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전술과 전략의 차이에 대해 간단히 언급했었다. 둘의 차이를 간단하게 언급하자면 전술은 이미 짜여 있는 판에서 움직이는 것을 지칭하는 반면, 전략은 새로운 판을 짜는 것을 지칭한다고 보면 된다.

저자는 이 둘의 차이를 비교하면서 우리나라가 전술국가를 넘어 전략국가로 도약해야 한다(p.137) 고 말하는데, 오늘은 이와 관련된 내용들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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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서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인 ‘숙론‘ 을 잘하기 위한 각종 노하우들을 독자들에게 알려주는데,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의견을 조율하고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데 유익할만한 내용들이 나온다.

물론 이러한 숙론의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겠지만 저자가 직접 경험했던 것들에 기반하여 서로간의 의견을 조율하는데 조금이라도 수월할 수 있게 만드는 세부적인 팁들이 독자들의 시행착오를 조금이나마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는 변화를 일으키고 누군가는 변화를 수용한다. - P144

전략국가로 거듭나는 데 필요한 것이 바로 고유한 어젠다agenda 인데 우리는 아직 이걸 세우지 못했다. 우리와 이웃하는 일본과 중국은 확고한 어젠다를 갖고 있다. 일본은 아베 총리의 목표인 보통 국가, 즉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 회귀하는 어젠다를 받들고 있었고, 중국은 ‘중국 中國夢을 실현하겠다는 어젠다를 세우고 달려가고 있다. 대한민국도 이제 건국, 산업화, 민주화를 넘어 새로운 어젠다를 수립해야 한다 - P144

나는 진화생물학자다. 그래서인지 무슨 일을 하든 전체 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짜고 계획에 따라 빈틈없이 밀고 나가는 방식으로 일하지 않는다. 물론 이루고자 하는 비전과 그에 걸맞은 게임의 룰에 관한 몇 가지 원칙은 세우지만 확고한 목표는 설정하지 않는 편이다. - P145

나는 사회란 정해진 메커니즘에 따라 작동하는 기계가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체 organism라고 생각한다. - P145

상황은 거의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 P145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남아야 했다. - P145

모든 문제의 기저에 인구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 P146

몽플뢰르 콘퍼런스는 우리에게 아무리 이질적이고 심지어는 적대적인 상대들이라도 고민과 상상력을 공유하고 동행하면 민주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값진 교훈을 던져주었다. 구체적이고 결정적인 해결 방안을 도출하려 서두르거나 동의를 강요하지 않고 자기 입장과 시각을 뛰어넘어 함께 대화하며 공동의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는 중립적인 제3의 조정자 역할이 중요하다. - P158

힘들어도 끝까지, 될 때까지 열심히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 P160

코로나19는 기본적으로 바이러스와 인간이 서로 밀고 당기며 벌이는 공진화 coevolution 현상이다. - P164

상대의 발언이 아무리 난해해도 말하려는 의도를 파악하고 핵심을 짚어내는 능력은 일상적 인간관계에도 중요한 기술이지만 숙론을 이끄는 진행중재자가 갖춰야할 덕목 중 단연 으뜸이다. 대담이나 숙론이나 자신이 말을 잘하는 게 대단한 게 아니라 상대의 말을 얼마나 잘 듣느냐가 중요하다. - P170

우리가 숙론을 하는 데는 다양한 목적이 있다. 각각의 내용이 완벽히 나뉘지는 않겠지만 줄잡아 열 가지 목적을 생각할 수 있다. - P173

① 우리 모두에게 공동으로 주어진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내기 위해서 - P173

② 해결책을 찾기 전에 우선 함께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공유하기 위해서 - P173

③ 개인이나 조직 간의 우려와 견해차를 드러내고 함께 인지하기 위해서 - P173

④ 전략적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 - P173

⑤ 조직 간의 협업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서 - P173

⑥ 조직 또는 사회가 안고 있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 P173

⑦ 서로 돈독히 협력하기 위해서 - P173

⑧ 정책을 수립하거나 변경하기 위해서 - P173

⑨ 정책이나 법안, 개발 계획 등을 공표하기 전에 주민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서 - P173

⑩ 함께 협업 공동체를 결성하기 위해서 - P173

"질문에는 순진한 질문, 지루한 질문, 부적절하게 들리는 질문, 지나친 자기비판을 앞세운 질문 등이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질문은 다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이 세상에 멍청한 질문이란 없다." - P180

"진짜 멍청한 질문은 묻지 않은 질문이다." - P180

"시도하지 않은 골은 100퍼센트 실패한다." - P180

언뜻 이상하게 들리는 아이디어가 결국 정곡을 찌르거나 우연치 않게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편안하고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숙론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 P180

숙론의 목표와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도표를 만들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숙론 흐름표flow chart는 일렬로 나열된 도표linear chart가 아니라 가지처럼 뻗은 분지형 branching chart 이어야 한다. - P183

숙론은 그 자체가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다. 주제의 속성과 참여자들의 성향에 따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역동적인 시스템이다. - P183

