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김밥 사업을 도와주는 일행 2명과 그들의 친구 1명이 주인공의 매장에 방문한다. 그들은 김밥을 팔아줌과 동시에 친구의 건강상담, 구체적으로는 피부관련 고민 상담을 받게해주기 위해 주인공에게 친구를 소개한다.

손님들이 몰려들게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한 번 쭉 빠진 다음 회복하기란 훨씬 더 어려운 법. 일정한 퀄리티 그리고 또 찾아오게 할 이유를 확실하게 만들어야 했다.

"손님 몇 명 더 받자고 여기있는 것보다 충분히 쉬고, 내일을 준비하는 게 낫다고 본다."

"2명 쓰는 건 그만큼 잘 될 때의 얘기야. 또 다른 무언가를 더 준비하려고 할 때고, 중간중간 가게 들러서 직원이랑 아르바이트생 풀어지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해."

"사장이 같이 일하는 가게가 돼야 해. 그게 아니고 그냥 종종 들러서 얼굴 비추면서 훑고 다니면 그냥 눈치 주는 거밖에 안 돼"

"기분 나쁜 일이 생기는 날도 있는 거죠."

"그걸 정해놓고 가는 사람도 있어요? 어떻게 미리미리 준비해서 맞춰서 가요?"
"장 건강이 좋으면 일정한 시간에 가기도 합니다.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자고 일어나서 아침마다 가는 게 좋은 편이죠. 물론, 특별히 변비나 설사 없이 주기적으로 가기만 한다면 괜찮아요."

"피부과 의사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피부 트러블과 장은 별개라고 해요. 그럴 수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반대되는 의견도 있어요. 장내의 독소가 피부에서 그 증상이 드러날 수 도 있다고요. 의견이 분분한 내용입니다."
"저는 장 건강이 문제라는건가요?"
"피부 트러블의 종류에 따라서도 갈리는데요. 저는 제나씨의 경우 복합적이라고 봅니다. 피부 자체의 문제도 있고, 장 건강의 문제도 있고요. 얼굴에 열감이 자주 올라오죠?"
"네, 네."

"주로 제대로 화장실을 가지 못했을 때, 장 건강이 유난히 나쁜 상태일 때 얼굴에 열이 오르고 피부 트러블이 생기기도 하고 그럴 거예요. 술을 먹은 다음 날에 심해지는 경우도 있을 거고요."

"이건 제법 간단하게 고칠 수 있어요."
"어떻게요?"
"식습관을 완전히 고치면 훨씬 나아질 겁니다."
"피부까지 좋아진다고요?"
"예. 확실히 좋아질 거예요."
피부 자체의 문제도 좀 있을 수 있는데, 그건 일단 다른 부분을 개선한 다음 다시 봐도될 것 같거든요? 뭐...... 그래도 몇 가지 말씀을 드리긴 할게요."

"당연히 깨끗한 세안이 기본입니다. 하지만 화학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천연 비누 같은걸 써보세요. 피부가 약해지고 민감한 상태니까요. 그다음 자극적이지 않은 제품으로 보습을 하는 것도 기본이고요."
"그것만 하면 돼요?"
"여드름이 조금 심한 부분은 티트리 오일을 써보세요.
면봉 끝에 소량만 묻혀서 살짝 찍어주듯 사용하시면 됩니다. 다만, 자극적일 수 있으니 사용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제나 씨의 경우 장건강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병은 장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장 건강은 중요합니다. 여드름이 없는 사람에 비해 여드름이 있는 사람은 소장에 유해균이 10배나 많이 증식돼 있다는 연구 발표도 있었거든요."

"일단 유산균 챙겨 드시면 좋습니다. 염증 자체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조금 전문적인 얘기인데, T세포 활성을 조율해서,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방출을 억제하는 능력인 걸로 보이는 부분인데요, 확실히 효과를 보실 수 있을겁니다."

"인스턴트나 패스트푸드는 말할 것도 없고요, 유제품이랑 밀가루도 끊으셔야 합니다. 그럼 확실히 좋아질 겁니다."
"전 유당불내증 같은 것도 없는데......."
"그 정도는 아니죠. 하지만 통곡물 샌드위치 같은 걸 먹었을 때랑 피자를 먹었을 때의 차이가 확실히 있었을 거예요."

"가능하면 통곡물로, 더 관리가 가능하다면 쌀을 드셔보세요. 그것도 현미 같은 걸로요. 녹색 채소도 많이 드시고.
아, 그리고 물도 많이 드셔야합니다. 물을 너무 안 드세요."
"네, 네."
"커피랑 주스 같은 음료들은 물이 아니에요. 미네랄워터로 하루에 2리터 이상 꼭 드세요. 그럼 정말 깜짝 놀랄 변화들이 일어날 겁니다."

