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로버트 니스벳‘이라는 사람이 했던 얘기가 일부 나왔었다.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이 나오지만, 이 사람의 생각은 결국 사회학이라는 것이 과학과는 별개로 창조되고 발전해왔다는 것이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독자인 나는 자연과학자인 저자가 니스벳의 얘기에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전반적인 논조상 저자는 사회학이라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유전자 등과 같은 과학내용에 기반하여 생각하고 분석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회과학자들은 저자의 생각에 그닥 개의치 않는 듯한 눈치다. 이로인해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한 답답함을 본문을 통해 지속적으로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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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자연과학과 그나마 유사하다고 생각하는 사회과학 분야는 바로 경제학이라는 얘기를 한다. 실제로 경제학을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저자가 본문에서 얘기한 것들을 어느정도는 공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개인적으로는 물리학과 마찬가지로 어떤 외부적인 다른 조건들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특정 조건을 변화시킬 경우 결과값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과정 (전문용어로는 한계 변동marginal shifts) 을 통해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중 한 분야인 경제학이 조금이나마 서로 간의 접점을 찾을 수 있겠다는 저자의 생각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어쩌면 이러한 생각이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지식의 대통합 : 통섭》으로 가는 첫 단계가 될 수도 있다.

니스벳은 후기 계몽주의 시대 선각자의 예언과는 달리 사회학이 자연과학의 논리적 연장(extension)으로 성장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에 따르면 사회학은 오히려 서양 사조의 주요 주제들ㅡ예컨대, 개인주의, 자유, 사회 질서, 진보적 변화 등ㅡ로부터 창조되었다. - P327

사회학이 오늘날 사회과학 표준 모형(Standard Social Science Model, SSSM)이라는 철옹성에 갇혀 있는 이유는 바로 사회학이 이렇게 과학과 인문학의 뒤범벅 속에서 생겨났기 때문이다. 사회과학 표준 모형은 20세기 사회 이론의 정통이다. 그것은 문화를 개인의 마음과 사회 제도를 형성하는 기호와 의미의 복잡한 체계로 본다. 그러나 그 모형은 문화가 생물학과 심리학의 요소로 환원될 수 없는 독립적인 현상이며 따라서 환경과 역사적 전례들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 P328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사회과학 표준 모형은 직관적으로 명확한 인과 연쇄를 도리어 뒤집는다. 즉 그 모형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문화를 창조하지 않지만 그 마음 자체는 문화의 산물이다. 이것은 인간본성의 생물학적 근거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철저하게 거부하기 때문에 나온 잘못된 추론이다. 반면 이런 추론의 반대 극단에는 유전자 결정론이 있다. 유전자 결정론은 인간 행동이 유전자 속에 고정되어 있으며 인간 행동의 파괴적인 성향, 예컨대 인종주의, 전쟁, 계급구분 등은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견해이다. - P328

사회과학 표준 모형의 극단적 형태를 옹호하는 이들은 유전자 결정론이 사실의 차원에서 틀려서가 아니라 도덕적으로 옳지 않기 때문에 거부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 P328

혼돈은 횡행하고 분노는 활활 타오른다. - P328

이제 제발 그만 좀 하자! 오해의 한 세기, 서양 지성사의 베르당(Verdun)와 솜므(Somme) 전투 (제1차 세계 대전의 격전지로서 이곳에서 벌어진 전투는 병사 개개인에게 무의미한 희생만을 강요했고 결국 쌍방 모두에게 엄청난 인명 피해를 주었다.)는 갈 데까지 다 갔으며 그놈의 문화 전쟁은 썩은 내가 진동하는 해묵은 경기일 뿐이다. - P329

실제로 사회과학 표준 모형과 유전자 결정론 사이에 넓은 중간 지역이 존재한다. 이 지역 내에서는 사회과학이 태생적으로 자연과학과 양립 가능하다. 이 거대한 학문의 두 갈래는 인과적 설명이 일관적으로 조직되는 정도에 비례해서 서로에게 이득을 줄 것이다. - P329

