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계속된다 - 2025 노벨문학상 수상 알마 인코그니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박현주 옮김 / 알마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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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분류상 소설로 분류되어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철학에세이 쪽에 더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양한 이야기들 속에 녹아들어있는 이 세계와 인생에 대한 저자의 생각들을 살펴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한층 더 높은 차원에서 그리고 보다더 심도있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마지막에 나온 옮긴이의 말을 통해 이해의 깊이를 한 층 더 끌어올릴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앞서 읽었던 《사탄탱고》, 《저항의 멜랑콜리》, 《라스트 울프》와는 그 결이 다르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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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우리가 살고있는 세계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반복해서 언급하는데, 오늘도 이와 관련된 얘기들이 이어진다. 다소 철학적인 성격을 띠는 내용이라 모호한 느낌도 들긴 하지만,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따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로 이어져 있는 것이라는 식의 인식을 화자가 보여주고 있어서, 독자인 내가 재작년에 개인적으로 읽었던 욘 포세 작가의 사고방식과 이 책의 저자의 사고방식이 일정부분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도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보게 만드는 내용들이었다. 특별히 시간을 대하는 태도나 관점 같은 것들이 이런 류의 책들을 읽으면서 약간은 달라진 것 같기도 하다. 우리들이 종종 말하는 ‘현재의 중요성‘이라는 것에 대해 보다더 심도있게 고민해보고 그 중요성을 더 깊이있게 느낄 수 있었다. 1분 1초, 매순간이 정말로 귀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마음속 깊이 느끼게 된다.

우리가 따로따로 별개로 말하는 건 틀린 게 아니다, 세계와 본질을 따로따로 말할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한 한도 내에서는, 이 본질에 대해서는, - P425

여러분은 이것을 직접 더 간단한 형태로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즉 뒤범벅된 장애물의 형태로 이해하리라, 무시무시하고, 괴물같이 광대하며, 우스꽝스러운 장애물의 경로, 오로지 보이지 않는 장애물과 오로지 숨겨진 저항이 사방에 있을 뿐이다, - P425

여러분 앞에 놓인 세계를 상상해보라, 더 정확하게는 거대하고 광대한 것을, 생각할 수 있는 한 최대로 거대하고 광대한 세계를 상상하라, 그러면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하나하나의 사건이 장애물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추동력, 말하자면 세계를 앞으로 밀고 나가는 힘,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힘보다는 오히려 장애물에 의존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 P426

이것은 그렇게 복잡한 일이 아니다, 그는 말한다, 그건 상상될 수 있다, 무한정의 아원자 입자 영역에서부터 무한정의 우주 영역에 이르기까지 마음으로 온 세계를 훑고 가보라, 그러면 사실을 볼수 있을 것이다, 사건일 수도, 사물일 수도, 사건의 부재일 수도, 사물의 부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이 이런 후자 쪽이라고 한다면, 그렇다면 사실은 부재이고, 사물이나 사건이 비발생했다는 정반대의 실제 사실을 지니게 된다, - P426

세계를 묶어주는 것은 장애물들이며, 구조를 말할 수 있는 한, 장애물들이 세계에 구조를 부여한다, 장애물들은 앞으로 무엇이 장애물이 되고 되지 않을 것인지를 결정한다, 이것이 되든, 저것이 되든, 나쁜 늑대가 되든, 빨간 두건이 되든, 어느 쪽은 될 것이며, 어느 쪽은 되지 않을 것인지, 어디로 갈 것인지, 어디에서 멈출 것인지, 혹은 어디에서 시작할 것인지, 과연 시작이라도 할 것인지, - P426

주님이 일으키시지 않은 것, 혹은 주님이 없애버리지 않은 건 아무것도 없다, 삶과 죽음의 주인, 세계 뒤에 있는 가장 존엄한 세계 질서, 존재의 가장 엄청난 기념비적인 구조, 이 모든 것은 또한 현존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리고 이건 정말로 별로 웃기지 않은 얘기이지만, 한편으로는・・・・・・ ...(중략)... 이 본질은 전혀 존재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존재 속에서 이 본질은 오로지 결과를 통해서만 존재한다. 그리고 이것이 세계다, - P427

그에게는 삶이 있었다, 그 삶 속에서 여기저기를 다녔다, 멈춤이 있었고 이동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이 길로는 갈 수 없었고, 다음 순간에는 저 길로 갈 수 없었다. 그리하여 한 가지는 확실하다, 지금 그는 서 있다, 지금은 사방에 장애물뿐이다, 거대한 외통수라고 할 수 있겠지, 남아 있는 유일한것은 플라스틱 물병 속의 마지막 몇 모금뿐이다, 그는 여전히 그것을 마실 수 있다, 다시 입 한가득 물을 들이켤 수 있다, 그가 영원히 멈추기 전에, 영원히 사라지기 전에, 저 거대한 냄새나는 안개가 그를 완전히 삼켜서 그를 그 누구도 도로 찾아올 수 없게 되기 전에 - P427

