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포스팅에 이어서 아침식사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지난 번 포스팅에서 처음 언급된 ‘혈당 스파이크‘는 정말로 주의해야 한다. 이 책에서 얘기해주는 사항들만 잘 지켜도 피로로 부터 강해짐은 물론이고 건강 수명을 연장할 수 있을 듯 하다.

또한 스탠퍼드 운동선수들의 식단을 소개하면서 점심에 식후 부담이 없는 샐러드를 주로 먹는다는 얘기가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점심때 밥을 먹으면 피로가 몰려왔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한 번 시도해봄직한 방법일 듯 하다.

그리고 스탠퍼드 스포츠영양센터 식당의 샐러드 바에는 다양하고 풍부한 채소가 구비되어 있는데 독특한 점은 대부분의 채소들이 날것의 상태로 제공된다는 점이었다. 이는 채소를 익히거나 하는 등의 가공을 거칠 경우 채소에 내재된 영양소가 빠져나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읽으면서 자연 그대로의 것이 가장 몸에 좋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이어 p.176에 밑줄 친 내용 중에 소고기 안에 피로 해소에 도움을 주는 물질이 많이 들어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걸 보고 사람들이 왜 소고기 소고기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 그런다기보다는 단지 소고기가 부드럽고 맛있다는 이유로 그런 말을 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어쨌든 이 책의 내용에 근거하면 몸에 좋은 건 확실한 듯 하다. 독자인 나는 고기라면 딱히 가리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소고기를 좀 더 강하게 선호하게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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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좋은 음식이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는 하지만 우리 몸이 섭취한 음식의 영양소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일일이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즉각적으로 그것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반면에 이와 대조적으로 나쁜 음식은 그 영향이 즉각적으로 느껴질 수 있음을 언급한다. 그러므로 몸에 좋은 음식을 선별해서 먹을 것을 강조한다.

좋은 것만 먹어도 피로회복이 될까말까한데 몸에 해로운 걸 자꾸 먹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듯 하다.

마지막에 밑줄친 부분에서는 ‘단 음식‘의 폐해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단 거 좋아하는 습관이 있다면 가급적 끊어 내도록 하는 게 피로에 강한 몸을 만드는데 바람직할 듯 하다.

수면과 마찬가지로 식사 시간을 고정하면 생활에 일정한 리듬이 생겨 피로회복에 영향을 미치는 자율신경이 안정된다. 아침에는 보통 특별한 일정이 없으므로 세끼 중 식사 시간을 고정하기 가장 쉽다. 게다가 아침 먹는 시간을 고정하면 기상 시간도 고정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생활리듬을 정돈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 P164

다만, 식사 시간이 부족할 때도 반드시 아침을 먹어야 한다는 원칙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식사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면 급하게 먹을 수밖에 없는데 이는 혈당 스파이크를 부추기는 또 다른 원인이기 때문이다. - P164

아침부터 피로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아침 먹는 시간을 고정해 여유를 가지고 식사하는 것이 가장 좋다. - P164

식이섬유는 혈당치의 상승 폭을 완만하게 유지해준다. - P165

요구르트와 치즈도 미국 사람들이 아침 식사로 자주 찾는 메뉴다. 둘다 위장 내 환경을 갖추는 데 도움을 주는 발효식품으로 단백질도 섭취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갖는다. 다만, 프로세스치즈(두개 이상의 천연치즈를 녹여서 향신료 등을 넣어 제조한 가공치즈 옮긴이)처럼 가열 처리한 치즈에는 유용한 균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천연치즈를 먹어야 좋은 균을 더 많이 장으로 보낼 수 있다. - P166

요구르트나 치즈 외에도 발효식품으로 구성된 아침밥은 영양이 풍부해서 좋다. 특히 된장은 세계가 인정한 우수한 영양식품이다. 오이의 경우 생으로 먹을 때보다 된장에 절였을 때 비타민 B1이 증가해 피로 해소에 효과적이다. - P166

특히 아침에는 몸이 가장 굶주린 상태이므로 영양 흡수율이 높다. 몸속에서부터 피로에 강해지려면 아침밥으로 된장국, 청국장, 채소된장절임 같은 우수한 발효식품을 즐겨 먹자. - P166

스탠퍼드에서는 모든 식사를 약간 모자란 듯 먹는 것을 철칙으로 삼는다.
너무 배가 부른 상태에서는 움직임이 둔해진다. 따라서 대부분의 운동선수들이 오전 훈련이 있는 날에는 아침 식사의 양을 알아서 조절한다. 배가 가득 찰 때까지 먹으면 소화에 시간이 걸리고 아침밥과 점심밥 사이에 권태감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 P167

저녁밥을 너무 많이 먹는 것도 좋지 않다. 너무 많은 양의 저녁을 섭취하면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 위장이 소화를 위해 에너지를 다 써버린다. 그러면 수면 중 ‘회복‘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몸의 피로를 충분히 풀 수 없다.
약간 모자란 듯싶게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피로를 제때 풀지 못하고 다음 날까지 쌓아두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 P168

약간 모자란 듯 먹는다는 철칙과 함께, 운동선수들은 그 대신이라고 할 정도로 ‘자주‘ 먹는다. 훈련 중에 간식을 섭취해 에너지를 보충하면 에너지 방전으로 생기는 피로를 예방하고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간식을 섭취하면 식사 시간에 배부를 때까지 먹으려 들지 않는다. - P168

선수들의 간식은 주로 영양사가 엄선해서 준비해둔 견과류나 곡물, 말린 과일을 굳힌 에너지바 등이다(최대섭취량은 에너지바 1개가 기준이다. 견과류는 알다시피 단백질, 미네랄과 같은 영양소가 풍부한 식품이다. 과일도 간식으로 안성맞춤이다. - P168

‘모자란 듯싶게 먹기‘와 ‘견과류나 과일 등의 간식으로 에너지 보충하기‘ 원칙을 활용해 지나친 포만감을 방지하자. - P168

스탠퍼드 선수들의 점심 메뉴는 기본적으로 단백질과 샐러드로 구성되어 있다. 닭가슴살이나 구운 쇠고기, 치즈와 양상추, 토마토를 넣어 만든 샌드위치와 같은 간편한 음식을 주로 먹는다. - P169

빵은 되도록 적게 먹으라고 당부하는데, 식사에 빵이 포함되어있을 때는 되도록 호밀빵처럼 섬유질과 영양가가 풍부하고 당질이 적은 ‘갈색 빵‘을 준비해달라고 요청한다. 갈색 빵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식이섬유가 혈당치 상승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 P169

서양의 많은 나라에서는 메인 요리 전에 빵이 먼저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파스타를 주문했을 때에도 빵이 함께 나올 때도 있다. 하지만 메인 요리를 먹기 전 당질이 많이 포함된 빵을 먼저 섭취하는 것은 혈당 스파이크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특히 파스타와 빵의 조합은 탄수화물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 따라서 원정경기시 점심 메뉴로 파스타가 제공될 때는 호텔 측에 미리 빵은 빼달라고 부탁한다. - P170

탄수화물은 한 끼에 ‘한 그릇‘만 섭취하는 것이 스포츠의학센터의 기본 방침이다. 혹여나 원정지의 호텔 뷔페에서 식사할 때는 선수들이 빵만 먹지는 않는지, 채소는 충분히 먹는지,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지 몰래 지켜볼 정도다. 초콜릿쿠키와 같은 과자가 놓여있으면 치워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 P170

아침 식사도 마찬가지지만, 너무 세세하게 규칙을 정해두면 선수들이 식사 시간을 즐기기는커녕 긴장을 풀지 못한다. 게다가 잘못된 반발심으로 정크푸드로 치달을 위험도 있다.
그러므로 피로에 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하루 식사의 단백질과 탄수화물의 비율을 3:1로 유지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목표만 세운다. 탄수화물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단백질을 탄수화물의 두 배 이상 먹는다는 기준을 정해놓는 것이다. - P170

한국이나 일본처럼 밥이 주식인 나라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탄수화물을 섭취하게 되므로 이러한 기준을 세워두지 않으면 탄수화물과 단백질의 비율이 뒤바뀌기 쉽다. 탄수화물은 소화 시 당으로 변하므로 너무 많은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당분 과다 상태에 빠지게 되기 쉽다. 단백질과 탄수화물의 균형을 잡을 때는 건더기가 많고 밥은 적은 소고기덮밥의 이미지를 떠올리자. 식사의 균형을 계산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 P171

 스탠퍼드에서는 단백질과 탄수화물의 비율을 계산할 때 ‘고기의 양이 3배 많은 소고기덮밥‘을 생각한다. - P171

식사는 약간 모자란 듯 먹고 배고픔이 느껴질때마다 간식을 챙겨 먹는 것이 피로를 예방하는 올바른 식사 습관이다. 특히 간식으로는 과일을 추천한다. - P172

스탠퍼드의 선수들은 간식으로 바나나, 오렌지, 사과, 배 등의 과일을 즐겨 먹는다. 사과나 배는 통째로 베어 먹기도 하는데 껍질을 벗길 필요 없이 손쉽게 먹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선호한다. 실제로 가능한 본래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과일을 고르는 것은 간식을 위한 과일을 선택할 때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 P172

과일에 든 당이 몸에 해롭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도 있겠지만, 소모한 에너지를 보충하는 차원이라면 일정 정도의 당은 결코 나쁘지 않다. 피해야 할 것은 단백질 섭취량을 훨씬 웃도는 탄수화물과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위장에 부담을 주는 과도한 지방질이다. - P172

똑같이 단맛이 느껴지는 음식이라도 과일에는 지방질이 적으므로 해롭지 않다. 무엇보다 과일에는 피로 해소를 돕는 비타민이 풍부하기 때문에 피로를 예방하고 해소하기 위한 간식으로 더욱 적절하다. - P172

채소에는 피로 해소를 돕는 비타민류가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을뿐만 아니라 소화를 돕기도 한다. 때문에 스탠퍼드의 선수들은 점심에 샐러드를 즐겨 먹는다. - P173

중요한 것은 이렇게 잦은 식사를 하는 선수들의 점심 메뉴가 대부분 식사 후에 속이 더부룩하지 않고 가벼우면서도 영양가도 풍부한 샐러드라는 것이다. - P173

점심에 많은 양의 채소를 집중적으로 섭취하는 샐러드 식단은 영양 보충과 소화를 돕는 데 탁월하므로 스탠퍼드의 선수들처럼 하루에 여러 번의 식사를 챙겨 먹는 1일 다식 프로그램을 실천할때 포함시키면 좋다. - P173

