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지난번 포스팅에 이어서 지속적으로 ‘공간‘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얘기를 이어나간다. 오늘은 특별히 청소년들의 공간에 대한 내용들로 시작한다.

‘공간‘이라는 키워드와 관련하여 알라딘 검색창에 저자의 이름을 치면 ‘공간‘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2권의 책을 확인할 수 있다. ‘공간이 만든 공간‘ , ‘공간의 미래‘ 이렇게 2권인데 출간연도를 보니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이 책보다 2, 3년 뒤에 출간 된 것으로 확인이 된다. 개인적으론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지금 읽고 있는 책을 읽은 뒤에 공간이라는 것에 대한 저자의 견해나 생각을 좀 더 알아보기 위해서라도 한 번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기심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게 이런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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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언급한 ‘공간‘이라는 키워드와 더불어 저자가 강조하는 또다른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선형‘이라는 것이다. 점 조직처럼 따로따로 분리된 것보다는 선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줌과 동시에 사람들을 걷게 만들어 도시에 활기를 주게 된다는 논리인데, 요즘 아파트나 건물들이 이어져 있기보다는 담장같은 것으로 분리되어 있는 경우들이 많아서 안타깝다는 저자의 얘기에 어느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에 비해 훨씬 더 크고 멋진 건물들이 많아지기는 했지만, 그러한 것들이 하나로 연결되기보다는 따로따로 커다란 점 처럼 분포하는 것이 도시 전체적인 균형으로 봤을 때는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독자인 나의 관점으로 봤을 땐 이러한 추세가 일장일단이 있다고 보여진다. 저자도 책에서 언급했듯이 편리함이라는 측면에서만 놓고 본다면 한 장소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장점이 될 수 있겠지만, 도시라는 큰 그림을 놓고 보면 자연과 멀어지고 지역에 따라 혹은 건물에 따라 사람들이 따로따로 분리된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문명의 발전이 계속 일어나듯이 건축 분야도 지속적으로 진화해 나갈텐데, 단순히 선진 건축 기술을 앞세워서 고층의 건물들만을 올려대기보다는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고 연결될 수 있는 건축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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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나온 내용 중에, 마지막 부분에 밑줄 친 이언 모리스의《가치관의 탄생》이라는 책의 내용에 근거하여 저자가 언급한 부분이 독자인 나의 눈길을 끌었다. 아마 다른 독자님들도 이 부분에서 뭔가를 느낄 수 있었을 것 같다. 이것의 핵심은 에너지를 취하는 경제 시스템에 따라 가치관이 형성된다는 것이었는데, 과거 농경사회와 현대의 화석연료 시대(?)는 에너지를 취하는 경제 시스템이 확연히 달라졌기에 과거에는 집단주의가 많았던 반면 지금 현재는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있다는 설명이 뭔가 설득력있게 느껴졌다. 꽤나 그럴싸하고 매력적인 논리였고 사회현상이나 트렌드를 이해하는 인사이트(insight)를 배운 것 같아서 좋았다. 이런 걸 미리 알고 이 책을 본 게 아닌데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이러한 통찰력을 얻게 되어 앞으로 세상을 보는 시야가 조금이나마 더 넓어질 것 같다.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어떤 사회현상에 대한 이유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의 부족은 청소년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 P106

예전에는 선생님과 학부모가 많아야 일 년에 한두 번 만났다. 학교와 가정의 공간이 분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공간적으로 자녀 세대의 자유와 독립이 가능했던 시절이다. - P107

요즘은 아이들이 학원에 5분만 늦어도 학부모에게 문자가 도착한다. 학원은 고객인 학부모들과 공조하여 전방위로 학생을 감시한다. 텔레커뮤니케이션의 발달로 아이들은 공간적으로 부모로부터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마치 1990년대에 삐삐가 보급되면서 직장인들이 상사에게 더 시달리게 된 것과 일맥상통한다. - P107

핵가족 형태도 청소년에게는 불리한 구조다. 대가족 집안에서는 부모가 자녀를 야단치면 조부모가 옆에서 말려 주고 견제해 주었다. 권력구도가 견제 가능한 순환형 3권 분리 체계였다. 반면 지금은 부모/자녀 양강대립 구도다. 요즘은 부모 중 한 명이 자녀를 야단칠 때 다른 한 명이 말리면 부부 싸움만 난다. - P107