교회는 성경이 읽히고 이해되는 장소입니다. - P429

콘스탄티노스 카바피스 : 콘스탄틴 P. 카바피 Constantine P. Cavafy라고도 불린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의 그리스계 이집트 시인으로, 언론인이자 공무원이기도 했으며, 남긴 155편의 시 중 수십여 편이 미완이다. - P441

데르비시는 수피 우애단의 구성원을 가리키는 말이고, 이들의 집단 명상 방식으로 빙글빙글 도는 춤이 있다. - P460

메스네비는 2행구로 이루어진 시적 형식 - P461

이슬람에서 마울라나는 튀르키예어의 메블라나와 마찬가지로 스승을 의미하는 칭호다. - P461

카이단리크 : 튀르키예어로 주전자라는 뜻 - P462

술탄아메트 카미이 : 튀르키예어로 사원 - P462

사마하네 : 힌디어로 ‘생각해봐요‘라는 뜻 - P462

카눈 : 중앙아시아에서 많이 연주하는 현악기 - P462

카리예 뮈제시 : Kariye Mizesi, 카리예 박물관이라는 뜻 - P462

나는 여기 모든 것에서부터 떠납니다: 골짜기, 언덕, 길,
그리고 정원의 어치 새들, 나는 여기 술통과 사제, 하늘과 땅, 봄과 가을을 두고 떠납니다, 나는 여기 출구 경로, 부엌의 저녁, 마지막 연인의 눈길, 부르르 몸이 떨리던 모든 도시행을 두고 떠납니다, 나는 여기 땅 위에 떨어지는 짙은 황혼, 중력, 희망, 매혹, 평온을 두고 떠납니다, 나는 여기 사랑하는 이들과 내게 가까웠던 이들을, 나를 감동시켰던 모든 것, 내게 충격을 주었던 모든 것, 나를 매혹시키고 고양시켰던 모든 것을 두고 떠납니다, 나는 여기에 고귀한 이들, 자애로운 이들, 유쾌한 이들, 악마적으로 아름다운 이들을 두고 떠납니다, 나는 여기에 새로 돋는 새순, 모든 탄생과 존재를 두고 떠납니다, 나는 여기에 주문, 불가사의, 거리로 인한 도취, 무한한 끈기, 영원을 두고 떠납니다 - P468

헝가리어 ‘csapot es papot (술통 꼭지와 사제)‘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19세기 시가 출처다. 즉, ‘술통과 사제를 포함해서 모든 것(을 잊었다)"이라는 의미다. - P467

여기에 나는 이 땅과 이별을 두고 갑니다, 나는 여기서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는 앞으로 올 일을 이미 들여다보았기에, 여기에서는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 P468

"현대의 헝가리인 아포칼립스 대가(the contemporary Hungarian Apocalypse Master)" _수전 손택 - P469

이제 우리가 거의 종말에 다다랐다는 감각 - P470

우리 인생의 내러티브는 죽음으로써 완결된다 - P470

한순간의 방심이 연속되면서 반드시 실현되는 파국 - P470

결국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 속 세계는 모두 재난과 전쟁, 죽음으로 향하는 필연성을 그린다. - P470

탈출-묶임의 무한 연쇄 상태 - P471

이는 세계에 구속된 인간의 운명이다. 종말이 다가오는 (혹은 이미 다가온) 세계에서 우리는 모두 탈출을 꿈꾼다. 그러나 탈출은 매번 실패하고, 그 자리에 멈추거나 돌아가는 것만이 인간의 숙명처럼 보인다. - P471

이 소설집에서 계속 반복되는 모티브 중 하나는 헤라클레이토스의 "우리는 똑같은 강물 속에 두 번 발 담글 수 없다"
라는 만물 유전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는 전체와 개인의 삶이다. - P472

<속도에 관하여>는 지구의 자전 속도를 넘어서려는 개인의 속도에 대해 말하는데, 여기서 인간은 지구의 속도를 넘어서려고 할수록 거기에 맞출 수밖에 없다. 실로 인간은 세계를 넘어서 존재할 수 없고, 개별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건 자신 앞에 주어진 현실, 이 순간, 세부적인 분야뿐이다. 우리는현실이라는 미궁 속에 갇힌 것이나 다름없다. 이 물이 모여 거대한 삶과 죽음의 강물을 이루고 그것이 흘러가 폭포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방울의 물인 개인은 그를 볼 수 없으며 예측할 수도 없다. - P472

오래전 성인의 말씀은 100명의 입을 거친 후에는 이미 원래의 아우라를 잃고 (<모두 다 해서 100명의 사람>), 본래의 텍스트가 사라진 백지를 주석을 통해 원문을 재구성하듯이, 우리에게 남은 역사는 재해석과 재구성의 역사인 것이다(<헤라클레이토스의 길 위가 아니라>, <이스탄불의 백조). - P472

역사는 강물의 흐름처럼 유유하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와중에 부딪히는 땅의 지형처럼 장애물에 의해 형성되고,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는 예측 불가능하다. - P472

