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최근 읽었던 몇몇 책들(《서왕모의 강림》, 《공간 인간》)의 영향을 받아서인지는 몰라도 요 근래에 세계사와 관련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물론 이외에도 최근 이란과 미국간의 극심한 갈등과 같은 국제정세의 흐름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오늘 읽기 시작하는 이 책은 얼핏보면 직접적으로 최근의 국제정세와는 관련이 없어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본질적인 측면에서 생각해본다면 자본주의가 대다수인 이 지구촌에서 돈 또는 경제적인 이득을 배제한 채 어떤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 오히려 본질을 망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에 나오는 회계와 관련된 역사에 대해 알아보면서 이 세계가 어떤 이해관계를 가지고 서로 간에 얽히고 설켜있는지를 조금이나마 알아가는 시간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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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니 알게 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반코banco라는 것이다. 이것은 이탈리아어로 은행을 지칭하는 용어인데, 은행이 과거 해상 무역을 하던 상인들에게 여러모로 유용하게 활용되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않게 찾아볼 수 있는 은행이라는 것이 이탈리아에서 최초로 시작되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로 느껴졌다.

역사는 숨겨진 지식의 보고다. - P7

‘규칙이나 구조가 존재하는 의미‘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 P7

아이를 버린 비정한 남자의 이름은 ‘세르 피에로 다빈치Ser Piero daVinci‘다. 이탈리아어 ‘세르ser‘는 ‘각하‘나 ‘귀하‘라는 의미의 경칭이기도 하지만 공증인‘이나 법률가에게 붙이던 칭호이기도 하다. 그의 이름을 풀이하면 ‘빈치 마을에 사는 공증인 피에로‘라는 뜻이다. - P15

공증인은 상속 등 가족 간의 결정이나 상거래상의 약속 등을 문서로 ‘기록‘하고, 그것을 ‘보증‘하는 일을 한다. - P17

<토비아와 천사>는 《구약성서》의 외전 《토비트서》를 바탕으로 한, ‘효행이 지극한 상인의 아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 P19

위험을 무릅쓰고 배를 타고 나서는 남자들, 곧 용감한 선원 리시카레risicare가 이윽고 ‘용기가 있는 자‘라는 의미로 사용되었고, 또한 ‘리스크risk‘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말로 바뀌었다. - P22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 자는 큰돈을 거머쥘 수가 없다." - P22

리시카레를 비롯해 당시의 상인들은 리스크는 ‘피하는 것‘이 아니라 ‘도전하는 것‘이었다. - P22

나침반의 중심에서 방사하는 방위선을 그려 넣어서 만든 해도가 포르톨라노 해도다. 포르톨라노 해도는 13세기 무렵 이탈리아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 P25

환어음거래는 입금과 출금을 하는 사람, 장소, 시간이 달라진다. 장소가 달라짐으로써 ‘서로 다른 통화를 환전‘할 필요가 생겼고, 시간이 달라짐으로써 ‘환전 비율 변동‘이 발생했다. 반코(banco, 이탈리아의 은행을 지칭)는 이런 점을 능숙하게 이용해서 수수료로 돈을 벌었다. - P26

베네치아의 반코는 리알토 거리의 책상 하나에서 시작되었다. 반코는 책상이란 뜻이다. 은행원 banker은 원래 ‘책상에 앉아 고객과 돈을 주고받는 사람‘이었던 셈이다. 노상에서 책상을 펼쳐두고 고객과 마주 앉아 공손하게 거래를 하던 그들은 이윽고 상인들을 도와주기 위해 서비스의 범위를 확대했다. - P27

각 도시국가마다 서로 다른 통화를 사용했던 당시에 반코는 통화 환전 서비스를 시행했다. 그리고 환어음을 발행하여 원격지 무현금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런 거래가 마침내 국제적인 환전 · 결제 네트워크로 발전했고, 각국의 지점 및 다른 은행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까지 발전했다. 반코는 이런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았다. 무역의 규모가 커지고 무역의 대상이 확대될수록 상인들은 조금 비용이 높아도 좀 더 편리하고 안전한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 P27

중세 기독교가 이자를 금지했던 까닭은 ‘시간은 신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시간은 신의 소유물이었기에 거기에서 생긴 ‘이자‘ 또한 신의 것이었다. 따라서 이자를 신이 아닌 인간이, 상인이 취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것이 당시의 상식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상인들은 ‘돈을 빌려야‘ 했다. - P28

