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라는 것을 소재로 하여 이와 관련된 다양한 관점들에 대해 알아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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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에서는 기원origin 이라는 주제로 내용이 시작하는데, 가장 먼저 등장하는 소재는 ‘근육‘ 이다. 여기선 호모 에렉투스가 사냥을 하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이런저런 잡다한 얘기들이 이어지다가 p.46에서 엉덩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설명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책에 나온 표현은 아니지만 엉덩이 근육의 ‘기능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서 서술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서의 핵심은 엉덩이 근육이라는 것이 진화의 결과라는 것인데 여기까지 쭉 책을 읽어온 독자라면 저자의 이 말이 동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다양한 과학자들의 추론이 나오는데 어떤 추론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나름 합리적으로 추론해보려는 과학자들의 시도가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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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이어지는 소재는 ‘백색 지방‘이라는 것이다. 엉덩이의 큰볼기근 위에는 지방이 한 층 덮여있다고 하는데 이것에서 시작된 지방과 관련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지방에는 쉽고 빠르게 대사되는 ‘갈색 지방‘과 그렇지 않은 ‘백색 지방‘ 이렇게 2가지가 있는데 생물학적으로 인간은 백색 지방을 다른 동물들보다 더 많이 축적한다고 한다.

또한 여성과 남성 간에 건강하다고 여겨지면서 지닐 수 있는 가장 낮은 지방 비율에도 차이가 있었는데, 책 내용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그 비율이 좀 더 높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에 기반하여 책에선 자연스럽게 왜 여성이 남성보다 지방 보유 비율이 더 높은가에 대한 궁금증을 갖기 시작하는데, p.54에 밑줄 친 부분에 이러한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납득시켜줄 만한 설명이 나온다. 호크라는 사람이 말한 것인데, 여성의 지방 보유 비율이 높은 것은 재생산 즉 임신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었다. 아이를 임신하는 과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가 굉장히 크기 때문이라는 게 여기서의 핵심이었는데, 이는 자신의 몸과 더불어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도 영양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라는게 호크 교수의 설명이었다. 만약 에너지 공급이 충분치 못할 경우 임산부의 몸에 저장되어 있는 지방을 짜내어 아이에게 주기 위한 목적으로 에너지를 비축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필요한 지방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일단 저자는 위에서 언급한 내용에 어느정도 동의를 하는 상태에서 또다른 질문을 던진다. 지방이라는 것이 다른 신체부위에도 붙을 수 있는데 왜 굳이 골반이나 엉덩이, 허벅지, 가슴 등에 붙어있는가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질문에 자문자답하는 식으로 답하는데, 생리학적 이유를 가장 먼저 들고 있다. 몸의 가동을 제약하지 않는 부위들에 지방질이 붙었다는 것인데 독자인 나도 읽으면서 납득할만한 얘기라고 느껴졌다.

이로써 엉덩이에 지방이 있는 이유까지 살펴보았는데, 저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도대체 왜 엉덩이라는 것이 많은 이들에게 매력적이고, 이것이 진화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궁금증 혹은 호기심을 나타낸다. 여기부터는 절을 바꿔서 살펴본다.

바뀐 절에서 ‘공작의 꼬리 깃털‘이라는 소재로 글이 이어진다.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공작의 꼬리는 공작의 전체 몸길이 대비 약 6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고, 전체 몸무게 대비 무게 또한 적지않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한다.

마지막에 밑줄친 부분에서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이 했던 말이 나오는데 공작의 꼬리 깃털이 진화론적으로 설명하기 힘들다는 것을 약간은 우회적으로 표현한 듯 하다. 이유인즉 진화는 효율성을 우선순위로 삼는데 공작의 꼬리 깃털은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어보였기 때문이라는 게 본문의 내용이었다.

이어지는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서 추가로 다뤄보겠다.

