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삶뿐 아니라 역사 속에서도 용서는 큰 화두입니다. 일례로 매년 홀로코스트 추모일에는 이스라엘과 독일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희생자를 기리는 시간을 갖곤 합니다. 참혹한 역사를 기억하면서 용서의 마감일을 정해놓지 않은 것이죠. - P232
용서의 주체들은 언론을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그 일과 관련된 기록을 책으로 펴내면서 끊임없이 역사를 되짚습니다. 용서의 주체들이 침묵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이죠. - P232
용서의 주체는 결국 피해 당사자들입니다. 그렇다면 그 용서의 시기나 방법도 그들이 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들이 자신만의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사회는 언제까지고 기다리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P233
우리가 용서에 관해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는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살아가는 모든 것들은 서로 끊임없이 상처를 주고받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용서하고 용서받으며 살아야 하는데, 심지어는 내가 아주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상처의 깊이는 깊어지고 빈도는 잦아지죠. - P234
해가 지고 나면 가슴에 분을 품지 말라 - P234
분이 맺히는 것이 아니라 ‘이슬이 맺힌다‘ - P236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았을 때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연민하게 되었다는 뜻 - P236
왜 분노하는 대신 연민하게 되었을까요?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상처를 주는 경우도 많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가슴에는 이슬이 맺히는 용서와 연민이 필요한 것이겠죠. - P237
다만 용서의 주체는 상처받은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용서하고 싶지 않은 이에게 용서를 강요하면 분노만 깊어질 뿐입니다. 진정한 용서가 이루어져야 비로소 살아갈 연민도 생겨날 것입니다. - P237
용서하고 싶은 일은 용서하고, 아직 담아두고 싶은 일은 그대로 담아둔 채 오늘도 별다르지 않은 우리네 하루를 살아갑니다. - P237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이 부정적 의미만 지니고 있지는 않습니다. 부끄러움을 반면교사 삼으면 사는 동안 끊임없이 나를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고, 시대정신을 확립해 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자신의 부끄러움을 건강하게 승화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 P240
자신의 부끄러움이 어떤 모양인지에 따라 삶의 모습은 180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 P240
숙부에게 배신당하고 괴로워하던 선생님은 친구의 죽음을 통해 자신도 숙부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숙부를 경멸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도 욕망을 앞세워 스스로를 기만하고 친구를 배신했으니까요. - P242
세상에는 그 어떤 수치심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많으니까요. - P244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은 그만큼 영혼이 올곧은 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 P244
자신의 삶에 부끄러움을 느낄 때 그것에 관해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눌 만한 사람이 없다면 그 감정은 자신에 대한 혐오로 전이되어 고독감이 깊어지면서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속 선생님처럼 자살이라는 비극적 결말로 치닫게 되는 것입니다. - P245
끝내 사람들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면 우리 삶에는 빈 공간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 P245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말할 대상이 없는 것처럼 사람을 약하고 고독한 존재로 만드는 상황도 없는 것 같아요. - P249
오늘날 사회에서 고립과 단절은 너무나 흔하죠. 세상의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이 가능한 세상이라지만, 정작 우리의 삶은 단절과 고립에 따른 부작용으로 점점 더 파편화되어 가고 있으니 정말 아이러니합니다. - P249
문학의 면면들은 현실의 삶과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우리가 문학 속 등장인물처럼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지는 않지만, 그들의 면면은 우리 삶 속에서도 자주 발견할 수 있잖아요. - P250
선생님의 삶 속 허무는 어쩌면 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그 속에서 나의 역할을 규정한 탓에 생겨났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삶 속에서 만나는 관계는 결코 단순하게 규정지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겪는 감정도 때마다 모두 다릅니다. - P251
자연이라는 존재를 마주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다를 보고 그저 ‘바다네‘라고만 생각한다면 그 순간의 특별함은 사라집니다. - P251
