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을 통해 고통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물리적인 상처로 인한 고통, 마음에 상처를 주는 고통, 그리고 정신적인 트라우마로 인한 고통 등이다. 이 중 무엇이 더 고통스러운지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어쩌면 고통이라는 건 그 경중을 떠나서 우리 인생 전반에 걸쳐 늘 따라다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목도 독자들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내 경우엔 ‘고통과 작별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다가왔다.이렇게만 쓰고보니 너무 어두운 느낌만 드는 것 같아, 몇 달전에 읽었던 천선란 작가님의《천 개의 파랑》에서 만났던 고통 극복과 관련된 메시지 하나를 덧붙이면서 이 짧막한 리뷰를 마무리하고 싶다. 그것은 바로 ‘행복이 고통을 이긴다.‘ 는 것이다. 고통이 없을 순 없지만 행복으로 고통을 이겨내자는 말이다. 힘든 인생의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선의 아버지는 영문도 모른채 빨갱이로 몰려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자로부터 혹독한 고문을 받았다고 한다. 아주 세세한 이유까지는 특정할 수 없으나 소설 속 시대 배경 자체가 1950년에 발발했던 6.25전쟁 무렵인 것으로 보아 이 시대에 국가가 공권력을 통해 북한과 관련된 사상을 가진 사람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하려했던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중에 진짜 간첩들도 있었겠지만, 먹고살기 힘든 상황에서 쌀이나 곡식을 준다는 이유로 공산당 명부에 형식상으로만 이름을 올렸다가 봉변을 당한, 다소 억울하다고도 볼 수 있는 죽음들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요즘 시대에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이런 식의 다소 안타까운 죽음들이 비일비재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난 뒤 당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힘을 합쳐 그 당시의 상황들에 대한 진상조사 등을 하는 장면들도 나오는데, 본문을 한 줄 한 줄 읽어나가면서 이 땅에 다시는 이런 식의 무자비한 학살같은 것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뒤이어 마지막 챕터인 3부 ‘불꽃‘ 이 나온다. 여기서는 뭔가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듯한 느낌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이야기 속에서 인선과 인선의 어머니인 정심간에 있었던 쉽지 않았던 시간들을 추측해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독자인 나의 눈길을 끌었다. 이루 말하기 힘든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잘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수건이 덮인 아버지 얼굴에 그 사람이 끝없이 물을 부었다고 했어. 젖은 가슴을 야전 전화선으로 묶고 전기를 흘려넣었다고 했어. 산사람과 내통한 친구들의 이름을 대라고 그 사람이 속삭일때마다 아버지는 대답했다고 했어. 모루쿠다. 죄 어수다. 나 죄 어수다. - P297
기억나는 건, 그렇게 물을 때면 엄마가 내 손을 놓았던 거야. 너무 세게 잡아 아플 정도였던 악력이 거품처럼 꺼졌어. 누군가가 퓨즈를 끊은 것같이 듣고 있는 내가 누군지 잊은 것처럼. 찰나라도 사람의 몸이 닿길 원치 않는 듯이. - P298
대답 대신 나는 손을 뻗어 뼈들의 사진 위에 얹었다.눈과 혀가 없는 사람들 위에. 장기와 근육이 썩어 사라진 사람들.더이상 인간이 아닌 것들.아니, 아직 인간인 것들 위에. - P302
이제 닿은 건가, 숨막히는 정적 속에서 나는 생각했다.더 깊게 입을 벌린 해연海淵의 가장자리,어떤 것도 발광하지 않는 해저면인가. - P302
대답을 망설이며 나는 서 있었다. 그곳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정적 속에 더 머물고 싶지도 않았다. - P303
경하야.인선이 나를 불렀다.내가 디딘 데만 딛고 와. - P304
돌아가자. 나는 말했다.다음에 오자, 눈 그치고 다시.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으며 인선이 말했다.......다음이 없을 수도 있잖아. - P307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 P311
밀물 때가 지나치게 긴 이상한 바다처럼. 모래펄이 완전히 잠긴 뒤 다시는 바다가 빠져나가지 않는 것처럼. - P314
이상하지. 엄마가 사라지면 마침내 내 삶으로 돌아오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돌아갈 다리가 끊어지고 없었어. 더이상 내 방으로 기어오는 엄마가 없는데 잠을 잘 수 없었어. 더이상 죽어서 벗어날 필요가 없는데 계속해서 죽고 싶었어. - P314
엄마가 모은 자료들의 빈자리에 내가 새로 찾은 것들을 메꿔 넣으며 하루하루를 보냈어. - P315
자료가 쌓여가며 윤곽이 선명해지던 어느 시점부터 스스로가 변형되는걸 느꼈어. 인간이 인간에게 어떤 일을 저지른다 해도 더이상 놀라지 않을 것 같은 상태...... 심장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가 이미 떨어져 나갔으며, 움푹 파인 그 자리를 적시고 나온 피는 더이상 붉지도, 힘차게 뿜어지지도 않으며, 너덜너덜한 절단면에서는 오직 단념만이 멈춰줄 통증이 깜박이는...... - P316
