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끌리는 방향으로, 해보실 수 있는 건 다 해보셔야죠. 옳다고 생각하시는 방향으로 가셔야 돼요. 스트레스가 가장 큰 적입니다. 계속 웃으실 수 있길 바랍니다." 후회가 남지 않아야 한다. 그나마 인간으로서 기적을 바랄 수 있는 부분이라면 스스로 치유가 되는 것뿐이다.
"기존에 알려드린 것 외에 몇 가지 더 알려드리려고 해요. 우선순위는 없습니다. 어머님께서 가장 잘 드실 수 있는 걸로 드세요. 가능하면 골고루 잘 드셔주시는 게 가장 좋지만, 일단은 음식의 양이 우선입니다. 몸에 힘이 있어야 암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네, 확 느끼고 있어요. 식사도 제대로 안 하면서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완벽한 약만 찾고 있었던 거 같아요."
"먹을 것으로는 일단 아침마다 토마토 주스를 드셨으면 합니다." "토마토 주스요?" "네. 그런데 그냥 토마토가 아니라, 삶은 다음에 드셔야 됩니다." "아, 그거 알아요. 그래야 라이코펜 흡수율이 올라간다고." "맞습니다. 그냥 먹으면 체내 흡수율이 떨어지는데, 열을 가하면 흡수율이 올라갑니다. 또 기름에 익히는 방법도 좋아요."
"그런데 기름은 안 좋지 않나요?" "순수한 올리브유라면 괜찮습니다. 소량의 올리브유에 토마토를 가열해서 드시면 좋을것 같아요. 소스를 만드시거나해도 좋겠죠. 이쪽으로는 우민이한테 물어보셔도 여러 가지레시피가 나올 거 같네요." "저희 아들이 요리를 잘하긴 하죠."
"주의하실 점은 올리브유에 열이 가해지면 오히려 몸에 악영향을 끼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저온으로만 조리를 하세요."
"그리고 현재도 드시고 계시지만, 양파는 가능하면 빼놓지 않고 드셨으면 해요." "양파요?" "네. 양파를 하루에 반개씩만 먹어도 보약보다 낫다는 말이 있거든요. 그러니 꼭 챙겨드세요." "네, 그럴게요. 양파는 제법 잘 먹히는 음식이기도 해서 어렵지 않을 거 같아요. 토마토도 원래 좋아하고요." "다행이네요."
김현자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최근에 제가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본 게 있는데요. 이걸 먹고 말기 암환자가 완치됐다는 얘기가 있어서......." "어떤 거죠?" "강아지 구충제가 암에 효과가 있다는 얘기를 봤어요. 혹시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강아지 구충제가 암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화제가 된 이유는 외국의 한 암환자가 수의사에게 조언을 받으면서부터였다.
"하지만 당장 드시는 걸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 나의 말에 김현자는 미간을 살짝 좁혔다. "왜요? 효과가 있는 거 아니에요?" "일단....... 최근에 워낙 화제가 되고 있어서 저도 관심이 크고, 나름대로 많이 알아봤는데요. 완치자의 경우 이 강아지구충제와 비타민E와 커큐민 그리고 CBD 오일이라는걸 함께 섭취했다고 하고요."
"몇 년 전에도 이 강아지 구충제가 속한 벤지미다졸 계열의 약물은 어느 정도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국내 보도 자료들도 있죠. 이 효과가...... 쉽게 말해서 암세포가 좋아하는 당 섭취를막아서 굶겨 죽인다고 보는 거죠." "그럼 저도 먹으면 좋아질수 있지 않을까요?" "장담은 할 수 없죠. 정말 좋아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어요."
"그 독한 항암치료도 했는데, 이것도 시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일단 제대로 검증이 되지 않았어요. 지금까지 이뤄진 연구는 전부 세포를 대상으로 한겁니다. 인체에서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 모릅니다.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기에 추천드릴수는 없습니다. 효과가 있다고하는 의사들이나 약사들도 같은 의견이고요."
"특히 간과 신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완치를 한 사람은 목소리를 내지만, 죽은 사람은 말이 없습니다.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절대 하지 말라는건가요?" "지금으로서는 그렇습니다."
암을 비롯하여 생명을 위협받고 있거나, 큰 고통을 주는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가능성만 있다면 개똥도 약에 쓸것이다. 그 간절함을 어느 정도는 알기에 마냥 말리는 것도마음이 썩 좋지 않았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나는 한숨을 내쉰 뒤에 말을 이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따로 드릴 말이 없습니다. 모든 건 어머니의 선택이니까요."
"결국 몸에 독을 줘서, 암세포와 경쟁을 벌이는 거잖습니까. 내 몸이 먼저 죽는지, 암세포가 먼저 죽는지. 사실 항암치료도 비슷한 기전이지만요. 표적 치료제들도 100% 암세포만 공격하지는 않으니....."
"급박하면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말이 있잖습니까. 하지만 이따금씩 멀쩡한 동아줄을 놔두고 지푸라기를 잡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희가 무엇이 지푸라기이고 무엇이 동아줄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전부 동아줄일 수도 있고, 전부 지푸라기일 수도 있겠죠."
건강이 최고다. 예전에는 영 와닿지 않는 말이었다. 돈만 있으면 최고라고 생각했다. 돈으로도 건강을 살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재벌도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건강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시한부를 선고 받은 사람은 말 그대로 빠르게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리는 입장이다. 그 와중에 주사위를 한 번 더 굴릴 수 있는 기회가 왔으니 안해볼 수가 없다.
