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제사 방식의 변화에 따라 종교 건축도 함께 변화했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오늘은 이에 관한 내용들이 이어진다.

또한 공간이 어떻게 디자인되어 있느냐에 따라서 권력이 창출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이 얘기는 동 저자의 다른 책인《어디서 살 것인가》에서도 간단하게나마 읽어봤던 것이라 그랬는지 비교적 익숙하게 느껴졌다.

종교 건축의 얘기에 뒤이어서는 학교와 관련된 얘기들도 나오는데, 최근 학령인구가 급속히 감소하는 추세에 걸맞게 기존의 학교 디자인을 혁신하고자하는 저자의 다양한 생각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위성 교실을 세워서 소규모로 수업을 한다든지 혹은 운동장을 학교마다 설치하기보다는 인근의 체육 시설을 공유한다든지 하는 등의 저자만의 대안 제시가 있었는데, 현실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느껴져서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제사가 몇몇 제사장들의 행사였다면, 새로 등장한 종교인 기독교의 예배는 많은 사람이 모이는 일이 잦게 바뀌었다. 때문에 커다란 공간이 필요했고 최초의 모임은 야외에서 모였다. - P70

당시에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던 재판장이나 시장 같은 기능을 하던 바실리카라는 건축 양식이 교회 건축의 표준이 되었다. 그리고 이곳을 더욱 종교적으로 보이게 하려고 당대 최고의 신전인 판테온 신전의 돔을 가지고 와서 바실리카의 지붕 위에 얹었다. 평면은 기독교의 상징인 십자가 모양으로 변형시켰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아는 교회의 표준 모델이 만들어졌다.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을 비롯한 많은 교회가 이러한 모습을 하고 있다. - P70

거대한 건물이 지어지려면 정방형으로 만들기 어렵다. 이유는 벽과 벽 사이가 너무 넓어지면 지붕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대형 건물은 직사각형이다. - P70

당시 만들 수 있는 최대 넓이의 지붕 폭을 만들고 그 폭을 유지한 상태에서 한 쪽 방향으로 반복해서 길게 늘여서 지으면 직사각형의 평면이 된다. 바실리카 건물이 그렇게 만들어졌고 바실리카를 따라한 교회 건축 역시 그렇게 한 방향으로 길게 만들어졌다. - P71

직사각형이 되면 권력의 공간은 좁은 변에 위치한다. 이유는 좁은 변이 긴 변에 비해서 희소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직사각형의 좁은 변에 제단을 위치시키고 반대쪽에는 입구를 위치시킨다. - P71

입구에서 멀수록 더 존귀한 자리가 된다. 우리나라 식당 자리배치의 원칙상으로도 상석은 입구에서 가장 먼 자리다. 회사에서도 부장의 자리는 입구에서 가장 먼 창가에 위치한다. 원래 권력자의 자리는 동선의 끝에 위치한다. - P71

옷을 똑같이 입고 있으면 나의 존재감은 낮아진다. - P74

시선이 모이는 곳에 권력이 생겨난다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시선을 많이 받는 사람은 미디어에 노출되는 사람들이다. 정해진 시간에 하루에 한 시간씩 시선의 집중을 받는 뉴스 앵커맨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숫자가 높을수록 권력이 높은 사람이고, 유튜브 동영상 조회 수가 높을수록 권력자가 된다.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바뀌면 플랫폼은 바뀌지만 시선이 모이는 곳에 권력이 만들어진다는 법칙은 그대로 유지된다. - P75

농경 사회 때 우리의 시간관념은 시간 단위가 아니라 하루 단위였다. 절기에 따라서 농사를 지었기 때문이다. 굳이 시간을 본다 해도 두시간 단위로 나누어지는 부정확한 시간관념이었다. 시간관념 측면에서 봤을 때 하루 중 아무 때나 가서 불공을 드리면 되는 불교의 종교 예식은 농경 사회적 시간관념이다. - P76

반면에 산업 사회에서는 5분만 늦게 기차역에 도착해도 기차는 떠난다. 모든 행동을 정확한 시간에 맞추어서 살아야 한다. 5분만 늦어도 예배당 문이 닫혀 있고 한 시간 늦으면 예배가 끝나는 기독교의 예배는 산업 사회의 시간관념과 더 유사하다. - P77

