 플레이까지 모두 갖춘 것도.... - P223

강력한 인사이드 플레이. 강철 같은 근육. 그는 포지션을 바꿀 때마다 엄청난 노력을 했음에 틀림없어……. - P224

생각이 지나친 건 좋지 않아요. 발이 멈춰져 버리니까. - P240

나뿐인가...? 아직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 P245

포기하면 그 순간이 바로 시합 종료예요.... - P248

자네가 공격 리바운드를 잡을 수만 있다면, 그건 우리 팀이 4점의 효과를 얻는 셈이에요!!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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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피곤했는지 초저녁에 잠이 들었다가 다시 눈이 떠졌다. 수면의 질이 좋았는지 바로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책을 펼쳤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도 밤인데,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이 소설에 나온 첫 문장에 밤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참 신기할 따름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문장을 보면서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천지창조 이야기가 생각났다. 정확한 문장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생각나는대로 끄적여보자면,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느니라.... 빛이 있으라 하니 빛이 있었고...‘ 뭐 이런 식의 문장이었던 것 같다.

위에 끄적인 성경에 나온 문장과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을 연결지어 보자면 모든 시간이 밤이었기에 빛을 만든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간단한듯 보이는 문장이지만 뭔가 심오한 우주의 섭리가 담겨있는 문장처럼 느껴진다.

이 책에 나올 내용들이 어떤 것들인지는 지금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전혀 알 수 없기에 깜깜한 밤처럼 느껴지지만, 한 문장 한 문장 읽어나가면서 독자인 내가 어둠을 밝히는 빛과 같은 역할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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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챕터의 제목은 ‘가모가와의 사냥꾼‘이라는 것인데, 가모가와는 물이 흐르는 강의 이름이고, 여기 나오는 사냥꾼은 사람이 아닌 백로라는 순백의 새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새는 자신의 몸을 지탱할 수 있는 물 속 구조물 등에 움직임없이 서있다가 물 속에 있는 자신의 먹이들을 순식간에 낚아채는 특성이 있는데, 저자는 이 특성에 근거하여 사냥꾼이라는 이름을 붙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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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좀 더 읽다보니 일본 교토에 있는 명소들에 대해 몇 가지가 나오는데,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그 이미지들이 아주 볼만했다. 만약 교토에 여행을 가게 된다면 한 번쯤 방문해보고 싶은 그런 장소들이었다.


뒤이어 나오는 이야기의 소제목은 ‘추방당한 왕후‘ 인데, 여기서는 성경 에스더 서에 나오는 와스디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그 주변 인물들에 관한 폭넓은 이야기들이 소개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 이야기와 관련된 페르시아의 역사에 대해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페르시아에 관해 들은 것은 과거 고등학교 때 세계사 시간에 잠시 스쳐지나가듯 배우고 지나간 기억밖에 없지만, 이 나라의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다면 본문을 읽어나가는데 있어 그 이해의 깊이가 좀 더 깊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래도 본문을 통해 페르시아라는 나라와 조금이라도 친숙해진 듯한 느낌이다.

이 라슬로의 작품을 읽으면서 반복적으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작가가 다양한 나라에서 저술활동을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세계 여러 나라들에 대해 간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세계 여러 나라들을 직접 가보는 게 쉽지 않지만, 이렇게 책을 통해서 만난 나라들에 대해 인터넷에 검색해보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 나라에 대한 이미지나 인상 등을 어느정도는 가늠해볼 수 있기에, 내가 알지 못했던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라슬로의 작품을 통해 내가 배울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본문의 내용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드넓은 세계를 느끼고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측면에서 라슬로 작가는 내게 이미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다른 독자님들도 라슬로의 책을 읽다보면 내가 지금 한 말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모든 시간이 밤이다. 그렇지 않다면 빛이 필요 없을 테니까.
W·토머스 핀천, 《낮에 대항하여 Against the Day》에 인용된 텔로니어스 멍크의 말 - P5

하나의 순간 속에서, 그 지나가는 것을 측량할 수 없으나 아무리 믿기지 않아도 분명히 존재하며 앞으로도 뒤로도 나아가지 않는 그 하나의 순간 속에서, 시간 속에 던져진 헤아릴 수 없이 복잡한 그물처럼 그저 빙빙 돌 뿐 어디로도 움직이지 않는 그 하나의 순간 속에서 - P13

저 새는 하나의 순간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모든 움직임을 억제해야 하거니와, - P14

"새가 하늘을 가로질러 집으로 날아간다. 지친 듯 보이는 것은, 힘든 하루였기 때문이다. 사냥에서 돌아오는 것은, 사냥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_알자하드 이븐 샤히브 - P15

