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약속은 중요하다. 가장 기본이기도 하고. 하지만 이미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짜증을 낸다고 바뀌는 건 없다. 좋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무슨 사정이 있겠지‘하고. 나는 나대로 기다리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의미 있게 쓰면 된다. 여유를 가지는 거다.
때로는 알고 있는 사실이더라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듣게 되면 더 머리에 깊이 박히기도 한다.
"일단 감자에는 비타민C가 상당히 많아요. 보통 신 과일이나 채소 같은 것만 생각하시는데, 감자도 훌륭한 비타민C 공급원입니다. 그리고 칼륨, 칼슘, 마그네슘, 인, 망간 같은 미네랄도 풍부해요."
"식이섬유도 풍부하니 감자하나로 얻을 수 있는 게 많은지 아실 수 있죠? 오죽하면 땅속에서 나는 사과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감자는 쌀이랑 밀 그리고 옥수수랑 함께 4대 작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피로회복에도 큰 도움을 주고, 피부 노화 방지에도 도움을 주죠. 감자 자체가 여러가지로 이점이 많은 탄수화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램당 칼로리도 낮은 편입니다. 100그램에 65칼로리 정도니까요. 소화도 잘 되는 편이고, 감자에 함유된 이눌린이라는 성분은 체지방 감소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니까요. 아, 그리고 조금 전에 피부에 좋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아예 팩으로 하셔도 효과를 보실 수 있고요."
"여러 가지로 성분이 참 좋은데, 감자에 칼륨이 있다 보니 너무 과다하게 섭취하면 배탈이 날 수도 있고, 신장이 약하신 분들은 특히 더 조심하셔야 하죠. 그리고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감자 싹입니다. 감자 싹에는 솔라닌이라는 게 있는데, 이건 가열을 해도 안 없어지는 독소거든요."
"감자가 사과랑 같이 보관하면 좋아요. 사과가 감자의 발아를 억제하거든요. 그리고 햇빛에 노출되면 녹색으로 변하면서 독성이 증가하니까, 꼭 서늘한 그늘에서 보관하시고요."
장담할 수 있는 일은 없는 듯하다. 뭐든지 100%라는 것은 없다. 아마도 그렇다. 특히 사람의 마음만으로,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 것은 더욱그런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단언하거나 확언하는 걸 가능하면 아낀다.
당연하겠지. 평소의 나는 생글생글 웃으며 다니려고 노력하지만, 그렇다고 인상이 마냥 부드럽지는 않다. 꾸준한 운동으로 체격도 좋은 편이다. 김영기 입장에서는 폭력을 행사하는 순간 일이 더 꼬일게 뻔했고, 계약서라도 쓰고 스파링을 붙는다고 해도 나한테 그러니 짖는 거다. 원래 겁많은 개가 짖는 법이다.
나는 가게를 빠져나가는 김영기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천천히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잘 있었다. 주머니에서 빼 든 것은 녹음기였다. 별의별 일을 다 겪으면서 언제나 생활화 된 부분이었다.
나는 카모마일 차를 마시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리 좋아하는차는 아니었다. 하지만 심신의 안정은 확실히 도왔다. 그래서 일부러 마셨다.
"제가 볼 때는 뇌성마비가 아니라 세가와병인 것 같습니다." "그게 뭔가요?"
"도파 반응성 근육긴장 이상이라는 건데요. 세가와병도 균형을 잡을 수 없고, 근육의 이상이 생기면서 점점 생활이 어려워집니다. 따님께서는 오랫동안 치료를 받지 않아서 상태가 많이 안 좋아진 듯하고요." "뇌성마비가 아닐 수도 있다구요? 정말로요?"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제가 볼 때는 그렇습니다. 뇌성마비였다면 보통 인지기능이나 지적능력에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따님께서는 오히려 지적능력이 뛰어나신 편이잖습니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화제가 되면, 그로 인해 인지도가 올라가면 돈이 되기도 하는 세상이니까. 바람직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요즘 세상인데.
내가 하는 모든 일을 하늘이 알고 있는데 어찌 막 살겠나.
중요한 건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걸 받아들이고 나면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도 쉬워진다.
왠지 모르게 장모님보다는 장인어른이 더 어렵다. 아마 대부분은 그렇겠지. 남자들은 장인어른이 더 어렵고, 여자들은 시어머니가 더 어렵고.
말도 행동이고 행동도 말이다. 결국은 표현하는 거니까. 그리고 둘 다 조심해야 한다. 그 표현이 죄가 될 수도 있다.
내 생각에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해야 하는 듯하다. 바로 생각, 마음이다. 생각으로도, 마음으로도 죄를 지어서는 안 된다. 내가 품고 사는 생각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방향은 다르지만 지금도 결국은 그렇게 됐다.
시금치도, 두부도 건강에 좋은 식품이다.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두 식품은 함께 했을 때는 궁합이 나쁘다. 시금치에는 옥살산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두부의 풍부한 칼슘 흡수를 방해한다. 게다가 과다섭취를 할 경우 결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정확히는 생당근과 생오이를 함께 넣었을 때가 문제다. 생당근에 들어 있는 아스코르비나아제는 오이의 비타민C를 파괴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당근을 익혀 먹든지, 식초를 첨가하면 된다.
