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카페에 사실과는 다르게 악의적으로 인터넷에 글을 올린 사람이 나오는데...

이와는 별개로 주인공은 방송에서 만났던 사람 중 1명의 제안으로 그와 함께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미팅에서 입지선정, 타겟층 선택, 운영전략 등 사업에 필요한 제반사항들을 구체적으로 논의한다.

사업추진과 함께 그동안 해왔던 건강상담도 계속 이어지는데 생전 처음 보는 용어나 요법들이 나와서 새롭기도하고 신기했다. 여러모로 유익한 독서다.

이제 이런 일이 일어나도 크게 놀랍지가 않다. 언제 무슨 일이든 생길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있었으니까.

어디나 그렇죠. 이상한 사람들은 이상하고, 괜찮은 사람들은 괜찮고.

"그러니까 괜찮아. 기분은 조금 나쁘지만 뭐...... 이미 벌어진 일이니까 잘 수습하는 데 집중해야지."

내게 녹음은 완전히 생활화됐다.
이미 녹음 덕분에 위기를 넘긴 적이 있었으니까.
가게 내부에는 CCTV도 있다.

무슨 자신감으로 이런 일을 벌였는지.
질 수가 없었다.
이 정보들만 풀어놔도 여론이 확 넘어올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 끝낼 생각은 없었다. 이렇게 악의적으로
있지도 않은 사실을 날조했는데 그냥 넘기고 싶지 않았다.
내가 그냥 넘어가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남의 밥그릇을 걷어차놓고 그냥 넘어가길 바라면 안 되지.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시작하시면 끝까지 가시는 거예요. 뭐...... 일단 고소를 한 뒤에 선처를 하는 방향으로 가는 방법도 있긴 하겠네요.

"일요일인데 괜찮은가요?"
그럼요. 주말이고 뭐고 없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다 말했다.
"나쁘지는 않은데, 전 아닌것 같네요."
"아직 보기도 전인데 너무 확고하게 말씀하시는 거 아니에요?"
"냉정하게 말해서 볼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우선 세가 너무 셉니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원장님하고 이야기를 좀 깊게 나눠야 할것 같네요. 제가 그리는 그림과 원장님이 그리는 그림이 다른 것 같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어요?"
"그림의 주제도 같고, 사용하는 도구도 겹치는데, 캔버스지 크기가 다른 것 같습니다."

우선 저도 아파트 단지내에 있는 상가 혹은 주상복합같은 곳을 생각하기는 했습니다. 이 부분은 통했어요. 그렇다면 보다 거기에 집중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자는 거죠?"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파는 게 건강 주스잖습니까. 마실 것이 필요할 때 다른 음료들보다 건강하고 맛있게, 다이어트를 하는 분들이 아침이나 점심 혹은허기질 때 식사를 대신해 가볍게 한 잔할 수 있게, 그렇게 편하게 와서 한 잔 마실 수 있는 음료를 팔고 싶거든요."

"애초에 온라인으로 판매할 건강 주스가 그런 거잖습니까.
일주일치씩 구매해서, 요일별로 하나씩 먹을 수 있는 그런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맞나요?"
"예, 정확하십니다."
"그렇다면 카페에서 파는 것도 그래야죠. 사람들이 와서 죽치고 앉아 있고, 공부도 하고, 그런 카페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게 계속 손님들이 들어차 있는 걸 원한다면 최대한 넓고 크면 좋겠죠. 이게 제가 말씀드렸던 부분입니다. 생각하는 규모가 다른 것 같습니다."

"단순히 임대료가 비싼 건 아무 문제가 안 돼요. 그 이상으로 잘 된다면 못할 것도 없죠. 하지만 아직 보장된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시작은 조금 작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시행착오를 겪어봐야 되지 않겠습니까."

"대표님께서는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계시다고 생각했거든요."
"큰 그림을 그리고 있기는 합니다. 다만, 지금은 작은 그림들을 여러 점 모아서 크게 만들 때라는 거죠. 저는 최대 10테이블 내외의 작은 규모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회전율을 높이고 싶습니다."

"직원 복지에 신경을 많이 쓰시네요."
나도혜는 조금 묘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직원들에게 주인의식까지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그 가게에서 일하는 게 좋아야 더 열심히 해줄 거라 믿거든요."
"네, 좋은 말씀이에요. 그럼 그렇게 진행하시죠. 저도 처음부터 리스크를 크게 안은 채로일을 진행하기를 원치는 않으니까요. 제가 눈앞에 있는 것도 해결하지 않은 채로 너무 멀리만 내다본 것 같네요."

"저는 일단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시작해야 된다고 보거든요."

"온라인 사업이 일단 커지면 카페 사업도 자연스레 잘될 확률이 높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카페는 온라인 사업을 위한 발판이 될 수도 있고요."

