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회가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는 누구에게나 그렇듯 사뭇 진지하게 다가온다. 이 책을 통해 바쁜 삶 속에서 잊고 지냈던 중요한 것들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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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의 후반부에서 기록의 중요성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기록하지 않으면 금방 잊혀지고 역사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만, 기록이 남아있다면 기록했던 것을 보고 기억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근데 여기서 죽음과 관련된 얘기를 하다가 왜 갑자기 기록에 대한 얘기가 나왔냐는 식의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이것은 저자가 법의학자로 일하면서 정확한 원인미상의 죽음이 생각외로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 만약 망자들이 죽기 전에 관련 기록이 남아있었다면 보다 정확한 사망 원인을 아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겠다는 판단에서 나온 저자의 생각이다.

독자인 나는 이 책에서 다루는 죽음과 관련된 기록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남기게 되는 기록들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이유는 저자와 마찬가지로 잊지 않기 위함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쩌면 이런 블로그나 북플 앱을 통해 독서기록을 남기는 것도 내가 독서한 내용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물론 다른 이유가 있으신 분들도 있겠지만 그건 그분들의 몫이고, 어쨌든 나는 기록하지 않으면 읽었던 책의 내용들을 기억하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하에 이렇게 글을 남긴다. 물론 잘 쓰면 더 좋겠지만, 그것보다는 내가 읽고 알게 되거나 느낀 것들을 자유롭게 기록하는 데 더 중점을 두는 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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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부분 중에서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그리스의 마지막 철학자였던 플루타르코스가 자신의 아내에게 썼던 위로의 글이 나온다. 플루타르코스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이라는 작품으로도 유명한 사람인데, 자신이 일 때문에 집을 떠나있던 동안 딸아이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었다고 한다. 이 상황에서 플루타르코스 자신도 물론 고통스럽고 슬펐겠지만 자신 못지 않게 슬퍼하고 있을 아내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편지를 썼다고 한다.

이 편지에서 플루타르코스는 딸아이에 대한 고통스러운 생각으로 인해 자신의 딸아이에 대한 기억마저 지우지는 말자는 말을 아내에게 건넨다. 슬픔에 파묻혀 딸아이가 주었던 기쁨마저도 잊어버리진 말자는 게 이 편지의 핵심이다.

저자는 이 편지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이 업무상으로 만나게 되는 유족들에게 자신이 유가족의 슬픔을 이루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아이와 함께 했던 소중한 추억들은 잊지 마셨으면 좋겠다는 말로 위로를 건넨다고 한다.

법의학자의 직업 특성상 유가족들을 자주 만날 수 밖에 없을텐데 저자의 말이 유가족들에게 100% 위로가 되기는 물론 힘들겠지만 죽음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나은 다른 어떤 위로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읽으면서 죽음이라는 것이 당연히 슬프고 마음 아픈 일이지만, 어차피 모든 인간은 언젠가는 죽을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덤덤히 받아들이고, 죽음으로 인한 고통의 바다에서만 허우적대기보다는 살아생전에 망자와 함께 했던 좋았던 추억들을 잘 간직하고 그러한 기억들을 더듬어보려는 태도가 이 세상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좀 더 바람직한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말은 이렇게 썼지만 만약 내가 당사자가 된다면 이렇게 담담하게 내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저자가 인용한 플루타르코스의 얘기처럼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는 것이 왠지 그냥 맞는 것 같다. 이는 어쩌면 고전이 괜히 고전인게 아닐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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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의 맨 마지막에는 영혼에 대한 저자의 의문이 나온다. 솔직히 독자인 나는 평소 이런 생각을 진지하게 해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저자의 궁금증에 호기심이 생겼다. 영혼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저자의 생각은 다음 포스팅에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누군가에게 일어난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살아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마라. 죽음에는 분명한 교훈이 있다."

내가 책의 저자라면, 나는 사람들의 다양한 죽음을 기록하고 또 논평할 것이다. 죽음을 가르치는 사람은 동시에 삶도 가르쳐야 할 것이다. _몽테뉴《수상록》 - P5

"모든 의사들이 사람을 살리려 하지만, 저는 이미 사망한 사람을 통해 놓친 것이 무엇일까를 되짚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P7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 P8

"우리가 보는 것들은 모두 다 죽어가는 것들이다." _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명상록》 - P9

그렇다. 새순도, 갓 태어난 아기도 계속 늙어가고 죽어가는 과정에 있다. 그 무엇도 더 젊어지는 것은 없다. - P9

죽음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 삶의 맨 끝에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동전의 뒷면처럼 언제든지 순간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존재다. - P9

‘팩트fact‘라는 단어는 라틴어 ‘파케레facere‘라는 말에서 유래했는데, 이는 ‘만들다, 하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사실로 제시되지만 거짓일 수 있는 것에 대해 사용되었다. - P10

"여러분, 눈이 쌓였다고 눈사람을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실은 겨울이라는 환경이 있기에 가능한 겁니다. 그러니 눈만 보지 말고 겨울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되기 바랍니다." - P11

인간이 하나의 객체로 성장해 어떤 쓸모를 다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겠는가. 그래서 우리가 기대고 희망을 얻을 것은 사람뿐인지도 모르겠다. - P12

어떤 죽음인들 갑작스럽지 않을까. - P19

"건강한 눈은 보이는 것은 모두 보아야 하며 ‘나는 초록색만 보고 싶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 건강한 청각과 후각은 들을 수 있는 것은 모두 듣고 냄새 맡을 수 있는 것은 모두 냄새 맡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_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명상록》 - P21

인간의 몸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맡고 싶은 것만 맡을 수 없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 P21

사연 없는 시신은 없다. - P22

멍의 색깔이 다양하다는 것은 손상의 시기가 제각각 다르다는 것으로, 이는 상습적이고 만성적인 구타의 흔적으로 볼 수 있었다. - P23

모르투이 위워스 도켄트 Mortui vivos docent, 죽은 자가 산 자를 가르친다는 말이다. 의학도들에게는 아주 유명한 라틴어 격언이다. 죽은 자가 자신의 몸을 통해 산 자에게 가르침을 준다는 의미다. 이 격언에 등장하는 ‘도켄트docent‘라는 말이 파생되어 ‘닥터doctor‘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그만큼 의학이 발전하는 데 있어서 죽어간 사람들이 얼마나 큰 공헌을 했는지 알 수 있다. - P23

살아 있는 사람에게만 의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죽은 사람은 이제 자신의 몸을 의사에게 보여줄 기회는 마지막 단 한 번뿐이 남지 않았기에 더욱 절실하다. 삶의 마지막 순간 침상에 누운 그들을 내려다봐줄 의사가 되어주는 것, 법정에서 그들을 대신하여 억울함을 밝혀줄 증언자가 되는 것, 그것이 법의학자의 역할이다. - P24

