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소설 속에서 과거로 회귀한 주인공이 회사에서 에어 프라이어를 최초로 개발하는 스토리가 펼쳐진다. 지금이야 에어 프라이어가 많이 대중화되었지만 작품 속 주인공이 회귀한 시대만 하더라도 아예 없었던 제품이었던지라 함께 일하는 동료직원들조차도 깜짝 놀라는 모습이 나오는데, 앞으로 어떤 스토리가 이어질지 궁금하다.

‘기왕 일하는 거 재미있으면 좋지.‘

그래서 틈틈이 제법 공부를 했다. 그래서 고기가 짧은 시간안에 젖은 표면의 수분을 증발시키면서 캐러멜라이징 반응을 일으키는 ‘마이야르 반응‘까지 주워섬길 수 있었다.

"그래서 마치 공기로 튀기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 하여 에어 프라이어라고 이름 지을까 합니다."
마침내 공개된 항아리의 아이덴티티.

공기로 튀긴다. 에어 프라이어.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튀긴 요리를 부담스러워한다. 왜냐면 기름에 튀기면 열량이 어마어마하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가 튀긴 것을 좋아하지만 맘껏 먹지는 못한다. 에어 프라이어라는 네이밍은 절묘하게 튀김에 대한 욕구와 칼로리에 대한 부담을 동시에 잡아낸 것이다.

물론 열풍으로 익히는 게 기름에 튀긴 것과 같지는 않지만 튀김 특유의 바삭함만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이후 에어 프라이어에 맞는 음식 레시피들이 줄줄이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가정 필수품에 등극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천 원을 경영하라 - 국민가게 다이소 창업주 박정부 회장의 본질 경영
박정부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반인들이 잘 몰랐던 다이소의 History를 볼 수 있었고, 창업자이자 저자이신 박정부님의 경영철학이 무엇인지 알게 되어서 좋았다. 사업초기의 각종 어려움과 역경을 극복하고 국민가게로 발돋움한 현재의 모습을 보며 역시나 분야를 막론하고 그냥 이루어지는 것은 없음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이 보이지 않도록 다 막아놓고 파티션을 쳐놓으면 서로 무슨 일을 하고있는지 알 수가 없다. 보이게 일해야 누구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할지 알 수 있다. MD의 고민을 디자이너가 풀어줄 수 있고, 디자이너에게 MD가 아이디어를 줄 수도 있다. 보이게 일하는 것이야말로 소통과 협력의 시작이다.

보이게 일하는 것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주변에서 느끼게 일하는 것이다. 주변에서 알지 못하면 서로가 철길처럼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길을 가게 된다. 느끼게 일해야 당신이 무슨 일을 얼마나 잘 해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 그래야 성장할 수 있다.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주변에서 느끼지 못한다면, 그 일은 나의 일도 아니고 회사의 일도 아니며 그 누구의 일도 아닌 것이 돼버린다.

서로를 보는 것이 소통의 시작이라면, 상대의 일과 고민을 느끼는 것은 협력의 시작인 셈이다.

내가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이유를 답으로 말하지 말라" 는 것이다. 문제는 늘 일어나기 마련이고, 안 되는 이유 역시 넘치도록 많다.

문제가 생겼을 때 한 번 더 고민하고 풀어낼 수 있는 조직력이 필요하다. 안 되는 일은 포기하고 되는 일만 한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이유로 답하지 마라. 이유를 대면서 문제가 생긴 순간을 넘어가려고 하지 마라. 이것은 일을 안 하겠다는 말과 같다. 이유가 답이 되는 변명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일의 답은 문제해결이고 성과를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관리자의 등가원칙은 권한, 의무, 책임이다.

일이란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어떤 결과를 내겠다는 관리틀로 하는 것이다. 실시간으로, 주기적으로 현상을 분석하고 원인을 파악해 해결해가는 것이 일이다.

