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은 부분에선 경찰, 의사 등 사람을 대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흔히들 갖고 있는 잘못된 편견 혹은 고정관념들에 대해 논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의 각종 사례를 드는데, 경찰의 경우 피의자가 백인이냐 흑인이냐 같은 인종에 따라서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다름을 얘기하고 있고, 의사의 경우 환자가 남자인지 여자인지에 따라 처방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다양한 연구 사례들과 함께 보여주면서 편향과 관련한 여러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여기 전부 다 밑줄치진 않았지만, 저자는 이러한 문제 제기 후에 바람직한 해결방안들도 제시하는데,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들을 읽으면서 반복적으로 드는 생각은 어느 한 순간에 이러한 편견이나 고정관념들이 사라질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어느정도의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씩 변화의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이게 단지 깨어있는 한 두 사람만의 노력으로 될 정도의 일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수준이기에 마음 같아선 급진적인 변화가 있었으면 하지만 실제 현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밑줄 친 것들 중 일부 사례는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전문적인(의학적인)내용이라 굳이 몰라도 크게 문제될 건 없겠지만, 저자의 주장을 이해하는데 참고하는 용도 정도로 보는 건 나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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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막판에 밑줄친 문장 중 ‘행동을 바꾸는 것은 설득이 아니라 설계다‘ 와 관련된 사례들을 읽어보니 정말로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아서 실제 삶에서도 적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가적으로 여기서 ‘설계‘라는 단어를 비록 이 책에 직접적으로 나온 단어는 아니지만 ‘시스템‘이라는 단어와 연관지어 한 단계 발전시켜보자면, 이 책의 제목인 ‘편향의 종말‘을 위하여 어떤 특정한 편향이 없는 바람직한 사고방식의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우리 모두가 궁극적으로 추구하고 나아가야할 방향이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문득 이런 것들이 어쩌면 편향없이 최대한 객관적으로 각종 문제들을 해결해나간다는 측면에서 볼때 요즘 급부상하고 있는 A.I 인공지능과도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의 맥락에서 인지된 것을 올바른 범주로 분류하는 능력은 뉴런 패턴을 식별하는 우리의 능력에 의존한다.

그것은 우리가 마음속에서 의도적으로 길러낸 능력과 문화적 삼투osmosis를 통해 수동적으로 받아들인 능력 모두를 말한다. 이로 인해 우리는 주어진 어떤 것이 다른 것과 무엇을 공유하며 무엇을 공유하지 않는지 인지하게 된다.

언어의 경우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리 역시 마음속에 뉴런 패턴을 만들어낼 수 있고, 다른 언어를 해독하는 능력은 소리를 인식하는 능력에 의존한다.

다른 뉴런 패턴에 대응하는ㅡ혹은 대응하지 못하는ㅡ 두뇌의 능력은 사람들이 다른 인종이나 민족 집단에 속하는 얼굴을 구별하기 힘들어하는 이유도 설명해준다.

개별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다른 뉴런 패턴을 구별하지 못하는 데 기인한다. 이런
‘타 인종 효과cross-race effect‘는 다른 집단을 별로 접하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특히 많이 보인다.

인종이나 민족적 배경이 같은 누군가로 오인된 사람들은 투명인간이나 지워진 존재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인간은 어떤 의미에서 가장 친밀한 집단 출신 사람들을 알아보고 분류하는 전문가다. 격리된 사회에서 그들은 자신이 속한 인종과 가장 친밀해지는 경향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다른 인종과 많이 접촉할수록ㅡ전문성을 개발하면서ㅡ타 인종 효과의 문제는 줄어든다는 것이 밝혀진다.

같은 집단에 속하는 다른 사람들을 구별해본 경험이 많을수록 개인을 보는 능력이 더 커진다. 전문성이 커지면서 감각 입력을 처리하는 복잡한 방법도 얻게된다.

전문가란 세상의 일들이 촉발한 뉴런 패턴을 구별하고 범주화하는 능력이 잘 발달된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초심자는 그 능력이 더 제한적이고 조야하다.

축구 초심자인 나는 페널티킥을 할 때 그냥 공이 골을 향해 굴러가는 모습을 본다. 반면 월드컵 수준의 골키퍼는 선수가 접근하는 각도, 선수의 발 위치, 엉덩이와 머리의 방향을 인지하고, 1000분의 1초 안에 어떤 종류의 킥이 나오고 어떤 궤적을 따라 공이 날아갈지 인지할 ㅡ범주화할 ㅡ 수 있을 것이다.