역사학자 샌더 길먼Sander Gilman은 이렇게 표현했다. "엉덩이는 끊임없이 변하는 상징적 가치를 가진다.
재생산 기관·배설 구멍. 걸음걸이를 통한 운동 메커니즘과 연관된다. 엉덩이는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법이 없다." - P11

엉덩이는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법이 없다. 바로 그 이유로 엉덩이는 특이하며, 또한 강렬한 연구 대상이 된다. 엉덩이는 워낙 변덕스러운 상징이라서, 그 풍부한 의미들을 헤집어 살펴보고 조사하면 우리는 아주 많은 것을 알 수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무엇을 정상으로, 무엇을 바람직한 것으로, 무엇을 불쾌한 것으로, 무엇을 관습을 거스르는 것으로 인식하는지 알 수 있다. 엉덩이에 대한 우리의 느낌은 거의 언제나 다른 느낌 (사람마다 천차만별인 인종·젠더·성에 대한 느낌)을 가리킨다. - P12

엉덩이는 기껏해야 하나의 신체 부위일 뿐인데, 어째서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걸까? 이 책의 핵심을 이루는 연구는 바로 이런 질문들에서 싹텄다. - P19

적절한 이야기와 문화적 경험을 엮어 더 큰 역사적 변화와 주제를 설명하는 것 - P20

나는 이 책에서 과거와 현재의 인물들을 소개하고, 지난 두 세기 동안 미국과 서유럽에서 엉덩이의 의미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여주는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주려 한다. - P20

내가 설정한 틀에서는 한때 "비너스 호텐토트"라고 불린 세라 바트만의 이야기를 역사적 시작점으로 삼는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선정적이고 자극적으로 전시되었던 그의 삶이, 지난 두 세기 동안 우리가 엉덩이에 갖는 인식의 밑바탕을 이루기 때문이다. - P20

이 책에서 내가 엉덩이 중에서도 여성의 것에 집중한 건, 단순히 내가 여자라서다. 이 프로젝트는 여성의 정체성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구성되고, 재구성되고, 강화되는지에 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다. - P21

나는 한눈팔지 않고 오직 엉덩이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다. 허리와 허벅지 사이에 불룩 튀어나온, 근육과 지방의 덩어리 두 개 말이다. - P21

내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건 패권을 잡은 주류 서구 문화, 즉 정치와 경제에서 권력이 있는 사람들, 대중문화를 지배하는 사람들, 광범위한 기준과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영속시키고 강요해온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 엉덩이가 해석되고 표현되는 방식이다. - P22

내 탐구 대상은 백인·남성·이성애자들이 여러 인종 여성들의 엉덩이에 갖는 이해(또는 오해)와, 그에 관한 기준·선호· 이데올로기를 사회에 강요하는 방식, 그 과정에서 그들이 여성의 신체에 결부시킨 의미들이다. - P22

지금까지 엉덩이의 의미를 결정할 수 있었던 건 보통은 백인이거나 이성애자 남성 (혹은 둘 다인)이었다. 이는 그들의 손에 권력이 있기 때문이다. - P22

과학·정치·미디어·문화에서 오랫동안 권력을 쥐어온 백인· 남성·이성애자는, 몸에 따라붙는 의미들에 과도한 영향력과 통제권을 행사해왔다.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일탈인지, 무엇이 주류이고 무엇이 변두리인지에 관한 생각들을 발명하고 강요했다. - P23

여성이 자신의 엉덩이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그리고 너무나 모순적인)감정을 느끼게 만든, 역사상의 깊은 뿌리를 캐낼 수 있길 바란다. 나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엉덩이가 지금처럼 많은 의미를 함축하게 된 이유를 이해하고 싶었다. - P23

우리가 굳이 이름붙이지 않는 것들, 말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들에 엄청난 힘이 있다는 사실 - P25

이 책은 정치적 프로젝트로도 읽힐 수 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권력의 지렛대를 밝혀내고 들여다보는 방법이니까. - P25

나는 연구 과정에서 하나의 신체 부위가 이토록 다양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것에 몇 번이고 놀랐다. - P27