그 간절함을 아는 사람은 그러지 못한다. 모르기에 그런 것이다. 모르니까.
눈을 뜨자마자 스트레칭부터 한 뒤, 가볍게 가글을 한다. 그리고 미지근한 물을 마시고는 다시 한번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다. 샤워를 한 뒤에 유산균을 먹는다. 위에 부담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아침식사를 하고는 영양제와 즙을 챙긴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세상에 돈이랑 선물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 법. 박종만이 웃는 얼굴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형편이 좋아지고 난 뒤로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크다는 말이 진짜였다는 걸 자주 느낀다. 무언가를 베푼 뒤,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큰 보상이 따르기에 결국 받는 거라 볼 수도 있지만.
바늘에 실이 따라가듯 건강산업 또한 커지고 있었다.
삶에서 많은 것들이 바뀌었는데, 근래 들어서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엄청난 변화 하나가 일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인생에서 한 문장이 사라졌다. 심심하다. 심심하다는 감정이 든 적도 없었고, 심심할 틈도 없었다.
내가 자신감을 불어넣을 방법은 없다. 스스로가 느껴야한다. 느끼기 위해서는 일단 시작해야 가능하다.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는 없지만, 강력한 동기부여는 가능하다.
"저도 대인관계가 그리 나쁜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한 사람들은 한도 끝도 없이 이상하니까요." 나는 피식 웃었다. "그건 그렇다."
"무슨 일을 해도 사람들하고 엮이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어. 그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일이 있을까? 진상 보존의 법칙 알지? 어디를가도, 어떤 상황에도 누군가는 너에게 진상이게 마련이야. 그리고 지금 너와 나 관계도 그래." 나는 조금은 쓴 소리로 말을 이었다. "네가 성실하게 잘하고 있어서 뭐라고 할 일이 없긴 했지만, 언제든 그럴 수 있는 거야. 미친놈이야 당연히 피해야 겠지만, 세상사람 전부가 너랑 잘 맞을 수는 없잖아."
"반대로 내가 뭔가 잘못됐으면, 네가 나한테 뭐라고 할수도 있지." "그래도 사장님한테......." "네가 나를 단순히 고용인으로 여기는 게 아니라, 인간적으로 생각해 준다면, 그럴 수 있지. 그러니까 그런 이유로 움츠러들지 말라고."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래? 할 거야 말 거야?" 노우민은 잠시 머뭇거리다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입술을 잠깐 오므리더니 이내 말을 꺼냈다. "하고 싶습니다. 해보고 싶어요." "해보겠다는 말은 하지 마. 확실하게 딱 말해." "하겠습니다." "그래."
"진작 그래야지 인마. 기회란 게 맨날 오는 줄 아냐? 앞에서 살짝 흔들리는 게 보이면 바로 콱 잡아야 되는 거야."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열심히 해보자." 서로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어느 정도 문제들도 발생할 게 분명했다. 노우민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하고든 그랬다.
사람과 사람이 얽히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동화에서조차 갈등이 빚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갈등이라는 실타래를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결과는 분명히 달라진다.
"잠을 못 자니까 면역력이 떨어지지. 하루에 최소 7시간은 자야 돼. 사실 8시간씩 자는 게 가장 좋기는 한데......."
"바쁠 때는 안 되지만, 평소에는 최소 7시간은 자려고 하지. 대신 깨 있을 때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려고 하고."
"그래, 자기 몸도 못 챙기면서 다른 사람 건강 신경 쓰는건 웃긴 거지. 너도 마찬가지야. 사회 생활할 때는 건강도 자기 관리야. 무슨 말인지 알아?"
현재 강인나에게 가장 효과가 좋은 민간요법은 다소 생소한 것이었다. 독일의 민간요법이었다. 200ml 컵에 1/3을 레몬즙, 설탕이나 꿀을 1/4 채운 뒤 독한 술을 적당량 따른다. 레몬즙과 설탕을 채운 것의 1/2에서 1/3 정도면 적당하다.
이 독한 술을 마신 다음에는 두꺼운 이불을 덮고 땀을 쫙 빼며 잔다. 이렇게 하면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열이 있을 때, 가볍게 땀을 흘려서 열을 내릴 수 있긴 했다. 하지만 너무 땀을 뻘뻘 내려고 한다면 우리 몸이 바이러스와 싸우는 도중에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발한작용을 방해할 수도 있어서 역효과가 날 수도 있었다.
이러나저러나 욕을 먹을 거면 계속 앞에서 헛소리를 하게 놔둘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저 기억 안 나세요?" 무심코 말을 던졌다. 아니, 하고 싶어서 했다. 너무 싫어서.
"아......." 정영신의 얼굴이 빠르게 굳어갔다. 본인도 알고 있었다. 저 표정을 보니 역시 사람은 죄를 짓고 살아가면 안 된다는 것을 느낀다. 얼마 전에나도 논란에 얽히면서 느끼기도 했고. 어쩌면 정영신은 나를 알아봤는지도 모른다. 내가 기억을 하지 못할 거라 여겼을지도.
정영신은 나가면서도 꽤나 꺼림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마 본인도 면접에서 떨어졌음을 느끼고 있겠지. 소소한 복수와 권력의 맛을 봤다. 시원하긴 한데, 그리 달지는 않았다. 하지만 당이 인체에 필수인 것처럼, 내게 필요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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