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전자의 본질에 대해 정리하면서 시작한다. 지난번 포스팅까지 본문에서 언급했던 핵심적인 특성들을 단 몇 문장으로 정리해준 저자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바로 뒤이어서는 노화 이론에 관한 내용들이 나온다.

자연선택의 기본 단위로 가장 적합한 것은 종도 개체군도 개체도 아닌, 유전 물질의 작은 단위(이것을 ‘유전자‘라고 부르면 편리하다)라는 것이다. 이 논의의 기초가 되는 것은 유전자가 불멸인 데 비하여 몸 이상의 큰 단위는 일시적이라는 가정이었다. 이 가정은 두 가지 사실, 즉 유성생식과 교차가 있다는 사실과, 개체는 죽을 운명이라는 사실에 근거를 둔 것이다. - P107

노쇠는 개체의 생애 동안 일어나는 복제 과정의 유해한 오류와 유전자 손상이 축적되어 생기는 것이라는 이론이 있다. - P108

‘좋은 유전자‘의 가장 일반적인 특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기성‘이 그 특성 중 하나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성공한 유전자가 가지는 또 하나의 일반적인 특성은, 자기 생존 기계의 죽음을 적어도 번식한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 P108

당신의 사촌과 종조부 중에는 어려서 죽은 자가 반드시 있을 테지만, 당신의 조상 중에는 단 한 사람도 어려서 죽은 자가 없다. 어려서 죽었다면 당신의 조상이 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 P109

‘치사 유전자‘란 자신을 지니고 있는 개체를 죽이는 유전자다. 반半치사 유전자는 개체가 쇠약해지도록 하여 다른 원인에 의해서 죽을 가능성이 높아지도록 한다. - P109

모든 유전자는 생애 중 특정 단계에서만 몸에 최대 영향을 미치는데, 치사 유전자와 반치사 유전자도 예외는 아니다. 대부분의 유전자는 배아기에 영향을 미치지만 어떤 유전자는 유아기에, 어떤 유전자는 청년기에, 또 어떤 것은 중년기에, 그리고 어떤 것은 노년기에 영향을 미친다(나비 애벌레와 그것이 변태한 나비 성충은 똑같은 유전자 세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 P109

분명히 치사 유전자는 유전자 풀에서 제거될 것이다. 그러나 후기에 작용하는 치사 유전자가 초기에 작용하는 치사 유전자에 비해 유전자 풀 내에서 더 안정하게 유지된다는 사실 또한 확실하다. - P109

늙은 몸에서 치사 효과를 내는 유전자가 개체가 번식을 어느 정도라도 하고 나서 그 치사 효과를 나타낸다면 그 치사 유전자는 유전자 풀 내에서 성공적일 수 있다. - P109

노쇠 현상은 후기에 작용하는 치사 유전자와 반치사 유전자가 유전자 풀에 축적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부산물일 뿐이다. 이들 치사 및 반치사 유전자는 단지 후기에 작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선택의 그물 구멍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 P109

피터 메더워Peter Medawar가 강조하는 점은, 선택은 다른 치사 유전자의 작용을 늦춰주는 유전자를 선호하고, 좋은 유전자의 작용을 빠르게 하는 유전자도 선호한다는 것이다. 진화의 많은 부분은 유전자 활동의 개시 시기를 유전적으로 제어하는 것과 연관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 P110

모든 개체가 연령에 상관없이 자손을 가질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해도, 메더워의 이론은 후기에 작용하는 유해한 유전자가 유전자 풀 내에 축적되리라 예측한다. 그리고 노년에 번식이 어려워진다는 것은 그 2차적인 결과로서 생겨날 것이다. - P110

생장growth과 무성생식reproduction은 단순히 체세포 분열로 되는 것이기 때문에 양자 간에는 구별이 거의 없다. - P112

많은 식물은 흡근吸根을 뻗어서 무성생식을 한다. - P112

집단선택론자들은 성性이 "다른 개체의 몸속에서 독립적으로 발생한 이로운 돌연변이가 한 개체에게 쉽게 모일수 있도록 한다"고 생각한다. - P113

유성생식 대 무성생식은 청색 눈 대 갈색 눈과 같이 하나의 유전자가 제어하는 특성이라고 생각된다. - P114

유성생식을 가능케 하는 유전자는 자기의 이기적 목적을 위해 다른 유전자 모두를 조종한다. 교차를 가능케 하는 유전자도 마찬가지다. - P114

다른 유전자의 복제 오류 빈도를 조종하는 유전자(돌연변이 유발 유전자)도 있다. 정의에 따르면, 복제 과정의 오류는 복제되는 유전자에게 명백히 불리하다. 그러나 만약 이 오류가 그것을 일으킨 이기적 돌연변이 유발 유전자에게 이로운 것이라면 그 돌연변이 유발 유전자는 유전자 풀 속에 퍼질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교차가 교차를 가능케 하는 유전자에게 이로운 것이라면 이것으로서 교차의 존재는 충분히 설명되는 셈이다. - P114