법의학자는 의사이자 고인의 대변자이며, 철저한 과학적 증거로 사실만을 말하는 사람이다. - P25

살아있는 사람에게만 의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죽은 사람에게도 의사가 필요하다는 생각 - P29

젊은이의 직업 선택의 십계

1.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 P30

2.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 P30

3.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 P30

4. 모든 것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 P30

5.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 P30

6.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 P30

7. 사회적 존경 같은 건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 P30

8.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 P30

9. 부모나 아내가, 약혼자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 P30

10.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 P30

모든 만남은 기적이다. 서로의 존재도 모른채 각자 다른 우주를 살고 있던 두 사람이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혜성의 충돌처럼 기적 같은 일이다. 어쩌면 우리 둘 중 한 사람이 어느 날 길을 걷다 발을 삐끗하기만 했어도, 운명은 나비효과처럼 변화를 일으켜 우리는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 P31

지금까지 내게 있었던 일 중에 어느 하나라도 일어나지 않았거나, 혹은 내게 없었던 어떤 새로운 일이 일어났더라면, 나는 법의학자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그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모든 만남은 기적이며, 그래서 나는 곁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고맙고 감사하다. - P32

물에 빠져 부패한 시신에서는 사인을 규명하기 어렵다. 그것은 의학이 그때보다 훨씬 더 발전한 지금도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 P33

내가 그랬듯 모든 법의학자는 직업 선택의 십계를 따른 사람들이다. 월급이 적은 곳,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고, 오려는 사람이 거의 없는 황무지 같은 곳, 부모나 아내가 결사반대하는 곳으로 기꺼이 걸어온 사람들이다. 자신이 원하는 곳이 아니라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한 사람들,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는 곳을 택한 사람들이다. - P35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 격변의 시기에 법의학자가 국가 권력의 편에 섰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권력과 자본에 양심을 속이려는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이 길을 선택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 P36

나는 스스로에게 단 한 점 부끄러운 일을 만들지 않도록 모든 일에 조심 또 조심하게 되었다. 법의학 선배들이 이토록 외롭고 힘들게 지켜온 원칙과 신념을 이어가기 위해. - P36

물결 이는 수면 위에 비죽 튀어 나와 있는 그것은, 사람의 발이다. 추락해 바다에 빠진 이카로스의 발. 사람들은 어제와 같은 하루를 보내고, 마을은 평화로운 저녁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그리고 어디선가 누군가는 죽어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이는 죽어가겠지만 우리는 아무런 인식도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차마 안타깝게 죽어가는 어린 소년의 얼굴을 볼 수 없어 발만 그린 것일까.

<이카로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 _16세기 네덜란드 화가 프터르 브뤼헐Pieter Brueghel의 그림을 보고 난 뒤 남긴 저자의 생각 - P39

사람의 죽음이 국가에 공식적으로 기록되는 절차인 ‘사망 등록‘은 사망진단서 발급 일자로부터 한 달 이내에만 관할 주민센터에 접수하면 된다. - P42

시신의 이상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인 법의학자는 ‘사망-장례-사망 등록‘의 전 과정에서 아무런 의견을 내지 못한다. 죽음에 대한 전문가의 검증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 P42

아주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관행으로 굳어진 문화여서 우리는 ‘장례(화장 혹은 매장)후 사망 등록‘이라는 절차가 이상하다고 여기지 못하지만, 대다수 외국에서는 우리와 정반대의 절차를 가지고 있다. 예컨대 미국, 영국, 일본 등의 경우에는 사망 등록이 먼저 이루어져야만 장례를 치를 수 있다. 유족이 사망 신고를 하면, 법의학자와 같은 전문가의 검토하에 범죄 혐의가 없다는 것을 인증받은 뒤에야 화장 혹은 매장 허가증을 국가로부터 발급받을 수 있고, 그래야 장례식을 치르고 고인을 묻을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와는 순서가 정반대다. 어느 쪽이 합리적인 사회일까. - P43

보이지 않고, 기록해두지 않고, 근거를 밝히지 않는 일들은 머지않아 우리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진다. 매년 원인을 모른 채 사라지는 2만 8천 명의 사람들이 애초에 우리 사회에 없었던 것처럼 기억에서 휘발되듯이 말이다. - P44

실패한 사례는 잘 드러나지 않는 까닭에 성공한 사례만을 보고 잘못된 편향에 빠지는 것을 가리켜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이라고 한다. - P46

"누군가에게 일어난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_세네카 - P47

무엇이 위험하고 무엇을 고쳐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는 사인 없이 죽어간 2만 8천 명 속에 있다. 우리 옆에서 조용히 사라져간 사람들, 죽어간 사람들 속에 우리 사회의 불완전함이 있다.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는 거기서부터 찾아야 한다. - P47

보려고 해야 볼 수 있고, 알려고 해야 알 수 있다. 이미 썩어 뼈만 남은 코끼리의 화석에서는 결코 코를 찾을 수 없다. - P47

우리가 어떻게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앎으로써 인생을 이루어나가듯이, 죽음에도 앎의 완성이 필요하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죽게 되었는지 알아야 한다. 망자를 대신하여, 살아남은 우리가 죽음의 육하원칙을완성해야 한다. 그것은 떠나간 사람을 위한 일이기도, 또 그들을 밀어낸 이 세상을 살아갈 우리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 P48

어린아이가 돌연사하는 경우, 사법당국에서는 혹시 모를 아동학대의 가능성을 확인해야만 하기 때문에 부검을 강제집행하게 된다. 아이들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긴 하지만, 이로 인한 부모의 정신적 트라우마까지 고려해 설명을 해야 하는 법의학자에게는 괴로운 순간이다. - P50

"제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슬픔이겠지만, 그 아이가 부모님들께 주었던 보석 같은 추억들이 퇴색하지 않을 정도로만 슬퍼하시기 바랍니다." - P52

그리스어 ‘타나토스thanatos‘는 ‘죽음‘을 의미하는데, ‘어두운‘, ‘흐린‘이라는 의미를 나타내는 어근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 P52

그리스어 ‘프네우마pneuma‘는 ‘숨결‘, ‘숨쉬기‘, ‘영혼‘ (물리적 몸을 차지하고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활기찬 원리 또는 개체라는 라틴어 psyche)을 의미한다. 우리 몸의 숨구멍을 통해 영혼이 들어오고 나가는데 이것이 멈추면 몸을 떠난 영혼이 다른 세상으로 간다는 뜻이다. - P52

영혼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우리는 몸을 통해 고통과 통증도 느끼지만 슬픔과 그리움, 아쉬움, 사랑도 느낀다. 무엇이 주인일까, 몸일까 영혼일까? 만약 몸을 떠난 영혼이 나의 진짜 정체성이라면, 굳이 몸을 통해 인생을 살아야 할 이유는 뭘까? 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물음이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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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책들을 읽다보니 본의아니게 이 책은 정확히 1달만에 다시 집어들게 되었다.

