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세 번의 포스팅에 걸쳐서 전반적인 책의 내용과 뇌과학, 생물학, 화학에 대한 리뷰를 했었고, 오늘은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읽기 힘들었던 물리 파트에 대해 리뷰해보겠다.

본격적인 리뷰를 쓰기 전에 한 가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간단히 적어보자면 위에서 언급한 읽기 힘들었다는 말은 단지 독자인 나의 물리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해서 그렇게 느꼈다는 것이지 저자가 내용을 어렵게 써서 그렇다는 식의 얘기는 결코 아님을 미리 밝힌다. 또한 물리학이라는 학문 자체의 특성상 배경지식의 유무와는 별개로 애초에 나같은 평범한 사람이 이해하기에는 쉽지 않았던 것일수도 있다.


물리학 파트에 가장 먼저 나오는 키워드로 독일의 물리학자인 하이젠베르크가 제안한 양자역학의 핵심적인 특징인 ‘불확정성‘ 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이 말을 영어권 국가의 학자들이 옮기는 과정에서 ‘불확실성‘ 이라고 옮겼다(p.210)는 얘기가 나온다.

그냥 얼핏 보면 ‘불확정성‘이나 ‘불확실성‘이나 크게 차이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 둘은 그 의미가 완전히 같지는 않다고 한다.

여기 별도로 어원에 대한 긴 설명을 쓰진 않겠지만 본문에서는 ‘불확정성‘ 이라고 해석되는 독일어 단어의 어원을 의미 단위로 쪼개서 분석해 보여주는 부분이 나온다. 이 독일어 단어를 영어권 학자들이 그나마 가장 비슷한 단어인 ‘불확실성uncertainty‘ 이라는 말로 번역한 것인데, 저자는 본문에서 ‘단어의 뜻이 문맥에 따라 달라지고 문장의 의미와 느낌이 언어의 장벽을 넘을 때마다 미묘하게 바뀐다‘(p.210) 는 말을 통해 독일어에서 말하는 ‘불확정성‘ 과 영어권에서 이를 지칭하는 ‘불확실성‘ 이 의미하는 바가 완전히 똑같은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부분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들었던 생각은 어떤 것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것이 나왔던 최초의 근원을 파헤쳐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여러 나라를 거치면서 그 본래의 의미가 조금씩 왜곡될 수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는데, 이와 관련된 사례로 과거 TV 예능 프로그램 같은 데서 많이 나왔던 ‘몸으로 말해요‘ 라는 코너가 문득 생각났다. 이 코너는 맨 처음에 있는 사람이 사회자로부터 어떤 단어를 전달 받으면 그 사람은 자신의 뒤에 있는 사람에게 말이 아닌 몸 동작으로 그 단어를 설명해야 하는 것인데, 이 과정이 서너번 반복되다보면 기존에 전달받은 단어의 의미가 점점 왜곡되는 경우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본문에 나온 이야기와 독자인 나의 기억속에서 끄집어낸 사례를 통해 어떤 고유한 의미를 지닌 용어일지라도 시간과 공간의 터널을 지나면서 얼마든지 그 의미의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여기서 좀 더 확장해서 생각해본다면 다른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간접적인 방법보다는 가능하다면 직접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그래야 왜곡된 의사전달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단어의 의미왜곡 및 의사소통과 관련된 얘기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이어서 본격적으로 물리학의 개념들 가운데 나름대로 중요하다고 느껴졌던 것들에 대해서 하나씩 다뤄보도록 하겠다.

가장 먼저 앞서 계속 언급했던 ‘불확정성 원리‘의 특징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본문에 따르면 이 원리는 ‘입자의 운동량과 위치를 동시에 알 수 없다‘(p.211)고 말한다.

