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김밥 사업을 하기 위해 주인공과 부하직원 1명이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다. 궁극에는 부하직원에게 미국쪽 사업을 맡길 예정이지만 일단 초반에는 주인공도 몇 달간 함께 체류하면서 사업이 무사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힘쓸 예정이다.

뒷부분에는 미국에서 사업을 도와주는 여자분의 친구가 만성 비염과 관련하여 고민을 털어 놓는데 이를 해결해주기 위해 주인공이 친절히 건강상담을 해준다.

돈을 쓰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는 있었다. 대리인을 쓰면 됐으니까. 하지만 누구를 믿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내가 직접 두 눈으로 보는 것과는 분명히 달랐고.
어느 정도 일을 진행시키고 있는 중에 여러 가지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내가 미국으로 가는 걸 알게 된 사람들 덕분이었다.

다섯 다리만 건너면 다 알 수 있다더니, 사람들 덕을 많이 보고 있었다.
이것도 언젠가 다 갚아야지.

빠르게 불타버린 뒤 꺼지는 연애는 처음에 모든 걸 쏟는다. 그리고 각자의 생활마저 망가뜨린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이성적으로 다루며 계산해서 행동할 수는 없는 거지만, 그래도 선이라는 걸 지켜볼 수는 있으니까.
사생활과 일의 영역을 지키면서 연애에 집중할 때는 이가 썩을 것처럼 달콤하게 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비즈니스는 마일리지 혜택을 쌓아서 이용하는 게 경제적이라는 정보도 알고 있었다.

몇 시간 편하자고 수백만원을 더 쓰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
수백만 원이면 국밥이 몇 그릇이야?
돈을 벌 줄은 알게 된 듯한데, 아직도 쓰는 법은 모르는것 같기도 하다.
돈만 많이 있으면 시원하게 펑펑 쓰고 다닐 것 같았는데.

나도 사람인지라 싫지는 않다. 아니, 좋다. 이따금씩 나를 위해 펑펑 써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금방 멈춘다.
한 가지만 생각해 보면 금세 답이 나온다. 내가 저걸 사서 얼마나 행복해질까?
사는 순간 잠시 기분은 좋겠지.
하지만 그게 전부다.

언제부터 내 꿈이 무언가를 가지는 것이었나.
가지면?
필요해서, 어딘가에 사용하고 싶어서, 즐기고 싶어서.
그럼 살 수도 있다.
진짜 내가 그걸로 더 웃을수 있고 행복해진다면.
하지만 대부분의 물건들은 그렇지 않다.
특히나 겉치장에 집중된 것들은 결국 남에게 보이기 위함이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행복이 다르고, 남에게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할 수도 있다. 그게 직업인 사람들이야 당연히 예외고.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똑같은 액수더라도 훨씬 가치있게 쓸 수 있다.
요즘은 대부분 사업에 집중돼 있는 듯하다. 기부도 꾸준히 한다. 기부한 금액도 세금 혜택을 받을수 있는 게 좋으면서도 결국 속물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사사로운 부분은 신경 쓰지 않는다. 세금 부분에서 혜택을 본 만큼 다른 사람들을 더 도우면 되니까.
그래서 또 혜택을 보면? 더 도우면 된다.
보시(육바라밀 가운데 제1의 덕목, 널리 베푼다는 의미)를 해야 된다고들 한다. 공덕을 쌓아야 결국 나와 가족의 미래, 사후 세계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사실 무언가를 바라고 하면안 되는 거지만, 이 역시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어떠한 확증은 물론, 기약도 없는 기대감을 조금 품으며 선행을 하는게 어찌 죄가 되겠는가.

그렇다고 겉치장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다. 첫인상이 중요하다. 아니,
사람은 누구든 첫인상이 중요하게 마련.
사람을 처음 봤을 때 무엇으로 판단하겠는가. 겉모습이다. 그런데 걸구실이 중하지않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단지 전부가 아닐 뿐.
쓸데없이 사치는 하지 않되 기본은 해야 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법이고, 기왕이면 다홍치마다.

