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일행이 남대문을 지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어두운 터널을 통과해 나오는 것보다 신나는 것도 없다면서 슬플 땐 그걸 기억하라‘는 단이의 말이 힘들고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일일이 밑줄을 긋진 않았지만 작가의 표현들이 굉장히 섬세하다는게 느껴져서 이 소설을 좀 더 맛깔나게 읽어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표범은 험준한 절벽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고, 따라서 이곳에 그 짐승의 은신처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한 자는 약 30센티미터다.

이 활이 가진 힘으로 호랑이에게 상처라도 내려면 예순 자 안에서 쏴야 할 거다. 치명상을 입히려면 마흔 다섯자 안까지는 들어가야한다. 호랑이에게 마흔 다섯 자가 얼마나 짧은 거리인지 아느냐?
소년은 침묵으로 자신의 무지를 인정했다.

내가 말했지, 호랑이를 죽이는 건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만이라고, 그리고 그건 호랑이 쪽에서 먼저 너를 죽이려고 할 때뿐이다.
그럴 때가 아니면 절대로 호랑이를 잡으려 들지 말아라. 알겠느냐?

사냥꾼의 오래된 기억은 지금 주위에 폭신하게 쌓여가는 눈처럼 그의 머릿속에 조용히 내려앉았다.

그러나 거친 바람이 그의 귓가에서 아우성을 쳤고, 남자는 활과 화살을 아래로 내렸다. 호랑이가 널 먼저 죽이려 들지 않는 한, 절대로 호랑이를 죽이지 말아라.

남자는 산신령을 향해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당신의 영물을 놓아주었으니 저도 무사히 내려갈 수 있게 해주십시오.

"계속 같은 자리를 돌고 있군."

"이쪽에 있는 나무들의 가지가 더 굵직한 것을 보니 틀림없이 이 방향이 남쪽이지. 우린 한 시간 동안이나 계속 반대쪽으로 왔던 거야!" 야마다 대위는 노여움과 경멸감을 감추지 못했다.

1리는 약 0.4킬로미터다.

인간의 마음이란 어두운 숲과도 같아서, 야마다처럼 이성적인 남자도 내면에 그 자신조차 알 수 없는 수수께끼를 담아 두곤 한다.

감정의 가장 큰 문제는, 그게 한 사람의 내적인 의지와 신중한 판단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외부 요인으로 야기된 반응이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백수 중에서도 제일 영험한 짐승이자 조선 땅 어디에나 있다는 호랑이를 직접 사냥해 봤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사람 말로는 호랑이를 보내줘야 한답니다요. 상처 입은 호랑이는 건강한 호랑이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고요. 호랑이들은 영물이라 복수심을 품을 줄 압니다.
불의와 정의를 기억할 만큼 영리하고, 공격을 받아 다치면 상대를 죽일 기세로 덤빈답니다."

그는 오직 성공만을 추구했고, 피를 보길 좋아하는 그의 잔혹성조차도, 사실 개인적인 만족보다는 동료들 사이에서 자신의 우월함을 나타내고 부하들을 위협하여 자신을 두려워하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서로 대치하고 있는 군인들은 다르기보다 오히려 비슷할 수밖에 없으며, 그들에게는 각자의 편에 있는 민간인들보다 자신과 맞선 상대편 군인들이 훨씬 더 이해할 수 있는 존재이기 마련이다.

자신보다 열등한 존재에게 무엇인가를 빚지는 것만큼 불명예스러운 일은 없을겁니다.

자신이 타인의 운명에 결부되어 있다는 감각도 짜증스럽기 그지없었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나를 찾아와라."

50원은 의원이 줄 수 있는 돈의 곱절보다도 많았고,
꽤 많은 일을 해낼 종잣돈이 될 수 있었다.

옥희는 눈물조차 말라버릴 정도로 지친 어머니의 어두운 눈동자 속에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희망이 비치는 것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건 제 손을 떠난 문제예요."

그 전까지 옥희는 외모가 매력적인 여자일수록 관능적인 욕망도 더 강하리라 생각했지만, 이제 반드시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옥희는 특정한 단어들을 특정한 순서로 나열하면 자기 내면의 모습도 마치가구를 옮기듯 달라진다는 것을 깨닫고 한 마리 춤추는 나비처럼 언어 속을 누볐다. 내면에 쌓이는 단어들이 계속해서 그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존재로 만들어가는데도 외부에서는 누구도 그 차이를 감지할 수 없었다.