아이들에게 학교, 학원, 집 모두 부모 감시하의 공간인 것이다. 청소년에게는 감시에서 벗어난 사적 공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학생이 스타벅스에 가듯 10대들은 편의점에 간다. 천 원에 과자 한봉지를 사면 편의점에서 친구들과 놀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편의점은 점원과 CCTV 덕분에 안전하다. 중학생들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으로 자신들만의 안전한 공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이 바로 편의점이다. - P107

PC방도 이들의 용돈 내에서 빌릴 수 있는 공간이다. 1,500원 가량이면 한 시간 동안 PC방을 전세 낼 수 있다. 학원과 집에서 그들만의 사적 공간을 가질 수 없는 아이들은 PC방이나 편의점에 삼삼오오 모여 부모의 감시를 벗어난 자신들만의 공간을 구축하고 있다. - P107

우리나라에서 비용 대비 공간을 빌리는 순서는 가장 저렴한 편의점부터 PC방, 카페, 노래방, 모텔 순서다. 우리의 주거 공간에 사적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청소년은 편의점과 PC방으로 가고 대학생은 카페와 모텔로 가고, 직장인은 차를 산다. - P109

현대 도시가 삭막한 이유 중 하나는 도시의 건물에 중간지대 역할을 하는 ‘사이 공간‘이 없어서다. 사이 공간이란 한옥의 처마 아래 툇마루 같은 공간을 말한다. 툇마루는 방 안에 있는 사람이 신발을 신지 않고 외부 공간으로 나올 수 있는 곳이다. 비오는 날 우리는 처마 밑 툇마루에서 비를 피하면서 외부 공간을 즐길 수 있었다. - P109

현대 도시에서 이 사이 공간의 역할은 발코니가 한다. 발코니에 널린 빨래나 그 위에서 쉬는 사람들의 풍경이 도시의 얼굴을 따뜻하게 해 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발코니 확장법‘ 때문에 발코니가 멸종됐다. 그래서 더 이상 건물의 표정이 없다. 마스크를 쓴 사람 얼굴 같은 유리창만 있다. - P109

지금 추세로 1인 가구가 늘어나고 부동산 임대 시스템이 그쪽으로 편리하게 바뀐다면 아마도 더 많은 사람이 집을 소유하기보다는 빌리는 식으로 바뀔 것이다. - P112

경험을 하고 사진으로 남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시대에 어쩌면 한 집에서 몇 년씩 사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삶의 형태일지도 모른다. - P113

사회경제적 시스템이 점점 발달할수록 모든 사람은 대체 가능한 존재가 되어 간다. 점점 소립자가 되어 가는 것이다. 하나의 기계처럼 잘 돌아가는 도시 조직 내에서 인간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이 도시는 내가 없어도 굴러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 P118

도시의 규모가 커질수록 인간은 소외되지만 동시에 익명성에 따른 자유를 얻기도 한다. - P118

누군가는 이런 모습을 ‘군중 속의 외로움‘이라고 했지만, 사실 이는 ‘군중 속의 자유‘이기도 하다. - P118

사람이 어떤 거리를 걷고 싶은 마음이 들려면 거리의 ‘이벤트 밀도‘가 높아야 한다. 이벤트 밀도란 1백 미터를 걸어가면서 내가 선택해서 들어갈 수 있는 가게 입구의 숫자다. - P120

나에게 다양한 선택권이 주어진다는 것은 나에게 권력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 P120

거리를 걷다가 만나는 가게의 변화는 바뀌는 TV 채널과 마찬가지다. 명동이나 신사동 가로수길을 걷는 것은 마치 2.5초당 한 번씩 채널이 바뀌는 것과 비슷하고 테헤란로는 11초당 한 번씩 채널이 바뀌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당연히 가게 입구가 많은 곳이 다채로운 경험을 주는 걷고 싶은 거리가 된다. - P121

연면적: 건물 각층의 바닥 면적을 합계한 총면적. - P375

대형 쇼핑몰에는 변화하는 자연이 없다 보니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쇼핑몰은 몇 년에 한 번씩 대대적인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한다. 그리고 더 잦은 변화를 위해 수시로 변화하는 콘텐츠인 멀티플렉스 극장을 도입한다. 계절이 바뀌는 대신 상영하는 영화를 바꿔 주는 것이다. - P125

