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없이 다양한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아낸 경험이 있는 공격수다. 그라운드에서 내가 어슬렁거리는것처럼 보일 때가 많겠지만. 그것은 의도적인 행동이다. 나는 잠시 힘을 비축했다가 순식간에 공격해 들어간다. - P309
남과 다른 이들을 비판만 하지 말고, 칭찬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를테면 "저것 봐. 저 친구는 패스를 안 하고 혼자서 드리블하고 이런저런 개인기를 좋아해서 탈이지만 한 수 앞을 내다볼 줄 알아"라고 말하는 사람. - P312
프로축구 판에서는 모든 게 돈벌이가 된다. - P318
이제는 전면전이었다. 누군가와 전쟁을 벌일 때는 작전을 잘 짜야 한다. 어떻게 반격을 가할 것인가? 그다음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나는 다음 수를 구상하느라 머릿속이 분주했다. - P319
나는 무엇이든 거저 얻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나는 내 몫을 하면서 당당히 도전에 맞서고 싶었다. 인터 밀란에 가서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날로 커졌다. 17년간 리그 우승을 맛보지 못한 구단에 들어가 함께 우승을 일군다면 참으로 엄청난 위업이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되면 나는 차원이 다른 선수로 태어날 수도 있었다. - P321
일단은 뭐라도 잡아야 했다. 침몰하는 배에서 빠져나오려면 무슨 제안이든 붙들어야 했다. - P321
"세상일이라는 게 급변할 때도 있는 거지요." - P325
그 사람을 비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이라면 실수도 하고 그런 거니까. 그가 조금만 더 영리하게 대처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이탈리아 구단 사람들처럼 기자들에게 나중에 다시 전화를 주겠노라고 정중하게 말한 다음, 우리가 조금 늦게 들어온 적당한 이유를 마련해서 다시 답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가령 그날은 늦게까지 외출을 해도 좋다고 특별 허가를 내주었다는 식의 해명도 가능했다. - P328
우리가 징계를 받지 말아야 했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대외적으로 프런트와 선수들은 공동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한 팀이고, 한 몸이다. 내부적으로야 프런트가 얼마든지 선수들을 징계해도 되지만, 대외적으로는 선수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이다. - P328
외계인이 탄 비행접시 한 대가 지구에 착륙이라도 한 것처럼 야단법석을 떨었다. - P331
"진정해, 친구들. 이게 오히려 득이 될 테니까. 범생이는 인기 없어." - P331
"제가요? 글쎄요. 저는 돌아가지 않습니다. 저희한테 벌금을 물리거나, 다른 징계를 내릴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은 저희를 보호하기는 커녕 언론에 나가서 저희를 비난했습니다. 그런 일은 참을 수 없습니다." - P332
솔직히 그 사건과 관련해서 내가 후회하는 것은 한 가지뿐이었다. 어차피 대표팀에서 나올 바에야 그때 좀 더 화끈하게 놀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손님도 없는 술집에서 우리끼리 한잔하고 한 시간 늦게 들어간 얘기는 너무 시시하다. 안 그런가? 주점에서 이것저것 작살을 내거나, 아니면 아베늰 거리에 있는 분수대를 차로 들이받든지, 그게 아니면 술에 취해 팬티만 입은 채 비틀거리며 돌아다녔어야 했다. 그 정도는 되어야 즐라탄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스캔들이라고 할 만했다. 이건 완전 코미디였다. - P333
구단에 새로 들어가면 아무래도 위축되기 십상이다. 모든 것이 낯설다. 거기 있는 사람들은 이미 자기 역할과 위치가 정해져 있고, 저마다 입장이 다르다. 신참이라면 분위기를 파악하려고 한 걸음 물러나서 관망하기 쉽다. 하지만 이 경우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고 그만큼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 P333
‘저 선수는 악동이다. 저 선수는 화를 참지 못하는 다혈질이다.‘ 이런 여론에 휘둘려서나도 사실 착한 녀석이라고 보여주려고 애쓴다면 그 순간 자기 통제권을 세상에 내어주는 거나 마찬가지다. - P333
어떤 상황이 닥치든지 당당히 맞서야만 했다. - P334