오늘 시작하는 내용은 ‘로마의 탄생‘이라는 소제목의 글인데, ‘로마‘라는 도시의 이름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 새롭게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과거 중고등학교 시절에 학교에서 세계사 시험을 보면 그냥 단편적인 지식들을 암기해서 시험지에 모조리 쏟아내고 시험이 끝난 뒤에는 그저 단순암기했던 것들을 잊어버리는 식의 패턴이 반복되어 이 과목에 그다지 큰 흥미를 못 느꼈었는데,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의 경우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어떤 스토리와 흐름 위주로 역사를 접하다보니 좀 더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너무 자잘한 세부사항보다는 ‘익스프레스‘라는 책의 제목답게 굵직굵직한 사건들 위주로 간단히 짚고 넘어가다보니 왠지 속도감있게 세계사를 훑어나가는 느낌도 받았다. 그래서 이 책이 역사에 대한 흥미를 다시금 북돋아 주는 좋은 도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자리를 빌어 저자께 감사드린다.




기원전 753년, 오늘날 이탈리아 지역에서 로마가 탄생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로물루스가 쌍둥이 동생 레무스를 죽이고 자신의 이름을 따 도시를 세웠다고 전해집니다. - P34

로마 건국 신화에 따르면,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부모에게서 버려진 뒤 늑대의 젖을 먹으며 자랐습니다. 두 형제가 세운 로마는 테베레강이라는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해 유리한 교통 조건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형제간의 갈등은 비극적으로 끝났죠. 로물루스가 레무스를 죽이는 사건은 로마의 건국이 피와 희생으로 이루어졌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 P34

오늘날 서양에서 사용되는 언어, 달력, 법, 철학, 건축물 등이 모두 로마의 유산입니다. - P162

로마에서 가장 높은 카피톨리누스 언덕 - P169

실속 없는 승리를 가리켜 ‘피로스의 승리‘ - P170

기원전 264년 양국(로마와 카르타고)은 시칠리아섬의 지배권을 놓고 전면전을 벌였는데, 이것이 바로 ‘제1차 포에니 전쟁‘이었습니다. - P170

카르타고에는 한니발이라는 명장이 있었습니다. 참고로 한니발의 이름은 ‘바알Baal의 영광‘이라는 뜻입니다. 고대 페니키아의 신이었던 바알은《성경》과 <디아블로>라는 게임에서 악마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 P171

양군(로마군과 카르타고군)은 칸나에 평야에서 만나 정면승부를 벌이게 되었습니다. 칸나에 전투에서 한니발의 포위 섬멸 작전이 완벽하게 먹히면서 카르타고가 대승을 하게 되었죠. 칸나에 전투에서는 8만 명의 로마군 중에서 무려 7만 명이 전사했습니다. 이는 로마 성인 인구의 20퍼센트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숫자였죠. 궁지에 몰린 로마는 더 이상의 전투를 포기하고 시간을 끄는 지연작전을 펼쳤습니다. 한니발은 그 후 10년간 이탈리아 반도를 누비면서 로마를 전장으로 끌어들이려고 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습니다. - P172

어느 정도 국력을 회복한 로마는 스키피오 장군을 보내 역으로 카르타고 본토를 공격했습니다. 카르타고 본토가 공격당하자 한니발은 어쩔 수 없이 이탈리아반도에서 본국으로 귀국해야했죠. 기원전 202년, 자마 전투에서 스키피오가 이끄는 로마군이 한니발이 이끄는 카르타고군을 격파했습니다. 이로써 제2차 포에니 전쟁도 로마의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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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다른 책들을 읽느라 한동안 우선순위에서 밀려있었는데 간만에 다시 집어들었다.

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데이터 과학이라는 것이 데이터를 다룬다는 본질적인 특성상 그것을 다루는 기법이 어떻게 바뀌든 관계없이 근본적으로는 통계학의 특성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언급했었다.

오늘은 데이터 분석을 위해 사용하는 프로그램 중 대표적인 SPSS, SAP, R 등을 간단히 소개함과 동시에 여기서 분석한 데이터들 역시도 통계학의 영역 안에 있을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면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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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뒤이어지는 글에서는 대다수 통계학자 또는 데이터 과학자들이 갖고 있는 데이터와 관련된 믿음 중 하나인 ‘통계적 분석과 기법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저자의 반박이 나온다. 저자가 반박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데이터라는 것은 그 속성 자체가 그저 ˝과거˝ 에 대한 산물일 뿐이기 때문이다. 속성 자체가 이미 미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과거˝의 것이기에 데이터가 빅데이터든 스몰데이터인지는 애초에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반박 논리에 어느정도 공감이 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저자의 얘기에 온전히 동의하기가 좀 망설여졌다. 어쩌면 이것은 독자인 내가 과거에 개인적으로 읽었던 몇 권의 책들에서 봤던 생각들과는 다소 배치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예전에 읽었던 책들의 핵심 생각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하나로 이어져 있다‘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는데, 이러한 생각에 따른다면 물론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100%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확률적으로는 상당히 높은 확률로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이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문에서 저자는 일말의 여지도 주지 않는 듯한 논조로 통계학자들의 믿음을 철저히 깨부수고 있다. 이 책의 앞부분에서 통계학도 결국 수학이라는 것의 부분집합(즉, 일부)일 뿐이라는 얘기를 했었는데, 이러한 생각에 기반해서 저자가 수학적인 논리에 맞지 않다면 그 하위집합인 통계학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여기서 증명하고자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생각이기에 독자인 나의 오해가 있었을 수도 있음을 밝히는 바이다.)