현대사회의 공간적 특징은 "변화하는 미디어가 자연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 P125

자동차나 지하철을 타면 실내로 들어갔다 나오게 되어 경험이 단절된다. 경험이 단절되면 동네는 나뉘게 된다. 그래서 도시는 지하철 역에 따라 구분된다. 이를 피하려면 경험을 연속되게 해 주어야 하는데, 걷는 것이 가장 좋은 방식이다. - P126

우리가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공간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걷기 중심으로 공간이 연결되어야 한다. - P126

도시가 좋은 이유는 사람이 모여서다. 도시의 어디에 사람이 모이는가? 가게가 있는 곳에 모인다. 가게는 불특정 다수가 갈 수 있는 공간이다. 도시가 좋아지려면 성공적 상업 가로, 미술관, 공원 같은 불특정 다수가 갈 수 있는 장소가 많아져야 한다. - P127

저층의 선형으로 적절하게 분포된 상업 공간이 도시를 걷고 싶게 만든다. - P127

우리나라는 많은 비율의 상업 활동이 온라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 말은 우리 도시에서 가게의 많은 부분이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나마 남아 있는 가게들은 식당뿐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요리사들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 백종원 씨는 이제 요리사라기보다는 부동산 개발업자다. 그의 프랜차이즈 식당들이 들어가는 지역은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고 땅값이 올라간다. - P127

인구 천만 도시 서울에서도 주거와 사무실을 제외한 소비, 상업 용도의 연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은 몇 퍼센트 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한 곳에 쏠리면 다른 곳은 죽게 되어 있다. 얼마 안 남은 상업 시설을 잘 써야 우리 도시가 소통이 잘되는 도시가 될 것이다. - P128

이상적인 도시를 만들려면 5층짜리 상가를 분해해서 거리에 길게 늘어선 단층짜리 연도형 가게를 배치해야 한다. 연도형 가게들은 거리에 활기를 주고 사람들을 걷게 만들어 도시를 살리는 ‘무기‘ 중 하나다. 그런데 현재는 그런 가게들을 상가라는 한 ‘점‘에 모아 놓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걷지 않고 자동차를 타고 한 ‘점‘에서 다른 ‘점‘인 상가 건물로 이동한다. 이렇듯 대형 아파트 상가 건물은 도시를 ‘점조직‘으로 만들고 있다. - P128

도시에 필요한 것은 ‘점‘이 아닌 ‘선‘이다. 선형으로 상업가로가 조성되어야 사람들이 걸으면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것이다. - P128

지역간 차이와 경계 없이 하나로 소통되는 도시가 있는 사회가 살 만한 사회일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대 도시는 반대로 대형 유통 회사와 자동차 회사에 유리한 공간 구조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 현재 지어졌고, 지어지고 있는 백 층 넘는 건물은 대형 유통 회사를 소유한 롯데 그룹과 자동차 회사인 현대차 사옥이다. 이 두 개의 초고층 타워는 자동차 중심의 이동과 상업 시설의 대형화에 길들여진 우리의 도시 공간이 만들어 낸 것이다. - P129

사람은 본능적으로 오락적 자극을 찾는다. - P130

세월이 흘러 공터는 줄고 대신 영상 매체의 볼거리는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모니터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결국 변화하는 모니터를 바라보면서 우리 뇌를 자극하는 시간이 더 많아진 것인데 문제는 이런 영상 매체로 자극을 받다 보면 우리는 점점 더 자연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 P131

골목에는 우선 자연이 항상 있다. 골목길과 복도는 둘 다 사람이 걸어 다니는 길이지만 차이점은 골목에는 항상 변화하는 하늘이 있고 복도에는 늘 똑같은 형광등만 있다는 점이다. - P131

골목 상권에서는 몇 발자국만 걸어도 작은 가게들이 줄지어 나타난다. 변화의 밀도가 높다. 옷 가게와 구두 가게에서 구경하면서 물건을 사기도 하고, 배가 고프면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수도 있고, 피곤하면 카페에 앉아 쉴 수도 있다. 게다가 자연인 하늘을 계속 볼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젊은이들은 거리에 나가면 다른 이성을 접할 기회도 높아진다. 본능적으로 붐비는 곳에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 P131