"온라인 사업이 먼저 아닌가요?"
"제가 말을 조금 이상하게 했군요. 다시 말씀드리자면,
시험대로 딱입니다."
"시험대요?"
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예, 저희들끼리 정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선택을 해볼 수 있는 거죠. 한정판매로 새로운 음료를 카페에서 팔아보고, 실제 소비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에 따라서 온라인 메뉴에 추가될 수 있겠죠."

"방금 말씀하신 곳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현재 프랜차이즈 커피숍이라는 점도 걸리고요."
나는 남은 커피를 싹 비우고는 말을 이었다.
"거기가 정말 잘 된다면 가게를 뺄 리가 없잖습니까. 권리금도 붙을 수밖에 없고요. 개인적으로 권리금이 없는 곳을 원하기는 하는데, 카페였던 곳으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카페가 없던 곳으로 혹은 오히려 카페가 계속 남아 있는 곳에 들어가는게 낫다고 봅니다."

"저는 가능하면 주상복합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엄청 큰 규모보다는 동네 주민들의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요. 유동인구야 당연히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그렇게 되면 투자금이 늘겠죠. 그리고 가능하면 피부과 같은 병원이 있는 건물이었으면 합니다"
"피부과는 왜요?"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 다양한 병원들이 요즘 비만 관리, 다이어트 등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를 보잖습니까?
아니면 관리샵도 괜찮겠죠. 그런 곳들과 일종의 협력업체 관계를 맺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협력업체라고 하면 뭔가 거창하게 들리실 텐데, 사실 좀 단순한 겁니다."
"어떤 건데요?" "간단하게 예를 들어서 해당 병원의 다이어트 프로그램이나 시술 따위를 수십만 원 결제한다면 저희 카페에서 주스 몇 개를 마실 수 있는 쿠폰같은 걸 증정한다면 분명히 시너지가 있을 거라고 보거든요."
"아하....."

"병원에서 여러 가지 치료와 관리도 받고, 생활습관이나 식이 조절도 도와주시면서, 복용하는 약이 생기잖습니까. 건강 주스에서 메리트를 느끼려면, 가능하면 따로 먹는 보조식품 혹은 복용하는 약을 판매하지 않는 곳과 연계해야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다행이네요."
"뭐가요?"
"원장님께서 제 의견을 존중해 주셔서요. 생각도 맞는듯 하고요."
나도혜가 빙그레 웃었다.

"하하, 하하하하."
싸해질 것 같은 분위기에 웃음을 끼얹었다.

"그런데 한가지는 충족이 안될 것 같습니다."
"어떤 부분이요?" "임대료요. 피부과 같은 곳이 들어가 있는 주상복합 혹은 아파트 주변 상가라면 임대료가 오히려 기존에 말했던 곳들보다 더 높을 수도 있어요. 규모가 작아도 말이죠."

이번에는 나도혜가 단호하게 나왔다. 다른 부분들에서 물렁물렁하게 전부 내 의도대로 넘어가주는 대신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챙기겠다는 걸로 보였다. 실제로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기도 했고.
"알겠습니다."

"타겟층이 확실한 이상, 집중 포화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봅니다!"

"기본은 동기부여입니다. 일을 더 열심히 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겁니다."

"원장님 돈도 들어가지만, 제 돈도 들어갑니다. 당연히 성공시키려고 하는 겁니다. 그냥 제 가족이라고 점장 자리에 앉힐 리가 없잖습니까? 말아먹으면 끝인데. 잘할 것 같으니 시키는 겁니다. 제 가족 챙기고 싶으면 그냥 용돈 두둑하게 주거나, 편한 일 하나 쥐어주고 월급 많이 챙겨줬을 겁니다."

건강상담의 기본은 건강이 크게 나빠지기 전에 잘 관리하여 큰 병으로 번지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 중 절반 가까이가 이미 큰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현대의학으로 제대로 된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오는경우가 많았다.
근래 들어서 해외에서도 대체의학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였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아예 난치병이나 불치병인 경우도 있지만, 원인 상세 불명의 질환들도 많았다.

사과, 블루베리, 비트를 넣어 만드는 퍼플 주스.
사과, 케일, 키위, 로메인을 넣은 그린 주스. 청포도, 시금치, 애플민트, 케일, 로메인을 넣은 슬림 그린 주스.
사과, 샐러리, 파인애플, 레몬이 들어가는 골드 주스.
사과, 토마토, 비트, 요거트가 들어가는 레드 주스.
사과, 오렌지, 자몽이 들어가는 옐로우 주스.