진행의 유연함은 철저한 준비성에서 나온다. - P184

개방성과 포용성을 담보한 민주적 절차를 함께 마련하면 《협력의 역설》에서 카헤인이 경고한 ‘적화 증후군enemyfying syndrome‘에 빠지는 걸 원천적으로 피할 수 있다. - P186

적화 증후군은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라고 생각하며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행동하는 현상이다. - P186

적화가 심해지면 이렇게 비약한다. "나는 관점이 다른 것이고 당신은 틀렸고 그 사람은 적이다." "똑같이 단호해도 내 경우는 신념이고 당신은 아집에 빠진 것이고 그 사람은 독선적이다." - P186

적화는 요사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정치계와 소셜 미디어에서 두드러진다. 협력의 최대 난제가 바로 적화다. 관점도 다르고 신뢰도 호감도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 숙론하려면 우선적으로 적화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명확한 수칙에 합의하고 함께 지켜야 한다. - P187

한때 미국 ABC의 뉴스 프로그램 <나이트라인>을 진행하던 테드 카펄을 보며 나는 탁월한 진행자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웠다. 대담이나 숙론의 목표가 예상치 못한 질문으로 누군가를 궁지에 몰아넣는 게 아니라는 것을. 어느 참여자가 갑작스러운 예상 밖의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매끄럽게 잘 빠져나가는지를 찾아내려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어떤 질문이 주어져도 짧은 시간 내에 자기 주장을 일목요연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만 잘하는 사람을 가려내려는 것도 물론 아니라는 것을. - P188

대담이나 숙론의 목적은 참여하는 사람들의 경험과 지혜를 보다 많이 이끌어내 주어진 이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공감대를 넓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것이다. - P188

참여자들이 자기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 여유를 마련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카펄은 아무리 그 분야의 전문가라도 그냥 불쑥 들이대지않고 곧 이러이러한 질문을 하겠다고 언질을 준 다음 다른 참여자에게 가벼운 질문을 던지며 잠시라도 시간을 확보해줘 발언을 준비할 수 있게 해준다. - P188

거듭 강조하건대 숙론의 목적은 누가 옳은가를 결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찾으려는 것이다. - P189

"조직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치사하게" - P189

조직의 성공을 위해서 리더는 때로 약간의 치사함과 비굴함을 기꺼이 감수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 P189

조직에 유리한 일이라면 리더 자신의 체면과 자존심을 잠시 내려놓아도 좋다는 말이다. - P189

자칫 침체될 조짐이 보이는 숙론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진행자의 악마 연기보다 효과적인 것은 없다. 영어권에서는 이를 두고 흔히 ‘선의의 악마devil‘s advocate‘라고 부른다. - P190

반전 효과는 진행자의 ‘연기력‘에 달려 있다. 너무 정색하고 악마로 돌변하면 발언자를 당황하게 할 수 있고 자칫하면 편파적 진행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 진행자 자신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이런 견해도 있다는 식으로 제시하면 거의 어김없이 지극히 형식적이고 방어적인 답변이 돌아온다. 발언자의 관점을 충분히 존중하면서 진지하게 반론을 이어가는 기술은 진행중재자의 연륜과 함께 온다. - P190

숙론은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과도 같다. 숙론은 성공의 각본이 아니라 차라리 모험에 가깝다. - P190

매력적인 선의의 악마가 되려면 몇 가지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이 있다. 우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아이디어를 공격하되 사람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선의의 악마를 가장하는 목적이 어느 개인의 품성이나 신뢰도에 흠집을 내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인신공격 Ad bominem은절대 금물이다. - P191

생각을 달리하는 여럿의 뜻을 반영하되 개인의 견해를 관철하려는 듯한 의도가 드러나면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 P191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는 그다지 큰 효과를 거둘 수 없다. 탄탄한 논리와 근거에 바탕을 둔 반론이어야 숙론을 북돋울 수 있다. - P191

시작 못지않게 멈출 시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선의로 시작한 반전이 숙론 분위기를 망치는 악마의 사도로 추락하지 않도록 적절한 시점에서 거둬들이는게 현명하다. - P191

숙론이 생각만큼 잘 굴러가지 않으면 무조건 작은 모둠으로 쪼개라 - P194

왠지 모르게 겉도는 숙론 모둠을 너댓 명 단위의 작은 모둠으로 나눠 단 10~30분이라도 따로 모였다가 다시 모이면 거짓말처럼 분위기가 살아난다. 작은 모둠으로 나누면 거의 모든 참여자가 발언 기회를 얻고 일단 한번 얘기해본 주제에 대해서는 아무리 참여자 수가 늘어나도 훨씬 더 적극적으로 발언하게 된다. - P194

작은 모둠에서는 대개 전체로 다시 모였을 때 자신들을 대표해 숙론 내용을 발표할 대표보고자 rapporteur를 선임한다. 이런 ‘헤쳐 모여‘ 식 숙론을 해보면 물론 대표보고자가 보고를 하더라도 다른 참여자들도 놀랍도록 적극적으로 발언하기 시작한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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