옥희가 가장 존경하는 황진이의 면모는 그가 자신의 연인이 될 사람을 자유롭게 선택했으며, 또한 그들을 떠날 때는 단 한 방울의 눈물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옥희는 그 시가 무슨 뜻을 담고 있는지 알고 있었고, 은실이 왜 그 시를 좋아하는지도 알았다. 애초에 그래서 그 시를 고른 것이었다.
"첫사랑을 추억하는 한 여자의 심정에 대한 내용이야." 옥희가 대답했다.

"쇤네처럼 미천한 장사꾼들이야 남들 못지않게 금을 밝히지만, 그런 저희라도 지켜야 할 명예는 지킵니다."

자신이 지니고 있던 가장 값비싼 장신구들을 다 합쳐도, 은실에겐 은반지 하나를 포기하는 마음에 비하면 값어치가 덜한 듯했다.
그러나 삶은 균형을 유지해야 했다. 은실은 실제로 안타까운 희생처럼 느껴지는 무언가를 해야 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까지도 기꺼이 내놓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쓸쓸한 손은, 다음 날 아침 성문을 통과한 천 씨가 사냥꾼의 집에 은반지를 전달하는 순간까지도 줄곧 텅 빈 애석함을 느끼고 있었다.

가장 놀라운 사건들은 아무도 눈치챌 수 없이 작은 바늘 하나가 툭 떨어지듯 시작하여 꼬리를 물고 연쇄한다.

은실은 작은딸을 지그시바라보았다. 흡사 보석함을 정리하다가 출처가 불분명한 오래된 기념품을 발견했을 때의 눈빛이었다. 예기치못한 즐거움과 약간의 당혹감이 뒤섞인, 그러나 결국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그런 눈빛 말이다.

한편 그 못지않게 오랫동안 침소에 누워 지내던 월향은,
현실의 생각과 꿈속의 일을 구분할 수 없을 때까지 잠들었다 깨기를 반복했다.

호랑이는 결국 포기하고 동굴을 빠져나왔다. 지성과 감정은 거의 인간에 가까워졌으나, 겉보기에는 여전히 야수의 형상을 띠게 된 이유였다. 홀로 묵묵히 인내한 곰은 101일째 되는 날 아름다운 여자로 변했다.

월향이 기억하는 한, 필사적으로 아이를 원했던 여자들에 대한 이런 이야기는 수십 개나 되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은 어머니가 되고 싶어 하지 않았던 여자들에 대해서는 절대로 말해주지 않았다. 현실에는 기생, 하인, 혼인하지 않은 여자, 과부 그리고 이미 부양해야 할 입이 수두룩하게 딸린 부인들이 많은데도 말이다. 이런 여성들 역시 그들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하늘에 기도를 올리고 쓰디쓴 약초를 삼켜야 했다.

월경을 한 번 건너뛰었을 뿐이지만, 그는 이미 자신의 포궁 안에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날카롭고 뾰족한 무언가가 생겨났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배 속에 든 이 씨앗이 흉측하고 사악한 쇠못 같다는 사실이 월향에게는 조금도 놀랍지 않았다. 하야시 같은 남자에게서 온 것이니 당연하고도 남는 일이었다.

월향을 둘러싼 공기가 점점 견딜 수 없을 만큼 뜨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약초는 그 나쁜 못을 월향의 몸 밖으로 내보내는 대신 더 커지게 만들어 안쪽에서부터 모조리 찢어버릴 요량인듯 싶었다.

"이 일을 기억하기엔 네가 너무 어렸지. 나도 연화를 갖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그때도 탕약이 듣지 않았지." 은실이 입을 열었다.

나는 그 애를 없애려고 했지만, 그 애의 영혼이 실처럼 나에게 이어진 거야. 인연이라는 게 참 이상하기도 하지. 인연이 아니라면, 아무리 노력해도 상대를 붙잡을 수 없어. 깊이 사랑했던 사람들도 인연이 다하면 한순간에 낯선 이들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가끔은 그 어떤 변수에도 상관없이 영원히 너에게 이어져 있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하지. 연화와 나, 우리의 인연은 깊고, 지금의 이 삶을 초월한 전생에서부터 온 것이지.

나는 널 위해 그러듯, 연화를 위해서도 무슨 일이든 할 거야. 너희 둘 다 내 딸이니까.

