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피곤했는지 초저녁에 잠이 들었다가 다시 눈이 떠졌다. 수면의 질이 좋았는지 바로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책을 펼쳤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도 밤인데,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이 소설에 나온 첫 문장에 밤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참 신기할 따름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문장을 보면서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천지창조 이야기가 생각났다. 정확한 문장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생각나는대로 끄적여보자면,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느니라.... 빛이 있으라 하니 빛이 있었고...‘ 뭐 이런 식의 문장이었던 것 같다.

위에 끄적인 성경에 나온 문장과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을 연결지어 보자면 모든 시간이 밤이었기에 빛을 만든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간단한듯 보이는 문장이지만 뭔가 심오한 우주의 섭리가 담겨있는 문장처럼 느껴진다.

이 책에 나올 내용들이 어떤 것들인지는 지금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전혀 알 수 없기에 깜깜한 밤처럼 느껴지지만, 한 문장 한 문장 읽어나가면서 독자인 내가 어둠을 밝히는 빛과 같은 역할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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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챕터의 제목은 ‘가모가와의 사냥꾼‘이라는 것인데, 가모가와는 물이 흐르는 강의 이름이고, 여기 나오는 사냥꾼은 사람이 아닌 백로라는 순백의 새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새는 자신의 몸을 지탱할 수 있는 물 속 구조물 등에 움직임없이 서있다가 물 속에 있는 자신의 먹이들을 순식간에 낚아채는 특성이 있는데, 저자는 이 특성에 근거하여 사냥꾼이라는 이름을 붙인 듯하다.

모든 시간이 밤이다. 그렇지 않다면 빛이 필요 없을 테니까.
W·토머스 핀천, 《낮에 대항하여 Against the Day》에 인용된 텔로니어스 멍크의 말 - P5

하나의 순간 속에서, 그 지나가는 것을 측량할 수 없으나 아무리 믿기지 않아도 분명히 존재하며 앞으로도 뒤로도 나아가지 않는 그 하나의 순간 속에서, 시간 속에 던져진 헤아릴 수 없이 복잡한 그물처럼 그저 빙빙 돌 뿐 어디로도 움직이지 않는 그 하나의 순간 속에서 - P13

저 새는 하나의 순간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모든 움직임을 억제해야 하거니와,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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