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은 부분에선 개인적으로 예전에 읽었던 동 저자의 책인《인문 건축 기행》에 나왔던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베트남 전쟁 기념관에 대한 얘기를 만날 수 있었다. 내용적으로 거의 비슷한 부분이라 처음 봤을 때 만큼의 신선함은 덜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저자가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건축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원래 중요한 것은 반복해서 언급되는 법이니 말이다.

뒤에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각 종교별 건축 스타일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불교의 절, 기독교의 교회, 천주교의 성당, 이슬람의 사원 등 다양한 스타일의 건축물을 비교해보면서 단순히 건축물뿐만이 아니라 각각의 종교적인 특색에 대해서도 간단하게나마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책 속에 있는 이미지들을 저자의 글과 함께 살펴보면서 개인적으로는 마치 여행지에 와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듯한 느낌도 느낄 수 있었다. 직접 방문한 건 아니지만 저자의 설명이 굉장히 그럴싸하고 흥미롭게 느껴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어나간 것 같다. 직접 해당 장소에 방문하더라도 아마 비슷한 느낌일듯 하다. 직관한다면 좀 더 실감이 나긴 하겠지만 책으로 이렇게 보는 것도 간접 경험으로 나쁘지 않은 듯 하다. 금전적으로 세이브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물론 돈이 많고 시간도 여유가 있다면 직접 가서 보는게 베스트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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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선 도시의 공원과 더불어 마당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먼저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런던의 하이드 파크는 과거 급속한 산업화로 도시의 환경이 점점 삭막해지자 ‘도심 속에 자연을 심어넣자‘는 생각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도심 속 공원이다. 저자는 공원에 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과거 저자의 어릴 적 시절이었던 마당이 있는 집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넓디넓은 마당과 함께 최근 급속히 증가한 아파트를 비교하며 마당의 장점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보면서 저자의 얘기에 점점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우리가 TV를 많이 보는 이유에 대한 것이었는데 획일성보다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우리 인간의 본능때문인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사례들이 꽤나 흥미롭게 읽혔다.

현상설계 : 설계안(案)을 경쟁을 통해서 결정하기 위하여 설계안을 모집하는 것. - P386

성공적인 현상 설계는 49퍼센트의 뛰어난 건축가와 51퍼센트의 훌륭한 심사위원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 P155

물갈기: 칠면 혹은 곱게 다듬은 돌면을 물 묻힌 연마지 또는 숫돌 등으로 곱게 갈아 마무리하는 것. - P386

훌륭한 건축은 대지에 존재하는 에너지를 잘 이용하는 건축이고, 더 훌륭한 건축은 좋지 못한 에너지까지도 좋게 이용할 줄 아는 건축이다. - P158

절은 교회의 주일 예배와는 달리 정해진 시간에 한꺼번에 모이는 집회 중심이 아니다. 대신에 혼자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찾아가서 개인적으로 기도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 P161

다른 건축물에 비유를 하자면 절은 미술관이고 교회는 경기장에 비유할 수 있겠다. 미술관은 특정 시간에 사람이 몰리지 않고 분산되어서 사용되지만, 경기장은 몇 시간의 경기 시간 전후로 사람의 이동이 많은 시설이다. 이러한 운영상의 차이점이 일단 두 종교 시설의 공간적인 특징을 규정한다. - P163

재미난 것은 절은 시대가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우 전통 건축의 모양새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 건축은 단일 대형 건축물보다는 중소 규모의 건축물들이 마당, 조경과 함께 군집된 형태를 띠고 있다. - P163

우리나라 전통 건축은 대부분 단층으로 되어 있고 지붕이 중시되는 건축적 특징이 있다. 따라서 절의 건축은 기와지붕이 길게 나오고 그 아래에 많은 처마 공간들이 있다. - P163

유럽의 대형 성당들의 돔도 결국에는 대형 내부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했던 건축 기술이다. - P164

같은 브랜드의 의류 매장이라도 백화점에 위치한 매장이 독립된 상점보다 매상이 높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문이 달리지 않은 백화점 매장은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 독립된 상점보다 손님이 편하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 P165

절의 대부분의 공간은 외부 공간으로 구성되어져서 외부 사람이 들어와도 그저 정원 마당에 들어가는 느낌으로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마치 백화점 매장에서 옷걸이 사이의 빈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절은 점원이 와서 조금만 부담을 주면 그냥 슬쩍 나가 버리면 그만인 부담 적은 백화점 같다. - P165

반면에 들어가고 나오기가 편안한 외부 공간 없이 내부 공간 중심으로 구성된 교회 건축물의 공간은 비신자가 문을 열고 들어가기에는 너무 큰 용기가 필요하다. 마치 독립된 옷가게에 문을 열고 들어가면 뭔가를 사야할 것 같은 부담을 갖게 되는 것과 같다. - P165

대부분의 경우 대예배당은 주중에는 문이 잠겨 있다. 이렇듯 전도를 중시하는 교회가 건축적으로는 아이러니하게 더 폐쇄적이다. 교회가 문턱을 낮추고 전도를 원한다면 교회의 건축 공간 디자인부터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P165