하지만 혹시라도 수학이나 논리의 영역으로 설명되기 힘든 어떤 철학적인 것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기에 오늘 본문에 나온 저자의 생각에 온전히 동의하는 것을 개인적으로는 잠시 유보하고 싶다. 물론 향후에 개인적으로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되어 저자의 생각에 온전히 동의하게 될 때가 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좀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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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나오는 글 중에서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확률과 도박의 차이점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었다. 간단히 핵심만 언급하자면, 도박은 그 목적이 미래를 ‘예측‘ 하여 돈을 버는 것에 있지만, 확률은 미래를 ‘관리‘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도박은 단순히 돈을 따느냐 못따느냐만이 중요한 것이기에 오로지 ‘맞는 예측‘만이 의미가 있지만, 확률은 설령 그 확률이 굉장히 높을지라도 그 확률값대로 미래의 일이 무조건 발생한다고는 볼 수 없기에 확률에서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두 상황 모두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즉 관리)를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이 같은 확률의 속성을 짧지만 강력한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확률의 본질은 관리Managemen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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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감성적인 사고가 아닌 수학적인 사고로 위험에 대한 판단을 해야한다는 말을 한다. 이것은 단순히 말로만 어떤 위험 상황을 느끼는 것과 수학적으로 어떤 위험 상황의 기대값을 계산했을 때의 차이를 비교하면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설령 감성적으로는 A라는 상황이 더 위험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수학적 개념인 위험의 기대값을 계산해보면 A보다 덜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B라는 상황이 실제로는 더 위험할 수도 있다. 근데 여기서 언급한 수학적 개념이라고 하는 것이 중학교 수준에서 배우는 기대값에 근거한 의사결정이기에 무슨 미적분 같은 복잡한 수준이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이러한 수학적인 사고에 근거해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저자도 수학적인 논리에 근거해 이런 주장을 펼치고는 있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학창시절에 공부 좀 했다는 사람들조차도 감성적인 사고에 따라 위험을 인지하고 판단한다는 얘기도 본문에 나오는데, 저자는 이러한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 한다.

독자인 나는 이러한 감성과 이성 간의 어떤 대결 구도(?) 같은 걸 보면서 이성이라는 것이 뭔가 논리적으로는 우위에 있어보일 수도 있지만 세상이라는 것이 결코 이성만으로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개인적으로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느꼈던 한 문장의 메시지가 문득 생각났다. ‘본능이 이성을 이긴다‘

사람들이 모두 다 똑똑해보여도 항상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모든 사람이 이성적인 사고만 했다면 인간 사회는 마치 로봇과도 같이 딱딱하기만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인간에게는 감성이 있기에 때로 이성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난 어떤 행동을 하기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잠시 본론에서 벗어난 느낌인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책이 데이터 관련 책이다보니 아무래도 감성적인 사고의 중요성보다는 이성적인 사고의 중요성을 독자들에게 더 강조하기 위해 수학적인 사고의 중요성 같은 것이 나왔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데이터를 활용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것 자체가 아무래도 이성적인 의사결정을 좀 더 잘 하기 위한 것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 때문에 다른 곳에선 어떨지 몰라도 일단 여기서는 저자의 생각을 믿고 따라가는 게 맞다고 본다.

현재 최신 데이터 분석에서 이용하는 SPSS(통계 분석 및 데이터 마이닝을 위해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SAP(시스템 응용 및 제품을 위한 재무, 운영, 자산, 인적 자원 등의 관리와 관련된 기업용 통계 소프트웨어), R(오픈소스 프로그래밍 언어로, 데이터 분석 및 시각화와 관련된 통계 계산 및 그래픽 처리에 사용 됨)과 같은 최신의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사용해 분석을 한다고 해도 통계학의 영역을 벗어날 수는 없다. - P109

수집된 데이터는 "과거"의 데이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통계학자들과 데이터 과학자들은 과거 데이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다(수학자가 보기에는 이는 틀린 사실이다). 빅데이터라는 용어가 다소 마케팅적인 요소가 강한 단어임에도 데이터 과학자나 통계학자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데에는 이 같은 믿음(통계적 기법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 P110

통계학자(혹은 데이터 과학자)들은 기존의 기법들로 미래 예측이 정확하지 못한 이유를 충분하지 못한 데이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데이터가 충분해진다면(즉, 빅데이터를 이용한다면) 정확한 미래 예측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중략)... 데이터는 "과거"에 대한 산물일 뿐, 데이터가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미래를 직접 대변해 줄 수는 없다. - P111

분석이 가능하다고 믿는 이유는 한 가지 큰 가정 Assumption을 전제로 하는데, 그 가정은 바로 "과거의 사건이 현재나 미래에도 재현Recursive된다"라는 생각 때문이다. 통계학의 모든 예측 모델은 이 "재현성"을 기반으로 한다. 즉, 과거의 사건이 미래에도 재현된다는 가정하에서 예측이 의미가 있어진다는 뜻이다. - P111

하지만 안타깝게도 통계학자들의 이러한 믿음은 틀린 사실이다. 근본적으로 미래는 재현이 되지 않으며, 어제가 오늘과 다르고 오늘은 내일과 다르다. 단지 비슷하게 보일 뿐이지 절대로 같지 않다. 아무리 데이터양이 많아지고 IT 기술이 발전하여 분석 기술이 혁신적으로 바뀐다 하더라도 미래는 동일하게 재현되지 않는다. 따라서 통계(혹은 데이터 과학, 혹은 빅데이터)를 통한 미래 예측은 시뮬레이션처럼 미래를 모사 Imitate만 할 수 있을 뿐이지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 P111

이용자들이 구매할 물품을 미리 제안하거나, 사용자가 어떤 단어를 검색했을 때 그다음 검색할 단어를 미리 제안하거나, 콜센터에서 고객이 할 것 같은 추가 질문을 미리 예상하는 것은 예측이라기보다는 ‘패턴‘Pattern에 가깝다. 여기서 "가깝다"고 표현한 이유는 미래에 대한 측정 값이 단순 예측이건 패턴이건 간에 과거에 기인한 것으로 완벽하게 미래를 알려주는 패턴이라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 P113

예측과 패턴은 둘 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결과 추측이라는 점에서는 닮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측과 패턴을 같은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 P113

하지만 예측과 패턴은 엄연히 다르다. 이 둘을 구분하는 기준은 바로 ‘시간의 영향력‘ (혹은 재현성)이다. 시간의 영향력이 크면(즉, 시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거나 바뀌게 된다면) 예측의 문제가 되고, 시간의 영향력이 없거나 작으면 패턴의 문제가 된다. - P113

시간의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는 시간에 따라 그때그때 데이터가 변한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자면 주식이라든지, 환율이라든지, 원유가처럼 시시때때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시간 영향력이 큰 데이터에 대해서 어떠한 주기성을 찾고자 하는 연구 또한 존재하는데, 이렇게 주기성이 찾아진다면, 이 또한 패턴의 문제로 볼 수 있다. - P113

패턴도 데이터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산물‘이다. 시간의 영향력이 적다는 의미는 바로 시간과는 관계없이 특정 조건(흑은 상황)만 되면 결과 값(혹은 추측값)이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꿔 이야기하면 재현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이다. 즉, 시간과 관계없이 조건만 맞으면 동일한 결과가 재현된다는 의미이다. - P113