소소한 통증이라도 기분이 안 좋은 건 당연하고, 그게 지속되면 삶의 질을 상당히 저하시킨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다.
반드시 어떠한 이익을 위해서만 누군가와 친분을 쌓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고, 좋은 인연을 맺는다면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무슨 일을 하든 결국 완전히 혼자서 해내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혼자서 해내더라도 그 결과물의 가치를 알아줄 사람이 필요하다.
사람은 결코 혼자 살 수 없다.
전에는 돈만 있으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미국의 집들은 화장실이 대부분 건식이었다. 씻기 위해서는 따로 마련된 공간 혹은 욕조 안쪽에서 샤워커튼을 쳐야했다. 그 외의 공간에는 따로 배수구가 없기에 물이 닿으면 안됐다.
나름대로 장점이 있긴 하지만, 습식 화장실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는 마냥 좋다고 할 수 없었다.
항상 습기에 찌드는 샤워커튼의 오염 문제도 있고, 물이라도 한 번 튀면 일일이 닦아야 하는 수고스러움은 덤이다.

버는 만큼 써야 경제의 선순환이 된다고들 한다.
동의한다.
낭비가 아니라 건강한 소비는 필수다.

미국에서 홀 서빙 같은 일들은 최저시급도 받지 못 한다. 그 모자란 부분을 팁으로 메우는 형태다. 점심은 보통 식사비의 15% 정도, 저녁은 20%를 지불하는 게 일반적이다.
애초에 직원이 일해서 받는 돈을 왜 손님이 더 내야 하는지. 그럴 거면 봉사료로 아예 포함을 시키든가.

이해할 수 없는 문화다. 팁이라는 건 말 그대로 마음에서 우러나 내가 받은 서비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거라 생각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고, 미국에 왔으니 여기의 법을 따라야겠지만. 진짜 법이 아니어도 상도의라는 게 있으니까.

싸기만 하다고 능사는 아니었다.
사람들의 심리가 그랬다.
저렴하면 의심하고 싸구려일 거라 인식한다. 이익을 줄이고 저렴한 값에 제공하는 것인데도 그렇게 생각하곤 했다.
오히려 품질이 낮은 제품을 비싼 값에 파는데도 사람들은 더 좋은 것 같다고 열광하는 경우도 쉽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수많은 분야의 산업들이 그랬다. 특히 한국에서는 더욱.

잠시 고급화 전략을 떠올렸다가도 금세 머릿속에서 지웠다.
내가 그딴 식으로 장사를 해서 여기까지 올라왔던가.
아니었다.
정직함으로 승부했다.
그래야만 하는 운명이기도 했고.
양심이란 게 있었고, 할아버지와 약속한 게 있었다.
더군다나 여기는 미국.
이곳에서도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같잖은 고급화 전략 카드를 꺼냈다가 아예 사람이 몰리지 않으면 그대로 쪽박.
수많은 생각들은 머릿속에서 빠르게 교차했고, 제대로 된 길을 찾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애초에 길은 알고 있었다.
네비게이션을 찍어놓은 지 오래였다.
괜히 지름길이 없는지 창밖으로 고개를 빼고 둘러본 셈이었다.
다행히 사고가 나기 전에 다시 머리를 쑥 집어넣었다.

조금이라도 성공의 가능성을 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잠이 부족하니 머리가 잘 안돌아가는 듯하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쉬웠다. 비즈니스처럼 대하면 됐다. 손익을 따지면서 결단을 내리면 어렵지 않았다.

손님 하나를 놓치면 열을 놓치는 셈이다.
반대로 손님 하나를 잡으면 열을 데려올 수도 있다.
진짜 괜찮은 음식을 내놓으면 단골손님 하나가 10명을 더 불러오고, 그 10명을 다 잡으면, 그 10명이 또 다른 10명씩을 데려온다.

절대 장사라는 게, 사업이라는 게 쉽지는 않다. 특히나 요즘은 더욱 그렇다.
대박의 기준이라는 게 애매하지만, 누구나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는 벌 수있다. 그만한 노력만 한다면 그렇다.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 그러니 우리는 더 열심히 해야 돼."