선수들이 원정경기를 갈 때면 나는 선수들이 묵는 호텔 측에 식사 때마다 반드시 케일이나 시금치 등의 잎채소와 호박, 브로콜리, 당근, 파프리카 등의 녹황색 채소를 준비해달라고 요청한다. 실제로 여러 번의 식사 시간 중 선수들의 채소 소비량이 가장 많은 때는 점심 시간임을 확인할 수 있다. - P174

시금치든 셀러리든 미국의 샐러드바에 놓인 채소는 적당히 거칠게 다듬어져 있다. 꼼꼼하게 손질하지 않아서 때때로 시금치에는 뿌리 부분이 섞여 있고 셀러리에는 줄기나 잎이 뒤섞여 있다. 마치 손질이 덜 된 상태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피로에 강한 몸을 만들기에는 이 정도가 딱 좋은 손질법이다. - P174

브로콜리나 콜리플라워에는 스트레스에 강한 몸을 만들어주는 비타민 C가 풍부한데 이들을 익히면 대부분의 영양소가 빠져나간다. 날것일 때 훨씬 영양가가 높다. 시금치 역시 뿌리 부분이 더 영양가가 높고 셀러리도 이파리에 식이섬유와 피로 해소를 돕는 비타민 B군을 더 많이 포함하고 있다. 토마토에는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glutamic acid 이라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 역시 상처를 낫게 하고 소화를 돕는 작용을 한다. 토마토는 아무런 손질도 필요없이 손쉽게 먹을 수 있으므로 샐러드에 빠뜨리지 않고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 P175

스탠퍼드의 방식을 따라 집에서 샐러드를 만들 때에도 채소를 대충 손질하는 것은 어떨까? ‘대충 다듬어서 씻기만 하면‘ 일손도 덜고 영양소도 효율적으로 섭취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있다. 피로에 강한 몸을 만들고 싶다면 시도해보자. - P175

운동선수는 저녁으로 지방이 적은 소고기, 흰 살 생선, 닭고기 등 포만감이 드는 단백질 음식을 주로 먹는다. - P175

특히 소고기는 지방질이 적고 피로 해소의 기본 구성 성분으로 알려진 L-카르니틴 Carnitine이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다. 마늘에는 알리인allin 이라는 성분이 풍부한데 알리인이 소화 시 분해되면 피로 해소를 돕는 알리신 allicin 으로 변한다. 스테이크를 만들 때 마늘을 넣으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P176

덧붙이자면, L-카르니틴은 근육통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데 이 성분은 소고기뿐 아니라 우유에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스탠퍼드의 선수들은 우유를 즐겨 마신다. - P176

흰 살 생선은 대표적인 저칼로리, 고단백 식품이다. 참고로 연어도 흰 살 생선으로 분류된다. - P176

닭고기 역시 저칼로리 · 고단백 식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중에서도 닭의 간에는 눈이나 피부 점막을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돕는 비타민 A가 풍부하다. 소화 흡수도 잘 되므로 자기 전 마지막 식사인 저녁 식재료로 매우 적합하다. - P176

‘피로 해소‘의 관점에서 가장 권하고 싶은 식재료는 무엇보다 닭고기다. 특히 닭가슴살이 가장 좋다. 그중에서도 가슴살 가장 안쪽의 닭안심은 지방이 매우 적은 부위인 데다 가열해도 촉촉해서 먹기 편해 피로회복식으로 안성맞춤이다. - P176

특히 닭가슴살에 든 피로회복 물질인 이미다졸 디펩티드imidazole dipeptide는 세포를 훼손하는 ‘산화 현상‘을 막아줄 뿐 아니라 활성산소를 제거해 뇌의 피로를 풀어준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철새가 장시간 지치지 않고 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새의 날갯죽지(가슴살부근)에 이미다졸 디펩티드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 P177

사실 이미다졸 디펩티드는 자주 사용해 피로가 잘 쌓이는 부위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멈추면 죽는다고 알려진 회유어종 중 하나인 참치는 헤엄치는 내내 움직여야 하는 꼬리와 지느러미 부분에 이미다졸 디펩티드가 있다. 자고 있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일을 하는 인간의 뇌에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고 한다. - P177

빵이나 밥 등 탄수화물이라고 해서 전부 건강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 정제된 밀가루로 만든 빵이나 백미에는 당질이 많아 피하는 것이 좋고, 호밀빵이나 현미로 대신하는 것이 좋다. 쉽게 말해 흰 것을 피하고 갈색을 선택하면 된다. - P177

나는 종종 선수들의 식단으로 제공되는 샐러드에 흰 빵 대신 세계에서 가장 작은 파스타로 불리는 ‘쿠스쿠스‘를 섞어 제공한다. 쿠스쿠스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칼슘과 마그네슘도 포함되어 있다. 미네랄의 일종인 마그네슘은 뼈와 치아를 튼튼하게 할 뿐 아니라 스트레스를 줄이고 대사를 활발하게 하는 등, 그야말로 ‘컨디션관리를 돕는 든든한 아군‘이라 할 수 있다. - P177

잡곡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퀴노아, 아마란스, 피, 기장과 같은 잡곡은 우리 몸에 매우 이롭고 컨디션 관리에 탁월한 먹거리다. 식이섬유와 비타민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혈당치의 상승을 억제하고 내장의 피로 해소를 돕기 때문이다. 잡곡 역시 선수들이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섭취할 수 있도록 샐러드에 섞어 제공하는데, 이전에 담당했던 남자 농구팀 선수들은 스탠퍼드식 식단을 통해 ‘잡곡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을 정도다. - P178

실제로 퀴노아에는 흰쌀밥의 약 8배나 되는 식이섬유가 들어있다. 단백질, 칼륨, 칼슘, 마그네슘, 철분 같은 우리 몸의 필수적영양소도 백미에 비해 2~8배 많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우주 식량 후보로 퀴노아를 선정했을 정도다. 그야말로 슈퍼푸드라할 만하다. 일반 대중에게는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슈퍼모델들이 자신의 식단에 퀴노아가 빠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 P178

기장에는 근육의 피로를 푸는 비타민B1이 풍부하며 피로 해소에 빼놓을 수 없는 칼륨과 마그네슘도 섭취할 수 있다. 아마란스에는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ysine이 들어 있는데, 이는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만드는 작용을 돕고 에너지 대사를 활발하게 한다. - P178

피로에 강한 몸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적극적으로 잡곡을 섭취하자, 자연스럽게 항피로 체질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 P178

한 가지 고백하자면, 이제까지 설명해온 피로 해소에 좋은 음식을 먹는다고 해도 곧바로 피로가 풀렸다고 느끼기는 어렵다. 섭취한 음식의 영양소를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는 우리가 직접 정하는게 아니라, 우리의 몸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P179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었다고 해도 변화를 실감하기 어렵다 보니,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습관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꾸준히 실천하는 동기부여가 잘되지 않는다. 식습관을 바꿔 피로를 개선하기 힘든 이유가 여기 있다. - P180

반면 몸에 해로운 음식을 먹었을 때 우리가 느끼는 피로감과 권태감은 상당히 즉각적이다. 몸에 나쁜 음식은 위장에 부담을 주어 ‘내장 피로‘를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기름진 튀김을 먹고 위가 더부룩해서 다음 날 힘들었던 적은 없는가? 이는 무리한 위장 운동으로 인해 내장 피로가 발생했다는 증거다. 특히 음료는 소화 흡수가 빨라 피로 증세도 더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 P180

오늘 먹은 음식이 하루의 컨디션을 망가뜨릴 수 있다. 이 점을 반드시 기억하기 바란다. - P180

앞에서도 강조했듯이 아침을 빠뜨리지 않고 챙겨먹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아침 메뉴로 피해야 하는 음식도 있다. 바로 ‘단 음식‘이다. - P180

아침에 먹는 음식의 성분이 대부분 당으로 이루어질 경우 혈당스파이크가 일어날 확률은 수직 상승한다. 결국 피로에 약한 몸이 된 상태에서 하루의 시작을 맞이하는 것이다. 게다가 단 음식들은 중독성이 강해 필요한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는 다른 음식들을 섭취하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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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의 중요성이야 늘상 알고 있는 것이지만, 책의 내용을 통해 좀 더 운동의 효과에 대한 믿음이 더 커지는 듯 하다. 의식적으로 운동하려고 애쓰지만, 때론 나태해질 때도 있는데 다시 한 번 동기부여되는 내용들이다. 추가로 육체적인 운동이외에 정신적인 운동인 명상도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데 명상은 제대로 해본적이 그리 많지는 않은데 한 번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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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서 나오는 내용 중에 ‘의도성 체감의 법칙‘이라는 것이 나오는데 이는 지금 해야하는 일을 미룰수록 실천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보면서 내가 읽고 있는 책 중에 영어회화 책이 문득 떠올랐다. 원래 작년부터 보던 책이었는데 한 때는 나름 꾸준히 보다가도 어느순간 흐지부지된 경우다. 그 책은 전체 분량의 절반정도만 보고 요 근래에는 보지 못한 상태인데, 의도적으로라도 다시 읽어나가도록 애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마감효과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는데 이게 적용되는 일이 있고 그렇지 못한 일이 있다는 얘기가 와닿게 느껴졌다. p.228 부터 밑줄 친 내용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나와있으니 참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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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p.232에는 ‘자이가르닉 효과‘ 라는 것도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처음 들어본 용어였다. 간단하게 의도적으로 여운을 남기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읽다보니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할 때 적용해보면 좋을만한 개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효과를 잘만 이용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될 듯 하다.

‘자이가르닉 효과‘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차단 완료 효과‘ 라는 것도 나오는데 이것은 휴식시 온전히 잘 쉬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완전히 마무리한 후에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개념이다.

위의 두 가지 효과(자이가르닉 효과, 차단 완료 효과)를 적절히 잘 활용한다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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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나온 내용 중에 p.237에 밑줄 친 여유시간과 관련된 내용이 있는데, 이 시간은 쉬는 시간이 아니라 ‘지금까지 한 일을 점검하고 앞으로 할 일을 준비하고, 할 일들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 이라는 말이 와닿게 느껴졌다.

