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그리스에서 불볕천지 튀르키예까지 - 무라카미 하루키 여행 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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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그리스와 튀르키예를 여행한다고 하면 그리스는 신전이 많은 아테네 일대를, 그리고 튀르키예는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각종 유명 건축물을 본다든가 혹은 카파도키아의 열기구 등을 체험하고 오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음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여행한 그리스는 아토스 반도라고 하는 수도원들이 다수 모여있는 성스러운 곳이었다. 그리고 튀르키예는 마치 육상 트랙을 한바퀴 돌듯이 북쪽의 흑해와 동쪽의 러시아, 이란, 이라크, 시리아와 접한 국경지대, 남쪽의 지중해를 거쳐 서쪽의 에게해에 이르는 외곽지역을 3주에 걸쳐 한바퀴 쭉 도는 일정이었다.

먼저 나오는 그리스 편부터 얘기해보자면, 저자가 방문한 아토스 반도라는 곳은 그리스 정교의 영향이 강하게 남아있어서 이와 관련된 수도원이 해안선을 따라 약간의 간격을 두고 위치해있다. 이곳은 세속적인 것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말그대로 수도하기 위한 수도사들이 많은지라 일반적인 도시들과는 다소 다른 성격을 띄는 곳이다. 실제로 이 아토스 반도에 들어가기 위한 절차가 굉장히 번거로워서 저자 일행도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 아토스 반도를 쭉 돌면서 수도원마다 공통적으로 저자 일행을 대할 때 그리스 커피와 우조(술) 그리고 루쿠미라고 하는 강한 단맛이 나는 과자를 내왔다고 한다. 그리고 방문하는 수도원마다 저자 일행이 겪었던 각종 에피소드들이 많은데, 수도원마다 문화가 조금씩 다르고 수도사들도 성격이 각양각색이라서 좋은 대접을 받은 곳도 있지만, 푸대접을 받아서 이래저래 고생했던 일들도 본문에서 확인해볼 수 있었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저자가 말했던 명언이 다시금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모든 일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여행을 할 때 모든 것이 내가 마음먹은대로, 내가 편한 쪽으로만 풀려나간다면 물론 좋겠지만 설령 그렇지 못하여 타지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을 경험하는 것도 어찌보면 새로운 경험이자 여행을 하는 거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위에서 간단하게만 언급했지만 이외에도 일일이 다 말하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있기에 자세한 내용은 책을 직접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린다. (독자인 내가 느낀 전반적인 분위기를 살짝 언급하자면 그리스 편은 뒤에 나오는 튀르키예 편보다는 그래도 긍정적인 얘기들이 조금이나마 더 나왔던 것 같다. 물론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스 편에 대한 언급은 이정도로 하고 이제 튀르키예로 넘어가보자.

저자 일행은 그리스 여행을 마치고 그리스에서 차로 에브로스 강(마리차 강) 이라는 곳을 건너 튀르키예로 넘어갔다.

본문에 따르면 양국(그리스와 튀르키예)의 역사적인 이유로 인해 두 나라 국경 인근은 군사적인 긴장감이 꽤나 높다고 한다. (이런 건 독자인 나로써는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역시나 인근 국가들끼리는 과거 수많은 전쟁 등을 통해 사이가 안 좋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튀르키예 이야기의 첫 번째 소제목은 바로 ‘군인의 나라‘ 였는데, 저자가 본문에서 튀르키예의 역사에 대해 조금이나마 언급해준 것들을 읽어보면서 왜 이 나라가 군인을 굉장히 중요시하는지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이후 현지 군인들을 만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쭉 따라 읽어나가면서 마치 독자인 나도 저자의 일행과 함께 튀르키예를 여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좀 더 읽다보면 저자가 튀르키예를 5가지 구역으로 나누어 해당 지역의 특색과 자신이 느꼈던 느낌들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를 통해 독자인 나는 튀르키예라는 나라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느낌 등을 보다 총체적으로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만약 튀르키예로 여행을 계획 중인 분들이거나 꼭 여행을 직접 가지 않더라도 이 나라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저자의 설명이 어느정도는 도움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이외에도 튀르키예, 이란, 이라크 국경지대에 있는 쿠르드인과 관련된 분쟁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아주 복잡미묘한 관계인 이 세 나라의 역학관계로 인해 중간에 끼어있는 소수민족인 쿠르드인들이 굉장히 난감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게 핵심인데, 이를 통해 전세계 소수민족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또한 본문 중간중간에 튀르키예의 특정 지역과 관련된 역사적인 얘기들이 소개되는데, 이를 통해 조금이나마 튀르키예와 관련된 세계사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다.


그리스 편과 마찬가지로 이 리뷰에서 저자가 방문한 튀르키예의 도시들과 각종 에피소드들을 일일이 언급하기에는 양이 너무 많은 관계로 자세한 내용들은 직접 책을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린다.(위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그리스 편에 비해 상대적으로 튀르키예 편의 경우 저자가 이런저런 것들로 인해 고생을 꽤나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기에는 튀르키예 지역의 열악한 환경도 물론 한 몫 했겠으나, 저자의 성향이나 취향이 튀르키예의 문화와 다소 궁합이 맞지 않았던 것도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좋았다고 느꼈던 점은 저자와 동행했던 사진작가가 저자 일행이 방문한 장소와 관련된 사진들을 본문 중간중간 심심치 않게 넣어 주어서 글만 읽을 때보다 좀 더 입체적으로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점이다. (덕분에 페이지 수가 좀 더 빨리빨리 넘어가서 좀 더 속도감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또한 이와 더불어 책의 맨 앞면과 뒷면에 저자가 여행했던 그리스와 튀르키예의 지명들이 나온 지도를 수록해 주어서 저자가 여행했던 여정을 수시로 확인하면서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도 내용을 이해하고 전반적인 흐름을 잡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맨 처음에 적었던 것처럼 비록 이 책이 그리스와 터키의 대표적인 관광지를 여행하고 온 것은 아니지만, 오지라면 오지라고 할 수 있는 지역들을 저자가 직접 방문하여 현지인들을 만나보고 겪었던 에피소드들을 다수 만나볼 수 있어서 찐 로컬 여행이 무엇인지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던 책이 아니었나 싶다. 덕분에 독자인 나도 간접적으로나마 두 나라를 만나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저자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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