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현실과 실제 현실이 맞아 떨어질 때 우리 뇌에는 불이 켜진다. 이처럼 뇌는 옳다고 판명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우리는 틀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고정관념으로 나타난 예견이 틀리다고 판명되면 짜증스러워지고 위협받는 느낌이 든다.
심지어 긍정적인 고정관념도 그것을 준수하지 못하면 비난받을 근거가 생기기 때문에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역풍이라고 알려진 현상이 알고보면 신경학적으로 설명될 수도 있다. 두뇌의 보상시스템에서 비롯된 분노에 찬 항의라고.
우리의 예견은 때로는 옳고 때로는 틀리다. 이처럼 일관성이 없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스테레오타이핑이 간헐적 보상 사이클의 성적이 되는 것이다. 신경의 차원에서 보자면, 스테레오타이핑 성향은 일종의 중독일 수있다.
편향은 일찍부터 싹트기 때문에 학교는 편견 연구에 유용한 무대다.
범주화, 즉 가공되지 않은 감각 데이터를 동류끼리 분류해 의미 있는 정보로 바꾸는 것은 인간들에게 세계를 인지하고, 그에 대해 예견하고, 하나의 종으로서 살아남게 해준다.
인그룹in-group이란 사람들이 자신이 속했다고 느끼는 그룹을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인그룹에 속한 사람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실제 세계에서는 중립적 집단이란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곳에 지위status가 있다. 어떤 집단은 더 특권적인 직업이나 더 큰 주택을 가지며, 아이들 역시 순식간에 그 정보를 흡수한다. 어떤 집단은 권력을 더 많이 행사한다.
다른 집단들에 대한 앰비언트 정보*가 응집되어 편견이 형성되려면 갑옷이 필요한데, 이런 집단이 중요하다는 교사들의 주장이 그 갑옷이 되어주었다.
*ambient는 주변적, 환경적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항상 우리를 둘러싸고 있으면서 원하는 순간에 쓸 수 있는 정보라는 의미로 (중략)
주의 깊게 들으면 흥미롭지만 주의 깊게듣지 않아도 되는 음악을 가리키는 것으로 앰비언트 뮤직이라는 용어가 있다.
편견의 기초를 놓는 것은 인지 가능한 사람들의 차이가 아니라 그 차이가 중요하다고 얼마나 많이 말해주는가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생각된다.
결과적으로 범주화 행위는 뇌에서 차별에 직결되는 일련의 현상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것 같다.
가령 어떤 존재가 특정집단에 속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그 집단에 속하는 모든 존재에 공통되는 근본적이고 생물학적인 요소가 있다고 믿는다.
본질화는 두뇌를 범주화하는 한 가지 기교지만, 두뇌는 범주를 가지고 다른 기교도 부린다.
범주 2개가 있을 때 우리는 둘의 차이를 과대평가한다. 우리는 각 집단이 단일 재질로 이루어졌다고 보며, 집단 내 구성원의 다양성은 과소평가한다. 또 자신이 속한 집단은 대단히 다양하지만 외부 사람들은 균질적인 존재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런 성향을 가리키는 학술적 용어가 ‘외부 집단 균일성outgroup homogeneity‘ 이다.
아이들에게 타인을 어떻게 범주화할지 가르치는 단순한 행위는 우리가 별다른 생각 없이 항상 하는 행위다.
연구에 따르면 시각 자체가 부분적으로는 문화의 산물이라고 한다. 우리가 배우는 범주와 연상이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범주화하려는 충동은 보편적이지만 우리가 갖는 범주의 둘레는 보편적이지 않다. 어떤 공동체가 집단의 영역을 어떻게 정하는지, 또 거기에 누가 속하는지는 가변적이며, 전적으로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노예slave‘라는 단어 자체가 ‘슬라브인의 ‘ 라는 뜻인 sclavus를 어원으로 한다.
역사가 흔히 더 큰 계몽과 평등성을 향해 곧게 나아가는 궤적의 형상으로 개념화되지만, 그 도형적 형태는 나선에 더 가깝다.
유랑 의사를 위한 안내서로 쓰인 히포크라테스의 교재에 따르면, 북유럽의 춥고 습한 기후는 피부를 탈색시키고 습기를 생성시키며,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이와 반대로 이집트와 에티오피아의 뜨거운 태양은 피부색을 검게 만들고 체액을 말려 아프리카인들의 지능을 매우 높인다. 이 세계관은 로마의 일부 과학적 안내서에도 실려 있다.
불행하게도 용감성은 우둔함에 대한 보상이 되지 못한다.
이 모든 인간들의 분류–범위,의미–가 학습되지만, 우리가 그것을 배우는 수단은 거의 인지되지 않고 기록되지도 않는다.