어려운 것을 일로 풀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일이란 안되는 것을 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전거가 잘 달리고 있다고 해서 페달에서 발을 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페달을 멈추는 순간 쓰러진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이처럼 매순간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균일가 사업은 돈이나 머리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직접 몸으로 부딪치고 우직하게 땀 흘려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 상품을 발굴하고, 현장에서 얻은 아이디어와 정보가 개발과정에서 흘러 나와야 한다. 한마디로 온몸으로 뛰어다니며 몰입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사업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업에 대한 본질을 정확히 알고 그것을 수행할 수 있는 실행력과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지속할 수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작은 티끌을 꾸준히 쌓아 태산을 이루는 작업이다. 그리고 그 땀 한 방울, 천 원 한 장의 가치를 2배, 3배로 키워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일이다.

우연이나 요행으로 되지 않는다. 우보천리(牛步千里)라 했던가?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인내와 성실로 매일 그 한 걸음 한 걸음에 최선을 다해야 가능하다. 다이소의 사훈은 ‘바르고 정직한 것‘이다.

《세계 장수기업, 세기를 뛰어넘은 성공》의 저자인 윌리엄 오하라 교수는 장수기업이 되는 비결을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가졌던 이념과 삶의 본질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지속적으로 성장한 많은 기업은 대부분 창업정신이 흔들리지 않고 유지된 기업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 창업정신을 유지하기 위한 끝없는 도전과 혁신이 수반되었을 것이다.

톱(top)이 되는 것은 어렵다. 최고의 자리에 올라 남이 따라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더 어렵다. 지금 당장은 ‘초격차‘ 지위를 자랑하더라도 방심하는 순간 외면당할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의 경쟁자는 우리 안에 있다. 바깥의 경쟁자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우리 자신과 싸워야 하니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결국 고민하는 집요함이 운명과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나는 고객이 두렵다는 생각으로 30여 년간 이 사업을 해왔다.

균일가 정신이 느슨해질 때 경쟁자들은 틈을 비집고 들어올 것이다. 초심을 잃을 때, 그때가 가장 경계해야 할 순간인 것이다.

고객에게 가격보다 더 큰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것, 국민가게, 국민 브랜드로 국민생활의 일부가 되는 것,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존재이유를 잊지 말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객에게 불량은 확률의 문제가 아니다. 매장에서 수십만, 수백만 개의 상품을 판매한다 해도 고객이 구매하는 상품은 하나다. 구매한 상품 1개가 불량이면 고객 에게는 100% 불량이다. 변명의 여지 없이 그냥 불량인 것이다.

불량은 확률의 문제가 아니고 타협할 대상도 아니다

불량품 1개를 팔면 단지 1,000원의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1명의 고객을 놓치는 것뿐만 아니라 10명의 고객에게 파급된다. 싸고 좋은 상품이란 소문이 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싼게 비지떡이라는 소문은 순식간에 퍼진다.

불량을 판매하는 것은 고객을 쫓아내는 것과 같다.

품질관리란 불량이 났을때 잘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불량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사후관리가 아니라 선행관리다. 처음부터 올바르게 하는 것. 그것이 곧 예방임을 다시 한번 절실하게 깨달은 순간이었다.

담설전정(擔雪塡井)이라는말이 있다. 눈(雪)을 퍼담아 우물을 메운다는 뜻이다. 끝없는 반복과 노력으로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모습을 표현하는 말로 쓰인다.

눈이 내리는 날 바닥에 새겨진 글씨를 본 적이 있는가. 눈이 쌓이는 중에도 그 글씨를 읽으려면 눈 위에 글자를 되풀이해 새겨 넣어야 한다. 품질도 마찬가지다. 눈 위에 쓰는 글자처럼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개선하고 또 개선하면서 꾸준히 관리할 때 비로소 품질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다이소의 정신은 거창한 것이 아닌 이처럼 사소하고 작은 것들에서 구현된다.

품질(品質)이란 단어의 한자를 보며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품(品) 자는 입이 3개 모여 있다. 이 3개의 입은 각각 누구의 입일까? 내겐 고객, 협력업체, 그리고 우리 아성다이소의 입처럼 보인다.

각자 다른 입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지만, 이 목소리가 하나로 모일 때 ‘품질‘은 완성되는 것 아닐까? 품질은 저 혼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고객의 요구와 더불어 우리 직원과 협력업체가 함께, 3개의 입이 모두 만족할 때 비로소 품질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협력업체와의 상생이 중요하다.

