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의 유서 위픽
백세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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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얇은 책이라 순식간에 읽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내용을 떠나서 책 디자인이 너무 예뻤다. 마치 고급진 초콜릿처럼 겉표지가 정사각형으로 금이 그어져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사각형 안에 책 제목이 한 글자 한 글자 박혀있어서 원고지를 모태로 만든 디자인 같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속 내용은 마냥 예쁘다고만 보기는 어려웠다. 주인공인 이샘이라는 인물이 다소 우울해보였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은 메인화자인 '이샘'이라는 인물과 스페인 출신의 '파울라' 그리고 직접적으로 등장하진 않지만 이샘이 편지를 전하고자 했던 '강토' 이렇게 3명이다.

이샘이라는 캐릭터는 이 책을 쓴 저자의 모습이 상당부분 반영된 것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책 마지막 부분에 수록된 작가의 말에서 저자가 이샘이 자신의 실제 성격과 유사한 캐릭터라고 인터뷰한 내용도 있었다. 다만 좀 아쉬웠던 것은 외모에 대한 자기 비하와 질투심이 너무나도 컸던 나머지 자기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이샘의 모습이었다. 이로 인해 스스로를 방안에 가두고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어쩌다 간혹 밖을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다가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보게 되면 마치 아물었던 상처부위가 다시 터지는 것처럼 열등감과 자괴감에 빠져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독자로써 참 마음이 아팠다.

파울라라는 캐릭터는 이샘이 쓴 책을 스페인어로 번역한 인연으로 인해 이샘과 연결고리가 생긴 인물이다. 소설 속에서 이샘과 파울라는 합정역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데, 이샘은 자신의 예상과는 달리 너무나도 아름다운 파울라의 모습에 겉으로는 티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외모에 대한 열등감과 자기연민에 빠져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파울라에 대한 미움이라기보다는 자기자신을 사랑하기 힘들어하는 이샘 자신의 내면의 문제이다.

이후 여차여차하여 이샘이 파울라의 고향인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여행을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유명한 건축가인 가우디가 설계했다고 알려진 까사 바트요, 까사 밀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등을 보면서 곡선의 아름다움에 매료되기도 한다.

속칭 '가우디 투어'라고 알려진 이 투어를 하면서 이샘은 가이드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웅장한 외견에 압도당한 채 들어가면 다소 허전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하지만 내부는 다양한 색의 빛으로 가득차 있다고.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환한 빛이 가득차 있다고.' 그 말이 좋았어. (p.8)

외관상의 아름다움이 마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며 살아왔던 이샘에게 가이드의 이 말은 나름대로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처럼 보였다. 외면뿐만이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이샘은 강토에게 편지를 남기는데 여기서 생(生)에 대한 의지와 더불어 삶에 대한 회의감도 함께 드러낸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더불어 도무지 살아갈 자신이 없어보이는 듯한 이러한 이중적인 모습을 보면서 독자인 나는 처음엔 이게 대체 뭔가 싶었지만, 바르셀로나라는 외국도시에 있다가 현실인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느낄 수 있는 복합적인 감정일 수도 있겠다는 나름의 결론에 이르렀다.

이러한 복합적인 감정이 내면에서 오락가락하던 이샘은 결국 강토에게 이런 말을 남긴다.

'강토. 난 결국 나를 이길 수 없을 거 같아. 그래서 유서를 썼어' (p.44)

물론 소설 속에서 이샘이 죽는 장면까지는 직접적으로 나오진 않았다. 그냥 강토가 보고싶다는 말만 남긴다. 뒷부분에 나온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강토라는 인물은 작가 자신이 언제나 믿고 편하게 의지할 수 있는 친구였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속마음을 가감없이 강토에게 편지 형식을 빌려 전한 듯하다.


소설 속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실제로 이 책의 저자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나온다. 나무위키를 보면 생전에 우울증이 심해서 병원 약을 처방받을 정도였다고 하니 정신적으로 굉장히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보냈던 것으로 추정된다.

독자인 내가 저자에 관해 잘 알진 못하지만, 이 소설 속에 등장했던 이샘이라는 인물이 저자의 분신과도 같다고 본다면, 결국 자기 비하와 과도한 질투심은 궁극적으로 스스로를 괴로움이라는 블랙홀 속으로 끊임없이 빠져들게 하는 치명적인 독(毒)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만약 소설 속 이샘과 같은 성격을 갖고 있는 독자들이 있다면 남과 비교하면서 열등감을 느끼거나 자기자신을 끊임없이 비하하는 행위를 하루속히 멈춤과 동시에 매사에 스스로 만족할 줄 알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말처럼 쉽진 않을 수도 있겠지만 하나하나 하다보면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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