모든 내러티브는 끝으로 완성되듯이, 우리는 순간을 넘어설 때만 전체를 볼 수 있지만 인간이 전체를 보는 순간은 죽음뿐이다. 하지만 이런 예측 불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소설에서, 인간은 전체를 이해하고 사회와 역사를 바라보려는 노력을 그치지 않는다. 이렇듯 인간은 자신의 삶을 넘어서 세계와 우주를 바라보려는 노력을 그칠 수 없는 존재다. 여기에 시니컬하면서도 숭고한 역설이 깃든다. - P473

이 소설집은 인간의 한계를 통찰하지만 그를 넘어서려는 헛된 노력을 하는 문학에 대한 경의다. - P473

크러스너호르커이는 한 인터뷰에서 "긴 문장이 내게는 더 드라마틱하게 느껴진다. 몇 페이지에 걸쳐 펼쳐지는 한 문장을 쓸 때 커다란 자유를 느낀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의견에 따르면, 인간이 말을 할 때는 반복하고 다시 시작하며 되돌아가서 끝없이 문장을 이어나가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가끔은 1인칭과 3인칭이 분리되지 않고, 누가 묻고 누가 대답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사고를 표현하는 형식으로서 언어에 대한 작가의 의식이 실제의 문장으로 표현되고, 그의 문체적인 특성은 내용적인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 P474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작품은 기존 서사의 법칙을 깨는 난해함, 마침표 없이 끝없이 이어지는 문장, 동서양을 막론하고 질주하는 방대한 레퍼런스로 독해가 쉽지 않다는 평을 받는다. - P473

작품 속의 주인공들이 길을 잃고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을 헤매듯이, 문장도 출구를 찾지 않고 그와 함께 질주한다. 결국은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마침표를 만날 수 있다. 그렇듯이 우리의 삶도 곧 다가올 종말에 이르러서야 마치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종말의 감각 속의 세계는 끝나지 않는다. 인간들의 행동은 결국 모여서 파국에 닿겠지만, 그 시간을 무한히 지연시키는 것은 동료 인간에 대한 연민이며, <아무리 늦어도, 토리노에서는>에서 나오듯이 무효할지 모르는 도덕법칙에 대한 인식이다. - P474

원래 헝가리어본의 제목은 ‘세계는 굴러간다‘는 뜻이지만 수록된 단편의 제목은 ‘Megy a világ elöre‘로 한 단어가 더 붙었다. ‘előre‘는 ‘앞으로‘라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독일어 제목도 ‘앞으로의 세계‘라는 표현으로 역시 전진하는 방향을 표시했다. 세계는 종말을 향하지만, 앞으로 굴러가고 계속된다. - P474

필연적인 파국을 막기 위해 헛되이 저항해보지만 하찮은 결과만을 남길 뿐인 인간, 그렇지만 저항이 아니라면 달리 뭘 할 수 있나? 저항은 멜랑콜리를 남기지만 그렇지 않다면 끝날 듯 아직 끝나지 않는 세계에서 인간이 앞으로 살아가기 위해 갈 길은 무엇인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소설은 이 질문에 대한 문학적 탐구다. 대답이 그 안에 있는지는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 - P475

소설은 모든 것을 두고 떠난다고 작별 인사를 했지만, 우리의 작별 인사는 아직 저 앞에 남아 있다. - P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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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버라이어티 클래식 - 12g, 24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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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징에 문학작품들이 들어가 있어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느껴졌고, 포장을 뜯었을 때 느껴지는 향이 진하게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또한 마실 때 깔끔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4개를 한 번에 사놓으니 약 1달 간은 커피 떨어질 걱정 안해도 되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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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의 소제목은 ‘저 가가린‘ 이라는 것인데, 가가린이라는 이름이 의미하는 바가 있을 것 같아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러시아 출신의 유리 가가린이라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었다. 이 사람은 인류 최초로 우주에 간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본문 속 화자는 비록 현실에서는 우주에 도달할 수 없지만 머리로 그리고 마음으로 이 가가린이 갔던 우주를 혼자 상상하면서 어떤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오늘 처음 밑줄친 부분은 이러한 설명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나는 이 저주받은 곳에 땅에 뿌리내린 나무처럼 머물러 있을 것이다, 나는 움직일 수 없다, 생각만 할 수 있다, 기껏해야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마음속에 그려보려고 노력만 할 수 있다, 이 일을 처음으로 해낸 남자를, 그리고 그런 식으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 P360

나는 도서관에서 시작한다 - P361

실제의 설명 대신에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의 설명을 지어내려고 하는 노력은 헛되다, 그들의 얼굴은 즉시 의심의 빛을 띠며, 이런 문제가 그들에게 관련이 있든 아니든, 그들은 내가 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어쨌든 내가 그들에게 주는 설명도 그렇게 설득력이 없다고 느낀다, 그들은 나의 눈에서 여기서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것을 본다, 그들은 나를 믿지 않는다, - P363

