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주의와 이기주의라는 상반되는 두 개념이 어떻게 얽히고 설켜있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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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나오는 내용에서 집단선택설과 개체선택설 이라는 두 가지 학설이 나온다. 여기서 특별히 개체선택설과 관련된 내용을 통해 사람들이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근원의 동기 혹은 본능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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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오류로 인한 진화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자세한 얘기를 일일이 다 하기는 힘들지만 오류라는 것이 변화의 씨앗과 같은 역할을 한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유전자로 이루어진 우리가 유전자의 ‘생존 기계‘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는 개인적으로 올해 7월경에 읽었던 유시민 작가가 쓴《문과 남자의 과학공부》라는 책에서 접했던 표현이라 반가웠다. 오늘 이《이기적 유전자》독서를 통해 유시민 작가의 책에서 봤던 용어에 대해 다시 한 번 곱씹어 볼 수 있었고, 리처드 도킨스의 주석 설명을 통해 그 의미를 좀 더 깊이있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타주의와 이기주의의 정의가 주관이 아닌 행동에 근거한 것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 P50

이 행위가 이타 행위자의 생존 가능성과 이타 행동의 수혜자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를 내는지 아니면 낮추는 효과를 내는지만 중요할 뿐이다. - P50

겉보기에 이타적 행위는, 표면적으로 이타주의자의 죽을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높이고, 동시에 수혜자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것처럼 보이는 행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겉보기에 이타적인 행위는 실제로는 이기주의가 둔갑한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하지만, 이는 기저에 깔린 동기가 이기적이라는 뜻이 아니라, 생존 가능성에 미치는 실제 영향이 우리가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반대라는 뜻이다. - P51

일반적인 경우에 이기적인 행동은 단순히 먹이나 영역, 또는 교미 상대와 같은 가치 있는 자원을 공유하기를 거부하는 행위로 볼수도 있다. - P52

일벌이 침을 쏘는 행동은 꿀 도둑에 대한 아주 효과적인 방어 수단이다. 그러나 침을 쏘는 벌은 가미가제 특공대다. 침을 쏘는 것과 동시에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내장이 보통 침과 함께 빠져 버리기 때문에 그 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죽게 된다. 벌의 자살 행위가 집단의 생존에 필요한 먹이 저장고를 지켜냈을지 몰라도 일벌 자신은 그 이익을 누리지 못한다. 우리의 정의에 따르면 이것은 이타적인 행동이다. - P53

진화는 자연선택을 거쳐 진행되고 자연선택은 ‘최적자the fittest‘의 차등적 생존을 의미한다. - P55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희생할 수 있는 개체들로 구성된 종 내지는 종 내 개체군과 같은 집단은, 각 개체가 자기 자신의 이기적 이익을 우선으로 추구하는 다른 경쟁자 집단보다 절멸의 위험이 적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세상은 자기희생을 치르는 개체로 이루어진 집단으로 가득 찬다. 이것이 ‘집단선택설 Theory of group selection‘이다. - P55

이와 반대로 정통 학설은 ‘개체선택설 Theory of individual selection‘이라고 불린다. 나는 개인적으로 ‘유전자 선택설 Theory of gene selection‘이라 부르는 것을 더 선호한다. - P55

‘개체선택론자‘의 답은 간단히 말해서 다음과 같다. 이타주의자의 집단 내에 희생을 눈곱만치도 하지 않으려는 소수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다른 이타주의자를 이용하려는 이런 이기적인 반역자가 한 개체라도 있으면, 정의에 따르자면 그 개체는 아마도 다른 개체보다 더 잘 살아남고 자손도 더 많이 낳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자손은 그의 이기적인 특성을 이어받을 것이다. 여러 세대의 자연선택을 거치고 나면, 이 ‘이타적 집단‘에는 이기적인 개체가 만연해 이기적 집단이나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 P56

있을 수 없는일이지만 처음부터 반역자가 전혀 없는 순수한 이타적 집단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웃의 이기적 집단에서 이기적인 개체가 이주해 와서 교배를 하여 이타적 집단의 순수 혈통을 오염시키는 것을 막기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 P56

집단이 실제로 절멸하는지의 여부가 그 집단에 속한 개체의 행동 여하에 달려 있다 - P56

집단의 절멸은 개체 간에 치고받는 경쟁에 비해 느린 과정이다. 집단이 느리게 그리고 확실히 쇠퇴해 가는 중에도 이기적인 개체는 이타주의자의 희생을 발판 삼아 짧은 시간 안에 그 수가 불어난다. - P56

세상 사람들이 선견지명을 가졌는지 안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진화는 미래를 보지 못한다. - P56

"고등 동물에서는 개체가 종의 생존을 위해 자살이라는 행동 형태를 취하기도 한다." - P56

로렌츠는《공격성에 관하여》라는 책에서 공격 행동의 ‘종 보존‘기능에 관해 말하면서, 그 기능 중 하나는 최적 개체만이 번식하도록 보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 P57

