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동물들과 여타의 조건이 동일하다면 어리석은 머리보다 명석한 두뇌를 갖는 것이 살아가는 데 월등하게 유리하다. 지능이 높은 존재들은 문제를 남보다 더 잘 해결할 줄 알고, 더 오래 살 수 있으며 새끼도 더 많이 낳는다. - P567
우리의 연구 대상이 지구라는 이름의 단 하나의 행성에서 볼 수 있었던 진화의 계통에 묶여 있는 한, 외계 생물이 얼마나 탁월한 지적 능력의 소유자들이며 그들이 이룩한 문명 또한 얼마나 높은 수준일지 알 길이 없을 것이다. - P568
지구의 경우를 보건대 유전적 다양성은 일련의 우발적 사건들에 따라서 결정된다. 그뿐만 아니라 특정 유전자들의 선택 과정도 따지고 보면 우연성을 동반하는 환경적 요인들에 따라 좌우된다. - P568
멀리 떨어져 있는 자기 분신들이 전파 교신을 통해 서로를 연결하여 하나의 총체적 개체를 이루는 일이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지구상에서 실현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P569
오늘날에는 전 세계적 규모의 라디오ㆍ텔레비전 방송망, 레이더 전파 교신망 등이 행성 지구를 온통 휩싸고 있다. 라디오 방송이 이용하는 특정 주파수 대역에서는 지구가 목성보다 심지어 태양보다도 더 밝고 더 강력한 신호를 내는 전파의 방출원이다. - P571
지구가 하루 한 번씩 자전하므로 지상의 강력한 전파 송신기들도 자동적으로 하늘을 하루에 한 번씩 휩쓴다. 그러므로 외계 문명권의 전파천문학자들이라면 지구의 자전 주기, 즉 하루의 길이를 자신들이 수신한 전파 신호의 시간에 따른 변화에서부터 쉽게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 P571
지구상에서는 레이더용 송신기가 가장 강력한 전파원의 하나이다. 그중에서 어떤 것들은 지구와 가까운 행성들의 표면을 더듬는 전파 손가락으로 이용된다. 레이더 빔이 하늘에 투사됐을 때 차지하는 넓이가 행성들보다 훨씬 더 넓기 때문에, 지구에서 송출하는 레이더전파 신호의 대부분은 바람처럼 태양계를 벗어나 별과 별 사이 공간으로 깊숙이 전파된다. 그러므로 어느 한 외계 문명권이 감도가 썩 좋은 전파 망원경을 가지고 있다면 그 망원경으로 우리의 레이더 신호를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 P571
레이더 송신은 대부분 군사용 목적으로 쓰인다.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의 대규모 공격이 두려워서 우리는 군사용 레이더로 전 하늘을 지속적으로 감시한다. - P571
레이더 전파 신호의 정보량은 거의 0에 가깝다. 삐- 삐- 삐 하는 식의 수학적 패턴을 단순 반복하는 것이다. 인류 전체를 멸망으로 이끌지 모르는 불길한 사건의 조짐을 불과 15분 전에 알아내기 위해 우리는 이 짓을 열심히 하고 있다. - P571
지구에서 송신되는 전파 가운데 가장 널리 퍼져 나가고 가장 쉽게 인지될 수 있는 것은 텔레비전 방송 신호이다. 지구 바깥에서 지구를 바라본다면 한 방송국이 지구의 지평선 밑으로 사라질 때 반대편 지평선에서는 또 다른 방송국이 떠오를 것이다.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이다. - P572
나중에 내보낸 방송이 먼저 나간 방송보다 빨리 전파되게 할 방법도 없고 이미 나간 방송을 중간에 가로채서 수정을 가한 다음 다시 내보내는 방법을 생각해 보지만 그것도 불가능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불가능의 근원은 광속의 유한성이다. - P573
지구에서 텔레비전 방송이 대규모로 시작된 것은 1940년대 후반이다. 이때 처음 송출된 방송은 반지름이 빛의 속도로 커지는 구의 표면을 만들면서 우주 깊숙이 점점 더 멀리 퍼져 나가고 있다. 구의 중심에는 물론 지구가 자리한다. - P573
‘체커스 Checkers 연설‘
