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전파천문학에 대한 얘기가 나왔었는데, 오늘도 이와 관련된 내용들이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이쪽분야의 전공자가 아니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본문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아직도 모르는 세상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여실히 실감하게 된다. 문득 작년에 읽었던 유시민 작가의 책《문과 남자의 과학공부》에서 저자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정확한 문장은 아니지만 내 기억을 잠시나마 더듬어 보자면 ‘인문학만 알던 내가 과학을 공부하고 나서 그동안 세상을 절반만 알고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뭐 이런 취지의 글이었는데, 이 말에 담긴 유시민 작가의 심정을 이제야 나도 비로소 어느정도 공감할 수 있게 된 듯하다.

또한 본문을 읽으면서 인간의 유한함과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을 함께 엿볼 수 있어서 마치 양날의 검과 같이 인간이라는 하나의 대상에서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말이 안되는 문장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유한하지만 무한하다‘ 는 식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이렇게 막상 쓰고보니 ‘유한하지만 무한하다‘ 라는 이 문장이 ‘빛은 입자이자 파동이다‘와 비슷한 성격의 문장같다는 생각도 든다.

다시 본문으로 돌아와서 문장을 읽다보니 몇몇 용어들은 분명 앞에서 봤던 것들인데, 읽다말다를 반복하며 이 책을 읽다보니 그 개념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해졌다. 예를 들어, 퀘이사, 펄서 같은 용어들은 분명 앞에서 접했던 것들임에도 그것들이 지칭하는 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찾아보든지 아니면 인터넷에 검색해서 알아보는 식으로 하여 그 의미를 명확히 알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러한 용어의 생소함 때문에 내가 학창시절에 과학 과목에 흥미를 많이 갖지 못했던 게 아닌가 싶다. 또한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시간이 꽤나 지났음에도 과학 책을 읽었을 때 나오는 다양한 용어들에 난감함을 느끼는 걸 보면 다른 건 몰라도 나라는 사람이 애초에 전문 과학자 쪽으로 갈 상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지금 시점에서는 과학 분야에 대한 교양 수준정도의 호기심은 어느정도 생긴 것 같아서, 관련 분야에 대한 독서는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다. 다만 전문 과학자의 길은 아무나 가는 길이 아니라는 걸 다시금 느끼게 된다.
.
.
.
뒤이어 읽다가 저자는 우리가 속한 지구와 외계 행성의 문명간 교류에 관한 얘기를 하면서 세계사에 기록된 역사적 사실 중 하나를 인용하여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그것은 바로 지금의 멕시코 지방에 있었던 아즈텍 문명이 신문물로 무장한 스페인 인들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되는 이야기였다. 본문에는 이에 관해 굉장히 자세하게 나오지만 여기서 이야기의 핵심만 간단히 적어보자면 기술적으로 앞선 선진 문명이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는 문명을 얼마든지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자인 내가 느끼기에 우주에 관한 책인 이 책에서 저자가 역사에 나오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리가 사는 이 지구 문명과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우주 상의 외계 문명간에 어떤 기술적인 우열관계가 성립한다고 했을 때 위에 나온 아즈텍 문명과 스페인 인들의 관계처럼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일방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시사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비록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이야기는 아닐지 몰라도,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우리의 미래를 예측해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것이 아무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느껴졌기에 저자인 칼 세이건이 얼마나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인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우주에서 오는 전파 신호는 보통 인간 활동과 전혀 관련없는 주파수 대역에서 잡힌다. 예를 들어 퀘이사와 펄서가 내놓는 전파 신호가 그렇고, 태양계 행성들이나 별의 대기층에서 방출되는 신호들도 이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특히 태양계 행성들의 경우 거의 모두가 강한 전파원이어서 전파천문학 발달의 초기 단계부터 우리는 행성을 전파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었다. - P594

우리에게 더욱 다행인 것은 전파의 주파수 대역이 매우 넓다는 점이다. 우주 어디에서 발달된 기술 문명이든 일단 특정 주파수 대역의 전자기파 복사를 검출할 수만 있으면 전파 대역의 존재도 곧 알아차리고 그 주파수 대역의 신호를 수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P594

환경의 악화가 나무 위에서의 생활을 즐기던 영장류들로 하여금 깊이 고민하게 만들었고, 그들의 지적 능력은 이 고민을 통하여 크게 발달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점이 묘한 우연들의 연속을 언급하게 된 배경일 것이다. - P596

연속되는 우연이 지구 생명과 인류의 진화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 - P596

드레이크 방정식의 가치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논의될 수 있겠지만, 한가지 꼭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 방정식이 항성천문학, 행성과학, 유기화학, 진화생물학, 역사학, 정치학, 이상심리학 등 참으로 다양한 분야의 학문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코스모스의 상당 부분이 이 하나의 방정식에 들어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 P598