"네, 좋은 결과 있길 바랄게요. 제가 말씀드린 대로 전부 실천하신다면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겁니다. 요즘 할리우드 스타들도 밀가루 대신 쌀을 먹는 경우가 많아졌잖아요. 아니면 설탕을 넣지 않은 오트밀로 탄수화물을 대신하기도 하고요."

"탄수화물을 아예 끊는건 어때요?" "그건 추천하지 않아요. 일단 탄수화물을 통해 상당량의 식이섬유를 섭취하니까요. 장건강을 생각해야죠. 그리고 다이어트를 원하신다고 해도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각종 필수 아미노산과 비타민 등을 적절히 계산해야 합니다."

모든 것에 예민한 세상이었다.
말 한마디도 더 조심해야하고, 새로운 개념들이 쏟아져 나와 몰랐는데도 욕을 먹는다.

애초에 나쁜 의도라는 걸 배제하고 바라본다면, 모르는 점은 가르쳐주면 되는 거다.

어쩌면 상대방의 의도보다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더 중요하다.

"우리 김밥 특징이 뭐냐. 풍부한 재료야. 그걸 하나하나 세심하게 넣어서 천천히 말고 있으면, 그건 그거대로 보면서 기대하게 되는 효과가 있거든. 진짜 뭐가 많이 들어간다는 생각이 들고, 정성이 들어간다고 느껴지고, 빠르면 빠른 대로 만드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가고. 할 수만 있으면 돼."
"그럴 겁니다."

"원래 손재주가 좋은가 봐요."
나의 말에 가비는 으스댔다.
"저는 라틴 여자라고요. 어릴 때 가장 먼저 배운 요리가 타코였고요. 그때부터 뭘 마는데는 일가견이 있었죠."
"좋아요, 좋아. 계속 연습하면서 속도만 올리면 완벽하겠어요."
"저는 라틴 여자에요. 느린건 제가 못 참아요.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서 나는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내가 아는 건강 관리법들을 단순히 상담을 하러 오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할 필요가 없었다. 가능한 많은 방법들을 동원해 널리 퍼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왜 이제야 이러 결심을 했는지. 좀 더 빨리 시작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무래도 조금은 두려웠던 듯했다.

"남는 것보다는 모자란 게 낫다. 버리면 아깝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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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염관련 이야기가 나오는데, 유산균의 프로바이오틱스가 비염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 참 신선했다. 뭐 이미 알고 계셨던 분들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처음 안 사실이었다. 비염으로 인한 코막힘 증상이 있을 때 상황개선을 위해 시도해봄직한 방법일 듯 하다.
여기에 더해 스피루리나 라는 건 아예 처음 들어보는데, 한 번 찾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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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과는 별개로 미국에서 김밥집 오픈을 한 뒤 생각만큼 손님이 오질 않자 주인공이 몇 일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사람들이 먹어보도록 하자며 오픈 기념 시식행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1인당 1줄씩 무료로 주기로 하는데, 처음에는 별 탈 없이 잘 진행되고 손님들 반응도 좋아서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나 싶더니 이게 왠걸.. 한국인 진상 손님이 갑자기 나타난다. 2줄을 시켜서 1줄에 대한 값은 치러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꾸 그냥 주는김에 하나 더 달라고 하며 끝까지 돈을 지불하지 않으려 한다.

물론 소설 속 내용이긴 하지만 참 진상은 세계 어딜 가나 있나보다 싶었다. 잠시 잊고 있었지만 이 소설 앞 권에서 나왔던 진상 손님들은 물론이고, 자영업하시는 분들의 고충이 간접적으로나마 느껴졌다. 상호간에 기본적인 매너는 좀 지켜줘야 되는게 아닌가 싶다.

안타깝게도 소피의 비염이한 방에 나을 무언가가 떠오르지는 않았다.
위중한 병일 때는 기적적으로 깨끗이 치료될 민간요법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는 그나마 효과가 있는 것들을 복합적으로, 최선을 다해 면역을 키우는 게 한계였다.
하지만 생명에 지장을 주지않는 가벼운 질환들도 이러한 현상이 있을 수 있었다.
소피의 경우가 그랬다.

"일단 식염수로 코 세척하는 법 아세요?"
내가 묻자 소피는 질색을 했다.
"해본 적은 없지만, 본 적은 있어요."
"요즘은 아이튜브 같은 데 찾아봐도 바로 나오죠? 가능하시면 따라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겁니다."
"그건...... 고민 좀 해볼게요."
"비염 개선을 위해서는 하셔야 될 겁니다."

"유산균 따로 챙겨드세요?"
"유산균이요? 아니요?"
"프로바이오틱스가 알레르기성 비염 증상을 개선하는 데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거든요. 꼭 비염 때문이 아니
어도 도움이 되니 챙겨 드시는 걸 추천합니다."
"네, 그거야 어렵지 않죠."