"영어 조금 공부한다고 다가 아니네요."
"당연하지. 계속 여러 가지로 공부를 많이 해야 될 거다.
이쪽 문화도 이해해야 되는 부분이 있으니까. 우리한테는 아무것도 아닌 게 큰 실례가 될수도 있는 거잖아."
"그렇네요."

"쉬운 게 하나도 없네요.
"그래서 인생이 더 의미 있는 거 아니겠냐."

"하고 싶은 대로 해. 후회 남기지 말고."

그런 생각이었다. 벌써 2주가 넘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매일 김밥을 먹었다. 2주 이상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손님들에게도 먹히지 않을까.

성실하고 정직하니까.
가장 기본적이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나도 항상 노력하고 있고.

식사를 하는 곳은 마음이 편해야 한다.

내가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무언가를 할 때 나름대로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하는 줄 알았는데, 막상 부딪치니 아직도 멀었음을 느낀다.

손님들이 원한다고 생각해서 했던 것들이 결국 내 기준을 중심에 두고 있었다. 짧지않은 시간 동안 했던 일들을 곰곰이 따져보면 대부분 그랬다.
고객들에 대한 생각을 하긴했다. 배려에 신경 썼다. 하지만 나의 희생은 들어가지 않았다. 언제나 2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 때로는 내가 불편하더라도 소비자의 입장만 생각해 볼 수도 있었는데.

오히려 컨디션 관리를 적절히 해서 최상의 상품을 내놓는게 옳았다.
무엇보다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해야 되는 일은 없다.
가장 중요한 게 건강이니까.
나는 마음가짐만 똑바로 하고 있으면 된다. 준비돼 있어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이라는 게 그리 아름답게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현실은 용광로처럼 뜨겁다가도 빙하처럼 차갑다.

외국이어도 사람 사는 건다 똑같다. 공짜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칼을 손에 쥐었으니 뽑아야 했다. 뽑아 들었으면 휘둘러야 했고,

"하루에 김밥 50줄만 팔아도 겨우겨우 생활은 될 거다.
100줄만 팔면 그럭저럭 괜찮을 거야. 당연히 잘 될수록 좋고, 그러니 200줄만 내보자.
그중에 절반만 다시 찾아오게 하자. 그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또 데려오면 200명이 넘을 수도 있는 거야."
"예, 알겠습니다."

"무슨 말인지 안다. 나중에 잘 되고 나서, 그때 다른 걸로 갚아라. 이 가게가 잘되면 너만 좋냐? 내가 대표야 인마.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잘되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라."
".....언젠가 은혜 꼭 갚겠습니다." 
"여기가 잘되면 그게 은혜갚는 거다."
"알겠습니다."

오픈 행사로 시식회를 시도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일단 잘 자고, 잘 드셔야 합니다."

"그쵸? 면역력에 가장 크게 관여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수면입니다. 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잠빚은 반드시 따라옵니다. 그러니까 매일 최소 7시간 이상은 주무세요. 8시간도 좋고요."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9, 10시간씩 잘 수도 있겠죠. 하지만 몰아서 자는 습관은 좋지않습니다. 그리고 뭐든지 지나치면 안 좋고요. 8시간이 가장 이상적인 수면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운동량이 많거나 피곤한 날에는 30분 정도 낮잠을 자면 좋고요."

"감기에는 평소보다 긴 수면 그리고 풍부한 영양 섭취가 필수입니다. 평소보다 비타민섭취도 늘리고, 따뜻한 음식과차가 도움이 많이 됩니다."

"매일 허니레몬티를 한 잔씩 드시면 좋을 겁니다. 생강을 약간 추가해서 먹으면 효과가 더 좋고요."

"사람들이 감기에 걸렸을때 괜히 치킨 수프를 먹는 게 아닙니다. 도움이 되니까 챙겨드세요. 가능하면 인스턴트 말고 직접 해서요."
"네, 네."
"뭐......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인스턴트라도 먹는 게 좋고요. 치킨스톡(닭고기와 뼈, 여러 가지 채소를 푹 끓여 만든 국물)을 활용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사람들이 괜히 많이 먹는게 아니었구나."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죠?"
나는 소피가 미국인인 것을 고려해서 민간요법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실제로 치킨 수프나 치킨스톡, 레몬 등은 미국인들에게 아주 가까운 것들이었다. 한국으로 치면 사골국물, 김치, 마늘을 얘기한 거나 다름없었다.

