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 이어 예술 경영 분야와 관련된 개략적인 설명이 이어진다. 읽으면서 결국 예술도 돈으로 치환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게 현실이라는 걸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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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절을 바꿔서 저자가 졸업한 학교인 한예종과 관련된 내용들이 나온다. 다양한 얘기들이 나오지만 개인적으로 저자가 한예종을 다니면서 느꼈던 점들이 눈에 띄었다. 예술가만의 지독한 열정이라든가 남들이 무엇을 하든간에 주눅 들지 말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면 된다는 생각 등이 인상깊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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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읽다가 저자가 세무사 공부를 하기 전에 행정고시를 준비했었던 일화를 만나볼 수 있었다. 한예종에 입학시험을 치를 때 문화예술인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예술인들을 위한 좋은 정책을 만들려는 동기로 도전했다고 한다. 시험준비를 위한 동기 자체는 꽤나 멋져 보였으나 동기에 걸맞는 수험생활을 보내지 못하고 1년만에 깔끔하게 접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실패경험을 통해 깨닫게 된 여러가지 교훈들은 이후 도전하게 된 세무사 시험을 단기간에 합격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런 걸 보면 실패라는 것을 무작정 안 좋게만 볼 일도 아닌 듯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에디슨의 말이 문득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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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서는 저자가 한예종에 다닐 때 했던 여러 번의 실습을 통해 느끼고 배운 점들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읽으면서 경험의 중요성이라는 게 어떤 건지를 좀 더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냥 단순히 책이나 기타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듣는 것도 물론 아예 아무 것도 안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역시 직접 부딪치면서 몸소 느끼는 경험들이 우리의 머리는 물론이고 마음 속 깊숙한 곳까지 새겨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공연과 행사시 기획자와 아티스트의 역할에 대해서도 덤으로 알 수 있어서 각종 이벤트들의 생태계에 대해서도 잠시나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본문에 저자가 교수님을 도와 ‘무용 콩쿠르‘ 실습을 했던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기서 일일이 나열할 수는 없지만 실습을 통해 저자의 역량이 엄청나게 발휘되는 것을 보면서 도대체 저 많은 일들을 어떻게 다 감당해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론으로 배운 것들을 실전에서 빠짐없이 써먹었던 저자의 모습을 보며 참 대단하신 분 같다는 생각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도전 받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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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내용에서 저자는 학부시절 일본 교토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던 경험을 독자들과 공유한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접하는 것들이 많아서 인터넷으로 검색해가면서 읽어봤는데, 아주 신선한 경험이었다. 사진으로만 봐도 신선했는데, 실제로 가서 보고 경험한다면 더욱더 좋을 듯하다.

공연/콘서트/전시는 모두 비즈니스입니다. 자금을 어떻게든 구해와서 잘 관리하고 이익을 창출해야 합니다. - P242

예술경영이야말로 예술 중의 예술 - P242

지원금을 교부받고, 용도에 맞게 지출하고, 공연이 끝나면 정산하고...  - P242

동료 예술가들에게 특이하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습니다. 어쩌면[예술의 세계]와 지구 반대편만큼이나 거리가 먼 것이 [숫자의 세계] 아닐까요? - P243

예술가들은 세금을 힘들어하고, 세무지식에 목말라 있었습니다. 반대로 일반 경영학과 출신들은 예술의 세계를 막연해합니다. 예술의 세계는 가까이하기 어려운 미지의 세계라고 생각합니다. - P244

세금 때문에 애먹는 예술가들, 기획자들에게 지식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어떤 예술가라도 사회에 나오기 전에 기본적인 지식을 가질 수 있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 P244

넘어야 할 것은 자기 자신입니다. - P248

최고로 거듭나게 되면 세간의 평가는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 P248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을 하라.‘ - P249

