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작년 마지막 날에 이 책과 동 저자의 작품인 《사탄탱고》를 완독했고, 라슬로의 작품을 하나씩 차례차례 만나보고 있다. 오늘은 현시점에서 시중에 출간된 라슬로의 작품 중 가장 페이지 수가 많은 책인《벵크하임 남작의 귀향》을 시작해본다.

본격적으로 독서에 들어가기 전, 뒷표지에 나온 책 내용에 관한 간략한 소개글을 읽어보았는데, 이 책의 주인공이자 제목에도 등장하는 벵크하임 남작이라는 사람이 망명 생활을 하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큰 도박 빚을 지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듯하다. 아마도 이 남작의 귀향 후에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서사가 본문에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어찌보면 당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말이긴 하나, 이 책의 맨 처음에 나오는 문장이다보니 뭔가 이 소설의 전반적인 것을 상징하는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밑줄을 그어보았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한 번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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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주의‘와 ‘경고‘라는 소제목의 글이 나오는데, 먼저 ‘주의‘는 단지 그냥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이 픽션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뒤에 나오는 ‘경고‘는 헝가리어의 특징인지 아니면 라슬로 저자 특유의 스타일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문장이 한 번도 끊어지지 않고 연속된 쉼표로 이어지면서 그 호흡이 굉장히 길게 이어지다가 맨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마침표가 딱 한 번 찍힌다. 개인적으로 읽는 동안 문장의 호흡과 독자인 나의 실제 호흡이 마치 물아일체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는데, 원 테이크(?)로 ‘경고‘ 부분에 나온 내용들을 읽어냈던 것 같다. ‘경고‘ 부분에 이런저런 내용들이 주저리주저리 나오는데, 이 부분의 내용을 불현듯 생각난 간단한 사자성어로 표현하자면 ‘사필귀정事必歸正‘ 정도로 얘기해볼 수 있을 듯하다. 밑줄친 문장 중에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화자는 일관되게 이러한 뉘앙스를 계속해서 내비친다.

영원ㅡ지속되는 한 지속되는 것 - P5

이해하려 애쓰지 말라는 것이 그의 조언 - P11

지금 맨 처음부터 이 일을 기쁨이 아니라 고통으로, 일종의 고된 노동으로 여긴다면 훨씬 견디기가 수월할 것 - P13

그가 말하길 그렇게 될 이유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요, 그게 전부이며 - P16

신의 진리에 따라 이 모든 것이 끝나기를 그저 기다리는 자 - P17

자신이 마땅히 기억해야 하는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자신을 보호할 수 없을 것 - P27

저년에게 전략이 있다면, 그가 머릿속이 캄캄해진 채 씩씩거리며 말하길, 그렇다면 내게는 소총이 있으며 나는 저년의 거창한 전략에 엿을 먹일 뿐 아니라 산산조각으로 날려주마, - P41

그녀가 이곳을 찾은 의도와 원인과 목표에 어떻게든 도달해야했던 것은 그러지 않으면 그녀가 다시금 자신을 들볶고 우위를 점하고 자신이 한동안 누리던 어느 정도의 질서를 뒤흔들 것이 뻔했으며 그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기 때문으로, - P50

보호의 본질이란 준비 가능성을 창조하는 것 - P54

그는 헝가로셀 패널 뒤에 앉아서 마치 사냥꾼과 사냥감이 뒤바뀐 듯 사냥감이 은신처에 틀어박힌 채 사냥꾼이 오기를 기다리듯 기다렸으나 - P67

영향력이란 당신 아버지의 엄연한 평판을 말하는 것인데, - P71

도덕 말이지요, 그건 지금은 단어에 불과하며 - P71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순수한 인간성과 명예를 찾는 길을 닦아야 하기 때문이요, - P87

수도에서조차 무엇 하나, 의회도 법원도 경찰서도 관공서도 작동하지 않고 모든 곳에서 모든 것이 썩어빠진 탓에 이 나라 어디에서고 그 무엇도 더는 작동하지 않는 이 절대적 혼돈 속에서 그녀는 ‘무해한‘, 즉 ‘무언가 해야 한다‘라는 이름의 단체에 가입하기로 마음먹었고, 말하자면 회원이 되었으며 게다가 그녀가 가입 이후로 줄곧 명백히 주도적 역할을 맡은 탓에 다들 처음에는 그녀가 무해한을 결성한 줄 알았고 - P99

