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기회가 되어 읽게 되었다.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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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니 문학의 본질적인 측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공무원 국어 영역에서 일타 강사로 유명하신 분 같은데 이러한 이력 때문인지 자신에게 상담받았던 수많은 수험생들과의 에피소드들을 통해 거기서 메시지를 뽑아내고, 그 메시지를 저자가 생각하는 특정 문학 작품과 연계시키면서 얘기를 이어나가는데 이야기의 흐름이 아주 물 흐르듯이 이어져서 독자로서 읽어나가기 수월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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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밑줄치진 않았지만 중후반 즈음에 기형도 시인의 《기억할 만한 지나침》이라는 시의 내용이 소개되는데, 저자의 시 내용 설명을 읽고, 인터넷에서 별도로 이 시를 검색하여 잠깐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러한 시간을 통해 저자가 말하는 내용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볼 수 있었고, 눈에 보이진 않지만 시가 가진 힘이라는 게 얼마나 위대한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인생이 인생으로 끝나지 않고 문학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문학도 문학으로 끝나지 않고 인생으로 환원되곤 한다. - P4

언어가 주는 수많은 선물 중에서 잔잔하게 삶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문학만큼 뭉클한 것이 또 있을까 싶다. 타인의 삶인 줄로만 알았던 무언가가 어느새 나의 삶과 맞닿는 순간은때때로 평생의 한 줄로 가슴 한편에 남는다. - P5

지나온 시간을 위로받고, 살아갈 날들에 용기를 얻고 싶은 이들에게 주저 없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 P6

문학은 인간과 사회의 총체적 모습을 압축한 하나의 작은 우주이기도 하기에, 우리는 문학을 통해 나 자신과 사회의 모습을 성찰하고 앞날을 예견하며 대처하는 정신적 힘을 기를 수 있다. - P8

문학은 나와 아무런 인연이 없던 타인의 삶을 마주하게 해준다. 문학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낯선 운명을 나의 것처럼 보여준다. - P8

문학이 우리 삶과 닮은 점은 수없이 많습니다. 문학의 서사는 수많은 사람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 갈등이 생기고 가치관이 충돌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죠. 우리 인생도 혼자서는 지속될 수 없습니다. ‘나‘와 ‘타인‘이 엮이는 무수한 관계, 그로부터 피어나는 갈등과 공감 속에서 인생이라는 서사가 만들어집니다. - P12

문학 속에서는 스쳐 지나가듯 별 볼 일 없는 인물들에게도 각각의 고유한 불빛이 있습니다. 문학의 서사 속에서 각자의 고유한 역할을 해내죠. 수많은 별의 작은 빛들이 모여 거대한 우주를 만들어내듯이 이들의 삶은 각자의 의미로 빛나고 있습니다. 그들이 한데 어우러져 장대한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내는것처럼 우리네 인생도 결코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 P12

어떤 사람들은 문학이 지적 유희를 위한 고상한 취미, 오로지 점수를 얻기 위한 과목 중 하나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는 문학의 존재 이유가 쓰임이나 효용성만이 아닌 나와 타인의 관계에 대한 이해 그리고 이를 통한 충만한 삶의 회복에 있다고 믿습니다. - P13

우리가 문학을 읽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경험하지 못한 삶 속에서 ‘나 자신‘을 만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 P13

문학만큼 인간 군상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는 예술은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그들의 삶에 깊이 공감하고 동화되며 또 다른 나를 마주하게 됩니다. 선한 인물의 좌절과 몰락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모자란 인물의 어리석은 실수를 보며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비열한 인물의 모략과 술수를 보며 분노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인물들로 가득 찬 나의 삶을 떠올리며 내 삶이 문학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역설적이게도 그런 인물들로부터 위로받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죠. - P13

문학이 정해진 답을 알려주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문학은 우리 앞에 수많은 선택지를 놓아주죠. - P14

문학은 우리가 모두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중이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인생에 정해진 답이 없다는 것을 문학이 일깨워주고, 우리가 그 사실로 위로받는다면 이것만으로도 문학은 그 쓸모를 다하고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 P14

