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우주와 같다는 저자의 얘기에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하여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우주에 있는 수많은 별들이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과 같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가 그만큼 다양한 문학 작품을 접하면서 느꼈던 깨달음같다는 생각이 든다. 문학이 우주와 같다는 이 은유가 더욱더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건 비단 나만의 느낌은 아닐듯 싶다.

또한 뒤이어지는 글에서 저자는 인생이라는게 원래 불완전한 것이기에 어떤 길을 걸어가든 관계없이 각자가 걸어가는 길에서 자기만의 의미를 찾아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삶의 태도라는 말도 덧붙인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개인적으로 작년 말에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에 나왔던 메시지 중 하나와도 일맥상통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떤 삶이든 간에 다 나름의 가치가 있고 소중한 삶이라는 게 그 소설과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에서 공통적으로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절을 바꿔서 이번에는 민주주의와 독재에 대한 글을 읽어 볼 수 있었는데, 읽으면서 이들이 마치 양날의 검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민주주의를 통해 획득한 개인의 자유가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는 불안함이라는 요소를 만나게 되면, 특정 개인을 영웅시하여 자신들의 불안함을 떨쳐냄과 동시에 그 특정 개인에게 자신의 자유를 위탁함으로써 그 영웅시된 특정 개인이 권력을 독점하게 되는 독재가 일어난다는 마치 ‘뫼비우스의 띠‘같이 돌고 도는 이 논리는 민주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줌과 동시에 개인의 자유라는 것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을 정도의 지성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걸 느끼게 해준다. 민주주의 시대가 된만큼 이것을 유지하고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과거와 같이 어리석고 무지몽매하여서는 안되며 한사람 한사람이 똑똑한 개개인이 되어야 권력을 홀로 독점하려는 자들의 거짓 선동에 넘어가지 않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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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서 ‘사유‘라는 키워드에 관한 글이 이어진다. 생각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저자는 얘기하는데 이는 각종 영상매체가 아닌 책을 통해서 기를 수 있는 능력이기에 저자는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한다. 또한 사색하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독서외에도 신체의 속도를 늦추는 활동을 할 것을 독자들에게 권하는데 과거 유명한 철학자들이 즐겨했던 ‘걷기‘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최근 ‘왜 걸어야 하는가‘라는 책을 함께 읽고 있는데, 거기서도 걷기의 중요성에 관한 다양한 과학적 근거들이 제시되고 있어서 눈에 보이진 않지만 시너지 효과가 생기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의식적으로 걷기를 실천하고 있지만 좀 더 걸을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유‘와 관련된 절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Chat GPT, AI와 관련된 얘기들이 언급되는데 저자는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기 위해서는 질문하는 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상상력과 의미 부여야말로 인간이 AI 시대를 살아낼 수 있는 길‘이라는 카이스트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최근 급변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우리 인간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앞으로의 미래가 어떻게 변해나갈지 다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책을 통해 근본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볼 수 있어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문학은 마치 우주와 같습니다. 그 안에는 수많은 별이 저마다의 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고 그중에는 이미 죽어버린 별도, 터져버린 별도 있습니다. - P266

우주가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빛으로 이루어져 있듯이, 문학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하고 한 번도 만나지 못하고 한 번도 이해하지 못한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문학의 그런 점을 통해서 우리는 삶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왔고, 그것이 바로 문학의 힘입니다. - P266

우리의 삶도 하나의 별이 이끄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수많은 별자리 속에서 때로는 방향을 잃고 헤매는 그 과정 자체가 바로 인생입니다. - P266

나의 선택뿐 아니라 타인의 선택에 대해서도 너무 손쉽게 재단하고 비난하는 자세는 지양해야 합니다. - P266

내 선택에 대해 슬퍼하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면서 나와 타인의 삶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혀가는 삶이 진짜 살아볼 만한 멋진 인생인 것입니다. - P266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가지 않은 길」 속 화자처럼 두 갈래 길을 앞에 두고 갈등하는 인간은 우리 모두의 자화상입니다. - P268

우리 앞에 놓인 길은 가보지 않고서는 그 끝을 알 수 없습니다. - P269

중요한 것은 최선의 선택이 아니더라도 자책하지 않고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며 자신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 P269

괴롭고 외로운 시간들 속에서도 우리가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소소하지만 희망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희망을 어쩌면 후회 속에서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 P269

