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이다. 오늘 읽은 부분에서는 특별히 ‘건축물은 공간으로 말을 한다‘는 저자의 말이 와닿게 느껴졌다. 대다수의 예술작품들이 그러하듯이 이런저런 장황한 설명보다는 만들어진 결과물로 사람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주는 것이 진정한 가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이에 더해 건축물이라는 최종 결과물 자체로 시공을 초월하여 그 가치가 전달된다는 저자의 말도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우리가 오래 전에 지어진 웅장한 건축물들을 보면서 감탄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 전부 다 포함된다고 본다.

위와 비슷한 맥락에서 부가적으로 개인적인 생각을 좀 더 보태보자면 축구같은 스포츠 경기에서 ‘공격수는 골로 말한다‘는 인터뷰 같은 것을 가끔 볼 때가 있는데, 이 또한 최종적인 결과물로 경기를 보러 온 관중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준다는 측면에서 이 책의 저자가 앞서 말한 ‘건축물은 공간으로 말을 한다‘ 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또한 위에서 함께 언급한 시공을 초월하여 가치가 전달된다는 것의 한 예로 과거 2002년 월드컵에서 골을 넣었던 하이라이트 장면들을 다시 보다보면 그때의 그 감동이 어느정도 되살아나는 경우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어떤 말보다도 그 장면 자체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보여진다. 건축물이 공간으로 말을 하는 건 바로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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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저자는 건축의 정체성에 대해 논하는데 최종적인 결론은 ‘건축은 그냥 건축‘이라는 것이었다. 건축은 과거엔 과학이었으나 어느순간 예술이 되었고 이후 기타 다른 학문들(경제학, 정치학, 사회학 등)이 융합된 ‘건축‘이 되었다는 것이다. 단지 이러한 결론만을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겠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어본 독자라면 상당부분 공감할 수 있는 얘기일거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부분에선 저자가 이 책을 쓰게된 이유로 건축가가 아닌 비전공자들과의 소통을 위한 것이었음을 밝힌다. 이는 단순히 어떤 건축관련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차원이 아닌 향후 더 나은 건축물을 만들어가기 위한 생산적인 소통이 되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있는 말이었다. 이 책이 ‘건축가가 건축 비전공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저자의 말에 참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직간접적으로 건축주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건축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건축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나갈때 보다 훌륭한 건축물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건축가들과의 소통을 통해 우리의 의견이 건축에 반영된다면 건축물도 점점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하지 않을까 싶다.

서로 다른 물감이 적당히 섞이면 아름다운 색을 만들지만,
너무 많이 섞이면 회색빛이 되는 법이다. - P379

내연기관 : 연료의 연소가 기관의 내부에서 이루어져 열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바꾸는 기관. - P387

건축물 앞에는 설명서가 없다. 대신 공간이 말을 한다. - P381

음악이나 미술에서도 작가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서 긴 설명을 하는 말이나 글이 필요하다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음악, 미술, 건축 같은 창조의 분야에서 창작자는 읽고, 보고, 먹고, 느끼고, 만나고, 살면서 하는 모든 경험들을 통해서 깨달은 바를 자신이 선택한 매체를 통해서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무릇 예술은 체험하는 이로 하여금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언어의 설명 없이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381

아이러니하게도 건축가인 필자가 책을 썼다. 그 이유는 건축은 예술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 P382

과거에 건축은 과학이었다. 한 나라의 최첨단 기술을 과시하는 도구로서의 건축이 있었다. 건축은 어느 시대나 지구의 만유인력에 저항하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 주는 과학적 도구이자 결과물이었다. 반면 의술은 과학이 아니라 미신에 가까웠다. 지금도 오지에서는 무당들이 병을 고친다. - P382

건축과 의학 이 둘은 19세기에 운명이 바뀌었다. 의학은 과학을 택해서 지금의 MRI와 각종 첨단 시설을 이용한 기술의 서비스가 되었다. 반면 건축은 예술을 택해서 지금껏 사회적 대접이라는 면에서 퇴보해 왔다. 건축이 예술이 되면서 질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00년 전에 이루어진 의학과 건축의 선택의 결과는 지금 의사와 건축가의 평균 연봉이 말해 주고 있다. - P382

건축이 예술이라는 관념이 깨졌으면 한다. 건축은 예술이기도 하고, 과학이기도 하고,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이 종합된 그냥 ‘건축‘이다. - P382

글을 쓴다는 것은 건축 행위가 아니다. 하지만 건축가가 글을 쓰는 이유는 보편적인 의사소통의 도구인 글을 통해서 건축 전공자 밖의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이다. 왜냐하면 건축은 건축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주, 사용자와 함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제대로 된 건축물이 나오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이 뜻을 모아야 한다. - P383

제대로 된 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건축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어떤 사람에게 건축은 세상을 바꾸는 도구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건축이 기술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건축이 재테크일 뿐이다. 우리는 이런 차이를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으로 풀어야 한다. - P383

이 책은 건축가가 건축 비전공자에게 보내는 일종의 편지이다. 이 편지를 읽고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건축에 대한 답장을 해 주었으면 한다. - P383

우리 모두가 다 건축가가 될 수는 없지만, 우리 모두는 일종의 건축주이다. 사는 집을 고를 때, 데이트할 거리를 선택할 때, 개발 정책에 따라서 정치 후보자에게 표를 던질 때 등 여러 가지 형태로 건축주의 입장에 서게 된다. 훌륭한 건축은 결국 훌륭한 건축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 P383

훌륭한 건축주가 되는 첫걸음은 관심을 가지고 건축적으로 주변을 읽고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 P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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