‘내 인생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 P249

자기 작품 세계를 위해서 인생을 온전히 바치는 학생들과 함께하기 때문에 예술가만의 지독한 열정을 옆에서 보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열심히 한다 정도가 아닙니다. 거의 자기파괴적인 예술가만의 열정을 볼 수 있습니다. 겪어본 입장에서 고시공부가 아무리 힘들다 해도, 예술가의 열정에 비할 바는 못 된다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P251

세상에는 천재라고 불리는 자들이 많다는 걸 알았고 반대로 아무리 천재라도 자기 분야 외에서는 다를 것 없이 평범한 사람에 불과하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항상 겸손하게 제가 제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되, 한편으로는 주눅 들지 않고 내 것을 개척해 나가면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 듯합니다. - P251

자기 자리에서 자기 할 일을 잘하면 될 것 - P251

예술가들과 어울리다 보니, 인생을 옭아매는 많은 선입견과 관념들도 버릴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규칙들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다 보니, 어떤 규칙들은 생각보다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 예술가들은 실력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나이, 기수, 성별 그런 것들을 어느 정도 초월하게 됩니다. 반대로 어떤 규칙들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싫어도 해야 하고, 힘들어도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합니다. - P251

다치지 않고 일하려면 항상 거친 말투로 긴장감을 유지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큽니다. - P257

오로지 시험에 합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공부만 효율적으로 해야 - P260

가장 효율이 좋은 오전 시간 - P260

시험에 붙으려면 시험과목만 집중해서 공부해야 되거든요. - P260

시험에 나오는 문제를 많이 써보아야 - P261

시험장에서 문제에 대한 답을 손으로 쓸 줄 알아야 합격 - P261

세상이 만만치가 않다. 겸손해야 한다 - P262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공부 습관을 다 뜯어고쳤습니다. 먼저 시험과 관련 없는 것은 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이 바뀌어 유튜브, 넷플릭스 재미난 것들이 더 많아졌지만 오로지 시험에 도움이 되는 일로만 시간을 보냈습니다. 신문,
핸드폰도 당연히 하지 않았습니다(지적 호기심은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최대한 자제했습니다). - P262

다음으로, 안다는 게 전부가 아니다. 시험에 나오는 문제를 쓸 수 있게 되어야 공부가 된 것이다, 고 명심했습니다.
그래서 강의는 최소한으로만 듣고, 답안을 쓰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못 써도 되니까 손이 저리도록 쓰고 또 썼습니다. 그러자 점점 나아졌습니다. - P263

공부는 웬만하면 혼자 했고, 동료와 같이 공부할 때도 밥만 같이 먹고, 한 공간에서 공부한다는 것 이상으로 웃고 떠들거나 하며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습니다. - P263

20대의 어린애는 실패해도 되지만, 30대의 가장은 실패할 수 없습니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언제든지 실패할 수 있다는 생각에 또 겸손해집니다. - P263

윗사람들은 조금 손해 보더라도 눈앞의 이익을 포기하면서 아랫사람들을 끌어나가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아랫사람을 끌어가기 위해서는 이상이나 능력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이익을 줄 수 있는 능력이나 어느 정도 경제력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P268

여러 이해관계를 조심스럽게 다루지 않으면 갈등의 불씨가 된다 - P268

공연 예산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서로 예산을 쓰려고 눈치싸움을 합니다. 공연에서 본인이 눈에 띄는 기여를 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고, 잘 된 디자인은 곧 포트폴리오가 되어 디자이너의 커리어에 쌓여나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기 파트만 잘 되어봐야 공연 전체가 무너져서는 다 같이 망하게 됩니다. - P268

실무에서는 기획자가 주도권을 가지고 예산을 배분하면서 어디에 힘을 더 줄지 결정합니다. 기획자가 그럴 권력이 있는 이유는 공연자본을 기획자가 구해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학교 공연에서는 학교에서 예산이 주어지다 보니, 기획자에게 그런 권위가 서지 않았습니다. 디자이너들이 겨루는 과정만 지켜볼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 P268

