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의 핵심 개념 중 하나로 자연선택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특수한 환경 하에서 생존에 적합한 형질을 지닌 개체군이, 그 환경 하에서 생존에 부적합한 형질을 지닌 개체군에 비해 ‘생존‘과 ‘번식‘에서 이익을 본다는 이론이다.
저자는 이 자연선택이 안정적으로 일어날 경우 각각의 개체들이 생존과 번식에 최적인 상태인 최적값의 평균에 가까워지는 것을 일컬어 ‘안정화 자연선택‘이라고 부르고 있다. 만약 이러한 선택에 역행하거나 엇나가는 개체들이 있다면 그 개체들은 생존하거나 번식하지 못한채 죽음을 맞이할 것이기 때문이다.

좀 더 나아가서 이 안정화 자연선택이라는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다보니 이것은 특정 분야에만 국한시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 사회에도 얼마든지 적용해서 생각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예로 공무원 집단 같이 비교적 경직된(?) 집단 내에서 남들과는 달리 독특하게 튀기보다는 그냥 무던히 묻어가려는 사람이 많은 현상도 어쩌면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것이 조직전체적으로 봤을 때 바람직한 전략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저 개인의 생존만을 생각했을 땐 괜히 튀는 행동을 하다가 조직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으로 낙인 찍혀서 조직생활이 피곤해지거나 또는 그만둬야 하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그냥 대다수의 다른 직원들처럼 무던하게 맡겨진 일에 충실하고 쓸데없이 튀지 않는 것이 조직생활을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자기주장이 너무 센 나머지 조직의 목표보다 개인의 목표를 앞세운다거나 하는 등의 선택을 할 경우 그 개인의 행복지수는 올라갈 수 있을지 몰라도 조직으로부터 배제될 위험도 함께 올라갈 수 있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조직생활보다는 개인적으로 일해도 무방한 직업을 갖는 게 훨씬 더 나을 것이다. 결국 어떤 조직에 속해서 일을 하든 아니면 개인 단위로 일을 하든 관계없이 자신의 생존과 번식에 적합한 방식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잘 살아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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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서 11장 ‘윤리와 종교‘ 라는 제목의 글이 이어진다. 저자는 본문에서 이와 관련한 본질적인 질문 하나를 던진다. 그것은 바로 윤리라는 것이 인간이 임의로 만들어 낸 것인지 아니면 그냥 원래부터 존재해왔던 것인지의 여부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에 따라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저자의 얘기가 인상깊게 다가왔다.

본문의 설명에 따르면 위에서 언급한 질문에서 윤리라는 것이 원래부터 존재해왔다는 논리가 초월론이고, 인간이 임의로 만들어 낸 것이라는 논리가 경험론이다. 저자는 이 대립하는 두 논리의 입장을 각 논리의 근거에 입각해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개인적으론 이 부분을 읽으면서 어느 한 쪽의 편만 일방적으로 들기가 참으로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대로 각자의 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결과적으로는 개개인 각자가 스스로 좀 더 그럴싸하다고 생각하는 논리에 순응해서 그 쪽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성향을 하나로 획일화할 수 없듯이 서로 간에 대립하는 어떤 논리라는 것도 어느 한 쪽으로만 쏠리기는 힘들 것이다.

어쩌면 나는 이것이 우선순위의 문제와도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가 우선하는 가치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가치관이나 생각을 이루는 뿌리가 달라지고 거기서 파생되는 잔가지와 같은 다양한 생각들이 엄청난 속도로 뻗어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뿌리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각각의 논리에 따른 생각의 간극은 점점 더 벌어질 것이고 이는 접점이라는 것을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상태로 나아갈 것이다.

처음에는 작은 차이에서 시작했지만 그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속성을 생각하다보니 문득 수학에 나오는 한 그림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것은 바로 한 꼭지점에서 출발했지만 다른 각도로 뻗어나가는 화살표 또는 직선이다. 그 둘은 지향하는 방향이 엄연히 다르기에 어느 한 쪽이 자신의 방향을 바꾸지 않는 이상 영원히 만날 수 없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초월론과 경험론으로 대변되는 신학과 과학의 경우도 어쩌면 이와 유사한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궁극이라는 것이 언제 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궁극에 가서는 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 웃을지 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 웃을지 지금으로선 아무 알 수 없다.
개인적인 생각을 좀 덧붙이자면 신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든 아니면 그 반대이든 간에 그냥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아가면 그걸로 충분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다만 상대방에게 존립을 위태롭게 하지 않는다는 선을 지킨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근데 참 이 글을 쓰면서도 머릿속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어서 이 문제가 참으로 쉽지 않음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인간 사회가 참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고 차라리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고 사는 게 속편하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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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의 후반부에선 초월론자의 입장을 위주로 살펴봤는데, 다음 포스팅에선 경험론자의 입장을 살펴보겠다.