문학은 그 어떤 삶이든 틀린 것은 없다고 끊임없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백 명의 사람에게는 백 가지 이야기가 있을 뿐 절대적인 삶의 기준은 있을 수 없다고 말이죠. - P15

타인의 시선과 사회의 규율이 아닌 내 안의 욕망 안에서 열정을 발견하라 - P17

욕망을 통해 스스로가 단단한 중심을 지닌 존재로 거듭날 것이라는 낙관 - P17

문학은 여행과 같습니다. 삶이 힘들고 지칠 때, 고민이 깊어질 때 우리는 멀리 떠나곤 합니다. 그리고 여행을 떠난 그곳에서 커다란 위안을 받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죠. 새로운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여행 대신 문학을 읽으며 나와는 다른 삶을 사는 인물들에게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러분이 시간도 공간도 다른 그곳에서 뜻밖의 위로를 받고 삶의 선택지를 늘려가는 경험도 해보면 좋겠습니다. - P18

인생에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에게는 정답을 찾기 위해 해매는 시간보다는 많은 삶을 읽어보고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 P18

수험생들은 엄연히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이지 사회적으로 의미없고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합격을 준비하는 이 시간을 ‘수축의 고통을 견디는 시간‘이라고 말해주곤 합니다. - P26

"넌 지금 멀리 뛰기 위해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개구리야. 힘을 비축하고 있는 거라고. 개구리가 더 멀리 뛰려면 근육을 수축하는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잖아. 그렇게 움츠리고 앉아 있는 게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지 알아. 그리고 그런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걱정하는 마음도. 하지만 이 과정 없이 어떻게 더 멀리 뛸 수가 있겠니." - P26

대개의 취준생은 이렇게 웅크리고 앉아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씁니다.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잉여 인간처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에 상처를 받죠. - P27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존재의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변신』에서 그레고르가 했던 행동도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 P27

「변신」처럼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더라도 우리의 일상에서 ‘나‘라는 존재의 의미가 퇴색되는 경우는 빈번합니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태도나 마음가짐은 무엇일까요? 소외당하는 개인에게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뻔한 이야기 같지만 바로 낙천성입니다. - P28

이 고통도 언젠가는 지나가리라는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는 마음가짐은 단순하지만 괴로운 상황을 타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 P28

어제의 행운도, 지금의 불행도 결국 끝나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담담하고 낙관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나의 존재에 대한 비관도 어느새 잦아들어 있을 겁니다. - P28

인간은 늘 불안하고 때때로 외롭습니다. 평범한 이들의 삶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나의 모습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불안감과 지금의 사회적 위치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감, 그리고 이러한 자신을 아무도 이해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소외감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 P29

그래서 쓸모 있을 때만 유지되는 관계가 아닌, 존재 자체만으로 충만함을 느낄 수 있는 관계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을 효용 가치로만 생각하지 않으며 존재 자체로 쓸모 있다고 여기는 태도가 중요하죠. 쓸모없는 것들의 쓸모에서 느껴지는 충만함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P30

스벤 브링크만의 책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만약 서로가 ‘쓸모‘가 있을 때에만 유지되는 관계라면, 그
‘쓸모‘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전전긍긍할 것인가? - P30

지금 나의 일상 속에서 안도감과 충만함을 느끼는 대상을 떠올려보세요. 의외로 아주 사소한 관계 아닌가요? - P30

시간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학생들과 상담할 때 자주 듣는 이야기가 ‘지금 시작하면 너무 늦지 않나요?‘ 입니다. 목표를 세우면서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이 시간의 압박이더군요. 하지만 나를 시간이라는 제약 안에 가두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 P31

조금 늦은 시작이라 해도 조바심을 내지 말고 일단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을 무용의 시간으로 바라보지 마세요. 지금의 시간이 쌓여 언젠가 끝없이 깊고 푸른 바다를 이루거나 끝없이 높고 장엄한 산을 이룰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 P31

가난한 필경사(筆耕士) 바틀비의 삶을 담은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도 우리 존재의 의미를 묻는 소설입니다. 월가의 한 법률 사무소를 배경으로 철저히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바틀비의 삶은 자본주의가 낳은 비인간적 사회구조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 P31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 가장 먼저 공유하고 있던 공간을 빼앗습니다. - P32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 P32