그게 엄마가 다녀온 곳이란 걸 나는 알았어. 악몽에서 깨어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면, 그 얼굴에 끈질기게 새겨져 있던 무엇인가가 내 얼굴에서도 배어나오고 있었으니까. - P316
믿을 수 없는 건 날마다 햇빛이 돌아온다는 거였어. 꿈의 잔상 속에 숲으로 걸어나가면, 잔혹할 만큼 아름다운 빛이 나뭇잎들 사이로 파고들며 수천수만의 빛점을 만들고 있었어. 뼈들의 형상이 그 동그라미들 위로 어른거렸어. 활주로 아래 구덩이 속에서 무릎을 구부린 키 작은 사람을, 그 사람뿐 아니라 그 곁에 누운 모든 사람들이 살과 얼굴을 입는 환영을 그 빛 속에서 봤어. 흑백이 아니라 선혈로 얼룩진 옷을 입고 그 구덩이 속에, 방금까지 살아 있었던 부드러운 어깨와 팔과 다리로. - P317
내 인생이 원래 무엇이었는지 더이상 알 수 없게 되었어. 오랫동안 애써야 가까스로 기억할 수 있었어. 그때마다 물었어. 어디로 떠내려가고 있는지. 이제 내가 누군지. - P317
그 아이들.절멸을 위해 죽인 아이들. - P318
눈 속에서 나는 기다렸다.인선이 다음 말을 잇기를.아니, 잇지 않기를. - P319
이상해, 경하야.네 생각을 날마다 했는데 정말 네가 왔어.하도 생각해서 거의 네가 보일 것 같은 때도 있었는데.캄캄한 어항을 들여다보는 것처럼.유리에 얼굴을 붙이고 끈질기게 들여다보면 뭔가 안쪽에서 어른거리는 것같이. - P320
아직 사라지지 마. - P324
숨을 들이마시고 나는 성냥을 그었다. 불붙지 않았다. 한번 더 내리치자 성냥개비가 꺾였다. 부러진 데를 더듬어 쥐고 다시 긋자 불꽃이 솟았다. 심장처럼. 고동치는 꽃봉오리처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가 날개를 퍼덕인 것처럼. - P325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농구부 주장인 채치수가 영어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지시로 영어문장을 번역한 것인데, 왠지 모르게 멋있어 보여서 적어봤다....이어지는 내용에서는 강백호의 운동능력을 눈여겨보던 유도부 주장 유창수라는 인물이 등장해서 강백호를 농구부가 아닌 유도부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한다. 유창수는 강백호가 짝사랑하고 있는 소연이의 어릴적 사진들을 미끼로 하여 강백호를 유혹하지만, 단순한 성격인 강백호는 유도부에 들어가는 것엔 전혀 관심없고 그저 소연이의 사진만 갖고 싶어할 뿐이다.이에 두 사람은 격렬한 몸의 대화(?)를 나누게 된다. 싸움이 한 판 붙은 것이다. 서로 한 방씩 치고 받는데, 결국 강백호는 유도부 주장 유창수의 꾀임에 넘어가지 않고 농구를 하겠다고 선언한다. 딱히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자신이 바스켓맨이니까 농구를 하겠다고 한 것이다. 단순한듯 보이지만 강백호의 확고한 의지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유도부 주장 유창수는 이 상황을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강백호의 불굴의 의지 앞에선 그도 어쩔 수 없는 눈치였다.
‘아침... 그것은 희망찬 하루의 시작‘‘사람들은 그 눈부신 빛을 우러러 갖가지 색깔의 행복을 희구한다‘. - P11
실력으로 뺏을 거야. - P55
복잡한 건 내 성미에 안 맞아!! - P64
나도 모르게 메다 꽂았어. 잡고 있을 수가 없었다! - P71
잡는 순간 마치 짐승과 마주친 것 같은 살기를 느끼고 나도 모르게 던져버리고 말았다... - P74
유도는 잡는 순간에 상대의 실력을 알 수 있는거다!! - P75
그건... 강백호가 결정할 일이야. - P83
농구는 남에게 억지로 시킬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 P83
난 농구를 할 거야. - P91
난 바스켓맨 이니까...!! - P92
앗!! 저기 나의 진짜 소연이가!! - P97
역시 진짜가! 더 좋아...♡ - P97
남을 비난하는 건 그만둬. - P107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한테 실례잖아. - P108
나 참!! 팬으로서의 최소한의 매너는 지켜야 할 거 아니니!! - P108
드리블이나 패스에 기초가 있듯이 슛에도 기초가 있는 거야! - P111
슛이란 건 넣기만 하면 아무래도 좋은 거 아닌가요? 저런 시시한 슛보다 슬램덩크가 훨씬 멋진데.... - P111
시합에서는 언제나 상대의 디펜스가 있는 법이다....덩크슛을 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단 말이다!! - P112
전에도 말했지만, 기본을 모르는 녀석은 시합에서 아무 쓸모가 없어!! - P112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어!! - P123
알았냐, 강백호? 어깨 힘을 빼고 좀 더 부드럽게 슛해야 해. - P133
가볍게 볼을 놓고 온다는 기분으로 하면 되는 거야. - P133
너무 멋있게 보이려고 노력하지 마. - P133
그리고 남이 하는 걸 잘 보지 않으면 안 돼. - P133
그랬구나. 소연이도 노력했던거야... 나도 노력해야지... - P146
뭔가 요령이 있을 거야. 그것만 알아낸다면 나라고 못할 거 없지. - P151
우선 무릎을 부드럽게 하고 몸 전체로 뛴 다음, 볼을 링에 두고 오는 그런 감각이랄까? - P153
일찍 일어나길 잘했다. - P157
멍청아! 슛은 반복 연습이 가장 중요한 거야. 들떠있을 시간 있거든 연습이나 해! - P171
남이 알면 남모르는 노력이 아니지.... - P175
내가 쓰러뜨린다고!! - P199
발을 멈추지마라!! 손을 더 높이 들어!! - P208
리바운드를 제압하는 자가 시합을 제압한다!! - P217
(권투에서) 왼쪽을 제압하는 자가 세계를 제압한다는 것과 비슷한데!! - P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