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는 튀르키예인들이 외국인들에게 자국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그다지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과 함께 과거 제1차 세계대전 때 튀르키예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튀르키예의 역사에 대해 크게 아는 바가 없는지라 새롭게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다만 ‘피는 피를 부른다‘는 교훈만은 세계 어디에서나 비슷하게 적용되는 듯하다.

반(지금의 반이 아니라 예전의 반)은 과거에 아르메니아인들의 도시였다. 그리고 아르메니아인 분리주의자들은 제1차 세계대전 때 튀르키예로부터의 독립을 외치며 러시아군과 함께 도시를 점령하고 튀르키예인을 학살했다. 하지만 러시아혁명이 발발해서 혁명정부가 단독으로 평화협정을 맺고 군을 철수시키자 돌아온 튀르키예군이 보복으로 아르메니아인을 대량 학살하고(전국적으로 100만 명에서 150만 명 정도가 학살당했다고 한다)남은 아르메니아인들을 한 명도 남김 없이 다른 곳으로 강제 이주시킨 다음 도시 전체를 깡그리 폐허로 만들어버렸다. - P291

튀르키예인을 비방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튀르키예인이 괜찮다는 것치고 실제로 괜찮은 경우는 별로 없다. 물론 그들이 거짓말쟁이라는 말은 아니다. 그들은 가끔 너무나 희망적인 견해를 취하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 즉, I hope that it is so(그랬으면 좋겠네요)"가 자기도 모르게 "It has to be so(그래야 해요)"가 되고 결국에는 "It sure is so(분명코 그래요)"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 P294

그들에게 길을 물어서 "아아, 바로 나와요. 100미터 정도만 가면 돼요"라는 말을 듣는다면 600미터는 더 가야한다는 뜻이다. 그들은 상대방에게 가까운 것이 좋겠지라는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가깝다는 식으로 얘기해버린다. 호의적으로. 그것은 단지 감정적인 친절일 뿐이다. 그 증거로 튀르키예에서 몇 번이고 길을 물어봤지만 멀다는 식으로 알려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카리의 치안에 관한 질문에도 모처럼 튀르키예에 와준 사람들이 아닌가, 괜찮아야 할 텐데라는 생각에 그렇게 말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잠시 그 사실을 깜빡잊고 그 말을 그대로 믿어버렸다. - P296

쿠르드인 문제는 너무나 복잡하고 뿌리 깊은 문제다. 쿠르드인은 7세기부터 존재했고 고유의 문화와 언어를 가진 민족이면서 자신들의 나라를 거의 갖지 못했던 비극적인 민족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민족자결주의 원칙에서도 제외당했고 지금도 튀르키예, 이라크, 이란 3개국에 걸쳐 있는 지역에 살고 있다.(시리아와 소련에도 일부 있다.) 쿠르드인은 자긍심이 높은 민족이기 때문에 아랍인이나 튀르키예인과의 동화를 꺼리며 주변의 모든 나라에서 격렬한 분리독립운동으로 탄압을 받고 있다. 쿠르드인의 숫자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1천만 명에서 2천만 명 정도로, 튀르키예에는 그중 800만 명이 산다고 하는데 정부가 취하고 있는 강압적인 동화 정책 때문에 음악과 출판을 포함해 그들의 문화 활동은 공식적으로 금지되고 있다. - P296

튀르키예 정부로서는 이라크와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은 속사정도 있다. 왜냐하면 튀르키예는 석유 공급을 완전히 이라크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로부터의 석유 공급이 끊기면 튀르키예 경제는 괴멸되어버린다. 그래서 이라크 부대가 쿠르드인을 쫓아 튀르키예로 국경을 넘어와도 노골적으로 이라크군의 행동을 비판하지 못한다. - P298