자신을, 무엇보다 자신을 겁쟁이로 여기지 않도록 하려고 - P100

그의 삶을 못 견딜 것으로 만들고 싶고 그가 사는 곳을 못 견딜 곳으로 만들고 싶어, 그렇게 전해, - P100

내가 이 이끼들을 보는 것이 이끼 자체 때문이라면 이끼들은 내가 보든 말든, 내가 자기들에 대해 무엇을 알든,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도 안 하지 않는가, 이끼는 그냥 이끼이고 나는 그냥 나이고, 그거면 충분하지 않은가, - P103

이보이커 여사는 언제나 이 시점에서 미소를 지었으니, 비결은요, 그녀가 곧이어 말하길 비결 같은 건 없다는 거예요,
아가씨, 비결은 전혀 없어요, - P109

제대로 된 밀방망이를 가지고 넓은 도마에서 반듯하게 밀어요, 말랑말랑하고 노릇노릇하게 밀도 손으로 느껴봐야 해요, 그래야 어떤 노릇노릇한 색깔이어야 하는지 알 수 있어요, 다 됐는지 안 됐는지도 알수 있어요, 안 됐으면 느낌으로 알 수 있죠, 나의 귀염둥이, 그래요, 중요한 것은 반죽이 말랑말랑하고 노릇노릇해야 한다는 거예요, - P110

손으로 굴려야 해요, 손으로요, 아가씨, 손으로 굴리세요, - P110

저는 한 귀로 흘려버렸어요, 정말로요, - P112

그의 머릿속에서 멈출 수 없이 맴돈 문장은, 나치 돼지들, 너희는 결코 나를 못 이겨, 너희는 결코 나를 못 이겨. - P119

기차가 오기 전에 모든 일을 준비해야 한다, 그가 말하길 남작이 새롭게 시작하기 전에 가야 한다, 엉성한 실타래는 하나도 남기면 안 된다, 두엄 더미를 여기에 남겨두지 마라, 모든 것이 질서 정연해야 한다,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이니까, - P120

이제 낡은 방식을 쓸어버릴 때가 왔다, 우리는 조 차일드, 제이티, 토토의 세 무리로 나뉜다, 그래, 앞에 있는 너희 셋, 전에 했던 것처럼 말이다, 지금은 감정을 발산할 여유가 없다, 여기는 그럴 만한 때와 장소가 아니다, 내 말 잘 들어, 이제 우리는 저 쓰레기를 없앨 각오를 해야 한다, 규율을 갖추고, 저 오물을 쓸어버릴 준비를 해야 한다, 벌레 잡듯 짓이겨 연기로 날려버려야 한다, 내 말 알아듣겠나, 다들 찬성하리라 생각한다, - P120

기차가 오면 우린 그곳에 있을 것이다, 남작이 도착할 때 누군가 거기 서 있어야 한다면 그것은 우리이니까, 그런 뒤에야, 자네들도 이해하겠지만 우리가 역에서 해야 할 일을 마친 뒤에야, 말하자면 때가 되면, 그때가 언제인지는 내가 말해주겠지만 그러면 우리는 마음을 활짝 열어 감정을 발산할 여유를 가질 수 있다, 흐느낄 수 있단 말이다, - P121

두려워하지 말라, 고결한 작별의 기회는 있을 것이다, 작은별은 내 아우였을 뿐 아니라 자네들의 형제이기도 했으니까, 그래, 우리 모두의 형제였지, 하나로 뭉치는 가족처럼 말이다, 작별 인사를 건넬 기회는 있을 테니 걱정 마라, 그때는 올 것이다, 누군가가 작별 인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면 그건 바로 그이니까, 그가 모든 일을 했으니까, 그는 우리가 순수한 길을 따르게끔 하려고 목숨을 바쳤다, 그는 우리의 영웅이요, 순교자다, 결코 우리의 영웅을, 또는 순교자를 잊으면 안 된다, 그는 우리의 형제였다, 우리는 그에게 작별을 고할 것이다, 내가 말할 때까지만 기다려라, 그러면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우선 처리해야 할 일이 몇 가지 있다. - P121

결국 사람은 자신에게 기대되는 일을 하고 싶어 하며 - P155

아무리 나눠봐야 100유로와 50유로는 100유로와 50유로일 뿐이니까, - P158

어쩌면 그의 호기심을 동하게 하는 것만으로 충분할지도 몰라 - P158

하느님은 살아 계시고 살아 계시고 살아 계신다, - P160

지금 그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침묵 속에서 ‘홀로 있는 것‘이었다. - P170

제가 보건대 좋으신 주님께서는 우리가 서로를 위하도록 지으셨습니다. - P195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정확한 정보를 욱여넣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 P202