"어려운 건 만성적인 비염인데요."
"코로 숨 쉴 수 있으면 소원이 없겠어요?" 이 역시 여기가 미국이고, 소피가 미국인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됐다. 대추나 감초, 수세미, 유근피나무 같은 것을추천할 수는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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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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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전에 욘 포세의 다른 작품인 ‘내 이름은 알레스‘를 읽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처음으로 접한 욘 포세의 작품이었어서 내용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조금은 버거운 느낌이 없지않아 있었다. 하지만 그 책을 통해 욘 포세 작가의 스타일이나 이런저런 배경지식들을 습득하게 되어서였는지 이번에 ‘아침 그리고 저녁‘ 을 읽을 때는 비교적 수월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내가 읽은 욘 포세의 작품은 이제 고작 2편 밖에 안되지만, 두 작품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쉼표(,)를 아주 많이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에 관해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이번 책의 메시지인 삶과 죽음의 연결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쉼표(,)는 의식의 흐름을 끊어버리지 않고 등장인물들을 지속적으로 연결시켜주기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이 책을 읽다보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를 수시로 접할 수 있는데, 쉼표(,)가 이러한 비현실적인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대화,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이어지는 대화들이 어떻게 보면 말도 안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핵심 메시지인 ‘삶과 죽음은 결국 하나‘라는 것을 표현하는데 쉼표(,)는 아주 효과적으로 기능한다고 느껴졌다. 한마디로 시공을 초월하는 의식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

쉼표(,)이야기는 이정도로 하고, 이와 별개로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문장 중 하나는 바로 ‘사람은 가고, 사물은 남는다‘는 문장이었다. 문장 그대로 해석하면 사람은 죽지만 그 사람이 쓰던 사물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는데, 죽은 사람이 살아생전 사용하던 물건에 영혼이 담겨있다는 약간은 미신적인(?)생각으로부터 개인적으로는 종교에서 말하는 영혼불멸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주인공인 요한네스가 무덤에 묻히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자리에는 요한네스의 딸인 싱네와 가족들 그리고 목사가 함께한다. 목사가 무덤에 흙을 퍼서 던지는 장면이 연이어 나오는데 목사가 등장한 거로 봐서는 어떤 기독교적인 가치관을 암시한다는 단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기독교에서 육신은 이세상 떠날때 비록 두고 가지만 영혼은 하늘나라로 가서 영생한다는 신앙(?) 혹은 믿음(?) 같은게 있는데 내가 위에서 말한 ‘사람은 가고 사물은 남는다‘는 문장에 대입을 해보자면 ‘사람의 육신은 가고 영혼은 남는다‘ 정도로 의역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기서 본인은 목사라는 단서로 인해 기독교로 연결지어 생각을 주관적으로 확장해보았지만, 꼭 기독교가 아니더라도 여타 다른 종교에서도 사람의 육신이 죽고나서도 영혼은 살아있다는 얘기들을 종종 하기에 특정 종교에 한정해서 생각하기보다는 영혼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 모든 종교와 사람들에 해당되는 의역이라고 해석해볼 수도 있을 듯하다.

갑자기 뜬금없는 얘기일수도 있지만, 얼마전에 추석명절도 있었고 또 해가 바뀌면 설날도 있는데 명절 때마다 제사를 지내는 것도 결국 조상님의 어떤 영혼이 함께 한다는 믿음에서 출발하는 것이기에 적어도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영혼불멸이라는 생각에 대해 크게 거부감이 있거나 하지는 않을듯 하다.

