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와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의 대결이후 일어난 바둑계의 지각변동에 대해 상당부분 지면을 할애하여 서술하고 있고, 이와 관련하여 인공지능이 바둑 외의 다른 분야(저자가 속한 문학업계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까지도 조심스레 예상해보고 있다.

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는 바둑이라는 것이 그것을 두는 사람의 철학이 담긴 일종의 예술인지 아니면 냉정하게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지는데, 오랜기간 프로 바둑기사로 이름을 날렸던 유창혁 9단의 말은 나를 포함한 독자들에게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보게 만든다. 유 9단은 바둑을 예술이라기보다는 결국엔 승부를 겨뤄야 하는 스포츠라는 점을 명확히 말하고 있다.

본문을 쭉 읽다보면 물론 모든 프로바둑기사들이 유 9단의 생각과 똑같진 않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이것은 기사들마다 각자 목표하거나 추구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독자인 나의 개인적인 생각을 좀 덧붙여보자면, 유 9단 같이 승부를 중시하는 프로 기사들의 경우 물론 바둑에 담긴 어떤 철학이나 예술성 같은 것들을 싸그리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돈을 받는 프로기사로서 어떤 결과물(예를 들면 대회 우승 같은 것)을 만들어냄으로써 그에 수반되는 상당한 부와 명예를 좀 더 우선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반면 바둑에는 철학과 예술이 담겨있다고 말하는 기사들의 경우에는 앞서 언급한 부와 명예같은 외적인 가치보다는 비록 눈에 보이진 않더라도 나름대로 숭고하다고 여겨지는 어떤 내적인 가치에 좀 더 우선순위를 두고 바둑을 바라본다는 느낌이 든다.

사람들마다 성향과 가치관의 차이가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기에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라고 섣불리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결국에는 여기서 말하는 바둑이 됐든 바둑이 아닌 다른 어떤 분야가 됐든 간에 각자가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잘 생각해보고 거기에 맞게 매순간 의사결정을 해나가면서 주어진 인생을 살아나가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바둑에 예술적인 부분도 있고 게임적인 부분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승부죠. 우리가 어떤 작품을 발표하고 누구한테 보여주는 게 아니잖아요. 승부를 통해 보여주는 거죠. 예술적으로 화려하게 마무리한다 해도 승부에서 지고 패자가 되면 그 작품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 그런 걸 예술이라고 얘기하기는 힘들죠. 승부에서 이기고 높은 경지에 올라가는 과정에서 예술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는 거지, 그 전체를 예술이라고 하는 얘기는 좀 안 맞는 거 같아요." _유창혁 9단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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