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의 체내에 있는 유전자는 부모를 압도하는 능력을 갖도록 선택될 것이며, 부모의 체내에 있는 유전자는 자식을 압도하는 능력을 갖도록 선택될 것이다. 같은 유전자가 자식의 몸과 부모의 몸을 차례로 점령한다는 사실에 하등의 모순은 없다. 유전자는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선택되며, 쓸 수 있는 기회를 죄다 이용하려고 할 것이다. - P272
유전자가 자식의 체내에 있을 때 이용할 수 있는 기회는 부모의 체내에 있을 때 이용할 수 있는 기회와는 다를 것이다. 따라서 유전자의 최적 방책은 그것이 자리 잡고 있는 몸의 두 단계에 따라 다를 것이다. - P273
물론 모든 자식에게 똑같이 먹이를 분배할 수도 있겠지만, 이상적인 상태에서라면 먹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자식에게 조금 더 많이 주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 P274
내가 "자식은 사기나 (...) 거짓, 속임수, 착취 (…) 등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는 식으로 말할때 나는 ‘~리가 없다‘는 말을 어떤 특수한 의미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종류의 행동이 윤리적으로 합당하다거나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그와 같이 행동하는 자식이 자연선택에서 유리한 경향이 있으며, 그 때문에 야생 동물을 관찰할 때 가족내에서 사기 행위와 이기적 행위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하는 것뿐이다. - P276
"자식은 속이는 행위를 할 것이다"라는 표현의 진의는 자식에게 사기 행위를 하게 하는 경향을 가진 유전자가 유전자 풀 속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 논의에서 인간의 윤리에 대한 교훈을 도출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자식들에게 이타주의를 가르쳐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식들의 생물학적 본성에 이타주의가 심어져 있다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 P276
유전자의 50퍼센트를 공유하는 부모 자식 사이에도 이해의 대립이 있는데 하물며 혈연관계가 아닌 배우자, 즉 짝 사이의 다툼은 얼마나 격렬하겠는가? 이들 간 공통 관심사라고는 같은 자식에 대해 똑같이 50퍼센트의 유전자를 투자한다는 것뿐이다. - P279
아비와 어미가 자식에게 투자한 50퍼센트의 유전자는 서로 다르고 둘은 모두 자기 투자분의 복지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서로 협력해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어느 정도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한쪽이 자식들 각각에 대해 공평한 할당량보다 적게 주고 도망칠 수 있다면 그(도킨스는 이를 남성으로 지칭하고 있다-옮긴이)는 유리할 것이다. 왜냐하면 남는 자원으로 다른 짝을 얻어 새로운 새끼를 낳음으로써 자기 유전자를 보다 많이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짝은 상대에게 더 많은 투자를 강요하면서 서로를 착취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 P279
동식물을 통틀어 수컷을 수컷, 암컷을 암컷이라고 명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한 가지 기본적인 특징은, 수컷의 생식 세포(즉 배우자配偶子, gamete)는 암컷에 비해 매우 작고 그 수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동식물 어느 것을 취급할 때도 마찬가지다. - P280
곰팡이와 같은 몇몇 원시적인 생물에서는 일종의 유성생식을 볼 수는 있지만 암수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동형 배우자 접합isogamy으로 알려진 이 체계에서는 개체를 암수로 구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어느 개체도 다른 개체와 교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자와 난자라는 두 종류의 배우자는 볼 수 없고, 모든 생식 세포는 같으며 동형 배우자isogamete라고 불린다. 그리고 감수 분열로 만들어진 동형 배우자의 융합에 의해 새로운 개체가 만들어진다. - P281
동형 배우자가 융합할 경우, 새로운 개체에 기여하는 두 배우자의 유전자 수가 같으면 물론 두 배우자가 기여하는 양분의 양도 같다. 정자와 난자의 경우도 유전자에 대한 기여도는 같다. 그러나 양분의 양에서는 난자의 기여도가 정자를 훨씬 능가한다. 실제로 정자의 기여는 전혀 없고 정자는 유전자를 가급적 빨리 난자로 운반하는 데 주력한다. 따라서 임신 시점에서 수컷이 자식에 대해 투자한 자원량은 공평한 분량, 즉 50퍼센트보다 훨씬 적다. - P281
