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바로 딱 와닿지가 않아서 그 의미를 곱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각자 성향에 따라 사람들과 사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반대로 사람들한테 상처받는 것이 싫다든가 이외 여러 이유들로 인해 의도적으로 사람들과 거리를 두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뭐가 옳고 그른지를 언급하고 싶진 않다. 단지 성향과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소설 속 인물이 언급한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정신질환‘이라는 워딩이 좀 마음에 걸렸다. ‘사람 좋아하는 게 정신질환이라는 용어까지 사용할 정도로 그렇게 심각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근데 소설 속 인물이 이렇게 언급한 데는 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없기에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본문을 좀 더 읽어나가면서 알아봐야 할 듯하다. 의문은 계속 유지한 채로 말이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정신질환이랑 비슷해." - P15

때로는 이름 몇 글자가 사람의 마음을 크게 뒤흔들어버리기도 한다. - P16

지금이란 때 / 때가 지금이라면 / 이 지금을 꿈쩍없는 / 지금으로 만들 수밖에 - P21

우리는 교차하는 두 줄의 직선처럼, 한 지점에서 잠깐 만났다가 그대로 멀어진 것이다. - P23

매우 신기하게도(어쩌면 그렇게 신기한 일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사람은 눈 깜짝할 사이 늙어버린다. 우리의 육체는 돌이킬 수 없이 시시각각 소멸을 향해 나아간다.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떠보면 많은 것이 이미 사라져버렸음을 깨닫는다. 강한 밤바람에 휩쓸려, 그것들은ㅡ확실한 이름이 있는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것이나ㅡ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어딘가로 날아가버렸다. 뒤에 남는 것은 사소한 기억뿐이다. 아니, 기억조차 그다지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우리 몸에 그때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런 것을 누가 명확히 단언할 수 있으랴? - P24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일이 많다. - P32

사람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남의 마음을 짓밟거나, 자존심에 상처를 내거나, 불쾌감을 안겨주거나 한다. - P40

"중심이 여러 개 있는 원." - P42

"중심이 여러 개, 아니, 때로는 무수히 있으면서 둘레를 갖지 않는 원." 노인이 이맛살을 한층 더 찌푸리면서 말했다. "그런 원을, 자네는 떠올릴 수 있겠나?" - P43

"정말로 중요한 건 학교같은 데서 절대 가르쳐주지 않거든." - P44

"그런 원은 분명히 존재해. 하지만 누구의 눈에나 보이지는 않지." - P44

"알겠나. 자네는 혼자 힘으로 상상해야 돼. 정신 차리고 지혜를 쥐어짜서 떠올려보라고. 중심이 여러 개 있고 둘레를 갖지 않는 원을. 그렇게 진지하게 피나는 노력을 하고서야 비로소 조금씩 그게 어떤 것인지 보이거든." - P44

"이 세상에 어떤 가치가 있는 것치고 간단히 얻을 수 있는 게 하나라도 있는가." ...(중략)... "그래도 말이야, 시간을 쏟고 공을 들여 그 간단치 않은 일을 이루어내고 나면, 그것이 고스란히 인생의 크림이 되거든." - P44

"프랑스어로 ‘크렘 드 라 크렘‘이라는 말이 있는데, 아나?"
...(중략)...
"크림 중의 크림, 최고로 좋은 것이라는 뜻이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에센스ㅡ그게 ‘크렘 드 라 크렘‘이야. 알겠나? 나머지는 죄다 하찮고 시시할 뿐이지." - P45

"다시 한번 눈을 감고, 열심히 생각하는 거야. 중심이 여러 개 있고 둘레를 갖지 않는 원을. 자네 머리는 말일세. 어려운 걸 생각하라고 있는 거야. 모르는 걸 어떻게든 알아내라고 있는 거라고. 비슬비슬 늘어져 있으면 못써. 지금이 중요한 시기거든. 머리와 마음이 다져지고 빚어져가는 시기니까." - P45

"나도 물론 그때는 무척 신경쓰였어." 내가 말했다. "대체 무슨 일인지 곱씹어보았지. 상처도 받았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멀찌감치 물러나 바라보니 전부 아무래도 상관없는 시시한 일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어. 인생의 크림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일이라고." - P48

"우리 인생에는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나. 설명이 안 되고 이치에 맞지 않는, 그렇지만 마음만은 지독히 흐트러지는 사건이. 그런 때는 아무 생각 말고, 고민도 하지 말고, 그저 눈을 감고 지나가게 두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커다란 파도 밑을 빠져나갈 때처럼." - P49

어떤 것인지 대충 알겠다 싶을 때도 있었지만, 더 깊이 생각하다보면 다시 알 수 없어졌다. 그러기를 되풀이한다. 아마 그것은 구체적인 도형으로서의 원이 아니라, 사람의 의식 속에만 존재하는 원일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를테면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무언가에 깊은 연민을 느끼거나, 이 세상의 이상적인 모습을 그리거나, 신앙(혹은 신앙 비슷한 것)을 발견하거나 할 때, 우리는 지극히 당연하게 그 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게 아닐까ㅡ어디까지나 나의 막연한 추론일 뿐이지만. - P50

세상 사람들에게 유머감각이 결여된 건지, 아니면 내 유머감각이 워낙에 비뚤어진 건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 P56

듣기 전과 들은 후에 몸의 구조가 조금은 달라진 듯 느껴지는 음악ㅡ그런 음악이 세상에는 분명히 존재하는 법이다. - P67

"물론 죽음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오지." 버드가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지극히 완만한 것이기도 해. 자네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름다운 프레이즈와 마찬가지야. 순식간에 지나가는 동시에, 한없이 잡아 늘일 수도 있지. 동쪽 해안에서 서쪽 해안만큼 길게ㅡ혹은 영원에 다다를 만큼 길게. 시간이란 관념은 그곳에서 사라지고 없어. 그런 의미로 보면, 나는 하루하루 살면서 죽어 있었는지도 몰라. 그래도 실제로 맞는 진짜 죽음은 철저하게 무거워. 그전까지 존재했던 것이 갑자기 통째로 사라져버리지. 완전히 무無가 되어버려. 그리고 내 경우, 그 존재는 나 자신이었어." - P68