예측을 목적으로 하는 데이터 분석의 경우 정작 목표로 잡아야 할 것은 미래의 예측이 아니라 과거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는 것이다. 이처럼 예측이 패턴 찾기가 되면 시간에 따라 예측을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조건이 맞으면 예상되는 결과를 도출해 내는 단계가 된다. 이러한 패턴 기반의 데이터 분석은 엄밀하게 보면 예측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 P114

데이터 과학(혹은 분석)에 있어서, "예측"은 자주 등장하는주제 가운데 하나이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이다. 하지만 (중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엄밀한 의미의 (미래)예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측된 값이 갖는 의미와 속성을 정확히 안다면 틀림없이 여러모로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 P114

어떠한 문제점이나 현상에 대한 패턴을 찾는다는 점에서 예측은 데이터 분석에서 여전히 의미가 있다. 다만 문제 자체에 대한 본질과 함께 데이터 분석이 가지는 태생적인 속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 P114

연료 탱크의 O-링(엔진이나 배수관 연결시 유체나 기체의 누출을 막는 데 사용하는 부품으로 고무패킹 정도를 생각하면 됨) - P116

물체는 온도가 내려가면 수축한다는 기초 물리학의 기본 원리 - P117

데이터 사이언스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잘 수집하고 잘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서 적은 노력으로 측정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P118

(일반적인 보폭은 본인 키의 37~45% 정도이다) - P120

데이터 분석에 핵심이 되는 파라미터(변수)를 찾기 위해 별도의 실험을 진행하는 방식을 흔히 파일럿Pilot 혹은 프로토타이핑 Prototyping이라고 한다. 비지니스 애널리틱에서 고객의 선호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하는 A/B 테스트가 여기에 해당한다. 즉, 모든 파라미터의 통제가 가능한 환경에서 데이터의 측정을 진행하여, 최적화된(혹은 최적화에 가까운) 파라미터를 설정하고, 이렇게 설정된 파라미터를 기준으로 데이터 분석을 진행하는 것이다. - P122

데이터의 품질이 보증되지 않은 빅데이터는 데이터 분석이 요구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 만약,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 데이터가 필요하긴 한데 측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대체 데이터를 생각해볼 수도 있고, 이때 대체 데이터를 고민하다 오히려 문제 해결에 보다 적합한 데이터를 찾을 수도 있다. - P123

반드시 데이터 측정이 필요한 경우라면, 측정되는 데이터는 이왕이면 측정하기 쉬운 것이 좋다. 측정하기가 쉬워야 데이터 분석 모델(혹은 시스템)을 설계할 때도 간편해진다. 많은 양의 데이터(즉, 빅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하고자 하는 것은 다른 선택지가 없을 때, 최후에 고려해야 하는 방법이다. - P124

수학은 수학적 증명을 통해 그 답의 진실성 Truth을 담보 받지만, 데이터 사이언스는 아무리 측정된(혹은 수집된) 데이터가 정확하고 충분하더라도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얻은 답이 진실한지(그 답이 참true인지) 여부를 확실히 알 수 없다. - P125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는 결국 한계를 가지고, 이러한 한계를 가진 데이터로 분석된 데이터 값은 수집된 데이터를 대표할 뿐이지, 모집단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중략)..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한 사실이 전체 데이터(수집되지 못한 데이터를 포함한)의 사실인지를 알 수 없다는 뜻이다. - P126

데이터 사이언스는 수집이 가능한 한정된 데이터에서 분석된 사실이 전체 데이터로 분석된 사실과 동일하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이러한 가정은 항상 참이 아니다. - P126

실제로 "완벽한" 동전 던지기의 확률이 진실로 0.5인 이유는 실험 데이터 분석이나 통계로 구해진 것이 아니라, 기하학(벡터)과 물리학(만유 인력법칙)을 기반으로 한 수학적 증명(넓게는 과학적 증명)에 기인한다. 그리고 이러한 증명의 출발은 공정성이 0.5인 완벽한 동전을 "질량이 없는 그리고 높이가 0에 근접하고 넓이가 무한에 근접하는 원판으로 정의 Define 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렇게 정의된 완벽한 동전은 중력의 법칙이 작용한다는 전제하에 바닥에 닿을 수 있는 면이 앞면 혹은 뒷면 단 두 개의 면뿐이 되고, 완벽한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올 가능성은 정확하게 0.5가 된다(이는 수학적으로 증명할수 있다). - P129

하지만 현실에서는 "완벽에 가까운" 동전을 찾을 수는 있지만 완벽한 동전이란 존재할 수가 없다. 그래서 위와 같은 과학적 증명이 없는 상태에서의 데이터 분석을 통한 동전의 앞면이 나올 확률값(데이터의 대표값)과 (과학적 증명을 통한)실제 완벽한 동전에서 나올 확률값(진실 값)이 동일 하다고 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 P130

데이터 분석이 보장하는 것은 답의 진실성이 아니라 데이터의 대표성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 P130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얻어진 사실의 대표성이 실제 정답인지에 대한 판단은 데이터 분석이 아닌, 다른 방법을 이용해 증명해야 한다. - P130

데이터 사이언스를 사회 과학 분야(경제학, 심리학, 경영학, 정치학 등)에 적용할 경우 실제 정답이 아니라 앞서 동전 던지기의 예제처럼, 데이터 수집 대상의 쏠림 현상으로 데이터의 대표성이 결정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특히 사회 과학 분야의 경우, 그때의 상황이나 분위기에 따라 분석에 사용되는 데이터들이 선택적 혹은 편향적으로 수집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틀린 분석을 하게 되고, 틀린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이 근본적인 한계는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 P131

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의 가장 큰 맹점은 데이터 이외의 것을 보지 않는 데 있다. 데이터 사이언스를 한답시고 이 한계를 모르고 있어서는 안 된다. - P131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많은 현상들을 분석하기 위해서 수치화해서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분석하여 인사이트를 찾아가는 데이터 사이언스는 특히 정형화(혹은 모델링)가 힘든 과학 분야(열역학, 유체역학 등)나 체계화 자체가 불가능한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여전히 유용한 분석방법론이자 도구이다. 하지만 아무리 유용한 도구라도 그 한계를 정확히 인지하고 사용해야 도움이 된다. 설령, 데이터를 통해 분석된 대표 값이 실제 정답과 거리가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 P131

Sometimes, something is better than nothing (때로는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다 무언가 있는 게 낫다). - P131

확률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또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는 동시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즉, 70%로 이길 확률이라는 것은 30%의 질 확률(이기지 않을 확률)을 동시에 의미하기도 한다. 이를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존재({이길 확률}) = 존재 ({질 확률})"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미 경기가 끝나, 승부가 결정된 상태에서는 확률이라는 숫자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이길 확률(미래)}" =/=  "{이긴 상태(과거)"}가 된다. 즉, 이길 확률이 있다고 실제로 이긴 것(사건)은 아니라는 뜻이다. - P134