이 ‘불확정성 원리‘에서 파생된 것이 그 난해하다고 알려진 ‘양자역학‘인데 이와 상대되는 것으로 ‘고전역학‘이 있다. 이 두 역학을 구분하는 기준은 확정성의 유무인데, 기존의 고전역학이 입자의 운동량과 위치를 동시에 알 수 있기에 확정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반면, 이후에 나온 양자역학은 위에서 언급한 불확정성 원리에 기반한 것이기에 입자의 운동량과 위치를 동시에 알 수 없다고 한다.

추가로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을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본문에 나온 문장 하나를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고전역학의 세계는 결정론이 지배한다. 모든 것이 물리 법칙으로 확실하게 결정되어 있고 우리는 그것을 안다. 그런데 입자들이 활동하는 미시세계에서는 고전역학의 결정론이 통하지 않는다.‘(p.213)

독자인 나는 이 문장의 뒷부분을 보면서 추가로 양자역학이 왜 불확정성을 특징으로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입자들이 활동하는지의 유무가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을 가르는 기준점이 되는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확정성과도 연관되어 있는데, 어떤 외적인 조건이 고정(확정)되어 있다고 가정한 상태에서 분석한 역학이 고전역학이라고 한다면 양자역학은 불규칙적으로 활동하는 입자들로 인해 입자의 운동량과 위치를 확정지을 수 없는 것으로 독자인 나는 이해했다.


또한 뒤이어 나오는 내용들을 읽으면서 저자가 고전역학, 양자역학 등 과학분야의 책을 읽고 자신의 머리를 쥐어 뜯어가며 관련 이론이나 내용들을 이해해보려고 발버둥쳤다는 느낌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수 있었다. 난생 처음보는 용어들과 난해한 수식들을 보면서 얼마나 생경한 느낌을 받으셨을지 감히 짐작하기가 힘들정도다.
독자인 나는 문과 출신의 저자가 어렵고 난해한 과학 용어들과 개념들을 나름대로 풀어서 설명해주는 이 책을 읽는 것도 결코 만만치가 않은데, 진짜 과학자들이 쓴 책들을 한두권도 아니고 수십권씩 읽으면서 거기에 나오는 내용들을 고민하고 생각해봤을 저자의 고충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정도로 컸을 것이라고 감히 추측해본다. p.227에 나온 문장 중에 저자가 ‘아인슈타인 선생님, 고맙습니다‘ 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독자인 나는 ‘유시민 작가님, 고맙습니다‘ 라고 말해야 할 것 같았다. 안 그래도 어려운 과학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셨기 때문이다.

또한 이어지는 내용에서 과학 관련 책들을 여러권 읽고 공부해본 자신조차도 ‘빛과 전자가 입자이고 파동‘(p.214)이라는 것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과 상대성이론 역시도 ‘이해‘하지 못한다(p.227)는 얘기를 할 정도로 과학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고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인 내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적어도 이 책을 읽기 전보다는 과학에 좀 더 친숙해지고 가까워졌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문과출신의 저자가 쓴 이 책마저도 읽지 않았다면 어쩌면 죽을때까지도 과학이라는 것과는 어떠한 인연도 맺지 못한채 살아갔을지도 모르겠다. 감사하게도 문과출신의 저자가 쓴 과학관련 서적을 만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과학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친밀해지고 약간의 호기심도 생긴듯 하다. 앞으로도 과학이라는 건 계속 진화하며 발전해나갈텐데 그러한 발전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고 따라갈 수 있는 시각이 생긴다는 것 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본문에 나온 문장 중에 이런 문장이 있다.

‘감각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직관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p.227)