즉 그는 당면 목표는 있었지만 장기적 목표는 없었으며, 그가 존재하는 공간에서는 어떤 장기적 목표도 어떤 장기적 이유도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되, 눈앞의 목표와 이유를 더 촘촘하게 엮어 그로부터 그는 빚어지고 그로부터 언젠가 필멸할 것이다. - P15

아름답다는 것의 요점은 무엇인가, 무지막지하게 정확한 부리와 의지력을 지닌 하얀한 마리가 서서 수면 아래에 무언가 나타나길 기다리다가 부리를 내리꽂을 뿐인 것을. - P17

이 모든 일은 교토에서 일어나는데, 교토는 무한한 예절의 도시요, 올바르게 처신하지 못한 자들을 심판하는 법정이요, 올바른 몸가짐을 유지하는 자의 낙원이요, 법도를 지키지않은 자를 위한 유형지다. 이 도시의 미로는 예절, 처신, 몸가짐의 미궁으로부터, 사물의 관계를 규정하는 무한히 복잡한 규칙들로부터 생겨난다. - P17

이곳에는 왕궁도 정원도 없고, 거리도 실내도 없고, 도시 위 하늘도, 자연도, 도시를 둘러싼 먼산에서 가을이면 붉어지는 단풍나무도, 절 마당의 개미자리도 없고, 니시진西陣에 남은 견직 공방들도 없고, 기타노텐만구北野天滿官신사 옆에 숨겨진 후쿠즈루 상의 유곽도 없고, 순수한 건축의 도道로 지은 가쓰라리큐桂離宮도, 가노 가문의 황홀한 그림이 걸린 니조조도, 《라쇼몽》의 음산한 배경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도, 2005년 떠들썩했던 여름 도심의 근사한시조카와라마치 교차로도 없고, 시조오하시ㅡ영원히 우아하고 신비로운 기온으로 이어지는 다리ㅡ의 매혹적인 아치도 없고 기타노오도리 무희의 작은 얼굴에 패인 고혹적인 보조개 두 개도 없고, 어마어마한 규칙 덩어리만, 모든 것 위에서 작용하며 모든 것에 확장되는 예의범절만 있었거니와, - P18

이 질서는, 사물과 사람 사이의, 사람과 사람 사이의, 더 나아가서, 사물과 사물 사이의 불변하는 동시에 변덕스러운 이 복잡성의 감옥은 인간이 온전히 파악할 수 없는바,
오로지 이와 같이, 이를 통해서만 모든 왕궁과 정원, 격자무늬로 배치된 거리, 하늘과 자연, 니시진 구역과 후쿠즈루 상과 가쓰라리큐와 라쇼몽이 있던 장소와 기타노오도리 무희의 작은 얼굴에 패인 고혹적인 보조개 두 개는 존재를 부여받으니, 그녀는 번득이는 찰나에 부채를 얼굴에서 치워 영원히 아름다운 보조개 두 개를, 추잡하고 부유한 후 원자들의 음흉한 시선으로 가득한 관중 앞에서 자연스럽고 황홀하고 매혹적이고 남자를 타락시키는 미소를 모두에게 보여준다. - P18

말하자면 고도의 집중력을 한결같이 유지하는 것은 도무지 불가능하기에, 관찰의 파동이 이루는 골에 있는 어떤 저점에서, 주의력의 파동에서 이른바 가장 낮은 어쩌면 심지어 절대적으로 가장 낮은 구간에서 - P23

이 일을 단번에 해치우는 게 나으리니 그대가 내일, 또는 내일 이후에 돌아오면 그대를 이해할 자가, 바라볼 자가 아무도 없을 것이며 그대의 모든 천적 중에서 그대가 진정 누구인지 볼 수 있는 자는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요,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하는 바로 이 저녁에 떠나는 게 나을 것이요, 밤이 내려오기 시작하면 나머지 모든 것과 함께 퇴각하는게 나을 것이요, 내일, 또는 내일 이후에 동이 터도 돌아오지 말아야 할 것은 내일이 없고 내일 이후도 없는 게 훨씬 나을 것이기 때문이니, 이제 풀속에 숨어, 몸을 낮추고, 모로 누워, 천천히 눈을 감고, 죽으라, 그대가 짊어진 숭고함에는 어떤 의미도 없으니, 한밤중에 풀 속에서 죽어, 몸을 낮추고 쓰러져, 그렇게ㅡ마지막 숨을 내뱉으라. - P27

(왕후 와스디가 왕에게만 …………… 했을 뿐 아니라 아하수에로왕의 각 지방의 관리들과 뭇 백성에게도 …………… 하였나이다_에스더 1:16) - P33