"죽을 때 내가 뭘 생각하고 있었는지 알아?" 버드가 말했다.
"내 머릿속에 있었던 건 그저 하나의 멜로디였어. 그걸 도돌이표처럼 언제까지고 머릿속으로 흥얼거렸지. 그 멜로디가 도무지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거든. 왜 가끔 그럴 때 있잖아? 멜로디 하나가 머릿속에 달라붙어버리는 거. 그게 뭔고 하니,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1번, 3악장의 한 소절이었어. 이런 멜로디야."
버드가 작게 허밍으로 그 멜로디를 읇조렸다. 나도 아는 멜로디였다. 피아노 솔로 파트다. - P69

"베토벤이 쓴 멜로디 중에서 최고의 스윙이라 할 수 있는 소절이야." 버드가 말했다. "나는 그 1번 콘체르토를 옛날부터 좋아했어. 셀 수 없이 들었지. 슈나벨이 연주한 SP 레코드로, 그래도 희한한 일이지. 이 찰리 파커가 죽을 때 머릿속으로 몇 번이고 흥얼거린 것이 하필이면 베토벤의 멜로디라니. 그러고는 어둠이 찾아왔어. 막이 내리듯이." 버드는 쉰 목소리로 작게 웃었다. - P69

당신은 이 이야기가 믿어지는가?
믿는 게 좋다. 어쨌거나 실제로 일어난 일이니까. - P71

한때 소녀였던 이들이 나이를 먹어버린 것이 서글프게 다가오는 까닭은 아마도 내가 소년 시절 품었던 꿈 같은 것이 이제 효력을 잃었음을 새삼 인정해야 해서일 것이다. 꿈이 죽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실제 생명이 소멸하는 것보다 슬픈 일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때로 매우 공정하지 못한 일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 P76

그곳에 있었을 중요한 메시지는 모든 꿈의 핵심들과 마찬가지로 미로 속으로 사라졌다.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 P77

기억이란 때때로 내게 가장 귀중한 감정적 자산 중 하나가 되었고, 살아가기 위한 실마리가 되기도 했다. 큼직한 외투 주머니에 가만히 잠재워둔 따뜻한 새끼고양이처럼. - P79

그곳에는 음악이 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그곳에 있었던 것은 음악을 포함하면서도 음악을 넘어선, 더욱 커다란 무언가였다. 그리고 그 정경은 순식간에 내 마음속 인화지에 선명히 아로새겨졌다. 아로새겨진 것은 한 시대 한 장소 한 순간의, 오직 그곳에만 있는 정신의 풍경이었다. - P83

귀기울이면 거의 언제나 그들의 곡이 들려왔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 비틀스의 음악은 우리 주위를 구석구석 둘러싸고 있었다. 마치 꼼꼼하게 바른 벽지처럼. - P86

우리의 인생은 결국, 그저 요란하게 꾸민 소모품일 뿐인지도 모른다. - P87

거창한 오해에 거창한 화해가 뒤잇고, 몇 가지 장애물이 안개 걷히듯 해소되고, - P88

"질투심이 많으면 가끔은 무척 힘들어." - P89

‘의미 없는 질문‘이란 답의 옳고 그름을 논리적으로 판정하기 힘든(혹은 판정할 수 없는) 질문을 말한다. 작품을 쓴 작가 본인조차 과연 판정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것들이다. - P97

문학에서 비교적 이치에 맞는다는 것이 과연 미덕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 P98

"불은 불로 다스린다. 뭐 그런 말도 있잖아." - P101

‘너는 굿바이라 말하고, 나는 헬로라 말하네.‘ - P114

내가 도쿄에서 만났던 한 여자는 그 종을 확실히 울려주었다. 그것은 논리나 이론을 따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의식 혹은 영혼의 훨씬 깊은 곳에서 멋대로 일어나거나 일어나지 않을 뿐, 개인의 힘으로는 바꿀 수 없는 종류의 일이다. - P117

"자네가 그때 읽어준 아쿠타가와의 「톱니바퀴」에, 비행사는 고공의 공기만 마시기에 갈수록 지상의 공기를 견딜 수 없어진다…………… 뭐 그런 말이 나왔었잖아. 비행기병이라던가. 그런 병이 정말로 있는지는 몰라도, 그 문장이 지금도 기억나." - P118

사람에게는 지켜야 할 도리라는 것이 있다. - P129

그렇다. 인생은 이기는 때보다 지는 때가 더 많다. 그리고 인생의 진정한 지혜는 ‘어떻게 상대를 이기는가‘가 아니라 오히려 ‘어떻게 잘 지는가‘ 하는 데서 나온다. - P131

세상일 알 수 없다. - P135

반쯤 어이없는 듯, 반쯤 감탄한 듯. - P137

물론 지는 것보다야 이기는 쪽이 훨씬 좋다.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경기의 승패에 따라 시간의 가치나 무게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시간은 어디까지나 똑같은 시간이다. 일 분은 일 분이고, 한 시간은 한 시간이다. 우리는 누가 뭐라 하든 그것을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 시간과 잘 타협해서, 최대한 멋진 기억을 뒤에 남기는 것ㅡ그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 P147

"죄송합니다. 저기 이거 흑맥주인데요" - P148

자, 팀이 이기기를 빌어보자. 그리고 동시에 (남몰래) 지는 것에 대비해보자. - P148

추함에 대해 말하는 것은,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 P153

관찰한 바에 따르면, 내가 아는 아름다운 여자 중 많은 이는 자신의 아름답지 못한 부분ㅡ인간의 신체 환경에는 반드시 그런 구석이 있기 마련이다ㅡ이 불만스럽거나 거슬리는 탓에 항상 심적으로 시달리는 것 같았다. 아무리 사소한 단점도, 잘 보이지도 않는 흠결 하나조차 그녀들은 그냥 넘기지 못했다. 어떤 경우에는 속앓이까지 했다. - P153