보통 어떤 일을 끝내고 쉬는 시간이 되면 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위해 스마트폰으로 웹서핑을 한다던지 유튜브나 SNS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시간을 직접적인 일을 하진 않지만 그동안 한 일을 점검하고 어긋난 계획을 수정하는 시간들로 삼는다면 좀 더 알찬 시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화 경영 전문가 고 구본형 소장은 북한산 인근으로 이사 간 후에 텃밭을 가꿨다. 머릿속에 가득 찬 편견과 왜곡 등의 정신적 노폐물이 덧밭을 가꾸는 동안 땀으로 배출된다고 했다. 그는 머리를 비우기 위해서 텃밭에서 땀 흘리며 일했다. 운동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땀을 흘리는 기능에 그치지 않는다. 운동은 최고의 명상 도구이기도 하다. - P219

마음 챙김 명상으로 유명한 틱낫한 스님은 잡념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프랑스의 플럼 빌리지에서 정원을 가꾸는 노동에 열중했다. 달리기, 수영 등 전신을 움직이는 운동을 하면 무아지경에 빠진다. 몸이 힘들면 나쁜 기억을 떨쳐낼 수 있다. 노동과 운동은 육체적인 활동에 집중해서 나쁜 기억을 잊게 하고 정신을 맑게 한다. - P219

달리기나 수영은 육체적인 운동이고 산책과 명상은 정신적·심리적인 운동이다. 육체적인 운동과 심리적인 운동을 해서 매일 스스로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야 실행을 지속하는 힘이 생긴다. 규칙적인 운동은 활력을 키워준다. 운동을 하면 피로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적당한 운동은 숙면에 도움을 주고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 P219

육체적인 피로는 하루에 1시간 정도, 4킬로미터 걷기 운동으로 풀 수있다. 육체적인 피로는 가벼운 운동으로 푸는 게 좋다. 1시간 정도 걸으면 적당한 피로감을 느낀다. 적당한 피로감은 기분 좋게 잠이 들도록 도와준다. 이런 피로감을 ‘기분 좋은 피로‘라고 한다. 반대로 기분 나쁜 피로는 몸은 힘들지만 잠이 오지 않는 것이다. 대충 시간만 때우고 일에진척이 없을 때는 기분 나쁜 피로가 쌓인다. 기분 좋은 피로는 일에서 만족감을 느낄 때 생기고 우리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 P220

만성피로와 무기력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두 달 동안 하루에 30분씩, 일주일에 3일 정도만 운동하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정신적 활력은 명상, 요가, 산책 등의 활동으로 생긴다. 아침에 할 일을 정리하면서 일과를 계획하는 동안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활력이 생긴다. 의식적으로 기운이 넘친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면 정말 기운이 난다. - P220

미루기는 영어로 ‘procrastination‘ 라고 쓴다. ‘pro‘는 ‘앞으로crastinus‘는 ‘내일의‘라는 뜻이다. 미루기는 타당한 이유나 목적없이 꼭 해야 하는 일을 뒤로 미루는 과제 회피 taskavoidance행동이다‘ - P220

나태함과 미루는 습관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루는 습관은 기본적으로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생긴다. 할 일이 늘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모든 일을 자기가 직접 해야 마음이 편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대신하는 일을 믿지 못한다. 자기가 한 일도 여러 번 확인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도 있다. 나태한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반면, 미루는 사람은 늘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할 일이 쌓인다. 일을 미루는 사람이 미루는 습관만 없애면 시간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 P221

많은 사람들이 할 일을 계속 미루는 바람에 ‘의도성 체감의 법칙 The Law of Diminishing Intent‘에 빠진다. 의도성 체감의 법칙은 지금 해야 하는 일을 미룰수록 실천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 P221

일을 미루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일을 해야 하는 동기가 부족하다. 둘째, 할 일을 정리하면서 미래에 느낄 성취감을 시각화하지 못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것도 미루는 습관 때문이다. 미루는 습관을 없애려면 자기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동기부여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긍정적인 모습을 시각화하라고 말한다. - P221

어떤 일이든지 미루고 싶을 때는 두가지 상황을 생각하면 된다. 이 일을 완료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오는 상황과 이 일을 하지 않았을 때 고통을 겪는 상황을 생각한다. 기쁨과 고통을 상상하면 미루는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다. - P222

기록하면서 할 일을 점검하고 잠시 잊었던 일을 다시 상기한다. - P222

기록하는 습관이 중요한 이유는 미루는 습관을 극복하는 첫 번째 열쇠이기 때문이다. 할일 목록을 점심 식사 후에 살펴보고 완료한 일, 추가로 할 일, 우선적으로 할 일 등을 점검한다. 하루 일과를 끝낼 때도 할 일 목록에서 추가한 일, 다시 해야 하는 일 등을 살펴본다. 수정이 필요한 부분은 다시 정리하고 완료한 일은 삭제하고 기억에서도 지운다. 할일 목록을 다시 보고 수정해서 기록하지 않으면 할일 목록의 기능은 반감된다. 시간관리는 기록과 실행, 점검 그리고 기록과 실행, 점검을 무한반복하는 것이다. - P222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은 다이어리를 항상 가지고 다니며 할 일 목록을 점검하고 수정한다. 할일, 회의내용, 갑자기 떠오른 생각,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 나중에 참고할만한 것도 기록한다. 기록한 내용을 다시 보면서 중요한 일, 실수한 일 등을 다시 떠올린다. 지난 기록에서 교훈을 얻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시간적인 압박에서도 자유로워진다. - P223

손으로 직접 글씨를 쓰면 뇌에서 감각운동을 담당하는 센소리모터 sersorimater에 기억을 남긴다. 이 기억은 나중에 글자를 알아보는 데도 도움이 된다. - P224

손으로 기록하면 적극적으로 청취하고 인지적 처리 기능이 향상된다. 하지만 노트북으로 입력하면 머리로 처리하는 과정 없이 기계적으로 내용을 입력하기 때문에...(후략) - P225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의 스마트 기기는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단, 사용자가 제대로 사용했을 때만 생산성을 높인다. 사용자가 스마트 기기에 지배당하면 아주 강력한 내적.외적 방해 요인으로 돌변한다. 스마트 기기에 지배당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메시지 수신을 알리는 알람 또는 진동이 울릴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면 된다. 스마트 기기에 수신된 메시지를 하나라도 놓칠까 봐두려워하는 사람은 메시지가 오는 순간 하던 일을 미룬다. 할 일 목록과 우선순위는 메시지가 오는 순간 모두 후순위로 밀린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가 음식을 주는 종소리를 들은 것처럼. - P225

유용한 시간관리 앱과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앱이 많지만 스마트 기기에는 유용한 앱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일에 집중할 때는 꺼놓고 무시해야 한다. 일을 할 때 여러 사람과 소통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메시지를 받자마자 회신해야 할 만큼 긴급한 메시지는 별로 없다. - P226

타이머가 시간의 효율을 높이는 이유는 실행에 필요한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시작하려면 의지와 의지에 불을 붙이는 자극이 필요하다. 생각을 행동으로 전환할 때 타이머를 자극제로 사용하는 것이다. - P227

처음에는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일도 막상 발등의 불이 되면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서 끝낸다. 이것이 ‘마감 효과‘다. 시간을 제한해서 뇌에 적절한 긴장감을 주어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 P228

마감 효과는 ‘파킨슨의 법칙‘으로 1955년에 증명되었다.
"만약 당신에게 편지를 쓸 시간이 10분 있다면 당신은 그것을 10분안에 마칠 것이다. 만약 4시간이 있다면 4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것이 ‘파킨슨 법칙‘이다. 이 법칙은 역사학자 노스코트 파킨슨이<이코노미스트>에 기고한 풍자적 에세이에서 유래되었다. 일의 양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한도까지 늘어난다는 법칙이다. - P228

파킨슨 법칙에 따르면 모든 일은 완료하기 위해 할당된 시간에 맞춰 늘어난다. - P229

마감 시간은 집중력을 만들어낸다. 마감 시간에 임박하면 꼭 해야 하는 일에만 집중하고 다른 불필요한 일들은 배제하게 된다. 마감 효과를 믿는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든지 마감 시간을 정해놓는다. - P229

마감 효과를 이용해서 효과적으로 완료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그렇지 않은 일이 있다. 할 일이 너무 많거나 중간 목표를 단계적으로 완료해야 최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일은 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 P229

몸집이 거대한 코끼리도 멀리서 보면 작아 보인다. 코끼리는 사자나 호랑이처럼 사납게 보이지도 않는다. 멀리 있는 코끼리가 가까이 다가오면 큰 몸집만큼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일도 막상 닥치면 큰일이 된다. 눈앞에 큰 문제가 닥치면 누구나 멈칫한다. 지금 눈앞에 큰 문제는 오래전부터 계획에 있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거대한 코끼리를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면 눈앞에 코끼리가 다가왔을 때는 해결할 방법이 없어서 도망쳐야 한다. - P229

누군가가 눈앞에 있는 거대한 코끼리를 가리키며 "저 코끼리를 하나도 남기지 말고 다 먹어봐"라고 한다면 "너무 커서 다 먹을 수 없다."라고 할 것이다. 거대한 코끼리를 입에 들어갈 크기로 자르면 얘기는 달라진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고기가 상하지만 않는다면 다 먹을 수 있다.
어려워 보이는 일도 작게 나눠서 꾸준히 실천하면 완료할 수 있다는 의미다. - P230

마감 효과는 계획을 세워서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일을 조금 더 빠르게 진행해야 할 때, 시간이 조금 부족할 때는 효과가 있다. ‘조금 더 집중했더라면‘,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시간이 약간 부족해서 안타까운 일들은 마감 효과를 이용해서 완성도 높게 완료할 수 있다. 마감 효과를 얻으려면 할 일의 우선순위와 철저한 계획, 실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계획대로 실행한 후에 시간이 조금 부족할 때 마감 효과를 이용하면 놀랄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 P230

마감 효과로 뇌에 긴장감을 주어 집중력을 올리는 것은 마지막 단계에 사용하는 방법이다. 마감 효과를 노리기 전에 할 일 목록을 만들고 일을 시작하는 시간을 정하고 계획대로 실행하려고 노력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계획대로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할 일을 정하고 그 일을 할 시간까지 정했다고 반드시 그 일을 완료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할 일을 제때 끝낼 수 없을 때,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때 마감 효과를 발휘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 P230

첫 번째 일을 마치고 다음 일로 넘어가려고 할 때 미루는 습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다음에 할 일이 뭐였지?"라고 물어보는 척하면서 다음 일을 바로 시작하지 않고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거나 주말에 놀러 갈 곳을 검색한다. - P231

우선순위 두 번째 일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어려운 일을 배치한다. 어려운 일을 하기 전에 워밍업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부터 한다. 잠깐 동안 휴식을 취하고 다음에 하기로 정해놓은 일을 시작하면 시간의 효율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만 그러지 않고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보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든다. - P231

한 가지 일을 마치고 다른 일로 전환할 때 잠깐 휴식시간을 갖는다. 휴식시간에 한눈을 팔다가 필요 없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해야할 일을 뒤로 미룬다. 이렇게 미루는 습관이 발동하는 것을 방지하려면 한 가지 일을 70~80퍼센트 정도 진행했을 때 휴식시간을 갖는 방법을 권한다. 한 가지 일을 완전히 끝내지 않은 상태(거의 완료되는 단계)에서 휴식시간을 갖고 하던 일을 완전히 마무리한 후에 쉬지 않고 바로 다음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 P232