무성생식에 비해 유성생식이 유성생식을 가능케 하는 유전자에게 이롭다면 이것으로서 유성생식의 존재도 충분히 설명된다. 유성생식이 개체의 나머지 유전자 모두에게 이로운가 아닌가 여부는 별로 중요치 않다. 유전자의 이기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결국 성은 그다지 기묘한 것이 아니다. - P114

성의 존재는 유전자가 선택의 단위라는 결론에 이르는 일련의 논의에서 전제 조건 - P114

성은 존재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사실이다. 작은 유전 단위, 즉 유전자를 가장 근본적인 독립된 진화의 인자因子 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성과 교차가 있기 때문이다. - P114

생물체의 DNA 총량은 그 생물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양보다 훨씬 많은 듯하다. - P115

DNA의 진정한 ‘목적‘은 생존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여분의 DNA에 대한 가장 단순한 설명은 그것을 기생자, 아니면 기껏해야 다른 DNA가 만든 생존 기계에 편승하는, 해는 주지 않지만 쓸데도 없는 길손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 P115

도킨스가 말하는 이기적 유전자는 몸에 영향을 미쳐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도록 돕기 때문에 그 빈도가 증가한다. 이기적 DNA는 이것과 정반대의 이유로 빈도가 증가한다. 몸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기 때문에(...) - P510

조정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배 자체인 것과 마찬가지로 살거나 죽거나 하는 것은 개체이고, 자연선택이 가장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항상 개체 수준에서다. 그러나 선택적인 개체의 죽음과 번식으로 인한 장기적인 결과는 유전자 풀 내에서 유전자의 빈도가 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 P115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유전자 풀은 원시 수프가 최초의 자기 복제자에게 했던 역할을 현대의 자기 복제자에게 똑같이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P115

성과 염색체 교차는 현대판 수프의 유동성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성과 교차로 인해 유전자 풀은 유동적이며 유전자는 부분적으로 뒤섞인다. - P116

진화는 유전자 풀 속에서 어떤 유전자는 그 수가 늘어나고 또 어떤 유전자는 수가 줄어드는 과정이다. - P116

유전자에 관한 한 유전자 풀은 유전자가 살아가는 새로운 형태의 수프다. 옛날과 다른 점이라면 오늘날의 유전자는 언젠가는 죽을 생존 기계를 만들기 위하여 유전자 풀 내 동료 유전자들 집단과 협력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 P116

오늘날 식물이라 불리는 생존 기계의 한 갈래는 스스로 직접 햇빛을 사용해 단순한 분자에서 복잡한 분자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고, 초기 원시 수프에서 벌어졌던 유기물 합성 과정을 더 빠른 속도로 재현해 냈다. - P119

동물이라고 불리는 또 다른 갈래의 생존 기계는 식물을 먹든지 다른 동물을 먹든지하여 식물의 화학적 노동을 가로채는 방법을 ‘알아냈‘다. - P119

어떤 사람은 몸을 세포의 군체에 비유하기도 한다. 나는 몸을 유전자의 군체로, 세포를 유전자 화학 공장의 작업 단위로 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 P120

동물이 빠른 운동을 위해 진화시킨 부품은 근육이다. 근육은 증기기관이나 내연 기관과 같이 화학 연료에 저장된 에너지를 써서 기계적 운동을 만들어 내는 엔진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근육이 만들어내는 가장 일차적인 기계력은 증기 기관이나 내연 기관의 경우처럼 기압이 아닌 장력의 형태라는 것이다. 그러나 근육도 끈이나 경첩이 붙은 지렛대에 힘을 가한다는 점에서는 엔진과 유사하다. 우리 몸에서 지렛대는 뼈, 끈은 힘줄, 경첩은 관절이다. - P121

대개 인공 기계의 타이밍은 캠cam이라는 멋진 발명품에 의해 조절된다. 캠은 단순한 회전 운동을 편심륜偏心輪 또는 특수한 형태의 바퀴를 이용하여 복잡하고 반복적인 패턴으로 바꾼다. - P122

디지털 컴퓨터는 복잡하게 시간이 조절된 운동 패턴을 만들어 내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가진 대형 전자 장치다. 컴퓨터와 같은 현대적 전자 기기의 기본 구성 요소는 반도체다. 반도체의 한 형태로 우리에게 낯익은 것으로는 트랜지스터가 있다. - P122

생존 기계가 행동의 시간을 조절하는 데 쓰는 장치는 컴퓨터와 공통점이 많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조작 방식은 전혀 다르다. 생물 컴퓨터의 기본 단위인 신경 세포, 즉 뉴런은 그 내부 활동이 트랜지스터와는 조금도 닮지 않았다. - P122