바틀비는 효용성만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아무것도 하려고 하지 않아 쓸모없는‘ 존재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 P32

생명에 관한 사명을 짊어진, 누군가를 향한 뜨거움을 간직한 우편물들을 받아줄 상대방이 없다는 걸 계속 확인해야 했던 바틀비는 괴로워하며 자신의 존재 의미를 되묻다가 결국 효용성으로 평가되는 이 사회를 거부하기로 결심했을 것입니다. - P33

제가 수많은 학생들을 보면서 느낀 점은 시험은 노력만으로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당일의 컨디션, 순간의 판단 등에 따라 삐끗하는 순간을 비껴나갈 수 있을 만큼의 운도 따라주어야 하죠. - P33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인간‘이라는 자기부정에 휩싸여 어디에도 자신을 온전히 내던져 몰입하지 못한 채 존재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필경사 바틀비가 수취인 불명 우편물을 태우고 남의 문장을 계속 베끼면서 소통을 거부하며 살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 P34

그 학생이 가족과 친구와의 관계까지 단절한 것은 바틀비가 소통 불능의 우편물을 계속 보면서 절망감에 빠진 상황과 비슷합니다. 내가 아무리 메시지를 보내도 받을 사람이 없다는 좌절감, 상대방이 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보내오는 메시지들로 인한 괴로움... 그런 상황에 처하면 누구나 숨을 수밖에 없습니다. - P34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는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를 주고받아야 합니다. 때로는 누군가의 지금을 그저 인정해 주는 메시지, 때로는 누군가를 마음을 다해 기다려주겠다는 메시지, 또 때로는 나에게 당신이 정말 필요하다는 메시지 같은 것들 말입니다. - P34

타인의 고통과 고독을 기억해 내는 순간은 내가 그 일을 경험하고 있을 때입니다. - P36

타인과의 연대는 특별한 목적의식이나 선한 의지가 아닌 기억의 파장에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이러한 소통이 그 어떤 위로보다 깊은 울림을 주곤 하죠. - P36

타인과의 연대를 위해서는 서로가 각자의 쓸모를 인정해 주는 소통이 필요합니다. 쓸모없는 것들의 쓸모를 인정해 주면서 조금은 느슨하고 낙천적인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 어떨까요. - P37

효용성을 기준으로 존재의 가치를 논하면서 쓸모 있음과 없음을 야박하게 가르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장 효용가치가 없더라도 상대방을 벌레 취급하면서 배척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쓸모를 사회적인 기준에 맞춰 도구처럼 사는 삶을 선택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 P37

존재의 의미를 깨닫기 위해서는 오랜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한 사람의 삶이 온전히 빛나기까지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들에게 쓸모 있는 삶을 강요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솔직히 말해 그 쓸모는 ‘당장 경제적 효용 가치가 있는가‘를 기준으로 매겨지잖아요. - P37

우리는 누구나 실패할 수 있습니다. 실패의 경험을 쌓아가는 그들의 시간을 인정해 주고 그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보내며 소통할 수만 있다면 언젠가 우리 사회는 반드시 살아볼 만한 곳이 되리라 믿습니다. - P40

철학자 악셀 호네트는 우리가 사람들의 ‘인정‘을 통해 나를 형성하고, 이렇게 형성된 나를 다시 사람들에게 ‘지지‘받음으로써 비로소 긍정적 모습의 나를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의미 있는 존재로 만들고, 서로가 의미 있는 삶을 살게끔 만든다는 것이죠. 살아가며 때때로 내 존재의 의미가 희미하게 느껴질 때 이 문장을 떠올리면 좋겠습니다. - P40

삶의 순간순간 당신이 누군가의 존재 의미를 만들어주는 아주 중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P40

진정한 어른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저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면서, 현실의 냉정함과 삶의 엄중함을 깨달아가는 사람이 바로 진정한 어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P42

나를 책임지면서 나 아닌 다른 것들까지도 책임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진정한 어른이라고 생각합니다. - P42

소설이라는 서사 문학은 자아와 세계의 끊임없는 갈등과 투쟁을 그리는데, 그 점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시기가 바로 사춘기 아닐까요.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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