니콜라이 카마닌(1908~1982)은 1960년부터 1971년까지 우주 비행사 훈련 센터의 책임자였다. - P364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따금 나의 마음을 이미 사로잡아버린 질문의 한 면에만 집중하는 것뿐이다, 늘 그런 한 면에만 한 면의 자세한 부분에만 집중한다, 그리고 그걸로 좋고, 실제로 잘되어간다, - P366

나는 세상을 차단할 수 있다, 어느 한 시점에서는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차단한다, 세계는 물론 거기 있기 때문이다, 세계는 그 나름의 이성적인 방식대로 계속 작동한다. 그 말인즉 시간의 특정한 순간과 그 특정한 세부 사항 속에서, 즉 오늘날, 내가 이 글을 쓰는 특정한 순간, 바로 2010년 7월 16일에도 세계는 여전히 합리적으로 기능한다, - P366

전체적인 관점에서 비춰 보면,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과 이유는 의미가 없다, 그 개념은 벌써 의미 없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내 말은 그건 한 번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는 뜻이다, 어떤 유의 역사적 과거에서든 단 한 번도, 사람들은 그저 그럴 필요가 있어서 거기 어떤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믿었다, ‘세계‘나 ‘전체‘, ‘멀리로부터 정해진 운명‘과 같은 단어들, 모든 그러한 것들은 그저 텅 비어 있고 의미 없는 보편성의 명칭이다, 그것에 관해서는 너무나 큰 협잡이라고 말하는 편이 가장 간편하리라, 이 모든 일이 다 그렇기 때문이다, 그저 하나의 커다란 사기다, 이것들이 인지할 수 없는 추상적 관념 같은 일이라서가 아니라, 그 형식화에 오류가 있기 때문이다, 그게 여기서 일어나는 일이다, - P366

오해, 한 사람이 삶을 단기 계약으로 빌릴 때, 그는 이 추상적 관념을 차츰 믿게 된다, 부분적으로는 이를 직접적으로 인지하고, 부분적으로는 이를 확증으로 보고, 이런 것들을 양탄자처럼 사방팔방에 깐다, - P367

게르만 티토프는 유리 가가린에 이어 두 번째로 우주 비행에 성공한 사람으로, 당시에는 역사상 최장기 우주 비행에 성공한 인물 - P368

세르게이 코롤료프는 소련 우주 개발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우주과학자로, 스푸트니크를 개발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 P368

지평선이 보인다. 아주 아름다운 섬광이 비친다.... 아주 아름답다. - P369

자르야Zarya 는 코롤료프를 칭하는 호출 신호이고, 케드르 Kedr는 가가린의 호출 신호다. - P370

브조르 : vzor, 광학 장치가 달린 항로 현창 - P373

실제로 모든 일은 앞서간 전례다, 세상 일이 그러하다, 모든 일은 그저 그 전에 온 또 다른 것을 항상 준비하고 있는 것만 같다,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만 같다, 하지만 동시에, 소름 끼치는 방식으로, 모든 일은 최종의 누적된 목표 없이 준비하고 있는 것만 같다, 그리하여 모든 일들은 그저 지속적으로 스러져가는 불똥이 된다, - P377

나는 모든 것이 그저 과거일 뿐이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모든 것은 늘 절대 일어나지 않을 미래를 향해 노력하고 있다, 더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을 향해 노력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 P377

"이것은 그 모든 일의 가장 추잡한 측면이다"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곧장 이런 추잡함은 ‘필수
‘적이었다‘라고 서술될 테니까요, - P381

삶에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 내게는 이전에도 아무것도 없었고, 나중에도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내가 지금 인생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말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는 않다, - P384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미그-15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가가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점은 가가린은 어떤 수단으로든 꼼짝없이 죽었으리라는 것이었다. - P389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옛날에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다, 음, 나는 이야기가 없다는 의견에는 동의할수 없다, 오로지 이야기만 있다, 수억 개, 수조 개, 수경 개의 이야기가 있다, 계속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이야기가 없다고 하는 건, 뭐, 우리는 오로지 이야기로 만들어졌을 뿐이다, - P392

하지만 또 다른 질문은 우리는 간단하게 이야기의 중간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늘 그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음, 여기 앞서 일어난 일들이 있어, 그리고 이 모든 앞서 일어난 일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게 된다, 그런 후에는 여기에 이야기의 귀결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나열한다, 그 이후에 오는 모든 것들을 수없이 많이 나열한다, 하지만 중간 부분, 즉 이야기 그 자체는 없다, 알맹이, 본질, 즉, 우리는 이야기 자체를 잃어버리지만, 동시에 수억 수조 개의 이야기 속에 살아간다는 건 명약관화하다, 그러나 우리가 이 본질을 똑똑히 말하려 할 때마다, 우리가 어떤 방법으로든 우리 이야기의 알맹이를 내보이고, 인식하고, 누군가의 의식으로 이끌어가려고 할 때 대체로 우리의 노력은 성공적 결과를 맺지 못한다는 건 논란의 여지가 없다, 우리가 기껏해야 앞서 일어난 일들을 자세히 묘사하며 뒤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거나 이런 귀결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우리 자신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심지어 나 자신도 이런 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나 자신도 마찬가지로 제어할 필요가 있다, - P393