1952년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닉슨은 1만 5000달러의 뇌물을 받았다는 스캔들에 직면했다. 그는 이에 반박 연설을 했고 자신의 재산과 지출 내역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뇌물‘은 인정을 했는데 그것이 바로 딸이 선물로 받은 강아지 ‘체커스‘였다. - P573
시간에 따라 전파 세기가 변하는 펄스 - P575
우리 유전자에 담긴 정보는 아주 오래된 것이다. 그 대부분이 수백만년 이상 오래된 것이며 어떤 정보는 수십억 년 전으로까지 멀리 거슬러 올라간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의 책에 실린 정보는 수천 년의 세월을 견뎌 낸 것들이다. 그렇지만 뇌에 실린 정보는 겨우 수십 년밖에 안 된 극히 최근의 정보이다. 긴 세월을 걸쳐 내려온 정보를 인간 특유의 것이라고 부를 수 없다. - P576
별과 별 사이의 공간은 완벽한 의미의 진공이 아니다. 주로 수소 기체와 미세 고체 입자들이 희박하게 분포한다. 수소원자가 평균 1제곱센티미터에 하나 정도 들어 있다. 고체 입자는 크기가 약 0.1 마이크로미터이고 성분은 주로 규산염과 탄소알갱이로 되어 있다. 이러한 성간 티끌의 밀도는 한 변이 100미터인 정육면체 공간에 겨우 하나가 들어 있을 정도로 지극히 희박하다. - P576
보이저 우주선은 우주 공간을 참기 어려울 정도로 느리게 이동한다. 태양에 가장 가까운 별까지 가는 데에도 수만 년이 걸릴 것이다. 그래도 여태껏 인류가 우주에 진수시킨 물체들 중에서 보이저가 가장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 P577
보이저가 수년 걸려 움직인 거리를 텔레비전 방송 신호는 수시간에 주파한다. 방금 종영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토성 근처에 있는 보이저까지 달려가는 데 수시간이면 충분하다. 그 후에는 물론 보이저를 앞질러 먼 별들로 향하여 더 빨리 달려간다. 그리고 4년이 채 못 되는 짧은 기간 안에 태양에서 가장 가까이 있다는 켄타우르스자리 알파별에 도달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이나 수백 년 후면 우주 먼 곳에 있는 문명권에서도 우리의 텔레비전 방송을 시청하게 될 것이다. - P577
결국 우리는 지구라는 특정 지역에서 일어난 물질 진화의 산물이다. 150억 년의 긴 세월을 거쳐 결국 물질은 의식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의식의 산물인 지능은 인간에게 무서운 능력을 부여했다. 인간이 자기 파멸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갖춘 현명한 존재라고 아직은 확신할 수 없지만 많은 이들이 이러한 파국을 피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다. - P577
우주적 시간 척도에서 볼 때 지극히 짧은 시간이겠지만 우리는 어서 지구를 모든 생명을 존중할 줄 아는 하나의 공동체로 바꿔야 한다. 그리하여 지구상에서 평화를 유지하는 한편, 외계 문명과의 교신을 이룩함으로써 지구 문명도 은하 문명권의 어엿한 구성원이 돼야 할 것이다. - P577
M 13은 태양계에서 2만5000광년 떨어져 있는 구상성단으로서 은하수 은하의 원반에서 위로 높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성간 소광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 - P578
아레시보 성간 메시지는 총 1,679 비트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1,679는 소수 73과 23의 곱으로 주어지는 특별한 숫자이다. 신호를 수신한 측에서 1,679이 갖고 있는 이러한 특성에 착안한다면, 그들은 강약의 1,679비트 시계열 정보를 23칸, 73줄로 나열하여 ...(중략)... 그림을 만들어 볼 줄 알 것이다. - P578
인체를 구성하는 주요 원소인 수소, 탄소, 질소, 산소, 인 - P578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들 사이에 성립하는 불변의 관계들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수학보다 더 소중하며, 수학보다 더 쉽게 과오나 오류에서 해방될 수 있고, 수학보다 더 간단히 기술할 수 있으며, 수학보다 그 통용 범위가 더 넓은 언어는 결코 발견될 수 없을 것이다. - P580
