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렇게 살다 죽어야 하나. 그녀도 한때는 젊음을 자랑했던 적이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지치지도 않고 보르그외위의 언덕 위, 무성한 덤불 사이를 뛰어다니곤 했다. 그녀는 아무리 거칠고 험한 숲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주저하지 않고 보르그외위 곳곳을 뛰어다녔다. - P407
올리네는 지금 작은집에 앉아 생선 눈알을 바라보고 있다. 생선에 묻은 피는 거의 다 말라 굳어 있었다. 올리네는 한 손을 뻗어 생선을 만져 보았다. 꾸덕꾸덕하고 찐득찐득했다. 그녀는 생선 눈알이 조금 전과 달리 그다지 날카롭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선 눈알은 꿈을 꾸는듯 몽롱하게 보였다. 그녀는 생선이 점점 쪼그라들어 간다고 생각했다. - P407
올리네는 생선에서 손을 떼어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허벅지도 나이를 이기지 못해 쭈글쭈글해졌다. 젊었을 때의 탱탱했던 피부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녀의 허벅지는 핏기 없이 창백했고 쭈글쭈글했다. 문득 허벅지에 손을 대도 아무런 감각이 없음을 깨달은 올리네는 허벅지를 살짝 꼬집어 보았다. 역시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그녀는 허벅지의 감각이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다른 허벅지에 손을 가져가서 꼬집어 보았다. 역시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올리네는 차가운 날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 P408
올리네는 난로에 불을 피워야겠다고 생각하며 문손잡이에 걸려 있는 생선을 바라보았다. 생선은 더 이상 신선해보이지 않았다. 눈알도 몽롱해 보였다. 올리네는 바위에 앉아있던 라스가 몸을 돌려 젖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모습을떠올렸다. 라스는 왜 거기 앉아서 자신을 감시하느냐고 소리쳤다. 아냐 난 너를 보고 있지 않았어. 거짓말하지 마 아니라니까. 거기 앉아서 나를 보고 있었잖아. 내가 그러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니? 그런 건 아냐. - P409
나는 몸을 굽혀 돌멩이 한 개를 주워 드는 라스를 보았다. 그는 가만히 앉아 손에 든 돌멩이를 뚫어지게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뒤통수에 대고 나를 째려보았다. 라스는 내게 돌멩이를 던졌다. 얼른 몸을 피한 나는 허공을 지나 우리집을 향해 날아가는 돌멩이를 보았다. 나는 돌멩이가 집 담벼락에 부딪치는 소리를 들었다. 라스는 서둘러 바위에서 내려왔다. 누군가가 무슨 일이냐고 소리쳤다. 나는 대문 밖으로 나오는 아버지를 보았다. - P409
나는 아버지의 눈동자에 두려움이 서려 있음을 보았다. - P409
물론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차마 라스가 돌멩이를 내게 던졌고 내가 몸을 피하는 바람에 돌멩이가 집 담벼락으로 날아들었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 P410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아버지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라스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틀림없이 바닷가 근처 어딘가로 뛰어갔을 것이다. 나는 그의 뒤를 밟겠다고 결심하고 나왔는데. 그는 어쩌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를 다시 찾고 싶다면 나는 지금 당장 가야 한다. 그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야 한다. - P411
나는 몸을 일으켜 하늘을 쳐다보았다.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떠 있었다. 나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검푸른 바다에 하얀 파도가 넘실거렸다. 나는 라스가 하늘 같다고, 바다 같다고 생각했다. 항상 변하는 사람. 밝음에서 어둠으로, 흰색에서 칠흑 같은 검은색으로, 라스는 그런 사람이었다. 바다와 똑같은 사람이라고, 반면 나는 돌멩이와 습지 같은 사람이다. 누런 갈색, 그다지 울퉁불퉁하지도 않고 그다지 매끄럽지도 않은 사람. 가끔 꽃을 피우기도 하는 사람. - P411
내 눈에 띄었던 것은 라스가 남긴 발자국뿐이었다. 그렇다면 라스는 내가 짐작했던 대로 바닷가 저편으로 뛰어간 것이 틀림없었다. 모래위에 남겨진 발자국은 오래돼 보이진 않았다. 발자국을 따라가던 나는 머릿속에서 라스의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왜 그는 갑자기 화를 내며 내게 돌을 던졌을까? 나는 그 때문에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해야만 했다. 내가 달리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만약 돌을 던진 사람이 라스라는 것을 알게 되면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할까? - P412