TV 드라마, 매주 업데이트되는 웹툰, 연재소설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한 장면에서 ‘다음 회에 계속‘이라는 글자를 남기고 끝낸다. 마지막 장면은 철저하게 계산된 것이다. 이렇게 하면 이어지는 내용이 궁금한 사람은 다음 회가 시작하는 날을 기다린다. 의도적으로 여운을 남기는 것을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한다. - P232

러시아의 임상심리학자 자이가르닉은 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몇분 안에 마칠 수 있는 간단한 과제(수수께끼, 암산 문제 등)를 풀게 했다. 한 그룹은 모든 문제를 풀 수 있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다른 그룹은 과제를 푸는 도중에 그만두게 하고 다음 과제를 풀게 했다. 몇 시간이 지난 후에 과제로 제시된 문제를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그 결과 과제를 도중에 중단시킨 그룹의 학생들이 더 많이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제를 완료하지 못한 그룹은 긴장감이 남아 있어서 머릿속에서 계속 과제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 P232

완전히 끝마친 일은 기억에서 사라지지만 끝내지 못한 일은 계속 기억에 남는다. 일을 하는 도중에 잠깐 동안 쉬었다 다시 일을 시작하면 부족한 부분이 보인다. 다시 일을 시작했을 때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면 더 완성도 높게 마무리할 수 있다. 일하는 중간에 잠시 쉬었다가 일을하면 그 일이 더 잘 기억되고 완성도도 높아진다. 이런 효과를 이용해서 일을 마무리하기 전에 잠깐 쉬었다가 하던 일을 완전히 끝내고 곧바로 이어서 다음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 P233

하던 일을 끝마치지 않고 중간에 쉬면 머리에는 일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쉬는 동안에도 끝마치지 않은 일을 생각한다. 일과를 끝낼때도 마찬가지다. 오늘 할 일을 모두 끝내고 바로 책상을 정리하는 것보다 내일 할 일을 대충 훑어보면 다음날 일을 시작하기가 수월하다. - P233

자이가르닉 효과를 이용하면 휴식 시간에도 일에 대한 생각으로 심리적인 긴장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던 일을 완전히 마무리한 후에 휴식을 취해야 일에 대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있고, 그래야 다음에 일을 시작할 때 집중할 수 있다. 조지타운대학 칼 뉴포트 교수는 《딥 워크》에서 ‘차단 완료효과‘를 주장했다. 차단 완료 효과는 일에 대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서 완전한 휴식의 효과를 보는 것이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주의력에는 한계가 있어서 육체적·정신적 휴식을 취해야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인간은 아무런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상태로 편안한 휴식을 취해야 다시 일을 할 때 집중력을 발휘한다는 논리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자이가르닉 효과는 일을 완전히 끝낸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휴식의 효과를 충분히 볼 수 없다. - P234

일과 중에는 자이가르닉 효과를 이용해서 미루는 습관을 차단하고 일과가 끝날 때는 차단 완료 효과를 이용해서 휴식의 효율을 높이는 것도 좋다. 일을 완전히 끝내지 못했을 때 머릿속으로 하던 일을 계속 생각한다. 일을 하는 중간에 잠깐 쉬었다가 하던 일을 이어서 하고 곧바로 다음 일로 넘어간다. 그러면 한 가지 일을 마친 다음 다른 일에 한눈파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 하루 일과를 마칠 때는 의식적으로 완료한 일을 잊어버린다. 차단 효과를 이용해서 육체적·정신적으로 완전한 휴식을 취하면 다음 날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 P234

할일목록을 손으로 쓰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다. 일을 하는 시간을 정리한 계획표와 점검표를 따로 만들지 않더라도 우선순위에 맞춰서 할 일 목록은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 우선순위를 빼놓고 시간관리를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일의 우선순위는 중요하다. 스티븐 코비는 소중한 일부터 하라고 했다. 시작할 때는 쉬운 일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가장 어려운 일부터 하라고 권하는 사람도 있다. 가장 겁나는 일, 불쾌한 일을 제일 먼저 하라고 권하는 사람도 있다. 시간관리 전문가들도 관점에 따라 일의 우선순위가 바뀐다. - P235

사람들은 완료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나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보상을 받는 일은 뒤로 미룬다. - P235

캘거리대학 조직심리학자 피어스 스틸은 미루기 습관에 관한 세계적인 권위자다. 그는 미루는 습관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인간은 실망에 대한 내성이 낮다. 매 순간 어떤 과제를 시행하고, 어떤 활동을 할지 결정할 때마다 우리는 보람있는 활동이 아니라 제일 쉬운 활동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즉, 불쾌하거나 어려운 일은 뒤로 미룬다." - P236

한 가지 일을 끝내고 다른 일로 넘어갈 때,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예상과 다르게 진행될 때 미루는 습관이 발동한다. 이럴 때는 처음에 세운 계획에서 우선순위 상위의 일과 갑자기 생긴 급한 일 사이에서 시간을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고 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계획을 수정하는 것이 유연성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빈틈없는 계획보다 수정의 여지가 있는 계획이 좋은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 P236

각각의 일이 계획한 대로 진행되는지 확인하려면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지금까지 한 일을 점검하고 새롭게 할 일이 있는지, 이대로 계속 진행해도 좋은지 결정해야 한다. - P236

일을 하면서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잘못된 부분은 수정하고 다시 진행한다. 과정이 복잡한 일뿐만 아니라 걸레질처럼 단순한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바닥이 깨끗해지는지 확인하면서 걸레질을 한다. 많이 더러운 곳은 더 닦고 끈끈한 게 붙어있으면 세제를 이용해서 그 부분을 더 열심히 닦는다. 걸레질할 때 많이 더러운 곳은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고 끈끈한 게 붙은 곳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 또는 갑자기 생긴 급한 일, 어려운 일에 비유할 수 있다. - P237

제일 먼저 할 일이라고 생각한 일이 나중에 비슷한 일과 함께 처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된다면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직장에서 일할 때 소요 시간만 예상하고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용과 인력, 능력에 따른 업무량 등 계획할 때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 P237

모든 계획은 수정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일의 진행과 시간의 경과에 따라 우선순위도 바뀐다. 계획을 방해하는 사건, 미루는 습관의 발동, 긴급한 상황이 항상 일어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세운다. 불가피하게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서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계획을 세운다. 계획을 잘 세우는 사람들은 일과 일 사이에 완충공간, 즉 여유 시간을 넣는다. 여기서 여유 시간은 쉬는 시간이 아니다. 지금까지 한 일을 점검하고 앞으로 할 일을 준비하고 할 일들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다. - P237

일을 하는 도중에 점검하지 않고 무조건 계획대로 진행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이 계획으로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데도 지금까지 실행하는 과정에 들어간 시간과 비용이 아까워서 계획을 수정하지 않고 계속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계획을 수정하지 않으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한다. - P238

계획대로 실행하는 동안 처음 세운 계획과 실제로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정량적인 수치로 측정할 수 있다면 더 좋다. 계획과 실제 상황이 다르면 차이가 생긴 원인을 찾아보고 계획을 수정한다. 그런 다음 수정한 계획대로 진행하면서 다시 실제 상황과 차이를 점검하고 계획을 수정하면서 최종 결과를 만든다. 계획과 실행, 점검과 개선의 반복으로 완벽한 계획이 탄생한다. - P238

미루는 습관을 고치는 방법 가운데 효과가 입증된 것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할 일을 줄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지금 바로 실행하는 것이다. - P238

게으른 사람이 아닌데 할 일을 미룬다면 업무량이 너무 많은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능력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의 양은 다르다. 자기 능력에 비추어볼 때 일이 너무 쉽거나 일의 양이 적으면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아도 문제는 없다. 마감 효과를 발휘하면 충분히 끝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가진 능력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나 일의 양이 너무 많으면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 P239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여키스와 존 도슨은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성취도 사이의 상관관계를 찾아냈다. 여키스와 도슨은 미로 상자에 쥐를 풀어놓고 어느 정도의 전기 자극을 주어야 가장 빨리 출구를 찾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전기 자극이 약하면 쥐들은 출구를 찾아 천천히 돌아다녔고 전기 자극의 강도를 서서히 높이면 쥐들은 출구를 찾기 위해 민첩하게 돌아다녔다. 실험을 하면서 전기자극의 강도를 더 높이자 민첩하게 돌아다니던 쥐들은 미로의 규칙을 기억하지 못하고 출구를 찾는 시간도 오래 걸렸다. 이 실험으로 성취동기가 부족하면 집중력이 떨어져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반대로 성취동기가 너무 강해도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아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P239

일의 양이 너무 적으면 동기를 유발하지 못하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진다. 자기 능력보다 약간 많은 일이 주어지면 해 볼만 하다는 생각을하게 되고 열심히 노력해서 그 일을 완료한다. 하지만 자기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주어지면 스트레스를 받고 그 일을 미룬다.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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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 이어서 이 소설 앞부분에 나왔던 린샹푸와 샤오메이, 아창간의 관계에 대한 흩어져 있던 퍼즐들이 조금씩 덩어리를 이루며 맞춰쳐가는 듯한 느낌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었다.

작년 가을 쯤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욘 포세 작가의 작품들 중에 ‘보트하우스‘라는 작품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때 썼던 리뷰 중에 소설의 구조에 대한 얘기를 잠깐 썼던 기억이 났다. 그 당시 욘 포세는 각 등장인물의 관점에 따라 동일한 사건을 두 번 기록했었다.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말이다. 동일한 사건도 그것을 보는 등장인물의 시각과 생각에 따라 다르게 보여질 수도 있지만 어찌됐든 겉으로 드러난 사건들은 동일한 것이기에 ‘데칼코마니‘라는 표현을 썼었는데, 지금 읽고 있는 이 위화 작가의 ‘원청‘이라는 소설에서도 욘 포세의 ‘데칼코마니‘ 방식과 얼추 비슷한 형태로 내용이 전개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약간의 차이라고 한다면 ‘데칼코마니‘ 그림이 완벽한 좌우대칭이 아니라 약간은 위아래로 어긋난(?)느낌이 있다는 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동일한 사건이 시간적으로 어긋나게 그려져서 전체적으로는 비슷해보이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는듯한 느낌이다.
이유인즉, 지금 읽고 있는 아창과 샤오메이의 관점에서 쓰여진 소설 뒷부분의 초반부 내용은 이 전체 소설의 앞부분에선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비하인드 스토리였기 때문이다.