단이는 다른 사람들처럼 단순하게 분류되기를 철저히 거부하는 사람이었고, 그런 특성이 그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어쨌든 옥희는 아직 열 살밖에 안 됐잖아. 한창 자라는 아이들은 한 해에도 열두 번이나 달라진다고."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옥희가 좋은 애라는 거야. 나도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만큼은 많은 사람을 봐왔잖니."

가장 소중한 친구가 자신에게 없는 특별한 재능을 가졌다고 생각하니 이상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위축된 패배감을 맛보는 대신,
옥희는 그들이 서로 딱 맞는 완벽한 한 쌍이라는 사실을 확인받았다는 사실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자신은 관찰력이 뛰어나고, 총명하고, 지적이고 성실하다. 연화는 활달하고, 기백이 있고,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열고,
자신감이 넘친다.

그들은 서로 성격이 비슷한 두 친구가 종종 그러하듯이 한 사람의 마음을 두고 동시에 경쟁하거나 같은 종류의 행복을 추구하는 일이 결코 없을 것이었다. 옥희는 그들이 각자 반쪽의 인생, 하나씩의 날개를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 그들은 서로 나란히 서 있을 때 진정으로 완전해질 수 있다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책들은 새로운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마음 깊이 이해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더 아름다운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것들이었다.

그의 상상력은 낯설지 않고 친숙한 것들 사이에서 계속 순환하며 흘러갔다. 말하자면 강물보다는 샘 같았고, 특히나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할수록 그랬다.

"어두운 터널을 통과해 나오는 것보다 신나는 것도 없거든. 슬플 땐 그걸 기억하렴."

묘하게 사람의 기운을 북돋아 주는 무언가를 찾아내는 능력 또한 그의 특별한 재능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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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넬 기다리고 있는 게 뭔지 아나, 그가 말한다 아니, 아니야 자넨 모를 테지. 그가 말한다 자넨 모르고 있어, 그가 말한다 그러나 그게, 그래, 그게 좋을지도 몰라, 그가 말한다 그래, 그렇다고 해야겠지, 그가 말한다 - P164

달리 뭘 기대하겠나, 남을 살해한 자는 그도 살해당한다. 이렇게 법에 쓰여 있는데, 라고 노인이 말한다. - P164

올라브는 춥다고, 덥다고, 그리고 모든 것이 공허하다고 느낀다 그는 두 눈을 감고 그저 앞으로 걸으며 비명과 외침을 듣는다 더는 아무것도 없어, 지금 존재하는 것은 떠오르는 것뿐이야, 기쁨도 없고, 슬픔도 없어 남은 것은 떠오르는 것뿐, 내가 떠오르고, 알리다가 떠올라, 하고 그는 생각한다 - P185

그러자 아슬레는 푸르게 반짝이는 피오르 위로 떠오른다 그리고 알리다가 잘자라 우리 아기, 너는 그저 떠오르고, 너는 그저 살아가고, 너는 그저 연주하렴, 우리 착한 아기, 라고 말하자 그는 푸르게 반짝이는 피오르를 넘어 높이 푸른 하늘로 떠오른다. 그리고 알리다가 아슬레의 손을 잡고 그는 일어서서 알리다의 손을 잡는다 - P187

나도 너무 늙었나 봐, 알레스가 말한다 세월이 너무 빨리 흘러 버렸어 그녀가 말한다 살아 계실 때는 나이 든 어머니를 전혀 보지 못했는데,
이젠 자주 보는구먼, 그녀가 말한다 이유를 모르겠네. 그녀가 말한다 - P192

저들이 나에 대해서 뭐라고 생각하고 말하든, 내 자식들이 나에 대해 뭐라고 생각하고 말을 하든, 그래 나는 걔들이 서로, 그리고 어쩌면 남들한테도 나에 대해 뭐라고 지껄이는지 알고 있어, 내가 혼자 살기에는 너무 늙었다고, 그렇게들 말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걔들 중 아무도 나와 함께 살려고 하진 않아 적어도 그랬으면 한다고 나한테 말했던 녀석은 아무도 없어,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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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즐라탄이즐라탄탄 > [100자평]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리커버)

예전에 알라딘 굿즈인 롱 머그컵 받겠다고 산 책이었던거 같은데, 멘탈잡는데 도움이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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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예전에 불법체류자 취급을 받고 한국의 악덕업주에게 노동착취를 당하던 동남아에서 온 노동자 2명을 구해준 일이 있었는데, 이후 그들의 적극적인 홍보활동에 힘입어 주인공의 사업들 중 일부가 동남아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물론 단순히 이 일 때문만은 아니고 다른 여러가지 원인들이 혼재해 있었지만, 2명의 외국인 노동자의 역할이 핵심적인 것임은 변함이 없었다.