시간과 공간적인 자유가 적을수록 그 시간과 공간을 통제하고 조정하는 주체가 권력을 갖는다. - P77

종교 행위의 시공간적 측면에서 기독교는 집단적인 종교, 불교는 개인적인 종교로 볼 수 있다. 위치적인 측면에서도 두 종교는 차이가 크다. 불교의 절은 대부분 산속에 있고 기독교의 교회는 상가에 있다. 가까운 도심 속에 공간이 있는 기독교는 접근성 면에서 커다란 우위를 가졌다. - P77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모여서 같은 곳을 바라보게 되면 권력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공동체 의식도 강해진다. 가족의 결속력이 커지는 것은 같은 집에서 하루에 열두 시간씩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그중 여덟 시간은 눈 감고 잠만 자더라도 말이다. 사람은 시공간을 함께 보내면 공동체 의식이 자라난다. - P78

일반적으로 권력은 예식과 규율을 강조한다. 예식과 규율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시간과 공간에 제약을 주는 것이다. 너는 몇 시까지 어디로 가야 한다는 식이다. - P78

그러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은 다시 권력을 강화시킨다. - P78

세부적으로 들어가서 권력을 더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예식을 복잡하게 만들면 된다. - P78

무엇이든 낭비를 할 때 권력자가 된다. 풍성한 옷은 옷감을 낭비한 디자인이다. 그만큼 부와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결혼 예식장에서는 신부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신부 드레스의 치마폭은 넓고 레이스가 뒤로 길게 드리워진다. - P79

물론 여기서 말하는 것은 형식과 공간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권위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여러 종교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희생과 훌륭한 가르침 같은, 다른 존경받을 만한 일을 통해서 권위가 생겨나는 점도 있음을 밝힌다. - P79

형식과 본질은 구분되어서 이해돼야 한다. 오히려 종교에서 형식이 만들어 내는 가치를 구분하여 이해함으로써 더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고 믿는다. - P79

권력은 누군가의 행동의 자유를 억제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질 때 강화된다. 그리고 그러한 시스템은 권력의 구조에 새롭게 진입한 사람들을 의심의 여지없이 순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 P80

시공간을 통한 권력 형성의 시작은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만드는 것이다. - P80

천주교의 경우에는 모든 성당의 건축을 각 교구의 건축위원회가 총괄하고 조율한다. 이렇게 통일된 건축 양식을 추구함으로써 중앙 권력이 유지되는 것이다. 마치 로마 제국 시대 때 벽돌이라는 동일한 재료와 그리스 건축 디자인을 기초로 해서 유럽 어디를 가나 동일한 로마 건축 디자인 양식을 만듦으로써 로마 제국의 권력을 강화시켰던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 P82

각 종교들은 건축물을 만들고 그 건축물의 공간을 통해서 권력을 창출하고 유지한다. - P83

전염병이 사회를 바꾸는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건축물은 공간 구조를 만들고 그 공간 구조는 사람들 간의 간격, 밀집도, 규모, 방향성 등을 규정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간격, 밀집도, 규모, 방향성은 특정한 권력 구조를 만들어 낸다. 기존의 공간들은 권력을 만들기 위해서 간격을 줄이고, 밀집도를 높이고, 규모를 키우고, 방향성은 한 방향을 바라보게 만들게끔 진화해 왔다. 그런데 전염병은 모이는 사람들 간의 간격은 멀리 떨어뜨려야 하고, 밀집도는 낮추어야 하고, 규모는 줄여야 하고, 방향성은 흐트러뜨리는 식으로 기존 진화 방식과 반대로 가는 변형을 가져온다. 이는 자연스럽게 권력 구조와 공동체 구조를 변형시킨다. - P83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가 경쟁 종인 네안데르탈인을 물리치고 지구를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종교와 같은 공통의 이야기를 믿어서 집단의 크기를 키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큰 집단에 속하게 되면 경쟁에서 이기고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 반대로 집단에서 이탈될 경우 생존 확률이 떨어진다. 생존하기 위해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집단에 속하기를 원한다. - P84

사람들은 더 많은 동조자가 있음을 보여 주기 위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사람을 모은다. 정치 집회나 종교 예배가 대표적 사례다. - P84