나는 바위가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바위 아래에는 작은 만과 작은 모래사장이 있었다. 내 동생 라스는 바로 그곳에 앉아 있었다. 라스. 라스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누나왔어? 그가 미소를 지었다. 응. 나는 라스가 화를 내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얼른 이리로 와 봐. 누나에게 보여 줄게 있어. - P413
라스는 커다란 바위 아래 자리한 작은 암석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라스가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나를 따라와. 라스가 내게 손짓을 했다. 나는 암석 동굴의 입구에 서 있는 라스의 곁으로 다가갔다. 바로 여기야. - P413
라스가 암석 동굴의 깊숙한 곳을 가리켰다. 온통 거뭇거뭇한 것뿐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게 뭐야? 이건 석탄이야. 물과 섞은 것이지. 그래서 어쨌다고? 난 이걸 사용해. 이걸 무엇에 사용하는데? 내가 보여 줄게. - P414
라스가 바닥에 엎드리더니 엉금엉금 기어 동굴 안쪽으로 들어갔다. 동굴 안쪽은 매우 어두웠기에 라스의 윤곽만 어렵풋이 보일 뿐이었다. 라스는 잠시 후 다시 엉금엉금 기어 나왔다. 그는 동굴 안쪽에서 무언가를 가지고 나왔다. 그것은 조각난 부목 같았다. 라스는 부목 조각을 들고 고개를 돌려 내게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제 내게 뭔가를 제대로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 P414
라스는 내게 미소를 지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라스가 부목 조각에 그린 그림이 참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 P415
난 석탄과 물을 사용해 작은 나뭇가지 끝을 깎아 내서 그림을 그린 다음에 손가락으로 번지게 한 거야. - P415
그는 부목 조각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나는 부목에 그려진그림을 자세히 보았다. 그제야 나는 라스가 그린 것이 구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라스가 그린 것은 움직이는 구름이었다. 훌륭한 그림이었다. 라스는 지금껏 그런 그림을 꽤 많이 그렸다고 말했다. - P415
라스는 다시 엉금엉금 기어 어두운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잠시후, 라스가 다시 기어 나와서 몸을 일으켰다. 그는 내게 부목 한 개를 건넸다. 나는 그가 그린 것이 집 뒤편의 산과 나무배라는 것을 대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나는 라스가 참으로 재주 많은 동생이라고 생각했다. - P416
넌 말없이 어디론가 사라질 때면 여기 와서 그림을 그렸던거니? 그럴 때도 있어. 나는 라스의 목소리가 갑자기 무뚝뚝해졌음을 깨달았다. - P416
넌 기분이 안 좋을 때만 그림을 그리니? 라스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다시 집 뒤편의 산과 나무배를 그린 그림으로 눈길을 돌렸다. 나는 그 그림이 우울할 때의 라스의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고 느꼈다. 물론 그림 속의 산과 나무배는 눈에 익은 실제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 그림이 가끔 우울함에 빠져 있을 때의 라스를 연상시킨다고 생각했다. 거뭇거뭇하고 어두운 그림은 어둠에 빠져 있는 라스였던 것이다. 그것은 어둠이었다. 생명을 머금은 어둠, 빛을 발하는 어둠이라고 해야 할까. - P417
사실 난 누나 그림을 그린 적도 있어. 라스가 내 그림을 그렸다고? 그건 내가 거부하거나 결정할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쨌거나 그는 이미 내 그림을 그려 놓았다고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림을 가져올게. 나는 라스의 목소리가 별안간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 P417
라스는 다른 부목 조각들도 하나씩 차례차례 바닷속으로 던졌다. 그가 몸을 돌려 나를 향해 달려왔다. 그는 나를 지나쳐 뛰어가더니 바위 위로 기어 올라갔다. 나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라스는 나 때문에 그림을 바닷속으로 던져 버렸다. 나는 분명 라스가 나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은 내 잘못이다. 세상엔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스쳤다. - P418