나도 안다, 좋다. 앞서 일어난 일들을 표현하기 위해 서두르는 건 이제 됐어, 그 후에 일어난 일도 충분히 설명했어, 그러니 이런 망할 혼란은 필요가 없는 거야, 그러니까 그 미그-15기에만 집중하자, - P393

사서들은 도서관을 싫어한다, 그리고 우리가 그들에게 뭘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면, 실상 그들에게 끔찍한 고통을 주는 것이다, 이 사람들, 자기 자신의 고통에 갇혀 있는 이들은 평생 저장고에서 자료를 꺼내며 시간을 보낸다, 한 사람을 정말로 슬프게 하는 일이다, 나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누군가 늘 찾아와서 내 앞에 서서 도서관 자료요청서에 뭔가 써서 내민다, 그러면 나는 저장고로 간다, 이 사람이 원한 걸 찾는다, 이 자체로, 스스로 진저리나는 일이다, - P394

사서는 누군가 무언가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맞닥뜨려야만 한다, 여기 그들의 안내대로 다가오는 이들은 거의 모두그들에게 가져다준 자료를 볼 가치가 없다, 그리하여 사서들이 저장고 어디에 시선을 던지든, 거의 모든 책이 증오만을 끌어낸다, 사서들은 어느 시점이 되면, 또 한 명의 가치 없는 개인이 도서관으로 들어와서 별로 수선도 떨지 않고 그들에게 이것 좀 갖다주세요, 라고 말하지 않을까 점점 의심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사서들은 갖다줄 것이다, 뭐, 분명히 이것만으로도 한 사람을 미치게 하기엔 충분하다, 그리고 가끔이나마 도서관과 문제의 사서를 이용할 가치가 있는 위대한 정신이 찾아와 무언가를 부탁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들은 분명히 미치고 말 것이었다, 사서들도 이런 일은 좋아한다, 그제야 그들은 도서관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이용자 카드에 작품이 요청되고, 저장고를 돌아다니며 찾고, 마침내 요청받은 작품을 밝은 햇빛 속으로 가져와 그럴 가치가 있는 누군가에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서들은 이런 일들은 완전히 다른관점에서 본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사서의 눈에서 알 수 있듯이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 인생에 세 번이나 일어날까 말까한다, 소위 가치 있는 독자가 안내대로 찾아오는 일, 그리하여 대체로 이런 대형 도서관의 분위기는 시체 보관소와 비슷하다, 오로지 억눌린 증오와 억눌린 저항만이 있을 뿐이다, - P395

나는 이런 생각을 이전에는 한 번도 입 밖에 내본 적이 없다,
결국 나는 그 누구에게도 내 계획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진실을 고백하자면 나는 아무런 계획도 하고 있지 않다, 계획은 없다, 여기에 몇몇 문장을 끼적여두는 것 말고는, 어쩌면 내가 찾아낸 것을 써내려갈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른다, 아직은 모르겠다, - P403

새로운 의심의 결론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생각이 필요했다, 갑작스럽게 이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날은 사실 어제였다, 이전에 말했던 상징적인 보통의 어젯날이 아니라, 사실의 어제였다, 아니, 그게 진짜 어제가 아니라 그제였다고 해도 누가 알겠는가? 그게 중요하기나 한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점은 내가 이 사실을 떠올리자마자, 나는 즉시 그것을 이 공책에 받아 적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나는 더 새롭고 새로운 은폐 장소를 고안해내려고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 - P403

우리는 이미 손에 들어온 앞서 일어난 일들과 그 귀결에 대해 적절하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이 본질, 알맹이, 핵심에 성급히 가 닿기를 바랄 뿐이다, - P405

나는 비밀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인간은 이것을 봐서는 안 되었죠...... 이건 인간이 보도록 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너무 아름답습니다, - P406

저는 정말로 낙원을 보았단 말입니다, 그리고 낙원은 지구입니다, - P409

코마로프의 비극 : 블라디미르 미하일로비치 코마로프는 1967년 소유스 1호에 탑승한 후 지구로 귀환하다가 우주선 낙하선이 펴지지 않아 땅에 추락해 사망하였다. 우주 비행 역사 최초의 인간 희생자로 기록되었다. - P411

구세계가 끝이 나고 새로운 시대가 세 단어로 이루어진 단순한 진실로 그들을 맞는다, 실제로 모든 것이 진실이다, 라는 말이다. 성경의 가르침은 진실이며, 불경의 가르침도 진실이고, 쿠란의 가르침도 진실이며, 모든 사원들의 가르침은 진실이며, 심지어 가장 작은 종파도 그들 나름의 어리석은 방식으로 진실이다, 이제까지는 우리가 그저 이러한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다, 나는 그가 이런 말을 하고 다녔으리라고 상상한다, 단어 그대로 똑같지는 않더라도,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상상한다, - P413