모든 건축은 그 건물을 사용하는 기능에 맞추어서 디자인이 결정된다. 종교 건축도 예외는 아니다. - P166

하나의 평평한 공간을 나눈다는 것은 함께하는 공간에 거하는 사람들이 같은 신분이라는 것을 말한다. 그런 면에서 커다란 운동 경기장이나 영화관 같은 공간은 민주화된 현대 사회를 잘 보여 주는 건축형식이다. - P170

신약시대에 와서 가장 큰 변화는 제사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유는 예수가 희생양이 되어서 한 번의 십자가형으로 제사를 대신하게 되었고 그 사실을 믿기만 하면 되는 기독교가 된 것이다. 이는 건축에서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다. - P172

과거의 성전은 동물을 잡고 제단에 피를 뿌리고 고기를 태우는 제사의 행위가 주된 예배의 행위였는데, 예수가 전인류를 대신하여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는 제사를 다 수행했기 때문에 기존의 제사 행위가 필요 없게 된 것이다. 대신에 그 자리에는 제사를 대신하는 예수님의 업적과 교리, 스토리들이 전파되어지는 설교가 대신하게 되었다. - P172

프로그램이 바뀌게 되면 건축이 외형도 바뀌는 법이다. - P172

공간의 구성으로 보면 교회의 원형은 대형 집회를 할 수 있는 바실리카의 평면에 로마 시대 때 모든 신을 섬기는 공간으로 디자인된 판테온의 돔이 합쳐져서 나온 건축 공간이다. - P173

‘플라잉버트레스‘라는 장치를 만들어서 지붕의 하중을 옆으로 전달 - P174

유리는 불순물이 들어가면 색을 띠게 된다. 예를 들어서 철분이 많이 들어가면 녹색을 띤다. 이렇듯 여러 가지 불순물이 들어간 다양한 색의 작은 조각 유리를 밀랍으로 이어붙이면서 스테인드글라스가 창조된 것이다. - P176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발명되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책은 모두 수도원에서 필사본으로 만들어져야 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경책은 구경도 하지 못했다. 이렇듯 수도원은 일종의 출판사 역할을 했고, 책이 집중된 수도원은 지식의 집중으로 인해 막대한 권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였다. - P176

성경을 구경도 못하고 읽지도 못하는 우매한 대중은 종교 지도자가 말씀으로 전파하는 이야기를 듣는 길 외에는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없던 시절이었다. 감동적인 교회 건축물, 조각, 스테인드글라스, 음악이 하나로 어우러져서 이들의 권력을 증강시키는 시청각 자료가 되었던 것이다. - P176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은 더 많은 헌금이 모인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교회의 대형화는 신앙심뿐 아니라 경제적인 이유에서도 더 많이 진행되었던 부분도 있을 것이다. - P176

중세, 르네상스, 근대를 거치면서 교회의 평면도도 미세하게 변화해 왔다. 특히 재미난 것은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서 교회의 평면도에 나타난 변화이다. 과거 르네상스 시절까지만 해도 하나님과 사제는 두려움과 경외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제단 쪽이 멀어 보이게 디자인했다. - P177

르네상스 시절에 처음으로 투시도 기법이 정착되었고 이를 역이용하여 실제보다 멀어 보이게끔 디자인한 것 - P177

근대에 와서는 반대로 하나님은 두려움의 대상이기보다는 사랑을 주는 가까운 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를 반영한 교회가 근대 건축의 거장인 르 코르뷔지에가 디자인한 ‘롱샹 성당‘이다. - P177

기독교는 초기의 제사 중심의 예배에서 군중 설교 체제로 예배의 형식이 바뀌었기 때문에 교회 건축은 더욱더 대형 건축물화 되어 갔다. - P177

불교는 기본적으로 스스로 수양하고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법회를 드리는 절도 있지만, 예전부터 우리에게 인식된 불교는 마치 교회의 기도원처럼 개인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혼자 가서 기도를 드리고 오는 좀 더 개별적인 느낌의 종교이다. 같은 시간에 한 번에 모이는 것이 주가 되는 형식이 아니다. - P179

사용자가 흩어져서 골고루 오다 보니 대형 실내 공간은 필요가 없었다. 석가탄신일 같은 특별한 절기에는 날씨가 좋은 때여서 외부 공간에 모여서 집회를 해도 무방하기 때문에 더욱더 실내 공간 위주로 발달하지 않았다. - P180

이슬람은 중동 지역에 주로 퍼져 있는 종교이다. 이 지역은 예로부터 최근까지도 유목 사회 기반이었다. (중략) 유목 사회는 건축과 거리가 멀다. 항상 이동을 하기 때문에 특별하게 건축을 발전시킬 기회가 없었다. - P180

로마제국이 지금의 이스탄불인 콘스탄티노플로 수도를 옮기면서 지은 하기아 소피아 성당 - P181

이들(이슬람 민족)이 처음이자 유일하게 접한 종교 건축물이 하기아 소피아 성당이었기에 훗날 이슬람 사원을 지을때에도 하기아 소피아를 원형으로 해서 지금까지 지어 왔다. 이태원에 있는 이슬람 사원도 역시 하기아 소피아처럼 돔 건축 모양을 띠고 있다. - P181

