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유전자로부터 발흥하며 유전자의 검인을 영원히 간직한다. 한편으로 문화는 은유와 새로운 의미를 창조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획득했다. 인간 조건을 이해하려면 유전자와 문화를 모두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과학과 인문학을 분리한 채 이해하려 한다면 부질없는 짓이 된다. 인간 진화의 실재성을 인식하면서 이 둘을 함께 묶어 이해해야 한다. - P289
인간 본성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 본성을 규정하는 유전자도 아니고 인간 본성의 궁극적 산물인 문화도 아니다. ...(중략)... 그것은 후성 규칙들이다. 즉 문화의 진화를 한쪽으로 편향시켜 유전자와 문화를 연결해 주는 정신 발달의 유전적 규칙성이다. - P291
생물학자들과 사회과학자들은 유전자 · 문화 공진화에서 인과적 사건들이 유전자, 세포, 조직, 뇌, 행동의 순서를 따라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그 사건들은 물리적 환경과 기존 문화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이후의 문화 진화를 편향시킨다. 그러나 그런 연쇄(유전자가 후성 규칙을 통해 문화에 행하는 작용)는 전체 상호 작용의 절반일 뿐이다. 또 다른 절반은 문화가 유전자에게 하는 작용이다. - P292
뇌와 행동의 후성 규칙들을 규정하는 유전자들은 거대 분자들의 단편일 뿐이다. 그것은 감정도 없고 신경 쓰는 일도 없고 물론 의도도 없다. 그저 고도로 구조화된 수정 세포 내에서 발생을 조절하는 화학 작용의 연쇄를 촉발시킬 뿐이다. 그것의 문서는 분자에서 세포 그리고 기관의 수준으로 확장된다. 연쇄적인 생화학 작용으로 이뤄진 발생의 초기 단계는 결국 감각계와 뇌가 자신을 조립하는 단계에 이르러 끝을 맺는다. 그 후로 개체가 완성되어야만 정신 활동은 창발적 과정을 통해 출현하게 된다. - P293
뇌는 생물학적 질서의 최고 단계들의 산물로서 개체의 해부학적 구조와 생리적 작용에 함축되어 있는 후성 규칙들의 제약을 받고 있다. - P293
뇌는 환경 자극의 범람 속에서 작동하면서 보고 듣고 배우며 자기 자신의 미래를 계획한다. 진화 과정에서 수많은 뇌의 집합적 선택은 인간의 모든 것ㅡ유전자, 후성 규칙, 의사소통적 마음 그리고 문화ㅡ의 진화적 운명 (Darwinian fate)을 결정한다. - P293
지혜로운 선택을 한 뇌는 더 높은 진화적 적응도(Darwinian fitness)를 가지게 되는데 이것은 그 뇌가 잘못 선택한 뇌들보다 통계적으로 더 오래 살고 더 많은 자손을 남기게 됨을 뜻한다. "적자생존(survivalof the fittest)"이라는 말로 흔히 요약되는 이 일반화는 마치 동어반복ㅡ적합한 놈이 살아남고 살아남은 놈이 적합하다는 식으로ㅡ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것은 자연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생산과정을 표현하는 말이다. - P293
수십만 년의 구석기 역사 속에서 인간의 특정한 후성 규칙들을 규정하는 유전자들은 자연선택 과정을 통해 점점 증가해 종 내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이런 수고 덕분에 인간 본성이 탄생한 것이다. - P293
인간 진화가 침팬지나 늑대의 진화와 정말로 다른 점은 인간의 진화를 추동해 온 환경에서 문화적인 요소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문화가 조성한 특수한 환경은 행동 유전자들에 영향을 끼친다. 즉 행동 유전자들은 문화의 영향을 받는다. - P293
주변 환경에서 먹이를 찾는 행동처럼 자신들의 문화를 최대로 활용했던 조상들은 진화적 이득을 많이 챙겼다. 선사 시대에 그들의 유전자는 증식되었고 뇌 회로와 행동 형질을 조금씩 변화시켜 결국 현재의 인간 본성을 만들어 냈다. 역사적인 우발성도 그런 일에 모종의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결국 자기 파괴적인 것으로 판명이 난 것들이 많았다. 그러나 대체로 자연선택은 긴 세월 동안 인간 진화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인간 본성은 적어도 그것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는 적응적이었다. - P294