자신이 아름답지 못하다는 것을ㅡ혹은 못생겼다는 것을ㅡ나름대로 즐길 줄 아는 여자는 오히려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아름다운 여자에게도 어딘가 보기 싫은 구석이 있듯이, 어떤 못생긴 여자에게도 어딘가 아름다운 부분이 있다. 그리고 그녀들은 아름다운 여자들과는 달리 그런 부분을 기탄없이 즐기는 듯했다. 대체도 없거니와, 비유도 없다. - P154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은 종종 보는 시각에 따라 완전히 뒤바뀐다. 빛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림자가 빛이 되고, 빛이 그림자가 된다. 양이 음이 되고, 음이 양이 된다. 그런 작용이 세상을 구성하는 하나의 본질인지 혹은 그저 시각적 착각인지는 내가 판단하기 버거운 문제다. - P154

혼자 콘서트를 다니는 사람들 사이에는 보통 소소한 연대감 같은 것이 생긴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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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우일 그림,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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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개인적으로 얼마 전에 읽었던《양을 쫓는 모험》이후 읽을거리를 찾다가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었다.《양을 쫓는 모험》의 등장인물 중에 양 모양으로 만들어진 털옷을 입은 ‘양 사나이‘가 있었는데, 오늘 읽기 시작한《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의 제목과 오버랩이 되면서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본문 내용에 대해 잠시 언급해보자면, 양 사나이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한 사내로부터 양의 조상님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성(聖) 양 어르신에게 바칠 음악을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하지만 여건이 여의치 않다. 양 사나이는 평소에는 도넛 가게에서 일을 하느라 작곡할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 않을 뿐더러 그가 거주하는 하숙집 아주머니는 시끄럽다며 피아노도 못치게 하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는 점점 다가오는데 딱히 작곡해놓은 건 없고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 양 박사가 홀연히 등장하여 양 사나이의 고민을 듣더니 도움의 손길을 슬그머니 내민다. (참고로 ‘양 박사‘도 ‘양 사나이‘와 마찬가지로《양을 쫓는 모험》에 등장했던 인물이다. 그 작품에서 ‘양 박사‘는 특정한 사건(?)으로 인해 양과 관련하여 어떤 저주같은 것을 받아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이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에서도 ‘저주‘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등장한다.)

양 사나이는 양 박사가 도와준다는 말에 솔깃하여 자신이 먹던 도넛까지 건네며 도움을 요청한다. 근데 위에서 살짝 언급했듯이 양 박사는 양 사나이에게 작곡이 잘 안 되는 이유가 어떤 ‘저주‘에 걸렸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주에 관한 상세한 자초지종은 직접 본문을 통해 확인해보시길 바란다) 어쨌든 그러면서 이 ‘저주‘를 풀기 위해 양 박사가 시키는대로 행동하라고 말한다.

이후 양 사나이는 양 박사가 말한 저주를 풀기 위해 순진해보일정도로 양 박사의 말을 따라 행동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특정한 사이즈의 구덩이를 파기도 하고, 특정시간에 맞춰서 그 구덩이에 들어갔다가 난생 처음보는 꽈배기처럼 생긴 ‘꼬불탱이‘도 보게 된다. 그리고 가까스로 구덩이에서 탈출한 이후에는 저자의 다른 소설(1973년의 핀볼)에 나왔던 쌍둥이 자매(208, 209)도 만나게 된다. 저주를 푸는 방법을 찾아해매던 양 사나이는 이후 ‘바다까마귀 부인‘을 만나 저주를 풀기 위한 장소로 이동하는데 또 거기서 앞서 만난 ‘꼬불탱이‘와 생김새는 똑같지만 방향이 반대로 되어 있는 ‘또다른 꼬불탱이‘를 만난다. (앞에 나온 꼬불탱이가 형 꼬불탱이였고 뒤에 나온 꼬불탱이는 동생 꼬불탱이였다고 한다) 이 끝을 알 수 없는 저주 풀기 모험의 마지막 지점에서는 ‘부끄럼쟁이‘라고 지칭되는 캐릭터가 나오는데 이 캐릭터가 지시한 행동을 하고나서야 비로소 길고 길었던 ‘저주를 풀기 위한 모험‘이 끝난다.

우여곡절 끝에 모험이 끝나고 양 사나이는 드디어 성(聖) 양 어르신을 만나게 된다. 앞에서 별도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모험이 시작된 날이 크리스마스 이브 날이었는데, 모험이 끝나고 나니 어느덧 하루가 지났는지 성 양 어르신이 그간 모험에서 나왔던 캐릭터들과 함께 양 사나이를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하여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위에서 언급했던 성 양 어르신에게 바칠 음악은 양 사나이가 파티장에 있던 피아노로 즉석에서 연주하는 것으로 완성되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개인적으로는 이야기 자체보다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에 나왔던 캐릭터들을 다시 만나볼 수 있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물론 기존 작품에 나왔던 것과 이《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에 나왔던 캐릭터들이 가진 특징이 완전히 동일하다고는 보기 힘들지만, 일정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씩 겹치는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기존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봤던 분들이라면 과거 자신이 읽었던 작품들을 회상해보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이 작품을 읽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 나왔던 캐릭터 중에 개인적으로 ‘꼬불탱이‘와 ‘바다까마귀 부인‘ 그리고 ‘부끄럼쟁이‘ 의 경우 독자인 내가 개인적으로 아직 읽어보지 못한 동저자의 작품들에 나왔던 캐릭터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 저자가 썼던 책들을 하나하나 읽어나가면서 거기서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전반적으로 책 자체가 굉장히 얇기도 하고 중간중간 스토리와 관련된 그림들이 많이 실려 있어서 순식간에 읽어볼 수 있었다. 특별히 그림 중에 옆으로 그리고 아래로 지면을 펼칠 수 있는 것들은 물론이고 도넛 모양의 구멍이 뚫려 있는 부분도 있었는데, 기존 책 지면의 한계를 뛰어넘어 특정한 상황을 실감나게 나타냈다는 점에서 좋게 평가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 카드에 적혀있던 글처럼 언제나 평화롭고 행복하시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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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인공지능 도입으로 인해 기존의 곤고하던 지위가 흔들리는 집단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이득을 보는 새로운 집단이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다고 말한다. 앞선 본문에서 알파고 출현 이후 바둑업계에서 활약하는 프로기사들의 얘기들을 다양하게 들어볼 수 있었는데, 인공지능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멘붕이 왔다거나 심한 경우에는 업계를 떠나는 경우도 있었지만, 반대로 인공지능이라는 변화의 물결에 과감하게 올라타서 비주류였던 사람이 새로운 주류로 거듭나는 사례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소위 말하는 업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한 이러한 지각변동은 분야를 막론하고 현재진행형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는 중인데, 이러한 지각변동이 어느정도 안정되어 땅이 평평해지게 되면 소위 성경에서 말하는 ‘먼저 된 자가 나중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되는‘ 식으로 기존의 질서가 새롭게 재편될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공평해진다는 말로 표현한 듯하다.