이야기가 살짝 샜는데, 어찌됐건 욘 포세는 이 작품에서 삶과 죽음이 결국 하나라는 메시지를 통해 내가 위에 적은 것과 같이 독자들로 하여금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보게 만드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명확한 메시지를 직접 던지기 보다는 인물들간의 대화를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 어떤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그런 작품이 바로 ‘아침 그리고 저녁‘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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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10-13 1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욘 포세 하나 더 읽으셨군요! 쉼표의 의미와 마지막 문단 인상적입니다 이 분의 작품을 읽게 되면 잘 참고하겠습니다 오늘 하루 잘 보내시길요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10-13 11:42   좋아요 1 | URL
예 처음에 읽을때는 좀 낯선감이 들어서 쉽지 않았는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는 확실히 좀 수월해진 감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노벨문학상 괜히 받는게 아닌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좋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곡님도 좋은 하루되세요!

서곡 2023-10-13 1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윗 댓글에 빠졌는데 영혼불멸도요 ... 네 답글 감사합니다 !
 
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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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죽음과 삶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이어지는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가 뭔가 비현실적인듯 하면서도 심오한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사람이 태어나기 전부터 태어난 후 그리고 심지어 이 세상을 떠난 뒤까지 모든 순간들이 이어져 있는 것임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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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을 지금하지 않고 나중을 준비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지, 그 문제에 대한 답이 바로 우리 눈앞에 매일 전개되는 그런 메시지에 담겨 있거든요. 광고사들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이나 욕망을 목표로 하면 그들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오래전부터 꿰뚫고 있었답니다. 두려움, 욕망을 제대로만 공략하면 특정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을요."

경계하는 마음이 없으면 우리는 매일 접하는 마케팅 메시지를 곧이곧대로 흡수해버립니다.
결국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인생을 사는 방법이 바로 그런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있다고 믿게 되지요. 그래서 결국 우리는 원하지도 않는 일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에 빠지고 마는 겁니다.

본질을 보기 위해서는 스스로 볼 줄 아는 눈을 갖춰야 한다는 거지요.

‘다른 사람들이 만족스러운 삶이라 정의 내린 대로 산다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는 게 결코 아닙니다. 본인 스스로 만족스럽게 느껴야 만족스러운 삶이 되는 거지요.‘

당신은 왜 여기 있습니까?

"아까 케이시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요? ‘나는 왜 여기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고. 바로 그날 밤 이후 제가 그랬어요. 세상이 달라 보였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원하는 일에 깊이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내가 왜 여기 존재하는지에 대한 답을 만족시켜주는 일들을 하며 살게 되었어요."

죽음이 두렵습니까?

"그 두 가지 문제는 서로 연관되어 있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사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원초적인 두려움이 바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지요."

"메뉴판에 있던 그 질문은 이런 각도에서 보시면 됩니다.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고 살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을 시작한 앤은 나를 쳐다보며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그런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한답니다."

"두려움이라는 것은 주로 무의식 속에 잠재합니다. 대체로 사람들은 매일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지는 않지요. 하지만 잠재의식 속에서는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하루 더 줄었다고 인식하죠. 그래서 언젠가는 하고 싶은 일을 아주 못 하게 되는 날이 진짜로 오지 않을까 두려워한답니다. 다시 말해 죽는 날을 두려워하는 겁니다."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묻고, 존재 목적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일들을 선택하고, 그리고 그런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면 죽음을 두려워할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이미 원하는 일을 했거나 매일 하고 있다면 더 이상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될까봐 두려워할 필요가 없겠죠."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답니다. 사실 이전에 이미 생각해보신 적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단지 그때는 그런 생각을 해도 실천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든가, 그런 얘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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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들이 삶과 죽음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조금은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몇일 전 읽었던 욘 포세의 또다른 작품인 ‘저 사람은 알레스‘ 라는 책에서 학습된 학습효과(?)가 있어서 그랬는지 이번 작품은 의식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읽어나갈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와는 별개로 마지막 부분(p.131~135)에 나오는 문장들은 뭔가 심오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잔잔한 여운이 느껴졌다.