안정화 자연선택(stabilizing natural selection)이 일어나면 최적값에서 이탈한 경우들은 점점 제거되고 그 최적값이 진화 기간 동안 규준(norm)으로서 유지된다. - P399

"가장 큰(또는 가장 밝은, 또는 가장 잘 보이게 이동하는) 개체를 잡아라." - P400

빼어난 미(美)의 희귀성은 초정상 자극(supernormal stimulus)으로 알려진 현상으로 설명될 수도 있다. - P399

사실 아름다움과 연관된 산업 전체가 정상을 벗어난 자극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예컨대 아이섀도와 마스카라는 눈을 크게 보이게 해 주고 립스틱은 입술을 빛나게 해 주며 연지는 뺨의 홍조를 유지해 준다. 또한 적절한 색깔의 파운데이션은 얼굴 윤곽을 선천적 이상형에 맞도록 부드럽게 재조정해 주고 매니큐어는 혈액 순환이 손끝까지 이르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머리 염색은 머리카락을 풍부하고 젊어 보이게 만들어 준다. 이런 모든 것들은 젊음과 생식 능력이라는 자연적인 생리 신호들을 모방하는 것 이상의 일을 하고 있다. - P401

의상과 상징적 문양은 정력을 과시하고 지위를 선전한다. 고대 예술가들이 유럽의 동굴 벽에 동물 그림이나 잘 차려 입은 주술사들을 그리기 수천 년 전부터 사람들은 옷에다 구슬을 매달고 벨트에는 구멍을 뚫고 동물의 송곳니로 머리띠를 장식해 왔다. 이런 증거들은 시각 예술의 캔버스가 본래 인간의 신체 그 자체였음을 보여 준다. - P401

미국의 미학사가인 엘런 디새너예이크는 예술의 일차적 역할이 인간과 동물 그리고 무생물 환경의 특수한 특징들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고 또 항상 그래 왔다고 말한다. 여성의 아름다움에 관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은 그러한 특징들에 선천적으로 민감하다. 그 특성들은 정신 발달의 후성 규칙들을 탐색해 나가기 위한 가장 좋은 출발점들이다. - P401

예술은 일상적 존재의 외양적 혼돈 상태로부터 질서와 의미를 이끌어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신비한 것을 향한 우리의 갈망에 자양분을 준다. 우리는 잠재의식을 넘나들며 표류하고 있는 어슴푸레한 형상들에 마음이 끌린다. 우리는 불가해한 것, 즉 닿을 수 없이 멀리 있는 시공간을 꿈꾼다. 왜 우리는 그토록 미지의 것을 사랑해야만 하는가? 아마도 그 이유는 뇌가 진화했던 구석기 시대의 환경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감정이라는 측면에서 나는 우리가 여전히 거기에 머물러 있다고 믿는다. 나는 자연주의자로서 이 형성기 세계의 공상들에 대해 명확한 지리적 이미지를 사용한다. - P401

우리의 마음은 너무도 쉽고 열렬하게 아주 친숙한 영역에서신비의 영역으로 나아간다. - P402

오늘날은 지구 전체가 우리의 본거지이다. 전 지구적 정보망은 온 사방으로 뻗어 있다. 그런데도 신비한 영역은 없어지지 않았다. 단지 그 영역이 우리 앞마당에서 후퇴했고 어렴풋이 보이던 산 너머로 후퇴했을 뿐이다. 이제 우리는 신비의 영역을 별들에서, 알 수 없는 미래에서, 그리고 여전히 우리를 설레게 하는 초자연적인 것의 가능성에서 찾는다. - P402

우리 조상들은 두 세계ㅡ알려진 세계와 미지의 세계ㅡ를 통해 인간의 영혼에 자양분을 공급했다. 이 두 세계의 뮤즈, 즉 과학과 예술이 다음과 같이 속삭인다. 우리를 따라와 탐구하고 발견하라. - P402