추가로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인공지능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보의 민주화‘가 이루어졌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상당부분 공감이 가는 용어라고 느껴졌다. 아마도 민주화라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인 듯하다.

‘평평해짐‘은 곧 ‘공평해짐‘을 의미한다. - P106

일단 나오면 그게 없었던 시절로 세상을 되돌리기는 불가능하다 ...(중략)... 경쟁에서 유리해지는 그룹이 그걸 포기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 P106

인공지능처럼 쓸모 있고 강력한 기술은 마치 야수와 같다. 일단 거리에 뛰쳐나오면 붙잡아 우리에 가두는 것이 매우 어렵다. ...(중략)... 사실상 그 야수를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그게 아직 거리에 나오기 전뿐이라고 봐야 한다. - P107

챗GPT가 등장한 뒤로 ‘수준급의 실력을 지닌 소설 쓰는 인공지능이 나오면 당신도 이용할 거냐‘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나는 그 질문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 질문은 수준급의 소설 쓰는 인공지능을 쓰는 일을 내가 선택할 수 있을 거라고 당연하게 전제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런 괜찮은 인공지능이 나와서 시장에서 팔리기 시작하면, 내게 선택권은 없을 것이다. 나는 그걸 써야만 한다. - P107

개발자들의 의도와 무관하게, AI-환경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불리하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현시점에서 구체적으로 누가 유리하고 누가 불리할지 예측할 수 없다. - P110

인공지능은 스마트폰이나 소셜미디어보다 훨씬 더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아니, 이 말은 부정확하다. 인공지능은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집어삼킬 것이다. 인공지능은 스마트폰과 스마트폰 뒤에 나올 다른 여러 기기, 그리고 소셜미디어와 그 뒤에 나올 다른 여러 미디어와 결합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우리가 뭐라고 불러야 할지조차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될 것이다. 그 무언가는 사실상 우리가 살아야 하는 환경 그 자체일 것이다. - P113

한국기원의 바둑용어 사전은 기풍(棋風)을 "바둑을 두는 데 있어서 나타나는 각 개인 특유의 방식이나 개성"이라고 설명한다. - P115

바둑에는 ‘류(流)‘라는 것이 있다. 기사마다 바둑을 두는 기풍을 뜻하는 말인데, 여기서 각자의 성격과 추구하는 바가 나타난다. (...) 바둑기사에게 자신만의 ‘류‘는 일종의 자아다. 바둑을 어떤 식으로 놓는다는 것은 세상을 어떤 식으로 살아가겠다는 나만의 선언이다. 그래서 거장들의 바둑 대결은 이러한 세계관과 가치관의 충돌처럼 다가온다. 바둑이 무려 4천 년을 살아남았고 아직도 건재한 이유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그 속에서 인생관과 삶의 철학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_조훈현 9단 자서전 - P117

"바둑에서 기풍이 사라진다는 것은 사람에게서 감정이 사라지고 이성만 남는 것과 같을지 모른다" _박치문 바둑 칼럼니스트 - P118

기풍이 많았다는 건 그만큼 기사들이 자유로웠다는 의미라고 생각해요. 어떤 기사가 두는 방식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가 없었고 두는 사람들은 그게 가능한 포석이라고 생각했던 거고요. 그리고 그게 솔직히 재미있기도 했죠. - P119

"기풍은 어떤 기사가 본인을 증명하는 방법이죠. 그런데 그런 캐릭터나 퍼스낼리티라는 건 승부에 비하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저도 해설을 하지만 저는 바둑의 아름다움이라는 표현을 쓰지도 않고, 그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어떤 바둑이 아름답고 어떤 바둑이 아름답지 않다는 건지요? 최선을 다한 바둑에는 다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해요." _이희성 9단 - P120

"기풍이라는 건 포석에서 드러나는 부분도 좀 있지만, 전체적으로 나타나는 거예요. 기풍이 사라졌다기보다는 인공지능이 도입되면서 바둑이 굉장히 복잡해졌어요. 예전에는 어떤 틀에 의해서, 돌의 모양을 중시했는데 요즘은 그런 틀이 무너졌고 난전이 많습니다. 그래서 보는 사람도 어렵고 두는 사람도 어려워지는 상황이죠." - P121

‘포석은 기풍이 아니다‘ _유창혁 9단 - P121

"기풍이라는 건, 바둑에서 자기 성격이 나오는 거라고 볼 수 있어요. 성격이 차분한 사람은 인공지능이 있든 없든 차분하게 가는 거고, 성격이 전투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은 계속 적극적으로 가는 거고요. 그건 별로 바뀐 것 같지 않아요." - P121

"인공지능 1.0 시대는 AI 수법을 빨리빨리 받아들여서 이걸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넣기 한 시기입니다. 그러면 성적이 많이 올라갔죠. 이제 AI를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 간에 격차가 있다는건 모두 인정하고, 다들 AI를 씁니다. 그래서 최근에 2.0 시대가 열렸어요. 자신만의 생각과 AI 수법을 결합하는 시대예요. 예를 들어 어떤 기사가 생각하는 수가 AI 분석으로 이길 확률이 50퍼센트 아래라면 그건 포기해요. 하지만 이길 확률이 50퍼센트 이상인 수 중에서는 가장 수치가 높은 수를 택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수를 택하는 거예요. AI가 이길 확률이 63퍼센트, 58퍼센트,
51퍼센트, 47퍼센트인 수를 제시하면 47퍼센트인 수는 버리지만 51퍼센트인 수는 고를 수 있다는 거죠. 그러면서 자기의 개성을 뽑아내는 거죠. 그래서 지금은 기풍이라는 게 은근히 있어요." _김만수 8단 - P123