그들은 벌써 몇 시간째 부두에 머물러 있다. 얼마나 오래 더 이러고 기다려야 할까?
여기서 무작정 시간이 가기만 기다릴 수는 없지 않은가? 기다리는 것도 정도껏이지, - P85

이제 빨리 잊는 게 상책이야, 페테르가 말한다 그래, 요한네스가 말한다 세상일이 다 그렇지, 페테르가 말한다 - P94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어, 싱네가 말한다 그러셨지 아버님은, 레이프가 말한다 - P123

그럼 마음 아픈 일이지, 레이프가 말한다 그래도 닥칠 일은 닥치는 법이야, 그가 말한다 사람이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언젠가는 우리 모두 차례가 오는걸, 그가 말한다
그런 거지 뭐, 그가 말한다 - P124

이해하겠나? 페테르가 묻는다 잘 모르겠는걸, 요한네스가 말한다 자네도 이제 죽었네 요한네스 페테르가 말한다 그리고 요한네스는 페테르를 바라본다. 그런 말을 하다니. 고약하게도, 그가 죽었다니 내가 죽었다고? 요한네스가 묻는다 자네도 이제 죽은 거라네 요한네스 그래, 페테르가 말한다 - P128

그리고 내가 자네의 제일 친한 친구였으니 자네가 저세상으로 가도록 도와야지, 그가 말한다 내가 저세상으로 가도록 도와? 요한네스가 묻는다 그리고 페테르는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집에 누워 있는 자네는 죽은 거네 요한네스, 페테르가 말한다
아하, 내가 그러고 있군, 요한네스가 말한다 그래, 페테르가 말한다 자 이제 가게나, 요한네스, 그가 말한다 그리고 요한네스는 페테르에게 다가가 그와 함께 길을 내려간다 - P129

지금 서쪽 만으로 가는 건가? 요한네스가 묻는다 그래, 페테르가 말한다 거기서 뭘 하는데? 요한네스가 묻는다 이제 떠나는 거야, 자네와 내가, 페테르가 말한다 그렇군, 요한네스가 말한다 내 고깃배를 타고 우리는 다른 세상으로 가는 거지, 페테르가 말한다 그래 자네가 알아서 하게 페테르, 요한네스가 말한다 - P129

그리고 요한네스는 생각한다. 지금 이게 뭐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군, 오늘 페테르와 밖으로 나가 게망을 끌어올리지 않았나 그리고 꽃게를 팔러 시내에도 갔었는데, 하나도 팔지 못하고, 페테르가 안나 페테르센에게 선물로 꽃게가 가득 든 비닐봉지하나를 넘겨준 게 다지, 그러니까 페테르가 봉지를 부두에 놔두고 왔고, 한참 후 그녀가 와서 가져갔지. 그들이 집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조금 지나서 안나 페테르센이 왔었지, 그 모든 일이 생생한데, 지금 내가 죽었다니

이제 자네도 죽었다네 요한네스, 페테르가 말한다 오늘 아침 일찍 숨을 거뒀어, 그가 말한다 내가 자네의 제일 친한 친구여서 나를 이리로 보낸 거라네. 자네를 데려오라고 말이야. 그가 말한다 그러면 게망은 뭐하러 걷어올렸나 요한네스가 묻는다 자네 삶과의 연결을 끊어야 하니 뭔가는 해야 했지, 페테르가말한다 그런 거로군, 요한네스가 말한다 그런 거라네, 페테르가 말한다 - P130

몸을 잠시 되돌려받았어, 자네를 데려올 수 있도록, 페테르가 말한다
이제 고깃배를 타고 떠나자고, 그가 말한다 어디로 가는데? 요한네스가 묻는다 아니 자네는 아직 살아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하는구먼, 페테르가 말한다 - P131

목적지가 없나? 요한네스가 말한다 없네, 우리가 가는 곳은 어떤 장소가 아니야 그래서 이름도 없지, 페테르가 말한다 - P131

아픈가? 요한네스가 묻는다 우리가 가는 곳엔 몸이란 게 없다네, 그러니 아플 것도 없지,
페테르가 말한다 하지만 영혼은, 영혼은 아프지 않단 말인가? 요한네스가 묻는다
우리가 가는 그곳에는 너도 나도 없다네, 페테르가 말한다 - P132