도덕적으로 정직하고 투명한 거래 관계일 때 좋은 상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균일가를 맞추는 것은 우리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제조업체를 무조건 압박한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고, 으쌰으쌰하며 의기투합한다고 가격이 낮아지는 것도 아니다.

모든 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하고 고민하면서 최적의 상품을 기획하고 만들 때만 가능하다.
그러니 제조업체는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동료이자 파트너다.

"정말 필요한 지원이었습니다. 특히 마케팅, 디자인부문의 지원은 인력이나 정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에 큰 도움이 됩니다."

우리 상품이 저가이다 보니 대부분 중국산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사실은 국내 협력업체 제품이 다이소 전체 매출에서 70%를 차지한다.

크고 작은 나무들이 함께 숲을 이루듯이 수많은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해 나가며 산업 전체를 일으키는 것이 국가 경제에도 기여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일이라는 게 끝이 없다. 아는 만큼 보이고 고민하는 만큼 이루어진다. 챙기는 만큼 챙겨진다. 챙겨지는 만큼 결과가 나오고, 챙기지 못한 만큼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니 누가 무엇을 어디까지 챙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관심을 가지면 마음이 달라진다. 마음이 달라지면 방법도 찾아진다. 일도 그렇다. 시켜서 하거나 마지못해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서 하게 된다. 이 단계를 넘어가면 일에 미친 사람이 된다.

우리는 스펙보다 열정을 더 중시한다.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그 대상에 열중하다 보면 자신도 몰랐던 잠재력이 나온다. 열정은 내 안에 잠들어 있던 거인을 깨운다.
그래서 열정이 있으면 일을 잘할 수밖에 없다. 당장은 부족해도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스펙이 좋고 어학점수가 높아도 열정이 없으면 연료가 떨어져 가는 엔진처럼 추력을 잃어간다. 조직 내에서도 물 위에 뜬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고 둥둥 떠다니는 존재가 된다.

일을 잘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남이 정하는 게 아니다.
스스로가 그 일에 얼마만큼의 관심과 열의, 열정을 갖고 몰입하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

열정이란 뭘까? 이처럼 관심과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것이다. 주인의식을 갖는 것이다. 관심을 기울이고 깊이 들여다보고 몰입하는 것이다. 올인하는 것이다.

열정은 몰입과 집중을 만나 뜨거운 성과를 낸다. 

내가 수많은 사람을 보고 깨달은 것이 있다면, 아주 특출한 소수를 제외하고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능력의 차이가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저 간절함과 관심, 열정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하를 피똥 싸게 굴리고 싶거든 당근과 채찍을 함께 휘둘러라‘

누군가는 기교까지 부리며 호쾌하게 타더라만 그건 고수의 영역이다. 난 좌로 한 번 우로 한 번 마치 떨어지는 낙엽처럼 내려오는 게 전부일 뿐.

뭐 그랬다. MT를 즐기는 방식은 각자 다르고 조용한 것보다는 떠들썩한 게 훨씬 좋은거니까.

‘하루 만에 저렇게 끈끈한 전우애를 얻게 되다니.‘

이번엔 단념시킨다.
내 두뇌는 그녀의 단념을 끌어낼 가장 좋은 대답을 찾아 열심히 굴러갔다.

"어떻게 알았냐가 중요한게 아니야."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지."

"사람 좋더라. 잘 살아라."

심장이 까맣게 타버렸어도 그래서 오랫동안 그 둘을 저주했더라도 이 말만은 진심이었다.

등뒤를 덮쳐오는 포식자에게 느끼는 동물적인 방어기제가 작동했다. 그래서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만약 날 약해빠진 놈이라고 비웃는다면 그건 신용재를 몰라서 하는 말이다. 180 중반의 키에 110킬로나 되는 떡대가 등 뒤에서 노리고 있다고생각해 보라. 저놈이 적성대로 직업을 선택했다면 진작 서울 뒷골목을 평정했을 거라는데 손모가지를 걸 수 있다.

지금은 1월 말 한겨울의 실내 습도란 바짝 마른오징어와 다름없다. 