"그리고 스피루리나도 도움이 될 거에요." 소피가 눈을 살짝 크게 떴다.
"그래요? 전혀 몰랐어요."
"스피루리나 역시 유산균처럼 다방면에서 몸에 도움이 되니 드시면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녹차도 좋고요."
나는 벽과 테이블 등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청결하고 적당한 습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너무 건조해도, 습해도 안좋아요. 본인의 관리도 중요하지만, 환경적으로도 신경을 쓰셔야 합니다."

오랜만에 건강상담을 하고나니 기분이 묘했다.
내 능력은 관여한 모든 제품들에도 영향을 미쳤고, 궁극적인 목표에 번지고 있었다.
하지만 큰 차이가 느껴졌다.
역시 직접 고민을 가진 사람과 마주앉아 상담을 통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무조건 내 편인 사람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거라."
"예?"
"나는 말이다, 네가 좋은 일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긴하다. 그 능력으로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잘 살 수 있게 하기를 바라."
"예, 물론이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런데, 너무 거기에만 매달려 있을 필요도 없어."
"네......?"

"쫓기듯이 하지 말거라. 네가 원치 않아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순간이 올 게야. 그러다 또 한가해지고. 원래 인생에는 밀물과 썰물이 있다. 그러니 뭐가 오든 간에 묵묵히 받아들이고, 거기에 휩쓸리지 말거라."

"정한 대로만 해.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다."

"너 자신을 믿거라. 그게 가장 중요하다."

"스스로를 못 믿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믿을 수 없단다."

사후세계는 결코 편하고 아름답기만 한 세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공력을 쌓아서 후손들을 지켜보고, 위할 수 있고, 남들에게 베풀며 편안하고 행복하게 존재할 수 있었다.
공력이라 함은 결국 선하게 살아가는 것.

언제나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떠한 언행이든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아무리 완벽한 것을 판매하더라도 유입 자체가 없으면 망하는 법.
인건비와 임대료 등을 생각하면 마이너스였지만, 장기적으로 훨씬 이득일 거라고 확신했다.

"나참, 김밥 1줄로 되게 답답하게 구네"
"죄송합니ㅡ‘
그때 내가 노우민의 말허리를 자르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죄송하다고 하지 마. 죄송한 거 없으니까."

"아무튼 그래서, 이거 고작김밥 1줄 더 못 주겠다는 거예요?"
"손님께 그냥 드리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그거 5달러 덜 번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고요. 제가 손님에게 1줄 더 드리지 않는 건 다른 손님들을 기만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입니다."

"아니, 참...... 고작 김밥 1줄 이게 뭐라고 그렇게까지 그래요?"
"고작이 아닙니다. 생계와 꿈이 걸린 겁니다."

"됐어요, 그럼. 안 먹어요."
그녀는 그대로 구시렁거리며 몸을 돌렸다.
"사람이 장사를 하려면 융통성이 있어야지, 저래서야 원...."
놓고 간 김밥은 1줄뿐이었다.
노우민은 멀어져가는 여자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저러면서 가져갈 건 또 가져가네요."
"그러게 말이다."

"참....... 별의별 사람이 다있네요"
"잊었냐? 내가 지금까지 겪었던 것들을 생각해 봐라. 저런 사람은 약과지. 화낼 필요도 없어. 사과할 필요도 없고.
그냥 단호하게 굴어. 저자세로 나가지 마. 손님이 왕이라는 건, 손님답게 굴 때다."
"네, 알겠습니다."

"세상에 별의별 이상한 사람들이 많은데, 예전에는 나도 그런 사람들 생각만 해도 참 화가 많이 나고 그랬거든? 어떻게든 엿을 먹이고 싶기도 했고."
노우민이 조금 놀란 듯 나를 쳐다봤다.
나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그냥 가엾게 생각해. 이까짓 일로 화를 내고 저렇게 받아들이지를 못하잖아. 사는 게 얼마나 피곤하겠냐? 뭐만 해도 화가 날 텐데. 그러니까 그냥 가엾게 생각해라."

평소에 혼자 있는 것은 지금까지 없던 자유와 해방감을 느끼게 하겠지만, 인간인지라 결국 외로운 순간이 오게 마련이다.
나 역시 그랬다.
사람은 주기적으로 대화와 감정을 나눌 대상이 필요하다.
그래, 몸의 건강만 건강이 아니다. 정신과 마음의 건강도 중요하다. 몸이 아프면 정신도 아파지고, 마음의 병이 몸의 병도 불러일으키는 법.

연애가 꼭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란 법은 없었다.

남자가 쓰러진 원인은 음식물이 걸린 것이었다. 이럴 때 최고의 대처법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하임리히법.
나는 남자의 뒤로 돌아가 복부를 감쌌다. 그리고 강하게 아래서 위로 올려주듯 확 당겼다.

"앞으로는 꼭꼭 씹어 드세요. 급하게 드시면 목에 걸릴 위험도 있지만, 속에도 안 좋으니까요."