살아 있는 언어에서는 아무도 그 누구를 온전한 이름으로 부르지 않기 때문이니, - P202

그의 평생 목표는 단 하나이며 그것은 동료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바 - P202

정말로 도움이 되려면 알아야 할 것을 모두 알아야 하기 때문 - P203

그 시점에는 이미 이 남작이 불운의 화신임을 대충 눈치챘으니 그는 순식간에 이를 직감했고 여기에 끼어든다는 자신의 계획을 고집하는 것은 엉뚱한 말에 돈을 거는 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으나 그런 뒤에 그 생각을 떨쳐버린 것은 수상한 사건의 수수께끼 같은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으로, 그는 이런 분위기를 무척 좋아했으며 남작의 표현이 점차 감상적으로 변해가도 전혀 개의치 않았고 오히려 어떤 표현은 그의 피를 냉랭하게 식혔으니 그로서는 목적 없는 상투어와 어리석은 감상주의를 견디기가 무척 힘들었기 때문이거니와 이것들은 남작에게서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었는데, - P205

그가, 단테가 알고 싶은 것은 그의 계좌에 현금이 얼마나 있으며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었고 그가 궁금한 것은 은행 이름과 계좌 번호, 구체적 계획, 말하자면 이 늙다리 뼈다귀 자루가 이 쓰레기 더미 같은 나라에서 대체 뭘 하려는지였으니 그 주된 이유는 그가 사업상 거래를 하기 전에 항상 이론적 수익을 말하자면 그의 말마따나 연락처와 연락 방법을 파악했기 때문이지만 남작에게서는 이런 정보를 하나도 알아낼 수 없었으니 이 점에서 그는 매우 고독하거나 불신으로 가득하든지 아니면 그런 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다른 누군가가 그의 뒷배를 봐주든지 둘 중 하나일 테니ㅡ단테가 초조하게 추측하기로는ㅡ한동안은 전망이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는다며 그가 판단하길 유일한 예외는 그가 지금 로열플러시를 쥐고 있다는 것으로, - P206

운명은 그를 끊임없이 짓이기고 싶어 했지만 계속해서 다시 일어나고 숨 한 번 크게 쉬고 다시 아수라장에 뛰어들 수 있는 그런 예술가 말고 그가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생각할 수 있었겠는가. - P207

‘이 생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이 도시, 그리고 그 속에 있는 당신‘ - P224

나는 가장 힘들 때 이 도시를, 그리고 그 속의 당신을 생각하면 언제나 기운이 솟았고 실은 마지막으로 딱 한 번 당신을 찾아가 직접 이야기하고 싶으니 - P224

난 늘 이런 식이었어, 그녀가 곧잘 이렌에게 말하길 마음속에 정말로 무언가 있는 것 같아, 그러면 내 안의 작은 악마가 나를 걷게 해, 그것이 그녀가 무언가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 자신의 상태를 묘사하는 표현이었는데, 그래, 그러면 나는 언제나 걸어서 생각을 떨쳐야 해, - P243

무엇이 안에서 나를 집어삼키든 상관없어, 내가 밖을 돌아다닌다면 말이지, 얼마 있다가 마음이 가라앉고 작은 악마는 사라지거든, 그러면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아니면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알게 돼, 이번에도 그랬어야 했어, - P244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상냥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기에 그녀는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고 - P245

걱정하지 마, 사랑하는 머리커, 다 잘될 거야, 넌 별처럼 빛날 거라고. - P251

그래, 그러면 어떻고 아니면 또 어때, - P258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 P262

우리가 형제라면 하나로 뭉쳐야 하지 않겠는가, 내 말 맞나?! - P263

기회는 이번 한 번뿐이다, - P264

내가 뒤에 대고 큰 소리로 "하나, 둘, 셋" 하고 나서 넷이라고 외치면 형제들이여, 그가 돌연 앞으로 몸을 숙여 몸짓과 함께 말하길 ‘넷‘이라고 말할 때 다들 운전대의 경적 단추를 눌러야 한다, 경적 단추는 운전대에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눌러야 한다, 정확히 똑같은 시각에 일제히 누르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그러니 경적 단추를 한꺼번에 눌러야 한다, 계속 누르고 있다가 경적이 세 번 울린 뒤에 손을 떼라, 3은 헝가리에서 진실의 숫자 아니던가, <에비타>에서도 마돈나가 그 노래를 세 번 불렀잖나, 모든 게 명확해졌길 바란다,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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