그(다니엘 핑크)는 후회를 ‘삶을 바로잡고 싶어 하는 건강하고 본질적인 충동이자, 나 자신의 진실에 관해 묻는 출발점‘이라고 하더군요. - P270

다니엘 핑크의 말처럼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은 인생을 망치는 헛소리! ‘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가끔은 나의 지난 선택을 뼈저리게 후회하면서 스스로와 진솔한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괜찮은 일일 것 같습니다. 그때의 깨달음이 언젠가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 선택의 시작이 될지 누가 알겠어요. - P270

민주주의는 개인이 주체성을 버리고 강자에게 의존해 나의 존엄성과 권리를 그들에게 맡기는 순간 균열이 생기며 도태되고 맙니다. - P274

인간은 불안한 존재이며 누구도 완벽하지 않기에 나의 생각이나 투철한 신념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항상 떠올려야 합니다. - P275

파시즘이나 독재는 우리의 불안감을 우상화한 특정 대상에게 위탁하는 순간 시작됩니다. 그 시작은 대중의 의사를 반영한 것이 아닐지라도, 그것의 지속은 우상화된 대상에 빠져든 대중들의 동의로 가능합니다. 놀랍지만 사실은 자발적인 측면이 있는 것이죠. - P275

신분제에서 벗어난 이후 우리가 부여받은 자유 때문에 우리는 매번 선택적 상황 앞에 놓이고, 이것은 때때로 우리를 불안하게도, 극단적인 소외감으로도 몰아넣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절대적 고독과 선택의 번민에서 나를 구원해줄 현대적 영웅을 원하기도 한 것이죠. 그런데 그에게 내 삶의 선택권을 맡기게 되면 다시 우리의 자유는 제약당하게 되는 것이죠. - P277

역설적이게도 자유로 인한 불안감 때문에 우리는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제약당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은 흔들리게 됩니다. 이것이 우리가 항상 자유의 역설에 관심을 가지고 민주주의가 지닌 토대를 공고히 하기 위한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P277

이청준의 소설《당신들의 천국》은 개인의 영웅주의가 우상화로 이어지면서 탄생한 권력자와 민중의 갈등을 다루고 있는 대표적인 소설입니다. 권력과 자유, 개인과 집단의 갈등을 바탕으로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구조를 그려낸 소설이죠. - P277

사람들은 ‘현실은 불안하지만 미래에는 유토피아가 펼쳐질 거야. 내가 그 세상을 만들어줄게!‘라며 이상향을 펼치는 우상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면서 자유의지까지 포기합니다. 이것은 들끓는 용광로에 내 모든 것을 던져 넣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 P279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절대시해서 타인에게 강제하는 것은 또 하나의 지옥을 탄생시킬 뿐입니다. - P279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와 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는 구성원들의 욕망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함이 아닐까요. - P280

사회 구성원들의 욕망이 어디로 흐르는지 읽으려 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통제하는 것은 올바른 정치가 아닙니다. - P280

‘지금 네가 품고 있는 욕망은 옳지 않아. 대신 내가 새로운 욕망을 품게 해줄게. 그리고 내가 다 이루어줄게‘라고 강조하는 것은 아무리 이상적인 행동이라고 해도 폭압적인 정치에 불과합니다. - P280

비단 정치인뿐 아니라 우리는 누구나 타인에게 자신의 욕망을 강요하곤 합니다. 타인의 삶을 부정하면서 옳지 않다는 가치판단을 내리기도 하지요. 과연 부모라는 이유로, 어른이라는 이유로, 더 많이 배웠고 더 오래 일했다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삶의 방식을 강요해도 되는 걸까요? - P280

지금 젊은이들이 태어난 시대는 이미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시대인 것이죠. 이런 시대에서 오늘날의 청년들이 시대의 부름에 답하는 방식은 ‘매 순간 자신의 앞날에 대한 책임감 있는 선택을 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묵묵히 살아가는 것‘ 아닐까요. - P281

문학은 정해진 답을 알려주고 삶의 방향을 이끄는 대신 ‘인생은 불완전한 사람들이 불완전한 방식으로 정처 없이 헤매면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해줍니다. - P284

어느 시대든 인간은 모두 불안해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지켜내고 시대와 싸우면서 살아왔다는 깨달음을 주는 게 바로 문학입니다. 불완전한 존재로서의 나를 받아들이고 기꺼이 껴안고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이죠. - P285