유전자·문화 공진화 이론은 하나의 역설을 만들어 내는 듯하다. 그것은 인간의 행위가 문화를 만들고 동시에 문화가 인간의 행위를 만든다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가 인간의 조건을 동물계에 널리 퍼져있는 환경과 행동 사이의 호혜성과 비교해 보면 그런 모순은 사라진다. - P294
아프리카 코끼리는 많은 수의 수목과 관목을 먹어대면서 나무들이 성긴 삼림 지대를 창조한다. 그 코끼리의 다리 밑에서 우글대는 흰개미는 죽은 초목을 소비하고 땅과 배설물을 이용해 밀봉된 집을 짓는다. 그리고 놀랍게도 수분과 이산화탄소를 만들어 내서 자신들의 생리 작용이 잘 적응하게끔 소기후를 만들어 낸다. - P294
인간을 홍적세(지질 연대는 크게 원생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나뉘는데 6500만 년 전에 시작된 신생대는 다시 제3기와 제4기로 구분된다. 그리고 제4기는 200만 년 전에 시작된 홍적세와 1만 년 전에 시작된 충적세로 나뉜다. 호모 에렉투스가 약 200만 년 전에 진화했으니까 인류의 주무대는 구석기 문화로 장식된 홍적세라고 할 수 있다. 인류는 그 시대에 네 차례의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쳤으며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1만 년 전쯤에 기후와 동식물의 분포가 현재와 흡사한 충적세로 넘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와함께 신석기 시대가 시작되었다.)에 이들의 서식지와 동일한 곳에서 진화한 존재로 보려면 환경의 일부를 문화로 대체하기만 하면 된다. - P294
사회적으로 학습된 복잡한 행동이라고 엄격히 정의되는 문화는 확실히 인간에게만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유전자와 문화(환경으로서의) 간의 호혜성도 독특할 수밖에 없지만 그 기저에 흐르는 원리는 동일하다. 따라서 인간의 행동이 문화에서 나오면서 동시에 문화가 인간의 행위에서 나온다고 말하는 것에는 아무런 모순이 없다. - P295
유전자들은 토템 신앙, 원로 회의, 종교 의식과 같은 정교한 규약들을 결정하지 않는다. ...(중략)... 오히려 유전자에 기반을 두고있는 후성 규칙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러한 규약들을 창조하고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 P295
후성 규칙들이 충분히 강력하다면 그것에 따른 특정 행동들이 다양한 사회 속에서도 수렴적으로 진화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후성 규칙들에 따라 편향된 문화에서 진화된 그 규약들은 문화적 보편자로 간주된다. 소수 문화의 경우에도 동일한 시나리오가 적용될 수 있다. - P295
발생유전학의 입장에서는 이런 전체 구도를 유전자들의 반응 양태가 문화적 보편자의 경우에는 대단히 협소하다는 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다시 말해 그 문화적 규약들이 생겨나지 않는 인간 환경은 거의 없다. 반면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여 다양한 군소 규약들을 산출하는 유전자, 다시 말해 문화의 다양성을 늘리는 유전자는 더 넓은 범위의 반응 양태를 보인다는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 P295
유전적 진화는 후성적 편향을 모두 제거함으로써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즉 유전자의 반응 양태가 무한대의 범위를 갖게 되어 문화적 다양성이 폭발할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런 현상이 존재한다고 해서 문화가 인간 유전체와의 관계를 끊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단지 어떤 경험에 대해서건 뇌가 동등한 민첩성을 갖고 반응하고 배우도록 유전자들이 뇌를 설계할 수 있다는 뜻이다. - P296
만일 편향이 없는 학습이라는 것이 실제로 있다면 그것은 유전자 · 문화 공진화 이론에 대한 반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매우 특이한 유형의 후성 규칙 때문에 생긴 공진화의 극단적 산물이다. - P296
후성적 편향은 ...(중략)... 하나같이 정도의 차이만을 나타내고 있다. - P296
혈연 선택(kin selection)은 유전자가 그 자신을 운반하는 개체에 미치는 효과와 그 유전자로 인해 그 개체의 모든 유전적 친족에 미치는 효과를 더한 것에 기초하여 자연선택이 그 유전자를 선택하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유전적 친족이란, 부모, 자식, 형제자매, 사촌 등은 물론이거니와 생존해 있고 번식을 할 수 있으며 친족의 번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존재를 뜻한다. - P298