나는 비극과 분노, 억압, 탐욕, 기쁨의 이야기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우리의 몸에 역사가 새겨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 P27

리버먼은 장거리를 달릴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이, 호모 에렉투스가 숲에 머물러 살다가 초원을 돌아다니는 것으로 생활양식을 바꾸었을 때 생겨났다고 설명한다. 생활양식이 바뀌자 요구되는 능력도 달라졌다. - P44

네발짐승은 아주 빠르게 달릴 수 있지만, 빠른 속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는 없다. 말을 비롯한 네발짐승은 갤럽으로 달릴때 헐떡거리지 못한다. 속보로 걷거나 그냥 걸을 때에만 헐떡거릴 수 있다. 이는 빠르게 달릴 때 체온을 내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10~15킬로미터를 갤럽으로 뛰고 나면 몸이 뜨거워져서,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다. - P45

인간의 엉덩이 근육은 복잡한 안정화 도구에 속한다. 인간의 큰볼기근에 해당하는 침팬지의 근육은 기본적으로 다리를 몸에서 멀어지게 해줄 뿐이지만, 인간의 큰볼기근은 신장성이 있는 펴짐근이다 (몸을 똑바로 세우고 팔다리를 바깥으로 펼칠 수 있게 해주는 근육이라는 뜻이다). 이는 우리가 뒤쪽 발을 박차고 앞으로 나서며 달리기를 시작할 때 굴러 넘어지지 않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발이 땅에 닿을 때 속도를 살짝 늦춰서 우리가 걸음을 계속 통제하도록 도와준다. 엉덩이는 인간이 꾸준히, 장거리를, 다치지 않고 달리게 해주는 필수적 적응의 결과다. - P46

진화가 서서히 진행되면서 호모 에렉투스의 두뇌도 점점 커졌다. 뇌 조직을 유지하는 데에는 많은 열량이 필요하다. - P46

콜로라도 볼더 대학의 제이미 바틀릿Jamic Bartlett이 이끄는 또 다른 과학자 집단은, 연구를 통해 엉덩이가 장거리 달리기에 필수이지만 알고 보면 다른 기능도 많다는 사실을 밝혔다. 바틀릿은 큰볼기근이 기어오르고, 던지고, 물건을 들어올리고, 쪼그려 앉게 해준다는 점에서 "여러 기능이 있는 스위스 아미 나이프와 유사하다"라고 말한다. - P47

바틀릿은 엉덩이가 진화한 건 호모 에렉투스가 장거리를 이동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포식자로부터 달아나기 위해서라고도 믿는다. 사바나에 듬성듬성 자라는 나무로 달려가 타고 오를 때, 덤불뒤에 쪼그리고 숨을 때, 포식자로부터 빠르고 민첩하게 도망칠 때 엉덩이가 필요했다. 그는 육상 선수들을 보면 이 점이 명확히 드러난다고 말한다. "엉덩이가 크게 발달한 선수들은 장거리 주자가 아니라 단거리 주자, 뜀뛰기 선수, 던지기 선수들이죠" - P48

과학자들은 엉덩이 근육이 존재하는 정확한 이유에 대해선 의견을 달리하지만, 엉덩이가 인간의 진화에 중요하게 기여했으며 인간 고유의 특징이라는 점은 동의한다. 우리가 인간인 건, 어찌 말하면 엉덩이 덕분이다. - P48

그는 끝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주위의 힘센 동물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바로 몇 발짝 앞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그러다가 돌연, 닉은 깨닫는다. 그는 이기고 있다. - P49

그가 달린 건 먹을 것을 얻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중략)
그가 달린 건, 그냥 달리는 게 좋아서였다. - P49

근육에는 아주 구체적인 생리학적 목적이 있다. 확장하고 수축하면서 뼈와 힘줄을 앞뒤,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 우리가 똑바로 앉고, 양옆으로 몸을 기울이고, 심지어 음식을 먹을수 있는 것도 근육이 있어서다. 그러니 근육은 엉덩이를 이루는 부분 가운데, 연구하고 이해하기 가장 쉬운 부분이다. - P50