분명히 뉴런에서 뉴런으로 전해지는 신호는 컴퓨터의 펄스 신호와 약간 닮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개개의 뉴런은 트랜지스터에 비해 훨씬 정교한 데이터 처리 단위다. 세 개의 다른 부품과 연결되는 트랜지스터에 비해, 하나의 뉴런은 수십만 개의 다른 성분과 연결된다. - P122

뉴런은 트랜지스터보다 정보 처리 속도는 느리지만, 과거 20년간 전자 산업계가 추구해 온 소형화 추세에서 트랜지스터보다 훨씬 앞선다. 인간의 뇌에 수십억 개의 뉴런이 있다는 사실만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두개골 하나에는 겨우 수백 개의 트랜지스터밖에 집어넣을 수 없을 것이다. - P123

식물은 옮겨 다니지 않고도 살 수 있기 때문에 뉴런이 필요 없으나, 대부분의 동물 집단에게는 뉴런이 있다. 그것은 동물의 진화에서 일찍이 ‘발견‘되어 모든 집단에 전승되었을 수도 있고, 몇 차례 독립적으로 재발견됐을 수도 있다. - P123

뉴런은 기본적으로 세포일 뿐이고, 다른 세포와 같이 핵과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뉴런의 세포막은 가늘고 길며 철사 모양의 돌기가 있다. - P123

흔히 하나의 뉴런에는 축삭 돌기라는 특별히 긴 ‘철사‘가 한 가닥 있다. 축삭 돌기의 폭은 육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좁지만 그 길이는 수 미터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한 가닥의 길이가 기린 목의 전체 길이에 달하는 긴 축삭 돌기도 있다. - P123

축삭돌기는 보통 다발로 되어 있고 많은 가닥이 꼬여 굵은 케이블, 즉 신경을 형성한다. 신경은 몸의 한 부분에서 다른 부분으로 마치 전화선처럼 메시지를 운반한다. - P123

어떤 뉴런은 축삭 돌기가 짧고, 신경절 또는 더 큰 경우에는 뇌라고 하는 빽빽한 신경 조직의 집합 속에 들어 있다. 뇌는그 기능상 컴퓨터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뇌나 컴퓨터나 복잡한 입력 패턴을 분석하여 저장되어 있는 정보를 조회한 후 복잡한 출력 패턴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 P123

기능적으로 뇌는 내장 컴퓨터와 완전히 같은 역할, 즉 데이터 처리, 패턴 인식, 단기 및 장기 데이터 축적, 작업 조정 등의 역할을 한다. - P512

지금의 트랜지스터는 집적 회로(IC)로 되어 있어, 하나의 두개골에 집어넣을 수 있는 트랜지스터에 해당하는 물건의 개수는 수십억 개에 이를 수 있다. - P512

개인적으로 나는 오히려 컴퓨터 프로그램이 세계 선수권을 석권할 것을 기대한다. 인간성humanity은 겸손humility의 교훈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 P514

뇌는 주로 근수축의 제어와 조정을 통해서 실제로 생존 기계의 성공에 기여한다. 이를 위해서는 뇌에서부터 근육에 이르는 케이블이 필요한데, 우리는 이를 운동 신경이라 부른다. - P124

근수축의 제어와 조정이 유전자를 효과적으로 보존하는 것으로 이어지려면, 근수축의 타이밍과 외부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타이밍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어야만 한다. 깨물 것이 입 속에 있을 때만 턱 근육을 수축시키고, 무언가를 쫓거나 무언가로부터 도망가야 할 때만 다리의 근육을 달리는 양상으로 수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자연선택은 감각 기관, 즉 바깥세상에서 벌어지는 물리적 사건들의 양상을 뉴런의 펄스 신호로 바꾸는 장치를 갖춘 동물을 선호했을 것이다. - P124

뇌는 감각 신경이라는 케이블을 통해 눈, 귀, 미뢰와 같은 감각 기관에 이어져 있다. 감각계의 성능은 특히 놀라운데, 가장 값비싸고 가장 뛰어난 인공 기계에 비하더라도 훨씬 복잡한 패턴 인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모든 속기사는 음성 인식 기계나 손으로쓴 문자를 읽는 기계로 대체되었을 것이다. 속기사는 앞으로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필요할 것이다. - P124

감각 기관이 뇌를 거치지 않고 근육과 직접 연결되었던 시기가 있었을 것이다. 말미잘은 현재도 이 상태와 별로 다르지 않다. 왜냐하면 말미잘의 생활양식에서는 이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깥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의 타이밍과 근수축의 타이밍 사이에 더욱더 복잡하고 간접적인 관계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그 매개물로서 뇌와 비슷한 것이 필요했다. - P124

진화의 과정 중에 기억이 ‘발명‘되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기억이라는 장치 덕분에 근수축의 타이밍은 가까운 과거의 사건뿐 아니라 먼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에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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