혈연 선택은 이타적 행동의 기원에서 특히 중요하다.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났기에 유전자의 절반을 공유하는 두 자매 (예컨대, 영희와 순회)를 생각해 보라. 영희는 동생인 순희를 돕기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거나 적어도 자식을 낳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순희는 그런 도움이 없을 때 낳았을 자식의 두 배를 낳아 기른다. 순희 유전자의 절반이 관대한 영희 유전자와 동일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영희의 유전적 적응도의 손실은 만회된다. 만일 그런 (영회의) 행동이 유전자의 규정을 따르고 자주 나타난다면 그 유전자는 자신을 운반하는 개체에게는 손해를 주는 데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개체군 내에 퍼질 수 있다. - P298
양육 투자(parental investment)는 부모가 어떤 자식에게 투자할 여력을 포기하면서까지 다른 자식에게 투자함으로써 그 자식의 적응도를 높이는 행위를 뜻한다. 양육 투자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서 그런 선택을 하게끔 만들어 준 유전자들의 적응도가 달라진다. - P299
짝짓기 전략(mating strategy)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성적 활동에 있어서 더 큰 위험 부담을 지고 있다는 기본적인 사실에서 출발한다. 왜냐하면, 임신과 수유 등을 비롯하여 기본적으로 더 많은 양육 투자를 하는 쪽이 여성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난자 하나는 그것에 이르기 위해 경쟁하는 정자 수백만 개 중 하나보다 훨씬 더 가치 있다. 임신한 여성은 향후 몇 년 동안에 또다시 임신하기 힘들지만 남성은 언제 어디서나 다른 여성들을 임신시킬 물리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 - P299
대중 매체의 수준에서 이 문제를 보면 남성의 성공적인 짝짓기 전략은 여성에 대해 바람둥이가 되는 것인 반면 여성의 경우에는 남성에 대해 수줍어하고 까다로워지는 것이다. 또한 남성은 여성에 비해 포르노와 매춘에 대해 더 관대한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구애행위에 관해서는 남성의 경우에 배타적인 성적 접근을 강조하고 부권(父權, paternity)을 확실하게 보장받고 싶어 하는 반면 여성은 자원의 공급과 안전성을 중시할 것이라고 예측된다. - P300
지위(status)는 복잡한 모든 포유류 사회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인간 사회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인간의 사회 행동들의 목록을 정리하다 보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높은 신분(서열, 계급, 부에 있어서)을 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P300
전통 사회에서 개인의 유전적 적응도는 대체로 신분과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부족 사회와 전제 국가의 경우에는 특히 우위에 있는 남성이 많은 여성에게 손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많은 자손들을 생산해 낼 수 있다. 그래서 종종 터무니없이 자손을 많이 낳기도 한다. - P300
하지만 근대 산업 국가에서 신분과 유전적 적응도 간의 관계는 애매해졌다. 자료에 따르면 높은 신분의 남성은 더 오래 살고 더 많은 여성들과 성관계를 갖지만 항상 더 많은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 P301
부족과 민족 국가(현대판 부족)을 통한 세력 확장과 방어는 문화적 보편자이다. 왜냐하면 세력 확장과 방어는 생존과 번식 잠재력에 있어 더할 수 없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부족 지도자의 경우에는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 P301