칼라하리 사막의 부족들은 사막의 빈약한 자원들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계획을 세워야 하고 세심하게 행동해야 한다. 지형과 계절마다 변하는 생태계에 대한 지식은 특히 중요하다. 부족들은 자신의 세력권 내에서 수자원의 분배가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임을 알고 있다. - P403

칼라하리 사막의 부족은 대략 50명에서 70명 정도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은 공동생활을 하며 매우 협동적이다. 집단이 1년에도 몇 번씩 모든 소유물을 등에 짊어진 채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개인은 생존에 별 필요가 없는 물자들을 축적하는 법이 거의 없다. - P405

집단을 하나로 결속하기 위해서는 예절과 호혜주의가 엄격하게 준수되어야 한다. - P405

칼라하리 사막의 수렵인들은 동물을 철저히 의인화함으로써 동물행동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그들은 자신들이 추적하고 있는 동물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기 위해 상상도 하고 주변의 세계에 직접 자기 생각을 투사하기도 하며 유추하기도 한다. - P406

수렵-채집인들은 동물의 행동을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며 자신들이나 자신들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 지닌 가치들에 기반을 둔 동기들을 통해 동물들의 행동을 감독한다. - P406

각 종은 고유한 행동 습관(kxodzi)의 지배를 받고 자신만의 언어 (kxwisa)를 지닌다. - P406

실제로 문자 사용 이전의 사람들은 물질세계와 비물질 세계의 등가성을 믿고 합리적 설명과 비합리적 설명이 동등하다고 믿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그들이 각종 신화와 토템으로 가득 찬 이야기들을 어떻게 창안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신비를 받아들이는 일은 그들 삶의 중요한 부분이다. - P406

문자 사용 이전의 사람들이 실제로 지각하는 세계는 완전한 자연세계의 작은 단편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원시인들의 마음은 끊임없이 신비한 것을 향할 수밖에 없다. 칼라하리 사막의 부족을 비롯한 현대 수렵 채집 부족들의 일상 경험은 아주 자연스럽게 그들 주변의 신비한 환경으로 뻗어 나간다. 나무나 바위에도 영혼이 깃들어 있고 동물도 생각할 줄 알며 인간의 생각은 몸에서 밖으로 투사되어 물리적 힘을 가진다. - P407

우리 모두는 기대와 달리 여전히 원시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다. 생태계를 유지하는 수천 종의 생물들(동식물과 미생물) 중 겨우 하나 정도나 알까 말까 한다는 점에서 수렵 채집인들과 대학 교육을 받은 도시 사람들은 모두 똑같다. 우리는 공기와 물과 흙을 만들어 내는 진정한 생물-물리적 힘들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심지어 가장 유능한 자연학자의 평생 연구를 집대성해 놓아도 생태계의 희미한 윤곽 이상을 추적하기란 불가능하다. - P407

설명들은 공간적으로는 분자로부터 생태계에 이르기까지, 시간적으로는 100만분의 1초 단위에서 1,000년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통섭적으로 설명하면 생물 조직의 상이한 수준에 있는 단위들이 재조립될 수 있다. - P408

확장된 시공간 속에서 과학과 예술이 뜨겁게 양손을 맞잡을 수 있다 - P409

정의나 인간의 권리와 같은 윤리적 격률들이 인간의 경험과 무관하게 독립적인 것인가, 아니면 인간이 만들어 낸 창안물인가? ...(중략)... 이런 입장들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스스로를 하나의 종으로서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완전히 달라진다. 또한 이 선택은 종교의 권위를 평가하고 도덕 논증(moral reasoning)의 방식을 결정한다. - P411

올바른 해답에 궁극적으로 도달하는 것은 객관적인 증거의 축적을 통해서일 것이다. 나는 도덕 논증이 모든 수준에서 자연과학과 본질적으로 통섭적임을 믿는다. - P412

인간 정신 외부에 도덕적 지침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초월론자(transcendentalist)와 그것들이 단지 인간 정신의 고안물이라고 생각하는 경험론자 - P412

종교적 확신과 비종교적 확신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과 윤리적 초월론자의 확신과 경험론자의 확신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형이상학적 사유 속에서 서로 가로질러 교차되는 결정이다. - P412

즉 윤리가 독립적인 것임을 믿는 윤리적 초월론자는 무신론자일 수도 있고 신의 존재를 가정할 수도 있다. 이와 유사하게 윤리가 인간의 창안물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윤리적 경험론자 또한 무신론자이거나 창조자로서의 신을 믿을 수 있다. (물론 전통적인 유태-기독교적 의미에서의 입법자로서의 신을 믿는 것은 아니다.) - P412

윤리적 근거의 선택지들을 가장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나는 도덕적 가치들(신으로부터 나온 것이건 아니건 간에)의 독립성을 믿는다.