비록 소설 속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러한 모습들을 보며 사람을 진심을 다해 돕는다면 그 대가가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돌아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도울 당시에 이런 것들을 예상하고 도운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일들이 술술 풀리는 것들을 경험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보다 많은 부분에서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고자 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덕분일까.
예상치도 못한 부분에서 모든 게 빵빵 터졌다.

시작은 전혀 관련이 없을지도 모르는 데서부터였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 법. 나는 노를 젓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모터를 장착하고 싶었다.
사람만 찾으면 됐다. 동남아 쪽에 진출하여 장사를 해줄 사람들을.

나는 멀리서 찾지 않았다.
원래 한국에서 돈을 벌어서 귀국한 다음 카페를 차리는 게 목표였던 야야도 있었고, 벌써 한국 음식도 곧잘 만드는 짜가 있었다.
두 사람의 성실함은 이미 입증돼 있었다. 숙모가 함께 일하면서 쭉 지켜봤으니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충분하다고 여겼다. 직원들을 뽑을 때도 면접이나 잠깐보는 게 전부지, 일하는 걸 지켜보고 채용하지는 않는다.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것은 ‘이미지‘ 덕분이다.
내가 의도를 한 거든 아니든 뭐든 사람들은 결국 이미지를 보고 판단했다.
좋은 이미지 덕분에 기회가 생겼다.
이미지 하나가 가지는 파급력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이미지가 가지는 힘은 생각이상으로 엄청났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행한다면 더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선한 영향력을 미쳐야 한다.
이는 다른 사람들뿐만 아니라, 내게도 좋은 영향력을 미치게 되니까. 그렇게 나의 이미지를 깎고 다듬고 쌓아 만들어가는 것이다.

겁이 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걱정이 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아무래도 처음이니까.
뭘 하든 처음은 설레기도 하고 조금 두렵기도 하고 그러니까.

15초를 웃으면 수명이 이틀 늘어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웃음은 중요하다.
어쩌면 최고의 약일지도 모른다.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고, 그런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는 게 웃음이니까.
사람은 행복할 때 웃곤 하니까.
웃는 얼굴이 제일 예쁘다는 건 어쩌면 본능적인 부분일지도.

행복했다. 몸 건강하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웃을 수 있으니 더 바랄게 없었다.

배우자를 존중하는 것뿐만 아니라, 존경할 점이 있다는건 상당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난 축복받았다.
건강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생애 최고의 행복을 누리고 있었다.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도 건강상담은 놓치지 않고 있었다. 내가 이걸 놓는 순간 초심을 잃는 거라 생각했다.

삶은 언제나 기적의 연속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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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부분에선 감자의 효능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어떤 이슈가 발생해서 주인공과 해당 당사자 간에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또한 뇌리에 남는 이야기 중 하나는 뇌성마비인줄로만 알았던 사람이 세가와병이라는 뇌성마비에 비하면 그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병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주인공이 건강상담을 통해 발견한 것인데, 주인공은 이로 인해 다시한번 이슈가 된다.

시간 약속은 중요하다. 가장 기본이기도 하고. 하지만 이미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짜증을 낸다고 바뀌는 건 없다.
좋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무슨 사정이 있겠지‘하고.
나는 나대로 기다리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의미 있게 쓰면 된다. 여유를 가지는 거다.

때로는 알고 있는 사실이더라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듣게 되면 더 머리에 깊이 박히기도 한다.

"일단 감자에는 비타민C가 상당히 많아요. 보통 신 과일이나 채소 같은 것만 생각하시는데, 감자도 훌륭한 비타민C 공급원입니다. 그리고 칼륨, 칼슘, 마그네슘, 인, 망간 같은 미네랄도 풍부해요."

"식이섬유도 풍부하니 감자하나로 얻을 수 있는 게 많은지 아실 수 있죠? 오죽하면 땅속에서 나는 사과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감자는 쌀이랑 밀 그리고 옥수수랑 함께 4대 작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피로회복에도 큰 도움을 주고, 피부 노화 방지에도 도움을 주죠. 감자 자체가 여러가지로 이점이 많은 탄수화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램당 칼로리도 낮은 편입니다. 100그램에 65칼로리 정도니까요. 소화도 잘 되는 편이고, 감자에 함유된 이눌린이라는 성분은 체지방 감소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니까요.
아, 그리고 조금 전에 피부에 좋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아예 팩으로 하셔도 효과를 보실 수 있고요."

