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은 부분에선 경영학 교과서에 종종 등장하는 브레인 스토밍이라는 것을 실제로 회사내에서 팀장을 비롯한 사원들이 해나가는 과정이 나온다. 추상적으로 어렴풋한 개념만 알고 있던 브레인 스토밍이 실제 회사내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구체적이라 좀 더 와닿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또한 미래를 이미 알고있는 주인공이 TV토론 프로그램에 나가서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뭔가 의미심장하고 멋진 느낌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요근래 모습을 잘 말해주고 있어서 그랬던거 같다.

"팀장이 왜 팀장인 줄 아세요?"

"바로 팀원이 있으니까 팀장인 겁니다. 모터를 개발하는 일은 오 팀장님 혼자 하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잘 알아서 할 겁니다. 그러니까....... 닥치고 검사나 잘 받으시라구요!"

지금은 개인의 발명이 큰파장을 일으키던 에디슨의 시대가 아니다. 현대의 가전제품은 기업이 주도하며 집단의 지성으로 만들어진다.

다 큰 성인이 자기 몸은 자기가 스스로 챙겨야지요

어떤 아이디어든지 칭찬한다. 그리고 칠판에 적어주는걸 잊어서는 안 된다.

회의실에 웃음이 일었다. 함께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의도대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에서 빛나는 진주가 나오는 법이다.

웃고 떠드는 사이에 어느덧 칠판은 내가 적은 단어들로 가득 찼다.
"자, 이제 한번 살펴봅시다."
제각각 적혀 잇는 다양한 키워드들을 하나씩 바라보았다.
"자, 많은 아이디어들이 나왔는데 이제 이걸 크게 크게 묶어볼 겁니다."

"이어서 말하니까 뭔가 정리되는 느낌이네요."

"뭐랄까? 기계지만 감정을 가졌고 우리가 모르는 인격을
가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잠시 기다렸다.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조합된 조악한 초기형태의 카피지만 지금 홍보팀원들을 통해 조금씩 변형되고 구체화되고 있었다.

"이로써 새로운 방향이 하나 나왔네요. 딱딱하고 기계적인 면을 부각하는 대신 의인화하는 겁니다. 친근하고 조금쯤 인간적인 멍청함을 가진 대상으로요."

멍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양지윤을 바라보았다.
멍할 만하다. 불과 십여 분의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새로운 방향의 카피 하나가 뚝딱 만들어졌으니.

상급자가 강제한 방향도, 한사람의 독단에 의한 방향도 아니었다. 홍보팀원들의 머릿속에서 튀어나온 아이디어에서 뽑아낸 것이었기에 반발도 있을리 만무했다.

회의실을 나서며 집단 지성을 통해 도출된 의미 있는 결과물에 제법 뿌듯함을 느꼈다.

"가전제품에 라이다 센서를 추가하자는 생각. 저뿐만 아니라 가전업계의 누구도 생각도 못 해본 대단한 아이디어였거든요."

그리고 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연예인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쉽게 광고한편 찍고 몇천씩 받아 간다고 생각한 것이 얼마나 무지한 것이었는지를.

감정을 가진 채 인간을 관찰하는 로봇청소기. 광고 컨셉도 의외였지만 무엇보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화합을 이룬다는 광고 메시지는 조금 충격적이기까지했다.

시골에 사는 아버지다. 광고속 연출과 실제를 헷갈리실수도 있다. 그러니 반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아무리 귀엽기로서니 전자제품에 별명을? 납득하긴 어렵지만 어쨌든 제품을 친숙하게 불러준다는건 좋은 징조다. 판매에도, 또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게 된 나에게도.

‘의외성이 참 무섭구나‘

의외성.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아주 신선한 방향.
이번의 좋은 결과 역시 의외성이 가져다준 선물이었다.
제품을 의인화한다는 의외의 아이디어. 검증되지 않는 불안한 아이디어는 홍보팀이 의욕을 고취시켰고 그 결과 로보스타는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의외성은 우리의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공기청정기, 제습기, 건조기, 그리고 로봇청소기까지.

유니콘의 광고전략은 늘 의외성의 연속이었고 그 결과는 늘 만족스러웠다. 의외성을 조금만 바꿔 생각하면 혁신.
의외의 광고와 혁신적인 제품을 통해 유니콘은 상식을 깨는 회사라는 대중의 인식이 생겨났고 지금의 상황 역시 그 인식 위에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러니 유니콘의 의외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삼전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냐는 질문에 난 온전히 찬성하지 않는다. 그럼 무엇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냐는 질문엔 얼마든지 대답할 수 있다. 대기업이 아닌 작은 회사, 회사가 아닌 개인이 경제 주체로서 살아남아 잘 벌고 잘 써야 한다. 그러니 대답은 간단하다.
‘누가 먹여 살리는 게 아니라 각자가 잘 먹고 잘살아야한다.

"대한민국엔 수많은 IT벤처가 있습니다. 그들이 바로 문화와 모바일 컨텐츠의 주축입니다."

"벤처 기업의 인식도 변해야 합니다. 당장 눈앞의 수익창출에 급급하는 대신 글로벌서비스 확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위기 속에서 정부는 그런 기업에게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강대국의 중계무역의 기지로 그들의 기술을 흉내내기 급급했던 동방의 작은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피할 수없는 위기는 바꿔 말해 절호의 기회입니다. 그래서 꿈꿉니다. 문화와 컨텐츠를 날개로 강국으로 비상하는 대한민국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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