고민 끝에 융자 거래는 ‘이자와 관계가 없다‘는 논리를 쥐어짜냈다. 융자의 대가로 받는 돈은 ‘다른 곳에 사용하면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대한 보상이라고 설명했다(우리가 ‘기회손실‘이라고 부르는 개념이다). 이 잃어버린 기회에 대한 보상‘은 우수라(usura, 중세 시대에 이자를 지칭했던 용어)와 구별해서 ‘인터레세interesse‘라고 불렀다. 이 인터레세가 ‘인트레스트interest (금리)‘의 어원이다. 참 놀랍게도 ‘인트레스트‘는 이자를 위장하기 위한 억지소리에서 비롯되었다. - P29

상거래든 인생이든 불리한 여건이나 중압감은 오히려 사람을 성장시키고 혁신을 창출하는 자극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 P29

여러 곳을 순회하며 상업 활동을 하는 사람에게 ‘자금 융통‘은 꽤 중요한 문제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못한 상인은 ‘상품을 판매한 돈으로 매입대금을 지불하는 일도 심심찮게 있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상인의 모습을 본떠 매입과 판매에 필요한 자금을 ‘워킹캐피털working capital (운전자본)‘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 P30

반코 덕분에 상인들이 상당히 상업 활동을 하기 쉬워졌다...(중략)... 반코도 상인들이 이용해준 덕분에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확대시킬 수가 있었다. 분명 반코와 상인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거래였다. - P30

상인이 한 가게에서 수중에 있는 돈만으로 장사를 한다면 세세하게 장부에 기입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탈리아 상인과 반코는 사업이 성공해서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필히 ‘기록해야했다.‘ 이렇게 해서 상업 활동이 활발했던 중세 이탈리아에서 ‘장부‘를 기입하기 위한 부기 기술이 탄생하게 된다. 즉, 은행과 부기는 이탈리아에서 생겼다. - P31

‘대차대조표는 오른쪽의 조달에서 왼쪽의 운용으로 살펴보면서 좌우 균형을 보는‘ 것 - P33

베네치아 상인들이 매일의 거래를 장부에 기록한 방법이 훗날 부기의 원조라고 불리는 ‘베네치아식 부기(복식부기)‘다. - P35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대차대조표를 ‘빌란치오bilancio‘라고 일컬었다. 빌란치오는 현장재고조사를 통해 작성되었으며 대차대조표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 P33

종이는 펄프를 얇게 펴서 만들었는데, 펄프는 칼로 잘게 자른 오래된 천을 통에 넣어 부패시킨 것을 말한다. 이 공정을 생각하면 종이를 영어로 ‘페이퍼 paper‘라고 쓰는 것은 정확하지 않은 표현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페이퍼의 파피루스는 식물로 만든 종이를 가리키는 것이며, 여기에서 말하는 어원인 ‘종이‘는 의류를 원료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 P36

스푸마토(공기원근법) - P44

루카 파치올리 Fra Luca Bartolomeo de Pacioli : 이탈리아의 수학자, 수도승. 《산술, 기하, 비율 및 비례 총람》,《신성비례론》등을 집필했다. - P45

레오나르도가 살았던 ‘중세‘는 흔히 암흑시대라고 불린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중세‘란 기독교가 지배하던 ‘신의 시대‘였다. 교회의 가르침은 절대적이었으며, 사람들은 그에 따라 살아가야만 했다. 교회의 가르침만이 진실이며 그것을 ‘믿는 자만이 구원되는‘ 시대다. ‘인간답게 사는‘ 태도는 허용되지 않았다. 르네상스 운동은 이와 같은 억압적인 공기에 반발하면서 나왔다. 그 근저에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자유를 갈망하는 욕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교회의 가르침을 포함하여 온갖 상식에 대해서 ‘왜?‘라고 묻기 시작했다. - P47

르네상스란 프랑스어로 ‘재생‘이란 뜻이지만, 거기에는 중세 이전의 역사로 돌아가서 ‘인간다움을 되찾자‘는 의미가 있다. - P48

부기는 반코와 같이 상인들에게 ‘상거래의 현재 상태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 부기가 보급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선생인 루카 파치올리다. - P48

‘메디치‘는 의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 P52

"가능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하라(Stay out of Public Eye)." - P53

‘왕이나 귀족은 언제 배신할지 모른다‘ - P53

‘편한 융자로 돈을 벌려고 하지 말고 성실하게 일해서 돈을 버는 편이 좋다‘ - P53

상대의 상환 능력을 생각해서 ‘어느 정도 돈을 빌려줄지‘를 판단하는 것이 여신관리다. 여신관리를 실패해서 지나치게 많은 돈을 빌려주면 회수를 하지 못할 수가 있다. 여신관리는 반코(은행)뿐 아니라 현금판매나 외상판매를 하는 상업가에게도 ‘회수 불능을 피하기‘ 위한 중요한 문제다. - P53