통섭을 향한 첫 걸음은 사회과학이 서술적·분석적으로 진행될 때 진정한 과학이겠지만 사회 이론은 아직 진정한 이론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일이다. - P329

사회과학은 초기 자연사 전통의 자연과학과 동일한 일반적 특징을 갖고 있다. 즉 사회과학은 풍부한 자료로부터 사회 현상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한다. 사회과학은 공동 행동의 예기치 않은 양상을 발견해 왔고 역사와 문화 진화의 상호 작용을 성공적으로 추적해 왔다. 그러나 사회에서 마음과 뇌로 이어지는 여러 수준들을 관통하는 인과적 설명망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이런 실패로 인해 사회과학은 진정한 과학 이론의 본질을 결여하고 있다. 따라서 비록 사회과학자들이 종종 ‘이론‘을 이야기하고 더 나아가 동일한 수준에서 동일한 종류의 언급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통합되지 않은 이야기에 불과하다. - P329

사회과학에서 자연사에 해당하는 단어로서 자주 접하는 용어는 해석학(hermeneutics)이다. 이 용어는 그리스 어 헤르메네우티코스(her-meneutikós, ‘해석에 능한)에서 비롯된 말로 원래는 문헌, 특히 성경에 대한 분석과 해석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 P329

자연사의 분석은 수평적이지 수직적이지 않다. - P330

자연사는 조직의 여러 수준들을 가로지르는 최고의 가용적 지식들을 연결함으로써 과학 이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더욱이 학자들이 상이한 수준들에서 작용하는 모든 가능한 사건들을 포착하는 입증 가능한 경합 가설들을 제시하게 되면 자연사는 엄밀한 과학 이론을 창조하게 된다. - P331

만일 사회과학자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자연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엄밀한 이론을 선택하는 것이라면, 그들이 시공간의 넓은 범위들을 얼마나 자유롭게 왕래하며 조망할 수 있는지에 따라 성공의 질이 결정될 것이다. 바로 자연과학의 설명과 사회과학의 설명을 같은 선상에 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 P331

(리처드) 로티는 해석학과 인식론(지식에 대한 체계적인 이론)을 다음과 같이 대조했다. "현상을 완벽하게 이해하고는 있지만 그 현상을 좀 더 확장하거나 강화하거나 가르치거나 정초하기 위해 그것을 암호화하기를 원할때 우리는 인식론적으로 된다. 반면, 현상을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 현상을 받아들일 만큼 정직해질 때 우리는 해석학적으로 된다." - P331

그(로티)에 따르면 해석학은 "인식론의 몰락 때문에 남겨진문화적 공백이 결코 채워지지 않을 것ㅡ즉 더 이상 제약과 대립을 위한 강요가 느껴지지 않는 문화이어야 한다는 것ㅡ을 소망하는 하나의 표현"이다. 간단히 말해 학자들 간의 논의는 통섭을 염두에 두지 않고도 진행될 수 있다. 또한 그러면서도 엄격함이 유지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양보는 포스트모던적인 학자들에게 환영받을지는 몰라도 학문의 능력과 기쁨을 고갈시킬 수 있는 미숙한 포기이다. - P331

연구의 창조성은 어떤 형태의 탐구에서도 예기치 않게 발생할 수 있지만 인과적 설명으로 발견들을 연결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그 발견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그런 태도는 종합적인 과학적 방법, 즉 인류의 지성이 그동안 창조해 온 가장 강력한 도구를 뿌리치는 어리석은 짓이며 인간의 지성을 평가절하하는 게으른 행동이다. - P331

문제는 관점이다. 왜 진짜로 관점을 넓히지 않는가? - P333

인간은 행동의 가변성 측면에서 가장 특출할 수도 있으며 인간만이 언어와 자의식 그리고 통찰력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의 체계 중에서 알려진 모든 것들은 수많은 고도의 사회성 곤충과 척추동물이 보여 주는 특성들의 아주 작은 부분집합에 불과하다. - P333

만일 사회 행동에 대한 참된 과학을 창조하고 싶다면 1억 년 단위의 기간 동안 일어난 이 유기체 집단들의 발산 진화(divergent evolution)를 추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인간의 사회 행동이 궁극적으로 생물의 진화를 통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도 유용할 것이다. - P333