큰볼기근 위에는 지방이 한 층 덮여 있다. - P50

지방을 연구하는 건 거의 모든 면에서 근육보다 훨씬 어렵다. 지방은 유기체가 죽고 나면 분해되어 장기 기록을 남기지 않는 연조직이다. 따라서 진화 생물학자들은 초기 인류나 고인류 조상들이 어느 정도나 되는 지방을 갖고 살았는지 확신할 수 없다. - P51

우리가 아는 건 단 하나, 오늘날 살아가는 인간이 영장류 가운데 가장 많은 지방을 지녔다는 것뿐이다. 쉽고 빠르게대사되는 "갈색 지방"이 많은 다른 유인원에 비해, 우리는 쉽게 에너지로 변환되지 않는 "백색 지방"을 훨씬 많이 저장하고 있다. - P51

듀크 대학에서 박사후과정을 밟고 있는 데브자니 스와인-렌즈 Devjanee Swain-Lenz에 의하면, 이 차이는 우리의 DNA에 새겨져 있다고 한다. 백색 지방을 갈색 지방으로 변환해주는 유전자가 인간에게선 작동되지 않아, 생물학적으로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지방을 더 많이 축적한다는 것이다. - P51

영양분을 얻기 어려워 몸에 축적한 지방에 의존해 생존 - P52

살아남기 위해 유전자와 대사과정을 바꾸어서, 위급 상황에 쓸 열량을 저장하는 일종의 창고로 지방을 몸에 축적했다. - P52

더 큰 뇌는 더 많은 열량을 원하기 때문이다. - P52

추운 날씨에도 뇌가 기능하려면 몸에 미리 지방을 저장해둬야 했다. - P52

아이러니하게도, 21세기에사는 우리는 지방과 근육을 동일선상에서 (즉 맡은 역할이 있는 신체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지방은 어떤 유형이든 (음식에 있든 몸에 있든) 여러 겹의 부정적 함의를 지닌다. 지방은 언제나 필요와 풍요보다는 탐욕과 퇴폐를 연상시킨다. - P52

건강하게 살기 위해 누구나 지방이 필요하지만, 필요로 하는 양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다. 대부분의 여성은 몸에 9~13킬로그램의 지방을 지니는데, 이는 체질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들고 다니기엔 꽤 무겁다. - P52

여러 연구에서 여성이 건강하다고 여겨지면서 (즉, 굶주리지 않으면서) 지닐 수 있는 가장 낮은 지방 비율이 8~12퍼센트라고 말한다. 남성의 경우는 4~6퍼센트다. - P53

내가 만난 어느 과학자는 제일 날씬한 여성조차도 지상의 어떤 생물보다 지방 비율이 높다고 알려줬다. 예외는 단 두 경우, 원양에 사는 포유류와 동면에 들어가기 직전의 곰이었다. - P53

우리는 차디찬 북극해에서 거대한 원양 생물의 체온을 지켜주는 종류의 지방을 지녔다. 곰이 숲속 동굴에서 겨울을 나게 해주는 종류의 지방을 지녔다. 이 사실은 달갑게도 내 통제 밖의 일처럼 느껴졌다. 부인할 수 없는 과학적 사실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맴도는 목소리를 잠재워주었다. ‘나, 너무 뚱뚱한 거 아니야?‘ 처음으로 여기에 확실히 반박할 말을 얻은 기분이었다. ‘지방은 여성이라는 존재의 일부야. 내게 지방이 있는 건, 젖을 먹이는 고래나 어미 곰이랑 똑같은 거야.‘ - P53