‘좋은 것을 창작해내면 사준다!‘ - P58

중세시대 이탈리아는 제각각 독립된 도시국가들의 집합체였다. 베네치아, 피렌체, 밀라노, 나폴리, 제노바는 ‘각각 서로 다른 국가‘였던 셈이다. 이탈리아 음식에 ‘나폴리풍 피자‘, ‘밀라노풍 커틀릿‘, ‘제노바 파스타‘와 같이 지명이 붙은 메뉴가 많은 것이 그 흔적이다. 이탈리아의 각 도시, 곧 각국은 제각각 독자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 P59

중세의 피렌체나 다른 내륙도시에서 활동했던 콤파니아는 지속적으로 상거래가 이루어지게 되면서 등장했다. 이 말이 나중에 회사를 의미하는 컴퍼니 company가 되었다. 이것은 원래 ‘com(함께)‘, ‘pan (빵을 먹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즉, ‘컴퍼니‘는 ‘함께 빵을 먹는 동료‘였던 셈이다. - P61

이탈리아에서 장부를 기록하는 관습은 12~13세기 무렵에 이미 존재했다. 단, 지역이나 상인에 따라 제각각 다르게 기록했다. 그렇게 천차만별이었던 기록하는 방법을 하나로 정리해서 보여준 사람이 루카 파치올리다. - P62

마피아 영화에서 ‘배신자‘는 꼭 ‘강도질이 성공한 직후‘에 나타난다. 싸움, 배신, 분열 등은 거의 항상 ‘돈을 훔친 뒤‘ 일어난다. 이것을 회계의 세계에서는 ‘이윤의 분배‘를 둘러싼 문제라고 말한다. - P63

동료들이 갈라서거나 다투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결산‘을 해서 이윤을 분명히 하고 정확하게 ‘분배‘해야 한다. - P63

부기는 대내적인 ‘이윤의 분배‘를 둘러싸고 생기는 분쟁을 감소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 P64

루카 파치올리 선생의 가르침에 따라 매일 꼼꼼하게 거래를 기입하고 1년 후 장부를 집계하면 ‘1년 동안 벌어들인 돈‘을 산출할 수 있다. 이것이 회계 기간의 이익과 손해를 나타내는 유량flow 정보다. 또한 결산일에 재고조사를 하면 결산일 시점의 재산의 내용‘을 알 수 있다. 이것이 저량stock 정보다. 이 유량과 저량 정보야말로 결산서의 원형이다. - P65

빌란치오Bilancio (기수와 기말의 재무변동으로 이익을 계산하는 서류) - P65

매일 장부를 작성하고 결산일에 재고조사를 하여 유량의 손익계산서(원인)와 저량의 대차대조표(결과)라는 두 가지 결산서를 작성했다(이 구조의 원형은 이탈리아시대에 완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 P67

부기는 기록의 정확성을 보증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경영의 적정성이나 경영자의 상업적 재능까지 보증해주지 않는다. - P69

"질투란 잡초와 같은 것이다. 결코 물을 주어서는 안된다." _코시모 메디치 - P74

"덕은 태어나자마자 동시에 그 반대쪽의 질투를 낳는다" _레오나르도 다빈치 - P74

어느 세계에서든 새롭게 도전하는 사람을 질투하고 방해하는 무리들이 있다. 질투에 사로잡히는 그런 무리의 마음속에는 ‘바뀌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 P75

어떤 국가나 회사든 내리막길에 들어서면 설수록 지위에 연연하는 무리들이 늘어나고, 다른 사람의 성공을 질투하고 방해하는 일들이 증가한다. - P75

세계의 중심은 지중해에서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로 바뀌어갔다. 그것은 역사가 ‘중세‘에서 ‘근세‘로 장이 바뀌는 중요한 단락이기도 했다. - P75

신이 지배하던 시대에서 인간 중심의 시대로 전환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로마숫자에서 아라비아숫자로 전환‘된 것이었다. - P80

인도에서 발명된 ‘0‘의 개념이 들어 있는 ‘아라비아숫자‘ 체계는 인도에서 아라비아를 거쳐서 유럽으로 전해졌다. 증오하는 적국의 숫자이기에 처음에는 곱지 않은 눈으로 보았던 유럽인들이지만 이윽고 아라비아숫자가 편리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건 꽤 쓸 만한 걸! 하고 감탄한 사람들은 세상은 신이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법칙‘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법칙‘에 대해서 아라비아숫자로 계산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아라비아숫자를 이용해서 온갖 여러 가지를 계산하고 숫자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여기에서부터 ‘과학‘이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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