도박과 확률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내일 경기에서 지든 이기든 그것과 데이터 분석으로 나온 대표값(확률)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아무리 이길 확률이 높게 나오더라도, 내일(혹은 미래) 게임에 질 수 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길 확률 90% 이상이 나온다 하더라도, 정작 도박(?)을 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도박에서 이기거나 질 확률은 50%이다(이기거나 지거나). - P135

결과를 놓고서 자신의 분석 방법 자체의 타당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 P135

통계적 분석이나 데이터의 타당성이나 유효성 여부와 실제 결과와 예측의 일치성 여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 P136

확률은 어떤 의사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지표를 수학적으로 계산한 것이지, 확률(값)이 미래의 특정 결과를 미리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다음 판에 이길 확률 90%라고 해서 반드시 이기는 것이 아닌 것처럼, 확률 자체가 어떤 미래를 결정짓는 표식은 될 수 없다. - P138

확률이 도박과 가장 다른 점은 목적이 "예측"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관리"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게임에서 단순히 이기거나 지거나, 승부 예측을 통해서 돈을 버느냐 마느냐 같은 것이 아니라, 확률에 따라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 P138

확률의 목적성은 확률을 기반으로 하는 통계, 통계를 기반으로 하는 데이터 과학(혹은 빅데이터) 모두 동일하다. - P138

예측은 "맞는 경우"에만 관심이 있지만, 관리는 "맞는 경우"와 "맞지 않은 경우" 모두에 관심을 갖는다. 그렇기에 확률을 잘한다는 의미는 (특히, 위험성에 대한)관리를 잘한다는 의미이다. 예측을 잘한다는 의미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보통은 확률을 잘한다고 하면 예측을 잘한다는 의미로 많이들 생각한다). - P139

확률의 본질은 관리 Management이다. - P139

미국에서 스타트업 기업들의 실패를 용인한다는 의미는 그냥 아무 실패나 용인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성공 가능성 (확률)이 높았던" 스타트업 기업의 실패를 용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P146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세상 어떤 곳이라도(스타트업 환경이라도) 실패를 무한정 용인해주는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실리콘벨리에서 조차도 말이다. 그러니 실리콘벨리가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라고 하는 이야기는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좀 더 정확하게는 성공 가능성에 계속해서 투자하는 문화라고 보는 것이 보다 더 정확하다. - P147

확률이 중요한 이유는 미래에 대한 예측이 아니라 관리에 있다고 했다. 이러한 관리 과정을 거친 투자는 결코 도박이 아니다. 현명한 판단을 거친 투자이며, 혹은 재투자이다. 실리콘벨리에서 실패한 기업에게 또다시 투자하는 것은 이러한 확률에 근거한 판단이다. 이러한 확률값은 데이터 사이언스를 포함한 여타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해서 나왔다. 그래서 도박이 아니다. - P147

데이터 사이언스는 현존하는 다른 기법을 대체하기보다는 다른 분석 기법들을 도와주는 보완재 성격이 강하다. 물론, 다른 기법(혹은 방법론)으로 접근이 불가능하거나 모델링 하기가 어려운 경우 데이터 사이언스 기법들이 대체재의 성격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경우가 해당 분야에 존재하는 기존의 기법을 이용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거나 효율적인 분석일 때가 많다. - P153

최근 트렌드(?)가 데이터 사이언스와 인공지능이라 마치 이것들을 이용하면 세상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문제가 속한 영역Domain의 실전 경험이 훨씬 중요하다. - P153

데이터 사이언스를 하고자 다양한 도구들을 사용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최신 데이터분석 도구 대신 문제의 본질에 따라 그에 맞는 적절한 자원과 도구를 분배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데이터 사이언스의 효용성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 P155

사실상 데이터 리터러시는 "데이터를 읽을 줄 아는 능력" 정도로 보는 게 맞다. - P156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 감성적이 되느냐에 따라 다른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에 맞는 타당한 논리를 찾으려 했다.
...(중략)...한 학생이 "죽느니, 차라리 위험을 감수하겠노라" 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위험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 P159

인간은 선천적으로 보이지 않는 위험에 대해서 원래의 위험성보다 무시해서 보려는 경향이 있다. - P160

우리는 정확하게 위험이 무엇인지 그리고 정말 위험한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왜곡된 위험에 대해서 합리적인 의심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감성적인 사고가 아니라 수학적인 사고이다(이것이 필자가 얘기하는 데이터 리터러시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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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는 화자와 할아버지 간의 긴 대화가 나온다. 이들의 대화 속에 담겨있는 과학관련 상식들을 익힐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모든 동물이 숨쉬기 좋았을 때는 땅이 붉은색이었는데, 숨쉬기 힘들게 되면서부터는 땅이 검은색으로 변했어. 예전에는 공기 속에 산소가 많았거든. 산소가 철분과 결합하면서 땅이 붉은색이었는데 이젠 산소가 없으니 땅이 검은색이 되었지. - P242

산소가 많으면 숨쉬기 좋고, 지치지 않고, 조금만 먹어도 무럭무럭 자란다 - P242

산소는 주로 바다에서 만들어져. - P242

중요한 것은 눈에 안 보이는 곳에 있단다. 바다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와 식물성 플랑크톤이 산소를 만드는 거야. 그런데 바다 환경이 나빠지면서 이들이 산소를 많이 만들지 못하는 거지. - P242

가장 큰 문제는 바다 온도가 올랐다는 거야. 온도가 오르면 물질대사가 활발해져. 그러면 산소가 더 많이 필요해. 네가 빨리 달리면 숨을 헐떡이는 이유가 뭐지? 산소를 더 많이 들이마시려는 거잖아. 그런데 더운 바다에는 산소가 조금밖에 녹지 못하거든. 바다 생물들도 산소가 있어야 숨을 쉴 텐데 산소가 적으니 살기 힘들지. - P243

바다 온도가 왜 올라갔어요?

그건 대기 온도가 높아졌기 때문이야. 세상이 더워지면 바다도 덩달아 뜨거워질 수밖에 없잖니. - P243

대기 온도는 또 왜 올랐어요?

다 화산 때문이란다. 러시아의 시베리아 트랩과 중국의 어메이산 트랩을 형성하는 거대한 화산이 터졌어. 이때 묻혀있던 석탄이 드러났고 이것들이 타면서 공기 중으로 이산화탄소가 나오게 된 거지. - P243

결국 화산이 터지면서 석탄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나오게 되었고, 이산화탄소 때문에 지구가 더워지고 지구가 더워지니 바다도 더워지고, 바다가 더워지니 바다에 살면서 산소를 만들어내는 생명체들이 죽고, 그래서 산소가 조금 생기고, 그래서 땅은 검은색이 되고 우리는 숨쉬기 힘들어진 거군요. - P243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메탄도 공기 중에 엄청나게 많이 생겼어. - P244

메탄은 왜 생기죠?