(펜실베이니아 대학 인류학과 조교수로서 현대인과 먼 옛날 사람들의 영양을 연구해온) 모건 호크Morgan Hoke는 설명한다. "페미니스트로서 불만스럽지만 다른 대답은 찾을 수 없었어요. 여성의 지방은 재생산을 위한 겁니다. 임신과 모유 수유는 에너지 효율 면에서 대단히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 일이거든요." 그녀는 성적 재생산을 하는 여느 동물이 그렇듯, 인간에게도 자손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신체와 에너지의 필요로 인해 양성 사이에 생물학적 차이가생긴다고 설명한다. 생물학적 부담을 주로 떠맡는 게 어느쪽인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 P54

"정자는 거의 공짜예요. 난자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인간은 9개월 동안 아기를 품고 그다음엔 오랫동안 모유 수유를 하잖아요."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은 지방을 비축해야 하는 건 이따금 두 개의 (혹은 그보다 많은 수의) 몸과 뇌에 영양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신한 어머니는 하루에 대략 300칼로리를 더 섭취해야 하고, 어떤 연구에 의하면 모유 수유에는 그보다도 더 많은 칼로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 P54

환경에서 제공되는 음식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모유 수유를 하는 어머니는 자기 몸에 저장한 지방을 짜내어 아기에게 젖을 줄 것이다. - P54

지방이 다른데 붙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예컨대 팔꿈치에 지방 방울들이 붙어서 달랑거리거나, 어깨나 목이 둥글게 부풀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방은 그곳이 아니라 골반과 엉덩이, 허벅지와 가슴에 붙어서 지금 우리에게 확연히 ‘여성적‘으로 해석되는 곡선을 만들어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가장 직접적인 가능성은 생리학적 이유다. 지방을 다른 곳에 저장하면, 그 부위가 우리 몸의 가동 범위를 제약하고 무게 중심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지방질 어깨를 가지면 상체가 무거워지고, 지방질 무릎을 가지면 걷기가 힘들어졌을 것이다. - P55

호크를 비롯한 진화 인류학자들이 시행한 연구에 따르면,
지방을 엉덩이와 허벅지에 저장하는 게 더 안전한 이유는 지방 조직에 둘러싸였을 때 반응이 좋지 않은 필수 장기에서 가장 먼 곳이라서다. - P55

엉덩이와 허벅지가 더 크고 허리가 더 가는 여자의 모유에 지방이 더 많다는 증거도 있는데, 이는 식단에서 다량의 지방을 얻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아기가 성장하도록 돕는 긍정적 적응이었을 것이다. 호크는 이것이 인간 여성이 모유 수유를 할 때 허벅지와 엉덩이에 저장한 백색 지방을 끌어써서 아기에게 영양을 제공한다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 P55

이러나저러나 해부학적으로 볼 때 엉덩이는 신체 부위 중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큰 근육 몇 개에 결착되고 지방층으로덮인 관절일 따름이다. - P55

하지만 우리에게 엉덩이 근육이 있는 이유를 완벽히 이해하고 심지어 그것이 지방으로 뒤덮인 이유마저 어느 정도 이해했다 쳐도, 엉덩이가 어째서 많은 이들에게 그토록 매력적인지, 그게 진화와 무슨 관련인지는 아직 분명히 알 수 없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나마) 답하려면, 공작의 깃털에 관해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다. - P56

"공작의 꼬리 깃털은 언제 보아도 속이 메슥거립니다!" 찰스 다윈이 1860년에 하버드 대학의 식물학자 아사 그레이Asa Gray에게 보낸 편지에 적은 유명한 말이다. 그가 메스꺼움을 느낀 이유는 공작 꼬리가 너무 아름다워서가 아니었다. 그토록 장엄하고 뚜렷한데, 그토록 무용한 신체 부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없어서였다. - P58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에 진화는 효율성을 우선순위로 삼는데, 공작의 꼬리는 어느 모로 보나 효율적인 부착물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라면 모를까. 짐스럽게 달린 꼬리는 일렁거리는 빛깔로 포식자의 시선을 끌며, 도망치기 어렵게 만든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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