자연환경은 인간이라는 종이 진화해 온 극장이다. 또한 인간의 생리와 행동은 그 환경에 정교하게 적응되어 있다. 인간 생물학이나 사회과학도 이러한 틀을 고려하지 않는 한 완전한 의미를 가질 수 없다. - P334

사회과학자들은 전통적인 분석에서 시작한다. 그들은 사실들에 순서를 매기고 그것들을 수량화하여 표와 그래프로 표시하며 통계학적 해석을 가한다. 그들은 역사적 배경도 조사한다. 그들은 다른 장소에 일어났던 유사한 현상과도 비교하고 주변 문화의 제약과 편향을 조사하며 그 사건이 속한 장르가 그때 그 장소에서 고유한 것인지 아니면 널리 일어나는 일인지를 결정한다. 이 모든 정보로부터 그들은 사건의 원인들을 추측하고 다음과 같이 묻는다. 이 사건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 사건은 계속될 것인가? 다시 일어날 사건인가? - P335

오늘날 대부분의 사회과학자들은 여기에서 멈춘 채 보고서를 작성한다. 하지만 통섭 이론으로 무장한 미래의 분석가들은 더 깊이 있게 탐구할 것이고 그래서 더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며 더 큰 예측력도 갖게 될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일들을 장밋빛 청사진으로 보면 그들은 머지않아 심리학, 특히 사회심리학의 원리들을 인수 분해할 것이다. - P335

"사회심리학"이라는 용어는 한 개인이나 팀의 직관이 아니라 인간 행동에 관해서 통속적이기는 하나 감정적으로는 만족스러운 믿음을 뜻한다. 하지만 나는 성숙하고 정확한 심리학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완전한 지식을 원한다. 이런 지식은 그동안 사회과학자들에게 일반적으로 무시당해 왔다. - P335

통섭 연구의 완전한 시나리오를 제시해보겠다. 미래의 분석가들은 사회 행동이 주어진 환경 속의 개인이 지닌 감정과 의도의 총합으로부터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매우 잘 안다.
또한 그들은 개인의 행동이 생물학과 환경의 교차점에서 어떻게 발생하는지도 안다. 문화 변동에 대한 그들의 이해는 인간 행동의 종적 특이성을 유전적 진화의 산물로 해석하는 진화생물학의 통찰로 인해 강화된다. 그들은 유전자가 행동을 단순한 일대일 대응으로 규정한다는 전제를 피하면서도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표현할 수 있을지 매우 조심스러워한다. 그들은 자신의 견해를 좀 더 정교하게 전달하는 좀 더 세련된 공식을 다음과 같이 사용한다. 행동은 후성 규칙들의 안내를 받는다. - P335

후성설(epigenesis)은 개체가 유전과 환경의 공동 영향 아래에서 어떻게 발달하는지에 관한 개념으로서 원래 생물학에서 처음 나왔다. - P336

감각 체계와 뇌의 선천적 작용들의 집합체인 후성 규칙은 개체가 환경에서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빠른 해결책을 찾도록 만드는 일종의 어림법 (rules of thumb)이다. 그것은 인간으로 하여금 세상을 특정한 방식으로 보게끔 선천적으로 규정하고 자동적으로 특정한 선택을 하게 한다. - P336

우리는 이 후성 규칙들 때문에 무지개를 파장의 연속체가 아니라 네 가지 기본 색으로 본다. 우리는 근친상간을 피하고 문법적으로 정합적인 문장으로 말하고 친구에게 미소를 지으며 혼자일 때에는 낯선 이에게서 공포를 느낀다. - P336

후성 규칙들은 대개 감정을 통해서 작동되는데 모든 행동 범주에서 개인으로 하여금 상대적으로 빠르고 정확한 반응을 하도록 하여 결국 생존과 번식에 더 성공적이도록 만든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 규칙들은 문화적 변이들과 조합들이 발생할 수 있도록 열려 있다. - P336

복잡한 사회에서는 그 규칙(후성 규칙)들이 건강과 복지에 더 이상 기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 규칙들이 지시하는 행동이 굴절되어 결국 개인과 사회의 이득에 반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 P336