고유한 개인을 평균적 그룹 차이에 의해 판단하면 착오가 발생한다. 여성의 평균 신장이 160센티미터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키가 185 인 여성에게 농구를 못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경우다.
사람들은 여러 다른 집단을 고정관념화할때 그 집단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특징이 아니라 가장 눈에 잘 띈다고 인지되는 특징을 근거로 한다. 눈에 잘 띄는 특징이 별로 자주 나타나는 것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어떤 특징이 한 집단보다 다른 집단에서 더 흔할 때 그것은 고정관념이 되고, 그 집단의 모든 멤버에게 뒤집어 씌워진다.
어떤 집단에 대해 사람들이 얻는 문화적 지식이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연상은 우리 정신의 참호 속으로 스며들고, 진흙처럼 가라앉는다. 이런 연상이 한번 자리 잡으면 삭제하기가 무척 힘들다. 고정관념은 우리 마음속에서 한가롭게 있는 것이 아니다. 뇌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그것들을 부려먹는다.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는 개념은 사람들은 자신의 신조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과대평가하는 반면 고정관념화할 때 흔히 아무 증거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고정관념을 없애기 힘든 또 다른 이유는 그것이 실용적이기 때문이다. 고정관념은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고정관념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것들이 문화적으로 쓸모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현 상태를 합법화해준다.
상냥함 중에는 고분고분함, 이타적, 겸손함이 포함된다.
범주화가 편견으로 가는 길을 닦아준다는 이 모든 증거는 단순히 범주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것이 해결책임을 시사하는지도 모른다.
확실히 우리가 사람들을 어떤 식으로든 구별하지 않는다면 편견이 생기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가족이든 혈연이든 종교, 도시, 국가든 무리를 지으려는 것은 보편적인 인간의 성향이다.
현실세계에서는 개인이 편견의 과녁이 되는 것은 한 번, 두 번, 세 번에 그치지 않고, 몇 주, 몇 달, 몇 년 씩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움직이는 대상의 궤적은 사진 한 장(또는 일련의 사진이라 하더라도)만으로는 온전히 포착되지 못하며, 편향의 스냅숏을 찍은 연구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것이 실제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포착하지 못한다.
또 이런 스냅숏 같은 연구는 편향의 역동적이고 상호작용적 본성도 포착하지 못한다.
편향은 사람들 사이에 존재한다. 차별당하는 경험은 한 사람의 결정과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차후의 상호작용을 형성할 수 있으며, 나아가 더 많은 결정, 행동,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이 폭포같은 연쇄 작용은 인생을 바꾸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오코노푸아는 무수히 반복된 이런 악순환이 최종적으로 더 큰 불균형을 낳는 피드백 고리라고 말한다. "문제는 교사들 학생이든 한쪽 때문이 아니라, 양쪽 모두가 행동하면서 상대방을 인지하고 잘못 인지하는 데서 발생한다."
종단 연구(longitudinal study)
일정 기간에 걸쳐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며 조사 대상의 변화를 측정하는 연구 방식
파오의 소송은 편향의 역동적이고 상호작용적 본성도 보여준다. 그녀는 자신의 업무에서 공적을 인정받지 못했는데, 이 때문에 그녀가 인정해달라는 목소리를 더 높이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또한 그녀가 ‘까다롭고‘ ‘보상을 요구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결과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것은 그녀가 성공할 기회를 더 제약했다.
중요한 것은 단일한 순간이나 경험의 총합이 아니다. 수많은 상호작용이 낳는 복합적 영향이 중요한데, 그것은 시간이 흘러야만 나타난다.
안토닌 스칼리아와 파오 소송의 배심원들이 복잡계 complex system라 알려진 일터의 현장을 보았더라면 사태를 다르게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각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직관적으로 예상하기 쉽지도 않고 예상할 수도 없는 여건을 발생시키는 개인들로 이루어진 환경이다.
도시는 그 주민들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 복잡계로 간주될 수 있다. 생태계와 그 일부인 수많은 동물,식물, 광물, 균류 역시 그럴 수 있다. 복잡계에서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출현할 수 있다. 외견상으로는 제약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교류속에서 극단적이고 가끔은 놀라운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편향의 진정한 영향을 평가하려면 하나의 순간이 아니라 수많은 상호작용의 결과를 살펴봐야 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구축하는 것은 신 놀이와 약간 비슷하다. 세계와 규칙을 만들고, 원초적 조건을 설정한 다음 시작 버튼을 누르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본다.
편향이 불균형을 창출하는 방법은 사람들이 발전하지 못하게 막는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그만두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몇몇 연구자는 교묘한 편향이 공개적 편향보다 더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교묘한 편향의 애매모호함 때문에 정신적·감정적 에너지를 더 소모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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