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공부 -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최재천.안희경 지음 / 김영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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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동 저자의 책인《곤충사회》라는 책을 읽고난 뒤 저자의 다른 책에 관심을 갖던 찰나에 알게 되어 읽게 된 책이다.

먼저 이 책에 대한 전반적인 총평을 살짝 해보자면 이 책은 저자의 교육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일반적으로 한국 사회에 퍼져있는 문화들과는 약간 다른 각도로 보는 저자만의 독특한 시각 등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에 대한 아쉬움만을 나타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저자가 미국 유학 생활을 통해 몸소 느꼈던 외국 교육 시스템들을 소개하면서 그것의 좋은 점들을 우리나라의 교육에도 적용했으면 하는 저자의 바램도 담겨있다. 다만, 독자인 내가 느끼기에 저자께서 제시하는 대안들이 우리나라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너무 이상적인 얘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저자가 이 책에서 제시한 대안들이 장기적인 방향에서는 옳은 방향이라는 것에는 독자인 나도 충분히 동의할 수 있었다.

전반적인 총평은 대략 이 정도로 하고 일단 본문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느꼈던 저자로부터 배울만한 삶의 태도와 관련된 얘기를 한 가지 덧붙여보겠다.

가장 먼저 저자가 ‘미리 하는 것‘ 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부분이 나온다. 예를 들어, 마감기한이 1주일 뒤라고 한다면 그 전날까지 그 일을 질질 끄는 것이 아니라 몇 일의 여유를 두고 일단 일을 끝낸 뒤 남은 기간동안 1차적으로 완성한 일을 다시 검토하면서 일의 완성도를 높여나간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것은 단순히 일의 완성도를 높이는 차원을 넘어서 일을 일단 여유있게 마쳤다는 사실로 인해 심리적으로도 편안해지는 1석 2조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 얘기를 보면서 독자인 나는 잠시나마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충분히 미리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일들로 시간을 질질 끌다가 마감기한이 닥쳐오면 위기의식을 느끼고 부랴부랴 움직이는 일이 많았던 내 자신에게 괜시리 미안해졌다. 문득 몇 달전 출간된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님이 쓰신 책 제목《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된다》라는 문장이 생각났다. 어찌보면 마감기한을 앞둔 일들을 미리미리 잘 준비하는 것이 모든 일의 기본 중에 기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바보들은 늘 결심만 한다‘는 말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는데 이 말에 나오는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각별히 신경써야겠다.


뒤이어서 본문에 나온 내용 중에 글쓰기와 관련된 것이 있다. 저자에 따르면 글쓰기는 크게 문학적 글쓰기와 과학적 글쓰기 이렇게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두 글쓰기에 대한 정의를 간단히 적어보자면 전자는 기승전결의 구조에 맞춰 결론이 뒤에 나오는 방식이고 후자는 결론을 맨 앞에 적고 그 결론에 관한 근거들을 후술하는 방식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저자는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어서 문학적 글쓰기에 능했다고 하는데, 유학생활을 하면서는 논문같은 것들을 많이 쓰다보니 과학적 글쓰기에 익숙해졌다고 한다. 이로 인해 자신의 글쓰기 방식의 정체성에 대해 잠시 혼란이 오기도 했다는 얘기도 덧붙이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쓰는 글의 목적에 맞게 문학적 글쓰기든 과학적 글쓰기든 하나를 선택해서 글을 쓰는 거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이와 관련하여 추가적으로 사견을 덧붙이자면 여기 나온 글쓰기도 마찬가지고 무슨 일을 하든간에 그 일을 하는 목적에 맞는 전략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독자인 나든 이 리뷰를 읽는 여러분들이든 혹은 다른 누구든 간에 자신의 목적에 적합하게 행동해야지 그냥 아무런 목적도 없이 행동하는 건 그닥 의미가 없는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기서 목적이라고 하니까 꼭 거창한 무언가를 생각할 수도 있는데, 뭐 꼭 대단한 것이 아니더라도 휴식이나 놀이같은 것이라도 심신이 지친 자신을 리프레시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나는 그 자체로 목적이 있고 의미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어지는 글에서 저자는 혼자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논하는데, 이는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고 이러한 창의성이 또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저자가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독자인 나도 지금 이 리뷰를 쓰면서 저자의 글을 다시 읽어보고 또 다른 분들이 쓰신 이 책에 대한 서평들을 읽어보면서 내가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배워가는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내적으로 채워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저자는 또한 ‘많이 읽은 사람을 당해내기는 어렵다‘(p.136) 는 말과 함께 독자들에게 글을 많이 읽을 것을 권하는데 이는 글을 잘 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내용이라고 느껴졌다. 이는 글을 읽으면서 생각하는 과정에서 자기만의 문장이 탄생하기 때문(p.134)이다.