내가 어디를 보든 이것만 보여, 낙원이, 어디에 있든 내 마음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 내가 말하는 동안에도 지속적으로 보여, 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누가 알겠어, 나를 순진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하겠지, 내가 백치라고, 어린애라고 생각하겠지, 낙원이 정말로 존재한다고 이해하려고는 하지 않아, 우리 지구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해, 형은 이해할 거야, 이 지구는, 우리의 어머니 지구는..... 그리고 가가린은 아이처럼 울기 시작했다, 그는 탁자 위로 몸을 던져 울었다, - P415

그들이 인간의 삶을 전과 달리 보도록 하리라, 아니, 인류는 그를 통해 뭔가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이있다, 이로 인해 지구상의 악은 완전히 무의미하게 될 것이었다, - P415

거기, 보드카 냄새에 휩싸인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앞으로도 영원히 언제나 소련의, 세계의 영웅으로 남을 사람, 아무도 그가 하는 말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에 미쳐버린 남자, 그는 완벽히 혼자였으며, 세계는 두 개로 갈라져버렸다, 한쪽에는 낙원이 있었고 그가 그곳의 유일한 주민인데, 다른 세계에는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고 이 위대한 상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인류가 살며 평소처럼 삶을 계속해나간다, 하늘이 내려준 세계에서 그 위대한 여행과 위대한 발견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세계는 이전처럼 계속 흘러간다, 그리고 이것을 가가린의 신경계는 견딜 수가 없었다, 이 신경계가 그의 신체 기능도 파괴하여, 그 마지막 나날 동안 그는 더는 살아 있는 상태를 견딜 수 없었다, 이 사실은 내게 완전히 분명해졌다, 그는 오로지 보드카로만 견딜 수 있었다, 이런 일을 당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이 남자다, - P416

다른 한편으로는 나는 헛되이 여기 있는것이다, 나는 헛되이 여기에 왔다, 그리고 위대한 비밀을 이해한 것도 헛되었다, 더는 형제 유리 알렉세예비치에게 도움이 될 수 없다, 어느 경우에도 그에게 최선의 일은 죽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었다, - P416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인간은 이것을 봐서는 안 되었다, 어느 경우에도, 이것 때문에, 이 문장의 심오한 의미 때문에, 나는 이런 생각과 함께 끝낼 것이었다, 그렇게 되는구나, 하지만 그렇게 허락된 것은 아니다, 나는 그 말을 이해했다, 이 순간에도, 그리고 앞으로 올 모든 순간에도 이를 이해한다. 그러니 이제 이 일을 끝낼 시간이다, 나는 기다리며 저절로 일어나는 일을 기다릴 욕망이 없다, 다른 식으로 될 리는 없다, 내 조사와 내 발견이 내게 힘을 주리라 생각했던 것을 앗아 가버렸다, 이를 미리 알았더라면, 나는 시작하지 않았을 테지만, 그 모든 일이 너무 근사하게 시작되었고, 여전히 더위가 푹푹 찌던 여름이었다, - P417

여기 6층의 창문을 열 것이다, 나는 창틀에 서서 내 몸을 밀어낼 것이다, 무엇이든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 건 확실히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에. 그때가 왔기 때문에. 6층에서 낙원으로. - P418

그가 어떻게 물을 마시고 그 플라스틱 물병을 더럽고 지저분한 여기 포장도로 위에 내려놓는지는 보지만, 왜는 보지 않는다, 왜 그가 물병을 내려놓는지, 뭐, 사람들은 결코 그것을 묻지 않는다, 왜 그가 더는 마시지 않는지, 자연스럽게 지금 당장은 마시지 않는다는 뜻이다, 어째서 한입만큼의 물만 마시고 더는 아닌지, 다른 말로 하면, 어째서 그는 물병을 더는 입술에 대고 있지 않은지, 어째서 그가 여기 그걸 내려놓았는지, - P420

그는 말한다, 우선 지금 세상에 있는, 이 온 세상에 있는 모든 것, 제자리에 있는 모든 것은 그 자리에 있다, 땅으로 더 멀리 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중력이 그를 끌어당기긴 하지만, 무언가가 더 강력한 무언가가 놓아주질 않는다, - P420

강의 굽이는 모두 하나하나, 물이 어떻게 땅의 한 지점으로 흐르는지에 의해 결정이 된다, 그리하여 그 주위를 돌게 된다, 즉 흐르는 강은 더 높은 땅에 있는 무엇에 부딪혀서 이 때문에 굴절된다, 그런 다음, 이렇게 무수한 굴절이 강의, 뭐라고 해야 할까, 강바닥의 행로를 만든다고 해야 할까,
소위 강바닥 노선이 된다, - P421

그들은 여기서 일어나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똥파리 떼처럼 모여 다닐 뿐, 본질을 고려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P421