본문에는 비교적 상세하게 나왔지만 이 리뷰에서는 다루지 못한 ‘전자는 입자이고 파동이다‘ 라는 문장과 관련된 부가적인 설명들,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공식, 빛의 속도에 대한 얘기, 캐플러의 행성 운행법칙, 에너지 보존 법칙, 질량 보존 법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등에 관한 내용들이 궁금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이 책이든 혹은 관련 내용이 잘 설명되어있는 책들을 직접 구해서 읽어보시면 좋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리뷰에서 이러한 개념들을 나만의 언어로 표현할 자신이 도무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내 머리를 최대한 쥐어짜내서 뽑아낸다면 무슨 말이라도 나오기야 하겠지만 전공자도 아닌 내가 억지로 쥐어짜내서 뽑아내는 말보다는 차라리 훨씬 더 알기쉽고 친절하게 위의 개념들을 설명해주는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의 글을 읽는 것이 훨씬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일이 자주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때론 이렇게 솔직하게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는게 차라리 나은 것 같다. 괜히 어설프게 아는 척해서 불필요한 사족이 길어지는 것보다는 말이다. 저자가 자신이 이해한 부분의 한계를 가감없이 인정한 것과 마찬가지로 독자인 나 또한 스스로 이해한 부분의 한계를 인정하는 바이다. 그 똑똑하다는 서울대 출신의 저자도 잘 모르는 걸 서울대 출신도 아닌 일개 문과 출신의 독자가 이해한다는 게 애초에 말이 안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내가 나의 언어로 리뷰하지 못한 이 부분들은 위에 언급하였듯이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의 도움을 받거나 혹은 나보다 과학지식이 훨씬 더 풍부하신 다른 리뷰어들의 리뷰 등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물리학에 나오는 복잡하고 난해한 개념들과 현상들에 대한 변론(?)은 이정도로 마무리하고, 이어서 나오는 내용인 원자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원자의 상대적인 위치에 대해 이해하기 좋은 문장 하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생물의 몸은 세포의 집합이다. 세포는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 분자는 원자의 결합이다.‘(p.228)

이 문장을 독자인 내 방식대로 풀어보자면 먼저 생물을 인간이라고 봤을 때, ‘인간의 몸은 세포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며 그 세포들은 분자로 구성되어 있고 또한 그 분자 하나하나는 원자들이 모여서 이루어져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그렇다면 ‘우리 몸의 원자들은 언제 어디에서 만들어졌을까?‘(p.228) 라는 의문을 자연스럽게 던진다. 이는 앞선 리뷰에서 언급했던 환원주의(큰 것을 작은 단위로 쪼개서 분석하는 과학의 연구 방법)와도 일맥상통하는 질문이었다.

본문에서 저자는 문과적 감성을 덧입혀 위의 질문을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p.228)라는 좀 더 직관적인 말로 변환하여 독자들에게 보여주는데 이 질문에 물리학은 ‘별에서 왔지‘ (p.228)라는 말로 대답한다.

아니 갑자기 난데없이 ‘별에서 왔다‘니... 독자인 나는 이게 갑자기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지만, 뒷 부분에 이어지는 내용을 통해 ‘별에서 왔다‘ 는 말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이론만 보면 원자 제조법은 간단하다. 양성자와 중성자를 좁은 공간에 집어넣고 전자를 양성자 수만큼 오비탈에 뿌리면 된다. 양성자와 전자의 수가 같아야 한다는 것 말고는 달리 고려할 게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간단하지 않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가까워지면 서로 강하게 당기거나 밀어내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핵에 욱여넣으려면 엄청나게 높은 온도에서 엄청나게 강한 압력을 가해야 한다. 지구에는 그런 일을 할 만큼 온도가 높은 곳이 없고 그 정도로 강한 압력을 만들 방법도 없다. 그러니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는 지구 밖에서 왔다.‘(p.228)

윗 내용이 다소 길게 느껴질 수 있기에 위에 나온 말의 핵심을 나만의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지구에는 원자를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의 온도와 압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는 지구 밖, 즉 별에서 왔다고 말할 수 있다‘ 는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을 듯하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앞서 언급했던 ‘별에서 왔지‘ 라는 말에 근거하여 별에 대한 얘기들이 나온다. 저자는 특별히 별의 생애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사람의 생애와도 닮았다(p.229)는 얘기를 하는데, 본문에 그 이유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이 나와있지는 않지만 독자인 나는 이것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앞선 내용에서 인간이 별에서 왔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것을 본문 내용에 따라 논리적으로 정리를 해보자면, 우리 인간을 구성하는 물질 중 최소단위가 바로 원자인데 이 원자의 근원이 별에서 왔다고 하였으니 당연히 인간의 생애와 별의 생애는 닮을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갑자기 좀 생뚱맞은 말처럼 들릴수도 있겠지만, ‘인간은 별이다‘ 라고 말해도 그리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문학에 나오는 은유법정도로 너그러이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근데 그냥 욕하셔도 딱히 뭐라 할 말은 없다.)