월드컵 골키퍼,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 소방수는 모두 신속한 결정을 내릴 휴리스틱을 활용한다. 그들은 전문가이기 때문에 빠르고 정확하게 현실을 인지할 수 있다.

그러나 구별할수 있는 능력의 중요성은 우리가 방금 논의한 기본적인 인지적 과정의 수준을 넘어선다. 그것은 우리가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에도 적용된다.

올바르게 구별하는 능력을 개발하면 뭔가의 전문가가 되면 많은 일이 가능해진다. 어떤 집단의 다양한 멤버를 더 쉽게 구별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이 그들을 특별하게 만드는지 더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다.

차이를 신중하게 관찰하면 광범위한 고정관념의 적용이 어떤 어리석음을 초래하는지 밝혀주기도 한다고 랭거의 연구는 주장한다. 한 집단을 이루는 구성원에게는 다른 점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런 고정관념이 적중할 확률이 낮다,

편향을 깨부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의 관점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다른 집단 출신 사람과 갖는 의미 있는 접촉은 그들의 관점을 굳이 상상할 필요가 없게 해준다. 실제로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그 고정관념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을 직접 보기 때문에 그것을 머릿속에서 교체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추측할 필요도 없다. 그 상황을 눈으로 보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집단에 대한 자신의 인지를 키우고 심화하는 방법은 그들을 인간으로 보는 것이다.

필틴기라이즈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행하는 많은 것들은 경찰의 눈에서 공동체를, 그리고 공동체의 눈에서 경찰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파트너십 경찰관들에 대해 설명한 주민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역사회와 교류하기 시작하자 그들은 바뀌었어요."

의미 있고 지속적인 관계가 사람들을 바꿀 수 있다

인간적 관계가 두려움과 불신을 밀어낼 수 있다.

"내가 뭘 보고 있는지 알았어요. 내가 보고 있는 것은 사랑이었어요"

여성에 대한 의학적 처치가 이처럼 열악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여성이 통증과 고통을 표현하는 것이 대개는 신뢰성없는 과잉행동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여성은 오랫동안 감정이 지나치고 고통받는 존재이며, 과장되게 반응하고, 심리적 문제가 신체적 증상으로 표출되는 ‘히스테리컬‘한 존재로 고정관념화되어왔다.

연구에 따르면 어른들은 통증을 호소하는 아이를 보다가 그 아이가 여자아이임을 알고 나면 아이가 느끼는 실제 통증의 정도를 더 약하게 본다고 한다.

동시에 성sex 같은 차이를 무시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 점을 배제한 결과 여성의 증상은 의학적으로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의사들은 여성에게는 심근경색의 ‘비전형적 징후‘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나 사실은 이런 비전형적징후가 여성에게는 전형적인 징후다. 그것들이 ‘비전형적‘ 이라 일컬어지는 것은 연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성과 남성은 질환에 대한 반응성, 그런 질환이 전개되는 과정과 징후가 다르게 나타난다. 남녀는 몇 가지 약물에 대해 다른 반응을 보인다.

구체적 사례를 들자면, 여성은 위산을 더 적게 분비하기 때문에 산성 환경이 필요한 약물은 효과가 적을 수 있다. 여성의 신장은 노폐물을 더 느리게 여과하기 때문에 일부 약물이 신체에서 빠져나가기까지 시간이 더 걸린다.

큰 성공을 거둔 항히스타민제인 셀데인은 그것이 여성에게 치명적인 부정맥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음이 발견된 이후 시장에서 수거되었다. 여성들은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더 긴 ‘QT간격‘을 요하기 때문이다. 즉 심장이 박동하는 사이사이 다시 뛰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더 길다.

QT간격

Q-wave의 시작 시점에서 T-wave가 끝날때까지의 시간  간격, 즉 온몸에 혈액을 펌프질해 내보내는 좌심실이 한 번 박출한 뒤 다음 박출을 시작할 때까지의 시간 간격을 말하는 것으로 이 간격이 길어지면 심장박동 리듬이 비정상이 되어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신체 내 모든 세포는 생식 시스템에 속하는 것이든 아니든 XX 혹은 XY염색체를, 일부 경우에는 XXY, XXX, XO(X 염색체 하나만 있는경우) 염색체를 지닌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세포의 행동 양식에 영향을 미치지만, 연구는 전형적으로 그것들을 기능상 대등한 것으로 처리했다.