주위를 둘러보라, 중력 때문에 세상의 모든 것은 제자리에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에게 묻진 않는다, 무엇이 여기를 한 사물의 특정한 자리이며 다른 사물의 자리는 아니라고 정하는 것인가? 무엇 때문에 사물들은 자기 자리를 갖게 되는가? 무엇 때문에 세계는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되었는가? 뭐, 아시겠지만, 모든 것이 중력 때문에 어딘가에 처박히게 된다, 그리고 더는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세상이 이루어진 방식이다, - P421

어쩌다 눈송이들은 저렇게 낮은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걸까, 사람들은 보통 이렇게 말한다, 무게와 부피와 공기 저항과 바람과 중력, 사람들이 최대로 생각해낼 수 있는 답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어떤 사람도 여기에 작용하는 보이지 않는 거대 체계가 있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세상이 이루어진 방식이다, 이것이 바로 이것이 그저 흥미롭지가 않은 것이다, - P422

가령 중성자와 양성자와 전자, 강립자와 경립자, 쿼크와 보스 입자, 초짝입자가 깜빡이는 등등의 영역,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연쇄가 끝없이 이어지는 영역에서는, 연쇄란 무언가로 조립되는 것이니까, 뭐, 상관없고, 중요한 점은 여기서 우리는 동작을 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동작의 방해와 멈춤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영원히 지연된다, 그리하여 우리에게는 멈춤과 동작이 있지만, 둘 다 그 뒤에는 이제부터 집중하시길, 그는 말한다, 눈에 띄지 않고 헤아릴 수도 없는 거대 체계가 있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결정한다, 멈춤일지, 동작일지, - P423

그리고 세계를 넘어선 다른 세계들이 있다, 모든 세계는 완벽하게 또 하나의 세계를 숨긴다, 물론 모든 것은 하나의 세계는 오로지 관문이라는 말로만 표현될 수 있다, 수십억 개의 세계로 향하는 비밀의 문이다, 그 세계들은 오로지 이 하나의 세계를 통해서만 닿을 수 있다, 그리고 세계 위에 세계가 있다, 하지만 정말로 거대한 엉망진창, 초혼돈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전체를 하나의 광대한 체계의 위계적 부속들로 인식하려 한다면, 이 말보다 우리가 말하려고 하는 대상을 더 잘 표현할 수가 없다, - P423

물론 그건 말뿐이다, 말은 결코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 말은 정확히 빠져나갈 길을 숨기기 위해 존재하며, 숨겨진 것의 역할을 해낸다는 것이 확실하다, - P423

그래, 막아놓은 문은 결코 열리지 않는다, 물론 생각도 딱히 나을 바는 없다, 생각도 늘 어떤 문지방에 막혀 있다, 정확히, 이 생각이 저 너머로 넘어가는 곳, 즉 말이든 생각이든 상관없다, 이건 그저 옛날에 닫혀버린 경계 같다, 들어갈 길도, 나갈 길도 없다, 그렇지만 긴밀한 인과 속에 봉쇄된 구역은 거기서 젤리 같은 물질로 흔들린다, 가치도 없이, 오해를 일으키며, - P423

우리는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다, 우리가 멈출지, 움직일지 결정하는 총체 뒤에 멈춤이나 지원된 멈춤이 있었다는 데 일찍이 동의했다면, 그는 말한다, 역시 그 뒤에 가늠할 수 없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 있는 거대 체계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동일한 것이다, 그가 든 모든 예에서는 이 똑같은 거대 체계가 작동하고 있다, - P424

말은 무력하다, 대상 주위를 빙빙 돌지만 정중앙을 맞히지는 못한다, - P424

사실상 이 체계는 가시적 영역과 비가시적 영역의 모든 것 바로 뒤에 있다는 것이며, 사실상 이 체계는 어마어마하게광대한 보편적 단위와 어마어마하게 미세한 보편적 단위의 영역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건 더 이상은 세계가 아니다, 본질이지, - P424

아마도 이런 여러 세계가 각각 자신의 본질을 갖지만 동시에 모두 함께 있다, 그것이 우리가 세계를 생각해야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동시에 함께 있다고 생각하니까, 이러한 세계들과 이러한 본질은 서로 떨어질 수 없다, 이들은 같은 천으로 만들어졌고, 이 본질은 소위 자신만의 특정한 세계로 짜 넣어졌다, - P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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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수 소송의 모든 것
이규호 지음 / 북랩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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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누수소송의 유형을 크게 5가지로 분류하여 각각의 사례별로 해당되는 법리를 간단히 소개하고, 이와 관련하여 피해자가 청구할 수 있는 권리들에 대해 설명해준다.

본문에서 가장 먼저 다룬 유형은 바로 공동주택 층간 누수 분쟁이다. 아마도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분쟁유형이라 그랬는지 페이지 수도 가장 많이 할애되어 있다. 여기서 공동주택은 아파트나 빌라 등과 같이 여러 사람들이 한 건물에 모여서 거주하는 곳을 지칭하는데, 누수의 경우 일반적으로 윗집과 아랫집 간에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들이 많다. 이는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속성때문인데, 간혹 바로 맞닿은 위아래층이 아닌 경우들도 있긴 하다.