‘흙에서 온 것은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지? 그걸 쉽게 말하면 모든 생명은 죽으면 썩는다는 거야. 산소가 있는 환경에서 썩으면 결국 이산화탄소가 되는데 산소가 없거나 아주 적은 환경에서 썩으면 메탄이 된단다.

그런 곳이 있어요?

있지. 땅속 깊은 곳이나 바다 깊은 곳 말이야. - P244

바다 깊은 곳에서 생물이 썩어 만들어진 메탄은 메탄하이드레이트라는 구조 속에 갇혀서 바다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어. 그런데 화산 때문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고 공기와 바다가 데워지니까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떠올라서 공기 중으로 메탄을 내보내는 거야. 그런데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수십 배나 강력한 온실가스거든. 그러니 지구가 점점 더 더워지지. - P244

화산에서는 이산화황 같은 산성 가스들도 많이 나와. 공기 중에 있던 산성 가스가 구름을 만나서 비가 내리면 산성비가 되지. 원래 비는 생명의 원천이잖아. 그런데 산성비는 파괴의 무기야. 산성비는 토양을 산성화시키고 바닷물도 산성화시키지. 생명이 살 수 없게 되는거야. - P245

바닷물이 산성화되면 바다 생명들은 더 살기 힘들어지고 그렇게 되면 산소는 더 조금 만들어지겠네요. - P245

이산화황은 산성비만 만드는 게 아냐. 이산화황부터 시작된 화학반응은 오존층을 파괴하는 촉매작용을 하지. 오존층이 얇아지면 동물과 식물에게 도달하는 자외선이 많아져. 식물들이 광합성을 하기 어려워지지. 그러면 또 산소는 덜 생기고, 이산화탄소를 공기에서 제거하는 것도 어려워지지. - P245

나는 리스트로사우루스Lystrosaurus 다. ‘삽처럼 생긴 도마뱀‘이라는 뜻이다. 물론 도마뱀은 아니다. 디메트로돈과 같은 단궁류로 고생대 페름기 후기부터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전기까지 살았다. - P248

최고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한다. 또 최고 포식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생물량이 가장 많았던 생물은 반드시 멸종한다. 보통 두 가지를 겸하는 일은 없다. 먹이 피라미드의 가장 위를 담당하는 최고 포식자는 생물량이 적고, 생물량이 가장 많은 생물은 먹이 피라미드의 아래쪽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 P249

이제 내가 어떤 지위를 누리고 살지는 내가 결정한다. - P250

최대한 새로운 환경에 맞춰 적응해야 한다. - P250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 - P250

떠밀려 날아가는 게 아니라 자기 의지로 활공하는 것 - P251

나는야 3억 년 전 용파리, 메가네우라 Meganeura다. ‘크다‘라는 뜻의 ‘메가‘와 ‘신경‘이라는 뜻의 ‘네우라‘가 붙어 지어진 이름이다. 그러니까 ‘커다란 신경‘이라는 뜻이다. 내가 얼마나 크냐고? 날개길이가 무려 75센티미터다. 3억 년 후 나타나는 가장 큰 종족인 페탈루라 인젠티시마Petalura ingentissima의 날개 너비가 겨우 16센티미터에 불과한 걸 생각하면 내가 얼마나 큰지 짐작이 갈 거다. 커다란 갈매기나 매를 생각하면 된다. - P252

나는 누굴까? 이미 이야기했다. 용파리라고. 용팔이가 아니라 용파리다. 영어로는 드래곤플라이 dragonfly. 그렇다. 나는 3억 년 전 하늘을 누비던 고대 잠자리다. 잠자리는 3억 년 전부터 이미 비행의 천재였다. 빠르게 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지 비행, 후진 비행, 그리고 빠른 방향 전환이 가능하다. 유연한 날개 구조와 비행을 제어하는 복잡한 근육 구조가 민첩성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 P253

양치식물은 관다발식물이다. 관다발식물이란 말 그대로 조직 속에 관이 다발로 있는 식물을 말한다. 목질화된 관을 통해서 물과 미네랄을 전달할 수 있다. 그 때문에 키가 더 커지고 다양한 환경에서 살 수 있다. - P254

석탄기에 드디어 진정한 나무가 등장한다. 첫 번째 주인공은 양치羊齒식물, 잎이 양의 이빨처럼 갈라진 모양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현대의 양치식물은 고사리처럼 대부분 키가 작지만 석탄기의 양치식물은 거대한 나무로 자랐다. 고사리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나무고사리라고도 부른다. - P254

석탄기라고 해서 모든 양치식물이 거대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페콥테리스Pecopteris처럼 작은 양치류는 숲의 하층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면서 숲의 생물 다양성 증가에 기여했다. - P256

양치식물은 털이 달린 커다란 잎이 있어서 무성한 초목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으며 역시 포자를 통해 번식했다. - P256

석탄기의 가장 중요한 진화 중 하나는 메두사 Medullosa 같은 종자 양치식물이 등장한 것이다. 포자로 번식하는 친척들과 달리 종자 양치류는 씨앗을 생산해 번식 성공률을 높이고 건조한 환경에서도 서식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종자 양치류는 양치류와 종자식물 사이의 간격을 메워주었다. 종자식물 역시 관다발식물이다. - P256

용암 속의 마그네슘과 칼슘이 대기와 물속의 이산화탄소와 결합하면서 흙의 재료가 되었다. - P257

석탄기 초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000 피피엠까지 떨어졌다. 2000피피엠은 겨우 0.2퍼센트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농도다. 산업혁명 이전의 이산화탄소 농도 200피피엠, 즉 0.02퍼센트와 비교하면 무려 10배나 높았던 것이다. 21세기에 지구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피피엠, 즉 0.04퍼센트가 되면서 거대한 열섬 현상이 나타난 것을 생각하면 석탄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얼마나 높았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 P258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으니 온도는 당연히 높았다. 전 지구가 초열대 기후 지대가 되었다. 매일 비가 쏟아졌다. 식물의 입장에서는 천국이었다. 온도 높아, 이산화탄소 농도 높아, 물도 많아! 광합성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추었다. 늪지뿐만 아니라 평원과 산에도 아름드리나무가 가득했다. 에메랄드빛 초록으로 뒤덮인 지구의 공기는 습했으며 세상은 생명으로 가득했다. - P258