자연선택에 따른 진화 (중략) 즉 협력과 갈등 행동은 그런 행동을 하는 개인의 생존과 번식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본능으로 진화해 왔다는 논리 - P337

조류와 포유류(인간을 제외한)에서 가족은 기본적으로 불안정하지만, 적어도 고품질의 자원들을 통제하는 가족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하나의 유전적 계통이 여러 세대에 걸쳐 영속되는 경우(왕조)는 자원이 늘 풍부한 세력권에서 발생한다. - P337

가족 구성원들의 유전적 관계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협력의 정도는 더욱 증가한다. 예컨대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협력은 삼촌과 조카 사이의 협력보다 더 빈번하다. - P338

이런 협동성과 근친상간 회피에 기인하여 가족 구성원들의 유전적 관계가 밀접할수록 성적 갈등의 빈도는 낮아진다. - P338

가족 구성원들의 유전적 관계는 갈등과 헌신의 형태에도 영향을 준다. 수컷은 자신의 부권이 불확실하면, 즉 그 자손이 자기의 자식이라는 것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그 자손에게 투자를 덜 한다. - P338

만일 어떤 가족에서 부모 중 하나가 죽으면 죽은 그 부모의 반대성을 가진 자식이 양육자의 지위를 놓고 살아남은 그 부모와 경쟁한다. 가령, 아버지가 죽으면 여전히 임신 가능한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새롭게 얻을 수도 있는 배우자의 지위를 놓고 그 아들과 충돌할 개연성이 높다. 또한 그 아들은 자신의 어머니가 새로운 성관계를 맺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 P338

생물학에서 밝혀진 이러한 갈등과 헌신의 패턴은 복합 가족(step-family)이 생물학적 가족(biological family)보다 더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예측할 수 있게해 준다. 계부모는 친부모보다 부양 자식들에게 덜 투자한다. 많은 종에서 계부모는 자신의 번식 성공도를 높이기 위해 현재의 자식들을 죽이기까지 한다. 이런 행동은 계부모가 지배적인 성일 경우에 특히 더 자주 일어난다. - P338

만일 낮은 서열의 구성원이 그 가족을 떠나 자신만의 가족을 구성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면, 가족 내의 구성원들은(외부로부터 온 배우자들을 이용하여) 번식을 보다 고르게 하게 된다. 그러한 관용은 그 구성원들이 유전적으로 매우 가까울 때 가장 크게 나타나며 협동하는 개체들은 부모자식보다는 대개 형제자매들이다. - P338

문화의 변이들은 때로 엽기적이고 기이한 것까지 포함할 정도로 다양하다. 예컨대 예전에 뉴기니의 포어 족(Fore)은 죽은 친지들의 뇌를 먹음으로써 죽은 이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하는 풍습을 갖고 있었는데, 이 때 쿠루병 (동뉴기니 원주민에게서 나타나는 치명적인 뇌신경병.)에 감염된 친척의 뇌를 먹게 되면서 그 병이 마을에 점점 널리 퍼지게 되었다. - P339

근친상간 회피와 같은 행동 등에 대한 연구는 동물의 강한 본능이 인간 행동의 후성 규칙들로 번역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고고학자의 삽을 기다리는 유프라테스 강 유역의 고대 문명처럼 후성규칙은 문화의 긴 역사를 발굴할 우리의 손을 기다리고 있다. 진화론의 실제적인 역할은 후성 규칙이 있을 만한 위치를 정확하게 지적해주는 일이다. - P339

사회과학적 탐구 중에서 자연과학과의 간격을 메울 준비가 가장 잘 되어 있으며 형식과 자기 확신 측면에서 자연과학을 가장 닮은 학문분과는 경제학이다. 수학적 모형들로 무장되어 있고 매년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으며 재계와 정부로부터 보상을 받는 이 분야는 사회과학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진정한‘ 과학과의 유사성은 종종 피상적이며 엄청난 지적인 대가를 치르며 얻어 왔다. - P339