어쨌든 세부적인 유형과는 무관하게 누수를 발생시킨 쪽을 가해자로, 누수로 인해 피해를 입은 쪽은 피해자로 지칭한다. 일반적으로 누수소송의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들이 99.9%이다. (간혹 입장이 바뀌는 경우들이 있으나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 감정(鑑定, appraisal)이라는 것을 통해 피해 세대의 피해 현황을 파악하게 되고 이 감정 결과에 근거하여 판사가 손해배상액을 특정하게 된다. 결국 소송이라는 것도 이 손해배상액을 가능한 한 많이 받아내기 위해 하는 것이기에 법원 감정의 결과가 소송의 전반적인 승패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누수소송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이 감정(鑑定, appraisal)이다.

그런데, 소송을 하다보면 당사자간에 서로 주장이 대립되게 되고 이로 인해 상호간에 고성이나 거친 말이 오갈 수 있기에 감정(感情, emotion) 싸움을 하게 된다는 얘기를 저자가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하는데, 한 사람의 독자로써 굉장히 공감가는 내용이었다. 각자가 중립적인 제3자 없이 대립할 경우 당사자간에 이해관계가 극단적으로 대립하다보니 불가피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게 바로 감정적인 대립이다. 감정emotion을 배제하고 법원 감정appraisal에 따르는 게 문제를 조금이라도 빨리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또한 이 법원 감정appraisal시 유의사항에 대해서도 저자가 이런저런 팁들을 던져주는데, 이를 참고하여 법원 감정을 잘 받는다면 승소판결을 받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본문에서는 소송에 들어가기에 앞서 누수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밝히는 것부터 시작하여 손해배상청구시 반영이 가능한 각종 비용항목들 그리고 공동주택에 임차인이 거주할 경우에 대응방법 등 공동주택의 유형 속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세부적인 유형별로도 대응방안을 소개해주고 있어서, 공동주택 층간 누수 분쟁 상황에 있는 독자들이 자신의 분쟁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을 적잖이 배울 수 있다.


다음으로는 상가 임대차 누수 분쟁과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근본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의 설정은 앞서 소개한 공동주택 층간 누수 분쟁과 동일하지만, 상가의 임대인과 임차인 간에 발생할 수 있는 특수한 분쟁 상황들을 소개하면서 각 상황에서 주의깊게 챙겨야 할 목록들을 소개하고 있기에 만약 이 유형의 분쟁상황과 유사한 상황에 놓여있는 독자들이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본문에 세번째로 나온 유형은 부동산 매매시 발생가능한 누수 분쟁이다. 매도자와 매수자 간에 거래를 할 때 매도자가 누수사실을 매수자에게 알리지 않고 매도할 경우 민법상 하자담보책임이라는 것을 지게 되는데, 이는 하자있는 물건을 하자가 없는 것처럼 속여서 넘기는 것이기에 일종의 '사기' 거래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불완전 이행책임, 불법행위책임 등이 병존하는데, 매도자가 이러한 책임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부동산과 관련된 갖가지 속성들을 매수자에게 정확히 알리고 거래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이런 것들을 꼼꼼히 살피거나 확인하지 않고 거래가 이루어질 경우 거래완료 시점 이후에 피치 못하게 서로 얼굴 붉힐 일을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서로 피곤해지는 것이기에 가급적 서로 지양해야 할 것이다.

본문에 소개된 네번째 유형은 분양 계약 누수 분쟁인데, 이 유형에서는 시행사, 시공사, 소유자 간의 극한 대립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즘 신축아파트들이 적잖이 지어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구축아파트도 아닌 지은지 얼마 안 된 아파트에서 누수가 발생한다면 해당 건물을 분양받은 소유자와 이를 배상해줘야하는 시행사 또는 시공사 측 간에 책임문제와 관련된 이슈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 유형의 경우 위에서 언급했던 유형들에서 발생했던 문제들이 좀 더 강한 강도로 터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피해자에게 보상해야 하는 손해보상의 금액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는 것 등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마지막 다섯번째 유형은 앞서 언급했던 유형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빈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어쨌든 누수와 관련된 유형으로써 인접공사로 인한 누수분쟁, 방수공사 계약 분쟁, 공인중개사와의 분쟁 등이 소개되어 있다.

각각의 유형들이 무슨 사전식으로 나열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독자 개개인마다 자신이 해당되는 누수 분쟁의 유형을 정확히 파악하고 분쟁해결을 위한 유용한 팁들을 본문에서 배운뒤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적용한다면 자신이 처한 분쟁상황을 온전히 해결하는데 적잖이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법률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일반인들이 법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를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데, 아무런 배경지식도 없이 무작정 변호사를 찾아갔다가 적지않은 시간과 돈을 허공에 날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 책에 나오는 누수와 관련된 최소한의 법률 지식을 갖춘 상태에서 누수분쟁 해결을 위해 변호사와 상담을 진행한다면 좀 더 효율적으로 그리고 문제해결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으로 대화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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