VS.

나는 도덕적 가치들이 오직 인간으로부터 나온 것일 뿐임을 믿는다. 신은 별도의 문제이다. - P412

의혹과 타협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도덕적 행위의 독립적 원리들로 이루어진 자연법 (natural law)이라는 성배 - P413

이 관점(초월론)에 따르면, 인간은 부지런히 논증을 개발함으로써 이 자연법을 발견하고 그 일상적 삶의 과정들속에 엮어 넣을 의무를 가진 존재이다. - P413

「독립선언문」에서 그(토머스 제퍼슨)는 하나의 초월론적 문장 안에 세속적 가정과 종교적 가정을 함께 섞어서 모든 가능성들을 교묘하게 다 포함시켰다. "우리는 모든 인간들이 평등하게 창조되었고, 창조주로부터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받았으며, 이 권리들 중에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 추구의 권리가 있음을 자명한 진리라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주장은 미국의 민간 종교의 주요한 전제이자 에이브러햄 링컨 (Abraham Lincoln)과 마틴 루서 킹(Martin Luther King) 목사가 휘둘렀던 정의의 검이었으며, 여전히 미합중국의 다양한 국민들을 한데 결속하는 중심 윤리로서 살아남아 있다. - P413

자연법 이론의 이와 같은 결실이 신성과 함께 호소될 때에는 너무도 강력했기 때문에 초월론적 가정이 문제시되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고상한 성공의 이야기 뒤에는 무시무시한 실패의 이야기가 덧붙여져야 한다. 이 사상은 과거에 악용된 적이 많았다. 예컨대 식민지 정복, 노예 제도, 대량 학살 등을 열정적으로 옹호하는 데 쓰이기도 했다. 또 저 엄청난 전쟁들이 일어났던 것도 양쪽 편에서 자신들의 명분을 어떤 방식으로든 초월론적으로 신성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 P414

"오, 우리는 신의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얼마나 서로를 증오하고 있는가!" 뉴먼 추기경(John Henry Cardinal Newman)의 탄식이다. - P414

우리는 경험론을 더 진지하게 취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경험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윤리는 사회 전체를 통해 한 가지 코드의 원리들로 표현되기에 충분할 만큼 일관적으로 선호되는 행위를 일컫는다. 이것은 정신 발달의 유전적 성향ㅡ계몽사상가들의 "도덕 감정(moral sentiments)"ㅡ에 의해 추동되는 것으로서 다양한 문화들을 가로질러 폭넓게 수렴되지만 역사적 상황에 따라 각각의 문화 속에서 명확한 형태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이 코드들은 외부인들이 그 선악을 어떻게 판단하든지에 상관없이 어떤 문화가 번성하고 어떤 문화가 쇠퇴하는지를 규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 P414

경험론적 관점의 중요성은 그것이 객관적 지식을 강조한다는 점에 있다. 윤리적 코드의 성공 여부는 그것이 도덕 감정을 얼마나 현명하게 해석하는지에 달려 있기 때문에 그 코드의 틀을 만드는 사람들은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또 정신이 어떻게 발달하는지에 대해 알아야만 한다. - P414

윤리의 성공은 또한 다른 행동들과 반대되는 특정한 행동들의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달려 있다. 이것은 특히 도덕적으로 모호한 행동일 경우에 더욱 그러하다. 이를 위해서는 또한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과 통섭을 이루는 많은 지식들이 필요하게 된다. - P415

경험론의 주장은 도덕적 행동의 생물학적 근원을 탐색하고 그 물질적 기원이나 편향을 설명함으로써 이미 없어져 버린 과거의 윤리적 기준보다 더 현명하고 더 지속성 있는 윤리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한다는 것이다. - P415

초월론과 경험론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인간 영혼의 존재 유무를 두고 벌어졌던 투쟁의 21세기 버전이 될 것이다. 그 투쟁의 결과는 도덕 논증이 오늘날처럼 신학과 철학의 관용구 속에만 남아 있게 되거나 아니면 과학에 기반을 둔 분석으로 바뀌게 되는 것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어떻게 될지는 어떤 세계관이 올바른 것으로 판명되는가, 혹은 적어도 어떤 것이 올바르다고 널리 인정되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 P415