"어차피 따라 두는 사람은 따라 두고요, 자기 뜻대로 두는 사람은 본인이 두고 싶은 대로 둬요." _김지석 9단 - P124

어떤 프로기사들에게 기풍은 그저 개성의 다른 말이다. 포석은 개성적일 수 있지만, 포석이 비슷해지더라도 한 기사의 개성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바둑 한 판을 두는 과정에서 그의 성격과 개성은 드러날 수밖에 없다. - P124

프로기사들의 추측이기는 하나, 인공지능의 ‘기풍‘은 아마도 그저 초기 설정에 달린 문제인 듯하다. - P125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AI들도 스타일이 달라진다고 하더라고요. 쉬운 예를 들자면 상대를 작은 차이로라도 확실하게 이기는 확률을 높이느냐, 아니면 큰 차이로 이기는 것을 목표로 삼느냐에 따라 달라진대요. 그리고 크게 이기는 걸 목표로 설정한 AI일수록 사람하고 비슷하게 둔대요. 알파고는 최대한 안전하게 이기는 스타일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자기 생각에 좀 유리하다 싶으면 인간 기사들이 보기에는 최선이 아닌 것 같은 수도 두는 거예요." _이하진 4단 - P125

"인공지능이 두는 바둑에는 기풍이 없다고 봐야 합니다. 생각의 흐름으로 연결되어서 나오는 수가 아니니까요. 단순히 그때그때의 확률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 거니까요."
_정두호 4단 - P126

"기풍은 (경향성이 아니라) 초반 구상을 의미한다" _안성문 바둑전문기자 - P126

"바둑이 중반에 들어가면 이미 그때는 오로지 최선이냐 아니냐의 치열한 칼싸움 같은 거예요. 구상은 50수, 길게 보면 80수 안에 있는 거죠. 한 기사가 자기 스타일대로 초반 빌드업을 하는 과정에서 기풍이 나오는 거죠. 중반에 들어가면 치고받을 때 선택의 문제는 있겠지만 그건 기풍이 아니에요." _안성문 바둑전문기자 - P126

결국 바둑계에서 사용해 온 ‘기풍‘이라는 단어는 현실 세계의 특정한 현상에 대한 모호한 비유였다. 따지고 보면 ‘성격‘이나 ‘철학‘이라는 단어 역시 그렇다. 인간은 그런 개념어와 비유에 기대어 세계를 파악한다. 언어는 도구다. 그 도구에 기대지 않는 인공지능이 언어라는 도구에 기대야만 하는 인간들보다 더 훌륭하게 과제들을 수행할 때, 언어에는 균열이 생긴다. 우리는 ‘그 말이 무슨 뜻이냐‘를 비로소 제대로 묻게 된다. - P128

바둑계에서 흔히 썼던 ‘기세‘라는 용어에 관한 얘기다. 한국기원의 바둑용어 사전은 "대국에서 이해득실을 따지기에 앞서 상대를 제압하고자 하는 의기가 강한 형세. 또는 상대가 두려워할 만한 힘. 보통 국면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다툴 때 나타난다"라고 설명한다. 모호한 개념을 다른 모호한 개념(제압, 의기, 형세, 두려움, 주도권)으로 설명하는 좋은 예다. - P128

인공지능이 등장한 뒤에야 비로소 우리는 기세라는 단어가 지나치게 인간적인 뉘앙스를 품고 있었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 P129

어떻게 보면 바둑 전문가들이 가장 딱한 신세였다. 알파고를 설명해야 하는데, 그들이 가진 설명 도구라고는 인간의 언어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창의적이라든가 수비적이라든가 배짱이 대단하다든가 뒷맛을 고려하지 않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알파고의 바둑을 평했다. 인격이 없는 대상에 인격을 부여하는, 전형적인 인간의 언어였다. 인간은 이런 식으로 수많은 사물을 의인화하고, 상상의 감정이나 성격을 만들어 거기에 자신의 마음을 이입한다. - P131

바둑계에는 지금 당장은 알 수 없지만 나중에 좋은 수나 나쁜 수가 될지 모르겠다는 잠재력을 표현하는 ‘뒷맛‘이라는 용어가 있다. 당연히 알파고는 그런 걸 생각하지 않는다. 알파고의 모든 수는 계산의 결과다. - P131

지능을 정의하려는 형이상학적 시도는 번번이 실패하는데, 어쩌면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자체의 한계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실 지능을 정의하는 데 성공한다 해도 대단한 상업적 보상이 따라오지 않는다. 지능을 정의하기보다는 만들어 내는 편이 더 쉽고, 더 유혹적이다. - P132

블랙박스인 인간의 뇌는 자신이 작동하는 방식을 다른 인간의 뇌에 전파하기 위해, 즉 다른 사람을 가르치기 위해 언어를 쓴다. 그런 교육의 언어 역시 상당수는 모호한 개념이나 비유다. 바둑계에서는 수많은 바둑 격언이 그런 언어를 사용한다. 매우 추상적인 차원의 조언도 있고, 그보다는 실제적인 차원의 요령도 있다. - P132

‘위기십결(圍碁十訣)‘이라고 하는 열 가지 격언은 상당히 형이상학적인 개념들로 되어 있다. 첫 번째 조언은 ‘부득탐승(不得貪勝)‘인데 승리를 탐하면 이기지 못한다는 뜻이다. 모순된 표현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짐작한다. - P132

"우리가 애매모호하게 알고 있는 것들이 정말 많구나 ...(중략)... 적당히 편의적인 정의를 내려서 적당히 쓰고 있는 것들이 엄청 많아요." _바둑 AI 개발 전문가 김찬우 7단 - P133

"바둑에 신이 있다면 그 신의 눈에는 승부수니 기세니 하는 애매모호한 말은 전부 가소로운 것들로 비칠 것" ...(중략)... "신의 눈에는 오로지 정수와 악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_서봉수 9단 - P133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들로 뒤덮여 있다고 나는 믿는다." _스티븐 킹 - P133

