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저 역모란 것은 국가에 대하여 불평과 원망을 품는 자가 하는 일이외다. 인은 벼슬이 영의정이옵고 종서는 좌의정이옵고 그밖에 이양, 민신, 조극관 같은 사람들이 벼슬이 공경에 달하여 영화가 극하옵거든 무엇을 더 바라고 천벌을 두려워할 줄 모르고 역모를 하오리이까. 이로 보아도 인과 종서가 모반을 한다 하옵은 말이 되지 아니하는 말인가 하오. 또..." - P-1
자기를 특별히 사랑하여 원한 자리도 아니 시키어 주는 것은 곧 자기를 괄시함이었다. - P-1
사람이란 사람은 다 나의 목숨을 엿보는 원수와만 같았던 - P-1
"내가 죽은 뒤에 아마 나를 역적으로 몰고 너희들을 다 잡아 죽일는지도 모르니 그런 일을 당하더라도 대장부답게 웃고 죽을지언정 아녀자와 같이 죽기를 두려워하는 빛을 보이지 말아라." - P-1
"안평대군의 명성으로 어디를 있든지 반드시 인심이 따를 것이외다. 천하 인심이 안평대군에게로 돌아가 놓으면 그때에야말로 막을 도리가 없을 것이외다. 화단을 미연에 방두하지 아니하면 반드시 큰일이 생길까 저어합니다. 지금 한 사람을 살려두면 나중에는 만 사람을 죽이지 아니하면 아니 될 터이니 이것은 국가에 큰 불행이외다. 비록 나으리께서 인자하신 마음에 골육의 정을 차마 못하여 그러시는 일이지마는 대의멸친(大義滅親) 이외다. 국가대사를 위하여는 사정을 못 돌아보는 것이외다." - P-1
"죄가 없길래 죽여야 하는 것이외다." - P-1
"안평대군이 진실로 죄가 있다 하면 백성의 마음이 따르지 아니할 것이니 무슨 두려워할 것이 있겠소오리까마는 죄가 없는지라, 죄가 없이 누명을 쓴지라 백성의 마음이 그리로 돌아가는 것이오. 백성의 마음이 안평대군으로 돌아가면 자연히 나으리를 원망하게 되는 것이외다. 그러니까 백성의 마음이 안평에게로 돌아가기 전에 화근을 끊어버리는 것이 지당한가 하오." - P-1
숙주와 인지와는 과연 동지였다. 숙주 없이 인지 되지 못하고 인지 없이 숙주 되지 못하였다. 인지, 숙주, 람, 명회는 수양대군의 팔다리다, 네 기둥이다. - P-1
‘어, 안되지. 안평이 아무리 죄가 있기로 죽이다니 말이 되나.‘ 이렇게 한번 힘있게 말하고 싶었다. 수양대군의 본심은 이렇게 말하기를 졸랐으나 수양대군의 욕심이 훼방을 놀았다. - P-1
"그렇지마는 내 말은 사정이요 제상(諸相)의 말은 공론이니까, 만일 공론이 그렇다 하면 나도 공론을 막을 바는 아니어." - P-1
"다 상감 처분에 달렸지 내야 알겠나. 알아 하소." - P-1
겉으로는 파탈하고 웃고 떠든다 하더라도 속으로는 무엇으로도 굽힐 수 없는 송죽 같은 맑고 매운 절개가 있던 것이다. - P-1
"아직은 억지로라도 살아야 해. 못 참을 것을 참더라도 살아야 하네." - P-1
"간신의 무리가 무죄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워 죽이는 것을 볼 때에 묘당(廟堂)에 한 사람도 다투는 이가 없다. 하면 의를 어디가서 찾는단 말인가. 또 이 때에 한 번 수양과 정가의 예기를 지르지 아니하면 장차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를 것이니까 이때에 우리가 불가불 목숨을 내어놓고 다투어야 할 것일세." - P-1
"우리가 아니하면 누가 한단 말인가. 만약 이 일을 그대로 내버려두면 무소불위할 것이니까, 우리 몇 사람이 중심이 되어서 연명을 하여 가지고 한 번 정가에게 하늘 높은 양을 보여야 하네." - P-1
‘일은 안되고 목숨은 잃고, 그렇지마는 의리상 아니 그러할 수는 없고...‘ 실로 난처한 딜레마(경우)다. - P-1
"이번에도 목숨은 하나 내어놓아야 하겠고 또 후일을 위하여서도 목숨은 하나 남겨두어야 하겠고." - P-1
"뒷일을 생각해서 목숨을 아껴둔다는 것은 의가 아니어. 보지 못하는 장래를 위하여 목전에 다닥친 대의를 저버리다니 말이 되나. 우리네가 이번 의에 죽으면 후일에 그때도 의에 죽을 사람이 자연 또 있을 것이어." - P-1
오륙 인 미관말직의 외롭고 약한 힘으로 일국 정권을 마음대로 놀리는 수양대군과 정인지를 대항한다는 것은 실로 당랑거철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의를 위하여 죽는다‘ 하고 생각하면 마음이 든든하였다. - P-1
"하늘이 도와서 인제 내가 죽을 곳을 얻었다." - P-1
"사실 여부를 알아보지도 아니하고 친구를 버린다는 것이 어디 친구의 도린가." - P-1