좋은가, 그곳은? 요한네스가 묻는다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어, 하지만 거대하고 고요하고 잔잔히 떨리며 빛이 나지, 환하기도 해, 하지만 이런 말은 별로 도움이 안 될 걸세, 페테르가 말한다 - P132

이제 그렇게 두리번거려서는 안 된다네 요한네스, 페테르가말한다 이제 하늘만 쳐다보고 파도소리에 귀기울여야 해, 그가 말한다 - P132

자네가 사랑하는 건 거기 다 있다네, 사랑하지 않는 건 없고 말이야 페테르가 말한다 - P133

비바람이 불고 파도도 높으니까 그리고 페테르의 고깃배가 파도에 휩쓸려 올라갔다 떨어지더니 그들은 더이상 페테르의 고깃배가 아닌 다른 배에 앉아 바다 위에 떠 있다 그리고 하늘과 바다는 둘이 아닌 하나이고 바다와 구름과 바람이 하나이면서 모든 것, 빛과 물이 하나가 된다 그리고 거기, 에르나가 눈을 반짝이며 서 있다. 그녀의 눈에서 나오는 빛 역시 다른 모든 것과 같다. 그러고 나서 페테르가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그래 이제 길에 접어들었네, 페테르가 말한다 - P134

그리고 페테르와 그는 그 자신이면서 동시에 아니기도 하다.
모든 것이 하나이며 서로 다르고, 하나이면서 정확히 바로 그 자신이기도 하다, 저마다 다르면서 차이가 없고 모든 것이 고요하다 그리고 요한네스는 몸을 돌려 저멀리 뒤편, 저 아래 멀리, 싱네가 서 있는 모습을 본다, 사랑하는 싱네, 저 아래, 멀리 저 아래 그의 사랑하는 막내딸 싱네가 서 있다. 제일 어린 마그다의 손을 잡고서, 그리고 요한네스는 싱네를 바라보며 벅찬 사랑을 느낀다. 그리고 싱네 곁에는 그의 다른 자식들 모두와 손자들과 이웃들과 사랑하는 지인들과 목사가 둘러서 있다. 목사는 흙을 조금 퍼올린다. 싱네의 눈에도 에르나에게서 본 것 같은 빛이 있다. 그리고 그는 모든 어둠과 저 아래서 벌어지는 모든 궃은일을 바라본다
저 아래는 궂은일이 생겼구먼, 요한네스가 말한다 - P135

그리고 싱네는 요한네스의 관 위로 목사가 흙을 던지는 것을 보며 생각한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요한네스, 아버지는 독특한 분이었죠 유별난 구석이 있었지만, 자애롭고 선한 분이었어요 그리고 아버지의 삶이 녹록지 않았다는 걸 저도 알아요, 아침에 일어나면 늘 속을 게워내야 했죠. 하지만 아버지는 자애롭고 선한 분이었어요, 싱네는 생각한다, 그리고 고개를 들자 하늘에 흰 구름이 떠간다, 그리고 오늘 바다는 저리도 잔잔하고 푸르게 빛나는데, 싱네는 생각한다, 요한네스, 아버지, 요한네스, 아버지 - P135

바다와 바람과 비와 외딴집과 보트하우스,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켜온 오래된 사물들은 사람보다 오래 머물며 그들의 삶과 죽음을 담아내고, 흔적을 간직한다. 작가의 말처럼, 사람은 가고 사물은 남는다. - P137

내 글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스트라네바름(노르웨이 하르당게르표르 동쪽에 위치한 해변)의 소리들이다.
가을의 어둠, 좁은 마을길을 걸어내려가는 열두 살 소년, 바람과 피오르 위로 쏟아지는 장대비, 불빛이 새어나오는 어둠 속 외딴집, 어쩌면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가는..... 이러한 것들이다. - P138

나는 줄곧 바다를 바라보며 자랐다. 나는 그 모습들을 사랑하며, 그것은 내 무의식의 감수성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오랫동안 바다를 보지 못하면, 뭔가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P138