우리 은하에 들어 있는 별의 총수 N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알아낼 수 있다. 하늘에서 우리 은하를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좁은 영역을 하나 선정해서 그 영역에 들어 있는 별들을 하나씩 헤아린 다음, 그 결과를 은하의 전 영역에 대응하는 값으로 환산한다. - P598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 은하수 은하에 약 4000억 개(4x10^11개)의 별이 있다고 한다. 이 많은 별들 중에서 극소수만이 질량이 큰 별이다. 무거운 별일수록 자신의 핵에너지를 과도하게 낭비하기 때문에 질량이 가벼운 별들에 비하여 수명이 매우 짧다. - P599

대부분의 가벼운 별들은 수명이 수십억 년에 이르며 오랜 세월에 걸쳐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면서 적정한 양의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내놓을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런 별들 주위에 행성이 있다면, 그 행성은 그 별로부터 생명이 발생하고 진화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적절하게 공급받게 된다. - P599

행성의 형성이 별의 형성 과정에 동반되는 현상이라는 증거가 도처에 널려 있다. 예를 들어 보자. 목성, 토성, 천왕성의 주위에는 많은 수의 위성들이 있다. 그러므로 거대 행성 하나하나가 소형의 태양계인셈이다. - P599

쌍성계 형성에 관한 연구, 별 주위를 도는 기체 원반에서 관측되는 제반 현상들, 태양에 가까이 있는 별들에서 검출되는 중력 섭동의 결과 등을 놓고 볼 때, 우리는 행성의 형성이 별이 생성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하나의 동반 현상이라고 믿을 수 있다. - P600

목성과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 - P600

생물들은 일단 태어나기만 하면 주위 환경에 잘 적응하면서 집요한 생명력으로 개체 수를 증가시키며 서식지를 급속히 넓혀 간다. - P600

행성계 하나에 생명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할 천체가 하나 이상일 수도 있다. - P600

인류가 현재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갖추기까지, 그리고 오늘의 고도 기술 문명 사회로 진입하기까지 진화의 역사에서 중대한 사건들이 수없이 많이 일어났다. 그런데 그 사건들의 내용과 발생 순서를 볼 것 같으면 한 사건의 발생이 그 다음 사건에 반드시 선행돼야 할 하등의 이유를 찾아볼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분히 우연이 지배하는 사건들의 연속인 것이다. - P601

다른 한편에서 보면 한 문명권이 특정 능력을 소유한 고도의 기술 문명으로 진입할 수 있는 경로가 우리가 밟아온 경로와 반드시 같아야 할 이유도 없다. 고도 문명 사회로 진입하는 경로는 여럿일 수 있다. - P601

태양의 앞으로 남은 수명 50억 년 - P602

아직도 우리는 한순간의 방심으로 파멸의 길로 들어설 수도 있다. - P603

드레이크 방정식의 주로 앞부분에 오는 인자들, 즉 천문학, 유기화학, 진화생물학 등과 관련된 인자들의 추정값에도 불확실한 점이 물론 많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정치와 경제, 그리고 지구의 경우, 인간 본성에 관한 인자들이야말로 이 방정식에서 가장 불확실한 요소임에 틀림이 없다. - P604

은하 문명권의 거의 대부분이 자기 파멸의 길을 걷지 않는다면 부드럽고 달콤한 별들의 메시지가 온 하늘을 가득 채울 것이다. - P604

교신 가능한 고등 문명의 개수 N은 여러 가지 인수因數 들의 곱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일종의 필터 역할을 하는 개개의 인수가 크면 클수록 많은 수의 문명권을 기대할 수 있다. - P597

N* : 은하수 은하 안에 있는 별들의 총수

f(p) : 행성계를 가지고 있는 별들의 비율, 또는 행성계를 동반할 확률.

n(e) : 주어진 행성계에서 생명이 서식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행성들의 평균 개수.

f(l) : 생명이 실제로 탄생할 수 있었던 행성들이 차지하는 비율. 또는 생명 탄생 확률.

f(i) : 태어난 생명이 지적 능력을 갖출 수 있기까지 진화할 수 있는 확률.

f(c) : 지적 생물이 우리와 교신할 수 있을 정도의 고도 기술 문명으로 진화할 확률.

f(L) : 행성의 수명에서 고도 기술 문명의 지속 기간이 차지하는 비율. - P597

메시지에 담긴 내용은 둘째로 치고, 외계 신호의 접수만으로도 외계 문명의 탐색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실감할 수 있다. - P604

수백만 개에 이르는 문명 사회가 은하수 은하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면 문명 사회들 사이의 평균 거리는 대략 200광년이 된다. 빛의 속도로 전파되는 라디오 전파라고 하더라도 가장 가까운 이웃까지 가는데 2세기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구 문명이 이러한 대화를 시도했다면 케플러가 보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지금 우리가 받는 셈이 된다. - P605