뒤이어서 ‘모든 것은 한 점에서 출발했다. ... 밀도와 온도가 매우 높은 한 점이 폭발하면서 우주가 탄생했다‘(p.229)고 하는 그 이름도 유명한 ‘빅뱅‘이 나온다. 본문을 읽다보면 빅뱅과 관련한 세부적인 내용들이 나오는데 여기서 독자인 나는 특별히 위에서 언급했던 별에 대한 얘기를 연계하여 얘기해보고자 한다.

본문을 읽다보면 빅뱅과 별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다음과 같은 부분이 있다.

‘빅뱅 때 만들어진 가스와 먼지가 중력으로 뭉쳐 별이 되었고.... 질량이 큰 별일수록 온도와 압력이 높았다.‘(p.230)

앞에서 우리 인간의 원자가 별에서 왔다는 말과 함께 그 이유가 지구에서 원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정도의 온도와 압력을 갖추고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라 했었다. 이 내용에 더해 p.230에 나온 문장의 뒷 부분을 보면 질량이 큰 별일수록 온도와 압력이 높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두 가지 내용들을 종합하여 추론하면 결국 우리 인간을 구성하는 원자라는 것이 정확한 질량까지는 알지 못하더라도 어찌됐든 질량이 큰 별에서 왔다고 나름의 결론을 도출해볼 수 있을 듯하다.

또한 본문의 내용 중에 ‘우리는 우주의 먼지로 돌아갈 것이다‘(p.234) 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위에 p.230에 인용한 문장의 앞부분(가스와 먼지가 중력으로 뭉쳐 별이 되었고)과도 연계지어 생각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문장에 따르면 별을 구성하는 물질 중 하나가 바로 먼지인데, 앞서 우리 몸을 구성하는 최소단위인 원자가 별에서 왔기에 그 원자에 속한 물질도 결국 가스와 먼지일 것이고, 우리가 이 땅에서의 삶을 마감하면 결국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던 원자마저도 가스와 먼지로 분해될 것이기에 p.234에 나온 우리가 우주의 먼지로 돌아갈 것이라는 문장이 논리적으로 맞다는 해석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가로 독자인 내가 빅뱅이론과 관련된 이 리뷰를 쓰던 중에 진화론에서 말하는 ‘모든 것이 하나에서 출발했다‘는 사고방식인 일원론이 문득 생각났다. 어떻게 보면 우주 대폭발인 ‘빅뱅‘ 으로 인해 어떤 하나의 점 혹은 물체가 위에서 언급했던 별과 사람이라는 각기 다른 형태로 진화한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지극히 독자인 나의 주관적인 상상이기는하나 전혀 근거없는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어서 별에 대한 얘기를 읽던 중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별의 이름은 인간의 시선을 반영한다. 신성新星(nova)은 갑자기 밝아진 별이고 그중에도 유난히 밝아진 별이 초신성超新星(supernova)이다. 초신성은 하루 사이에 몇 만배 밝아지기도 한다. 육안으로 우주를 관측하던 시대에 그 별이 새로 나타났다고 생각해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 (p.231)