"카페에서 파는 건 제일 인기 많은 것들 몇 가지 골라서 조정 좀 해야지. 메뉴 너무 많으면 재료 관리가 힘들 거야.
재료가 겹치는 것들은 괜찮겠지만."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게 설렜다.
일이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전에는 상상도 못 했다.

"일단 주사도 홍조도 대표적인 원인이 모세혈관의 확장인데요. 모세혈관이 확장된 원인은 또 다양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위장이 나쁘거나, 모낭충이 많거나, 얼굴에 기름기가 많아서 그럴 수도 있고요."

"아, 가끔 열감이 있을 때도있어요."
"어떨 때요?"
"이게 병원에서는 연관이 없다고 딱 잘라 말씀하시는데,
공복이거나 과식했을 때 얼굴에 열이 올라요. 빨개지고. 다른 걸로는 스트레스 받을 때나 갑자기 추워지고 더워지고 그러면 또 그렇고요."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제는 일종의 버릇처럼 됐다. 가만히 뻣뻣하게 있는 것보다는 이러한 제스처를 취했을 때 사람들이 훨씬 더 만족스러움을 나타냈다.

상담을 해주는 사람이 동의하고 수긍한다고 여겨서인지 더 디테일하게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한다. 때로는 이야기를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벌써 해결책을 얻은 양 얼굴이 밝아지는 모습도 보인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반대로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파진다. 혹은 마음이 아프면 몸이 아파지기도 한다.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 중 다수가 이미 몸으로 겪는 고통으로 인해 마음도 아픈 경우가 많다.

"우선...... 지금 위가 많이 약해지셨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복 혹은 과식 때 얼굴이 붉어지는 걸로 봐도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겠죠. 헬리코박터균이 위산 분비를 촉진하고,
그게 얼굴을 붉어지게 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사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됐다고 무조건 치료를 받아야하는 건 아닙니다!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요.
보통 위궤양과 같은 관련 질환이 있을 때 치료를 하죠. 하지만 지금 의심되는 문제가 있으시니까요."

"그리고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지금 홍조 때문에도 스트레스가 크실 거예요. 사람 마음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지만, 스트레스를 안 받으셔야 합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니까요. 거기에만 신경 쓰지 마시고, 즐거운 일을 찾아서 보다 즐겁게 지내세요."
"노력해 볼게요."

"그리고 여러 가지 버섯들이나, 바나나, 지방이 적은 돼지고기, 달걀, 참치, 오렌지, 브로콜리 같은 것들도 드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당연히 전부 적당량 섭취를 하셔야겠죠?
기본적으로 비타민B가 풍부한 식품들입니다."

"규칙적으로 생활하셔야 합니다. 늦어도 자정 전에는 주무세요. 9~10시 정도면 더 좋고요. 그리고 꼭 8시간 이상 주무세요. 최소 7시간 반. 그리고 최대 9시간 까지요."
"네, 홍조만 나을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다 할 거예요."
나는 피식 웃었다.

피부가 약간 완화되는 것 같으면 그때부터는 오일 세안을 해주세요."
"오일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순한 제품들 많거든요. 1분 정도, 최대 3분 이하로 오일 세안을 하시면 도움이 될겁니다. 호호바 오일 같은 걸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보습은 씨벅톤 오일과 비타민K 크림을 사용하시면 호전을 기대해보실 수 있을 겁니다."

"홍조가 생기신 지 벌써 2년이 넘으셨잖아요?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스트레스를 안 받고 지속하는 게중요합니다."

"운동도 꼭 하시고요. 땀을 흘려서 열을 배출해 줘야 하는데, 그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도 그럴 수 있거든요."

여기서 어물쩍 넘어갔다가는 나중에 또 어떤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
뭐든지 시작이 중요하다. 여기서 싹을 뽑아내야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듯하다. 무조건 봐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착한 거랑 호구 같은거는 다르다.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악의적으로 밥그릇을 걷어차려고 한 걸 그냥 넘어간다? 그건 아니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이 된다. 망설이는 찰나, 언젠가 작은아빠가 내게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어설프게 할 거면 처음부터 건드리지를 마라. 조지려면 제대로 조져라. 아니면 잊어라.‘

이미 일을 벌였다. 처음부터 입장만 밝혔다면 모를까,
고소를 해놓고 취하하는 건 아닌 듯했다.
칼을 뽑아 들었으면 무라도 베어야지.

지금의 논란으로 웰웰에 오지 않을 사람이면 처음부터 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온다고 해도 트러블만 만들 진상들뿐이겠지.
마음이 금세 단단하게 굳었다.
"사과는 하시니까, 받겠습니다." 
내가 말하자 이상엽과 정영신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잘못하신 거니까 그에 대한 벌도 달게 받으십쇼. 진짜 잘못했다고 느끼시면 그 대가도 치르실 줄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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