모든 팀은 선수들이 한 몸처럼 움직일 때 훨씬 좋은 경기력을 보인다. 그런데 인터 밀란 선수들은 끼리끼리 어울려 다녔다. 이쪽 끝에 브라질 선수들이 앉아 있으면 저쪽 끝에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앉았고, 그 중간에 나머지 선수들이 앉았다. 기본적인 문제의식도 없어서 그냥 대놓고 몰려다녔다. - P336
물론 구단 생활을 하다 보면 어울려 다니는 패거리가 생기기도 한다. 어쨌거나 패거리가 생기는 건 좋지 않은데, 보통은 자기랑 잘 맞는 사람들이랑 친구가 되어 붙어 다닌다. 그런데 인터 밀란에서는 친구가 국적에 따라 나뉘었다. 몹시 원시적이었다. 같이 어울려 축구는 하지만, 그외에는 국적별로 단절된 세계에 살았다. 그 모습을 보니 미칠 것 같았다. 즉시 이 관행을 뿌리 뽑지 않으면 리그 우승은 먼 나라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와 어울려 점심을 먹든 그게 무슨 큰 문제냐고 따져 물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장담컨대 문제가 크다. 그라운드 밖에서 결속되지 않으면 시합에서 그 결과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 P336
파벌은 선수들의 단결력을 해치고 승부욕을 떨어뜨린다. 프로축구에서는 실력 차이가 미세하므로 이 같은 부작용은 얼마든지 승부를 결정짓는 요소가 될 수 있다. - P336
한 팀 선수들끼리 서로 어울리려고 하지 않으면 또다시 패자가 될 뿐이라고 - P337
"그러니까 이 패거리 문화를 깨뜨려야 해요. 팀이 하나로 뭉치지 않으면 우승할 수가 없어요." - P337
나는 전 세계 팬들로부터 편지를 많이 받지만 보통 그 편지를 읽어보지는 않는다. 이는 공평성의 문제다. 편지들을 빠짐없이 다 읽고 답장을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아예 열어보지 않는 편이다. 내용을 읽고 몇몇 사람만 특별대우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 P339
이탈리아말로 "벤베누토 막시밀리안Benvenuto Maximilian"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환영한다. 막시밀리안‘이라는 뜻이었다. - P343
스웨덴에서 유명했던 금융사건(한 기업의 자금이 계좌에서 통째로 사라져버린 트러스터 금융사건) - P343
어느 분야나 그렇겠지만 세대 간에는 묘한 경쟁심이 있다. 구세대는 역사에 길이 남을 영웅이 되고 싶어 하고, 신세대는 새로운 영웅이 되고 싶어 한다. - P349
우리 같은 신세대는 선배들이 득의양양하게 우리를 향해 미소 지으며, "옛날에 우리가 얼마나 죽여줬는지 너희가 직접 봤어야 하는데 말이야" 어쩌고저쩌고하면서 떠벌리는 소리는 더 이상 듣기가 싫다. 우리가 축구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가고 싶기 때문이다. - P349
늘 정신 차리고 사는 건 쉽지 않았다. 나는 가끔 그런 미친 짓을 하면서 짜릿함을 맛보곤 했다. 마약에는 손대지 않았지만, 내게는 뭔가에 중독되는 기질이 있었다. 나는 늘 뭔가에 미쳐 살았다. - P353
내 앞에서 사람들이 불편해하면 나는 스스럼없이 굴면서 분위기를 푸는 편이다. - P357
내가 불평등한 조건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 그들이 사는 세상 밖에서 멸시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느꼈던 아픔은 잊지 못했다. 그 고통은 절대 잊히지가 않았고, 나는 늘 복수를 꿈꿨다. - P359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는 선생님께서 우리 집에 살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 P361
"원하시면 농담으로 들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저는 진지합니다. 저는 이 집을 사고 싶습니다. 선생님이 기뻐하실 만한 조건을 제시할 생각이에요. 어쨌든 우리가 이 집을 살 겁니다." - P361
이적시장에서 벌어지는 협상과 비슷했다. 일종의 게임이었다. 팔 집이 아니라지만 그 집에는 그가 생각하는 가격표가 분명 붙어 있었다. 나는 그의 눈빛을 보면서, 또 오가는 대화 속에서 그 사실을 감지했다. - P361
나는 내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일에 내가 나설 생각은 없다. 나는 축구 선수이지 이런 일을 협상하는 사람이 아니니 협상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대신 보내겠다고. - P362
성격 좋은 친구들은 실력이 그만큼 받쳐주지 않을 때가 많다. 축구 선수는 악착같이 또 격렬하게 승리를 갈구해야 한다. - P366