미국과 영국 사이에 벌어진 1812년 전쟁의 영웅이자 제독이었던 스티븐 디캐터(Stephen Decatur)는 "조국이 옳지 않을수도 있다. 하지만 좋든 싫든 조국이다." (개인의 전투 능력이 언제나 그 개인의 적응도를 높이지는 못한다. 그는 1820년에 벌어진 한 전투에서 전사했다.) - P301
이런 행동[세력권 행동(territoriality)]은 진화 과정에서 사활이 걸린 몇몇 자원들이 "밀도 의존적 요소"로서 기능할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개체군 밀도는 먹이, 물, 집터 그리고 이런 자원을 찾아다니는 개체들의 가용 면적이 부족할수록 높아진다. 그래서 사망률과 출생률이 균형을 이루고 개체군 밀도가 평형에 도달하기까지 사망률이 증가하거나 출생률이 감소한다. 바로 이런 환경에서 동물 종은 세력권 행동을 진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 P301
이론적으로 볼 때 자신과 집단을 위해 사적인 자원을 방어하게끔 하는 기제가 유전적으로 구비된 개체들은 다음 세대에 유전자를 더 많이 전달할 것이다. - P301
자원들을 제한해도 개체군의 성장이 평형 상태에 도달하지않는 종들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오히려 이주, 질병 또는 포식자의 수를 증가시킴으로써 평형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만일 이렇게 밀도의존적 요소들이 다양하고 그로 인해 자원 통제가 필요하지 않을 때에는 세력권 방어는 하나의 유전적 대응으로서 진화하지 않는다. - P302
인류도 틀림없이 세력권 행동을 하는 종이다. 한정된 자원들을 어떤 식으로 통제할 것인지는 인류의 진화사 속에서 생사를 가리는 문제와도 같았다. 세력권을 지키기 위한 공격적 행동은 널리 퍼져 있으며 그에 대응하려는 행동이 때로는 살인을 불러오기도 한다. - P302
전쟁은 문화적인 것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면 위안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런 전통적 지혜는 반쪽 진리일 뿐이다. 전쟁의 기원은 유전자와 문화 둘 다에 있다. 따라서 이 둘이 상이한 역사적 정황들 속에서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할 때에만 전쟁을 피할 길이 열린다고 말하는 것이 더 옳고 훨씬 더 현명하다. - P302
계약적 합의(contractual agreement)는 마치 주변의 공기와도 같이 인간의 사회 행동에 넓게 퍼져 있어서 나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특별한 주의를 끌지 못한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과학적 연구 주제로서 주목받을 만한 가치를 담고 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포유류는 이기적 이해관계의 기초 위에 사회를 형성한다. 개미 같은 사회성 곤충들의 카스트 제도와는 달리 인간은 공공의 선을 위해 자신의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에너지를 자신과 가까운 친족의 복지를 위해 사용한다. - P302
포유류에게 사회생활은 개인의 생존과 번식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장치이다. 그 결과 인간을 제외한 포유류 사회는 곤충 사회에 비해 훨씬 덜 조직화되어있다. 포유류의 사회는 위계질서, 이합집산식의 연합, 그리고 혈족동맹 등에 의존한다. 하지만 인간은 장기 계약을 통해 친족 동맹과 유사한 형태의 연합을 비친족 개체로 확장함으로써 이런 한계를 넘어서는 사회 조직을 발전시켜 왔다. - P302
계약 맺기는 문화적 보편자 그 이상이다. 그것은 언어와 추상적 사고가 인간의 특징인 것과 마찬가지 의미에서 인간의 독특한 형질이다. 그리고 역시 본능과 고도의 지능을 통해 생겨났다. - P303
계약 맺기가 거래 당사자 간의 모든 합의들에 동일하게 작용하는 합리성의 결과인 것만은 아니라 ...(중략)... 오히려 당사자들이 거래상황에서 속임수 탐지 능력을 고도로 발전시킨다 ...(중략)... 속임수 탐지는 실수 탐지와 이타적 의도의 평가보다 훨씬 더 두드러졌다. 게다가 속임수 탐지 능력은 사회 계약의 득실이 구체화되어 있는 경우에만 하나의 계산 절차로서 촉발되었다. 사기 행위에 주의를 기울일 때가 실수 행위나 좋은 행위, 심지어 이문을 남기는 행위에 주의를 기울일 때보다 훨씬 더 많았다. - P303
사기 행위는 감정을 자극하고, 정치 경제의 통합성을 유지해 주는 험담과 도덕주의적 공격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 P303