전파천문학은 우리에게 비교적 새로운 분야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현 수준은 범은하적 관점에서 볼 때 뒤쳐진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들에게 신호를 보내려고 애를 쓸 것이 아니라 그들이 보낸 신호를 받으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보다 앞선 문명권에서는 수신보다 송신이 더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 P605

해리 후디니Harry Houdini(1874~1926년)는 미국의 유명한 마술사이다. - P607

"우리의 인내에 한계가 없는 줄 안다." - P607

프랑스에서 라 페루스가 탐험대의 선원을 모집하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지원했다. 그래서 똑똑하고 열성적인 젊은이들도 많이 탈락했다. 이 중에 코르시카 섬 출신의 젊은 포병 장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Napoleon Bonaparte가 끼어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세계사의 흥미로운 한 분기점이 아닐 수 없다. 라 페루스가 나폴레옹을 선발했더라면, 로제타석은 발견되지 않았을 수도 있으며, 그렇다면 샹폴리옹의 상형 문자 해독은 불가능했을 게고, 근·현대사는 여러 면에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을 것이다. - P607

인류사에서 문명과 문명 사이의 만남은 그리 우호적인 것이 아니었다. 라디오 신호를 이용한 접촉처럼 키스같이 가벼운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물리적이고 직접적인 것이었다. - P606

앉은부채skunk cabbage는 습한 땅에서 자라고 뿌리와 줄기가 짧고 굵으며 잎이 넓은 북아메리카 산의 다년초로서,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 P608

틀링지트 족의 코위 추장이 들려준 이야기에서 우리가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있다. 문자 문화가 없는 사회에서도 고도 기술 문명과의 만남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수세대에 걸쳐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고도의 기술문명을 자랑하는 외계의 지적 존재가 수백 또는 수천 년 전에 지구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면, 그 만남이 비록 문자 발명 이전에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외계 문명과의 접촉을 알 수 있는 구전이 어디엔가 전해오리라고 믿어도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우리는 외계 문명과의 접촉을 짐작할 수 있는 이와 같은 설화나 전설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 P609

아스텍과 스페인의 기술 격차는 기껏해야 수세기에 불과했지만, 그 차이는 아스텍 인들을 역사의 뒤안길로 완전히 사라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 P614

우리가 겪어 본 문화 간 갈등의 음울한 실상이 범은하적凡銀河的 규모에서도 통용되는 것이라면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들은 우리의 셰익스피어나, 바흐나, 베르메르와 같은 이들에게 일시적 경의는 표할지 몰라도 지구 문명은 바로 끝장내 버릴 것이다. - P614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외계 문명권이 200광년의 거리에 있고 그들이 광속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그곳에서 우리에게 오는 데에는 200년이면 충분하다. 그들이 광속의 100분의 1이나 1,000분의 1의 속도로 느리게 움직였다고 하더라도, 총 비행 시간은 기껏해야 2만 내지 20만 년일 것이다. 이 기간은 인류가 지구에 태어난 이래 지금까지 경과한 시간보다 훨씬 짧다. - P615

그 어떤 문명도 인구를 제한하지 않고는 성간 탐험을 한없이 계속할 수 없을 것이다. 한 사회가 인구 폭발에 직면하면 그 행성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 에너지 그리고 과학 기술을 전적으로 자신들을 먹여 살리는 데 투자해야 한다. 이것은 특정한 문명만이 아니라 어떤 문명에나 적용되는 아주 강력한 원리이다. 한 행성의 사회 제도나 그곳에 번성하는 생물의 생물학적 구조에 관계없이 인구가 지수 함수적으로 팽창하면 그 행성의 자원은 결국 동이 나고 만다. - P618

다른 별에 가고자 하는 동기는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우리의 태양이나 태양계 가까운 곳에 있는 어떤 별이 곧 초신성으로 폭발할 상황에 놓여 있다면, 인류는 성간 우주 비행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기술문명이 정말로 대단한 수준에 도달했는데, 은하의 중심이 곧 폭발할 단계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치자. 이 경우에는 성간 이주가 아니라 은하간 이주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지 않겠는가? 대규모의 폭발적인 격변을 우주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은하 간 방랑을 일삼는 문명도 생각할 수는 있으나, 그들이 우리 지구에까지 올리는 없을 것이다. - P616

어쨌든 인구 증가율이 낮은 문명권이 성간 식민지를 우주 여러 곳에 구축하려면 긴 세월이 필요할 것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성간 이주의 속도와 인구 증가율은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 - P618