어부 요한네스가 태어나는 순간과 그의 흘러간 삶, 그리고 이제 막 다가오는 죽음을 이야기하는《아침 그리고 저녁》에도 어김없이 피오르의 바람과 파도, 늙은 어부의 기침소리 같은 것들이 있다. 어눌한 구어체와 비문, 마침표 없이 이어지는 문장의 사슬, 동일어의 반복, 대화와 대화 사이의 침묵을 따라가다보면 읽는 사람은 어느 순간 문장과 하나가 되어 그것들이 지어내는 피오르의 리듬을 타게 된다. - P138

‘21세기의 베케트‘라 불리기도 하는 욘 포세의 텍스트에 깃든 침묵과 여백은 사무엘 베케트의 ‘제2의 언어‘로서의 침묵처럼 텅 비어 있으면서 무겁다. 이들의 침묵은 말하지 않은 것을 껴안아 말하게 한다. 등장인물들이 ‘말하지 않음으로써‘ 또다른 등장인물들과 독자들은 ‘말하지 않은 것‘을 듣게 된다. 침묵은 ‘이미 다 말해졌으므로 다시 말할 필요가 없는 언어들을 소환하고, 상상과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음으로써 그의 ‘닫힌 텍스트‘를 열려있게 한다. - P143

마침표를 찍을수 있는 문장, 요한네스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그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일상이다. - P144

환각과 비슷한 상태에서 다가오는 죽음은 그가 살아오며 느끼지 못한 것들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확신했던 일들을 불확실하게 만든다. - P144

작가는 응축된 문장을 쓰는 것만큼, 응축된 삶의 형태를 묘사한다. 한 사람이 태어나, 살고, 사랑하고, 죽어가는 과정을 이보다 더 원형에 가깝게 축약할 수 있을까. 이 짧은 소설을 장편소설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인간 존재의 반복되는 서사, 삶의 원형에 가까운 것들이 그 안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 P145

작가는 스스로 말하듯, ‘형식적으로 닫힌 텍스트 안에서,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들어가‘ 바닷물을 담았다 쏟아내는 액자처럼, 근원을 알 수 없으나 끊임없이 생성중인 삶과 죽음의 리듬을 담아내고자 한다. - P145

위험한가? 요한네스가 묻는다 위험하지는 않아, 페테르가 말한다 위험하다는 것도 말 아닌가, 우리가 가는 곳에는 말이란 게 없다네, 페테르가 말한다 - P148

멜랑콜리커는 과거를 부정하지 않고 불안을 받아들인다. ‘검은담즙‘을 머금고 살아감으로써, 삶을 버팀으로써, 현재 안에 존재하는 과거와 예견된 죽음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만나는 순간, 멜랑콜리는 빛을 발한다. - P147

그들은 삶의 진정한 의미와 존재의 불안을 끊임없이 사색하는 ‘멜랑콜리커‘들이다. 연구자 주잔 크뤼거에 따르면 멜랑콜리커는 ‘존재의 이유와 의미를 고민하며, 사후세계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없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는 사람이다. 잃어버린 것을 애도하기를 멈추지 않으며, 전진하는 대열에서 멈춰 주변을 돌아볼 줄 알고, 정서가 우울하고, 모호하게 말하는, 과잉소비사회와 자본주의에 반하는 인성의 사람이다. 문제의 표면이 아닌 핵심을 파고들며 스스로에게 정직한 사람이다. - P147

포스트모던 혹은 포스트 포스트모던 시대에 불시착한 요한네스와 같은 멜랑콜리커들은 서늘한 외로움을 감당하며 묻고 또 물을 것이다. 거대한 시공간 앞에 선 존재의 불안과 허무에 대해.
좋은가. 그곳은? - P148

『아침 그리고 저녁』을 발표한 후 욘 포세는 희곡보다 소설 쓰기에 좀더 집중할 것임을 선언했다. 2014년 노르웨이에서 출간된 『트릴로지』( 『불면』 올라브가 꿈을 꾼다』 『저녁의 피로』를 묶은)는 유럽 내 난민의 실상을 통해 인간의 가식과 이중적인 면모 등을 날카롭게 비판함으로써 문단 안팎의 좋은 평을 받았고, 해마다 그가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주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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