린샹푸를 만나기 전 아창과 샤오메이라는 사람이 겪었던 일련의 일들은 이 전체 소설의 앞부분에선 일절 언급이 없다가 지금 독자인 내가 읽고 있는 뒷부분에 와서야 그 비밀이 밝혀진 것이다. 뒤늦게나마 린샹푸가 메인이었던 이 전체 소설의 앞부분과 아창과 샤오메이가 등장한 뒷부분이 어찌어찌(?)하여 결국에는 연결되는 구조가 이루어진 것이다. 작품의 내용과 별개로 소설이 구성되는 방식 자체가 참으로 탁월하면서도 신선하게 느껴졌던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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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내용으로 돌아와서, 샤오메이가 린샹푸와 잠시 함께 있다가 떠나는 장면이 나온다. 떠난 뒤 아창이 있을 법한 곳을 찾아 헤매다가 웬 거지하나를 갑자기 만나게 되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그 거지가 아창이었다. 그동안 들고 왔던 돈을 모두 다 써서 역참인근에서 구걸생활을 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샤오메이는 눈물을 보인다.

어찌됐든 이 둘은 다시 재회하여 다른 곳으로, 정확히 말하면 남쪽으로 떠나는데, 길을 가는 와중에 린샹푸의 아이를 임신하였음을 깨닫는다. 이에 샤오메이는 아이를 낳기 위해 다시 린샹푸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려 한다.

돌아온 샤오메이는 린샹푸의 딸을 출산하고 지역 풍습에 따라 산파가 일러주는대로 행동한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아창과 약속한 한 달이 지나고, 샤오메이가 낳은 딸도 스스로 목을 가눌 수 있을 정도로 자라자 샤오메이는 이제 떠날 결심을 한다.

샤오메이는 자신의 결심에 따라 린샹푸의 집을 나와서 아창이 있기로 약속했던 장소인 딩촨으로 가서 아창과 재회한다. 오랜만에 만난 그들은 잠시 얘기를 나눈뒤 다시 남쪽으로 이동을 시작한다. 아창은 처음에 그들의 좋은 추억이 남아있는 상하이로 갈 줄 알았는데 샤오메이가 아창의 부모님이 계신 시진으로 갈 거라는 얘기를 하자 살짝 놀란다.

한편 시진에 있는 아창의 어머니는 샤오메이와 아창이 집을 떠난 뒤 어느 날 부턴가 부쩍 말 수가 줄더니 우울감에 빠져버렸다. 또한 아창의 아버지는 아창이 자신이 모아두었던 많은 돈을 들고 도망간 것에 대한 원망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갈수록 기력이 쇠해지던 아창의 어머니는 함께 있을 때 구박하고 타박만 했던 대상인 샤오메이를 마지막 순간 다급히 찾다가 결국 숨을 거둔다.

아창의 어머니가 먼저 숨을 거두고 해가 바뀐 뒤 아창의 아버지도 기력이 쇠약해진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그 때 아창과 샤오메이가 돌아온다. 아창의 아버지는 두 사람에게 아창의 어머니가 사망했다는 사실과 함께 죽기 전에 있었던 일들을 덤덤하게 이야기 해준다.

샤오메이는 린샹푸 집에서 가을의 절반과 겨울을 보낸 뒤 2월 초봄에 조용히 떠났다.

린샹푸는 북쪽 대지처럼 강인한 데다 선량하고 생기발랄하며 현실에 만족하는 사람이었다.

샤오메이는 아창이 매일 어떻게 지내는지, 딩촨의 역참에서 멸시받지는 않는지 알 수가 없어 마음을 졸였다. 그러다 밭에 나가 농작물을 살피고 돌아온 린샹푸가 그녀 앞에 서면 그녀의 생각은 아창에게서 빠져나와 린샹푸에게로 옮겨갔다. 린샹푸는 그녀를 편안하게 해주었다.

작업실에서 린샹푸가 나무를 두드리고 대패질하는 소리가 흘러나오면 그녀는 베틀소리로 호응했다.

칼로 물을 가르면 물이 더 세차게 흐르는 것처럼 아창에 대한 걱정이 깊어질수록 이곳 생활에 더 잘 적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샤오메이의 마음에 미묘한 변화가 생기고 눈빛도 달라졌다. 아창을 걱정하는 동시에 린샹푸가 밭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런 날들이 부지불식간에 하루 또 하루 지나가다가 급히 혼례를 치렀을 때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혼례를 치른 밤 린샹푸가 벽 틈새에서 나무 상자를 꺼내 금괴를 보여주었을 때 샤오메이는 화들짝 정신을 차리고 자신이 떠나야 할 때임을 감지했다. 그러고 나자 갑자기 길이 끊긴 막막한 대지 위에 서 있는 듯 막막해졌다.

남색 장삼이 사라진 뒤에는 아창이 떠올랐다. 궁상맞은 차림새와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 그리고 남색 장삼을 입지 않은 그의 모습에 샤오메이는 금괴가 담긴 상자를 떠올리며 몸서리를 치고는 떠날 때가 되었다고 확신했다. 몸에서 이상한 신호가 느껴져 조금 걱정스러웠지만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다.

린샹푸는 세상 어떤 여자도 따라올 수 없을 거라며 샤오메이의 손재주를 칭찬했다. 하지만 린샹푸가 아무리 진심으로 기뻐해도 그 기쁨이 샤오메이에게 전해지지는 않았다. 샤오메이의 눈에서 흐르는 근심을 린샹푸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부엌 탁자와 부뚜막에 음식이 잔뜩 쌓였는데도 린샹푸는 눈치채지 못하고 명절 분위기가 난다며, 금방 설을 쇘는데 어째 또 설이 오는 것 같다고 웃었다.

떠나기 전날, 샤오메이는 린샹푸가 밀을 살피러 밭에 나갔을 때 벽 틈새에서 그 상자를 꺼내 큰 금괴 열일곱 개와 작은 금괴 세 개를 바라보았다. 잠시 망설이다가 그녀는 큰 금괴 일곱 개와 작은 금괴 한 개를 흰 천으로 잘 싸서 작은 보따리에 넣고는 상자를 도로 벽 틈새에 집어넣었다.

구들 앞에서 샤오메이는 잠든 린샹푸를 달빛에 의지해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쉬움과 죄책감이 밀려들었다. 이제 평생 다시는 만날 수 없을 이 남자를 그녀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샤오메이의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리고 흐느낌이 터져나왔다.

눈물은 어느새 새벽바람에 마르고 이제 그녀의 가슴에는 아창만 가득했다. 아창과 헤어진 지 5개월이 되었다는 게 떠올랐다. 그녀는 그 5개월을 따라 잡으려는 듯 큰길에서 걸음을 재촉했다.

오후부터 땅거미가 내릴 때까지 샤오메이는 그렇게 망연히 서 있었다. 그때 멀리에서 남루한 거지가 달려오며 손을 흔드는 게 보였다. 그 거지가 부르는 소리도 들렸다.
"샤오메이."
샤오메이는 아창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잰걸음으로 다가갔다. 아창의 얼굴이었다.

아창은 멀리를 가리키며 방금 저쪽에서 왔다고, 매일 저기에서 역참 쪽을 바라보았다고, 하루에도 몇 차례나 보면서 샤오메이가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매일 쳐다봤다고 털어놓았다. 그러고 나서 아창은 울면서 말했다.
"결국에는 왔네."
샤오메이는 눈물이 앞을 가려 아창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아창에게 할 말이 무척 많았지만 흐느낌밖에 나오지 않았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남쪽으로 향했다. 남쪽이 그리워서, 남쪽으로 가야지만 편안할 것 같아서였다. 그 안식처가 구체적으로 어디인지는 몰라도 양쯔강을 건넌 뒤 살펴보고 결정하면 될 듯했다.

샤오메이는 기쁜 기색없이 우울한 눈빛이었다. 아창과 재회한 뒤 떠올랐던 웃음도 마차의 흔들림 속에서 차츰 사라졌다. 린샹푸에게서 멀어질수록 그곳에 남겨놓고 온 게 점점 많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린샹푸의 곁에 있을 때 몸에서 나타났던 이상 반응이 황허를 건넌 뒤 남하하는 마차 속에서 더욱 뚜렷해졌다.

샤오메이는 아이가 들어섰음을 알았다.

샤오메이는 믿음직스럽다는 눈빛으로 아창을 보면서 두 손을 배 위에 올려놓았다. 그건 배 속 아이를 지키겠다는 손짓이었다.

양쯔강이 보이긴 하지만 물소리는 들리지 않는 여관방에서 샤오메이가 갑자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린샹푸는 모든 것을 주었는데 자신은 그의 금괴를 훔치고 아이까지 데려간다는 생각에 불안과 죄책감이 밀려들었다. 샤오메이는 양쯔강이 이대로 넘어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경계처럼 느껴졌다. 그러면 린샹푸는 자기 아이를 알지도 못하고 볼 수도 없을 터였다.

샤오메이는 눈물을 훔친 뒤 그동안 계속 맴돌던 생각을 입 밖으로 꺼냈다. 돌아가야겠다고, 린샹푸에게 돌아가 그곳에서 아이를 낳아야겠다고 말했다.

"그 사람 혈육이라고."

아창은 의아함을 떨칠 수 없었다. "금괴를 돌려주지 않는다고?"
"안 돌려줘." 샤오메이가 말했다. "아이를 돌려주는 거지."

"좋은 사람이니까 죽이지 않을 거야."

"죽이더라도 아이를 낳을 때까지는 기다려주겠지."

양쯔강 근처에서 묵은 그날 밤, 샤오메이와 아창의 관계가 뒤집혔다. 이후에는 샤오메이가 아창을 따르지 않고 아창이 샤오메이를 따랐다.

두 사람은 상의한 끝에 딩촨으로 돌아가고, 아창은 다시 딩촨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이번에는 아주 오래 기다려야 할 거야."
"아무리 오래 걸려도 기다릴게."
"여차하면 나는 그곳에서 죽을지도 몰라."

샤오메이는 금괴를 가지고 다니면 무겁고 위험하니까 내일 큰 전장을 찾아가 은표로 바꾸자고 했다.

샤오메이는 린샹푸에게 가까워지자 마음이 물처럼 평온해졌다. 흔들리는 마차 속에서 그녀는 온갖 벌을 떠올렸지만 어떤 벌이 떨어지든 상관없었다. 아이만 낳게 해주면 기꺼이 받아들일 작정이었고, 그녀는 린샹푸가 아이를 낳게 해줄 거라고 믿고 있었다.

샤오메이는 딸의 출생이 다시 떠나라는 재촉처럼 느껴져 억지로 웃을 뿐이었다.

떠나기 전에 산파는 샤오메이에게 복숭아나무 가지를 꺾은 뒤 거기에 붉게 칠한 땅콩 다섯 개와 동전 일곱개를 붉은 끈으로 묶어 놓으라고 당부했다. 복숭아나무 가지는 액운을 쫓고 땅콩은 장수, 동전은 북두칠성의 보살핌과 번성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종이를 넣으면 나중에 학식 있고 예의 바른 사람이 될 겁니다."