수학이야말로 우주의 모든 현상을 기술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가 단 하나의 설계도를 통해서 가장 단순하게 만들어졌다는 확실한 증언을 우리는 수학에서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수학을 통하여 불변의 질서가 자연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고 믿을 수 있다. - P581
조제프 푸리에Joseph Fourier는 고체의 열전도에 관한 연구로 유명하다. 오늘날 그 결과가 행성들의 표면 성질을 알아내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그는 또한 파동과 주기 운동에 관한 연구로도 유명한데, 이 연구의 결과가 푸리에 분석이라고 불리는 수학의 한 분야를 열었다. - P583
이 소년이 장 프랑수아 샹폴리옹 Jean François Champollion이었다. 아무도 읽을 수 없는 언어에 매혹된 이 소년은 나중에 뛰어난 언어학자로 성장했다. 그는 자신의 정열을 고대 이집트 문자 연구에 온통 쏟아 부었다. - P583
샹폴리옹은 이집트의 상형문자의 첫 번째 해독자이다. - P585
우리가 그냥 상형 문자라고 번역하는 ‘hieroglyphics‘는 원래 ‘신성한 인각문印刻文‘이라는 뜻이다. - P586
로제타석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석판은 로제타가 아니라 ‘라시드 Rashid의 돌‘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이 석판이 발견된 곳이 나일 삼각주에 위치한 라시드라는 마을이고 ‘로제타‘는 아랍어에 무지했던 유럽 인들이 라시드를 잘못 부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 P587
상형 문자가 전적으로 그림 문자이거나 전적으로 비유 문자라기보다 오히려 대부분의 기호들이 단음을 나타내는 개개의 글자이거나 아니면 음절을 표현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론 - P588
상형 문자에 나타나는 기호들 중 일부는 형상을 통해 대상을 지칭하는 그림이었다. - P589
샹폴리옹 이전의 번역자들이 실패의 쓴맛을 톡톡히 봐야했던 이유는 소리를 나타내는 표음 문자表音文字와 기호에 뜻을 담아내는 표의 문자가 이처럼 섞여 쓰였기 때문이다. - P589
돌이켜 생각하면 모든 것이 무척 쉬워 보이지만 실은 이 해독법을 터득하기 위해서 수세기에 이르는 세월이 필요했다. 특히 고대의 기록일수록 해독하기가 더 어려웠다. 단서 중의 단서가 바로 왕의 이름을 둘러싼 긴 타원형의 표시였다. 이집트의 파라오들은 2,000년 후에나 태어날 먼 미래의 이집트학 학자들에게 결정적인 도움이라도 주려는듯이 자기네 이름에 뚜렷한 표지를 남겼던 것이다. - P590
일방통행식 대화의 문을 열어서 수천 년 동안 벙어리로 남아있던 한 문명권으로 하여금 비로소 자신의 역사, 마술, 의술, 종교, 정치, 철학 전반에 대하여 말하게 했으니, 이때 샹폴리옹의 기쁨을 말로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 P590
아무리 다른 문명권들이라고 해도 그들과 우리 사이에는 공통의 언어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 공통의 언어는 바로 과학과 수학이다. 자연의 법칙은 우주 어디를 가든 동일하다. - P590
멀리 있는 별이나 은하의 스펙트럼을 찍어 보면 태양의 스펙트럼과 비슷할 뿐 아니라 지구에서 적절히 설계한 실험 상황에서 만들어 낸 스펙트럼과도 일치한다. 우주 어디의 물질이든 같은 종류의 원소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원자의 빛 흡수ㆍ방출 과정은 우주 어디를 가든 우리가 알고 있는 양자역학의 기본 원리로 모두 설명할 수 있다. - P591