얼마 전 유행했던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이라는 말처럼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게만 살고 싶어서 ‘세상은 다 그런 거지. 그게 그거야‘라고 단정 짓는다면 누구나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을까요? ‘인생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만 생각하면 한순간도 충만할 수 없습니다. - P251
허무주의에서 비롯된 고독감이 극단적인 고립감으로까지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을 지나치게 도덕적인 관념 속으로 몰아넣지 말아야 합니다. 세상에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 P251
우리는 모두 백석의 시「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 나오는 구절처럼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을 소처럼 계속 되새김질하며 사는‘, 저마다의 부끄러움을 느끼는 불완전한 존재일 뿐입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스스로에게 좀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아, 물론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주변 사람들에게도요. - P251
후회는 무용지물입니다. 이제는 그저 내가 선택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야 합니다. 나의 선택을 믿고 최선을 다해 나아가는 힘, 그런 배짱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쫓겨 정해진 방향으로 걸어간다고 해도 그다음의 길을 만들어가고 의미를 부여하는 건 오로지 나의 몫이죠. - P256
선택의 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마음가짐 - P256
아쉬움은 또 그것대로의 가치가 있음을 인정하고 내가 선택한 길을 묵묵히 가다 보면 새로운 가능성과 만날 수 있기 때문 - P256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내 맘에 둘 거야‘ - P256
그리운 것은 잊고 외면하는 게 아니라, 그리운 대로 두고 나의 선택을 받아들여 보세요. 그걸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나의 선택에 몰입할 힘을 갖게 됩니다. - P257
도망갈 생각에만 빠져 있으니 점점 더 무기력해지고 어떤 의욕도 생기지 않더군요. - P257
또 다른 선택을 할 기회조차 잃어버리겠다는 위기감 - P257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이기 - P258
‘지금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일단 포기하자!‘ - P258
결국 상황에 관한 객관적 인식이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웠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고 마음먹었죠. - P258
내가 원했던 삶은 아니었지만 이 길이 지금 내가 가야 할 길이라고 인정하는 순간, 놀라운 몰입감이 생기면서 점점 두드러진 성과를 내게 되었습니다. - P258
때때로 포기해야만 하는 것은 포기할 줄 아는 것, 그리고 다른 길이 없다면 지금의 선택에 몰입하는 것이 또다른 삶을 펼칠 계기가 된다는 것 - P258
무언가를 선택한 후에는 결과를 걱정하며 망설이기보다는 뛰어들어서 몰입과 집중을 해야 성과가 납니다. 달리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죠. 계속 흘끔흘끔 뒤돌아보며 자기 위치를 확인하거나 시계를 쳐다본다고 해서 달라지는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몰입을 방해해서 좋지 않은 결과만 낳을 뿐이죠. - P258
인생을 살아가며 모든 걸 다 가지고, 모든 걸 다 뜻대로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오만입니다. - P259
선택의 결과도 예측하거나 장담할 수가 없죠. 그렇기 때문에 일단 선택한 후에는 자신을 온전히 내던지는 몰입 그리고 한눈팔지 않는 집중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몰입과 집중이 시간의 힘과 만나 쌓여야만 비로소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입니다. - P259
선택의 갈림길을 이야기할 때 항상 떠오르는 소설 중 하나가 바로 이광수의 『무정』입니다. 이 소설은 최초의 근대장편 소설이자 신문학사상이 반영된 기념비적인 계몽소설이죠. 문학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소설 - P259
이 소설에는 조선사회의 전형화된 모습에서 벗어나 개인의 내면적인 갈등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 P259
『무정』의 주인공들은 그 운명 앞에서 고뇌하고 흔들리는 근대적 인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 P260
‘계몽주의 소설‘이라는 틀 안에만 가둬놓을 수 없는 이유는 네 명의 인물 모두 능동적으로 자신의 사랑과 운명을 결정하는 법을 배워나가기 때문입니다. - P260
나에게 주어진 의무를 다할 것이냐, 아니면 열정을 좇을 것이냐 - P262
‘진정한 사랑이 아니므로 낡은 사상의 속박에서 벗어나 참생활을 열라‘ - P263
결국 인생의 방향을 선택할 때 필요한 것은 깨달음과 결단력인 것이죠. 결단할 용기가 없다면 어떤 깨달음도 쓸모가 없습니다. 또한 깨달음이 없어도 결단과 열정의 힘만으로는 끝까지 나아갈 수 없죠. 아무리 내면의 의지가 강하더라도 결정적인 순간, 이정표가 되어줄 지식과 지혜, 조력자가 없다면 그 결단은 무모하기 짝이 없으니까요. - P263
영채가 새로운 시대에서 갈등하며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은 지금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 있습니다. 그저 운명을 받아들이고 체념한다면 갈등할 이유가 없겠지만『무정』의 인물들은 여기저기 부딪히고 고민하고 좌절도 겪으면서 결국 스스로의 인생을 선택하고 성장합니다. - P263
어둡던 세상이 평생 어두울 것이 아니요, 무정하던 세상이 평생 무정할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 힘으로 밝게 하고 유정하게 하고 즐겁게 하고 가멸게 하고 굳세게 할 것이로다. - P264
현실이 자꾸 내게 상처를 주고 있다면 우리도 내 안의 작은 불빛들을 조금씩 키워나가 보는 건 어떨까요?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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