"여러 가지로 성분이 참 좋은데, 감자에 칼륨이 있다 보니 너무 과다하게 섭취하면 배탈이 날 수도 있고, 신장이 약하신 분들은 특히 더 조심하셔야 하죠. 그리고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감자 싹입니다. 감자 싹에는 솔라닌이라는 게 있는데, 이건 가열을 해도 안 없어지는 독소거든요."

"감자가 사과랑 같이 보관하면 좋아요. 사과가 감자의 발아를 억제하거든요. 그리고 햇빛에 노출되면 녹색으로 변하면서 독성이 증가하니까, 꼭 서늘한 그늘에서 보관하시고요."

장담할 수 있는 일은 없는 듯하다. 뭐든지 100%라는 것은 없다. 아마도 그렇다.
특히 사람의 마음만으로,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 것은 더욱그런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단언하거나 확언하는 걸 가능하면 아낀다.

당연하겠지. 평소의 나는 생글생글 웃으며 다니려고 노력하지만, 그렇다고 인상이 마냥 부드럽지는 않다.
꾸준한 운동으로 체격도 좋은 편이다.
김영기 입장에서는 폭력을 행사하는 순간 일이 더 꼬일게 뻔했고, 계약서라도 쓰고 스파링을 붙는다고 해도 나한테 그러니 짖는 거다. 원래 겁많은 개가 짖는 법이다.

나는 가게를 빠져나가는 김영기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천천히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잘 있었다. 주머니에서 빼 든 것은 녹음기였다.
별의별 일을 다 겪으면서 언제나 생활화 된 부분이었다.

나는 카모마일 차를 마시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리 좋아하는차는 아니었다.
하지만 심신의 안정은 확실히 도왔다. 그래서 일부러 마셨다.

"제가 볼 때는 뇌성마비가 아니라 세가와병인 것 같습니다."
"그게 뭔가요?"

"도파 반응성 근육긴장 이상이라는 건데요. 세가와병도 균형을 잡을 수 없고, 근육의 이상이 생기면서 점점 생활이 어려워집니다. 따님께서는 오랫동안 치료를 받지 않아서 상태가 많이 안 좋아진 듯하고요."
"뇌성마비가 아닐 수도 있다구요? 정말로요?"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제가 볼 때는 그렇습니다.
뇌성마비였다면 보통 인지기능이나 지적능력에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따님께서는 오히려 지적능력이 뛰어나신 편이잖습니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화제가 되면, 그로 인해 인지도가 올라가면 돈이 되기도 하는 세상이니까.
바람직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요즘 세상인데.

내가 하는 모든 일을 하늘이 알고 있는데 어찌 막 살겠나.

중요한 건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걸 받아들이고 나면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도 쉬워진다.

왠지 모르게 장모님보다는 장인어른이 더 어렵다. 아마 대부분은 그렇겠지. 남자들은 장인어른이 더 어렵고, 여자들은 시어머니가 더 어렵고.

말도 행동이고 행동도 말이다. 결국은 표현하는 거니까.
그리고 둘 다 조심해야 한다. 그 표현이 죄가 될 수도 있다.

내 생각에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해야 하는 듯하다. 바로 생각, 마음이다. 생각으로도, 마음으로도 죄를 지어서는 안 된다. 내가 품고 사는 생각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방향은 다르지만 지금도 결국은 그렇게 됐다.

시금치도, 두부도 건강에 좋은 식품이다.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두 식품은 함께 했을 때는 궁합이 나쁘다.
시금치에는 옥살산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두부의 풍부한 칼슘 흡수를 방해한다. 게다가 과다섭취를 할 경우 결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정확히는 생당근과 생오이를 함께 넣었을 때가 문제다.
생당근에 들어 있는 아스코르비나아제는 오이의 비타민C를 파괴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당근을 익혀 먹든지, 식초를 첨가하면 된다.

생선과 마늘은 궁합이 좋은 식품이다. 기본적으로 둘 다 건강에 좋은 식품이기도 하고.

나의 생각이 무조건 옳으리란 법은 없었다. 나의 방식이다 들어맞는 건 아니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거를건 거르자는 게 내 생각이었다.
너무나 기본적인 부분들은 물론, 건강식을 파는 식당의 정체성만 잃지 않으면 어느 정도 유연성을 가지고자 했다.