나는 아직까지도 특정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어떤 종교도 부정하지 않는다. 사후세계를 알게 됐으니 어찌 부정하겠는가.
종교들은 결국 같은 가르침을 전한다. 나는 ‘깨닫고, 선하게 살며, 사랑으로 가득한 것‘이 본질이라고 여긴다.

"성전이라는 게 꼭 건물인건 아니잖습니까."

"예수님은 언제나 지켜보고 계시고, 신자와 함께하시지 않습니까? 진심으로 기도를 드리는 곳이 있다면 그곳이 교회아니겠습니까! 자신 스스로가 교회가 되고, 예수님이 함께하신다면 그것으로 된 거 아니겠어요?"

"저는 그래도 교회에 나가서 예배를 드리는 게 올바른 신앙생활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일요일 하루만이라도,
교회에 나가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기간 신념을 가지고 믿어온 게 있을 터.
조금 전에 처음 본 내가 뭐라고 떠든다고 바꿀 수 있는게 아니다.
아니, 애초에 사람이 누군가로 인해 바뀌던가.
스스로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다. 더군다나 종교의 영역은 함부로 입을 놀릴 분야가 아니기도 하고.
그래서 더 조심스레 말하긴했지만.

"틀린 말씀은 아닙니다. 교인이면 교회에 나가야 하는 건맞지만, 불가피하게 그래야 할때가 있을 수도 있고요. 성경의 말씀대로 살고, 진짜 믿음이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도 그러셨잖습니까, 골방에 들어가 기도하라고요."
"하하, 맞습니다. 그러셨죠."

"원래 말이라는 게 꼬리에 꼬리를 물잖습니까."

"넌 왜 그렇게 쳐다보냐?"
"대표님."
"엉?"
"교회 다니세요?"
"넌 나를 하루 이틀 본 것도 아닌데 그걸 이제 와서 물어?
나 교회 가는 거 본 적 있냐?"
"없죠."
"그런데 뭘 물어봐. 그리고 정치나 종교 얘기는 하는 거 아니야."

"아시다시피 미국은 의료비가 너무 비싸서 병원에 가는게 좀 많이 부담되거든요. 바로바로 진료를 볼 수 있는 곳들은 진짜 질이 낮은 편이고요. 그래서, 혹시나 해서......."
"당연히 해드려야죠. 제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당연히 해드릴 수 있습니다." 나는 씩 웃어 보였다.
남자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말인가요?"
"네, 정말로요."

"감사합니다. 미국은 진짜 의료 수준이 굉장히 높기는 한데, 솔직히 보통 사람들은 진료 보는 게 무서울 정도거든요. 진짜 그냥 감기 걸려도 타이레놀, 배가 아파도 타이레놀, 암이 걸려도 타이레놀이에요."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가능하면 단박에 끊으시는걸 추천드립니다. 그래야 끊을수 있어요. 줄여가면서 끊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대부분한 번에 끊으시는 경우가 많죠. 특정한 계기를 겪으면서 굳은 결심을 하곤 하는데요."
대부분 금연의 사유는 공포다. 아픔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

"대부분 본인이 건강에 이상을 느끼거나, 주변 사람이 아픈 걸 보고 그러죠."
"그런...... 가요."
"예. 지금까지 주변에서 끊으라고 해도 못 끊으셨잖아요.
그쵸?"
"그렇긴 하죠."
"이번 기회에 끊으세요. 어쨌든 본인의 선택으로 비싼 돈까지 쓰면서 피운다는 건 기분 좋으려고 피우는 거잖아요? 그렇죠? 스트레스도 풀고, 습관도 됐고."

"그렇게 돈 주고 걱정하면서 피울 가치가 있을까요?"
남자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끊기 어렵고...... 안 피우면 집중도 잘 안 되고......."
"그것도 금방 적응합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담배 피우신거 아니잖아요? 그전에도 할 거 다 했잖아요. 그렇게 겁내면서 태우실 거면 끊으세요."
"노력해 보겠습니다."

"담배가 폐에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신체 전체에 부담을 줍니다. 그러니까 담배는 꼭 끊으셔야 합니다. 지금 목이 아픈 것도 위산이 역류하면서 생기는 증상이고, 그에 따라 가슴도 답답한 느낌이 들고 그러는 거예요."

"물 충분히 드셔주세요. 한번에 많이 마시는 게 아니라,
적당히 자주 마시는 게 좋습니다. 당분간은 식사 30분 전과식사 30분 후에는 물을 조금 자제해 주시고요. 매운 음식,
짠 음식, 튀긴 음식도 자제하세요."

"과식도 자제하시고요. 그렇다고 너무 안 드셔도 문제가 됩니다. 금식이 필요한 상태는 아니거든요. 오늘 하루는 가장 베스트가 따뜻한 차만 좀 드시다가 이른 저녁에 미음이나 흰죽 같은 것만 조금 드시면 제일 좋아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역류성 식도염에 가장 좋은 것 하나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위 건강에 정말 좋고, 그 외에도 효과가 많으니꼭 챙겨드셔야 할 식품입니다."