이 업계에서는 상대의 약점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 그것은 게임의 일부다. 상대의 목에 칼을 들이대야 하는 것이다. - P367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라고 알려지면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그때부터는 또 다른 조명이 따라다니는 격이다. 대중은 물론 다른 선수들, 서포터들, 후원사들도 이전까지와는 다른 시선으로 쳐다보기 시작한다. - P368
가진 자가 더 많이 가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정상에 다가갈수록 계속 위로 올라가게 되어 있다. - P368
사람의 심리가 그렇다. 모든 사람은 일인자에게 관심을 보이기 마련이다. - P368
사실 고액 연봉을 받게 되면 압박감은 그만큼 더 커진다. 그에 걸맞은 성과를 거둬야 하고, 그라운드에서는 눈부신 활약을 펼쳐야만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중압감도 즐기는 편이었다. 사람들이 나를 압박하면 나는 오히려 흥분된다. - P368
어찌 보면 내 무릎은 내 소유가 아니었다. 경영진이 내 살과 내 뼈를 소유했다고도 말할 수 있다. 나처럼 높은 연봉을 받는 축구 선수는 한편으로는 오렌지와 같은 신세다. 구단은 더 이상 즙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오렌지를 쥐어짜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선수를 처분한다. 무자비하게 들리겠지만, 그게 세상 돌아가는 이치이고 게임의 규칙이다. 우리는 구단에서 소유한 재산이고, 우리가 이곳에 존재하는 이유는 시합에 이기기 위해서이지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 P370
의사들도 선수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 선수를 환자로 봐야 할까, 아니면 구단이 소유한 상품으로 봐야 할까? 선수들을 보는 의사들 역시 종합병원에 소속된 사람들이 아니라 그 구단 직원들이기 때문이다. - P370
선수는 자기 몸을 스스로 챙길 줄 알아야 한다. 몸이 아프면 이런 몸으로 경기에 뛰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항변해야 한다. 나는 무릎 통증이 심했다. 자기 몸은 자기가 가장 잘 아는 법이다. - P370
경기에 대한 압박이 너무 컸다. 이럴 때 선수들은 부상이야 어찌 됐든 경기에 뛰기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당장 오늘 시합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자신에게도, 또 구단에도 불이익을 초래하게 된다. 선수들은 이럴 때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하는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의사의 말인가, 아니면 내일 일은 어찌 되든 오늘 시합만큼은 꼭 이겨야겠다며 나를 경기에 출전시키고 싶어 하는 감독의 말인가? - P371
나는 구단을 비난할 생각이 없다. 말했다시피, 나는 돌봄을 받아야 할 환자가 아니었다. - P371
부상을 입었을 때는 머릿속이 늘 시끄럽다. 경기에 나가야 하는가, 아니면 포기해야 하는가? 이 시합을 위해 어디까지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애당초 여기에는 정답이 없다. 룰렛 게임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승부수를 던지고 살아나기만을, 부상 악화로 남은 시즌을 통째로 날려야 하는 사태가 오지 않기만을 빌어야 한다. - P372
나는 감독이 요구했고, 또 나도 팀을 위해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라운드에 남아 끝까지 뛰었다. 하지만 결국 무릎 부상만 더 악화되었고, 우리 팀은 0대 1로 패했다. 나는 그날 몸을 내놓고 뛰었지만, 손에 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P372
그라운드에서 벌어진 일은 거기서 나오는 순간 다 잊어야 하는 법이다. 나는 경기 중에 다퉜던 선수들과 친구가 되곤 한다. - P378
"노력해보죠." "노력하는 건 소용없어. 가져와야지." - P379
때로 어떤 일은 오래도록 우리에게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 P380
나만큼 깊이 파고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세부 동작 하나까지 놓치지 않았다. - P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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