종의 유지를 위해서는 극소수가 살아남더라도 충분 - P57

개인으로서 우리는 종종 이기적으로 행동하지만 이상적으로는 타인의 이익을 우선하는 사람을 존경하고 칭찬한다. - P57

집단 내 이타주의는 집단 간의 이기주의를 동반할 때가 많다. 이것이 노동조합의 기본 원리다. 또 다른 수준에서 보면 국가는 우리의 이타적 자기희생에서 이익을 얻는 집단이며, 젊은이들로 하여금 자국의 영광을 위해 목숨을 바치게 한다. 또한 그들은 타국인이라는 것 외에는 잘 알지도 못하는 타인을 살상하도록 훈련받는다(이상하게도 개개인에게 생활 소비를 좀 줄여 달라는 평상시의 호소는 자신의 생명을 바치라는 전시의 호소만큼 효과적이지 않은 것 같다). - P58

좋은 속屬에 속하고 속은 목目에, 목은 강綱에 속한다. - P59

진화를 바라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장 낮은 수준에서 일어나는 선택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라는 나의 신념을 주장하지 않을 수 없다. - P60

나는 선택의 기본 단위, 즉 이기성의 기본 단위가 종도 집단도 개체도 아닌, 유전의 단위인 유전자라는 것을 주장할 것이다. - P60

비누 거품은 구형이 되는 성질이 있는데, 이것은 기체가 차 있는 얇은 막의 안정한 형태가 구형이기 때문이다. - P64

소금의 결정은 입방체다. 왜냐하면 나트륨 이온과 염소 이온이 함께 담겨 있으려면 입방체가 안정하기 때문이다. - P64

다윈의 ‘최적자 생존 survival of the fittest‘은 실제로 안정자 생존survival of the stable이라는 보다 더 일반적인 법칙의 특수한 예다. 세상은 안정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안정한 것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을 만큼 지속적으로 존재하거나, 흔하게 존재하는 원자의 집단이다. - P63

태양에서는 모든 원자 중에서 가장 단순한 수소 원자가 융합하여 헬륨 원자를 만든다. 왜냐하면 태양의 환경에서는 헬륨의 상태가 더 안정하기 때문이다. - P64

우리 혈액 중의 헤모글로빈은 전형적인 단백질 분자다. 그것은 아미노산이라는 더 작은 분자의 사슬로 되어 있으며, 각 아미노산에는 정해진 패턴으로 배열된 수십 개의 원자가 담겨 있다. 헤모글로빈 한 분자에는 574개의 아미노산  분자가 있다. 이들 아미노산은 4개의 사슬을 만들며, 이 사슬들이 서로 맞물려 매우 복잡한 구형의 3차원 구조를 만들어 낸다. - P64

헤모글로빈 분자의 모형은 마치 빽빽한 가시나무 덤불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진짜 가시나무 덤불과 달리, 헤모글로빈 분자는 불규칙하고 어설픈 패턴이 아니라 삐져나오는 잔가지가 하나도 없는 일정하고 변함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 P65

인체 내에서는 헤모글로빈 분자가 평균 6×10^21개나 존재한다. 아미노산 서열이 같은 두 개의 단백질 사슬을 떼어 내면 마치 두 개의 용수철처럼 완전히 똑같은 3차원 구조로 돌아간다. 헤모글로빈과 같은 단백질 분자의 가시덤불 형태가 안정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 P65

우리 체내에서 헤모글로빈의 가시덤불은 매초 4×10^14개가 ‘선호되는‘ 형태로 만들어지고, 다른 헤모글로빈 분자는 같은 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 P65

에너지를 가진 한 무리의 원자가 안정한 패턴을 갖게 되면, 그 원자들은 그대로 머물러 있으려고 할 것이다. 최초의 자연선택은 단순히 안정한 것을 선택하고 불안정한 것을 배제하는 것이었다. 이에 관해서는 전혀 신비로울 것이 없다. 그것은 말 그대로 당연히 그렇게 된 것이다. - P65

인간은 10^27개 이상의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 P65

내가 독자에게 전하려고 늘 노력하는 것은 어떠한 행성에 존재하는 생명체건 그 기원에 대한 훌륭한 이론의 핵심에는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근본적 성질에 대한 내용이며, 특히 자기 복제를 하는 유전적 실체에 대한 개념이다. - P501

지금은 아미노산의 존재가 증명된다고 해도 공기 중에 단순한 기체가 있다는 것과 화산이나 햇빛, 번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따름이다. - P67

최근에는 생명 탄생 이전 지구의 화학적 상태를 본뜬 실내 실험에서 퓨린purine과 피리미딘pyrimidine이라는 유기물이 생성됐다. 이들은 유전 물질인 DNA의 구성 요소다. - P67