"네, 생 양배추 있죠? 양배추만 잘 챙겨 드셔도 속이 금방 편해집니다. 생강도 좋은편이고요. 다른여기서 흔한 다른 것 중에서는 레몬밤 정도가 있겠네요. 그래도 저는 양배추를 가장 추천하는 편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한국이었으면 양배추즙으로 챙겨서 드셔도 괜찮은데"

"역류성 식도염도 우습게 보시면 안 됩니다. 당장 생명에 직결되는 문제는 아니어도 만성이 되면 삶의 질이 상당히 떨어져요. 다른 질환들을 유발할 수도 있고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관리하세요. 담배 꼭 끊으시고요."

건강상담을 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
가능하면 이것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도 대표님 본받아서 꼭 어려운 사람들 도우면서 살겠습니다."

"너부터 챙겨라. 네 가족들부터 챙기고. 그래도 여유가 되면 도와. 그걸 무슨 의무처럼 생각하지 말고...... 마음에서 우러나서 할 수 있으면 해. 나도 그랬고."

"그리고 건강상담을 하실때,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어요.
그냥 손님이라서, 친절하게 대하자는 마음으로는 그런 표정이 안 나온다고 생각해요. 정말 즐거워하시는 게 보이거든요."

"하면 되는 거잖아요."

"사람들은 생각보다 스스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 말이야. 본인들도 알고 있는 건데, 남의 입을 통해서 확인해야만 안심하는 경우가 많지. 덕분에 나를 의지하면서 건강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도 있고.

"너무 겸손하시지만 말고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 아니겠냐."

내가 진정으로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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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기가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어느 쪽이든 간에 머지않아 아이가 생기고 그들이 부모가 된다는 것은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라고, 그들은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머지않아 태어날 아이를 떠올리며 위안을 삼았다. - P10

어두웠고, 추웠다. 알리다와 아슬레가 여러 집 문을 두드려서 거처에 대해 물어보았지만, 그건 어렵겠네요. 임대해줄 방이 없어요, 임대하려고 한 방은 이미 임대가 되어 버렸어요. 아니 임대를 하지 않아요. 그럴 필요가 없어요. 그들이 마주한 대답들은 이러했다. - P15

이제 우리가 살 곳이 없어, 알리다가 말했다 아슬레는 대답이 없다가 그렇지만 그건 그 남자의 보트하우스니까 달리 어떻게 할 방법이 없을 것 같아, 아슬레가 말했다 우리가 머물 곳이 없는걸 알리다가 말했다 늦가을이야. 어둡고 추워 어디든 우리가 살 곳을 찾아야 해, 그녀가 말했다 그러고서 그들은 그 자리에 묵묵히 서 있었다 - P16

다 그런 거야 가진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고, 그녀가 말한다 그런 사람들이, 우리같이 없는 사람들을 함부로 좌지우지하는 거야, 그녀가 말한다
그럴지도, 아슬레가 말한다 분명히 그렇게 돼, 알리다가 말한다 그렇겠지, 아슬레가 말한다 - P17

아버지 아슬락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그녀는 자기 삶과 자기 미래를 듣고 그녀가 알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미래 속에 있는데 모든 것이 열려 있고 모든 것이 어렵다. 하지만 그곳에는 그 노래가 있다 그것이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노래이리라. 그녀는 오직 연주속에만 있고 다른 어떤 곳에도 있고 싶지 않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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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살면 매일매일 나의 인생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이미 원하는 일을 했거나 매일 하고 있다면 더 이상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게 될까 봐 두려워할 필요가 없겠지."
나는 혼자 되뇌었다.

"깨달은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지."

당신은 왜 여기 있습니까?
죽음이 두렵습니까?
충만한 삶을 살고 있습니까?

이제는 이러한 질문이 처음 봤을 때처럼 더 이상 생뚱맞게 느껴지지 않았다. 생뚱맞거나 이상하기는커녕 아주 중요한 질문처럼 다가왔다.

"내 말은 만약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알아내고, 그 존재 이유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산다면 돈이란 것이 지금만큼 중요하게 여겨지지는 않을 거라는 얘기지요."

"그러고 보니 그런 적이 있었던 것 같네요. 희미하기는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원할 때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난 적이 있었어요."

"존재목적을 알고 있는 사람,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은 대부분 운이 좋은 것처럼 보인다는 거예요. 이런 사람들에게는 예상치 않았던 우연이 가장 필요한 순간에 생기죠."

"기하급수 이론은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주면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고, 그리고 그 사람들은 또 더 많은 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거예요. 그래서 곧 내가 한 이야기가 아주 많은 사람에게 퍼지는 거죠."