"대파가 있으니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으로 자랄 겁니다."

샤오메이는 딸이 첫 달을 넘긴 뒤에도 떠나지 않았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딸과 린샹푸에게 이별을 고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뤘다.

가축은 굴레를 풀어준 다음에 꼭 산책을 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딸이 목을 가눈 건 성장의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뜻이었다. 샤오메이는 그 첫걸음을 지켜보면서 이제 떠나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지난 번에 떠날 때는 아쉬움과 죄책감이 가득했다면 이번에는 억장이 무너졌다. 이번에는 린샹푸뿐만이 아니라 이제 막 세상에 나온 딸까지 떠나는 거였다.

샤오메이의 대답에 아창은 깜짝 놀랐다.
"시진으로 돌아가는 거야."

아창이 완무당 시리촌에서 샤오메이를 데리고 멀리 타향으로 간 뒤 아창 어머니의 얼굴에서는 엄격함이 사라지고 대신 우울함이 그 자리를 메웠다.

"종이로 어떻게 불을 감쌀 수 있겠어요?"

아창의 아버지는 원래 부지런하고 손재주가 뛰어난 며느리를 마음에 들어해서 아창의 어머니가 기어코 그녀를 내쫓았을 때 며칠을 속상해 했다. 하지만 이제는 툭하면 샤오메이를 구미호라고 욕하며 아들이 그 구미호한테 홀려서 집을 나갔다고 원망하다가 끝에는 샤오메이가 처음 꽃무늬 옷을 훔쳐 입었을 때 내쫓아야 했다고, 그때 마음이 약해진 게 잘못이었다고 후회하며 탄식했다.

그토록 위엄 있던 여자가 점점 눈에서 빛을 잃더니 때로는 정신마저 놓았다. 어느 날 밤 그녀는 숨이 곧 끊어질 듯 헐떡이다가 갑자기 샤오메이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가서 샤오메이 좀 불러와요."
"여기 없다고." 아창의 아버지가 말했다. "샤오메이는 그 불효자식이랑 떠났어."
"떠났다고...."
아창의 어머니가 조용해지더니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 엄격한 여자, 평생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던 여자가 세상을 떠날 때는 샤오메이에 대한 그리움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수선집 문 앞에 걸린 직사각형 간판이 얼룩 덜룩 더러워지기 시작하더니 중간에 새겨진 ‘직‘자는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미해졌다.

또 한 해가 지나자 아창의 아버지도 병이 들었다. 아내와 똑같은 병인지 계속 기침하고 피를 토했다.

입동이 지난 어느 오후, 두 사람이 멘 가마 두 대가 선가 수선집 앞에 멈추더니 앞 쪽 가마에서 아창이 내렸다. 그는 머뭇거리며 가게로 다가갔다가 안 쪽에 멍하니 앉아있는 아버지를 발견했다. 고작 2년 만에 꺼져 가는 촛불처럼 쇠약해진 아버지를 보고 아창은 안절부절 못하며 소리쳤다. "아버지."

"제가 불효를 저질렀어요. 어머니께 잘못했어요."
샤오메이도 울며 시아버지에게 말했다. "모두 제 탓이에요."

"임종 전에 계속 네 이름을 부르며 장부를 줘야 한다고 하더라. 네가 없다고 하는데도 듣지 않고 계속 불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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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즐라탄이즐라탄탄 > 오늘은 메시지에 신뢰감을 주기 위한 방법과 관련된 내...

1년 전 오늘 밑줄 쳤던 내용 중에서 통계상의 숫자 그 자체보다는 통계가 나타내는 어떤 대상들간의 관계가 ‘의미‘있는 것이라는 말이 와닿게 느껴졌다.

솔직히 통계상의 숫자가 얼마가 되었든 간에 일반인들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 오히려 그 숫자 안에 내재된 의미를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표현 해주는게 훨씬 더 뇌리에 박힌다는 말이다.

통계 데이터를 다루시는 전문가 분들이 자료를 해석하는데 있어서 일반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이해하기 쉽도록 정보를 전달하는 노력을 해주시면 좀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이러한 노력들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곳들도 있겠지만, 통계분야 전반에 걸친 노력들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또한 이와 더불어 일반 국민들도 통계 자료들을 보고 어느정도 수준까지는 해석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추는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요근래 몇 년을 돌아보면 워낙에 가짜뉴스니 뭐니 하는 거짓 정보들이 많기 때문에 이러한 거짓정보들을 지혜롭게 분별할 수 있는 수준의 기본 소양은 정보이용자라면 누구나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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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공간에 관해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져서 지루하지 않게 읽힌다. 또한 이 쪽 분야와 관련된 역사들도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는 듯 하다.

초반부에는 수중도시로 유명한 베네치아와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그냥 막연하게 수중도시로만 알고 있었는데 책에 첨부된 베네치아 전경과 함께 내용을 읽어보니 좀 더 깊이있게 느껴졌던 것 같다. 우리나라와 비교해 특이한 점들을 비교해서 설명해주는 저자의 배려(?)가 나를 포함한 많은 독자들에게 본문의 내용을 좀 더 친숙하게 느끼도록 하는데 도움을 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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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나오는 프랭크 게리라는 사람은 유년시절 물고기에 대한 좋았던 기억으로 인해 자신이 좋아하는 물고기를 표현하는 건축물로 유명한 사람인데 관련된 내용들이 흥미롭게 읽혔다. 특히 유명한 건축가들 대다수가 자신만의 논리와 이론이 정립되어 있는 반면, 이 프랭크 게리는 자신만의 독특한 비논리적인 접근 방식으로 살아남아 유명해진 건축가라는 점에서 주목해 볼만 하다. 이 책에는 그가 설계한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과 미국 LA에 있는 ‘디즈니 콘서트홀‘에 대한 얘기가 나와있다.

이 다음에 소개되는 미국 예일대학교에 있는 ‘바이네케 고문서 도서관‘은 성경에 나오는 유대인의 전통 성막 구조의 컨셉을 참조하여 만들어졌다는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저자의 설명을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럴만 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비교적 오래 기억에 남을 듯 하다.

뒤이어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관련 이야기가 나온다. 책에 수록된 사진과 함께 보니 마치 요즘 우리나라에 많이 지어지고 있는 복합 쇼핑몰같은 느낌을 주는 미술관이었다. 물론 디테일에서야 조금 다르겠지만, 가운데가 뻥 뚫려있고 다른 층들이 전체적으로 보이는 구조가 꽤나 흡사하다고 느껴졌다. 어쩌면 우리나라 복합쇼핑몰을 건축하고 디자인하시는 분들이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을 벤치마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외관도 독특해서 흥미로운 건축물이라고 느껴졌다.

베네치아라는 도시는 118개의 섬이 약 4백 개의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베네치아는 로마 시대 때 해안지방을 통칭해 부르는 단어였다고 한다. 이 도시는 우선 물 위에 있다는 상황 자체가 흥미롭다. 동남아시아에도 물 위에 지어진 집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도시라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베네치아는 도로 대신 수로가 주 교통망이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골목과 광장도 있어서 도시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 P187

어떻게 이러한 도시가 만들어졌을까? 그 역사를 살펴보자. 기원후 2세기부터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로마 제국은 기존의 로마에 기반을 둔 서로마 제국과 콘스탄티노플을 수도로 하는 동로마 제국으로 나뉘게 된다. 베네치아는 동로마 제국의 관할에 있던 지목이다. 이후 이 도시가 성장한 것은 5~6세기경 로마인들이 이민족의 침략을 피해서 베네치아로 탈출해 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들은 외부인의 침입에 대처하기 위해 베네치아의 석호 위에 집을 짓고 살기 시작했다. 말을 타고와서 공격하는 훈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말이 들어올 수 없는 물 위에 공간을 만드는 것이 최적의 방책이었다. - P188

이렇게 발돋움한 베네치아는 7세기부터 동로마 제국에서 독립해 자치적인 도시 국가로 성장했다. 이후 조선업과 해외 무역으로 엄청난 돈을 벌었고 그 흔적은 고스란히 건축으로 남아 있다.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 도시다 보니 수로나 골목길은 미로가 따로 없다.
베네치아의 길을 완전히 외우기는 불가능하다. 덕분에 도시 구석구석에 숨겨진 보석 같은 공간들이 너무 많은데,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이탈리아 건축가 카를로 스카르파 Carlo Scarpa가 설계한 ‘퀘리니 스탐팔리아 Fondazione Querini Stampalia‘다. - P188

베네치아의 기후는 특이한 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여름 장마철에 한강이 불어서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가 잠기는 일이 생기는데, 베네치아는 그런 침수 현상이 겨울에 생긴다. 11월쯤 되면 해수면이 올라가고 밀물이 들어오는 만조에 도시의 1층이 물에 잠기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럴 때면 집마다 현관에 차수벽을 설치하고, 큰 광장에는 간이 다리를 만들어서 그 위로걸어 다닌다. 다리가 없는 골목길에서는 사람들이 무릎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걸어 다닌다. - P189

베네치아는 주요 교통수단이 배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좋은 건물들은 현관에 배를 직접 댈 수 있는 선착장이 있다. ‘퀘리니 스탐팔리아‘도 이러한 선착장 현관이 있었는데, 문제는 만조에 물이 넘치면 사용이 어렵고 건물의 1층은 물에 잠기는 것이었다. 그래서 재단은 건축가 스카르파에게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건축 리모델링을 의뢰했고, 장장 4년에 걸친 리모델링 공사로 지금의 ‘퀘리니 스탐팔리아‘가 완성되었다. - P189

우리는 자연의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다. 너무 느리거나 너무 미세하기 때문이다. 계절은 언제나 끊임없이 변화한다. 하지만 너무 천천히 변하기 때문에 오늘과 내일의 계절 차가 느껴지지 않는다. 해의 위치도 시시각각 변하지만 10분 사이에 이동한 해의 위치 차이는 너무 미세해서 알아채기 어렵다. 지금도 한강수위는 계속해서 높아지거나 낮아지면서 변화하지만 우리는 멀리서 보았을 때 그 높이의 변화를 알 수 없다. 하지만 한강 수위가 바뀌는 것을 눈치챌 때가 있는데, 다름 아닌 ‘잠수교‘가 물에 잠겼을 때다. - P189