멀리 있는 은하들도 적정 궤도를 따라 상대방 주위를 서로 맴돌고 있다. 멀리 있는 수많은 은하들도 사과를 땅에 떨어뜨리고 보이저 우주선의 궤도를 계산할 수 있게 해 주는, 바로 그 중력의 법칙을 충실하게 따르는 것이다. - P591
지구에서 발견된 자연의 모든 법칙이 우주 어디에서나 성립하므로, 별들 사이를 가로질러 우리에게 온 메시지도 반드시 해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우리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목적이 지구 문명에게 무언가 그들의 이야기를 알리기 위한 것이라면 그 메시지는 반드시 쉽게 해독될 수 있는 내용일 것이다. - P591
외계 문명과의 통신 방법은 행성들 사이가 아니라 별들 사이의 공간을 뛰어넘는 것이어야 한다. 이상적으로 그 방법은 싸고 빠르고 단순명쾌해야한다. - P591
행성 지구에서 가장 큰 전파 · 레이더 천문 관측 시설은 푸에르토리코 섬에 있는 아레시보 Arecibo 전파 · 레이더 천문대이다. - P592
주반사경은 우주 깊은 곳으로부터 오는 전파 신호를 받아서 주반사경 위에 높이 매달려 있는 부반사경으로 보내 거기에 초점을 맺게 한 다음, 그곳에 모인 신호를 전기선을 이용하여 제어실로 보내면 제어실에서 이 신호를 분석한다. 이렇게 해서 우주 저 멀리에 있는 천체를 이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다. - P592
이 시설(아레시보 전파 천문대)은 레이더로도 쓰인다. 이때에는 부반사경이 전파 신호를 주반사경으로 쏘아 주면 주반사경이 그 신호를 우주로 내보낸다. - P592
프랑스의 천문학자 샤를 메시에 Charles Messier가 작성한 메시에 목록의 열세번째 자리를 차지하는 M 13이라는 구상 성단 - P592
우리는 쌍방이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성간 쌍방교신이 가능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 저편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확실히 그렇다. - P592
전파는 빛의 속도로 공간을 움직인다. 가장 빠른 우주 탐사선에 실어 보내는 정보보다 1만 배 정도 빨리 전달된다. - P593
전파 망원경들은 아주 좁은 주파수 대역을 통해서 무척 강한 전파 신호를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광막한 별과 별 사이의 공간을 가로질러 외계 문명에까지 우리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 P593
만약 아레시보 망원경과 같은 크기의 전파 망원경이 외계 행성에 설치되어 있다면, 비록 그 행성이 1만 5000광년이나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우리는 그 외계 문명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1만 5000광년은 태양에서 은하수 은하 중심까지 거리의 절반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현대 과학 기술은 우리와 교신할 수 있는 외계 문명이 어디에 있는지 그 위치를 정확하게 알기만 한다면 그들과의 대화를 가능케 하는 수준에 와 있다. - P593
전파천문학이야말로 인류의 이 거대한 사업에 꼭 들어맞는 과학 기술이다. 그 어떤 성분의 대기가 외계 행성을 둘러싸고 있든 전파 신호는 반드시 그 대기를 뚫고 들어갈 것이다. - P593
전파는 별과 별 사이에 흩어져 있는 성간 물질에 흡수되거나 산란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대기에 스모그가 꽉 차 있는 날 가시광선은 불과 수 킬로미터도 통과할 수 없지만, 우리는 샌프란시스코 시의 방송국에서 송출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잘 들을 수 있다. - P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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