경제 이론의 잠재력과 가치는 역사적 배경에서 가장 분명하게 이해될 수 있다. - P339

18세기부터 19세기 초까지의 고전주의 시대에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 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rdo), 토머스 맬서스(Thomas Malthus)와 같은 창시자들이 경제를 순환하는 소득의 폐쇄계로 보았다. - P339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경제는 세계의 자원들을 통제하고 이로운 결과를 내기 위해 그것들을 전환한다. - P339

애덤 스미스는 이 기간(18세기부터 19세기 초)에 자유시장 경제학의 중심 공리를 도입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그의 개념에 따르면 개별 생산자와 소비자는 자신의 최고 이익을 자유롭게 추구하도록 내버려 둘 때, 오히려 경제를 발전시키며 결과적으로 전체 사회에 최고의 이득을 안겨 준다. - P340

1830년경에 시작되어 그 후로 40년이 지났을 때 절정에 이른 한계주의 시대에는 보이지 않는 손의 속성들로 초점이 움직여 갔다. 경제의 내적 작동이 사람, 회사, 정부와 같은 행위자의 개별적인 결정들로 분석되었고 이 행위자들의 활동들은 수학적 모형들의 도움을 받으며 고찰되었다. 물리학 이론과 같은 추상적인 틀 내에서 생산과 소비의 수준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평가하고 예측함으로써 분석자들은 경제를 마치 실제 세계인 양 조작할 수 있었다. 미적분학은 생산과 소비에 있어서 매우 작은 ‘한계‘ 변동(marginal shifts)의 결과를 계산하는 데 사용되었고 이것으로써 경제 변화가 평가되었다. - P340

희소성과 수요가 등락하면서 새로운 생산물(예컨대 금, 석유, 집 등)의 각 단위도 그에 따라 가격이 등락한다. 종합적으로 복잡한 교환망을 통해 진행되는 이런 변동은 경제를 수요와 공급의 평형 상태에서 멀어지게 하거나 가깝게 만든다. 따라서 경제 변화를 정확한 값으로 기입하려고 하는 미시경제학의 토대가 형성되었다. - P340

한계 비용(marginal cost)은 생산물 한 단위를 추가로 생산할 때 필요한 총비용의 증가분으로, 한계 생산물(marginal product)은 하나의 생산 단위를 추가로 입력함으로써 생기는 총생산물의 증가분으로, 한계 수익 (marginal revenue)은 생산물 한 단위를 판매함으로써 생기는 총수익의 증가분으로, 그리고 한계효용(marginal utility)은 생산물 한 단위를 소비할 때 얻는 만족으로 정의된다. - P340

한계주의 경제학자들은 모형들을 만들어 자연과학자가 하는 식으로 다른 변수들은 고정하고 하나의 변수 혹은 한 조합 변수를 변화시킨다. 유능한 경제학자들은 그런 모형을 통해 깔끔한 그림을 그려 낸다. - P341

고전주의 시대의 거시 분석은 결국 한계주의 시대의 미시 분석과 결합되었는데, 1890년에 『경제학 원론(Principles of Economics)』을 쓴 앨프리드 마샬(Alfred Marshall)의 영향이 가장 컸다. 토르슈타인 베블렌 (Thorstein Veblen)은 1900년에 이런 결합의 결과를 신고전주의 경제학이라고 불렀다. - P341

신고전주의 경제학은 오늘날 우리가 받아들이는 것이기도 하지만 모형 구성 시대(the Era of Model Building)의 경제학과 중첩되기도 한다. 신고전주의는 그때부터 무르익기 시작했다. 이론가들은 1930년대부터 경제학의 세계를 훨씬 더 정교하게 시뮬레이션하기 위해서 선형 프로그램, 게임 이론 그리고 강력한 수학적·통계학적 기법들을 동원했다. 그들은 정확성에 대한 자신들의 느낌에 도취되어 평형에 대한 주제로 계속 되돌아갔다. 그들은 수요와 공급, 회사와 소비자의 충동, 경쟁, 시장 동요와 실패 그리고 노동과 자원의 최적 사용 등을 그들의 능력이 닿는 데까지 구체적으로 서술했다. -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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