다른 다리와는 다르게 낮은 ‘잠수교‘는 한강 물이 조금만 불어나도 물에 잠겨서 건너갈 수가 없다. 이때 ‘잠수교‘는 미세한 자연의 변화를 공간의 변화로 치환해서 우리가 알아채게 해 주는 장치다. 만약에 ‘잠수교‘가 아주 높은 교각으로 만들어졌다면 그런 역할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낮은 높이의 교각 디자인이 자연의 변화를 공간적으로 변환시켜주는 기능을 만들어 냈다. 나는 이런 ‘잠수교‘ 같은 건축을 ‘건축 공간을 통해서 자연과 대화할 수 있게 해 주는 건축‘이라고 말한다. 일종의 ‘공간 통역사‘다. ‘퀘리니 스탐팔리아‘도 그런 종류의 건축이다. 베네치아의 물 높이는 항상 변화했다. 이런 변화를 공간의 변화를 통해 좀 더 예민하게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건축물이 ‘퀘리니 스탐팔리아‘다. - P190

베네치아의 다른 건축물들은 홍수가 나면 물에 잠기느냐 안 잠기느냐 두 가지 경우만 생긴다. 그런데 ‘퀘리니 스탐팔리아‘ 는 바닥에 구역마다 다르게 미세한 높낮이 차이를 두었고, 일부 구역에는 경계부에 댐처럼 높은 턱을 주변으로 둘렀다. 이러한 디자인 덕분에 ‘퀘리니 스탐팔리아‘ 에서는 수위에 따라 물에 잠기는 바닥 면이 바뀌면서 다양한 공간적 변화가 생겨난다. 베네치아의 자연이 만들어 내는 물 높이의 미세한 변화는 사람들이 눈치채기 어렵다. 하지만 ‘퀘리니 스탐팔리아‘의 특별한 디자인 덕분에 물 높이가 달라질 때마다 사람들은 공간적 변화를 통해 미세한 자연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 P191

아마 독자들 중에는 왜 쓸데없이 그렇게 나누어서 복잡하고 비싸게 만들까 의아해하는분도 많을 것이다. 이건 가치관의 차이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노력이 의미 없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가치를 준다. 스카르파 같은 건축가는 디테일을 세밀하게 기능에 따라 나누고 그 기능에 맞게끔 각각 적절한 재료의 부품을 선택한다. 손이 닿는 쪽에는 따뜻한 나무를 사용하고 단단해야 하는 부분에는 쇠를 사용한다. 그리고 그 다른 재료들을 제3의 재료인 볼트로 잇는다. 왜 이렇게 할까? - P194

건축물은 사람의 몸보다 크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재료로 만들 수 없고 여러 개의 다른 재료를 이어 붙여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이 다른 재료들을 어떻게 이어 붙일 것이냐가 중요하다. 이를 건축에서 ‘텍토닉tectonic‘이라고 한다. 번역하자면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 P194

스카르파의 디자인에 적용해 보자. 단어 사이의 띄어쓰기는 금속 부품과 목재 부품같이 난간을 구축하는 부재들끼리의 분리라고 할 수 있다. 금속 부품끼리 조여서 붙이는 볼트는 문장 속 ‘을‘ 같은 ‘조사‘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목재 손 스침 끝부분에 부착된 황동 부품은 문장의 끝에 달린 물음표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각각의 단어를 나누고, 그 단어들에 각기 다른 기능을 부여하고, 그것들을 일정한 규칙으로 조합했을 때 우리는 ‘문법에 맞는다‘ 고 말한다. 스카르파의 디자인은 일반인의 눈에는 지나치게 복잡한 디테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복잡한 구축 방법이 ‘건축구법에 맞는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디자인을 하는 것이다. - P195

손스침: 난간 기둥 위나 끝부분에 가로로 덧대는 나무 - P487

물론 이렇게 복잡해야만 좋은 디자인은 아니다. 안도 다다오나 루이스 바라간Luis Barragån 같은 미니멀한 건축을 추구하는 건축가들은 아주 단순한 디테일을 선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도 기능이 다르면 다른 부품으로 나누어서 사용한다. 단 그 개수가 적을 뿐이다. 이들과는 반대로 모든 것이 하나의 덩어리로 연결된 것처럼 만들고 싶어 하는 건축가도 있다. 예를 들어 동대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Zaha Hadid 의 경우에는 모든 건축물이 하나의 밀가루 반죽같이 한 덩어리로 보이는 디자인을 하기도 한다. - P195

스카르파는 다른 요소들이 더 분절되어 보이게 하기 위해서 대리석 벽에 문을 만들 때도 경계부의 선을 복잡하고 다르게 디자인한다. 우리는 보통 문을 만들 때 네모진 형태로 경계부를 설정한다. 그런데 스카르파는 문짝을 복잡한 요철 모양으로 만들어서 문이 열릴 때 특별한 공간감이 느껴지게 디자인했다. - P196

헬스 트레이너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다. 좋은 몸은 근육과 지방이 잘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돼지 삼겹살의 지방 부분과 근육 부분이 명확하게 나누어진 것처럼 말이다. 반면에 안 좋은 몸은 근육과 지방이 섞여 있다고 한다. 마치 마블링이 잘된 쇠고기처럼 말이다. 그래서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운동을 해서 지방과 근육을 분리해야 한다고 한다. 뭐 그렇게 전문적으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한 덩어리로보이는 중년 아저씨의 배보다 식스팩으로 나누어진 배를 더 선호하지 않는가? 우리는 이두근, 삼두근, 삼각근, 승모근이 나누어진 것을 아름답다고 느낀다. 각기 기능에 따라 명확하게 분절된 근육을 볼 때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과 건축에서 분절된 재료가 잘 조합된 모습에 건축가가 희열을 느끼는 것은 비슷하다. - P196

카시오의 전자시계와 롤렉스의 기계식 무브먼트 시계는 둘 다 시간을 알려 주는 똑같은 기능을 갖는다. 하지만 기계식 손목시계가 훨씬 더 비싼 이유는 많은 부품이 잘 엮여서 하나로 작동하는 것이 감동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분이 건축에서 이런 디테일 텍토닉을 보게 되면 건축을 보는 또 하나의 눈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스카르파의 작품은 롤렉스 시계 같은 건축이다. 아니 롤렉스 시계보다 더 명품인 파텍 필립 시계 같은 건축이다. - P196

건축 학교에서 합리적 디자인을 강조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그 다른 사람이란 다름 아닌 건축주다. 건축주를 설득해서 많은 돈을 투자하게 하려면 그만큼 합리적인 이유로 설득해야 하는데, 디자인을 설명하는 건축가가 "그냥 제 유년 시절 기억 때문에 이렇게 디자인했어요."라고 하면 누가 수십, 수백 억의 돈을 내겠는가? - P202

건축가가 예술가로 인정받아서 좋은 점은 대체 불가능해진다는 점이다. 화가 이우환은 점 하나 찍고서 그림을 완성한다. 그 정도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나 점을 찍는다고 그림이 팔리지는 앞는다. 이우환은 예술가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점만 찍어도 고가의 그림이 된다. - P202

타이타늄은 치과에서 보철할 때나 우주왕복선을 만들 때처럼 의료분야와 항공분야에서 사용하는 고급 재료인데,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색상과 재질이 다르게 보이는 속성 때문에 게리가 즐겨 사용한다.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물고기의 비늘을 표현하기에 최적의 건축 재료다. - P206

램프를 만들 때 사용했던 종이와 달리 금속은 임의로 건설 현장에서 자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정교하게 컴퓨터로 제단하고 공장에서 기계로 제작한 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제작 방식의 기본 원리는 두꺼운 종이를 이용해 조명기구를 만들 때와 동일하다. - P206

1980년대 중반 그가 디자인한 조명 기구는 물고기나 뱀 모양을 하고 있는데, 제작 방식은 켄트지를 손으로 찢은 후 종이 끝부분을 풀로 붙여서 곡면 형태를 만드는 것이었다. 예술 작품이라 할수 있을 정도의 장인 정신이 보이는 조명 기구다. - P203

게리의 디자인 프로세스는 모형에서 시작해서 모형으로 끝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는 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약 60개 정도의 모형을 제작한다고 한다. 디자인 초기 단계에는 다소 즉흥적이고 감성적이면서도 황당한 방식을 사용한다. 먼저 종이를 구겨서 책상 위에 던져 보면서 여러 가지 형태를 만든 후, 마음에 드는 부분이 발견되면 전자 감지 펜이 달린 3D 디지타이저를 이용해 모델 위의 표면을 한 점 한 점 찍어서 컴퓨터상의 모델링으로 재현한다. 이후 컴퓨터 내에서 형태를 조정해 최종 건축 형태를 완성한다. - P206

디지타이저(digitizer): 아날로그 데이터를 디지털 형식으로 변환하는 장치로, 컴퓨터에 그림이나 도형의 위치 관계(좌표)를 부호화하여 입력한다. - P487

최종 건축물의 컴퓨터 모델이 만들어지면 그 데이터를 가지고 프랑스 ‘미라주‘ 전투기를 디자인할 때 사용했던 ‘카티아CATIA‘라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철골구조 틀을 설계한다. 이후에 휘어진 골조의 정보를 공장으로 보내어 제작한다. 이때 3차원 모형의 표면은 마치 종이 모델의 전개도를 만들듯이 2차원 평면 조각으로 나누어 그 정보를 보낸다. 이렇게 공장에서 정확하게 제작된 철골빔과 패널들을 현장으로 옮겨서 조립하여 건축물을 완성한다. - P207

3차원 곡면의 화려한 형태는 바로크 시대부터 있었다. 바로크라는 말은 ‘찌그러진 진주‘라는 뜻이다. 그만큼 찌그러지고 기이하고 화려한 형태를 추구했던 시절이 바로크 시대다. 그당시 건축에서 바로크 형식을 표현하는 방식은 대리석을 찌그러진 형태로 깎아서 조각하는 방법밖에는없었다. 그렇다 보니 장식의 형태로밖에 만들 수 없었다. - P207

배는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유선형의 곡선으로 만들어야 한다. 게다가 바닷물이 들어오면 안 되니 방수가 철저해야 한다. - P208

콜럼버스의 달갈처럼 만들고 나니 쉬워 보이는 것이지 첫 시도는 항상 쉽지 않다. - P208

1980년대에 가정용 컴퓨터가 나오면서 컴퓨터를 이용해 여러 가지 파격적인 형태를 디자인하는 건축가가 많아졌다. 현대 철학의 해체주의를 이용해서 파격적인 디자인을 시도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 자신의 파격적인 디자인을 실제 완성된 건축으로 현실화한 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게리가 대단한 건축가인 것은 자신이 상상한 파격적인 건축을 실제로 현재의 기술을 이용해 산업 생태계 안에서 실현하는 방법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게리가 그런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어쩌면 어려서부터 가졌던 물고기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누구나 생각은 했지만 만들 수 없었던 형태를 완성하기 위해 게리는 미국 디트로이트에 있는 자동차 회사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 P209

