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 책의 거의 막바지다. 앞서 읽었던 내용들이 어찌보면 좀 딱딱해 보일수도 있지만,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수많은 유형의 사람들이 있기에 하나하나 잘 적용해서 생각해보면 나름의 흥미가 있는 내용들이었다. 이제 마무리가 어떻게 될 지 한 번 읽어보자.

우리나라는 주변인, 특히 가족과의 관계가 매우 강하고 평생에 걸쳐 큰 영향을 줍니다. 이는 개인주의적이고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서양과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한국인들에게 가족은 평생에 걸쳐 가장 중요한 영향을 주는 네트워크가 됩니다.

‘트라우마‘란 큰 정신적 충격을 준 사건으로 인해 겪는 심리적 외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트라우마 가운데 가장 큰 것은 ‘가족의 사망‘입니다. 살면서 누구나 겪을 수 밖에 없는 일이지만 그 트라우마는 평생에 걸쳐 지속됩니다.

매우 예민한 사람의 경우에는 ...(중략)... (가족의) 죽음을 이별을 넘어 버려진 느낌으로 생각하거나, 자신을 도와줄 대상이 없어진 느낌으로 생각하게 되고 그 생각에 계속 몰입하게 됩니다.

예로부터 인류는 가족의 사망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막기 위해 많이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중 가장 훌륭한 발명품은 ‘제사 의식‘입니다. 박물관에 가보면 고대에서 중세까지의 예술작품은 제사와 관련된 것이 많습니다.

제사는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의식이며, 산 사람들은 제사를 통해 돌아가신 분들을 만나고 소통을 하게 됩니다.

특이한 점은 서양에는 병원에 장례식장이 없다는 점입니다. 한국처럼 병원에서 장례식을 치르게 하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주로 주택가에 묘지가 있는 경우가 많고, 가족들이 모여서 목사님과 함께 기도를 하고 관을 묻는 것으로 장례절차가 마무리됩니다.

서양의 장례문화는 종교의 부활 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서양에서 죽음은 하느님의 부름을 받는 것이고, 언젠가 부활하여 하느님의 나라로 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하 세계에서 육신을 보존하여 부활의 때를 기다린다는 생각이 들어 있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문화권에서는 현재가 중요하고 자식을 통해 자신이 계속 이어진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강하게 가족을 자신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강한 결속력은 ‘상실‘의 문제를 경험했을 때 더 큰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정신분석가인 마가렛 말러는 아이가 영아기로부터 아동기에 이르기까지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분리되는 과정을 ‘분리 개별화 Separation individuation‘ 라고 했고, 피터 블로스는 청소년기에 부모로부터 심리적으로 분리되는 과정을 ‘이차 개별화 Secondary individuation‘ 라고 했으며, 갤빈 콜라루소는 젊은 성인기에 일어나는 분리 개별화를 ‘삼차 개별화 Tertiary individuation‘ 라고 했습니다.

분리 개별화는 그 사람이 독립적인 성인으로 자라나는 데 중요하고 세상에 나가서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합니다.

만약 어린 시절이나 젊은 성인기에 분리 개별화를 잘 성취하지 못하면 가족의 죽음으로 갑작스럽게 감정의 동요를 직면하게 됩니다. 이 경우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서 상처가 되고 결국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됩니다. 과거에 대한 재경험과 불안을 느끼고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불면증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분리 개별화는 매우 예민한 사람들에게 특히 중요합니다.

예민한 사람들은 대인관계를 피하고 주로 가족들과 함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가족들과도 잘 지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다른 사람들보다는 가족들과 더 많은 상호작용을 하게 됩니다. 이 때 가족들은 예민한 사람이 상실의 트라우마를 경험해도 견딜 수 있는 마음의 훈련을 경험하게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오즈의 마법사》는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14부작 판타지 소설로, 캔자스의 시골마을에서 사는 소녀 도로시가 숙부, 숙모와 살다가 토네이도에 휩쓸려 마법의 대륙 오즈에 떨어져버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펼치는 모험 이야기입니다.