생물학적 자기 복제자의 복제 오류는 진정한 의미의 개량으로 이어지며, 몇몇 오류의 발생은 생명 진화가 진행되는 데 필수적이었다. - P70

현재의 DNA 분자는 인간의 정확한 복사기술에 견주어 보아도 놀랄 만큼 정확하지만, 그 DNA 분자도 때로는 오류를 일으킨다. 그리고 결국 진화를 가능케 하는 것은 바로 이와같은 오류다. 아마도 최초의 자기 복제자는 더 많은 오류를 저질렀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오류는 생겨났고, 이 같은 오류가 누적되어 왔다는 것은 확실하다. - P70

어떤 자기 복제자가 개체군 내에서 퍼져 나가는 데 보다 더 중요한 특성은 바로 복제의 속도, 즉 ‘다산성‘이었다. - P71

선택에서 살아남았을 자기 복제자 분자의 세 번째 특징은 복사의 정확성이다. 가령 X형 분자와 Y형 분자가 같은 시간동안 존재하고 같은 속도로 사본을 만들지만, X형 분자가 평균 열 번중 한 번 잘못된 사본을 만드는 데 비하여 Y형 분자는 백 번 중 한 번 밖에 잘못된 사본을 만들지 않는다면, 분명히 Y형 분자 쪽이 수적으로 많아질 것이다. 이 개체군 내의 X형 분자단은 잘못된 사본인 ‘자식‘ 그 자체를 잃을 뿐 아니라 현재의 자손 또는 가질 수 있었던 자손 모두를 잃는 것이다. - P71

진화란 자기 복제자(그리고 오늘날의 유전자)가 아무리 막으려고 갖은 노력을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일이다. - P72

여러 종류의 안정한 분자, 즉 오랜 시간 존속하거나 복제 속도가 빠르거나 복제의 정확도가 높은 - P72

이들 세 종류의 안정성을 향한 진화적인 경향이 있다는 것은 다음의 의미를 지닌다. 일정한 시간적 간격을 두고 수프에서 두 번 샘플을 취할 경우, 두 번째 샘플에서는 수명, 다산성, 복제의 정확도 면에서 우수한 분자들이 더 많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이것이 본질적으로 생물학자가 말하는 생물의 진화이며, 그 메커니즘도 바로 자연선택이다. - P72

요점은 우리 논쟁의 결론이 무엇이든 본질적인 결론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뉴턴이나 다윈을 ‘위대‘하다고 칭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들의 생애와 업적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 P72

말이라는 것은 우리가 사용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으며, 가령 ‘살아 있다‘라는 말이 사전에 있다고 해도 그 말이 반드시 현실 세계에서 무엇인가 명확한 것을 지칭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고충이 발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초기의 자기 복제자를 ‘살아있다‘고 하든 하지 않든 그들은 생명의 조상이며, 우리의 선조다. - P73

개량 과정은 누적되는 것이다. - P74

어떤 자기 복제자는 화학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거나 둘레에 단백질 벽을 만들어 스스로 방어하는 방법을 찾아냈을 것이다. 아마도 이렇게 하여 최초의 살아 있는 세포가 나타나게 되었을 것이다. 자기 복제자는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이 아니라 계속 존재하기 위해 자신을 담을 그릇, 즉 운반자vehicle까지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살아남은 자기 복제자는 자기가 들어앉을 수 있는 생존 기계를 스스로 축조한 것이다. - P74

최초의 생존 기계는 아마도 보호용 외피정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더 우수하고 효과적인 생존 기계를 갖춘 새로운 경쟁 상대가 나타남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이와 같은 환경 속에서 생존 기계는 더 커지고 더 정교해졌으며 이 과정은 누적되고 계속 진행되었다. - P74

오늘날 자기 복제자는 덜거덕거리는 거대한 로봇 속에서 바깥세상과 차단된 채 안전하게 집단으로 떼지어 살면서, 복잡한 간접 경로로 바깥세상과 의사소통하고 원격조정기로 바깥세상을 조종한다. 그들은 당신 안에도 내 안에도 있다.
그들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창조했다. 그리고 그들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우리가 존재하는 궁극적인 이론적 근거이기도 하다. 자기 복제자는 기나긴 길을 지나 여기까지 왔다. 이제 그들은 유전자라는 이름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며, 우리는 그들의 생존 기계다. - P75

우리는 전자공학의 황금시대에 살고 있으며, 로봇은 더 이상 융통성 없는 멍청한 존재가 아니라 학습하고 생각하며 창의력 있는 존재다. 얄궂게도 카렐 차페크Karel Capek가 ‘로봇‘이라는 단어를 처음 만든 1920년 그 옛날에도 ‘로봇‘은 사랑과 같은 인간의 감정을 갖게 되는 기계적인 존재였다. - P503

당신은 매우 복잡한 존재지만, 만약 로봇이 아니라면 당신 자신이 도대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P503

예수가 처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났어야만 했던 것이 신학적으로 필요했던 것처럼, ‘유전자 결정론자‘는 누구나 유전자가 우리 행동의 여러 측면을 ‘조종‘한다고 믿어야만 하는 것이 악마학적으로 필요한 것 같다. - P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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