치수는 예사롭되 기법은 예사로워서는 안 되네, - P43

언젠가 이 또한 끝나리라, - P49

학식이 커질수록 무지도 커지는 법이어서 - P51

재료를 섞는 양동이가 완전히 비었는데 학자들이 골머리를 썩여봐야 결국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 P54

이 굴욕, 치욕, 몰락을 표현하려면 가장 깊은 아름다움과 대비하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으로 - P66

그들은 작품의 제목을 ‘라 레지나 바스티 라시아 일 팔라초 레알레‘로 지었는데, 이것은 ‘왕후 와스디가 왕궁을 떠나다‘라는 뜻으로, - P67

지금 앞에 놓인 일에만 집중해, 여기선 마감을 엄수해야 한다고, - P87

가슴으로 알아야지, 가슴으로! - P102

뭔가를 머릿속에 넣어두는 것과 실제로 해내는 건 전혀 다른 문젤세, 두고 봐야 할 거야, 왜냐면 힘든 일이니까, - P103

중요한 것은 의도란 말이지, - P106

저 슬픔은, 다만, 모든 것에 대한, 창조에 대한, 실존에 대한, 존재에 대한, 시간에 대한, 고통과 고난에 대한, 탄생과 파괴에 대한 슬픔이로구나 - P178

모든 것은 여전히 거기에 있고 모든 것이 지금 그와 같아서, 모든 것은 지금 여전히 거기에 있고, 모든 것은 그와 같아서 - P178

여기에 그리스도는 정말로 그리고 참으로 계시나, 아무도 그를 필요로 하지 않아서ㅡ시간이 그를 지나쳐 가고 또 지나쳐 갔고, 이제 그분이 작별을 고한 것은 그분이 이 땅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야, - P178

아크로폴리스는 햇빛이 무척 강해서 눈이 남달리 예민한 여행객은 반드시 사전에 대비해야 합니다 - P199

자신이 이곳에 보러 온 것을 영영 볼 수 없을 것임을 깨달았으니, - P202

울 수밖에 없다고 그가 생각한 것은, 자신이 이곳에 있으면서도 전혀 이곳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요, 그가 울 수밖에 없었던 것은, 자신이 꿈꾼 것을 이루었으면서도 전혀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 P204

노能란 일본 전통 가면 악극으로 피리와 북소리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아오이노우에는 겐지모노가타리라는 일본 최초의 고전 소설을 소재로한 무로마치 시대의 노다. - P215

내면에 아름다운 가면을 만들려는 욕구가 있으면 불가피하고도 무조건적으로 가장 추한 가면을 만들게 될 것이요, 이것은 언제나, 그리고 무조건적으로 언제나 그러한즉, - P222

그의 내면에는 아무것도 있지 않아서, 생각은 머릿속을 맴돌지 않고 그의 머리는 마치 무언가에 얻어맞은 듯 텅비어, 오직 그의 손만이, 그의 끌만이 왜 이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 알며, 그의 머리는 텅 비었으나 예리하게 텅 비어서, 그의 손이 작업 중인 가면을 들어올려 작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는지 점검할 때 그의 머리는 예리하니, 그때에만, 작업 중인 가면을 들여다볼 때에만 그의 머리는 명료하며, 그가 가면을 무릎 사이에 다시 떨어뜨리고 그의 손이 끌을 든 채 다시 작업에 착수하면, 다시 그의 머리는 명료하지 않고 오히려 완전히 즉각적으로 텅 비어, 서로 모순되는 온갖 생각이 맴돌지않고 소용돌이치지 않고 여기저기서 꿈틀거리지 않고,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완전한 비어 있음만이, 집 안에는 완전한 비어 있음만이 있으니, 딱히 생각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은 집 안에 비어 있음이 있기 때문이요, 동네에 비어 있음이 있기 때문이며, - P222

그는 노가 무엇이고 무엇이 가면을 ‘매혹적‘으로 만드는가 같은 질문으로 골머리를 썩이지 않으며, 그가 노심초사하는 것은 다만 제 깜냥의 한계 안에서, 또한 신사에서 몰래 올리는 기도에 힘입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뿐인즉, 그가 아는 것은 동작과 작업 방식-끌질, 조각, 연마-뿐, 즉 모든 실용적 작업 순서이지 이른바 ‘거창한 질문‘은 아니니, 그는 그것들과는 아무 볼일도 없고 아무도 그에게 그 질문들에 대처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기에, 이 텅 빈 머리는 예나 지금이나 그의 유일한 대답이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질문에 대답할 것이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머리이나, - P224