"상대가 내게 말할 때 느꼈던 열정을 그대로 담아 전달합니다. 전염되는 거지요. 이야기하면서 그때 그 감정이 그대로 느껴지길 바라면서요."
"그게 바로 아까 우리가 찾던 답일 거예요."

‘나는 왜 여기 있는가?‘

‘당신은 왜 여기 있습니까?‘

"하지만 나에게만 해당하는 그런 목적 말고 좀 더 큰 목적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이 존재 목적을 추구하지 못하고 사는데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세상 사람들 모두 스스로 발견하고 해결해야 합니다.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이유가 다르니까요. 하지만 그보다 더 높은 차원의 무엇인가가 있긴 한 것 같아요."

"존재 목적을 깨닫게 되면 스스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했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허락이나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우리 모두 각자 자기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고 가꾸어 나가는 거니까요."

‘우리가 무엇을 배우며 자랐건, 어떤 광고를 접하며 살았건, 그리고 일에 치여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건,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겁니다.‘

난 이걸 잊고 있었어요. 그래서 내 주변 상황이 내 인생에 온갖 영향을 미치는 걸 내버려 두었던 겁니다. 내가 골프공을 옮겨 어디에서 치건 누구도 상관하지 않았듯이, 내 존재목적에 대한 관심 역시 나만 갖고 있는 거죠.

"내 운명을 다른 사람이나 다른 존재가 멋대로 좌지우지하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됩니다. 스스로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적극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운명이 나를 흔들어버리죠. 골프공을 옮길 수 있는 건 나뿐입니다."

"그 사람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때부터 자기 운명을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고.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할 때, 그리고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면, 그냥 스스로 공을 옮겨보라고 자기한테 속삭인대요. 그렇게 하면 모든 두려움이 사라지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했습니다."

‘나는 왜 여기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되돌아가 보겠습니다.

"우리 둘이 같이 머리를 맞대다보면 더 나은 답을 드릴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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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김밥 사업을 하기 위해 주인공과 부하직원 1명이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다. 궁극에는 부하직원에게 미국쪽 사업을 맡길 예정이지만 일단 초반에는 주인공도 몇 달간 함께 체류하면서 사업이 무사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힘쓸 예정이다.

뒷부분에는 미국에서 사업을 도와주는 여자분의 친구가 만성 비염과 관련하여 고민을 털어 놓는데 이를 해결해주기 위해 주인공이 친절히 건강상담을 해준다.

돈을 쓰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는 있었다. 대리인을 쓰면 됐으니까. 하지만 누구를 믿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내가 직접 두 눈으로 보는 것과는 분명히 달랐고.
어느 정도 일을 진행시키고 있는 중에 여러 가지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내가 미국으로 가는 걸 알게 된 사람들 덕분이었다.

다섯 다리만 건너면 다 알 수 있다더니, 사람들 덕을 많이 보고 있었다.
이것도 언젠가 다 갚아야지.

빠르게 불타버린 뒤 꺼지는 연애는 처음에 모든 걸 쏟는다. 그리고 각자의 생활마저 망가뜨린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이성적으로 다루며 계산해서 행동할 수는 없는 거지만, 그래도 선이라는 걸 지켜볼 수는 있으니까.
사생활과 일의 영역을 지키면서 연애에 집중할 때는 이가 썩을 것처럼 달콤하게 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비즈니스는 마일리지 혜택을 쌓아서 이용하는 게 경제적이라는 정보도 알고 있었다.

몇 시간 편하자고 수백만원을 더 쓰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
수백만 원이면 국밥이 몇 그릇이야?
돈을 벌 줄은 알게 된 듯한데, 아직도 쓰는 법은 모르는것 같기도 하다.
돈만 많이 있으면 시원하게 펑펑 쓰고 다닐 것 같았는데.

나도 사람인지라 싫지는 않다. 아니, 좋다. 이따금씩 나를 위해 펑펑 써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금방 멈춘다.
한 가지만 생각해 보면 금세 답이 나온다. 내가 저걸 사서 얼마나 행복해질까?
사는 순간 잠시 기분은 좋겠지.
하지만 그게 전부다.

언제부터 내 꿈이 무언가를 가지는 것이었나.
가지면?
필요해서, 어딘가에 사용하고 싶어서, 즐기고 싶어서.
그럼 살 수도 있다.
진짜 내가 그걸로 더 웃을수 있고 행복해진다면.
하지만 대부분의 물건들은 그렇지 않다.
특히나 겉치장에 집중된 것들은 결국 남에게 보이기 위함이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행복이 다르고, 남에게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할 수도 있다. 그게 직업인 사람들이야 당연히 예외고.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똑같은 액수더라도 훨씬 가치있게 쓸 수 있다.
요즘은 대부분 사업에 집중돼 있는 듯하다. 기부도 꾸준히 한다. 기부한 금액도 세금 혜택을 받을수 있는 게 좋으면서도 결국 속물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사사로운 부분은 신경 쓰지 않는다. 세금 부분에서 혜택을 본 만큼 다른 사람들을 더 도우면 되니까.
그래서 또 혜택을 보면? 더 도우면 된다.
보시(육바라밀 가운데 제1의 덕목, 널리 베푼다는 의미)를 해야 된다고들 한다. 공덕을 쌓아야 결국 나와 가족의 미래, 사후 세계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사실 무언가를 바라고 하면안 되는 거지만, 이 역시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어떠한 확증은 물론, 기약도 없는 기대감을 조금 품으며 선행을 하는게 어찌 죄가 되겠는가.