가령 한 연구에서 ‘수컷‘과 ‘암컷‘으로 배양된 세포가 스트레스에 다르게 반응하며, 심지어 성호르몬을 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세포의 차이가 질환 민감성의 차이를 불러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성이 다발성경화증, 루푸스, 류마티스성 관절염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 같은 것들 말이다.

심지어 대변이 연필처럼 가늘게 나오기도 했는데, 이는 종양이 대장을 막고 있다는 전통적인 신호다.

뒤센베리가 주장하듯, 의사들이 오진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문제가 악화된다. 그들은 자신이 어디서 잘못을 범했는지 절대 돌아보지 않는다.

마음 챙김과 감정 제어 같은 내면적 활동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편향은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부담을 느낄 때 발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다른 사회집단과의 의미 있고 협동적인 접촉 또한 도움이 될 수 있다.

혈전—세레나 윌리엄스가 출산으로 입원했을 때 생명을 위협했던 증상ㅡ은 혈액 세포가 젤라틴 공처럼 뭉친 덩어리로, 혈관을 지나가다 폐로 가는 혈류를 막을 수 있다.

혈전

움직이지 않는 혈액이 덩어리질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병원 침대에서 꼼짝하지 않고 누워 있는 것은 위험을 키운다. 트라우마 역시 혈액의 화학 성분을 바꾸어 덩어리지기 쉽게 만들기 때문에 그런 위험을 키운다.

행동을 바꾸는 것은 설득이 아니라 설계다

어떤 강력한 현상을 묘사하기 위해 ‘선택설계 choice architecture‘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는 맥락이 우리가 선택하는 방식에 심오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물리적 환경의 설계가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사람들이 노트북을 쓸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전기 콘센트 수를 줄이는 커피숍처럼), 어떤 절차의 설계 역시 우리의 행동을 형성할 수 있다.

핵심은 ‘실제로 이길 수 있는 경쟁에‘ 당근을 투입하는 것이었다. 프렌치프라이를 상대로 한 경쟁이 아니라 정말 배가 고프다는 상황과의 경쟁에 말이다.

학생들의 먹는 방식을 바꾸기 위해 비타민 A의 장점을 역설할 필요가 없다. 변한 것은 선택 설계였다.

존스 홉킨스 병원의 점검 목록도 일종의 선택 설계다. 설득이 아니라 설계를 통해 의사의 행동을 바꾸는 방식이다. 그것은 의사들에게 자신의 편향에 대해 더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그들이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끼어들뿐이다. 존스 홉킨스 점검 목록은 의사들로 하여금 의학적 결정에 개입되는 사유를 정돈하게 만든다.

어느 면에서 그것은 프리즘 같은 역할을 한다. 프리즘이 백색광선을 무지개의 일곱 색깔로 분리하는것처럼 전체적 판단을 리버스엔지니어링 reverse engineering 을 통해 구성 부분으로 해체하는 것이다.

점검 목록은 또 인간의 판단을 지원하기도 한다. 그것은 의사들이 잊어버릴 수도 있는 단계를 상기하기 위한 것이지만, 편향은 사실 잊어버리는 것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판단하고 평가할 때, 어떤 가정의 존재를 인식하지도 못한 채 그 가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의학 시나리오가 더 복잡해짐에 따라 점검 목록은 결정 과정의 대체물이 아니라 그것을 위한 안전 그물망으로 간주하는 편이 낫다.

가령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우수성은 그것을 토대로 그들이 훈련했던 자료의 우수성에 따라 결정된다. 그 자료는 어떤 집단에서는 더 많은 표본을 추출하고, 다른 집단에서는 더 적은 표본을 추출해 만든 것일수 있다.

평범하지 않다는 것은 사람을 고립시킬 수 있고 때로는 고통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학생들은 주류 학교 문화에 맞지 않았고, 흔히 무자비하게 놀림받았다. 그들은 자신들을 이해해줄, 자신들을 받아들이고 도와줄 교사를 필요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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