작곡과에서 예비 작곡가들에게 가르치는 음악 이론과 요령 역시 그런 추상적인 개념과 비유로 가득 차 있다. - P134

그런데 가끔 부사가 뭔지, 화성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멋진 소설을 쓰고 뛰어난 곡을 작곡하기도 한다. 멋진 소설을 쓰고 뛰어난 곡을 쓰는 데 분명 어떤 능력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 능력 자체는 작법 이론, 음악 이론과 무관하다. 사실 작법 이론과 음악 이론이 미래의 창작에 도움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보다는 반대로 과거에 이미 일어난 창작 과정을 언어로 설명할 때 유용하다. - P134

인공지능이라는 블랙박스가 지켜야 할 규칙과 내야 할 결과물을 명확히 규정하는 편이 낫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시도를 거듭할 때마다 점점 성장해서 더 나은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피드백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 P135

목표는 어떻게 정해야 할까? 바둑의 경우에는 간명한 목표가 있었다. ‘이겨라‘라는 것이었다. - P135

‘감동적인 소설을 써라, 의미 있는 논픽션을 써라‘ 같은 목표를 인공지능에게 직접 입력하지는 못한다. ‘감동‘이라든가 ‘의미‘ 같은 인간의 언어를 보다 구체적으로, 수량화할 수 있는 표현으로 바꿔 써야 한다. 아마 ‘소설‘과 ‘논픽션‘에 대해서도 비슷한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 - P135

어떤 물건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으면 소비자의 반응이라는 피드백을 얻는다. 판매량이나 조회수 같은 구체적인 수치로 그 피드백을 규정할 수 있다. - P136

인공지능이 혼자 음악을 만드느냐, 인간의 도움을 받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즉, 인공지능이 이 전체 피드백 루프를 관장하지 않아도 된다. 이 루프 중 어떤 부분의 생산성을 극적으로 높이기만 하면 된다. - P137

약인공지능은 인간이 언어로 만들어 놓은 추상적 구조물들을 밑바닥에서부터 분해하고, 그 구조물의 어떤 부분을 언어로 설명하는 것을 무의미하게 만들 것 같다. 인간은 여러 분야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을 이해하고 그 아래 있는 듯한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 개념어와 비유를 동원해 설명을 만들었다. 그 설명에 의존해 행동 규칙을 세웠고, 그에 따라 일한다. 예술 분야에서뿐만 아니다. 경영 이론, 경제 이론, 사회 이론, 정치 이론, 교육 이론 같은 것들이 다 거기에 해당한다. - P141

좋은 바둑과 이기는 바둑은 다르다고 말하는 프로기사들에게는 큰 약점이 있다. 좋은 바둑이 뭔지 구체적으로 대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항상 막연하게, 경험에 기대어 설명할 수밖에 없다. - P144

하지만 막연하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좋은 삶, 좋은 부모, 좋은 언론, 좋은 공동체 같은 개념도 명확히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 P145

"한 판의 바둑 내용이 만들어지고, 그걸 누군가가 기보로 접하고, 그걸 봤을 때 물론 승패로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그 작품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 바둑이 예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_박정상 9단 - P146

‘기술이 아니라 철학이 중요하다‘ _후지사와 슈코 9단 - P146

"피아노 연주를 해도 피아니스트마다 느낌이 다르고 소설을 써도 작가마다 다 다르죠. 저는 기사들이 가진 재주와 능력에, 살아온 환경과 생각의 차이가 바둑에 다 녹아든다고 봐요. 제가 바둑을 두면 저만의 바둑을 둬요. 다른 기사들의 바둑과 똑같지 않아요. 팬들이 그런 걸 보면서 박수를 치고 즐기는 거죠." _양재호 9단 - P146

"저는 언젠가부터 제 목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바둑을 두는 것이라고 대답했어요.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AI한테는 실력이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고 이제 저보다 강한 기사들도 많죠. 그래도 제 바둑을 보는 분들이 ‘이 사람은 뭔가 자기만의 생각을 갖고 바둑을 두는구나,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구나‘ 하고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바둑을 두고 싶다는 생각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 같아요." _목진석 9단 - P146

‘좋은 바둑과 이기는 바둑은 다르다‘라는 생각은 ‘바둑은 단순히 승부를 겨루는 게임이 아니라 일종의 예술‘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 P147

"승부에서는 졌지만 과정이 아름다울 수도 있고 철학이 있을수도 있겠죠. 하지만 바둑에서 궁극적 가치가 그런 걸 보여주는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바둑이 추구하는 최종 목표는 어쨌든 상대에게 반집 차이로라도 이기는 것이고, 이길 수 있는 수를 찾아내는 과정이 아름다운 거예요. 이길 수 있는 수가 있는데 갑자기 철학을 하겠다면서 다른 짓을 하는 건 바둑이 아니라고 봅니다. 철학을 가지고 이기면 정말 아름답겠지만 졌을 때 철학을 핑계로 대는 건 전혀 아름답지 않아요." _명지대 바둑학과 남치형 교수 - P150