숙주는 얼음같이 차디찬 욕심의 돌로 설레는 양심의 병아리를 꽉 눌러 질식을 시키고, - P-1
까닭이 없는 엽등에는 바르지 못한 속살이 있는 짓이라고 - P-1
적어도 말썽 많은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을 수가 있는 까닭이었다. - P-1
이때를 당하여 한 가지 믿을 것은 오직 위력뿐이라, 무엇이나 한 번 말을 내면 그대로 하고 터럭끝만큼이라도 어기는 자는 단불용대하고 엄벌함으로써 인민으로 하여금 무서워서 감히 입을 벌리지 못하게 함이 아니면 이 구석 저 구석에서 쑥쑥 나오는 수없는 허후를 낱낱이 접응할 수 없다 함이다. - P-1
"지금에 순을 자르지 아니하면 나중에 큰 나무를 꺾어야 하게 될 것이외다." - P-1
차라리 말썽생길 근본을 끊어버리는 것이 편리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 P-1
하늘과 땅이 덕을 합하여 만물을 생성하나니 - P-1
미리 죽여버려서 후환이 없게 하자는 것이다. - P-1
그는 벼슬을 버린 자유의 몸이니 그러할 자유가 있는 것이다. - P-1
마음을 떠보려고, 또는 그를 죽일 구실을 얻으려고 하는 일이다. - P-1
"조명(朝命)이니 할 수 있소? 나 죽은 뒷일은 부인이 다 알아 하시오." - P-1
충신이 간신한테 몰려서 죽는다는 것은 전제군주 시대의 공식(公式)이어서 무식한 백성들 사이에도 용이하게 이해함이 되었다. - P-1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거든 하라." - P-1
"자, 그 올가미를 이 목에 씌우라. 죽는 것은 같지마는 절개는 다른 법이야. 내가 만일 이심(貳心)이 있었거든 하늘이 맑은 대로 있으려니와 하늘이 만일 내 충성을 알거든 반드시 이상한 일이 있을 것이야." - P-1
이렇게 심심한 해와 바쁜 해가 새끼 오라기 두 가닥 모양으로 서로 꼬여서 세월이라는 인생의 역사 바탕을 이루거니와 - P-1
풀과 나무들의 본성은 가을서리 내릴 때를 당하여서야 분명히 알게 된다. 갈대는 말라버리고 참대는 더욱 푸르다. 돌피는 태워버리고 벼 알갱이는 거둬들인다. 서리치는 모진 바람이 밤을 새어 냅다 불 때에는 떨어질 잎은 다 떨어지고 소나무, 잣나무만 까닥없이 청청하다. 이리하여 가을철은 천지의 대좌기(大坐起)로, 일 년간 지내온 초목에도 마감(磨勘)을 보는 심판날이 된다. - P-1
개인의 일생에도, 또 어떤 민족의 일생에도 몇십 년에 한 번씩, 또는 몇백 년에 한 번씩 이러한 마감날이 온다. 평상시에는 다 비슷비슷하여 별로 차별이 없는 듯하던 이들(개인이나 민족이나)도 이날 우레 같은 운명의 호령과 형무, 곤장 같은 자작얼(自作孼)의 아픈 매가 벗은 몸뚱이를 후려 갈길 때에는 지금까지 쓰고 있던 탈바가지도 다 집어던지고 대번에 개개 실토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대좌기를 겪고 난 뒤에야 그가 갈대인지 참대인지 무쇠인지 강철인지가 판명이 되는 것이다. - P-1
이러한 본색들이 아침 볕 받는 산봉우리들 모양으로 크게 작게 제 모양대로 제 빛깔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 P-1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 오백 년 전에 있던 우리 조상들의 장처단처는 오늘날 우리 중에도 너무 분명하게, 너무도 유사하게 드러나는구나. 그 성질이 드러나는구나. 그 성질이 드러나게 하는 사건까지도 퍽으나 오백 년을 새에 두고 서로 같구나. 우리가 역사를 읽는 재미가 여기 있는지도 모른다. - P-1
득롱망촉(得瓏望蜀)이란 셈으로 바라던 자리를 얻으면 한층 더 높은 자리를 또 바라는 법이다. 이리하여 사람은 한없는 욕심의 층층대를 허덕거리며 오르다가 마침내 끝간 데를 보지 못하고 현기증이 나서 굴러떨어지어 머리가 부서져 죽는 법이다. - P-1
왕이 아직은 나이 어리시어 수양대군의 마음대로 무슨 일이나 다 할 수 있지마는 차차 나이 많아지어 국정을 몸소 보시게만 되는 날이면 족히 수양대군을 물리칠 수도 있는 것이다. - P-1
운명은 수양대군의 가슴속에 한 움큼 욕심의 불을 던지어 커다란 비극을 만들어내게 한 것이다. - P-1
될 수만 있으면 피 한 방울 흘리지 아니하고 목적을 달하고 싶은 것이다. - P-1
사람이란 살아 있을 때에는 아무 힘이 없던 이라도 죽여버리면 꿈자리 사나운 것임을 - P-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