이어 p.144에서 ‘독서는 일이어야만 합니다. 독서는 빡세게 하는 겁니다. 독서를 취미로 하면 눈만 나빠집니다.‘ 라는 말을 통해 저자는 독서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가질 것을 독자들에게 주문한다. 또한 이를 위해 저자는 책을 공략(p.145) 하라고 하는데 이러한 공략은 결국 독서하는 사람의 지식의 영토를 넓히는 것(p.146)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영토 확장이 계속되면 예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할 거라는 말도 덧붙인다.


뒤이어 저자의 삶의 태도와 관련하여 배울만한 것으로 ‘실수를 두려워하지 마라‘(p.154) 는 것이 있었다. 이는 물론 저자가 미국에서 유학하면서 깨달은 거라 한국 사회와는 약간 결이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수 했을 때의 망신살이 두려워 아무것도 못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어느정도 수습할 수 있는 선에서는 일단 ‘에라 모르겠다‘ 하고 저질러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혹여나 저질렀는데 실수가 아니면 가장 좋고 만약에 실수가 나오더라도 사과하면서 쿨하게 넘어가면 된다는 식으로 약간의 용기를 가져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p.158에서 ‘숙의‘라는 개념과 함께 ‘숙론‘에 대해서 나오는데 먼저 ‘숙의‘라는 것은 여럿이 특정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의논하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러한 의미에 ‘토론‘의 뜻을 합하여 저자는 일종의 신조어인 ‘숙론‘ 을 만들었는데, 때마침 몇 달 전에 저자의 신작 제목이《숙론》이라고 나왔기에 지금 이 리뷰를 쓰면서 특별히 p.158에 눈길이 한 번 더 갔다.


뒤이어 p.195에서는 논문에 지도교수 이름이 들어가는 이유에 대한 내용이 나왔었는데, 저자의 얘기에 따르면 이는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지도교수가 자신의 연구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지도교수의 이름이 들어가야 학교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독자인 나도 처음에는 지도교수가 논문에 자신의 이름을 넣는 것과 관련해서 대학원생들이나 조교수들이 연구한 것에 숟가락만 얹는 거 아니냐는 곱지않은 시선으로 봤던 것이 사실인데, 좀 더 현실적인 이유가 숨어있었음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이는 저자가 교수이기에 자기 방어를 위한 논리를 펴는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어찌됐든 중요한 것은 결국 학문활동이나 연구를 지속하는 것도 금전적인 지원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힘들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디 연구활동 뿐이겠는가? 분야를 막론하고 적어도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힘든 것이다.

이외에도 몇 가지 인상적으로 느껴졌던 문장들을 몇 개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한 번 사는 인생이에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야죠.(p.182)

세상 경험 중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모든 경험은 언젠가는 쓸모가 생긴다.(p.189)

이런 문장들을 보면서 타의가 아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수 있었고, 내가 하는 모든 경험들이 다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멘탈을 관리하는데 조금이나마 힘이 되는 문장이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뒤이어서 p.217에서는 걷기가 두뇌를 활성화시킨다는 얘기를 만날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요즘 함께 읽고 있는 책 중에《왜 걸어야 하는가》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들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어서 진짜 크게 보면 모든 것이 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어 있는 것임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p.233에서는 벤저민 프랭클린이 남긴 명언 하나가 나오는데,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나에게 말로 하면 잊을 것이고, 가르쳐주면 기억할 것이며, 참여하게 하면 배울 것이다.˝

이 말은 동물학자인 저자가 침팬지들의 학습과정을 예로들며 우리 인간도 단순히 가르치는 수준을 넘어서 직접 참여하게 하는 방식으로 배웠으면 하는 바램으로 인용한 문장이라고 느껴졌다. 저자는 이를 ‘우리가 약간 동물스러운 교육을 하면 좋겠다‘는 말로 표현하는데, 학습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뒤이어 저자는 공부의 활력을 위해 우리 인간들이 상호간에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을 덧붙인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인간의 마음도 결국에는 자연의 마음과 같다는 말을 하며 자연의 마음을 경험해보자는 말로 글을 마무리 하는데, 이게 어찌보면 별 것 아닌 말 같지만 사실 어떤 것의 본질을 좇아가다보면 인간도 결국 자연에 속한 한 개체이기에 저자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자연에 속해있고 자연은 인간들로 이루어져있기에 우리 인간이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잘 배운다면 이 사회가 좀 더 좋은 쪽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이 책을 읽으며 위에 정리해본 내용 외에도 다양한 생각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부족한 부분들은 다른 분들이 쓰신 서평들을 통해 좀 더 보충해 나가면 좋을 것 같다. 일단 내가 중요하다고 느낀 것들을 대략적으로나마 끄적여봤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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