게리는 건축 형태를 만들 때 비논리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예술가의 면모가 부각되었고 따라서 다른 사람이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인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 P210

게리가 그런 영향력 있는 건축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끊임없는 자기 혁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기술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게리는 발전한 새로운 IT 기술과 함께 자신의 디자인을 진화시켜서 살아남아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종을 창조해 낸 건축가다. - P212

유대인 성막의 공간은 성전 마당, 성소, 지성소라는 세 단계로 나누어져 있다. ‘성전 마당‘은 보통 사람들이 예배당에 들어가기 전에 담장을 지나서 맞이하는 첫 번째 공간이다. 성전 마당을 지나면 만나는 공간은 직사각형 천막으로 만들어진 ‘성소‘로, 그 안에서 정식 제사가 진행된다. 성소까지는 제사장의 출입이 가능하다. 성소 내부의 중간쯤에는 휘장이 쳐져 있는데, 그 휘장 뒤편이 ‘지성소다. 이곳은 창문도 없고 오직 대제사장만 1년에 한 번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하나님이 임재하는 곳이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1편 <레이더스>에 나오는 ‘모세의 성궤‘가 놓인 곳이기도 하다. - P220

이렇듯 신성한 공간을 구축할 때 유대인들이 사용했던 방식은 ‘공간 안의 공간‘이라는 기법이다. 사실 공간 안에 공간을 배치해 안쪽의 공간을 성스럽게 만드는 기법은 모세의 성막 이전에 이집트 신전에서도 사용되었고, 북경 ‘자금성‘에서도 보이고, 심지어 우리나라 ‘청와대‘에서도 보이는 기법이다. 그러니 인류 보편적인 기법이라고 할수 있다. 단 유대인 성막이 ‘자금성‘이나 ‘경복궁‘과 다른 점은 성소와 지성소에 창문이 없다는 점이다. 
- P220

동양의 건축에서 보통 공간 안의 공간을 만들 때는 담장을 이용했다. 반면 서양에서는 벽으로 완전하게 내부와 외부를 분리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처럼 창문이 없는 벽으로 공간 안의 공간을 만드는 평면 기법이 ‘바이네케 고문서 도서관‘에서 보인다. 아마도 고든 번샤프트는 미국의 러시아계 유대인이었기에 이러한 기법을 어렵지 않게 구상했을 것이다. - P221

‘바이네케 고문서 도서관‘을 설계할 때 유대인 성막을 떠올린 이유는 아마도 두 건축물의 공통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유대인에게 가장 중요했던 여호와가 임재하는 성궤를 보관하는 건축물이 지성소가 있는 성막이다. 마찬가지로 지식의 전당인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희귀 도서를 보관해야 했던 곳이 ‘바이네케 고문서 도서관‘이다. - P221

도서관의 서고는 일반적으로 책의 보호를 위해 햇빛에 노출되지 않는 안쪽에 배치된다. 그런데 ‘바이네케 고문서 도서관‘에서 보관하는 책은 그냥 책도 아니고 아주 희귀한 책이다. 당연히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창문 없는 공간에 배치해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바이네케 고문서 도서관‘에 비치된 희귀 도서는 유대인 성막에 보관된 성궤인 것이다. - P222

슬래브(slab): 콘크리트 바닥이나 양옥의 지붕처럼 콘크리트를 부어서 한 장의 판처럼 만든 구조물 - P487

인간은 1만년 전부터 건축에 돌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그 누구도 돌을 빛이 투과하는 특성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고든 번샤프트는 그런 물질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새로운 건축을 보여 준 대가大家다. - P225

솔로몬 구겐하임은 미국 광산과 철강 업계의 재벌이었다. 그는 자신의 컬렉션을 전시하기 위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를 선정해서 미술관을 건축했다. - P228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은 전체적으로 흰색 재료로 마감된 리본 같은 벽체가 빙빙 돌면서 위로 올라가는 모양을 하고 있다. 이 건물을 바라본 첫인상은 뱅뱅 돌려서 만든 소프트아이스크림 같다는 것이었다. 달팽이가 떠오르기도 한다. - P228

이 미술관을 설계한 라이트는 주변 자연환경과 어울리게 땅에서 자라난 듯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유기적 건축의 대명사다. 그런 그가 설계했다고 보기에 이 미술관의 디자인은 주변과 너무 이질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주변을 보면 그가 왜 이렇게 설계했는지 이해가 되기도 한다. 라이트는 격자형으로 구획된 뉴욕에서 적용할 만한 자연의 특징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주변 환경보다는 미술관이라는 ‘용도‘에 더 집중했다.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벽‘이다. - P229

그림은 태생적으로 벽이 필요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그림은 18000년 전쯤에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에 그려진 벽화다. 바닥에 그림을 그리면 동물이나 사람에게 밝혀서 지워진다. 비가 와도 지워진다. 비가 와도 그림이 지워지지 않는 장소를 찾아 동굴 속 벽에 그림을 그린 것이다. 당시 선사 시대의 인간은 땅을 얕게 파고 나무를 기울여 세워서 지붕을 만든 움집에 살았다. 그런 집에는 그림을 그릴 만한 벽이 없다. 그래서 몸에 그림을 그리는 문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의 피부 면적은 너무 작다. 더 크고 많은 그림을 그릴 공간이 필요했다. 선사시대 인간은 마음 놓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캔버스같이 넓고, 비가 와도 지워지지 않는 동굴 벽에 그림을 그린 것이다. 그렇게 벽과 함께 그림은 시작되었다. 벽이 없다면 그림은 없다. - P229

이후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도 회칠한 벽이 마르기 전에 완성하는 프레스코화를 그렸다. 시간이 흘러 유화 물감이 발명되자 사람들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서양 화가들은 캔버스를 벽처럼 세워 놓을 수 있게 이젤을 들고 다녔다. 이젤을 세우고 그 위에 얹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그림이 완성되면 벽에 걸었다. 동양화는 종이를 바닥에 놓고 그렸지만, 그림이 완성되면 이 역시 족자에 담아 벽에 걸거나 병풍으로 만들어 벽처럼 세워 놓았다. 이래저래 그림은 벽이 필요했다. 그림이 많은 미술관에는 정말 많은 벽이 필요하다. - P230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벽이 필요하다는 미술관의 기본에 충실한 건물을 디자인했다. 하지만 네모난 방의 벽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된 기다란 벽을 만들었다. 관람자는 그 벽만 계속 따라가면서 보면 된다. 그건물이 넓은 땅에 위치했다면 직선으로 기다란 벽을 만들면 됐을 것이다. 그러나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 주어진 대지는 뉴욕이라는 번잡한 도심 속의 작은 땅이었다. 따라서 건축가는 430미터나 되는 기다란 벽을 연속되게 만들기 위해 경사로를 따라 둥그렇게 위로 말아올렸다. 이렇게 함으로써 네모난 방을 만들 경우 생겨나는 각진 모서리 없이 연속된 벽체를 만들 수 있었다. - P231

그 공간 위에는 천창을 두어 햇빛이 들어오게 했다. 마치 ‘판테온‘의 천장에서 빛이 내려오듯이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천장에서도 빛이 내려온다. 사람은 주광성 동물이니 빛이 있으면 그쪽으로 시선이 간다. 따라서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 발을 들인 사람들은 곧장 6층까지 뚫린 공간 중앙에서게 되는데, 이곳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어 빛이 들어오는 천장을 바라보게 된다. - P231

철근 콘크리트와 엘리베이터의 발명과 더불어 근대 이후의 건축은 여러 층의 평면이 똑같이 반복되는 구조를 가진다. 우리 주변의 모든 상가와 아파트가 그렇다. 그렇게 똑같은 평면이 층층이 쌓인 형태를 건축가들은 ‘팬케이크 평면‘이라고 폄하해서 이야기한다. 똑같은 모양으로 동그랗게 부쳐진 팬케이크를 층층이 쌓아 먹는 문화에 빗댄이야기다. 이런 공간 구성의 가장 큰 문제는 각 층에서 다른 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 P236

라이트는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운데 커다란 빈 공간을 두고 전시장을 빙빙 돌려서 선형으로 배치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4층 전시장에 있어도 3층과 5층을 볼 수 있는 공간 구조를 만들었다. 각 층의 공간이 분절된 디지털적인 공간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된 아날로그적인 공간이 된 것이다. 한마디로 층간의 구분이 없어진 공간이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는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이 3층인지 4층인지는 의미가 없다. 그저 벽에 걸린 그림과 함께 산책하듯이 걷는 나만 존재할 뿐이다. 기분 좋게 그림에 집중할 수 있는 미술관이다. - P237

원래 가장 새롭고 좋은 디자인은 불편함을 없애고 필요에 따라 구상된 디자인이다. 각종 발명품이 그렇게 탄생했다. 스티브 잡스 Steve Jobs 덕분에 인문학 열풍이 불어서 경제 경영에 인문학을 어떻게 접목하느냐로 난리지만, 원래 인문학적 디자인의 기본은 불편함을 없애고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는 것이다. 어렵지 않다. 원래 하수들이 어려운 철학을 가져오고 구구절절 설명이 길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은 이런 기본에 충실한 고수의 작품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P238

많은 사람이 높은 건물을 원한다. 특히 오피스 건물의 경우에는 더 높게 짓고 싶어 한다. 건물이 높아지면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건물 안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좋다. 더 멀리 볼 수 있고 더 넓은 공간을 시각적으로 소유할 수 있다. 둘째, 높으면 주변에서 잘 보인다. 회사 입장에서 이만한 광고 효과도 없다. 그래서 ‘롯데월드타워‘도 서울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지으려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한 것이다. 서울의 웬만한 위치에서는 ‘롯데월드타워‘가 눈에 들어온다. - P241

어떤 건물이 눈에 띄면 보는 사람의 머릿속에 그 건물에 대한 정보가 만들어진다. 따라서 많은 사람의 눈에 띈다는 것은 그 건물에 대한 정보의 총량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보량의 증가는 권력의 증가를 뜻한다. 높은 건물은 정보의 불균형을 만든다. 그래서 어느 사회든지 가장 높은 권력자들은 높은 건물을 만들었다. 고대에는 ‘피라미드‘를 만들었고, 중세를 지나 근대까지 유럽의 모든 도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돔 지붕이 있는 대성당들이었다. 이렇게 경쟁적으로 높은 건물을 지으려고 한 노력의 결과물이 모여서 그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형성한다. - P242

아르데코(art déco) 양식: 1910~1930년대에 프랑스를 중심으로 서구에서 시작된 양식으로, 아르누보와 달리 기본형의 반복, 지그재그 등 기하학적인 무늬를 즐겨 사용했다. - P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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