도로시는 자신의 집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분리불안‘을 느끼지만 뇌가 없는 허수아비, 심장이 없는 양철 나무꾼, 용기가 없는 사자와 함께 서로 감정적 교류를 하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 이야기의 본질은 도로시가 자신의 집에만 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다양한 대상들과 어울리며 스스로 발전해나갈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가족 외에 목표가 같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나와 같은 목표를 두고 함께 갈 사람들을 만나 서로 포용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분리 개별화를 하지 못하고 부모의 옆에서 밀착해만 있다면 ‘토네이도‘가 왔을 때 다시 집으로 올 용기를 가지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배우자와의 사별시) 대부분의 애도 반응은 정상적인 과정이며 우울증으로 진행하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되고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게 됩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우울증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울증은 정상적인 애도 반응과 달리 질병으로 만성화되거나 재발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사별 후 초래되는 우울증은 배우자에 집착과 슬픔, 외로움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후략)

사별 후 발생하는 우울증의 특징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배우자의 사망을 자기 책임으로 돌리는 과도한 죄책감.

2. 자신이 죽는 것이 오히려 나았다든가 함께 세상을 떠났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

3. 자신이 무가치하다는 것에 집착하는 것.

4. 생각이나 움직임이 예전에 비해 매우 느려짐.

5. 심각한 기능의 장애.

6. 죽은 이의 음성을 듣거나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는 환각 경험.

사별 후 정상적인 애도를 넘어서 우울장애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위험요인 ...(후략)

1. 연령 : 노령층은 젊은 층에 비해 배우자와의 사별에 대해 더 잘 적응하는 편이다.

2. 성별 : 남성이 여성에 비해 더 적응이 어렵다. 즉, 나이 든 남성은 배우자의 사망 후 수주에서 수개월 내 사망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매우 높다.

3. 죽음의 양상 : 자살에 의해 죽었을 때, 뇌졸중이나 교통사고처럼 갑자기 전혀 예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죽었을 때 유족이 느끼는 우울과 부정적인 감정이 일반 유족보다 훨씬 오래 지속된다.

4. 사별 직후의 우울의 정도 : 사별 후 2개월 이내에 우울이 심해지면 더욱 심한 애도를 초래하게 된다.

5. 죽은 이와의 친밀한 정도 : 죽은 이에 대한 의존의 정도가 심했을수록 심하다. 실제, 고인과의 관계가 긍정적이었을수록 우울증이 더 심했는데 남녀에 따른 차이는 없었다.

6. 사회적 지지 : 가족이나 사회적 지지는 스트레스의 완충역할을 한다.

7. 다른 스트레스 : 상실의 경험이 반복될 때 가장 심각한 사별반응이 유발된다.

사별 후 발생하는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혼자 집에 가만히 있으면 깊은 우울에 빠지기 쉽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고 대화를 하다 보면 새로운 희망이 생기고 우울한 생각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신문을 읽거나 독서를 해서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낮에는 집 밖에 자주 나가고 산책을 하는 것도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됩니다. 이웃과 가족들과 자주 연락을 하고 안부를 묻는 것도 중요합니다.

배우자가 사망한 후에는 건강염려증에 빠지기 쉽습니다. 건강에 대한 지나친 걱정이나 과도한 검사를 반복하는 것을 피하고 정기적으로 건강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식사량이 줄고 끼니를 거르기 쉽습니다. 영양이 부족하면 의욕이 떨어지고 우울증이 오기 쉽습니다.

배우자 사별의 경험을 극복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집 안에서는 혼자이지만 집 밖에는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세상과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 사별 후 우울증의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매우 예민한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며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고 가족이나 동료일 수 있습니다.

매우 예민한 사람들이 자신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주위의 탓을 하게 되면 적응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적응의 문제가 반복되고 트라우마를 경험하면 결국은 우울증, 불면증, 공황장애, 불안장애 등 정신적인 문제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 전에 미리 자신을 발견하고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한다면 예민한 특성은 장점으로 발현될 수 있습니다.

저는 매우 예민한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다루는 방법을 터득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마치 무면허 운전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합니다.

만약 나의 배우자나 자녀, 직장 동료, 친구가 매우 예민한 사람이라면 그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 책을 읽는 분이 그들의 ‘안전기지‘ 역할을 해준다면 예민성을 잘 조절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매우 예민한 사람은 일반인들과는 다르게 오감의 감각에 민감하기 때문에 쉽게 화를 내거나 감정 기복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똑같이 하면 그들은 자신의 예민성을 조절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됩니다. 자신보다 안정된 사람과 감정교류를 하다보면 자신을 안정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매우 예민한 분들이 미래와 세상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서 앞으로 생길 일들에 대한 기대와 세상에 대한 탐구의 기쁨으로 살아가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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