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의 반응은 거의 언제나 긍정적이어야 한다. 반응이 긍정적 효과를 얻으려면 우선 신뢰가 쌓여야 한다. 참여자가 어떤 발언을 하더라도 핀잔을 주거나 무관심 혹은 언짢은 표정을 짓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긍정적 보상은 즉각적일수록 좋다. - P195
숙론 중에 무얼 잘했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때로 다시 한번 얘기할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P195
실제 상황에서는 결과에 대한 긍정 평가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정을 긍정적으로 독려하는 일이다. - P196
한두 참여자의 탁월한 발언을 칭송하기보다 대부분이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궁극적으로 집단지성의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 P196
숙론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고 판단하면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전환해야 한다. 주제에서 빗나간 발언이나 분위기를 망치는 행동은 가능한 한 빨리 대응하되, 절대 질책하지 말고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 P196
분위기 전환을 위한 몇 가지 대안 주제와 전략을 미리 준비해두는 것은 탁월한 진행중재자의 중요한 덕목이다. - P196
숙론 반응의 기저를 떠받치는 것은 무엇보다 진행중재자의 열정이다. 하품만 전염성이 있는 게 아니다. 열정도 전염된다. 진행자가 하품하면 모둠 전체가 졸음에 빠진다. - P196
탁월한 숙론 진행을 원한다면 바람직한 마음가짐을 훈련해야 한다. 열정도 가장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기꺼이 연기해야 한다. 서양에서는 "첫사랑을 대하듯" 숙론 모둠을 대하라고 가르친다. - P197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말을 많이 한다. 책임을 맡은 지도자로서 설명하고 지시하려 말을 해야 하는 것은 어찌 보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윗사람이 입을 열면 아랫사람들은 곧바로 입을 닫아버리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 P197
생활 환경 못지않게 숙론 현장에서도 경청은 더할수 없이 중요하다. 사회자가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하는 것처럼 더한 꼴불견은 없다. 사회자가 말을 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되도록 간결하게 꼭 해야 할 말만 하는 게 바람직하다. - P198
‘경청의 1:2:3 법칙‘이라고 알려진 조언은 충분히 곱씹어볼 만하다. "한 번 말하고, 두 번 듣고, 세 번 맞장구쳐라." - P198
미리 짜놓은 각본대로 몽매하게 밀어붙이는 회의가 아니라면 숙론은 완벽하게 계획한 대로 흘러갈 리 만무하다. 진행자가 참여자들의 발언을 얼마나 잘 경청하고 부드럽게 이어주느냐가 숙론의 성공을 좌우한다. - P198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라는 속담이있다. 상대의 발언이 아무리 난해해도 말하려는 의도를 파악하고 핵심을 짚어내는 능력은 일상적 인간관계에도 중요한 기술이지만 숙론을 이끄는 진행중재자가 갖춰야 할 덕목 중 단연 으뜸이다. - P199
대담이나 숙론이나 자신이 말을 잘하는 게 대단한 게 아니라 상대의 말을 얼마나 잘 듣느냐가 중요하다. - P199
"당신이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그들도 당신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 P200
이청득심以聽得心, 즉 귀 기울여 경청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다. - P200
심리학자 고든 올포트Gordon Allport는 오랫동안 편견의 원인과 예방에 관한 연구 끝에 기적적인 치유법을 발견했다. 그가 발견한 놀라운 치유법은 다름 아닌 접촉 contact 이었다. 접촉 부족이 편견, 혐오, 차별을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했다. - P201
올더스 헉슬리 Aldous Huxley는 1945년에 출간한 《영원의 철학 The Perennial Philosophy》에서 "우리는 우리가 아는 것만 사랑할 수 있다"라고 단언했다. 이어서 그는 "우리가 사랑하지 않는 것을 완벽하게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라며 사랑을 지식의 한 유형으로 규정했다. - P202
성공학의 대가 카네기Dale Carnegie는 "알면 용서한다" 라고 관찰했다. - P202
모르기 때문에 미워하고 시기한다. 자연의 존재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착취하고 파괴한다. - P202
우리 인간은 상대를 더 많이 알면 알수록 끝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본성을 타고났다. 사랑하려면 우선 알아야 한다. 올포트가 말하는 접촉이 바로 앎의 시작이다. - P203
접촉으로 촉발된 앎의 과정이 사회적 움직임으로 이어지려면 시민들이 한데 모여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 P203
브레흐만은 《휴먼카인드》에서 시민 참여형 정치가 고사 직전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살릴 수 있는지 보여준다. - P203
시민 참여형 정치 형태는 우선 거의 모든 민주국가에 만연한 냉소주의를 해소해준다. - P203
시민들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양극화에서 신뢰로, 배제 exclusion가 포함inclusion으로, 안주에서 벗어나 시민권 확립으로, 부패가 투명성으로, 이기심이 연대로, 그리고 불평등이 자존감으로 변해갔다. - P204
이해관계로 얽힌 사람들일수록 만나서 얘기해야한다. - P204
베네수엘라의 소도시 토레스와 브라질의 대도시 포르투알레그리는 엄청난 규모의 시 예산을 시민 자율에 맡긴다. 토레스는 해마다 연초에 1만 5,000명의 시민이 시내 560곳에서 위원회를 열고 예산 배정에 대해 숙론한다. 1989년 포르투알레그리시는 예산의 4분의 1을 시민 참여 방식으로 집행했다. - P203
구스타프 말러 Gustav Mahler와 아널드 쇤베르크Arnold Schönberg의 음악, 구스타프 클림트 Gustav Klimt의 미술,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와 아르투어 슈니츨러Arthur Schnitzler의 문학, 마르틴 하이데거 Martin Heidegger와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Ludwig Wittgenstein의 철학,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Friedrich Hayek와 루트비히 폰 미제스Ludwig von Mises의 경제학, 그리고 카를 폰 로키탄스키 Karl von Rokitansky와 지크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의학 - P204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두뇌에서 심장까지의 거리"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앎과 실행 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 P206
서양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두뇌와 심장 간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 P207
제대로 된 숙론 문화만 정착되면 우리 사회는 모두가 원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해갈 것이다. 그것도 매우 빠르게. - P207
주어진 숙제는 협치인데 대치로 답을 내고 있다. 이 책이 나오면 제일 먼저 300명 국회의원 한 분 한 분에게 일일이 사인해서 선물하고 싶다. 부끄럽지만 서로 마주 앉아 얘기하는 법을 제일 먼저 배워야 할 사람들은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 아니라 이 땅의 국회의원들이기 때문이다. - P208
어느덧 어떤 기준을 들이대도 당당한 선진국이 되었건만 여전히 후진성을 면하지 못한 단 한 분야가 바로 우리 정치다. 그러나 이걸 이대로 그냥 둘 우리 국민이 아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국민은 반드시 정치도 다른 모든 분야처럼 세계가 칭송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말리라 나는 확신한다. 그 변화의 한복판에 우리 모두 새로이 습득할 숙론의 힘이 있을 것이다. - P209
조만간 대한민국은 어린이집에서 국회까지 언쟁이나 논쟁을 멈추고 기껏해야 상대를 제압하려는 토론 수준을 넘어 깊이 생각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대화하는 숙론의 꽃이 만개할 것이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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