"삼촌도 아시겠지만, 어디를 가서 뭘 하든 불만은 나오잖아요. 비평이든 악평이든 안 좋은 소리가 나오면 귀를 기울이긴 해야겠지만, 또 그거에 전부 흔들리면 안되니까요."

"그냥 내일부터 나오지 마십쇼."
처음에는 반말로 시작했던 통화의 마무리는 존대로 끝났다.
존대로 시작해 반말로 끝나는 것만큼이나 나쁜 경우다.

3분.
컵라면에 카레고 짜장이고 전부 완성시킬 수 있는 시간이다. 뭐 하나 그럴싸한 게 나올 수 있는 시간. 짧다면 짧지만, 길 수도 있었다.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의 아버지를 뵙는 일이었다. 당연히 좋은 첫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겉모습은 어디까지나 겉모습이다. 그게 내면을 대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나 휘황찬란하게 꾸밀 필요는 없어도 말끔해 보일 필요는 있다.
처음 보는 사람의 무엇을 보고 판단하겠는가. 겉모습이다. 실제로 겉모습과 내면은 다르다고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결해서 보게 마련이다.

깔끔하고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 당연히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입술을 삐죽거리는 것보다 생글생글 웃고 있는 게 보기 좋지 않겠는가.

내가 생각하는 ‘자기의 얼굴에 책임져라‘는 성격과 성향 같은 것이다. 사람은 감정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표정이다.
자주 화를 내는 사람은 화를 내는 대로, 자주 웃는 사람은 웃는 대로 그 흔적이 얼굴에 고스란히 남는다. 세월이 오래 흐를수록 더 진하게.

내면을 갈고닦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외면을 놓아서는 안된다. 가장 먼저 보여지는 거니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너무 신경 쓰며 살 필요도 없지만,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결국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고, 사회라는 틀에 녹아들어 살아가니까.
삶이란 게 그렇다. 하나하나가 다 그렇다. 간단한 듯하면서도 복잡하다.

예비 장인어른과 예비 사이의 관계.
이게 편한 사람은 세상에 몇 안 될 거라 장담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보통 그렇지 않은가.
사위는 장인보다 장모가 편하고, 며느리는 시어머니보다 시아버지가 편하다. 대개 그렇다. 이유는 모르겠다. 저마다이유야 다르겠지만, 결론은 같다는 게 오묘한 부분이다.

초면인 사람에게 존댓말을 쓰는 건 기본이다. 한국에서는 그렇다. 설령 상대가 미성년자라도 조심스럽게 말해야 한다. 그게 예의다.

경우에 따라 초면일지라도 연장자가 편하게 말을 하는 것이 실례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긴 하다.
그래도 최대한 정중하게 예의를 갖추는 쪽이 보편적으로 더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은 분명하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어. 가족이 있어야 돼."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들이다.
결혼은 남자와 여자의 만남이 아니라고, 가족과 가족의 만남이라 신중해야 한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겠지.

"다른 거 바라는 거 없어.
둘이서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살았으면 좋겠어."

그래, 나는 저 여자와 인생을 함께 꾸려 나가고 싶다.

어쩌면 결혼식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하객들을 대접하기 위한 음식일지도.
결혼식 진행이 아무리 재미있고 즐거워도 밥이 맛없으면 욕먹는 거고, 결혼식이 다소 지루하거나 해도 밥이 맛있으면 결혼 잘했다고 좋은 말이 남는 듯하다.

통곡물은 섬유질이 풍부할뿐만 아니라, 장내 미생물과 염증 반응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억 T세포 수치도 증가한 게 발견되기도 했다.

"당연한 겁니다. 사람이니까 두렵죠. 두려워하니까 사람입니다."

"먹는 것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는 말이있잖습니까."

경제호황이라고 해도 어려운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다.
어디 모두가 여유로웠던 적이 있던가.

재산을 축적하고 사회적 지위를 올리려는 마음이 이해가 간다. 위기의 상황에서 힘이 되니까. 내가 돕고 싶은 사람을 도울 수 있으니까.
그런 말이 떠오른다.
힘이 없는 정의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아무 의미가 없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돕고 싶은 마음도 그렇다.
직접 돕지 못하면, 그저 마음에서 그친다.
숭고한 마음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거 하나로는 세상을 살 수 없다. 그래서 감사한다.
지금 내가 있을 수 있게 한 모든 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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