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기회가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책 제목에 나온 바르셀로나는 개인적으로 다른 책이나 여행 유튜브 또는 TV프로그램 같은 데서 종종 만나봤던 곳이라 그리 낯선 느낌은 아니다. 비록 실제로 가보지는 못했지만 그곳에 대한 인상이나 기억은 꽤나 좋은 편이다.

다만 뒤에 나온 유서라는 단어가 조금은 마음에 걸렸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책을 쓴 작가는 무슨 이유인지는 명확히 알진 못하지만 비교적 이른 나이에 이 세상과 작별했다는 소식을 어디선가 봤던 기억이 난다.

출간연도를 보니 이 책은 작가가 살아생전에 썼던 마지막 유작이었던 것 같다. 이 책 출간 이후에 새로 나온 책이 없기 때문이다.

죽음에 대해서 잠시 언급하다보니 잠깐 쓰는 글임에도 괜시리 내 마음이 먹먹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아직 읽기 전이라 어떤 내용들이 나올진 알 수 없지만, 작가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썼던 글을 통해 바르셀로나라는 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과 더불어 등장인물들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감성도 느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래본다.

가장 먼저 밑줄친 문장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인 가우디가 설계했다고 알려진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독자인 나도 이 성당에 대해 영상이나 이미지 등으로 여러 번 접해본 기억이 있기에 작가가 느낀 것과 내가 이 성당에 대해 가졌던 느낌을 비교해보면서 읽어보는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만약 향후에 기회가 된다면 바르셀로나에 직접 여행을 가서 실물을 체감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듯하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웅장한 외견에 압도당한 채 들어가면 다소 허전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하지만 내부는 다양한 색의 빛으로 가득차 있다고.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환한 빛이 가득차 있다고.
그 말이 좋았어. - P8

인생은 왜 아무리 생각하고 대비해도 내 안에 없는 방향으로 향할까? - P15

예쁜 사람들 앞에선 늘 그래. 약해지고 기가 죽고 시녀처럼 벌벌 기게 돼. 앞에 레드카펫을 깔아준 채 편히 지나가십시오, 하고 싶고. 신부 들러리처럼 뒤에 서서 드레스를 정리해주고 싶어진달까. - P16

안 하던 거를 자꾸 해봐야 한다 - P24

웃으면 역시 힘이 나나 봐. - P47

마음에 블랙홀이 있는 여자를 피해야 한다고. 그들은 그 어떤 것에도 만족할 수 없다고. - P48

"까사 바트요는 가우디가 바다를 상상하며 만든 집이에요. 이곳에 직선은 거의 없습니다. 문도, 창도, 계단 손잡이도 모두 곡선입니다." - P64

가우디는 곡선을 좋아했대. 나는 그 곡선들 사이에서 직선처럼 삐걱거리며 걸었어. - P64

그의 위대함에 비해 죽음은 너무 허무했어. 전차에 치였는데, 다들 노숙자로 여기며 빈민들이 치료받는 무상 병원에 놔두고 가버렸대. - P66

"옷차림만 보고 판단하는 이들에게 이 거지 같은 가우디가 이런 곳에서 죽는다는 걸 보여줘라. 난 가난한 사람들 곁에 있다가 죽는게 낫다" - P66

똑바르지 못한 선, 계속 돌아 나가는 구조, 한 번 꺾이고 다시 부드럽게 이어지는 곡면들. 나도 이 집처럼 생긴 건 아닐까 생각했어. 돌고 꺾이고 가끔 빛을 받으면서 결국 살아있잖아. - P68

나는 나를 싫어하지 않아. 난 나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지금의 내 모습이 싫은거야. 내 안에 시커먼 물만 줄줄 흐르지 않는다는 것도, 깊고 빛나는 것들이 있다는 것도 알아. 매일 내가 평범하다고 부르짖지만 대체로 똑똑할 때가 더 많다는 것도, 나만이 보고 쓸 수 있는 것도 있다고 생각해. 사람들은 내 솔직함이 부럽다고 하지만, 난 거짓말쟁이였던 거지. 솔직함이라는 탈을 쓰고도, 제일 큰 거짓말은 결국 나 자신에게 했던 셈이야. - P72

결론은 아직 다 끝내고 싶지 않다는 거야. - P73

내가 얼마나 나를 아끼는지, 얼마나 싫어했는지, 또 얼마나 좋아하고 싶어 했는지를 알아줬으면 해. - P73

여전히 죽고 싶진 않고, 살고 싶은 것도 아니야.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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