"그런 게 있다(바둑에 철학이 있다)고 주장했던 과거 모습이 더 ‘손발 오그라드는‘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나는 이렇게 가치 있는 존재야‘ 하고 계속 얘기해야 하는 상태라면 이미 자존감이 없는 거죠. 그렇게 치면 축구든 수영이든 피겨스케이팅이든 어떤 분야에서건 철학과 통찰은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_명지대 바둑학과 남치형 교수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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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을 쫓는 모험 - 하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신태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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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다‘라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눈에 보이는 어떤 대상을 물리적으로 뒤따라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대상을 무언가로부터 몰아낸다는 뜻이 있다. 이 소설의 초반부에서는 전자의 의미가 좀 더 강하게 느껴졌지만 중후반부로 가면서는 후자의 의미가 점점 더 강하게 느껴졌다. 완독 후에 제목을 다시 생각해보니 그 의미가 참으로 묘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본문을 읽으면 읽을수록 책 표지의 그림이 참으로 많은 것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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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의 소제목은 ‘거울에 비치는 것, 거울에 비치지 않는 것‘ 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는 거울의 속성에 대해 잠깐 생각해보자면, 현실 세계에서 거울은 사물이나 사람을 있는 그대로 동일하게 비춰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속성에 자신의 상상력을 한 스푼 더 얹어서 본문을 통해 현실에 있는 것과 현실에 없는 것을 동시에 나타내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등장인물 중에 양 사나이라는 다소 독특한 외형을 가진 캐릭터가 있는데, 이 양 사나이가 실제 현실에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인물인양 표현한 것이다. 이렇게 현실과 비현실이 오버랩되는 모습을 보면서 독자인 나는 소설 속에 나오는 일들이 어디까지가 진짜 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비현실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명확한 답이 있다기보다는 저자가 독자들에게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라고 던져준 숙제 같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위에 끄적여본 내용을 좀 더 일반화해서 얘기해보자면 거울 밖의 실제 내가 존재하는 세계와 거울 속에서 움직이는 세계는 물론 똑같은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겠지만 또 항상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내가 보는 세계와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 사이에 차이라는 것이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만약 내가 보는 거울이 완전히 투명하고 깨끗한 거울이라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겠지만, 혹시라도 그 거울의 일부분이 오염되어 있다든가 아니면 그 거울을 바라보는 내 시각이 뒤틀려있는 경우라면 설령 거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더라도 그것은 100% 정확한 현실이 아닌 왜곡된 현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서 독자인 내가 이래저래 끄적여본 내용들이 전체 본문의 맥락에서 엄청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닌듯 하지만,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볼 수 있게 해줬다는 측면에서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새 맥주를 가지러 부엌으로 갔다. 계단 앞을 지날 때 거울이 보였다. 또 한 사람의 나도 역시 맥주를 가지러 가는 중이었다. 우리는 얼굴을 마주 보고 한숨을 쉬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세계에 살면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치 <덕 수프Duck Soup>의 그루초 막스와 하포 막스처럼. - P218

<덕 수프Duck Soup> : 레오 매커리 감독의 1930년작 코미디 영화. 똑같은 나이트가운에 산타 모자를 쓰고 얼굴에 수염을 그리고 나온 막스 형제가 서로를 바라보며 거울을 보는 듯 연기하는 장면이 화제가 되었다. - P218

내 뒤로 거실이 비치고 있었다. 내 뒤의 거실과 거울 속의 거실은 같은 거실이었다. 소파도 카펫도 시계도 그림도 책장도 모든 것이 똑같았다. 그다지 멋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내기에는 나쁘지 않은 거실이다. 그런데 뭔가가 달랐다. 아니, 뭔가가 다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P218

나는 냉장고에서 파란색 뢰벤브로이 캔을 꺼내 손에 들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한번 거울 속의 거실을 바라보고, 그리고 진짜 거실을 바라보았다. 양 사나이는 소파에 앉아서 여전히 멍하니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거울 속 양 사나이의 모습을 확인해보았다. 그러나 양 사나이의 모습은 거울 속에는 없었다. 아무도 없는 휑뎅그렁한 거실에 응접세트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 거울 속의 세계에서 나는 외톨이였다. 등골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 P219

어둠 속에서 잠이 깨는 것처럼 불쾌한 일은 없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눈을 뜨고 처음 얼마 동안은 마치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이 자신의 인생과 겹쳐지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린다. 자신의 인생을 남의 인생으로 바라보는 것은 기묘한 일이다. 그런 인물이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불가사의하게 생각된다. - P223

나는 세포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아내가 말했듯이 결국엔 모든 것을 잃어가는 것이다. 자기 자신조차도 상실해간다. - P223

방 안의 어둠과 눈을 감았을 때의 어둠은 어둠의 색이 조금 다르다. - P227

"양 박사는 내내 기억 속에 살고 있는 거야. 그 사람은 아무데도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아." - P228

"너는 이미 죽은 거지?"
쥐가 대답할 때까지 무서울 정도로 긴 시간이 흘렀다. 불과 몇 초였는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나에게는 무서울 정도로 긴 침묵이었다. 입 안이 바싹바싹 말랐다.
"그래"라고 쥐는 조용히 말했다. "나는 죽었어." - P232

"이제 만약은 없어. 너도 그건 알고 있을 거야. 안 그래?" - P234

"간단히 말하면, 나는 양을 삼킨 채로 죽은 거야"라고 쥐는 말했다. "양이 깊이 잠들길 기다렸다가 부엌의 대들보에 밧줄을 걸고 목을 맨 거지. 놈은 빠져나갈 여유도 없었어."
"정말 그렇게 해야만 했어?"
"정말 그렇게 해야만 했어. 조금만 더 늦었다면 양은 완전히 나를 지배했을 테니까, 마지막 기회였지." - P235

"난 제대로 된 모습으로 너를 만나고 싶었던 거야. 내 기억과 나 자신의 나약함을 지닌 본래의 내 모습으로. 너에게 암호 비슷한 사진을 보낸 것도 그 때문이지. 네가 우연히 이곳에 오게 된다면 나는 마지막으로 구원받을 거라고 말이야."
"그래서 구원받았나?"
"구원받았지"라고 쥐는 조용히 대답했다. - P236

"요점은 나약하다는 거야"라고 쥐는 말했다. "모든 것은 거기서 비롯되고 있어. 너는 그 나약함을 이해할 수 없을 거야." - P236

"나약함이란 것은 몸속에서 썩어가는 거야. 마치 괴저병壞疽病처럼, 나는 십 대 중반부터 줄곧 그것을 느끼고 있었어. 그래서 언제나 초조했지. 자신의 속에서 뭔가가 썩어간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본인이 느낀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너는 알겠어?"
- P237

괴저병 : 몸 조직의 일부가 썩어 기능을 상실하는 병. 괴사와 비슷함. - P236

"나약함은 유전병과 같지. 어느 정도 안다고 해도 스스로 고칠 수 없는 거야. 어느 순간에 없어져버리는 것도 아니고, 점점 나빠져갈 뿐이지."
"무엇에 대한 나약함이라는 거지?"
"전부 다. 도덕적인 나약함, 의식의 나약함, 그리고 존재 그 자체의 나약함." - P237

"그야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나약하지 않은 인간이 어디 있겠어."
"일반론은 그만두자. 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물론 인간은 누구나 나약해. 그러나 진정한 나약함은 진정한 강인함과 마찬가지로 드문 법이야. 끊임없이 어둠 속으로 끌려들어가는 나약함을 너는 모를 거야. 그리고 그런 것이 실제로 세상에 존재하는 거야. 모든 것을 일반론으로 규정지을 수는 없어." - P237