유전적 적응도 가설 ㅡ 문화에 가장 널리 퍼진 형질들은 그것들을 있게끔 해 준 유전자들에게 진화적 이득을 안겨 준다. ㅡ 은 많은 증거들을 통해서 합당하게 잘 입증되어 왔다. 널리 분포된 형질들은 대개 적응적이고 그것들의 존재는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의 기본 원리에 잘 부합한다. 게다가 사람들이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간에 대체로 이 기본 원리를 따르는 것처럼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도 사실이다. - P303
유전적 적응도 가설의 가치는 그것이 인간 본성에 던져 주는 통찰에 있다. - P303
평균적으로 개인은 23쌍의 염색체의 두 부위에서 열성 치사 유전자를 가진다. 그 부위는 염색체상에 거의 아무데나 될 수 있으며 사람마다 그 수와 위치가 서로 다르다. 두 상동 염색체 중 하나만 치사 유전자를 가지게 되면 다른 염색체에 있는 정상적인 유전자에 의해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다. 만일 두 염색체 모두가 특정한 부위에 치사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 태아는 유산되거나 일찍 죽는다. - P306
19종의 사회성 종에서 젊은 개체들은 인간의 족외혼 (exogamy)을 연상케 하는 짝짓기 패턴을 보인다. 예를 들어 몸이 어른 크기가 되기 전에 그들은 자신이 속해 있던 집단을 떠나 다른 집단에 합류한다. ...(중략)... 이런 다양한 영장류 종들에서 젊은 개체들이 떠나는 이유는 공격적인 어른 개체 때문이 아니다. 전적으로 자발적으로 떠나는 것처럼 보인다. - P307
젊은 영장류의 이런 특이한 행동은 그것의 궁극적인 진화적 기원이 무엇이건 간에 그리고 그 행동이 그 개체의 번식 성공에 어떤 영향을 주든지 간에 근친 교배의 발생 가능성을 줄여 준다. 그러나 근친 교배에 대한 거부는 두 번째 단계의 저항으로 더욱 강화된다. 그것은 번식 집단에 남아 있는 이성 개체들이 성적 행동마저도 피하는 행위로 나타난다. - P307
‘웨스터마크 효과(Westermarck effect)‘ ...(중략)... 즉 어렸을 때 자신들과 가깝게 지냈던 개체들이 성적으로 접근해 오면 거부한다. 가령, 어머니와 아들이 짝짓기를 하는 일은 거의 없으며 형제자매 간의 짝짓기는 비친족 개체와의 짝짓기보다 훨씬 덜 일어난다. ...(중략)... 핀란드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알렉산더 웨스터마크(Edward Alexander Westermarck, 1862~1939년 핀란드의 사회학자, 철학자, 인류학자)가 『인간 결혼의 역사(the History of Human Marriage)』(1891년)라는 역작에서 인간 사회에서 나타나는 그런 현상을 최초로 보고했다. - P307
‘민며느리제‘ ...(중략)... 원래 중국 남부 지방에서 성행했던 이 제도는 비친족인 여아를 가족으로 입양하여 그 가족의 친아들과 평범한 오누이 관계로 지내게 한 다음 결국 며느리로 삼는 제도를 말한다. 이런 풍습은 성비 불균형과 가난으로 인해 나중에 아들의 혼삿길에 막힐까 봐 미리 미성년의 며느리를 데려오는 전략이다. - P308
"네 삶의 가장 초기에 네가 친밀하게 알고 지냈던 사람에 대해서는 성적인 관심을 끊어라." - P309
웨스터마크 효과는 심리학의 ‘등급 효과(graded effect)‘와도 일맥상통한다. 여러 사회에서 수집된 자료를 보면 유년기의 결정적인 기간동안 둘의 관계가 친밀하면 할수록 이성 간의 성 접촉 빈도가 감소한다. 따라서 유아기에 가장 강력한 결속을 보이는 어머니와 아들 간에는 근친상간 빈도가 가장 적게 나타나고 형제자매의 경우가 그 다음이며 생물학적 아빠가 딸을 성적으로 학대(내가 여기서 "학대"라고 말한 이유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딸이 자유롭게 동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우가 그 다음이다. 가장 빈번한 근친상간 유형은 계부가 딸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경우이다. - P309
생물학자에 따르면 본능이 작동하는 기제는 의외로 단순하다. 본능의 대상과 연관된 단순한 신호만 실생활에서 입력되면 그만이다. 가령, 결정적 순간에 어떤 냄새나 접촉만으로 복잡한 행동이 촉발하거나 억제될 수 있다.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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