좋은 가면을 우연히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연은 여기에서 그 어떤 역할도 하지 않습니다, 물론 당신들은 무엇이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없겠지만요, 어쩌면, 그가 목소리를 낮춰, 연습과 경험이 어떤 역할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두 가지만이, 그 무엇도 아닌 이 두 가지만이 말이죠, 그건 가면이 나뭇조각, 칠하고 깎은 나뭇조각, 그 표면에서 우리가 얼굴을 보는 나뭇조각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 P235

일어날 일은 어차피 일어날 것이고 기껏해야 그들이 그를 쫓아내는 것이 전부일 테니, 뭐 어때, - P246

큐폴라 : 돔의 내부 - P251

판토크라토르 : ‘만물의 주재자‘라는 뜻으로, 예수를 묘사한 성화 장르. - P251

러시아인들은 비잔티움에서 그들에게 성화를 배워 불멸을 준비하고자 역사상 가장 부유하고 막강한 도시 콘스탄티노플로 향했으니, 이곳으로부터 아치와 큐폴라에 그려진 장엄한 판토크라토르의 미동도 없는 얼굴의 준열한 윤곽선이 비롯했으며, 이곳으로부터 그 어느 곳보다 먼저 키예프로, 그런 다음 노브고로트, 프스코프, 블라디미르와 수즈달, 라도네시, 페레슬라블, 로스토프, 야로슬라블로, 그런 다음 코스트로마로, 마지막으로 모스크바로, 모스크바로 전파되었던바 - P252

블라디미르의 성모와 볼로콜람스크의 동정녀를 결합함으로써 고대 러시아 성화 미술이 탄생할 수 있었으니ㅡ이러한 탄생에 필요했던 것은 시간이 아니라 몰입이었고 이는 하나의 단일한 과정에서 일어나지 않았던바ㅡ주된 요소는 시간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일별, 느닷없는 깨달음, 번개 같은 인식으로, 그 광경은 이해할 수 없고 인식할 수 없고 볼 수 없었다는 것ㅡ이것이 모든 성인의 생각이었는데 - P252

성화들은 그들에게 세상이 말세에 이르렀음을, 세상에 끝이 있음을 일깨웠으며, 그들은 성상에 입맞추고 그 안을 들여다보면서 기적 자체보다 더 기적적인 무언가가 존재함을, 믿음에는 자비가 있고 용서가 있고 희망이 있고 힘이 있음을 확신할수 있었으며, - P253

배랑 : 성당의 현관 - P254

그들은 성가대의 찬송을 듣는데, 온음계, 반음계, 이명 동음계를 토대로 작곡되어 점차 풍성해지는 다성악을 들으며, 8성부와 40가지 변화로 울려퍼지는 이코스에 자신을 내맡긴 채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의 전례에 따라 때가 되면 아멘이라고 말하고 성호를 그었으며, - P255

시폰키란 너도밤나무로 만든 가로대 두 개로, 그 역할은 성화판을 지탱하는 것인데 - P288

혼자있을 수 없다는 것은 얼마나 괴로운가, - P310

매일 저는 죽음을 준비합니다, - P320

내일이란 없다 - P321

내일에 대해서는 결코 생각지 않습니다 - P321

그건 제가 오늘에 대해서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게 내일은 없으니까요, 제게 미래는 없으니까요, 그것은 모든 날이 마지막 날이요, 모든 날이 온전하고 충만하며, 제가 어느 날에든 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모든 것이 끝날 것입니다, 이 말의 의미는ㅡ그가 방 끝에서 맞은편에 앉은 손님을 바라보며ㅡ그 의미는 하나의 전체가 끝나고, 머나먼 곳에서 또 다른 전체가 시작되리라는 것입니다, 저는 죽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P322

그가 한결같은 미소를 띠며 말하길, 저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가 말하길, 죽음은 언제나 제 곁에 있고, 저는 죽어도 잃을 것이 전혀 없습니다, 그것은 제겐 현재만이 모든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날, 이 시간, 이 순간ㅡ제가 죽어가는 이 순간 말입니다. - P322

당신의 영혼은 어떻게 생겼던가요?ㅡ음, 흰색이었습니다, - P322

그의 고독이 조금도 덜어지지 않는 것은, 모두가, 모두가 한 영혼이기 때문으로, -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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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신장재편판 16 - 북산vs.산왕공고 1
이노우에 타케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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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권에서 북산의 선수들은 작년 전국대회 우승팀인 산왕과의 대결을 앞두고 처음엔 다소 긴장하였으나 감독인 안 선생님의 조언으로 잠시나마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고 경기에 임한다. 기세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초반부터 밀어붙여야 한다는 안 선생님의 전략은 적중하여 경기 초반 디펜딩 챔피언인 산왕에게 딱히 밀리는 것 없이 대등한 경기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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