일단 첫 문장을 보면서는 ‘인간의 시선을 반영하는 것이 단지 별의 이름뿐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별의 이름 외에도 각종 곤충이나 식물 등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것들이 인간의 시선에 의해 그 이름이 결정될 때가 많지 않은가. 이는 인간이 자신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생각하기에 인간의 시선으로 다른 사물이나 생물들의 이름을 짓는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또한 뒤에 이어지는 단어 중에 초신성超新星이라는 뜻을 가진 supernova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우연한 타이밍인지는 몰라도 이 단어는 최근 인기 아이돌 그룹인 에스파의 노래 제목이기도 해서 독자인 나는 이 노래 후렴부분의 멜로디만 어렴풋이 알고 있다가 문득 노래의 구체적인 가사가 궁금해졌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가사 중에 ‘우린 어디서 왔나‘ , ‘불러낸 내 우주를 봐봐‘ , ‘내 모든 세포 별로부터 만들어져‘ , ‘원초 그걸 찾아‘ 등과 같은 것들이 있었다. 이 가사들 중에 특별히 ‘내 모든 세포 별로부터 만들어져‘ 라는 가사는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에서 읽었던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것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좀 놀랐다. 아이돌 노래의 가사들이 그냥 아무런 근거없이 쓰여지는 게 아니라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또한 이 노래를 작사하신 분도 우주에 존재하는 별에 대한 배경지식들을 어느 정도는 갖고 있었기에 이러한 가사들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볼 수 있었다. 사소해보일수도 있지만 이렇게 책에서 읽어봤던 내용들을 실생활에 적용되는 것들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니 조금이나마 더 우주나 별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이 생기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뒤이어서 태양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었는데 본문을 읽다보니 태양도 별의 한 종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구과학에 대한 지식이 어느정도 있으신 분들이 봤을 때는 뭐 저런 기초적인 것도 모르나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과학에 무지몽매한 문과 출신의 독자라는 점을 널리 양해해주시기를 바란다. 그나마 오늘이라도 제대로 알게 된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본문엔 태양이 생성된 뒤 살아 움직이다가 소멸되는 태양의 생애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들이 나오는데 자세한 내용은 직접 책을 구해서 읽어보시면 될 듯하고, 독자인 나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태양도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태양의 소멸과 관련된 설명이 나온 문장을 살펴보자.

‘중심부의 헬륨을 소진하고 나면 태양은 수축하다가 마지막 핵융합을 일으키며 폭발한다.‘(p.233)

‘태양 아래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은 틀렸다. 태양도 영원하지 않다.‘(p.233)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지구과학 지식에 무지한 독자인 나는 솔직히 이제까지 태양은 영원한 거 아닌가 하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태양도 오랜 시간 지속되긴 하지만 결국에는 소멸하고 만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건 어쩌면 어릴 때 학교에서 배웠는데 내가 기억을 전혀 못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뭐 이유야 어찌됐든 이 책을 통해서 지금이라도 과학적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그것에 일단 감사해야 겠다.

예전에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이 불렀던 노래 제목 중에《삐딱하게》라는 노래가 있는데 그 노래가사 중에 ‘영원한 건 절대없어‘ 라는 가사가 나온다. 지드래곤은 이미 오래전에 우주의 섭리를 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긴 자신이 속한 그룹의 이름이 빅뱅이니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뒤에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불교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과 함께 불교가 양자역학과 본질적으로 겹치는 내용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불교에는 ‘연기법‘이라는 것이 있는데 핵심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시공간의 모양과 물질의 분포는 어느 쪽이 먼저 결정되고 그에 따라 다른 쪽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서로를 결정한다. 둘은 상호의존 관계다. 이것을 불교적으로 해석한 것이 연기법이다. 어떤 사물도 다른 것과의 관계를 떠나 독립해서 존재할 수는 없으며 모든 것은 다른 것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의미를 가진다.‘(p.235)

이어서 양자역학과 관련된 본문의 내용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우리가 감각으로 인지하는 세계는 물질로 꽉 차있다.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비어 있는 것 같지만 지구행성의 모든 공간은 공기로 가득하다.... 겉보기에는 꽉 찼으나 실제로는 텅 비어있다‘(p.239)


독자인 나는 불교의 연기법과 양자역학 이 두 가지에 대한 얘기를 보면서 어떤 기준에서 보느냐에 따라 사물이나 대상을 보는 관점이 완전히 극과 극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또한 여기나온 불교의 연기법과 양자역학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얼마든지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다양할수록 좀 더 세상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기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잡힌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좀 더 확장해서 적용해보자면 과학에 무지한 문과 출신 사람들이 기존에 있던 문과적인 지식에 더해 과학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가질 수 있다면 보다 더 세상을 넓고 다양한 각도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좋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이유 때문에 인문학을 오랫동안 공부해오던 저자도 이《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라는 책을 쓰면서 과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나간 건지도 모르겠다.