혹자는 "골목은 예전에도 그랬는데 왜 지금 찾아가는 사람이 많아졌는가?" 하고 반문할 것이다. 우선은 우리의 주거 형태가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아파트로 바뀐 것이 결정적인 이유다. 우리는 삶에서 외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현대인은 외부 공간을 경험하기 위해 골목길 상권으로 이동한다. - P131

또 하나의 결정적인 이유는 ‘스마트폰‘이다. 예전에는 골목 상권에 나오면 실내에서 보는 영상 매체를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모든 영상 매체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다. 더 이상 답답한 방에 있을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 P132

자연에 대한 욕구, 외부 자극,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 스마트폰이 주는 자유가 합쳐져서 최근 들어 사람들이 점점 더 골목길 상권을 찾게 되는 것이다. - P132

필로티(pilotis) : 근대 건축에서 건물 상층을 지탱하는 독립 기둥으로 벽이 없는 1층의 주열(열을 지어 세운 기둥)을 말한다. - P375

도시는 이렇게 교통수단에 맞춰서 비슷한 시간 거리 규모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P135

걷고 싶은 환경이 되려면 걸을 때 풍경이 바뀌어야 한다. 그풍경은 다양한 가게일 수도 있고 샛길로 나오는 다른 길의 풍경일 수도 있다. - P137

서울에서도 강북의 북촌이나 삼청동 같은 골목길이 많은 곳을 걸으면 우연한 풍경들이 계속 다양하게 바뀌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런 공간에서 걷기를 즐긴다. - P137

골목길은 사람이 다니면서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 사람에개 익숙한 크기와 길이로 나누어진 사람 중심의 길이다. - P137

우리가 골목길을 걸을 때는 편안한 느낌을 가지게 되는데 그 이유는 골목길 공간의 크기가 사람보다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테헤란로를 걸으면 황량한 느낌이 드는 반면, 골목길을 걸으면 심리적으로 건축물이 우리를 포근히 안아 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 P139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 우리의 골목길은 사람의 속도에 맞추어진 다양한 체험이 있는 길이고 휴먼 스케일human scale에 가장 가까운 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P139

휴먼 스케일(human scale) : 인간의 체격을 기준으로 한 척도, 건축, 인테리어, 가구에서 적용하는 길이, 양, 체적의 기준을 인간의 자세, 동작, 감각에 입각해 적용한 것 또는 적용한 단위. - P375

골목길은 예측불가능한 다양한 환경이 서식하는 갯벌과도 같은 존재다. 반면 재개발을 통해 지어진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간척지와 같다고 할 수 있다. - P139

우리는 골목길의 모양을 유지해야한다. 그 골목길의 모양이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졌으므로 그 모양이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 P141

이언 모리스는《가치관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에너지를 취하는 경제 시스템에 따라 가치관이 형성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수렵 채집 시대에는 부족이 함께 사냥하고 나누어야 했기 때문에 평등 사회가 만들어졌으며, 농경시대에는 재산 축척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계급사회가 만들어졌다는 식이다. - P142

농경 사회에서는 집단으로 노동을 해야 한다. 모내기나 탈곡을 같이 한다. 그 시절에는 냉장고도 없어서 먹고 남는 것은 나누어 먹어야 했다. 그래야 내가 부족할 때 이웃으로부터 음식을 나누어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제 시스템과 기술 수준에 따라 농경시대의 우리는 이웃과 공동체를 형성할 수밖에 없었다. - P142

현대는 이언 모리스의 분류상 화석연료의 시대다. 이웃집 사람과 나는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 남은 음식은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먹어도 된다. 이웃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아침에 아파트 대문 앞의 신문을 주을 때 앞집 사람을 만날까 봐 걱정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다른 층사람과 마주치는 것도 부담스럽다. 시대가 바뀌면서 사람들은 개인주외적 성향을 더 많이 띠게 되었다. - P142

현대인에게는 내 신분이 드러나는 골목길보다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쇼핑몰이나 공원 같은 대형 공공 공간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편안하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지금의 개인주의적 편안함이 사회의 소통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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