그렇다고 겉치장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다. 첫인상이 중요하다. 아니,
사람은 누구든 첫인상이 중요하게 마련.
사람을 처음 봤을 때 무엇으로 판단하겠는가. 겉모습이다. 그런데 걸구실이 중하지않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단지 전부가 아닐 뿐.
쓸데없이 사치는 하지 않되 기본은 해야 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법이고, 기왕이면 다홍치마다.

소소한 통증이라도 기분이 안 좋은 건 당연하고, 그게 지속되면 삶의 질을 상당히 저하시킨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다.
반드시 어떠한 이익을 위해서만 누군가와 친분을 쌓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고, 좋은 인연을 맺는다면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무슨 일을 하든 결국 완전히 혼자서 해내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혼자서 해내더라도 그 결과물의 가치를 알아줄 사람이 필요하다.
사람은 결코 혼자 살 수 없다.
전에는 돈만 있으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미국의 집들은 화장실이 대부분 건식이었다. 씻기 위해서는 따로 마련된 공간 혹은 욕조 안쪽에서 샤워커튼을 쳐야했다. 그 외의 공간에는 따로 배수구가 없기에 물이 닿으면 안됐다.
나름대로 장점이 있긴 하지만, 습식 화장실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는 마냥 좋다고 할 수 없었다.
항상 습기에 찌드는 샤워커튼의 오염 문제도 있고, 물이라도 한 번 튀면 일일이 닦아야 하는 수고스러움은 덤이다.

버는 만큼 써야 경제의 선순환이 된다고들 한다.
동의한다.
낭비가 아니라 건강한 소비는 필수다.

미국에서 홀 서빙 같은 일들은 최저시급도 받지 못 한다. 그 모자란 부분을 팁으로 메우는 형태다. 점심은 보통 식사비의 15% 정도, 저녁은 20%를 지불하는 게 일반적이다.
애초에 직원이 일해서 받는 돈을 왜 손님이 더 내야 하는지. 그럴 거면 봉사료로 아예 포함을 시키든가.

이해할 수 없는 문화다. 팁이라는 건 말 그대로 마음에서 우러나 내가 받은 서비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거라 생각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고, 미국에 왔으니 여기의 법을 따라야겠지만. 진짜 법이 아니어도 상도의라는 게 있으니까.

싸기만 하다고 능사는 아니었다.
사람들의 심리가 그랬다.
저렴하면 의심하고 싸구려일 거라 인식한다. 이익을 줄이고 저렴한 값에 제공하는 것인데도 그렇게 생각하곤 했다.
오히려 품질이 낮은 제품을 비싼 값에 파는데도 사람들은 더 좋은 것 같다고 열광하는 경우도 쉽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수많은 분야의 산업들이 그랬다. 특히 한국에서는 더욱.

잠시 고급화 전략을 떠올렸다가도 금세 머릿속에서 지웠다.
내가 그딴 식으로 장사를 해서 여기까지 올라왔던가.
아니었다.
정직함으로 승부했다.
그래야만 하는 운명이기도 했고.
양심이란 게 있었고, 할아버지와 약속한 게 있었다.
더군다나 여기는 미국.
이곳에서도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같잖은 고급화 전략 카드를 꺼냈다가 아예 사람이 몰리지 않으면 그대로 쪽박.
수많은 생각들은 머릿속에서 빠르게 교차했고, 제대로 된 길을 찾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애초에 길은 알고 있었다.
네비게이션을 찍어놓은 지 오래였다.
괜히 지름길이 없는지 창밖으로 고개를 빼고 둘러본 셈이었다.
다행히 사고가 나기 전에 다시 머리를 쑥 집어넣었다.

조금이라도 성공의 가능성을 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잠이 부족하니 머리가 잘 안돌아가는 듯하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쉬웠다. 비즈니스처럼 대하면 됐다. 손익을 따지면서 결단을 내리면 어렵지 않았다.

손님 하나를 놓치면 열을 놓치는 셈이다.
반대로 손님 하나를 잡으면 열을 데려올 수도 있다.
진짜 괜찮은 음식을 내놓으면 단골손님 하나가 10명을 더 불러오고, 그 10명을 다 잡으면, 그 10명이 또 다른 10명씩을 데려온다.