사회는 언제나 불완전하고 우리는 언제나 방황할 수밖에 없다는 ‘어쩔 수 없음의 진리‘를 모두가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 P285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라는 니체의 말 ‘아모르파티‘ - P286

오늘도 우리는 흔들리지만 결국에는 조금씩 나아갈 것이라는 소망을 품고 내일을 꿈꿔봅니다. - P286

사색하는 법을 잊어가는 우리에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시간이 바로 책을 읽을 때입니다. 행간의 의미를 읽으려고 애쓰다 보면 비판적 성찰까지도 가능하죠. 무엇보다 책 읽기는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기 때문에 지식 습득의 차원을 뛰어넘는 창조적 활동이 가능합니다. - P289

《화씨 451》은 책을 읽는 행위가 범죄로 규정되는 미래 세계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는 1953년 당시 텔레비전과 라디오 같은 뉴미디어의 대량보급으로 읽고 생각하는 능력을 상실해 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합니다. - P290

인간이 생각하기를 멈추는 순간 지구의 멸망이 온다 - P291

책이 사유의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 - P292

결국 모든 사유는 책과 책의 연쇄작용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이것이 문학과 책의 쓸모이기도 하죠. 이 책에서 알게 된 정보를 다른 책 속 지식에 적용해 발전시키거나, 문학 작품 속 시대와 인물들의 삶에 몰입해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도 있습니다. - P292

우리가 인생의 가치를 찾아내고 매 순간 인간다운 판단을 하려면 스스로 사유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색의 시간을 가져야 하고 비판적인 통찰력을 키우기 위해 문해력도 키워야 합니다. - P294

인간이 독서를 통해 비로소 세상의 진실에 눈뜨고 진정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존재라는 것 - P294

오늘날의 사회는 지속적으로 사유를 방해하면서 속도, 성과, 효율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모든 활동이 이 잣대로 평가받다 보니 여기에 부합하지 않는 수많은 가치가 하나씩 떨궈져 나가면서 결국은 결과에 집착하며 살아가게 된 것이죠. - P294

음악의 가장 중요한 속성인 시간성은 독서 행위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음악을 들을 때 하나의 음을 순차적으로 들으면서 총체적으로 화음을 느끼듯이, 문학 작품도 언어적인 시간의 연쇄작용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절대적인 시간의 양이 필요합니다. - P295

독서를 하는 동안의 시간 흐름은 우리의 사고를 지연시키고 잠깐이나마 사색을 하며 내 삶과 주위를 돌아보는 성찰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우리는 내일의 삶을 기약하게 되죠. - P295

책을 읽을 때는 일정한 시간을 들여 문자를 다 읽고 나면 그 감상이 종합적이고 동시적으로 다가오잖아요. - P296

철저한 계급사회에서 하층민은 마음껏 질문하고 생각할 자유가 없었습니다. 인간에 대한 존중이 전제된 사회에서나 나와 세계에 관한 질문이 만인에게 허용되었습니다. - P297

책을 읽는 것 외에 사색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신체의 속도를 늦추는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 P298

몸과 마음의 연관성을 고려한다면 걷기는 인간의 사유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우리는 걸으면서 깊이 사색할 여유를 갖고 어느새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는 길을 찾아가게 됩니다. 루소, 홉스, 니체, 칸트 등 위대한 철학자들이 모두 걷기를 즐겼다는 것도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 P298

‘걷기를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 P298

니체도 혼자만의 산책을 통해 실존의 이치를 깨달았다고 합니다.《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심오한 영감과 위대한 생각은 모두 길 위에서 떠올렸다‘라고 말했을 정도니까요. - P298

바쁜 일상을 살면서 생각할 시간을 갖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은 평소에 접하는 이런저런 일들에 여러 가지 질문을 해보는 것입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모두 얻을 수는 없겠지만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 P299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 사고의 범위가 넓어지고 특정 이슈에 관한 저만의 관점이 정립되어 가는 즐거움도 느껴볼 수 있습니다. - P300

생각의 연쇄작용이 멈추면 인간은 정신적 빈곤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 P300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아일랜드」는 상상 속 복제인간 이야기를 통해 질문이 사라진 세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 P301

질문은 인간다움의 근원입니다. AI가 가공할 만한 위력을 발휘하는 시대에 새로운 기술과 공생하기 위해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삶의 태도도 바로 이것입니다. 질문을 통해 우리는 의미를 발굴하고 인간으로서 존재 이유를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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