"결국 남은 건......"
경하나가 손가락 두 개를 둥글게 말아 들어 올렸다.
"네. 돈이죠."

그랬다. 나와 제품개발팀에서 나온 3호라는 아이는 돈이있어야 세상에 나올 수 있다.
결국 사주인 PAI의 투자 결정을 얻어내야 했다.

"여 파트장, 고민은 좀 해봤나?"
유 대표의 질문에 강제로 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내던져졌다.

요 며칠 잘려고 눕기만 하면 오늘 미팅이 머릿속을 맴돌아 제대로 잠도 못 잤다. 그렇게 도출해낸 고민의 결과물을 머리에 새겨놓고 왔지만 지금 그걸 털어놓을 생각은 없다.

‘이 차 안에 박쥐 한 마리가 숨어 있거든‘

그래서 형식적인 대답밖에는 내놓을 수 없었다.
"네. 뭐. 하하."
아무리 생각해도 형식적인 대답이 아니라 좀 모자란 대답이 된 것 같지만.

‘PAI, 진짜 코딱지만 하구만‘

솔직한 감상이었다. PAI는글로벌 투자사이자 한국에서 조 단위의 투자금을 굴리는 엄청난 회사다. 하지만 국내 굵직한 기업 5개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에 걸맞지 않은 작은 규모.

‘고작 건물 한 개 층, 상주하는 직원도 열 명 남짓!

직접 눈으로 본 사모펀드의 실체였다. 그들의 배후인 투자자들이야 거물들이겠지만 정작 본체는 이런 모습이다. 그러니 자기 소유 회사의 장기전략을 구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수 밖에.

결국 자기 배를 불릴 궁리만 하는 놈들이고 기업의 고혈을 짜 골병이 들게 만드는 기생충일 뿐이다.
하지만 이 역시 엄연히 자본주의 시스템의 한 부분이다.
결국 자본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돈 없는 회사는 돈 있는 자에게 몸을 내맡길 뿐이다.
‘이게 현실이지.‘

이런 식이다. 한쪽은 시장과 비전을 이야기하고 한쪽은 단기 성과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구조. 생각보다 답답하게 조여오는 현실에 난 한숨을 내쉴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더욱 한심한 것은.

"대표님, 저쪽 입장도 생각해 주셔야 합니다. PAI로서는최대한의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팽팽한 평행선에서 삐딱선을 타는 놈이 있다는 거다. 누구겠나. 사주의 이쁨을 한몸에 받고 있는 기획실장 김강현 님 되시겠다.

결국 평행선은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제가 한 말씀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이해의 대치점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아무런 진전도 얻을 수없다.

후려치기에 이은 선 긋기.
양측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써 대척점은 마침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익을 담보한 투자를 하시면 됩니다."
음. 이렇게 말해서는 역시 못 알아듣나?

"PAI가 가져갈 몫을 정하고 나머지는 투자를 하시면 된다는 말입니다."

몇날 며칠을 고민해 봐도 PAI와의 미팅에서 사주에게 투자를 끌어낼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선택한 방법은 스스로 PAI의 입장이 되어 보는 거였다.
‘내가 사모펀드의 대리자라면 어떤 생각을 할까.‘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뒤척이며 생각해 낸 결론은 이러했다.
‘나는 대리자일 뿐 자본의 주인이 아니다. 결국 명분이 가장 중요해.‘

안정적인 투자자들의 이익을 확보하고 잘못되었을 경우에 한국공조에 응당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명분. 그때부터 생각을 정리하는 건 훨씬 쉬웠다.

[한국공조는 올해 PAI의 영업이익 100억을 확보한다. 확보하지 못할 시 한국공조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진다. 구조조정을 포함한 조건 없는 책임을.] 여기까지가 PAI의 대리자를 위한 명분이다. 그리고.

[초과 영업이익은 한국공조의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투자결정은 전적으로 대표의 소관으로 PAI는 이에 대해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이건 한국공조를 위한 명분이다.

일개 파트장일 뿐인 내가 이토록 과감한 제안을 입밖에 올릴 수 있는 이유는 당연하다.
‘올해 그 이상의 영업 이익을 낼 자신이 있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