개개의 정자는 아주 작으므로 수컷은 매일 수백만 개의 정자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은 수컷이 잠재적으로 여러 마리의 암컷을 이용하여 단기간 내에 많은 수의 새끼를 만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개개의 배胚가 어미로부터 충분한 양분을 받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때문에 암컷이 만들 수 있는 자식의 수에는 한계가 있는 반면에 수컷이 만들 수 있는 자식의 수에는 사실상 한계가 없다. 수컷의 암컷 착취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 P281
초기의 차이는 무작위로 생겨날 수 있을 정도로 작아도 된다. 어쨌든 두 성性의 초기 상태가 정확히 동일할 수는 없을 것이다. - P550
처음에는 두 성이 아무리 동등하더라도 결국 반대이면서 상호 보완하는 생식 기법에 특수화된 두 성으로 갈라질 것 - P551
성 결정 염색체는 정자에 있다. 수컷이 만드는 정자의 반은 딸을 만드는 X정자이고 나머지 반은 아들을 만드는 Y정자다. 둘 다 외양은 같다. 다만 하나의 염색체만이 다를 뿐이다. - P284
개체가 자식의 성별을 말 그대로 ‘선택‘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유전자가 한쪽 성별의 자식을 가지는 경향을 나타내도록 작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 P285
실제로 암컷의 수가 수컷을 압도할 만큼 시계추가 멀리 움직일 수는 없다. 성비가 불균등해지는 순간 아들 생산에 대한 압력이 시계추를 반대로 밀어내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들 딸을 같은 수로 낳는 전략은, 이 전략에서 벗어나는 유전자는 손해를 입게 된다는 의미에서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이다. - P286
평균적인 유전자는 수많은 세대를 거쳐 오면서 그 시간의 약 반을 수컷의 몸, 나머지 반을 암컷의 몸속에서 지낸 셈이 된다. - P287
유전자 효과 중에는 한쪽의 성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있는데, 이를 ‘한성 sex-limited 유전자 효과‘라고 한다. - P287
실제로 하나의 몸은 이기적 유전자들에 의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램된 기계다. - P288
암컷은 크고 영양소가 풍부한 난자의 형태로 처음부터 수컷보다 많은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수태할 때부터 이미 어느 자식에 대해서건 아비보다 더 깊은 ‘정성‘을 쏟는다. 자식이 죽을 경우 어미는 아비보다 더 많은 것을 잃는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장래에 새로운 자식을 죽은 자식과 같은 단계까지 키우려면 어미는 아비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 P288
암컷은 처음뿐만 아니라 자식의 생장 전 기간에 걸쳐서 수컷 이상의 투자를 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예컨대 포유류의 경우 자기 체내에서 태아를 키우는 것도 암컷이고, 태어난 자식에게 젖을 만들어 먹이는 것도 암컷이며, 자식의 양육과 보호의 부담을 지는 것도 암컷이다. 암컷이란 착취당하는 성이며, 착취의 근본적인 진화적 근거는 난자가 정자보다 크다는 데 있다. - P289
자연선택은 새로운 암컷을 취한 직후 잠재적인 의붓자식을 모두 죽여 버리는 수컷을 선호할 것이다. 이것이 소위 브루스 효과Bruce effect에 대한 설명이다. 이 효과는 쥐에서 알려진 것으로, 수컷이 분비하는 어떤 화학 물질을 임신 중의 암컷이 맡으면 유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암컷은 이전 배우자의 것과는 다른 냄새를 맡았을 때에만 유산하게 된다. 수컷 쥐는 이 방법으로 잠재적인 의붓자식을 죽이고 새로운 암컷이 자신의 성적 접근에 응할 수 있도록 한다. - P290
짝이 암컷을 착취하는 정도를 줄이기 위해 암컷이 선수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암컷에게는 강력한 수단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교미를 거부하는 것이다. 암컷은 판매자의 시장에서 수요의 대상이다. 이는 암컷이 크고 영양소가 풍부한 난자라는 지참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P293
교미에 성공한 수컷은 자식을 위한 귀중한 영양 공급원을 얻는다. 교미 전의 암컷이라면 잠재적으로 유리한 흥정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러나 일단 교미가 끝나면 흥정은 끝난다. 암컷의 난자가 이미 수컷에게 제공됐기 때문이다. - P293