이제 우린 이곳을 떠날 거야. 더는 견딜 수 없어. 이젠 이웃집 사람들이 우리 집에 돌을 던지기까지 하잖아. 더는 견딜 수 없다고. 너도 이해하지? 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 집을 부숴 버릴 거야. 그리고 다른 곳으로 이사 가서 다시 집을 지어 올릴 거야. - P419
나는 어머니가 소리 없이 우는 것을 보았다. 어머니는 내게 이 모든 것이 신의 뜻이라고 말하며 신의 뜻을 거역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P420
바다는 어느새 거뭇거뭇하게 변했다. 먹구름이 잔뜩낀 어둑어둑한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졌다. - P421
라스는 어디 있니? 아버지가 내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걔가 왜 섬을 그렇게 돌아다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 장남이라면 집안일도 좀 도와야 하는데 말이지. 식구들의 배를 굶기지 않으려면. 아버지가 말했다. - P421
나는 바람에 사다리가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비는 점점 세차게 내렸다. 나는 바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라스가 나무배를 바다 쪽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이런 날씨에? 도대체 라스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미쳤나? 도대체 왜 저러는 거지? 왜 이런 날씨에 배를 바다에 띄우는 걸까? 라스는 세찬 파도에 흔들리는 나무배에 앉았다. 나는 그가 이런 날씨에 노를 저을 수는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 P422
나이가 드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드네요. 아주 많이 힘들어요. 늙는다는 건 정말 괴로운 일이에요. 올리네가 말했다. - P433
짧은 다리, 긴 허리. 라스가 걷는 모습은 다른 사람들과 많이달랐다. 그렇다고 그가 뛰어다니는 것도 아니었다. 라스는 항상 걷는 것도, 뛰는 것도 아닌 종종걸음으로 발을 옮겼다. 나는 그의 덥수룩한 턱수염이 바람 때문에 양옆으로 휘날리는 것을 보았다. 그의 갈색 눈동자는 어쩐 일인지 여느 때와는 달리 평온한 빛을 띠고 있었다. 그렇다, 앞머리가 드리우는 그림자 속에 자리한 그의 갈색 눈동자는 매우 평온해 보였다. - P436
그는 어깨에 톱을 지고 있었다. 틀톱. 라스는 그것을 틀톱이라 불렀다. 톱 중에서 제일 좋은 톱. 나는 라스가 틀톱을 어깨에 지고 종종걸음으로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모습을 보았다. 라스는 일을 찾고 있었다. 그는 동네 사람들의 집을 돌아다니며 나무에 톱질을 해서 장작을 마련해 주곤 했다. 그는 일의 대가로 커피 한 잔을 얻어 마시거나 돈을 조금 받곤 했다. 라스는 장작을 마련하기 위해 일손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고 있었다. 나를 발견한 라스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의 검고 덥수룩한 턱수염 뒤로 미소가 생겨났다. - P436
그들은 예술에 대해서 아는 게 없어요. 아무것도. 그들은 예술을 소 똥구멍처럼 여겨요. 아는 게 하나도 없다니까요. 라스가 말했다. - P439
그들은 예술을 이해하지 못해요. 라스가 말했다. 화가라고 해서 다 죽여 버릴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거의 모든 화가들을 죽여야 해요. 모든 화가들을 죽일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거의 모두. 그가 말했다. 알리다는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P439
그들은 죽어야 해요. 그들은 그림을 못 그리기 때문에 죽어야 해요. 그가 말했다. 알았어. 내가 말했다. 나는 그들을 죽일 거예요. 라스가 말했다. - P440
그땐 이미 장작을 엄청 많이 자른 뒤였죠. 매우 빠른 속도로 일을 했어요. 나는 그렇게 일을 빨리 하는 사람을 처음 봤답니다. 그녀가 말했다. 네, 라스는 아주 특별한 사람이에요. 올리네가 말했다. 두말할 필요도 없죠. 알리다가 맞장구를 쳤다. - P442
올리네는 알리다가 자신의 남동생 중 한 명과 결혼한 여인이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그들은 자식도 많이 낳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그녀의 남동생도 그녀처럼 나이가 들고 건강도많이 악화되었을 것이다. 올리네는 세상일이 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 P445
세상에, 내게 이런 날이오다니. 누가 이런 날이 오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단 말인가. - P445