생선과 마늘은 궁합이 좋은 식품이다. 기본적으로 둘 다 건강에 좋은 식품이기도 하고.
나의 생각이 무조건 옳으리란 법은 없었다. 나의 방식이다 들어맞는 건 아니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거를건 거르자는 게 내 생각이었다. 너무나 기본적인 부분들은 물론, 건강식을 파는 식당의 정체성만 잃지 않으면 어느 정도 유연성을 가지고자 했다.
"삼촌도 아시겠지만, 어디를 가서 뭘 하든 불만은 나오잖아요. 비평이든 악평이든 안 좋은 소리가 나오면 귀를 기울이긴 해야겠지만, 또 그거에 전부 흔들리면 안되니까요."
"그냥 내일부터 나오지 마십쇼." 처음에는 반말로 시작했던 통화의 마무리는 존대로 끝났다. 존대로 시작해 반말로 끝나는 것만큼이나 나쁜 경우다.
3분. 컵라면에 카레고 짜장이고 전부 완성시킬 수 있는 시간이다. 뭐 하나 그럴싸한 게 나올 수 있는 시간. 짧다면 짧지만, 길 수도 있었다.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의 아버지를 뵙는 일이었다. 당연히 좋은 첫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겉모습은 어디까지나 겉모습이다. 그게 내면을 대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나 휘황찬란하게 꾸밀 필요는 없어도 말끔해 보일 필요는 있다. 처음 보는 사람의 무엇을 보고 판단하겠는가. 겉모습이다. 실제로 겉모습과 내면은 다르다고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결해서 보게 마련이다.
깔끔하고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 당연히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입술을 삐죽거리는 것보다 생글생글 웃고 있는 게 보기 좋지 않겠는가.
내가 생각하는 ‘자기의 얼굴에 책임져라‘는 성격과 성향 같은 것이다. 사람은 감정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표정이다. 자주 화를 내는 사람은 화를 내는 대로, 자주 웃는 사람은 웃는 대로 그 흔적이 얼굴에 고스란히 남는다. 세월이 오래 흐를수록 더 진하게.
내면을 갈고닦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외면을 놓아서는 안된다. 가장 먼저 보여지는 거니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너무 신경 쓰며 살 필요도 없지만,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결국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고, 사회라는 틀에 녹아들어 살아가니까. 삶이란 게 그렇다. 하나하나가 다 그렇다. 간단한 듯하면서도 복잡하다.
예비 장인어른과 예비 사이의 관계. 이게 편한 사람은 세상에 몇 안 될 거라 장담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보통 그렇지 않은가. 사위는 장인보다 장모가 편하고, 며느리는 시어머니보다 시아버지가 편하다. 대개 그렇다. 이유는 모르겠다. 저마다이유야 다르겠지만, 결론은 같다는 게 오묘한 부분이다.
초면인 사람에게 존댓말을 쓰는 건 기본이다. 한국에서는 그렇다. 설령 상대가 미성년자라도 조심스럽게 말해야 한다. 그게 예의다.
경우에 따라 초면일지라도 연장자가 편하게 말을 하는 것이 실례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긴 하다. 그래도 최대한 정중하게 예의를 갖추는 쪽이 보편적으로 더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은 분명하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어. 가족이 있어야 돼."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들이다. 결혼은 남자와 여자의 만남이 아니라고, 가족과 가족의 만남이라 신중해야 한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겠지.
"다른 거 바라는 거 없어. 둘이서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살았으면 좋겠어."
그래, 나는 저 여자와 인생을 함께 꾸려 나가고 싶다.
어쩌면 결혼식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하객들을 대접하기 위한 음식일지도. 결혼식 진행이 아무리 재미있고 즐거워도 밥이 맛없으면 욕먹는 거고, 결혼식이 다소 지루하거나 해도 밥이 맛있으면 결혼 잘했다고 좋은 말이 남는 듯하다.
통곡물은 섬유질이 풍부할뿐만 아니라, 장내 미생물과 염증 반응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억 T세포 수치도 증가한 게 발견되기도 했다.
"당연한 겁니다. 사람이니까 두렵죠. 두려워하니까 사람입니다."
"먹는 것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는 말이있잖습니까."
경제호황이라고 해도 어려운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다. 어디 모두가 여유로웠던 적이 있던가.
재산을 축적하고 사회적 지위를 올리려는 마음이 이해가 간다. 위기의 상황에서 힘이 되니까. 내가 돕고 싶은 사람을 도울 수 있으니까. 그런 말이 떠오른다. 힘이 없는 정의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아무 의미가 없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돕고 싶은 마음도 그렇다. 직접 돕지 못하면, 그저 마음에서 그친다. 숭고한 마음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거 하나로는 세상을 살 수 없다. 그래서 감사한다. 지금 내가 있을 수 있게 한 모든 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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