처음에 훨씬 보수적으로 예산을 배분하고, 남는 돈을 어디에 더 투자할지를 의논하는 방식으로 갔어야 - P269

어떤 조직이든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 P270

단호하게 원칙으로 판단해야 한다 - P270

학교에서 큰 실습을 끝내고 나니 좀 더 큰 무대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그 자신감이 미래에 더 큰 실습들을 해낼수 있는 원천이 되었습니다. - P271

공연보다 행사를 할 때 기획자 책임이 큽니다. - P272

공연에서 기획자는 아티스트를 돕고 전반적인 운영을 담당하지만, 무대 위의 일은 아티스트 몫입니다. 무대, 의상, 조명, 음향, 특수효과는 아티스트에게 권한이 있습니다. 기획자는 재무, 물자조달, 법무를 지원하는 형태로 됩니다. - P273

행사는 기획자가 할 일이 많습니다. 강연자는 PT만 준비해 오고 나머지 강연에 필요한 화면, 음향, 조명 등 기획자가 환경을 조성합니다. - P273

행사가 공연보다 구성이 다채로운 경우가 많습니다. 무대 위에서는 인사말, 본론, 축하공연, 세리머니 프로그램이 있고, 로비에서도 전시, 오브리 연주, 리셉션이 진행됩니다. 또 공연에서는 굿즈 판매가 선택사항이지만, 행사는 거의 필수적으로 기념품 구상이 들어갑니다. - P273

공연은 관객이 입장하여 자리에 앉아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공연 전과 인터미션 때만 관객 움직임을 관리하면 됩니다. 반면 행사는 시종일관 손님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방명록도 기록하고, 목걸이를 차고 서로를 알아보며 담소를 나누고, 귀빈과 일반 관객이 있고, 참석자를 사전부터 케어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P273

[그날 쓴 돈은 그날 기록한다]는 원칙 - P275

콩쿠르는 비영리사단법인이 주체가 되어 스태프를 고용하고 행사를 꾸립니다. 상급기관으로 수뇌부인 법인 이사진이 있고,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집행위원회 자문을 받는 식이었습니다. 콩쿠르 주된 가이드라인은 집행위원회에서 결정되고, 사원총회에서는 그 자문을 승인하는 형태로 운영했습니다. - P276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해야 한다는 근성 - P279

엄격한 동작, 엄격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고전적인 발레와는 달리, 발레의 동작을 차용하되 파격적인 구성과 역동적인 움직임을 더한 것이 모던 발레입니다. - P281

단독주택 (잇코다테) - P284

전에도 게이들과 대화를 나눠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동성이라는 사실 외에 깊이 관여하지 않으면 같이 지내는 데 특별할 것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 P284

[시조 카라스마] ...(중략)...
빌 에반스의 <Waltz for Debby>  - P285

[히가시야마] ...(중략)...거대한 오렌지빛 토오리로 유명한 [헤이안 신궁] - P285

나중에 가서야 우리나라에서는 상대가 손윗사람이면 선생님이라는 칭호를 편하게 쓰는 것과 달리, 일본에서는 정말로 학교 선생님이거나, 의사/변호사이거나, 국회의원 정도에게만 쓰는 극존칭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 P286

[카츠토지] ...(중략)...카츠동 위에 올라가는 토핑을 따로 국밥처럼 반찬처럼 먹는 것입니다. - P286

제가 머무르던 집은 히가시야마에 있었는데, 히가시야마는 사쿄구에 속해있습니다. 사쿄는, [왼쪽 좌], [서울 경]을 뜻합니다. 그런데 재밌게도 그 동네는 옛날 천황이 머무르던 궁궐의 동쪽에 있습니다. 동쪽인데 왜 서울의 왼쪽이라고 할까요? 이것은 왕이 궁궐에 앉아 남쪽을 쳐다보고 있으면 그의 왼쪽이 동쪽이 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듣고서는 아주 재밌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P286

히가시야마는 조용한 마을인데, 제가 머물던 집 근처에는 콘카이코묘지(금계광명사)라는 이름의 큰 절과 공동묘지가 있었습니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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