우리가 전파 망원경이나 우주선을 갖기 시작한 것은 겨우 수십 년 전부터이며 우리의 기술 문명은 고작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한편 인류가 과학적 사고를 하기 시작한 것은 수천 년밖에 되지 않는다. - P619

일반적으로 지구 문명의 나이는 1만 내지 2만 년이라고 한다. 지구에 인류가 태어난 시기부터 따져 본다고 하더라도 수백만 년을 크게 넘지 않는다. 우리의 기술 문명이 발달해 온 속도는 이 정도로 느리기만 했다. 불과 수십 년밖에 안되는 우리의 경험으로 100만 년의 역사를 헤아려 보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우주를 개척하기 시작한 지 100만 년이나 지난 문명 사회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일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는 있다. - P619

공상 과학 소설과 UFO 문학에서 즐겨 다루는 소재가 문명과 문명사이에서 벌어지는 전쟁이다. 외계 문명이 소유한 우주선이나 광선총이 우리 지구 문명의 것과 다르기는 하지만, 실제 전투에서는 쌍방이 대등한 수준의 전력을 갖고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친다. 그러나 실제로 은하의 어느 두 문명권이 대등한 수준일 리가 없다. 그 어떤 대결에서든 항상 한 문명이 다른 문명에 비해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할 것이다. - P620

100만 년이라는 세월은 엄청 긴 시간이다. 우리보다 앞선 기술을 가진 문명권이 지구로 와서 무엇을 한다면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기만 할 것이다. 그들의 기술과 과학의 수준이 우리보다 월등하게 앞설 것임에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 P620

지구 문명이 악의에 찬 외계 문명과 만났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걱정할 필요조차 없다. 그들이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가 동족이나 다른 문명권과 잘 어울려 살 줄 아는방법을 이미 터득했음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다스리고 남과 어울려 살 줄 모른다면 그렇게 오랜 세월을 견뎌 낼 수 없었을 것이다. - P620

우리가 외계 문명과의 만남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우리 자신의 후진성에서 유래한 것이다. - P621

우리의 공포감은 우리 자신의 죄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잘 알고 있다. 인류의 역사에서 한 문명이 그보다 약간 선진적인 또는 약간 후진적인 문명에게 철저하게 파괴당하는 야만적 상황을 우리는 여러 차례 목격했다. 콜럼버스와 아라와크 족Arawaks의 만남이 그랬고 코르테스와 아스텍이 그랬다. 라 페루스와의 만남 이후 틀링지트 족이 겪어야 했던 최후 운명이 또한 그랬다. 우리는 저들도 우리와 같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외계 문명과의 조우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 P621

문명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과학자들이 비과학자들을 설득하여 외계 생명의 탐색 사업에 필요한 재정 지원을 얻어 내기가 불가능한 사회이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사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내부에만 투자하고, 통념이 사회를 철저하게 지배하여 별 세계의 탐색 같은 것은 아예 생각도 할 수도 없는 사회이다. 다른 하나는 외계 문명과 접촉해 보고 싶다는 희망을 꿈꿀 수 있으며, 또 시민 전체가 위대한 이 꿈을 공유하여 외계 문명과의 만남을 위한 대규모의 연구가 실행될 수 있는 사회이다. - P622

외계 문명이 발견된다면 인류사와 지구 행성의 의미는 그 근본에서부터 변혁을 겪게 될 것이다. - P623

소수素數는 1과 자기 자신만으로 똑 떨어지게 나눠지는 자연수다. 가장 작은 소수 열 개를 써 보면 다음과 같다. 1, 2, 3, 5, 7, 11, 13, 17, 19, 23. - P623

소수가 가진 특성을 생각할 때 어떤 전파 신호가 소수만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그것은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물리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수신한 신호가 소수만으로 된 신호라면 적어도 소수를 좋아하는 문명권이 저 멀리 어디엔가 존재한다고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 P623

전 지구적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바로 그 로켓과 핵 기술이 우리를 다른 행성과 별에까지 실어 날라준다. - P628

그날은 올 것입니다. 하루하루의 끝없는 반복을 통해 그날은 우리에게 오고야 말 것입니다. 우리의 생각과 육체 안에 가능성으로만 숨어 있던 그 무엇이 자신의 참 모습을 언젠가 드러내어, 지구를 발받침으로 삼아 훌쩍 밟고 일어서서, 큰 소리로 웃으며 저 별들에게 우리의 손을 내밀 날이 정녕 우리에게 오고야 말 것입니다. - P631

코스모스의 발견은 바로 ‘어제‘ 일어난 사건이다. 지난 100만년 동안 우리는 지구 이외에 또 다른 세상이 있을 수 없다고 확신해 왔다. 그것에 비교한다면 아리스타르코스에서 현대까지의 기간은 0.1퍼센트에 불과한 찰나일 뿐이다. - P6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