뒤이어 인문학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잠시 나온다. 여기서의 핵심은 과학은 객관적 진리를 찾는 것인 반면, 인문학은 단지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큼 ‘그럴법한 이야기‘를 만드는 일(p.244)이라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개인적으로 비교적 최근에 읽었던 유현준 교수의 《공간이 만든 공간》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저자가 건축가라서 건축관련 책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 책은 알라딘의 책 분류 기준으로 교양 인문학으로 분류되어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물론 과학적인 것에 근거한 얘기들도 나오지만 의외로 저자께서 그럴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추론하는 내용들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최근 독서를 통해 이러한 것들을 경험하다보니, 유시민 작가가 위에서 언급한 ‘그럴법한 이야기‘라는 용어가 독자인 나의 마음에 더 와닿게 느껴졌다. 유현준 교수의 책을 읽다보면 ‘그럴법한 이야기‘들을 종종 만날 수 있기에, 《공간이 만든 공간》이라는 책의 분류가 교양 ‘인문학‘으로 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뒤이어서 열역학 법칙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여기에는 제1법칙과 제2법칙이 있는데 저자는 제2법칙에서 언급되는 ‘엔트로피‘라는 것을 키워드로 글을 풀어나간다. 정확히 알지는 못하더라도 어느정도 공부에 손을 놓지 않았던 분들이라면 문이과를 불문하고 과학관련 지문에서 한 번 쯤은 접해보았을 개념인데,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비록 과거에는 난해하게만 느껴졌었는데 오랜만에 봐서 반갑게 느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원래 사람도 오랜만에 봐야 반갑지 맨날 보면 오히려 지겹지 않은가. 아무튼 이 엔트로피 개념으로 우주의 무질서 현상을 설명하는데, 특별히 모양이 같은 동전 100 개를 사용해서 엔트로피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된 예시가 인상적이었고, 개인적으로는 예시에 나온 숫자나 확률들을 계산해가며 읽는 소소한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이후에 엔트로피와 열역학 법칙과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 무질서한 사회현상 같은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본문 내용에 따르면 엔트로피 현상의 끝은 결국 우주의 종말로 귀결되는데, 물론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 일어날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영원한 건 절대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자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살아있는 동안 각자 삶의 의미를 스스로 찾아나갈 것(p.256)을 저자는 독자들에게 권한다.


물리학 파트에 대한 리뷰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겠다. 다만 리뷰를 하기 위해 본문에 나왔던 내용들을 다시 읽으면서 든 생각은 누군가에게는 이 책에 소개된 내용들이 그저 단순한 과학 지식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과학에 무지몽매한 나같은 독자에게는 그 단순함조차도 대단해 보였다는 것이었다.

또한 이 책의 다른 파트들(뇌과학, 생물학, 화학)과는 달리 물리학 파트를 읽으면서는 마치 병목 현상에 걸린 것마냥 진도가 잘 안나갔었는데 이는 1차적으로는 물리학에 대한 독자인 나의 무지 때문인듯 하고 2차적으로는 원래 물리학이라는 학문의 성격자체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인듯 싶다. 이유야 어찌됐든 이 책을 계기로 물리학과 조금이라도 친해져서 향후에 다른 책을 읽을때는 좀 더 수월해질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의미가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 책의 마지막 챕터인 수학 파트에 대한 리뷰와 함께 이 책의 저자가 책에 남긴 후기 그리고 이에 대한 독자인 나만의 생각들을 덧붙여 보도록 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