"더 이상 타락해가는 내 모습을 남들 앞에 드러내 보이고 싶지 않았어. 너도 포함해서 말이야. 혼자서 낯선 곳을 돌아다니면 적어도 남에게는 폐를 끼치지 않을 수 있거든." - P238

"결국은 내가 양의 그림자로부터 빠져나올 수 없었던 것도 그 나약함 때문이야. 나 자신도 어쩔 수 없었어. 아마 그때 네가 금방 와줬어도 어쩔 도리가 없었을 거야. 결심하고 산을 내려왔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였겠지. 나는 틀림없이 그곳으로 다시 되돌아갔을 테니까. 나약함이란 것은 그런 거야." - P238

"양이 네게 무엇을 요구했지?"
"모든 것.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요구했어. 나의 몸, 나의 기억, 나의 나약함, 나의 모순・・・・・・ 양은 그런 것들을 아주 좋아하거든. 놈은 촉수를 잔뜩 가지고 있어서 말이지, 내 귓구멍이나 콧구멍에 그걸 쑤셔 넣고 빨대로 빨아들이듯이 쥐어짜내는 거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치지 않아?"
"그 대가는?"
"내게는 과분할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지. 하기는 양이 구체적인 형태로 내게 제시해준 건 아니지만 말이야. 나는 어디까지나 극히 일부분을 보았을 뿐이야. 그래도…………" - P238

"그래도 나는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어,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야. 그걸 말로 설명할 수는 없어. 그건 마치 모든 것을 집어삼킨 도가니 같지.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아름답고 소름이 끼칠 정도로 사악한 거야. 거기에 몸을 묻으면 모든 것이 사라져. 의식도 가치관도 감정도 고통도 모든 게 사라지는 거야. 우주의 한 지점에 모든 생명의 근원이 출현했을 때의 역동성에 가깝지."
"그래도 너는 그걸 거부했겠지?"
"그래, 내 몸과 함께 모든 것은 매장되었어. 앞으로 한 가지만 더 하면 영원히 매장돼."
"앞으로 하나?"
"앞으로 한 가지야. 그건 나중에 너에게 부탁하게 될 거야. 지금 그 이야기는 그만두자." - P239

"혈혹은 채찍 비슷한 것인가 보지?"라고 나는 물었다. "양이 숙주를 조종하기 위한?"
"맞았어. 그것이 생기면 그때는 양으로부터 도망갈 수 없는거야." - P239

"선생이 목표로 했던 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그는 미쳤어. 아마 그 도가니 속의 풍경을 견딜 수 없었겠지. 양은 그를 이용해서 강대한 권력 기구를 만들었지. 그러기 위해서 양은 그의 안으로 들어간 거야. 말하자면 일회용이지. 사상적으로 그 남자는 제로야."
"그리고 선생이 죽은 다음에 너를 이용해서 그 권력 기구를 이어받기로 되어 있었던 거고."
"그렇지."
"그다음에는 무엇이 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완전히 무정부적이고 혼란스런 관념의 왕국이지. 거기서는 모든 대립이 일체화되는 거야. 그 중심에 나와 양이 있지." - P240

"난 나의 나약함이 좋아. 고통이나 쓰라림도 좋고 여름 햇살과 바람 냄새와 매미 소리, 그런 것들이 좋아. 그냥 좋은 거야. 너와 마시는 맥주라든가∙∙∙∙∙∙." - P240

"우리는 아무래도 같은 재료로 전혀 다른 것을 만들어낸 모양이야." - P241

"하지만 그건 빠르든 늦든 언젠가는 사라질 거였어. 나나 너나 그리고 여러 여자들 안에서 뭔가가 사라져가듯이 말이야." - P244

"평범함은 머나먼 길을 걷는다" - P248

모든 것이 끝나려고 한다. - P250

"잘되면 좋을 텐데" 하고 나는 말했다.
"잘되면 좋을 텐데" 하고 상대방도 말했다. - P251

"왜 처음부터 장소를 가르쳐주지 않은 거죠?"
"당신이 자발적으로 자유의지에 의해 여기에 와주기를 바랐기 때문이지. 뿐만 아니라 그를 구렁텅이에서 끌어내주기를 바랐던 거야."
"구렁텅이?"
"정신적인 구렁텅이지. 사람은 양에게 홀리게 되면 일시적으로 얼이 빠지게 되는 법이거든. 말하자면 기억상실증 비슷한 거지. 거기서 그를 끌어내주는 것이 당신의 임무였던 거야. 그런데 자네를 믿게 하기 위해서는 자네는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 상태여야 했어. 어때, 간단하지?"
"그렇군요." - P255

"근원을 밝히면 모든 게 간단하네.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 힘들 뿐이야. 컴퓨터는 인간의 감정의 흔들림까지는 계산해주지 않거든. 말하자면 수작업手作業이지. 하지만 애써서 짠 프로그램이 생각대로 진행돼주면 그보다 더한 기쁨은 없지." - P255

"양을 쫓는 모험은 결말로 향하고 있어. 나의 계산과 당신의 순진함 덕분에 말이야. 나는 그를 얻게 되는 거야. 맞지?" - P255

어쨌든 나는 삶이 있는 세계로 돌아온 것이다. 설사 그것이 따분함으로 가득 찬 평범한 세상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나의 세계인 것이다. - P258

하루하루 나는 ‘기억‘에서 멀어져가는 것이다. 언젠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 P263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모두들 내가 제대로 깨어 있길 바란다. - P263

"아마 이제 모든 게 잘될 거예요"라고 나는 말했다. "어느 정도 시간만 지나면 말이지요." - P264

"예의 바른 놈은 오래 앉아 있지 않는 법이거든" - P267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은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거대한 손의 지배를 받는다. 그것은 권력일 수도 있고 돈일 수도 있으며 어떤 규범 같은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사회는 더 강한 사람을 요구한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 나약할 수밖에 없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더 자연스럽고 더 인간적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것이 인간이라고 말이다.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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