절대 장사라는 게, 사업이라는 게 쉽지는 않다. 특히나 요즘은 더욱 그렇다.
대박의 기준이라는 게 애매하지만, 누구나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는 벌 수있다. 그만한 노력만 한다면 그렇다.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 그러니 우리는 더 열심히 해야 돼."

"영어 조금 공부한다고 다가 아니네요."
"당연하지. 계속 여러 가지로 공부를 많이 해야 될 거다.
이쪽 문화도 이해해야 되는 부분이 있으니까. 우리한테는 아무것도 아닌 게 큰 실례가 될수도 있는 거잖아."
"그렇네요."

"쉬운 게 하나도 없네요.
"그래서 인생이 더 의미 있는 거 아니겠냐."

"하고 싶은 대로 해. 후회 남기지 말고."

그런 생각이었다. 벌써 2주가 넘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매일 김밥을 먹었다. 2주 이상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손님들에게도 먹히지 않을까.

성실하고 정직하니까.
가장 기본적이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나도 항상 노력하고 있고.

식사를 하는 곳은 마음이 편해야 한다.

내가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무언가를 할 때 나름대로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하는 줄 알았는데, 막상 부딪치니 아직도 멀었음을 느낀다.

손님들이 원한다고 생각해서 했던 것들이 결국 내 기준을 중심에 두고 있었다. 짧지않은 시간 동안 했던 일들을 곰곰이 따져보면 대부분 그랬다.
고객들에 대한 생각을 하긴했다. 배려에 신경 썼다. 하지만 나의 희생은 들어가지 않았다. 언제나 2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 때로는 내가 불편하더라도 소비자의 입장만 생각해 볼 수도 있었는데.

오히려 컨디션 관리를 적절히 해서 최상의 상품을 내놓는게 옳았다.
무엇보다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해야 되는 일은 없다.
가장 중요한 게 건강이니까.
나는 마음가짐만 똑바로 하고 있으면 된다. 준비돼 있어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이라는 게 그리 아름답게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현실은 용광로처럼 뜨겁다가도 빙하처럼 차갑다.

외국이어도 사람 사는 건다 똑같다. 공짜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칼을 손에 쥐었으니 뽑아야 했다. 뽑아 들었으면 휘둘러야 했고,

"하루에 김밥 50줄만 팔아도 겨우겨우 생활은 될 거다.
100줄만 팔면 그럭저럭 괜찮을 거야. 당연히 잘 될수록 좋고, 그러니 200줄만 내보자.
그중에 절반만 다시 찾아오게 하자. 그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또 데려오면 200명이 넘을 수도 있는 거야."
"예, 알겠습니다."

"무슨 말인지 안다. 나중에 잘 되고 나서, 그때 다른 걸로 갚아라. 이 가게가 잘되면 너만 좋냐? 내가 대표야 인마.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잘되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라."
".....언젠가 은혜 꼭 갚겠습니다." 
"여기가 잘되면 그게 은혜갚는 거다."
"알겠습니다."

오픈 행사로 시식회를 시도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일단 잘 자고, 잘 드셔야 합니다."

"그쵸? 면역력에 가장 크게 관여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수면입니다. 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잠빚은 반드시 따라옵니다. 그러니까 매일 최소 7시간 이상은 주무세요. 8시간도 좋고요."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9, 10시간씩 잘 수도 있겠죠. 하지만 몰아서 자는 습관은 좋지않습니다. 그리고 뭐든지 지나치면 안 좋고요. 8시간이 가장 이상적인 수면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운동량이 많거나 피곤한 날에는 30분 정도 낮잠을 자면 좋고요."

"감기에는 평소보다 긴 수면 그리고 풍부한 영양 섭취가 필수입니다. 평소보다 비타민섭취도 늘리고, 따뜻한 음식과차가 도움이 많이 됩니다."

"매일 허니레몬티를 한 잔씩 드시면 좋을 겁니다. 생강을 약간 추가해서 먹으면 효과가 더 좋고요."

"사람들이 감기에 걸렸을때 괜히 치킨 수프를 먹는 게 아닙니다. 도움이 되니까 챙겨드세요. 가능하면 인스턴트 말고 직접 해서요."
"네, 네."
"뭐......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인스턴트라도 먹는 게 좋고요. 치킨스톡(닭고기와 뼈, 여러 가지 채소를 푹 끓여 만든 국물)을 활용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사람들이 괜히 많이 먹는게 아니었구나."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죠?"
나는 소피가 미국인인 것을 고려해서 민간요법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실제로 치킨 수프나 치킨스톡, 레몬 등은 미국인들에게 아주 가까운 것들이었다. 한국으로 치면 사골국물, 김치, 마늘을 얘기한 거나 다름없었다.

"어려운 건 만성적인 비염인데요."
"코로 숨 쉴 수 있으면 소원이 없겠어요?" 이 역시 여기가 미국이고, 소피가 미국인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됐다. 대추나 감초, 수세미, 유근피나무 같은 것을추천할 수는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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