이때 모임의 장소가 바깥 경치 보이는 창문 없이, 벽으로 둘러싸인 ‘외부와 분리된 실내 공간‘이면 효과가 더 크다. - P84

밀폐된 시공간을 공유하면 결속력이 강해진다. - P85

집단에 속하고픈 인간의 본능은 음식 문화에서도 나타난다. 냄새가 고약한 발효식품을 함께 먹음으로써 타인과 구분하고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강화시킨다. 건축이 만들어 내는 물리적 장치인 벽 대신 음식 냄새로 내 편과 상대편을 나누는 효과다. 김치, 청국장, 홍어가 대표적 음식이다. 금발의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이라도 김치와 청국장을 좋아하면 없던 동질감과 애정이 생겨나는 이유다. - P85

정치, 종교, 팬덤은 같은 이야기를 믿고 그 믿음을 강화시키는 공간적 방식도 비슷한 단체들이다. - P85

이 단체 구성원들의 바탕에 깔린 사상은 ‘메시아 사상‘이다.
구세주라고 생각하거나 그에 준하게 느끼는 존재가 나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세상을 좋게 만들 것이라고 믿는 믿음이다. - P85

코로나는 우리에게 좀 더 본질적인 질문을 하라고 도전하고 있다. 종교는 무엇인가? 학교는 무엇인가? 회사는 무엇인가? 종교는 본질적으로 인간과 신의 관계에 대한 물음과 사유가 중심에 있다. 오히려 코로나는 종교가 더 본질에 접근할 수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P86

어느 시대든 사회적 약자들은 공간적으로 취약하다. - P86

학교의 기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지식 전달의 기능, 둘째, 또래들간 사회 공동체 경험의 장으로써의 기능, 셋째, 낮 시간 동안 아이들을 돌봐 주는 탁아소의 기능이다. - P91

온라인 수업을 하면 같은 모니터 영상을 보기 때문에 한 방향을 보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생방송이 아닌 녹화 영상을 보게 되면 같은 시간에 맞추지 못해서 선생님의 권위와 권력은 약해진다. 온라인 강의가 아무 때나 필요할 때 들을 수 있느냐, 아니면 생방송이냐에 따라서 선생님의 권위는 차이가 난다. - P94

아무 때나 볼 수 있을 때와 이때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마치 ‘한정판 제품(리미티드 에디션)‘과 같은 개념이다. 온라인 데이터를 한정판으로 만드는 방법은 실시간 중계만 하는 것이다. - P94

지식 전달의 기능은 일타강사나 유튜브상의 각종 동영상 자료로 해결 가능하다. 하지만 교육은 지식 전달이 전부가 아니다. 선생님은 지식 전달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해답은 ‘대화‘에 있다. 교육이라는 것이 선생님에서 학생으로 일방향으로 전수되는 흐름이 아닌, 학생과 대화를 통해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대화를 통해서 학생들 내면의 것들을 밖으로 드러나게 하는 것이 선생님의 역할이 될 것이다. - P95

SNS의 ‘댓글‘이라는 기능은 방문자를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만들어 주는 방식이다. - P98

스케치: 화면에 참여자가 직접 쓰거나 그리면 참여한 사람 모두 볼 수 있는 기능 - P361

우리가 즐기는 것은 콘텐츠 자체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한다는 의식이 중요하다는 것 - P99

자신과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한 장소에서 동일한 이벤트나 사람을 보고 집중하고 열광하는 것은 인터넷상으로는 대체하기 힘든 경험이다. 이러한 가치들은 콘텐츠 자체에 영향을 미친다. - P99

우리가 온라인상에서 실제 같은 다이내믹한 경험을 주려면 참여한 사람에 의해서 변화하는 변수가 필요하다. - P101

온라인 수업의 비중이 커질수록 오프라인의 대화가 있는 수업 양이 늘어나야 한다. - P103

책읽기는 자기 주도적 행위다. - P104

책을 읽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책 속 정보를 통해서 나의 생각을 만드는 것이다. - P104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키는 것에 중점 - P105

한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 집단의 세력이 커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 P106

학교를 작은 규모로 나누는 것은 교육의 다양성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 P108

조직이 커질수록 그 조직을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해서 규율이 강조되고 표준화 지침에 많은 사람을 맞출 수밖에 없다. - P108

기술은 사람의 모임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게 만들었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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