이슬람은 기독교보다도 더 심하게 상징성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조각상과 성화들을 배제하고 대신 글자와 문양을 통해서 장식하게 되어 있다. 아라베스크 문양들은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 P181

지금은 개조가 되어서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스탄불의 하기아 소피아는 사람이 올라가서 기도하는 시간을 소리쳐 알리는 ‘미나레트‘라는 탑 몇 개가 추가되었을 뿐 건축적으로는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그 바로 옆에 새로 지어진 ‘블루 모스크‘라는 건물은 하기아 소피아와 모양에서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흡사하다. - P181

교회 건축과 이슬람 사원의 가장 큰 차이는 아마도 신발을 벗고 들어가느냐 신고 들어가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된다. 사막 지대인 이슬람에서는 성스러운 공간에 들어갈 때 신발을 신고 들어가지 못하게 되어 있다. - P181

구약성경에서 모세가 여호와 하나님을 처음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떨기나무가 불타는 곳에 다다르게 되는데, 여호와가 이곳은 거룩한 곳이니 신을 벗으라고 말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것이 중동 유목 문화의 특징인 것이다. - P182

사막과 광야에서는 모래가 많았을테니 깨끗해야 하는 공간에는 흙이 가득 들어간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문화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슬람 사원에 들어갈 때는 그들이 예전에 자신의 텐트에 신을 벗고 들어가듯이 신발을 벗고 카펫 위에서 기도를 드리게 되어 있다. - P182

종교 건축물들은 다른 건축물이 그러하듯이 그 지역의 기후, 풍토, 문화 그리고 예배의 형식에 맞추어서 기능적으로 결정된다. 또한 신앙의 성격에 따라 사제와 신자의 공간을 구분하기도 하고 섞어놓기도 한다. - P183

지난 2천 년의 역사를 살펴보면 한 시대를 대표하는 도시를 가진 나라가 그 시대를 이끌어 갔다. 그리고 그 도시들은 각각 자신만의 새로운 시스템을 발명해 낸 도시들이다. - P187

런던의 경우에는 세계 최초로 도심 공원을 만들어서 새로운 도시의 유형을 만들어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했다. 세계 최초의 도심 공원 하이드 파크 - P187

도심 속에 자연을 도입하는 도심 공원 - P189

런던을 많이 흉내 낸 도시 보스턴에서는 프레더릭 옴스테드라는 조경설계자가 ‘보스턴 코먼‘이라는 작은 규모의 하이드파크 아류작을 만들었고, 이어서 뉴욕의 ‘센트럴 파크‘를 만들었다. 이때부터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빌딩숲을 배경으로 한 공원의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물가 옆 잔디밭에서쉬는 모습은 선진국의 바람직한 라이프스타일의 전형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다. - P189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 P190

자동차는 우리로 하여금 멀리 있는 공원에는 갈 수 있게 해 주었지만, 가까이 있던 마당과 거실 같던 골목길을 빼앗아 갔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얻은 것이 많다고 말해 왔지만 사실 우리는 주변의 질 좋은 공간을 팔아서 물건을 산 것일 뿐이었다. - P193

아파트에 살면서 우리는 마당 대신 넓은 주차장을 얻었다. 하지만 마당이 없어지니 발코니까지 확장해서 집을 더 넓히려고 안달이었다. 마당과 골목길의 부재는 고스란히 더 넓은 평형의 아파트를 구하는 갈급함이 된 것이다. - P193

다양한 이벤트와 날씨가 마당의 얼굴을 항상 바꿔 준다. 마치 마당은 매일매일 벽지와 가구가 바뀌는 거실이라고나 할까? - P194

여러 가지 색깔의 공간은 우리의 기억 속에 다르게 저장된다. 우리는 기억 속에 변화가 없는 집에 살기 때문에 더 TV를 바라보는 것이다. 적어도 TV 속에는 드라마 속에서 이벤트가 일어나고, 장면이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큰 화면의 TV를 사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아마도 벽면 크기만 한 TV가 나올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 P194

발코니와 마당은 다르다. 정방형의 마당과는 다르게 아파트의 발코니는 폭이 1.5미터도 안 되는 직사각형이다. 폭이 1.5미터도 안 되는 발코니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행동은 제한적이다. 그저 화분을 놓고, 빨래를 널거나, 바깥 경치를 바라보는 정도의 한 방향성을 갖는 행위들이다.  - P194

어느 공간이 한쪽으로 좁고 한쪽으로 길면 사람의 행위는 그것에 맞게 조정된다. 그래서 건축이 무서운 통제 방식이 되는 것이다. 좁고 긴 발코니에서는 바깥을 바라보는 일밖에는 못하는 반면, 정방형의 마당에서는 둥그렇게 마주보고 앉을 수 있다. 이런 공간에서는 사람 간의 관계성이 쌍방향을 띠게 되면서 더욱 다채로워진다.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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