튀르키예에서는 담배를 권하는 것이 우호 교류의 첫걸음이고 특히 시골에서는 말보로가 높은 평가를 받는다. - P321

24번 국도는 이라크 국경 도시 지즈레에서 시리아 국경을 따라 곧장 서쪽을 향해 뻗어 있는 산업도로다. 지중해에 닿은 뒤에는 다시 북쪽으로 향한다. 이 도로는 이라크에서 수입한 석유를 트럭으로 북부로 옮기기 위해 만들어졌다. 또 다른 이름은 ‘디카트 도로‘, 이곳을 통행하는 대부분의 자동차는 대형 석유 수송차인데 뒤에 커다랗게 ‘디카트!(조심!)‘라고 쓰여 있기 때문이다. 그 옆에는 기분 나쁜 해골마크가 그려져 있다. - P328

소가 어슬렁거리는 중심가를 따라 지즈레는 문자 그대로 두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그 이유는 이 도시에 커다란 두 가문이 있는데 서로 오랜 세대에 걸쳐 피 튀기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도 시칠리아와 비슷하다. 이 두 가문의 사람들은 서로 말도 하지 않는다. 사는 곳도 다르다. 그들은 중심가를 경계로 오른쪽과 왼쪽으로 갈라져서 살고 있다. 그리고 절대로 서로 섞이려고 하지 않는다. 이쪽에 우체국이 있고 저쪽에 약국이 있다. 하지만 이쪽 사람은 저쪽 약국에 들어갈 수 없고 저쪽 사람은 이쪽 우체국에 올 수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비슷한 비합리적이고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남의 나라에 있는 남의 도시다. 비판은 삼가자. - P345

"이이 악샴라르"(튀르키예의 저녁 인사) - P346

디야르바키르는 쿠르드인 도시다. 큰 도시다. 이 부근 인구의 대부분은 쿠르드인이다. 그래서 이곳 주변은 군부대투성이다. 그런데 이 부대들은 도시를 지키기 위한 부대가 아니라 도시를 포위하고 감시하는 부대다. 디야르바키르에 도착하기 전에 잠깐 들렀던 마르딘이라는 도시 외곽의 기지에서는 야포의 포신이 모두 쿠르드인이 사는 마을 쪽을 향하고 있었다. 쿠르드인의 반란이 일어나면 바로 포격을 가할 기세다. 정말 너무하지 않는가. 남의 나라, 남의 마을 일이라고 치부하면 그뿐이겠지만. - P347

디야르바키르는 원래 교통의 요충지로 이 지역을 차지한 여러 민족의 지배를 받아왔다. 로마인이 이곳을 지배했을 때는 사산왕조 페르시아에 대한 최전선 요새가 되었다. 다음으로 페르시아인이 이 도시를 손에 넣었지만 오래가지 않았고 비잔틴제국의 손에 넘어갔다. 그다음으로 이슬람교도 아랍인들, 우마이야왕조와 아바스왕조의 아랍인들이 쳐들어왔다. 그다음으로는 마르완왕조의 쿠르드인이 쳐들어오고, 셀주크제국이 오고, 백양왕조의 투르크멘인이 오고, 다시 페르시아인이 오고, 마지막으로 오스만제국의 손에 넘어갔다. 정말이지 현관 매트 같은 도시다. - P349

뭔가를 쓸 수 있을 때 써두지 않으면 어디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여행에 대해 뭔가를 쓸 때는 일단 무엇이든 좋으니 상세히 바로 메모하는 것이 중요하다. - P349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존재라는 것은 인식을 기반으로 삼는 것이다. - P352

튀르키예의 맥줏집은 마치 맥주를 마신다는 행위가 인간에게 중대한 죄라도 되는 듯이 대부분 어둡고, 외설스럽고, 수상하고, 기분 나쁜 냄새가 난다. 인생의 낙오자가 모여드는 곳 같은 느낌이 든다. 손님들도 무뚝뚝하고 어두운 얼굴로 맥주를 마시고 있다. - P352

제톤(전화용 코인) - 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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