비록 이미 그 프로젝트에 많은 투자를 했다고 할지라도 투자를 중지하고 그 계획을 포기하는 것이 장래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즉시 그렇게 해야만 한다. - P295
성 간의 전쟁은 포식과 관계가 깊다. - P554
암수의 행동은 달처럼 주기적으로 변화하며, 날씨처럼 변덕스럽다. - P554
암수 누구든 적절한 안정 비율에서 벗어나면 변화를 일으킨 성에 불이익을 가져온다. 그 변화는 이성 전략의 상대 비율을 변화시키며 이로 인해 변이를 일으킨 개체는 불리해진다. 이 때문에 ESS는 유지될 것이다. - P299
수컷 중에는 분명히 남보다 좋은 유전자를 많이 가진 개체가 있을 것이며, 이 좋은 유전자는 딸과 아들의 생존 가능성에 도움을 줄 것이다. 외관상의 단서로 암컷이 어떻게든 수컷이 지닌 좋은 유전자를 탐지할 수 있다면, 암컷은 자기 유전자에 아비의 양질 유전자를 결합시켜 자기 유전자를 유리하게 할 수 있다. - P305
암컷이 찾고 있는 목표 중 하나는 생존 능력의 증거다. - P306
수명 그 자체가 왕성한 생식력의 증명이 될 수는 없다. 장수하는 수컷은 반대로 번식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존해 왔는지도 모른다. - P306
다윈주의의 선택은 선택이 작용할 수 있는 유전적 변이가 충분히 있을 때에만 작용할 수 있다. - P555
물리적 환경에 대한 적응과 비교해 볼 때 질병 저항성에 대한 적응에는 뭔가 다른 점이 있다 - P557
질병은 매우 강력한 재앙이므로 암컷이 잠재적인 짝에서 그 저항성을 알아차릴 수 있는 모종의 능력을 갖는다면 이는 암컷에게 매우 이로울 것이다. 진단을 잘하는 의사처럼 행동하여 가장 건강한 수컷만을 짝으로 선택하는 암컷은 자손에게 건강한 유전자를 얻어 주는 셈이다. - P557
한 종류의 점액종 바이러스에 대해 저항성을 나타내는 유전자는 즉각적인 돌연변이로 만들어지는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에는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유행병의 무한한 주기를 통해 계속된다. 기생 동물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암컷들도 건강한 짝을 찾는 부단한 노력을 그만둘 수 없다. - P558
새에서 흔히 질병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설사다. - P559
인간의 발기는 순전히 혈압 때문에 생긴다. - P560
발기 실패는 당뇨나 일종의 신경계 질환 초기임을 알리는 경고 신호로 알려져 있다. 더 흔하게는 우울, 걱정, 스트레스, 과로, 자신감 상실 등의 심리학적 요인에 기인한다. - P560
감수해야 하는 위험보다 광고 효과가 더 크다면 군침을 흘리는 포식자 무리 앞에서 재주를 넘는 동물도 있을 것이다. 바로 그것이 위험하기 때문에 과시 효과를 갖는 것이다. - P569
자연선택이 끝도 없는 위험을 선호하지는 않을 것이다. 과시가 그야말로 무모해지는 시점부터는 불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 P569
위험하거나 대가가 많이 따르는 쇼는 우리 눈에 무모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알 바는 아니다. 자연선택만이 판단할 권리를 갖기 때문이다. - P569
동물계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번식 체계, 예를 들면 일부일처제, 난혼, 하렘 등은 모두 암수사이 이해 대립의 관점으로 설명될 수 있다. 암수 누구나 자신의 생애 동안 총 번식 성적이 최대화되기를 ‘바란다‘. - P312
효율적인 생존 기계는 대립하는 선택압 간의 타협의 산물로 생각될 수 있다. - P313
인간의 생활양식이 유전자보다는 문화에 의해 주로 결정됨 - P317
사회성 곤충의 고찰 없이는 동물의 이타적 행동에 대해 완전히 살펴보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 P321
만일 동물이 무리를 지어 산다면 그들 유전자는 그들이 투입한 것보다 더 큰 이익을 얻는다고 볼 수 있다. - P321
집단생활의 이점으로 가장 많이 제안되는 것은 포식자에게 먹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 P322
케이비cave라는 말은 ‘조심하라‘는 의미의 라틴어에서 온 말로, 학생들이 선생님이 가까이 온다는 것을 급우에게 알리는 데 아직도 쓰인다. 이 이론은 위험에 처했을 때 덤불 속에서 몸을 웅크리고 가만히 있는, 위장 색의 깃털을 가진 새들의 행동을 설명하는 데 적당하다. - P326
소개하고 싶은 또 하나의 이론은 ‘대열을 이탈하지 마라‘이다. 이 이론은 포식자가 접근하면 나무 위로 날아가 버리는 새에게 적합하다. - P326
꿀벌온 고도의 사회성을 가진 곤충이다. 이 외에도 말벌, 개미, 그리고 흰개미 등이 사회성 곤충으로 알려져 있다. - P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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