광합성의 결과는 무엇인가? 첫 번째 결과는 화학에너지 생성이다. 태양에너지가 아무리 많아봤자 동물들은 사용하지 못한다. 태양에너지는 오로지 광합성을 하는 박테리아와 식물의 몫이다. 식물광합성이 늘어나자 태양에너지가 어마어마한 양의 화학에너지로 전환되어서 식물이 번성했고 그 덕분에 동물들이 활용할 에너지가 풍성해졌다. - P258

광합성의 두 번째 결과는 산소 기체 생성이다. 식물이 만들어놓은 화학에너지를 태워서 생활에너지ATP로 전환하는 데 꼭 필요한 게 산소다. 동물이 몇 분만 숨을 쉬지 못해도 죽는 이유가 바로 생활에너지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석탄기 숲은 산소를 엄청나게 많이 생산했다. 대기 중 산소 농도가 35퍼센트에 달했다. 이게 어느 정도냐고? 현대 대기의 산소 농도가 21퍼센트라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 P259

달려도 숨이 차지 않는다. 조금만 먹어도 에너지 효율이 좋아 무럭무럭 성장한다. 이런 시대에 내(메가네우라)가 등장했다. 천국이 따로 없다. 산소가 풍부한 공기는 거대한 동식물의 성장을 촉진한다. 게다가 산불도 자주 일어난다. 산소 농도가 높으니 마른 나무가 쉽게 불에 타기 때문이다. - P259

잦은 산불은 생태계를 젊게 유지하는 일등공신이다. 오래된 숲을 없애고 새로운 생명을 위한 길을 열어준다. 산불은 성장과 쇠퇴, 재생이라는 역동적인 리듬을 만들어 자연이 끊임없이 변화하게 만들어준다. - P259

양서류의 특징(송과공, 피부뼈)과 파충류의 특징 (턱근육, 단단한 알껍질) - P260

석탄기의 풍부한 식물은 초기 양서류, 곤충, 최초의 파충류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에게 먹이와 서식지를 제공했다. 높은 산소 농도 덕분에 거대한 크기로 성장할 수 있었다. - P260

우리는 어떻게 이토록 커졌을까? 숲 덕분이다. 숲이 만들어낸 엄청난 산소 농도는 우리 절지동물을 크게 만들었다. 곤충이나 다지류는 체내 산소공급을 거의 확산에 의존한다. 따라서 어느 정도 커지면 산소 공급이 안 되므로 성장의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산소 농도가 높아지자 산소 공급은 덩치를 키우는 데 한계가 되지 않았다. 외골격이 버틸 수 있는 최대 크기로 자랄 수 있었다. - P261

노목蘆木, 인목鱗木, 봉인목封印木처럼 포자로 번식하는 양치식물에 비해 씨앗으로 번식하는 종자식물은 광합성 효율이 떨어진다. - P263

해안선이 줄고 해수면이 낮아지면 해양생물에게는 재앙이 닥쳐온다. 바다가 넓은 것 같아 보여도 대부분의 해양생물은 깊이 200미터의 대륙붕에서 활동하기 때문이다. 사실 산소의 3분의 2는 바다에서 만들어진다. 숲이 아무리 많아봤자 그 넓은 바다에서 활동하는 시아노박테리아와 식물성 플랑크톤의 맹활약에는 미치지 못한다. - P264

이산화탄소 농도가 줄어드니 추워질수밖에! - P264

생태계는 순환을 통해 유지되는 것이다. 광합성을 통해 제거된 이산화탄소는 다른 방식으로 다시 돌려져야 한다. 하지만 석탄기의 늪과 숲은 그걸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 P264

이산화탄소는 나쁜 게 아니다. 모든 동물이 숨 쉴 때마다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이 이산화탄소가 식물로 들어가면 산소가 되어 나오고 온실 작용으로 기후를 유지하는 엄청난 역할도 한다. 그런데 우리 시대(석탄기) 숲은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기만 할 뿐 그걸 다시 세상으로 돌려놓지 못했다. 그 대신 땅 깊은 곳에 석탄으로 저장해 버렸다. - P265

석탄기의 울창한 나무들도 결국에는 죽는다. 죽으면 썩고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다시 대기로 돌아간다. 이런 과정을 제대로 거친다면 지구 대기는 안정화될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 P265

석탄기의 나무들은 죽은 뒤 늪에 빠졌다. 늪 바닥은 산소가 없는 환경이다. 산소를 좋아하는 호기성 미생물이 활동할 수 없는 곳이다. 부패를 위해서는 산소 없는 환경을 선호하는 혐기성 미생물이라도 필요했지만 아직 나무를 분해하는 미생물들이 활발하지 못한 때였다. 이제 막 나무가 생겼으니 그런 미생물이 많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 P265

늪지대에는 주기적인 홍수와 침하를 겪으면서 강과 다른 수역에서 쏠려 온 죽은 나무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홍수가 발생할 때마다 모래와 진흙이 추가되었다. 압력과 열을 받았다. 죽은 나무는 썩지 못하고 물리적, 화학적 반응을 했다. 이 과정에서 나무에서 수소와 산소 성분이 빠져나가고 탄소 성분만 남았다. 나무가 석탄이 된 것이다. - P265

석탄은 여러 등급으로 나뉜다. 비교적 낮은 열과 압력으로 형성된 갈탄은 원래 식물 구조를 일부 가지고 있으며 부드럽고 부서지기 쉽다. 현대에 싼값으로 거래되고 있다. - P266

압력과 온도가 높아지면 갈탄은 아역청탄과 역청탄을 거쳐 유연탄이 된다. 탄소 함량이 높고 더 단단하며 효율적으로 탄다. 현대에 산업용으로 사용된다. 더 높은 열과 압력으로 형성된 무연탄은 탄소 함량이 가장 높다. 가장 효율적으로 깨끗하게 타는 석탄이다. - P266

돌연변이는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자연은 그 가운데서 생존에 가장 적합한 생명체를 선택한다. - P267

보통 자신이 출현한 그 환경이 유지되는 게 생존에 가장 좋다. 그 환경에 적합해서 선택되었을 테니 말이다. - P267

석탄을 사용하려면 그 이전보다 훨씬 넓은 숲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금씩 더워질 것이다. 이 쉬운 일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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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 - 지식의 대통합 사이언스 클래식 5
에드워드 윌슨 지음, 최재천.장대익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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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배경지식이 부족했던 관계로 완독하는 게 결코 쉽진 않았지만 그래도 자연과학에 기반하여 인문사회과학, 문화, 예술, 종교 등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살펴보고 자연과학과 각 분야들간의 접점을 찾아 지식의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저자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초월론과 경험론으로 대변되는 종교와 과학 간의 논쟁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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