과학적 방법의 핵심은 사실에 기반을 둔 논리를 엄격히 따름으로써 다른 입장에 서 있는 특정 명제들을 거부하는데 있다. - P418

신은 과학을 포섭하지만 과학은 신을 포섭하지 않는다. - P418

과학자들은 특정 주제에 대한 자료들을 모아서 그것들을 설명하기 위해 가설을 세운다. 그들은 객관적 지식의 범위를 가능한 한 확장하기 위해 잠정적으로 어떤 가설은 받아들이고 다른 가설들은 기각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지식은 단지 실재의 일부분만을 다룰 수 있을 뿐이다. - P418

과학적 연구는 놀랄 만큼 다양한 인간의 정신적 경험 전체를 탐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지 않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신이라는 관념은 모든 것, 즉 단지 측정 가능한 현상뿐 아니라 개인이 느끼고 잠재의식적으로 감각하는 현상들까지 설명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다. 여기에는 영적인 통로를 통해서만 소통될 수 있는 계시 현상도 포함된다. - P418

왜 모든 정신 경험이 양전자 방사 단층 촬영을 통해 눈에 보여야만 하는가? 과학과는 달리, 신의 관념은 우리가 탐색할 수 있는 물질세계 이상의 것에 관계된다. 그것은 우리의 마음을 열어 물질세계 바깥에 놓여 있는 것으로 향하도록 한다. 신앙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는 신비에 다다르도록 우리를 이끌어 준다. - P418

만약 자연법칙들보다 더 상위의 힘이 없다면 그 법칙들이 도대체 어디에서 나왔겠는가? 과학은 이러한 신학적 질문에 해답을 제시해 주지 못한다. 다른 방식으로 말해 보자. 왜 무(無)가 아니라 무언가가 존재하는가? 존재의 궁극적 의미는 인간의 이성적 이해를 넘어서 있고, 따라서 경험적 영역 바깥에 있다. - P419

도스토예프스키의 대심문관이 관찰했던 대로 신의 지배적 손길이 없으면 모든 것이 허용되고 자유는 불행으로 치닫는다. 이 경고를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원래 계몽사상가들이 가졌던 권위와 다름없는 권위를 갖게 된다. - P419

"신성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을 너그럽게 봐 줘서는 안된다. 인간 사회를 결속시키는 약속, 계약, 맹세 등은 무신론자들에게는 그 어떤 지배력이나 존엄성도 가질 수 없다. 왜냐하면 신이 사유 속에서조차 없어져 버리면 모든 것이 해체되기 때문이다." _로크 - P419

17세기의 위대한 물리학자 중 한 명인 로버트 후크(Robert Hooke)는 새로 창립된 왕립 학회 (Royal Society)에 대한 짧은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왕립 학회라는 본질적으로 계몽적인 조직의 목적은 신학, 형이상학, 도덕, 정치, 문법, 수사학, 논리학 등을 배제한 상태에서 자연물과 인공물(유용한 기술, 제조, 정비, 엔진, 실험을 통한 발명 등)을 개선하는 것이어야만 한다." - P420

경험론의 극치인 다윈 진화론은 대담하게도 창조를 무작위적 변이와 주변 환경의 산물로 환원시켜 버린다. 공공연히 무신론자임을 자처했던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조차도 다윈주의에는 절망했다. 그는 다윈주의의 숙명론을 비난했으며 다윈주의가 아름다움과 지성, 명예, 열망 등을 맹목적으로 조합된 물질이라는 한갓 추상적 개념으로 강등시킨다고 힐난했다. 생명에 대한 이처럼 메마른 관점, 즉 인간이라는 존재를 뛰어난 지능을 가진 동물쯤으로 환원시키는 이 같은 견해야말로 나치즘이나 공산주의가 저지른 대량 학살적 참사를 정당화해 줬다고 생각한 저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던 것도 이해할 만하다. - P420

시간이 지나고 또한 과학의 역사가 진행되면 새로운 증거가 지배적이던 이론을 뒤집어 왔다. - P420

유신론은 인간의 정신, 즉 감히 말하건대 불멸의 영혼을 설명할 때 강력한 힘을 가지는 이론이다. - P421

과학이 너무 과도한 주장을 하게 되면 오만해지기 마련이다. 신의 물리적 영역을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신이 과학자에게 부여한 능력 덕분이다. 과학이 제자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 P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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