하지만 어쩌다 정신이 나가 버렸는지, 불쌍하기도 하죠. 알리다가 말했다. 맞아요, 불쌍한 인생이죠. 올리네가 말했다. 크게 될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결국은 그렇게 끝이 나 버렸으니. - P447
침대에 누워 마지막 날만 기다린다는 건 참 끔찍한 일이에요. 올리네가 말했다. - P447
올리네는 별안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세상에, 내가 노망이든 게 틀림없어. 그녀는 쉬버트와 결혼한 사람이 알리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알리다는 쉬버트가 죽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지 않았던가. 이렇게 정신이 없을 수 있다니!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그녀는 기억도 못 하고, 눈앞도 잘 볼 수 없고, 발에는 통증이 가실 날이 없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게다가 그녀는 소변도 참지 못한다. 대변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 P449
알리다는 단 한 번도 올리네가 하는 일에 만족하는 것 같지않았다. 심지어 그녀는 자신의 남편에게도 만족하지 않았고, 특히 라스에겐 만족하는 법이 없었다. 그녀는 라스가 없을 때면 비웃기까지 했다. 라스의 면전에서는 항상 듣기 좋은 말만 했지만, 라스가 없을 때면 좋은 말을 듣기가 힘들었다. - P451
알리다는 라스에게 절대 친절하게 대해 주지 않았다. 라스는 알리다를 위해 그 많은 장작을 잘라 주고 손질해 주었건만 알리다는 라스를 존중하기는커녕 때때로 비웃기까지 했다. 라스가 알리다에게서 감사의 말을 들은 적이 있었던가. 아니, 라스는 알리다에게서 비웃음만 되돌려 받았을 뿐이다. 알리다가 다가와서 생각에 잠겨 있는 올리네의 팔을 잡아끌었다. - P451
창밖에서는 라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내 손에 죽을 거야. 저주받은 독일 놈 같으니 나는 라스가 장작에 도끼를 내려치는 소리를 들었다. 라스가 다시 소리쳤다. 왜, 싫어? 쓰레기 같은 놈. 왜, 싫으냐고? 싫어도 하는 수 없어! 라스는 다시 장작 위에 도끼를 내려쳤고, 알리다는 커튼 뒤에 몸을 숨기고 코웃음을 치며 내게 궛속말을 했다. 여기 가까이 와서 라스가 어떻게 일을 하는지 보세요. 알리다는 온 얼굴에 환한 웃음을 머금고 내게 귓속말을 했다. - P452
빨리 여기로 와 보세요. 알리다가 나직이 말했다. 나는 알리다의 뒤에 몸을 숨겼다. 나는 벌목 통나무 앞에서 있는 라스를 보았다. 그는 자신의 틀톱은 작은집 벽에 기대어 세웠다. 한 손에 도끼를 든 라스는 야생의 미치광이처럼보였다. - P452
난 언젠가 너를 죽여 버릴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 쓰레기 같은 놈! 넌 그림을 그릴 수 없는 놈이었어. 결코! 그런데도 나는 그림을 그린답시고 다른 화가들을 괴롭혔지. 저주받을 새끼! 이곳 산드비겐, 이곳 스타방에르는 너 같은 쓰레기가 살 수있는 곳이 아냐! 단순하고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선 살 수 없어 절대! 라스가 말했다. - P453
넌 도끼질도 하고 톱질도 하는구나. 내가 말했다. 난 도끼질을 하고 싶을 때는 도끼질을 하고, 톱질을 하고 싶을 때는 톱질을 해. 난 내가 원하는 걸 할 뿐이야. 라스가 말했다. - P454
알리다는 집에 남편이 아파 누워 있는데도 왜 올리네의 집에 와서 굳이 청소까지 해 주는 것일까. 참으로 이상하고 무례한 태도가 아닐 수 없었다. 마치 올리네의 부엌 바닥이 자신의 남편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올리네는 그런 말을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그저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을 해도 도움이 될 것은 하나도 없었다. - P455
라스는 아버지의 집 다락방에서 살았다. 그는 낙서 같은 그림을 그릴 때마다 방문 앞에 ‘접근 금지‘라는 쪽지를 붙여 놓았다. 라스가 그 쪽지를 방문 앞에 걸어 놓았다는 것은 그가 그림을 그리고 싶어함을 의미했다. 라스는 그림을 그릴 때면 창가에 앉아 창밖의 지붕 처마를 올려다보았다. 그러고는 무의미한 낙서 같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방해받지 않기를 원했다. 방문 앞에 걸린 쪽지에도 ‘접근 금지‘라고 적혀 있었다. - P460
나는 내 자식들이 세례를 받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어. 단 한 명도 세례를 못 받게 했지. 열두 명 중에 단 한 명도 세례를 받지 않았단다. 난 내 신념을 굽히지 않았어. 아버지가 말했다. - P462
아버지, 저는 세례를 받고 견진 성사도 받을 생각이에요. 그건 올리네도 마찬가지예요. 라스가 말했다. - P462
그건 네가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야. - P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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